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올스타 최종후보

홍명보, 이운재, 유상철, 안정환 등 4명이 국제축구연맹(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TSG)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올스타팀 최종후보에 포함됐다. 1차 후보 53명에 포함됐던 박지성은 24일 발표된 최종 후보명단에서 제외됐다. 8강전 활약여부를 기준으로 1차 후보들중 33명을 추려낸 FIFA는 준결승 두 경기가 끝난 뒤 이번 대회를 빛낸 포지션별 최고 선수 11명(올스타팀)을 선정, 오는 28일 오후 2시 요코하마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축구황제’ 펠레(브라질)가 발표한다. 다음은 포지션별 올스타 최종 후보. ▲GK=이운재(한국), 올리버 칸(독일), 마르쿠스(브라질),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 뤼슈틔 레치베르(터키) ▲DF=홍명보(한국), 카푸, 호베르투 카를루스(이상 브라질), 솔 캠블(잉글랜드), 요한 미알뷔(스웨덴), 알파이 외잘란(터키), 페르난도 이에로(스페인) ▲MF=유상철(한국),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이나모토 준이치, 나카타 히데토시(이상 일본), 파프 부바 디오프(세네갈), 클로디오 레이나(미국), 미하엘 발라크(독일), 마르크 빌모츠(벨기에) ▲FW=안정환(한국) 히바우두, 호나우두, 호나우디뉴(이상 브라질), 엘 하지 디우프(세네갈), 랜던 도노번(미국), 라울 곤살레스(스페인), 하산 샤슈(터키),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헨리크 라르손(스웨덴), 욘달 토마손(덴마크), 마이클 오언(잉글랜드)

’뛰어라, 요코하마까지’

‘불같은 투혼으로 독일병정을 꺼꾸러 뜨리겠다’ 태극전사들이 25일 오후 8시30분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전차군단’ 독일과 운명의 한판 대결을 펼친다. 조별 예선리그부터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축구 선진대륙’ 유럽의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4강에 오른 한국은 이탈리아, 스페인과 가진 결승 토너먼트에서 잇따라 연장까지가는 혈투를 벌여 체력이 많이 소진된 상태나 특유의 정신력으로 독일의 공중전에 맞설 계획이다. 한국대표팀은 최전방에 안정환을 세우고 좌·우 날개에는 설기현과 박지성을 내세워 공력라인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압박수비의 중심인 미드필더진에는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지난 이탈리아전에 이어 스페인전에서도 부상을 입은 김남일의 출전여부가 불투명해 지면서 김남일의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이영표나 유상철이 맡을 공산이 크다. 또 왼쪽 미드필더에는 투지와 정확한 패스를 자랑하는 이을용이, 오른쪽에는 전천후 플레이어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힌 송종국이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조별예선 3경기와 결승토너먼트에서 철옹성을 쌓고 있는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이 변함없이 수비라인을 책임지며 골키퍼는 한국의 4강을 이끈 ‘야신상’ 후보 이운재가 버티고 있다. 한국은 선발라인업의 체력을 감안해 차두리, 최태욱 등 백업 멤버들이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대기하며 결승진출을 위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맞서는 독일은 이번대회에서 기록한 13골중 8골이 헤딩에서 나온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가공할 ‘고공 플레이’를 과시하고 있다. 주전들의 평균신장이 184.8㎝로 193㎝의 카르스텐 양커와 182㎝인 미로슬라프 클로세 등 장신의 최전방 공격수들이 포진하고 있어 제공권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함께 장신들의 머리에 정확하게 연결시키는 중원의 지배자 미하엘 발라크의 센터링은 고공 폭격기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또한 한국과는 달리 한차례도 연장전을 치루지 않았고 휴식기간도 한국보다 하루가 많아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특유의 공중전으로 한국을 꺾고 요코하마에 입성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5경기동안 단 한골만을 내준 골키퍼 올리버 칸이 이운재와 최고의 골키퍼 자리를 놓고 경쟁해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에서 ‘야신상’의 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스포츠칼럼>이운재 선수의 선방

골키퍼는 축구에서 가장 외로운 포지션이다. 최후의 집중공략 대상이기 때문이다. 관중은 골인에 환호하지만 골키퍼는 그때마다 참담하다. 골키퍼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헤딩슛과 시야를 가린 킥이다. 헤딩슛은 방향 예측이 불가능하다. 발로 때리는 강슛은 아무리 위력이 있어도 볼에 발을 갖다댄 순간만 포착되면 대개는 방향이 가늠된다. 그러나 헤딩슛은 방향을 종잡기가 어렵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문전 혼전으로 서로간의 선수들에게 시야가 가린 가운데 날아드는 볼 또한 무섭다. 왜냐하면 지상 강슛 역시 볼이 뜨는 순간만 알면 대개는 선방이 가능하다. 그러나 볼이 채이는 것을 못본 채 뜬 볼을 골키퍼가 발견했을 땐 순발력을 발휘해도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승부차기에 들어가면 골키퍼는 완전히 승패의 부담을 도맡다시피 한다. 키커의 부담도 크지만 골키퍼의 심정은 한마디로 납덩어리가 된다. 스타플레이어가 골키퍼와 일 대 일로 맞서는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를 잘하는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성공률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이 선수시절에 박스컵대회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적이 있다. “볼을 어떻게 찼는지 모르겠다”고 한 것은 그의 후일담이다. 스페인 최고의 스트라이커 라울도 유럽선수권대회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이번 월드컵대회에서도 우리는 두번의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그러나 이는 약 20%의 확률이 적중한 것일뿐 성공률이 통상 80%다. 이때문에 골키퍼는 고군분투한다. 페널티킥과 승부차기는 성격이 다르긴 하나 골키퍼의 부담은 거의 같다. 키커와 골키퍼의 기 싸움은 눈빛에서부터 시작된다. 신경전도 겸한다. 키커에게 골키퍼가 커보이고 골키퍼에겐 볼이 커보이면 축구의 신(神)은 골키퍼의 편에 선다. 그 반대의 경우에는 키커의 손을 들어준다. 월드컵에 승부차기가 시작된 것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대회다. 이번 대회에서는 스페인 대 아일랜드의 16강전 이후 두번째로 한국 대 스페인전의 8강전에서 있었다. 스페인은 승부차기와 묘한 인연을 가졌다. 스페인대회에서 도입된 승부차기로 이번 대회의 16강전에서는 이기고 8강전서는 패배의 고배를 들었다. ‘거미손’ 이운재 골키퍼가 네번째 스페인 키커 호아킨의 슈팅을 왼쪽으로 몸을 날려 잡아냄으로써 승부차기 5-3으로 4강진입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뛰어난 감각과 순발력과 자신감이 이끌어낸 수훈이다. 이운재 선수는 이밖에도 상대팀에게 내준 노마크 찬스 때마다 과감하게 공격 각도를 좁혀 슈팅의 성공을 무산시키는 등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눈부신 선방을 보였다. 외로운 골키퍼 자리를 의연히 지킨 이운재 선수의 결단성 있는 활약은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

본선 4강 어떤 나라인가

‘이제는 모두가 우승후보국’ 새천년 첫 월드컵 타이틀의 주인공 후보가 4개국으로 압축됐다. 아시아 축구의 신기원을 열고 있는 개최국 한국과 3회 우승에 빛나는 유럽의 강호인 ‘전차군단’ 독일, 5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삼바군단’ 브라질, ‘투르크 전사’ 터키가 그 주인공들이다. 한국은 독일과 25일 오후 8시30분 서울월드컵축구경기장에서 맞붙고 브라질과 터키는 26일 같은 시간 사이타마경기장에서 결승진출을 다툰다. ◇한국=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0위로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대회 최고 ‘돌풍의 핵’이다. 아시아축구의 맹주로 이번 대회까지 5회연속 본선에 오르는 등 모두 6차례 월드컵 무대를 밟았지만 54년 첫 본선 진출이후 48년만에 비로소 1승의 단 맛을 보더니 이에 만족치 않고 ‘폭주기관차’의 기세로 몰아붙이고 있다. 4무10패였던 초라한 성적표는 이번 대회를 통해 4승5무10패로 업그레이드됐고 대회전 1승 목표가 16강 진출로 바뀐뒤 8강, 4강으로 바뀌면서 이제 정상을 향해 두걸음만을 남겨놓았다. 예선에서 폴란드를 2대0으로 제압하면서 이변의 전조를 보인 한국은 미국전 1대1 무승부 이후 우승후보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16강전에서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에 연장 골든골로 짜릿한 2대1 승부를연출했으며 8강전에서는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승부차기끝에 물리쳐 세계를 경악케 하며 ‘유럽킬러’로 자리매김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시도한 체력향상, 지연과 학연을 떠나 철저한 실력주의에 입각한 선수기용, 과감한 용병술이 4강 기적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또 경기때마다 나라 전체를 붉게 물들인 국민의 뜨거운 성원과 기도는 한국축구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독일=‘전차군단’ 독일은 월드컵 축구사에 한축을 이루고 있는 강호중의 강호. 세계랭킹 11위로 지금까지 17차례의 월드컵 무대에서 1930년 우루과이대회와 50년 브라질대회에만 불참했을뿐 지역예선에서 단 한차례의 탈락없이 이번 대회까지 무려 15번이나 본선 무대를 밟았다. 54년 스위스대회에서 첫 정상에 오른 뒤 74년 서독대회,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 우승컵을 포옹, 역대 최다우승국인 브라질(4회)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통산 3회 우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66년 잉글랜드, 82년 스페인, 86년 멕시코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고 3위에만도 2차례 이름을 올렸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우승 이후 8강에서 거푸 주저앉은데 이어 이 대회 지역예선에서 4승2무로 승승장구하다 잉글랜드에 발목이 잡혀 대회전까지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유리한 조편성과 대진운으로 손쉽게 4강대열에 합류했다. 월드컵 본선 E조 예선라운드에서 약체 사우디아라비아에 8대0의 대승을 거뒀지만 아일랜드와 1대1, 카메룬과 1대0 등 힘든 경기를 펼쳤고, 16강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도 1대0 신승을 거둬 불안한 전력을 노출했다. 독일은 미국과의 8강전에서는 시종 고전하다 명골키퍼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간신히 1대0 승리, 12년만에 준결승에 올라 통산 4회 우승을 노린다. 장신 선수들의 높이를 앞세운 공격이 위력적이긴 하지만 이보다는 칸을 정점으로 한 철벽 수비가 돋보인다는 평. ◇브라질=‘영원한 우승후보’라는 별칭에 걸맞게 화려하면서도 신명나는 공격축구로 4강진출국 중 우승확률이 가장 높은 팀이다. 세계랭킹 2위로 지금까지 17번의 월드컵 무대에서 한번도 빠진 적이 없고 58년 스웨덴, 62년 칠레대회에서 펠레의 활약으로 대회 2연패를 달성한뒤 70년 멕시코, 94년 미국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다. 최다 우승국이며 지난대회 결승에서는 개최국 프랑스에 3대0으로 져 이번이 설욕의 무대. 70년대회에서 6전전승으로 타이틀을 차지한 이래 32년만에 월드컵 사상 첫 7전승 우승의 꿈에 부풀어 있다. 더욱이 개막전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지난대회 챔피언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일찌감치 귀국행 비행기에 올라 브라질의 어깨는 한결 가볍다. 지역예선에서 탈락위기에 몰렸다가 간신히 3위로 본선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감독이 4차례나 바뀌는 등 홍역을 치러 ‘4강 진출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부상에 신음하던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가세로 전력이 배가됐다. 1라운드 3경기를 포함한 5경기에서 무려 15골을 터트려 게임당 3골을 기록중인데 반해 실점은 4점에 그쳐 안정된 전력을 자랑한다. 첫 경기인 터키전에서 선취골을 내주는 등 고전끝에 2대1 승리를 낚은뒤 중국전 4대0, 크로아티아전 5대2로 거푸 대승을 거둬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고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는 2대0,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는 2대1 역전승을 일궈냈다. 준결승에서는 ‘3R’중 하나인 호나우디뉴가 결장하지만 5골씩을 기록중인 호나우두, 히바우두의 득점왕 경쟁도 볼만하다. ◇터키=‘투르크의 전사’ 터키는 48년간 축구 변방국가로 비켜있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축구의 중심에 합류한 세계랭킹 22위. 유로2000에서 8강에 진출한데 이어 대표적인 프로구단 갈라타사라이가 UEFA컵 정상에 올라 일찌감치 돌풍의 눈으로 주목을 받았다. 브라질과의 조별리그에서 선취골을 넣었지만 1대2로 역전패했고 전력상 한수 아래라던 코스타리카와 1대1로 무승부, 벼랑끝에 몰렸으나 막판 중국을 3대0으로 이기고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5대2로 제압하는 바람에 간신히 16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는 H조 1위를 차지한 개최국 일본을 1대0으로 이겨 열도를 비탄에 잠기게 한뒤 우승후보 프랑스와 스웨덴을 차례로 제압한 세네갈의 검은 돌풍마저 연장 골든골로 잠재웠다. 54년 스위스대회에 첫 출전,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7대0으로 대파하고도 서독에 2연패해 탈락한뒤 무려 48년만에 출전한 본선무대에서 4강이라는 눈부신 전과를 올린 것이다. 뚜렷한 월드스타는 없지만 대표선수 23명가운데 12명이 갈라타사라이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고 이중 9명은 2000년 UEFA컵 우승멤버여서 팀워크와 조직력이 뛰어나다는게 최대 강점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바닥난 체력 다져라

“바닥으로 떨어진 태극전사들의 체력을 끌어올려라”한국대표팀이 25일 상암구장에서 열리는 독일과의 준결승전 열쇠가 체력회복으로 보고 기력이 바닥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이 4강고지에 오르는 동안 상대를 압도하는 체력의 우위를 무기로 삼았지만 16강과 8강전에서 잇따라 연장 접전을 치렀던데다 불과 이틀휴식 뒤 경기를 치르는게 큰 부담이다.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연장전을 치를 경우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하는데 5∼6일 정도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어 강철 체력으로 세계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은 태극전사라 해도 견뎌내기 힘들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은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도 전반전때 발이 무거워 특유의 빠른 돌파를 선보일 수 없는 등 제 기량을 펼 수 없었다. 특히 준결승 상대인 독일은 강인한 체력을 지닌 팀으로 경기 당일 비가 올것으로 예상돼 체력소모가 심한 수중전이 될 경우 선수들의 체력회복 여부는 승부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23일 대표팀 의료진에 따르면 연속된 접전으로 선수단의 체력은 사실상 고갈된 상태이며 이틀간의 휴식 후에도 30대 노장선수들의 경우 약 80%의 회복밖에는 기대할 수 없는 힘겨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선수들의 빠른 피로회복을 최대 과제로 삼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하는 한편 음식물의 포도당지수, 탄수화물 함량정도 등을 감안한 적절한 식이요법으로 떨어진 기운을 북돋우게 된다. 또 풀어진 근육의 긴장도를 높여주는 전해질, 비타민, 아미노산 등이 많이 함유된 음식물과 적절한 이온음료 섭취 등으로 체력전에 대비한 준비를 하고있다. 한편 히딩크 감독은 교체멤버 3명을 적절하게 사용, 지친 선수들을 조기에 교체시키는 동시에 팀내 멀티플레이어들을 활용, 포지션에 변화를 주는 등 체력전에 대비한 전술마련에 몰두하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이운재-칸 ’내가 진짜 거미손’

“내가 뚫리면 우승은 물론 야신상까지 놓친다.”한국의 철벽 수문장 이운재(29·수원 삼성)와 독일의 ‘고릴라’ 골키퍼 올리버 칸(33·바이에른 뮌헨)이 정상을 향한 길목에서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게임이지만 실점의 마지막 책임자는 골키퍼의 몫. 더욱이 4강에서 맞붙는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서 두팀의 골문을 지키는 이운재와 칸의 대결은 승패 못지 않게 누가 ‘최고의 거미손이냐’를 지켜보는 재미를 축구팬들에게 선사할 전망이다. 이운재는 5경기를 치르는 동안 10일 미국전과 18일 이탈리아전에서 각각 1실점, 실점률 0.4골을 기록중이고 칸은 17일 아일랜드전에서 1실점, 실점률 0.2골로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골키퍼 중 가장 실점률이 낮다. 야신상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시먼(실점률 0.6)이 팀의 탈락과 함께 경쟁 대상에서 멀어졌고, 남은 경쟁자는 4강에 진출한 브라질의 마르쿠스(0.8), 터키의 뤼슈틔 레치베르(0.6)로 압축됐다. 기록상으로만 본다면 칸이 1위, 이운재가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야신상의 향방은 팀의 성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 한국과 독일 중 누가 결승에 올라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번 대회 직전까지도 팀 동료 김병지와 주전 경쟁을 벌였던 이운재는 경기를 거듭할 수록 안정된 플레이와 번뜩이는 반사신경으로 상대의 날카로운 슈팅을 막아냈고 22일 스페인전에서는 승부차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칸 또한 1:1의 실점기회를 여러차례 막아내며 역대 최약체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독일팀을 4강으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5일 4강전에서 맞붙게 된 이운재와 칸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팀의 운명과 최고 골키퍼로서의 명예가 걸려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민족 ’한강기적’ 한번더

‘한반도의 심장부인 서울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다’이탈리아와의 16강전과 8강 스페인전에서 연장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혈전을 승리로 이끈 태극전사들이 이번에는 ‘전차군단’ 독일을 상대로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기적’을 일구겠다는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22일 스페인전에서 120분의 사투끝에 승리를 낚은 한국대표팀은 오는 25일 오후 8시30분 ‘민족의 젖줄’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독일과의 준결승 일전을 위해 4강신화의 감격도 뒤로한 채 다시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축구강국 독일은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헝가리를 꺾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74년 서독월드컵,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정상을 차지, 브라질(4회)에 이어 이탈리아와 함께 통산 3회 우승으로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이에 맞설 ‘아시아의 맹주’ 한국은 54년 스위스월드컵에 처녀 출전해 본선 무대를 두드린 이후 통산 6번째 출전인 2002 한·일월드컵대회에서 이룬 ‘4강신화’의 눈부신 성과에 만족치 않고 독일을 꺾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낼 기세다. FIFA 랭킹 40위인 한국이 넘어온 높은 산들은 폴란드(38위), 미국(13위), 포르투갈(5위), 이탈리아(6위), 스페인(8위). 상승세의 급류를 타고 부산과 대구, 인천, 대전, 광주를 거쳐 서울까지 올라온 한국은 강철같은 체력을 바탕으로 선전했지만 16강과 8강전에서 잇따라 연장전 승부를 펼친 만큼 이제 그 체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23일 오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른뒤 오후 5시부터 하남 미사리훈련장에서 회복훈련을 실시하며 독일전 담글질을 가졌다. 허리 부상중인 최태욱과 스페인전 도중 기존에 다친 왼쪽 발목에 다시 충격을 입고 교체된 김남일, 전날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삐끗했던 안정환 등의 출전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그동안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은 차두리, 이천수등 조커들을 총 동원한다는 복안이다. ‘축구명가’ 재건에 나선 세계랭킹 11위의 독일도 높이와 파워로 맞서겠다며 승부수를 띄웠다. 제공권이 탁월한 득점랭킹 공동 1위 미로슬라프 클로세를 중심으로 한 장신선수들로 하여금 한국 수비진을 흔들고 한국보다 하루 더 휴식을 취한 체력을 바탕으로 파워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겠다는 각오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월드컵 스타/미하엘 발라크(독일)

4번째 우승컵에 도전하는 독일에 천금같은 선취골을 안긴 미하엘 발라크(25·바이엘 레버쿠젠)는 유럽 최고의 미드필드 가운데 하나. 경기전마다 장딴지 근육통증으로 쓰러져 출전하느냐, 못하느냐를 놓고 관심이 많았지만 항상 오뚝이 근성으로 살아나 4경기를 모두 소화하며 팀의 기둥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날도 정상컨디션이 아닌듯 움직임이 예전에 비해 많이 둔화됐지만 귀중한 때에 귀중한 첫 골을 터트려 제 몫을 했다. 이전까지 독일은 우세한 경기를 펼쳤음에도 불구, 미국의 빠른 측면공격수들에 의해 2∼3차례 결정적인 실점위기를 맞이하는 등 불안했지만 발라크의 헤딩골이 터지며 수세를 반전시켰다. 189cm, 80kg의 건장한 체구로 99년 4월 국제무대에 처음 데뷔, 월드컵전까지 A매치출전기록이 22경기에 불과한 신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월드컵 진출권을 놓고 벌어진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무려 3골을 터트려 꺼져가던 독일의 월드컵 본선진출의 불씨를 살린 주인공이다. 지난해 전반기 분데스리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으며 소속 클럽인 바이엘 레버쿠젠의 UEFA 챔피언스리그 및 독일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넓은 시야와 강한 중거리 슈팅 능력이 돋보이며 이번 월드컵에서는 2골에 어시스트 4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옛 동독 출신으로 지역 클럽인 FC 쳄니처에 가입해 축구 선수로서의 첫 꿈을 키웠고 21세 이하 독일청소년대표팀에서 활약한 이후 카이저스라우테른에 입단했다. 이번 월드컵이 끝나면 명문구단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예정이다.

’굿바이 베컴’ 선제골 뺏기고도 잉글랜드 2대1 제압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잠재우고 준결승에 맨 먼저 올랐다. 4차례 월드컵을 안았던 브라질은 21일 시즈오카에서 열린 8강전에서 ‘삼바 축구’의 진수를 선보이며 히바우두의 동점골과 호나우디뉴의 그림같은 프리킥골에 힘입어 오언이 선제골을 넣은 잉글랜드에 2대1로 역전승했다. 히바우두는 이날 동점골로 5골을 기록, 동료인 호나우두,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와 함께 득점랭킹 공동 1위에 올라섰다. 5번째 우승을 노리는 브라질은 필승 카드인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 등 ‘3R’을 내세웠고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의 지휘아래 마이클 오언, 에밀 헤스키 투톱이 브라질 문전을 위협했다. 먼저 상대 골문을 연 팀은 공격 위주의 플레이를 펼친 브라질이 아니라 수비벽을 치고 기습을 노리던 잉글랜드였다. 전반 23분 브라질 진영 왼쪽으로 치고 들어가던 헤스키가 문전으로 크로스 센터링한 볼이 상대 수비수 루시우의 다리를 맞고 흐르자 오언이 번개처럼 달려들며 빼앗아 오른발로 골키퍼를 넘겨 골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을 내준 브라질은 공세를 강화했으나 34분 카를루스의 강력한 왼발 중거리슛이 빗나가는 등 결정적 기회를 잡지못해 전반을 득점없이 끝내는듯 했다. 그러나 브라질은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와 호나우디뉴가 인저리타임 동점골을 합작했다. 전반 47분 현란한 드리블로 잉글랜드 문전 중앙 돌파를 시도하던 호나우디뉴가 골지역 오른쪽으로 살짝 찔러준 볼을 쇄도하던 히바우두가 왼발로 왼쪽 골문 구석으로 가볍게 차넣었다. 승부는 후반 초반 브라질 호나우디뉴의 절묘한 프리킥 한 방으로 의외로 일찍 갈렸다. 5분께 상대 수비수 스콜스의 반칙으로 페널티 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호나우디뉴가 골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키를 넘기는 절묘한 슈팅을 성공시켰다. 지난 90년 이후 12년만에 4강 진출을 노린 잉글랜드는 후반 12분 호나우디뉴가 퇴장당해 10명이 싸운 브라질을 상대로 수적 우위를 앞세워 맹공을 폈으나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호나우두는 후반 25분 에디우손으로 교체돼 매경기 골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