[‘의료 무인도’ 경기북부] 1. 살려고 서울 간다… 경기북부 ‘의사 찾아 삼만리’

응급·희귀질환 환자 서울 이송 빈번
경기남·북부 의료 인프라 격차 심각
2차 병원 연천 0.1곳·수원 팔달 101곳

1천380만 속 345만명. ‘경기 천년’을 훌쩍 넘긴 경기도에 있어, 경기북부는 그동안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남북 대치에 따른 접경지역이라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제약을 받으며 노후화, 낙후화의 상징이 돼 버렸다. 하지만 경기북부에 터전을 잡고 사는 345만의 도민도 경기도민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에 본보는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각 분야별로 제약을 받고 사는 경기북부 도민들의 힘겨운 일상을, 제대로 된 삶으로 되돌리기 위해 그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경기북부는 서울과 경기남부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인데도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는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북부 10개 시ㆍ군 가운데 접경지역을 비롯한 인근 도시들이 고질적인 의료자원 부족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료원이 있는 파주, 포천을 제외한 도시에선 의료시설 부족을 넘어 ‘의료 공백’을 경험하고 있다.

동두천보건소 관계자는 “관내 병원 하나가 있지만, 재정 등의 이유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 응급환자 또는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대부분이 서울 또는 서울과 가까운 도시의 병원으로 이송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월1일 왼쪽 손가락 2개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한 40대 남성은 경기북부에 수지접합 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어 동두천에서 직선거리로 약 31㎞ 떨어진 서울 노원구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지난 3월에는 60대 여성과 70대 남성이 각각 흉통과 의식장애로 병원을 찾다 경기북부가 아닌 30㎞가량 떨어진 서울 경희대병원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특히 올해 2월에는 희귀병을 앓고 있던 20대 여성을 이송하던 구급대가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지 못해 40㎞나 떨어진 서울대병원으로 구급차를 몰아야 했다.

5일 본보가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헬스맵 자료(2019년 기준) 가운데 경기지역 도시마다 면적당(100㎢) 병원급 이상의 병원 수를 산출한 결과, 접경지역을 포함한 13개 도시의 2차 병원 수가 2곳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두천과 양주, 파주의 병원 수는 각각 1, 1.6, 1.7로 비슷했으며, 북한과 맞닿은 연천은 0.1로 경기북부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수원시 팔달구가 101.1로 경기남부 도시 중 병원 수가 가장 많았으며, 안양 동안구와 부천, 고양 일산동구, 의정부가 그 뒤를 이었다.

이에 경기북부에서는 고질적인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거나 거점병원을 신설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 관계자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비롯해 건강, 질병 유병률 등 경기남·북부 도시 간 격차가 심한 상황”이라며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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