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결산 한국 이끌 향토 태극전사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로 월드컵축구 4강에 진입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일월드컵의 성과를 토대로 4년뒤 독일월드컵에서 더욱 선전하기를 국민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 출전을 계기로 4년후 무서운 호랑이로 커나갈 경기·인천지역 출신 차세대 스타들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박지성 2002 한·일월드컵을 통해 한국팀에서 가장 성장한 선수로는 단연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이 꼽힐 것이다. 6월14일 인천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3번째 경기. 지난달 세계최강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에서 각각 득점에 성공하며 ‘강호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박지성은 후반 25분 16강진출을 자축하는 동시에 루이스 피구가 버틴 ‘거함’ 포르투갈을 꺾는 통렬한 결승골을 터트렸다. 이전까지 박지성에게 득점을 기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지만 그는 유럽의 최강팀들을 상대로 멋진 골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세계에 알렸다. 박지성의 성공은 히딩크 감독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뛰어난 지구력과 쉼없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히딩크의 키워드인 ‘압박’과 ‘멀티포지션’을 모두 만족시킨 박지성은 지난해 이영표와 함께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히딩크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그 신뢰를 바탕으로 주전자리를 굳혔던 박지성은 지난해 말 미국과의 평가전과 올초 북중미골드컵에서 한 동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겨 집중적인 테스트를 받기도 했었다. 그런 박지성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골드컵때 아킬레스건을 다쳐 슬럼프에 빠진 박지성은 대표팀의 체제가 정비되던 지난 3월 유럽전지훈련때 졸지에 자기 포지션을 잃은 미아신세가 됐고 당시 치른 세차례 평가전 중 마지막 터키전에서 후반 19분 교체 투입됐던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때 히딩크 감독이 박지성에게 입혀 준 새 옷은 오른쪽 윙 포워드. 수비보다는 공격에 비중을 두는 3-4-3 시스템을 주전형으로 굳힌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이 그동안 중앙 미드필드에서 뛰느라 숨겨뒀던 돌파력과 수비가담 능력을 동시에 살릴 수 있도록 오른쪽 날개 자리에서 기회를 줬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아직 소년의 이미지를 털지 못한 앳된 얼굴이지만 25일 독일과의 준결승을 치른뒤 “조건만 맞으면 유럽 어느 팀에 라도 진출하고 싶다”며 야무진 각오를 밝힌 박지성이 이번 소중한 경험을 자산삼아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호나우두 이름값 브라질 전승행진

삼바 축구’냐, ‘전차 군단’이냐.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결승 구도는 브라질과 독일의 남미-유럽 대륙간 자존심싸움으로 압축됐다. 두 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만나기는 72년 월드컵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브라질은 26일 사이타마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에서 후반 초반 호나우두가 터뜨린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 유럽의 신흥 강호 터키를 1대0으로 꺾었다. 이로써 브라질은 94미국월드컵(우승), 98프랑스월드컵(준우승)에 이어 3회 연속 결승에 진출, 오는 30일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독일과 패권을 다툰다. 결승골을 넣은 호나우두는 6골째를 기록, 득점레이스 단독선두에 오르면서 ‘마의 6골벽’ 돌파 가능성을 높였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 탓에 브라질에 졌다며 설욕을 잔뜩 별렀던 터키는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과 3∼4위 결정전을 치르게 됐다. 전반 초반 터키의 거센 압박에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가던 브라질은 21분 호나우두의 패스를 받은 카푸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오른발 슛을 계기로 주도권을 잡았고 이후 승부의 무게추는 내내 브라질쪽에 치우쳤다. 브라질은 전반 34분과 37분 히바우두가 잇따라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 슛으로 터키 골문을 두드렸다. 브라질은 주도권을 잡고도 득점에는 실패, 전반을 득점없이 비겼지만 후반 4분 에드미우손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미드필드 왼쪽에서 잡아 수비 3명 사이를 파고 들면서 오른발 슛을 날렸고 공은 터키 골키퍼 레슈틔 레치베르의 손끝을 스친 뒤 골문으로 들어갔다. 실점 이후 세네갈과 8강전 골든골 주인공 일한 만시즈를 투입하며 만회를 노린 터키는 후반 36분 하산 샤슈가 올린 프리킥을 하칸 슈퀴르가 골문 앞에서 수비를 등지고 터닝 발리 슛한 공이 골키퍼에게 막혀 아쉬움을 자아냈다. 다리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장, 결승골을 넣은 호나우두는 후반 23분 루이장에게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물러났다. 한편 이번 월드컵은 27,28일 이틀간 휴식을 가진뒤 29일 3∼4위전을, 30일 결승전을 갖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달구벌서 마지막 승리 찬가를’

한번 제동은 걸렸지만 ‘폭주기관차’는 멈추지 않는다.4강 신화로 4천700만 국민에게 벅찬 감동을 안기고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태극전사들이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3∼4위전을 치른다. ‘전차 군단’ 독일의 장벽에 막혀 현해탄을 건널 수 없게 됐고 6경기를 치르며 매 경기 젖먹던 힘까지 쏟은 통에 몸은 녹초가 됐지만 한번 더 승리의 찬가를 부르겠다는 기세만은 하늘을 찌르고 남는다. 또다시 유럽의 ‘다크호스’인 터키와 맞서게 된 한국은 준결승전까지 유럽의 거한들과 맞서느라 성한 곳이 없는 태극전사들은 국민의 열렬한 성원을 자양분으로 삼고 힘을 토해내 ‘코리아의 저력’을 또 다시 지구촌에 과시한다는 각오다. 조국 네달란드를 98프랑스월드컵에서 4위에 올린 것이 자신의 월드컵 최고성적인 ‘국민 영웅’ 히딩크 감독도 이력서를 고치기 위해 특유의 승부사적 용병술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국의 상대 터키는 한국보다 하루 늦게 경기하는데다 일본에서 대구로 이동해야 해 체력적으로는 한국이 이전에 경기했던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히딩크 감독은 그러나 태극전사 역시 심신이 지쳤다는 점에 주목, 아직까지 그라운드에 서지 않은 최태욱, 최성용, 윤정환, 현영민 등 힘이 남아도는 선수들을 효과적으로 투입, 체력전을 전개할 것으로 관측된다. 히딩크 감독의 신호만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이들도 투입만 되면 일을 내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터줏대감’ 황선홍도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이와 함께 월드스타로 부상한 안정환과 어느 스타플레이어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활약으로 빅리그 진출 전망이 밝아진 박지성, 이영표, 송종국, 유상철 등도 자신들의 가치를 더욱 높일 계획이다. 대표팀은 26일 하루 가족들과 재회하는 등 충분한 휴식으로 지친 몸을 추스리고 27일 경주로 이동, 3∼4위전에 대비한다. 4강 신화로 온 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태극전사들의 진군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태극전사들 한마디/졌지만 3.4위전 최선 다하겠다

▲김태영(DF)=책임감을 가지고 나섰지만 패스미스로 결승골을 내준 빌미를 제공해 미안하다. 휴식기간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최진철이 발목 부상으로 나가고 이민성이 들어왔지만 이민성도 준비된 수비수였기에 조직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3,4위전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박지성(MF)=4강에 진출한데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오늘 경기에 져서 기분은 좋지 않다. 체력면에서는 조별리그 때보다 못했고 집중력이 떨어졌다. 오늘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지만 플레이에 대해 불만은 없다. 계약 조건만 맞는다면 유럽의 어느팀에서라도 뛰고 싶다. ▲유상철(MF)= (독일과) 파워면에서는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신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실점 순간 발라크를 놓친 것이 아쉽다. 홍명보가 클리어링할 줄알고 마음을 놓았는데 홍명보의 발 각도가 바뀌는 것을 보고 ‘아차’했다. 3,4위전이 남았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 ▲홍명보(DF)=미련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하지만 결과는 아쉽고 이번 대회들어 치른 경기중 가장 힘들었다. 심판 판정에는 불만이 없으며 우리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자신감을 갖게 돼 좋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국내 프로축구리그도 활성화 돼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기 바란다. ▲황선홍(FW)=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밟게됐지만 요코하마로 가지 못하게 돼 아쉽다. 회복기간이 짧아 체력이 떨어졌다. 독일은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독일은 경기 운영도 좋았고 신장이 좋아 힘든 경기를 펼쳤다. 수비 역시 독일은 견고했다. 한국축구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3,4위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젊은 선수인 차두리, 이천수 등의 기량이 늘어 한국축구의 미래는 밝다. 그동안 성원해 준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운재(GK)=독일의 슛을 막기 위해 노력했고 더 잘할수도 있었는데 아쉽다. 오늘 경기에 져 야신상에 대한 미련도 없다. 우리를 이긴 독일이 우승하기 바란다.

붉은 함성은 계속된다

붉은 함성은 그칠 줄을 몰랐다.붉은 전사들의 진군은 정상의 문턱에서 아쉽게 멈춰섰지만 이미 세계를 집어 삼켜버린 붉은 물결의 소용돌이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상암벌을 뒤덮은 6만5천여명의 붉은 악마들과 그라운드에 선 태극전사들의 거친숨결은 사이드라인과 스탠드 사이 11m의 거리를 뛰어넘어 한몸으로 융화됐고 영원토록 바래지 않을 찬연한 진홍빛을 발했다. 세계를 놀라게 한 90여분의 사투를 마무리짓고 고단한 걸음을 멈춰선 전사들에게 붉은 물결의 아낌없는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전차군단 독일의 승리가 확인됐지만 ‘대∼한민국’의 포효는 한동안 울려퍼지고 또 울려퍼졌다. 붉은 악마들은 내동 발을 굴렀고 ‘코리아’ 두건을 돌리며 ‘오∼ 필승 코리아’를외쳐댔다. 이윽고 흘러나온 ‘아리랑’ 합창은 스탠드로 다가선 지친 전사들의 숨을 골라주는 정겨운 가락이었다.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광주를 거쳐 한반도 전역에서 4천800만의 기와 성원을 몰아온 거대한 물결과 함성은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은빛 방패연 지붕을 배경삼아 지금껏 이뤄낸 ‘신화의 포효’를 한껏 뿜어냈다. 4강 신화를 창조하고 내쳐 달려온 김에 요코하마 스탠드의 빛나는 피파컵에 입맞춤하러 달려가려던 그들의 꿈은 안타깝게 접혔지만 몸을 내던진 전사들의 투혼은 승리보다 더 눈부시게 빛났다. 붉은 빛의 관중들은 경기 내내 발을 동동 굴렀다. 전반 20분, 44분 이영표와 최진철이 전차군단의 거한들과 겨루다 넘어져 그라운드를 나뒹굴때 관중들도 똑같은 아픔을 나눴다. 이천수, 차두리가 좌우측을 돌파할 때 그들의 발은 그라운드를 따라 뛰고 있었고 독일 공격수들의 날카로운 슈팅이 이운재의 가슴으로 사정없이 날아들 땐 관중들에게도 섬짓한 가슴졸임의 순간이 함께 했다. 전사들이 스탠드를 향해 걸어나올 때 붉은 꽃잎들은 한장 한장 포개지며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았고 속으로 눈물을 토해냈다. 패배가 안타까워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찬란했던 투혼이 눈부셨기 때문이었다.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의 침몰을 낳았던 2002 한·일월드컵 개막 대이변의 바로 그현장에서 코리아의 기적은 이렇게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48년 전부터 이어져온 다섯 번의 도전에서 단 1승도 건지지 못했던 한국축구가 이제 세계 정상의 자리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강자로 우뚝섰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의 이목을 끌어안아 세상을 뒤덮어 버린 붉은 응원의 물결은 한국 축구의 기적같은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내기까지 지나온 역경의 순간들과 함께 한 땀방울 그 자체였다. 그들 모두 다음 번 정상의 자리를 약속할 자격이 충분할 만큼, 아니 넘치도록 고투하고 또 고투했다. 이제 달구벌에서 정상보다 더 값진 3위를 향해 붉은 물결과 태극전사들은 한번 더 용솟음칠 것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오늘의 월드컵/브라질-터키(사이타마)

월드컵 통산 5회 우승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온 브라질이 26일 사이타마에서 48년만의 복귀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터키와 월드컵 결승 티켓을 놓고 재대결한다. C조 개막전에서 터키에 찜찜한 역전승을 거뒀던 브라질은 이번에 ‘삼바축구’의 본때를 보여 판정시비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입장이고, 터키는 두번 질 수 없다는 단호한 자세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영원한 우승후보와 다크호스간의 대결은 지난 경기의 재판 양상을 띨 공산이 크다. 브라질이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대명제 아래 파상적인 공격축구를 구사하는데 반해 터키는 수비축구로 버티면서 기습을 노리는 속공 전술로 나설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조별리그에서 거둔 2대1 스코어에 주목하며 공격력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브라질 승리쪽에 더 무게를 싣고있다. ‘3R 삼각편대’의 한 축인 호나우디뉴가 8강전 레드카드로 빠졌지만 5경기 연속골을 몰아친 히바우두의 골감각이 절정에 올라 있고 허벅지 통증으로 결장이 우려됐던 호나우두가 전열에 복귀해 전력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 호나우두가 빠지더라도 그를 대신할 루이장, 호나우디뉴의 ‘대타’ 에디우손이 엮어낼 콤비플레이가 오히려 더 빛을 낼 수도 있다. 주전급 후보가 즐비한 브라질의 또다른 강점은 주니오르-에드미우손-루시우로 짜인 스리백 수비라인이 날이 갈수록 탄력을 받으며 견고해졌다는 것. 좌·우 윙백 카를로스와 카푸의 공수 전환과 수비형 미드필더 실바의 템포 조절이 서로 호흡을 이룬 결과다. 세네갈의 돌풍을 잠재우고 결승 문턱에 오른 터키는 남다른 투혼과 체력을 앞세워 ‘골리앗’을 한방에 무너트릴 기세다. 터키의 자신감은 무엇보다 탄탄한 수비 조직력에 있다. 기본적으로 스리백을 쓰면서 개인기가 좋은 팀에는 포백으로 나서는 터키 수비진은 골키퍼 뤼슈티 레치베르의 신들린 선방에 힘입어 중국과의 조리그 3차전 이후 3경기를 연속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철벽 방어망을 구축했다. 터키는 이를 바탕으로 브라질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면서 빈 틈이 생기는 때를 놓치지 않고 상대의 치명적 약점인 측면 돌파를 통해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원톱 하칸 슈퀴르가 결정적인 찬스마다 헛발질을 거듭하는 등 최악의 슬럼프에 빠져있지만, ‘조커’ 일한 만시즈가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 골든골을 터트리며 일약 슈퀴르의 대안으로 떠올라 희망을 부풀리고 있다. 만시즈의 골결정력이 오른쪽 날개 위미트 다발라의 측면 돌파와 어우러진다면 힘의 균형은 터키 쪽으로 기울 수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뚝심이냐 유연함이냐’ 결승행 지략 대결

“뚝심이냐, 유연함이냐.” 오는 26일 결승 티켓을 두고 맞붙는 브라질과 터키의 대결은 양팀 사령탑의 서로 다른 스타일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라질의 루이즈 펠리페 스콜라리(53) 브라질 감독이 한번 마음먹은 일은 주변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다면 셰놀 귀네슈(50) 터키 감독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스타일. 스콜라리 감독은 호마리우를 최종 엔트리에 넣으라는 여론의 압력을 “선수 선발은 감독이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이번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비형 미드필더를 늘려 수비를 보강하라는 조언에도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신념으로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귀네슈 감독은 스웨덴과의 지역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역전패해 본선 직행이 좌절되자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지만 이에 변명하는 대신 플레이오프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며 유연하게 넘겼고 결국 본선행을 이끌어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또한 극히 부진한 스트라이커 하칸 슈퀴르의 기용 문제에 대해서도 그가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국민적 영웅인 것을 감안하면 재신임을 천명할 만도 하건만 “당일 컨디션에 따라 출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힐만큼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모습이다. 두 감독의 성격은 이처럼 다르지만 엄청난 부담을 안은 이번 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른 점은 비슷하다. 사상 최초의 예선 탈락 위기에서 감독직을 떠맡은 스콜라리 감독은 팀을 본선행은 물론이고 대회 전 내세웠던 4강 이상이라는 목표도 이미 달성했다. 물론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인만큼 우승이 아니면 성에 차지 않겠지만 그를 못미더워하던 국민들의 시선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유로 2000에서 8강에 올라 어느 때보다 월드컵 본선행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사가 높은 가운데 지휘봉을 잡은 귀네슈 감독도 이미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각기 다른 성격이지만 어려움을 뚫고 이 자리에 나란히 선 두 감독 가운데 누가 최고의 무대에 입성할 수 있을지 26일 사이타마경기장으로 시선이 모아진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터키 3인방 ’삼바축제 끝낸다’

전문가들은 26일 열리는 브라질-터키 준결승전의 승자가 브라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지만 내심 두려움에 떠는 쪽은 터키가 아니라 브라질이다. 터키는 조별리그에서 석연치않은 판정으로 다 이긴 게임을 놓쳤다며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 반면 브라질은 샛별 호나우디뉴가 경고누적으로 빠지는데다 호나우두마저 부상으로 출장여부가 불투명해 ‘3R’이 붕괴됐다. 여기에 브라질을 더욱 부담스럽게 하는 것은 터키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4강까지 오르면서 매경기마다 새로운 해결사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 당초 터키의 스트라이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하칸 슈퀴르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경기를 거듭하면서 하산 샤슈, 위미트 다발라, 일한 만시즈 등이 스타로 떠올랐다. 이들은 기량과 스피드를 갖춘데다 몸싸움에 강하고 골결정력이 있어 브라질 수비진이 누구를 막아야 할 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브라질전에서 가장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는 다발라. 오른쪽 날개인 다발라는 16강전 일본전에서 헤딩 결승골을 넣은데 이어 세네갈과의 8강전에서는 연장 전반 4분 절묘한 어시스트로 만시즈의 골든골을 유도했다. 중국과의 조리그에서는 후반 40분 하칸 샤슈의 도움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3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다발라의 무서움은 전·후반 스피드에 차이가 없으며 후반으로 갈수록 무서운 돌파력으로 측면을 공략한다는 점. 다발라와 함께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적 영웅으로 떠오른 최전방 공격수 샤슈도 브라질로서는 경계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무서운 스트라이커. 샤슈는 16강전과 8강전에서는 상대의 밀집 마크에 눌려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못했으나 조별리그 브라질전에서 전반 47분 선제골을 터뜨린데 이어 16강진출 여부가 걸린 중국과의 3차전에서는 1골2도움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브라질과의 준결승전에서 이빠진 스트라이커인 슈퀴르를 대신해 샤슈와 함께 투톱으로 나설 만시즈도 간단한 공격수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주로 ‘조커’로 후반 교체 투입됐지만 8강전에서 골든골 한방으로 일약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해 브라질전 선발 출장이 유력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