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드디어 구하라법 시행

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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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20년 6월10일 자 경기일보 <법률플러스>란에 이른바 ‘구하라법’에 관한 짧은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당시 21대 국회에 발의된 구하라 법안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부모의 상속 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률안이었다. 이 법률안이 적용되는 전형적인 사례를 구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예컨대 딸이 어렸을 때 아빠와 엄마가 이혼했다. 이후 아빠는 딸을 홀로 양육했다. 엄마는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하기는커녕 단 한 번 찾아온 적도 없다. 성인이 된 딸은 연예인으로 큰 성공을 거둬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행히도 요절하고 말았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통해 딸의 사망 소식을 들은 엄마가 갑자기 나타나 딸의 유산 중의 절반은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한다. 딸은 자녀를 낳지 않은 채 사망했고 이 경우 아빠와 엄마가 딸의 공동상속인이라는 것이다. 엄마의 이 주장은 법률적으로 정당한가.

 

민법은 엄마의 이 주장을 긍정한다. 민법은 어떤 사람이 자녀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사람의 부모가 생존해 있다면 그 부모가 상속인이 된다는 점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법은 그 부모가 과거 양육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지를 묻지 않고 상속권을 인정한다. 상속결격 사유에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은 일반 국민의 평범한 상식과 배치된다. 많은 사람들은 부모 노릇을 게을리 한 부모에게 상속의 권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1대 국회는 다양한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 개정안들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폐기됐고 그 소임은 제22대 국회로 넘어왔다. 결국 ‘구하라법’은 2024년 8월28일 제22대 국회에서 본회의의 문턱을 넘어섬으로써 법률로 성립했다.

 

지금까지 ‘구하라법’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는 편의상 사용한 용어일 뿐이다. 개정 법률의 요체는 민법 제1004조의2를 신설함으로써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이다. 즉 상속권 상실 선고의 방식을 통해 ‘구하라법’의 정신 또는 입법 취지가 현실에 실현되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위 사례의 딸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엄마의 상속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미리 표시할 수 있다. 만일 딸이 유언을 남기지 않은 채 사망했다면 공동상속인(아빠)이 가정법원에 엄마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아빠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엄마가 상속인이 됐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함을 주의해야 한다. 만일 위 사례에서 아빠가 이미 사망한 경우(즉 형식상 엄마가 단독 상속인이 경우)라면 어떠한가. 이처럼 다른 공동상속인이 없다면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에 의해 상속인이 될 사람, 즉 딸의 형제자매가 이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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