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패배에 일본 여성팬들 ’엉엉’

축구왕국과 축구종가가 격돌한 21일 일본 시즈오카월드컵경기장.브라질이 잉글랜드를 2대1로 꺾고 승리를 확정짓는 종료 휘슬이 울렸는 데도 관중 대부분을 차지한 잉글랜드 열성팬들은 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몰랐다. 브라질 팬과 일반 관중들이 교통혼잡을 우려해 속속 경기장을 빠져나가 전철 등 대중교통편에 몸을 실었지만, 잉글랜드 팬들은 30분 가까이 자리를 지킨 채 국가와 응원가를 목놓아 부르며 아쉬움을 달랬다. 경기장 바깥은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가와 함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꽃미남’데이비드 베컴의 마지막 가는 모습을 보려는 일본 여성들의 탄식이 뒤섞여 더욱 소란스러웠다. 고개 숙인 잉글랜드 선수들을 태운 버스가 경기장을 나서자, 몰려드는 여성들때문에 잠시 경찰 저지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베컴은 풀 죽은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었고 이때 훌쩍이는 소리가 이어졌다. 40대로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은 “베카무, 간바레(힘내라)”라며 하얀 손수건을 흔들다 끝내 목이 메여 땅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이처럼 경기장 안팎이 잉글랜드의 탈락과 베컴의 좌절을 애통해하는 일본 팬들의 아쉬움으로 가득했지만 훌리건 난동과 응원단간의 패싸움 등 우려했던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한 시즈오카현 경찰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잉글랜드 팬이어서 안됐지만 가장 염려했던 잉글랜드 훌리건의 난동이 끝내 발생하지 않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연합

브라질 ’5번째 황금컵 보인다 보여’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렸던 잉글랜드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통산 5회 우승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물론 이날 승리로 브라질은 이제 준결승에 오른 것이고 5번째 우승컵을 손안에 넣기 위해서는 아직도 두 단계를 더 통과해야한다. 하지만 강팀들이 줄줄이 탈락한 가운데 앞으로 만나게 될 팀들은 대체적으로 잉글랜드보다 한 수 아래로 분류됐었기 때문에 우승은 사실상 거의 손아귀에 들어온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다. 특히 지금까지 다소 수월한 대진운 덕택에 제 실력을 검증받지 못했던 브라질로서는 잉글랜드전을 계기로 우승 후보 0순위의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축구 황제’ 펠레를 앞세워 58년과 62년, 70년 등 3차례의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은 94년 미국대회에 이어 6년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다. 또 70년 멕시코대회에서 6전 전승으로 우승했던 브라질은 화려한 공격 축구를 앞세워 이번 월드컵 5경기에서 승부차기 없이 모두 승리, 32년만에 전승 우승이자 사상 첫 7전 전승 우승도 바라보게 됐다. 이번 대회가 개막하기 전까지 브라질은 프랑스, 아르헨티나 등에 밀려 우승 후보로조차 떳떳이 거론되지 못한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지역 예선에서 탈락 위기에까지 몰렸다가 최종전에서 우루과이를 3대0으로 꺾고 아르헨티나와 에콰도르에 이어 3위로 간신히 본선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별리그에서 터키를 2대1로 힘겹게 꺾은 브라질은 중국을 상대로 4골을 작렬하며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코스타리카도 5대2로 제압, 3전 전승으로 결승토너먼트에 오른데 이어 16강전에서도 벨기에를 2대0으로 완파해 ‘삼바 축구’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브라질 상승세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호나우두, 히바우두(이상 5골), 호나우디뉴(2골) 등 12골을 합작한 ‘3R 편대’의 활약.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는 화려한 공격 축구의 진수를 선사하고 있고 이날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막내’ 호나우디뉴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향상된 기량을 보여주며 삼각편대의 한축으로서 완벽하게 성장했음을 과시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전차군단’이름값 ’신데렐라’ 집으로

‘전차군단’ 독일이 미하엘 발라크의 결승골에 힘입어 북중미의 신흥강호 미국을 누르고 준결승에 합류했다. 독일은 2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준준결승에서 전반 발라크의 헤딩골을 지켜 미국을 1대0으로 제압했다. 독일은 이로써 90년 월드컵 이후 12년만에 4강에 올라 통산 4차례 우승을 향한 순항을 계속했다. 독일은 한국-스페인간 8강전(22일) 승자와 오는 25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독일은 이날 플레이메이커 발라크의 조율아래 미로슬라프 클로세와 올리버 노이빌레 투톱을 내세웠으나 경기 초반부터 빠른 측면돌파와 투지를 앞세운 미국에 시종 고전했다. 미국의 게임메이커인 클로디오 레이나가 상대 수비 배후로 깊숙이 찔러주는 볼배급을 받은 랜던 도노반과 에디 루이스 등의 스피디한 돌파는 위력적이었다. 미국은 전반 11분과 29분 도노반이 결정적 찬스를 놓친데 이어 36분에는 골지역 중앙에서 루이스가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으나 강력한 야신상 후보 올리버 칸의 선방으로 무위에 그쳤다. 여러차례 실점위기를 넘긴 독일은 전반 39분 상대 오른쪽 페널티지역 외곽에서 얻은 프리킥을 크리스티안 치게가 골지역 중앙으로 날리자 쇄도하던 발라크가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머리로 받아넣어 결승골을 기록했다. 미국은 후반 들어서도 굳히기에 나선 독일을 몰아붙여 루이스와 그레그 비홀터, 존 오브라이언 등이 여러차례 득점 찬스를 맞았으나 ‘철의 수문장’ 칸의 선방에 막혔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5골을 뽑아 호나우두, 히바우두(이상 브라질)와 득점랭킹 공동 1위를 달리고 있는 클로세는 전반 43분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포스트를 맞아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FIFA 올스타 후보 선정

한국축구대표팀의 홍명보, 이운재, 유상철, 안정환, 박지성 등 5명이 국제축구연맹(FIFA) 테크니컬스터디그룹이 선정하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올스타팀 후보군 53명에 포함됐다. FIFA는 공식스폰서인 마스터카드의 후원을 받아 16강 진출팀 선수 중 이번 대회를 빛낸 포지션별 최고 선수 11명을 선정, 오는 28일 오후 1시45분 요코하마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올스타팀을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는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가 맡게 된다. 현재 선정된 53명은 테크니컬스터디그룹의 심사와 팬투표를 위해 최종 후보군으로 뽑힌 선수들이다. 팀 별로는 잉글랜드가 데이비드 베컴과 마이클 오언 등 7명으로 가장 많고 라울과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의 스페인이 6명, 한국과 브라질, 세네갈이 각각 5명씩이다. 다음은 포지션별 올스타 후보군 명단. ▲GK=이운재(한국) 올리버 칸(독일) 데이비드 시먼(잉글랜드) 마르쿠스(브라질) 이케르 카시야스(스페인) 뤼슈틔 레치베르(터키)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 브래드 프리덜(미국) 토니 실바(세네갈) ▲DF=홍명보(한국) 카푸, 호베르투 카를루스(이상 브라질) 솔 캠블, 리오 퍼디낸드(이상 잉글랜드), 미야모토 쓰네야스(일본) 요한 미알뷔(스웨덴) 알파이 외잘란(터키), 페르난도 이에로(스페인) ▲MF=유상철(한국) 폴 스콜스, 니키 벗, 데이비드 베컴(이상 잉글랜드), 이나모토 준이치, 나카타 히데토시(이상 일본) 이반 엘게라,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상 스페인), 쿠아테모크 블랑코, 헤라르도 토라도(이상 멕시코) 칼릴루 파디가, 파프 부바 디오프(이상 세네갈) 클로디오 레이나(미국) 미하엘 발라크(독일) 마르크 빌모츠(벨기에) ▲FW=안정환, 박지성(이상 한국) 히바우두, 호나우두, 호나우디뉴(이상 브라질) 앙리 카마라, 엘 하지 디우프(이상 세네갈), 랜던 도노번,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이상 미국), 라울 곤살레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이상 스페인) 하칸 슈퀴르, 하산 샤슈(이상 터키)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헨리크 라르손(스웨덴), 욘 달 토마손(덴마크) 마이클 오언(잉글랜드) 로비 킨(아일랜드)

’빛고을 4강신화 빚는다.’

“빛고을에서 스페인을 뛰어넘어 4강으로 간다.”한국 축구대표팀이 스페인과의 8강전을 하루 앞둔 21일 광주에 입성, 적응훈련을 하며 전의를 다졌다. 대표팀은 이날 오전 버스편으로 8강 신화를 일궜던 대전을 출발, 숙소인 광주프리마컨티넨탈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푼 뒤 오후 5시40분부터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그라운드 적응을 겸한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 초반 15분을 제외하고 비공개로 훈련을 진행한 대표팀에서는 허리 부상중인 최태욱과 최용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가볍게 몸을 풀었다. 특히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코뼈를 다쳤던 김태영은 검정과 보호대를 얼굴에 착용하고 나와 훈련했다. 대표팀의 맏형 황선홍은 “스페인과의 8강전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없다.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고 컨디션도 최상에 올랐기 때문에 이탈리아와의 경기때 만큼 좋은 내용을 보여 주고 상암까지 가겠다”고 승리를 자신했다. 송종국도 스페인을 잡고 4강까지 넘어 브라질과 결승에서 격돌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스페인팀은 이에 앞서 오후 1시께부터 잔디 적응훈련을 실시했는데 오른쪽 허벅지를 다친 라울 곤살레스가 나와 가벼운 드리블과 볼터치, 패스 훈련을 실시해 한국전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또 스페인은 그동안 나달과 페르난도 이에로를 중앙, 후안 프란과 푸욜을 좌우에 세우는 포백라인과 미드필드에서 일부 변화를 준 훈련으로 주목을 끌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은 한국의 빠른 발을 막기 위해 미드필더 이반 엘게라를 오른쪽에, 후안 프란이 맡아온 왼쪽 풀백 자리에는 로메로를 각각 투입할 것으로 전망됐다./월드컵 특별취재반

김남일.김태영 ’쓰러져도 뛰겠다.’

‘새역사 창조를 위해 이를 악물었다.’부상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의 김남일과 김태영이 오는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페인과의 8강전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김남일은 상대 선수의 발을 밟는 과정에서 발목을 심하게 접질려 고통을 호소하다 교체돼 나왔고 김태영은 비에리의 거친 플레이에 코뼈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고 경기직후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앞선에서 상대공격을 번번이 차단한 뒤 역습의 시발점 역할을 해 내는 ‘진공청소기’ 김남일이나 스리백 수비진의 한 축을 감당하는 ‘터프가이’ 김태영은 모두 스페인전 승리를 위해 꼭 필요한 선수들. 이전 경기에서 선수기용과 관련해 고도의 연막전술을 썼던 히딩크 감독은 경기 이틀전인 20일 “회복시간이 짧은 탓에 이들의 상태가 아직 좋지 않다. 무리해서 출전시키지 않겠다”며 일단 기용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상태다. 하지만 김남일과 김태영은 히딩크 감독의 결정이 어느 쪽으로 나든 이번이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혼신을 다해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21일 대표팀 의료진 관계자에 따르면 김남일은 발목인대에 약간의 손상이 있긴했지만 집중적인 치료를 실시한 결과 통증이 상당히 가신 상태로 이날 오후 광주 경기장 적응훈련에는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이 지난 14일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별다른 부상이 없는데도 그를 쉬게 할만큼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김남일은 무리를 감수하고라도 중원장악의 특명을 받고 출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김태영은 수술한 코를 보호하기 위해 일본 의료기회사에 개당 30만원짜리 프로텍터를 주문, 제작을 마쳐 스페인전 출전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있다. 의료기회사 관계자가 현해탄을 건너와 직접 제작한 이 프로텍터는 일본의 미야모토가 착용해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것과 같은 제품인데 특이한 것은 테를 한국팀의 상징색인 붉은 색으로 주문했다는 것. 이 붉은 색 프로텍터는 선수 본인의 투지를 북돋우는 것은 물론 관중석을 가득메울 팬들을 더욱 열광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길거리 응원 ’질서월드컵도 4강’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의 4강 진출처럼 길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의 질서월드컵도 4강이었다. 경기·인천 야외응원장에 운집한 100만명을 웃도는 응원단은 한국 팀이 4강 진출과 함께 감동과 감격으로 서로 얼싸 안고 꿈같은 승리에 어쩔줄 몰라하면서도 이들이 빠져나간 빈자리에는 쓰레기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성숙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8강전 야외응원을 위해 이날 처음 일반에 개방된 수원월드컵 경기장에는 4만여명의 시민들이 전광판이 위치한 남측스탠드를 제외한 스탠드를 가득 메우고 경기가 끝날때까지 질서정연했다. 특히 시민들은 정오에 경기장을 개방하자 FIFA 수원월드컵 경기당시처럼 안전요원의 지시대로 따라줬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줄을 서서 경기장을 차례로 빠져나갔으며 자신이 가져온 응원도구와 쓰레기를 되가져 갔다. 수원시 월드컵 상황실 이필근 계장은 “정오부터 경기장을 개방해 4만여명의 시민들이 찾았으나 경기장에 들어오거나 나갈때 경기내내 성숙된 질서의식을 보여주었다” 며 “월드컵 경기뿐만 아니라 수원시민의 질서월드컵도 4강”이라고 말했다. 10만여명이 모인 과천경마장의 시민 응원단도 경기가 끝나자 승리의 환호를 외치며 관람대에 쌓인 쓰레기를 주변 쓰레기통에 집어 넣거나 집으로 가져갔고 차량을 가져온 응원단들은 주차장과 도로에서 서로 손을 내보이며 양보 운전을 해 경마장을 빠져나가는데 많은 시긴이 소요되지 않았다.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인 6만여 시민과 문학야구장에 모인 3만여 시민 등 9만여 시민들은 오전 11시부터 인천 붉은 악마 회원들의 북소리에 맞춰 질서정연한 응원전을 펼쳤으며 경기중 잔디밭에 물병을 던지는 등의 불미스런 행동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 붉은악마 측의 방송에 맞춰 좌석 주변 쓰레기를 깨끗하게 치웠다. 5천여명이 모인 인천 연수공원의 시민들도 경기가 끝난 뒤 ‘청소, 청소’를 외치며 깔고 앉았던 신문지 등을 일일이 정리해 집으로 되가져갔다. 부평고 체육관에 모인 시민들과 학생들도 주변정리를 깨끗하게 하고 자리를 떠나는 등 길거리응원단이 모였던 경기·인천 지역 어디에서나 무질서나 쓰레기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월드컵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