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위 오를땐 15위권 수직상승할 듯

한국이 독일에 석패해 2002 한·일월컵축구대회 결승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세계를 놀라게 한 4강신화에 힘입어 세계 랭킹이 20위권내로 수직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15일 집계한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평점 603점으로 40위. 지난 2000년부터 37∼42위 사이를 맴돌며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유럽의 강호와 우승후보들을 잇따라 침몰시키며 세계축구계에 누구보다도 강인한 인상을 남긴 만큼 지난 98년 12월 한때 기록했던 17위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 순위로의 진입도 예상할 수 있다. FIFA 랭킹을 산정하는 방식은 승패는 물론 대회비중, 상대팀 수준, 홈·원정여부, 골득실까지 감안해 비교적 복잡하게 계산된다. 월드컵 본선경기는 곱하기 2.0으로 가중치가 가장 높다. 그 다음은 대륙별 선수권대회로 1.75, 월드컵 예선은 1.5, 친선경기는 1.0이다. 따라서 준결승까지 4승1무1패의 전적을 거둔 한국은 단순 승패 전적만으로도 상당한 폭의 순위 상승이 확실시된다. 게다가 ‘유럽킬러’라는 명성을 획득하며 랭킹 5위 포르투갈, 6위 이탈리아, 8위 스페인을 연파한 만큼 중위권 팀으로는 유례없는 랭킹 도약이 유력하다. 무엇보다 아시아 최초의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프리미엄은 랭킹 상승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한국이 이긴 팀들이 모두 유럽팀이라는 점도 유리하다. 같은 월드컵 본선 경기라도 유럽축구연맹(UEFA)에 속한 국가와의 대결에는 높은 가중치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이 오는 29일 달구벌에서 벌어질 3·4위전에서 이겨 3위를 차지한다면 98프랑스월드컵 첫 출전에 3위에 오른 크로아티아와 마찬가지로 20계단 이상의 순위 상승이 예상된다. 현재 예상으로는 최소 한도로도 평점 50점 정도가 추가될 수 있어 20위인 덴마크(657점)를 앞지를 수 있다. 평점이 70점까지 추가된다면 14∼15위권인 루마니아(674점)도 제칠 수 있다. 이번 대회 전까지 44위에 머물러 있던 월드컵 통산 랭킹도 20위권 대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 4강전 전문가 분석/박동규 경기대 감독

먼저 체력 소진과 높이의 열세를 극복하고 끝까지 선전해준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날 경기는 당초 예상했던 대로 힘과 높이의 축구를 구사한 독일의 기량을 절감해야 했다. 경기 초반 한국 선수들은 16강, 8강전에서의 연장전 승부로 인한 체력 소모에도 불구 가벼운 발걸음과 정확한 패스로 결승 진출의 기대감을 걸게 했다. 그러나 전반 중반이 넘어서며 독일의 높이를 앞세운 공격에 밀리기 시작했고 반면 한국은 빠른 측면돌파에 이은 센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좋은 득점기회를 잡지 못했다. 후반에도 독일의 파상공세를 막기에 급급했던 한국은 후반 26분 이천수가 하프라인 근처에서 부터 문전까지 단독으로 치고들어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무리하게 중앙을 돌파하다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쉬웠다. 오른쪽에 있던 안정환에게 내줬으면 선제골을 잡고 승리도 할수 있었던 기회였는 데 경험 부족이 문제였다. 또 후반 30분 센터라인 부근에서 김태영의 패스 미스가 빌미가 돼 결승골을 내준 상황도 아쉬움을 더했다. 노이빌레의 센터링을 앞에서 마크하던 수비 2명이 몸으로라도 저지했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다. 수비수들이 줄곧 독일의 고공 플레이에 낙하지점을 잘 찾아 공중 플레이를 막아냈는 데 엉뚱한데서 단 한번의 실수로 골문이 열리고 말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날 체력문제 때문에 이천수와 차두리를 선발로 내세웠는 데 이들이 경험부족으로 제역할을 다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들을 후반 체력이 떨어졌을 때 교체 투입했어야 좋았다.

신화는 살아 숨쉰다/’한국축구 계속 맡아주오’

‘남을까, 떠날까?’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던 한국이 독일에 패해 결승행이 무산됨에 따라 거스 히딩크 감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세계적 명장다운 지도력으로 한국에 월드컵축구대회 첫 승과 16강의 짜릿한 선물을 안긴 데 이어 아무도 예상치 않은 8강, 4강의 신화까지 창조, 영웅이 된 게 사실이다. 그의 지도철학은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응용되면서 이른바 ‘히딩크 신드롬’을 낳았고 국민 대다수는 히딩크 감독이 가깝게는 부산아시안게임, 멀게는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대표팀 지휘봉을 계속 잡아 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휘어잡는 히딩크 감독의 진가를 새삼 확인한 세계 유수 클럽도 물밑에서 영입 작업을 펴고 있는 등 그가 계속 대표팀을 맡을지 아니면 손을 놓을 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떠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다소 유력한 상황이다. 히딩크 감독의 잔류 여건은 이미 형성돼 있다. 귀화까지 추진하자는 글이 각 인터넷사이트마다 폭주하는 등 애정을 보내고 있고 정부에서도 히딩크 감독이 국위를 선양해준 점을 감안, 명예국적을 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도 대회 개막전 “히딩크 감독이 16강을 이루면 계속 맡아달라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밝히는 등 축구협회 차원에서도 그를 붙잡아두기 위한 묘책을 찾고 있다. 그러나 정작 히딩크 감독 본인은 확답을 주지않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노하우를 충분히 전달, 한국축구의 수준을 세계강호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끌어올렸고 목표도 초과달성하는 등 ‘할일은 다했다’는 판단을 했을가능성도 없지 않다. 스페인의 명문 레알 마드리드가 손짓을 하고 있다는 설이 제기된 데 이어 조국 네덜란드의 PSV 에인트호벤이 영입을 원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이러한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히딩크 감독은 지난 21일 “대회 개막전에 접촉을 해온 사람이 있으나 ‘월드컵에 전념하고 싶다’고만 했다”며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음을 시인했고 자신 또한 빅리그 감독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런저런 정황을 종합하면 히딩크 감독은 생애 최고의 나날들을 보낸 한국과의 인연을 정리하고 더 큰 물로 떠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히딩크 감독은 자신을 강력히 원하는 한국에 계속 남을지 아니면 새로운 곳에서 검증된 지도자 자질을 또 한번 발휘할 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질것으로 관측된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히딩크 감독이 오랫동안 국민의 마음속에 영웅으로 자리잡을 것은 분명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태극전사 모두가 ’MVP’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빅4’인 4강 진출팀 가운데 브라질과 독일, 터키가 1∼2명의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한 반면 한국 대표팀은 선수간 고른 기량과 조직력이 가장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회 공식파트너인 버드와이저가 선정한 8강전까지 모두 60경기의 ‘경기 최우수선수(MVP)’를 선정한 결과를 보면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브라질과 독일, 터키팀에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2회 이상 선정된 이른바 스타플레이어가 1명씩 있는 반면 한국 대표팀에서는 경기마다 다른 선수가 뽑혔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쐐기골’ 주인공 유상철이 선정됐고, 3차 포르투갈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은 박지성,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는 117분을 모두 소화하며 골든골을 터뜨린 안정환이 영예를 안았다. 지난 22일 스페인과의 준결승전에서는 호아킨의 승부차기를 막아내는 등 시종 골문을 지킨 ‘거미손 골키퍼’ 이운재가 버드와이저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1대1로 비긴 조별리그 2차전(對미국) 최우수선수는 브래드 프리덜. 준준결승까지 5전 전승을 기록한 브라질에서는 득점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는 히바우두가 3차례 선정됐고, 호베르투 카를로수, 호케 주니오르가 한 번씩 뽑혔다. 히바우두는 조별리그 첫 경기 터키전과 벨기에와의 16강전,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영예를 안았다. 카를로스는 조별리그 중국전, 주니오르는 조별리그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정됐다. 독일 선수 가운데 복수 선정자는 ‘고공 폭격기’ 미라슬로프 클로세. 클로세는 해트트릭을 기록한 조별리그 1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의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미드필더 옌스 예레미스가 뽑혔고, 무승부를 기록한 조별리그 2차전에서는 극적 동점골을 뽑은 아일랜드 로비 킨에게 영광이 돌아갔다. 8강전 독일-미국전의 최우수선수에는 진 팀 미국의 클로디오 레이나가 뽑혔다. 터키 대표팀에서는 빡빡머리 ‘투르크 전사’ 하산 샤슈가 중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과 세네갈과의 준준결승에서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복수 수상자로 이름을 등록했다. 터키는 브라질,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경기 최우수선수는 상대팀에 넘겨주었고 16강전 일본과 경기에서는 알파이 외잘란이 뽑혔다. 결국 한국의 4강 진출은 선수들의 불같은 투지와 안정된 조직력, 다양한 공격루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이방인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후 1년5개월동안 ‘월드컵 1승’과 첫 본선 16강진출을 목표로 돛을 올린 한국축구가 눈부신 선전을 거듭한 끝에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4일 D조 조별리그 폴란드와의 첫 경기를 시작으로 4강전까지 승승장구하며 기대 이상의 맹위를 떨친 끝에 아쉽게 결승 진출에 실패한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날짜별로 기록해본다. ▲D조 1차전=한국-폴란드(6월4일·부산) 본선 48년만에 첫승 기록 동유럽의 강호 폴란드를 맞아 한국은 전반 26분 이을용이 미드필드 왼쪽에서 낮게 띄운 공을 골에어리어 모서리 부근에 있던 황선홍이 그대로 왼발 발리슛 한국의 대회 첫 골을 기록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후반 8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상대 수비수의 공을 빼앗은 유상철이 아크서클 정면에서 날린 20m 중거리 슛이 폴란드의 수비수를 맞고 골문안으로 빨려들어 갔다.(2대0 승리) ▲D조 2차전=한국-미국(6월10일·대구) 1대1 무승부·1승1무로 16강 불안감 전반 페널티킥을 이을용이 실축한 한국은 24분 미드필드 진영에 있던 미국의 존 오브라이언이 한국 문전으로 쇄도하던 클린트 매시스에게 연결해준 공을 매시스가 왼발로 낮게 깔아 찬 볼이 골네트를 갈라 선제골을 허용했다. 반격에 나선 한국은 후반 33분 한국의 동점골. 이을용이 미드필드지역에서 페널티 지역으로 찬 프리킥을 안정환이 솟구쳐 오르며 스치듯이 헤딩슛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D조 3차전=한국-포르투갈(6월14일·인천) 1대0승·조 1위로 16강 진출 세계랭킹 5위인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맞아 전반을 득점없이 비긴 한국은 후반 25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이영표가 왼발로 센터링한 공을 박지성이 침착하게 가슴으로 볼을 받아 오른발로 가볍게 달려들던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발리슛,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후 한국은 여러차례의 추가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결국 1대0으로 승리, 2승1무 승점 7로 조 1위를 기록하며 16강에 진출했다. ▲16강전=한국-이탈리아(6월18일·대전) 2대1 역전승·8강 진출 통산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강호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맞아 한국은 전반 18분 이탈리아의 ‘세계적 스타’ 크리스티안 비에리에 헤딩골을 내줘 0대1로 리드를 빼앗겼다. 맹반격에 나선 한국은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문전 혼전중 이탈리아 파누치가 페널티 박스안에서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설기현이 낮게 깔아 구석으로 차 넣어 1대1로 극적인 동점을 이루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후반 12분. 한국은 안정환이 미국전에 이어 극적인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골든골을 기록, 2대1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대망의 8강에 올랐다. ▲8강전=한국-스페인(6월22일·광주) 승부차기끝 5대3 승·4강 진출 16강전에서 이탈리아와 연장승부를 벌인 뒤 불과 4일만에 경기에 나선 한국은 전·후반 90분, 연장 30분 총 120분간의 사투를 벌인끝에 득점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의 선축으로 첫번째 키커 황선홍이 찬 볼이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까시야스의 겨드랑이 사이를 스치며 골문안으로 들어갔고 이후 박지성, 설기현, 안정환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다. 반면 스페인의 4번째 키커 호아킨이 볼을 향해 달려들다 주춤하는 순간 이운재가 방향을 읽고 호아킨의 슛을 정확하게 막아낸 후 한국의 마지막 키커 홍명보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5대3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준결승전=한국-독일(6월25일·서울) 0대1 석패·결승진출 좌절 우승후보들을 연파하며 4강에 진출, 사상 첫 결승진출의 의지를 불태운 한국은 전반 정확한 패스와 빠른 발놀림으로 ‘전차군단’ 독일과 맞섰으나 후반 30분 발라크에 결승골을 내줘 아쉽게 4강 진출에 만족한 채 3·4위전에 나서게 됐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 4강 월드컵사 최대이변으로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이 이탈리아·스페인을 꺾고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오른 것은 월드컵 사상 가장 위대한 이변으로 남을 전망이다. 첫 대회인 1930년 우루과이대회 이래 72년의 월드컵축구 역사에서 크고 작은 파란이 잇따랐지만, 첫 승과 16강을 목표로 나선 약체팀이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준결승전에 진출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특히 과거 이변이야 강호가 약체에게 한 번쯤 덜미를 잡힌 것에 불과했다. 한국축구의 4강 진출은 따라서 앞으로 다시는 나오기 힘들 것이란 점에서 단순한 이변이 아닌 세계축구사에 길이 남을 한편의 신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이 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2002 한·일월드컵은 역시 파란이 속출한 ‘이변의 대회’로 기억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 프랑스월드컵 때까지 기껏해야 5개 정도였던 이변사례는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대부분이 단발성이어서 매 경기마다 파란을 연출한 한국의 이변 연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한·일대회가 낳은 이변들 중 역시 압권은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파한 한국의 연승 행진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또 세네갈의 개막전 승리와 미국의 포르투갈 격파도 세계를 놀라게 한 이변으로 꼽힌다. 월드컵 처녀출전팀 세네갈은 개막전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1대0으로 꺾으며 프랑스를 조별리그 탈락의 늪으로 몰았고, 미국은 피구가 버틴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3대2로 따돌리며 8강까지 내달았다. 이전 대회에서는 5경기 정도가 이변으로 기억되고 있다. ‘불굴의 사자’ 카메룬이 전 대회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꺾은 90년 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을 비롯, 박두익이 이끈 북한의 8강 제물이 됐던 66년 잉글랜드월드컵 이탈리아전과 미국이 축구종가에 일격을 가한 50년 브라질월드컵 잉글랜드전이 아직도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감동의 드라마들이다. 82년 스페인월드컵에서 알제리가 ‘전차군단’ 독일을 꺾은 조별리그 경기와 벨기에가 아르헨티나를 1대0으로 물리친 개막전도 월드컵 이변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변들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4강까지 진출한 ‘대이변’에 묻혀 태극전사들의 반란은 다음 월드컵때, 아니 그 이후에도 월드컵역사의 중요한 한페이지로 남아있을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히딩크 용병술 독일엔 안먹혀

적절한 시기가 찾아오면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이 독일과의 4강전에서는 역부족이었다. 평균 신장이 4㎝ 이상 차이가 나는 독일을 상대로 고공플레이에서는 도저히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히딩크 감독이 25일 세운 전략은 전반 수비위주의 전술로 상대를 지치게 한 뒤 후반 공격을 통해 승부를 결정짓는 것. 이같은 용병술은 이미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적용된 적이 있지만 이날 선발 라인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주전 공격수들을 뺀 히딩크 감독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날 히딩크 감독은 그동안 선발로 출전했던 설기현과 안정환 등 공격수들을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그동안 조커로만 활용했던 이천수와 차두리를 좌우 측면 공격수로 세웠다. 이처럼 선발라인업에 변화를 준 것은 발이 빠르고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이천수와 차두리를 활용, 상대 수비수들을 지치게 하는 동시에 그동안 많은 경기를 소화해 체력이 달리는 안정환, 설기현을 후반에 투입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의도. 그러나 ‘전차군단’ 독일 선수들의 체력은 히딩크의 예상을 뒤엎고 상대적으로 회복기간이 짧았던 한국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 선수들의 체력 유지는 한국 선수들을 지치게했고 수비라인의 집중력까지 그대로 유지돼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또 후반 8분 안정환을 투입해 승부수를 던지기 시작, 공격진을 대폭보강해 상대를 압박하려 했으나 최진철이 부상, 교체가 불가피해지는 의외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교체 가능한 선수가 둘로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히딩크가 막판에 계획했던 공격적인 전략이라는 승부수에 차질이 생겼고 38분 설기현까지 투입했으나 독일 쪽으로 기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놓지못했다. 결국 높이에서 우위를 보인데다 체력까지 앞선 독일을 상대로한 히딩크의 전략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독일에게 결승행 티켓을 양보해야 하는 아쉬운 상황으로 귀결됐다. /월드컵 특별취재반

한-독 감독 인터뷰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 요코하마에 가지 못해 아쉽다. 독일팀은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후반에 만회하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편으로 굉장히 아쉽지만 선수들이 열심히 해줬고 이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선수들이 독일을 너무 겁냈던 것 같다. 후반에 경기의 주도권을 쥐기는 했는데 미드필드에서의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 골 찬스가 한두번 났으나 살리지 못해 아쉽다.(오늘 경기에져) 실망했지만 삼키고 최대한 체력을 회복해 3위를 달성하겠다. ▲루디 푀일러 독일 감독 우리팀은 전반적으로 좋은 경기를 했다. 수비에서 콤팩트한 조직력을 보였고 공격 역시 조직력이 좋아져 많은 찬스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밀착수비를 했던 것이 승리의 원인이었고 우리팀은 충분히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는 우리팀이 16강에 오르기조차 힘들 것으로 보였지만 본선에서 경기를 치를 수록 목표가 커졌고 결승까지 올랐다. 특히 이전 경기와 오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발라크는 누적된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술적인 차원에서 파울을 했다. 결승전에 못나오게 된 그에게 존경심을 보낸다. 발라크는 독일팀 뿐 아니라 독일 국가를 위해 뛰었다.

’황금신발’ 준결승서 판가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득점왕 경쟁이 본격적인 3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황금 신발(골든슈)’의 향방은 준결승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3파전의 주인공은 5골로 공동 선두에 올라있는 ‘신형 전차’ 미로슬라프 클로세(독일)와 브라질 ‘3R 편대’의 두 축인 호나우두와 히바우두. 이들은 소속팀이 모두 4강에 안착, 준결승과 결승 또는 3·4위전까지 2경기에서 골을 추가할 기회가 남아 이들 중 하나가 득점왕이 될 것이라는 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25일(한국-독일)과 26일(브라질-터키) 열리는 준결승 2경기에서 득점왕의 윤곽이 드러난다. 특히 78년 아르헨티나대회부터 지금까지 득점왕이 6골에서 결정된 것을 감안할때 세 선수 중 준결승에서 골을 추가하는 선수가 득점왕이 될 확률은 더욱 높다. 브라질, 독일이 나란히 이기거나 져서 맞대결할 경우 세 선수의 득점왕 다툼이 막판까지 숨막히게 이어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역시 준결승에서 골을 기록한 선수가 절대 유리하다는 것. 이럴 경우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는 히바우두가 꼽힌다. 히바우두는 현재 5경기 연속 골을 기록하는 등 경쟁자들 중 가장 좋은 골감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부진, 연속골 행진을 4경기에서 마친 호나우두의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조별리그에서 5골을 넣은 클로세가 결승토너먼트에서 아예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점도 히바우두에게는 좋은 징조로 다가오고 있다. 한편 득점왕이 되려면 팀이 결승에 오르는 것보다 준결승에서 패해 3·4위전으로 떨어지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있어 흥미를 끈다. 김이 빠진 3·4위전에 비해 결승전은 심리적 부담이 커 골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 실제로 98프랑스월드컵에서 호나우두는 준결승까지 4골을 기록, 선두였던 다보르 슈케르(크로아티아)를 1골 차로 바짝 쫓아 득점왕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결승에서 무득점에 그친 반면 슈케르는 3·4위전에서 1골을 추가, 6골로 골든슈의 주인이 됐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숫자로 본 8강까지 월드컵

어느 대회고 기록은 남는 법.지금까지 8강전을 치른 2002 한·일월드컵대회에서도 재미있는 숫자기록이 쏟아지고 있다. 4경기만을 남겨두고 60경기를 소화한 이번 월드컵의 각종 기록을 정리해 본다. ▲골=152개(경기당 2.53골) ▲전·후반 골 분포=전반 65, 후반 84, 골든골 3 ▲승부차기=2차례(스페인-아일랜드, 한국-스페인) ▲가장 빠른 골=폴란드의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미국전 전반 3분) ▲최다 골 기록팀=브라질 15골 ▲최소 골 기록팀=중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각 무득점 ▲최다 골 선수=미로슬라브 클로세(독일), 히바우두, 호나우두(이상 브라질) 각 5골 ▲최소 실점=독일 1골 ▲최다 및 최소 슈팅 팀=독일 72차례, 중국 19차례 ▲최다 슈팅 선수=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 19차례 ▲최다 및 최소 유효슈팅 팀=스페인 37회, 튀니지 6회 ▲최다 유효슈팅 선수=호나우두 14회 ▲최다 및 최소 반칙 경기=일본-러시아전 62회, 나이지리아-잉글랜드 19회 ▲최다 반칙팀=한국 104차례 ▲최다 반칙 선수=클레베르 찰라(에콰도르) 17회 ▲최다 피반칙 선수=엘 하지 디우프(세네갈) 22회 ▲퇴장 및 경고(같은 경기 경고누적에 따른 퇴장 제외)=17회, 246회 ▲최다 퇴장 팀=파라과이, 포르투갈, 터키 각 2회 ▲최다 퇴장 및 경고 경기 카메룬-독일전의 레드카드 2장, 옐로카드 12장 ▲최소 퇴장 및 경고 경기=독일-아일랜드, 나이지리아-잉글랜드전 0 ▲최다 퇴장 및 경고 팀=터키 14차례(퇴장 2, 경고 12) ▲최소 카드 팀=나이지리아 2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