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2로 지더라도 무승부를 만들겠다고 생각해 5명의 공격수를 투입하는 모험을 했다” 18일 열린 이탈리아전에서 역전승, 한국의 8강진출을 견인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사활을 건 모험의 순간을 회고했다.. 다음은 히딩크 감독과의 일문일답 -팀을 8강에 올린 소감은 ▲우리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웠고 우리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페널티킥을 실축해 전반에 어려웠지만 이제 모두 라커룸에서 기뻐하고 있다. 한국 국민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어 기쁘다. -경기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는 ▲예상대로 어려운 경기였다. 전반에는 선수들이 좀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후반에 수비와 미드필드의 간격을 좁히는 한편 좀더 공격적인 전형으로 나서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 무엇보다 전반 안정환이 페널티킥 실축을 한 이후 선수들이 놀라울 만큼 빨리 전열을 정비했다. -후반 승부수를 던졌는데 ▲0대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골을 더 먹는 한이 있더라도 동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공격수를 5명 두는 모험을 했다. 이탈리아같은 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 준 뒤 승부를 뒤집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앞으로의 목표는 ▲스페인과 8강전을 치르지만 오늘은 와인 한잔과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싶다. 스페인이 우리보다 이틀을 더 쉬고 경기한다는게 확실히 유리하겠지만 스페인은 내 가슴속에 있다. 이제 우리는 특별한 목표를 세운다기 보다 겸손하고 영리한 자세로 한 경기 한 경기를 대비하겠다.
‘북한의 신화가 재현됐다.’자랑스런 대한의 아들들이 36년전 북한의 ‘개마고원 전사들’이 잉글랜드 미들스브로에서 일군 기적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태극전사들은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영원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오르는 감동을 연출했다. 북한이 66 잉글랜드월드컵에서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에 오른 것과 너무나 똑같은 상황이 한밭벌에서 일어난 것이다. 북한은 당시 우승 2회의 전통을 자랑하던 이탈리아를 조별리그 탈락의 수렁에 빠트리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 세계를 경악시켰다. 개마고원에서 체력훈련을 하며 몸을 무쇠로 만들었다는 북한은 뛰고 또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이탈리아를 몰아붙이다 전반 42분 ‘영웅’ 박두익이 그림같은 결승골을 작렬, 금자탑을 세웠던 것. 한국도 파워프로그램을 통해 기른 체력과 스피드가 8강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등 당시 북한과 유사한 점이 많지만 굳이 따지지면 순도에서는 한국이 다소 앞선다. 남북한 모두 같은 상대를 밟고 신화를 창조했지만 66년 대회에는 16팀만 출전, 북한은 조별리그(1승1무1패)만 치르고 곧바로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또 상대 선수들의 면면과 전력도 지금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우승을 두번이나 일궜다고는 하지만 34년 자국대회와 38년 프랑스대회로 소싯적일이고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도 없었던 데다 ‘빗장수비’의 위력도 세지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는 한때 세계 최고 몸값(99년 5천만달러)을 자랑하던 크리스티안 비에리(인터 밀란) 등 이름만 들어도 주눅이 드는 최정상급의 선수들로 구성됐기 때문에 한국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이다. 어쨌든 남북한은 36년의 간격을 두고 한민족의 저력을 전 선계에 선보인 가운데 이탈리아는 남이든 북이든 ‘코리아’란 단어에 치를 떨게 됐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폴란드 축구대표팀 골키퍼 예지 두덱이 16강탈락으로 귀국해서도 한국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소감문을 개인 홈페이지에 게시, 눈길을 끌었다. 두덱은 17일 ‘아이콘스닷컴(www.icons.com)’의 개인 홈페이지에 장문의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참가기를 게시했는데 한국민의 친절함과 한국 대표팀의 철저한 대회 준비과정 등을 소개했다. 두덱은 “귀국하기 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한국민은 매우 아름다운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한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덱은 또 “언젠가 휴가를 내 가족과 함께 꼭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며 “내가 한국 땅을 밟기 전까지 ‘그들은 대회를 치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고 매우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덱은 폴란드 대표팀의 16강 탈락 원인을 분석하면서도 한국 대표팀과 비교하며 따졌다. 두덱은 “본선 출전이 확정된 뒤 강팀들과 평가전을 치렀다면 많은 이득을 봤을텐데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며 “한국팀은 매우 강한 팀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많은것을 체득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터키가 18일 오후 3시30분 미야기월드컵경기장에서 8강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유럽세인 터키가 다소 우위에 있지만 경기가 일본의 안방에서 열리고 더위와 부상, 결장 등 갖가지 변수가 속출해 오로지 예측불허의 접전만을 점칠 수 있을 따름이다. 일본은 러시아와 튀니지를 연파하면서 목표를 4강으로 상향 조정할 정도로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12번째 선수’ 울트라 닛폰의 응원도 일본의 보이지 않는 힘. ‘투르크의 전사들’ 터키의 저력도 일본의 상승세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한 팀으로서 유일하게 16강을 밟은 터키는 이미 2년전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공동 개최한 유럽선수권 조별리그에서 원조 ‘붉은 악마’의 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벨기에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둘 만큼 배짱이 두둑하다. 터키가 믿는 구석은 파괴력 넘치는 공격진과 상대와 대조적인 경기 스타일에도 있다. 3-5-2 스리백 시스템을 즐겨 쓰는 터키의 플레이 스타일은 유독 일본에 강한 한국과 여러모로 흡사하다. 스트라이커에게 수비를 끌고 다니거나 속여서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활용해 득점하는 방식. 반면 일본은 짧고 정확한 잔패스로 공간을 차츰차츰 파먹은 뒤 마지막 ‘킬 패스’에 이은 스트라이커의 결정력으로 득점하는 ‘땅따먹기’ 스타일이다. 간판 골잡이 하칸 슈퀴르가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는 사이 공격형 미드필더 일디라이 바슈튀르크나 투톱 하산 샤슈에게 공간이 생길 공산이 커 당일 골감각만 좋다면 힘의 균형이 쉽게 깨질 수도 있다. 터키로서는 특히 브라질과 중국전에서 잇따라 선제골을 터트린 하산의 물오른 골결정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대비해 일본 트루시에 감독은 상대의 빠른 공격 리듬을 끊는 게 관건이라고 판단, 전반 시작부터 허리에서 강력한 압박을 펼쳐 경기 주도권을 잡는 데 운명을 걸었다. 플랫스리(flat3)로 불리는 최종 수비라인에서 허점이 생기지 않도록 수비형 미드필더 도다 가즈유키와 이나모토 준이치는 물론 플레이메이커 나카타 히데토시에게도 중원 장악을 위한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지시했다. 두 팀 모두 내친 김에 결승까지 넘보는 이 경기는 결국 두터운 허리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명암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축구선수에게 있어 월드컵은 두 말할 나위없는 최고의 무대다.따라서 월드컵은 아직 명성을 얻지 못한 이들에게는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겠지만 동시에 이미 스타플레이어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선수들에게는 이보다 적당한 은퇴 무대도 없을 것이다. 16강전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도 대표팀 유니폼을 벗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먼저 세계의 축구팬들은 프랑스 대표팀의 천재 미드필더 지네딘 지단(30)을 다시는 월드컵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98년대회에서 프랑스를 우승까지 이끌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결승 토너먼트 진출에도 실패한 지단은 “이번 대회가 마지막 월드컵이었다”며 2006년 독일월드컵에는 출전하지 않을 계획임을 내비쳤다. 지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자리를 놓고 경합해 온 포르투갈의 루이스 피구(29)도 라이벌의 뒤를 따를 참이다. 미국과 한국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며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든 피구는 대회 개막 이전에 “나는 은퇴가 두렵지 않으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축구를 떠날 것”이라고 말해 이번이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임을 암시했었다. 아르헨티나의 골게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33)도 아쉬움으로 대표팀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경우. 월드컵 통산 10골을 넣은 바티스투타는 스웨덴과의 조별리그 최종전 무승부로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된 뒤 “다른 형식으로 (은퇴)하고 싶었지만,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말했다. 또한 스웨덴의 공격수 헨리크 라르손(31)도 전날 열린 16강전에서 세네갈에 석패한 뒤 “다음 월드컵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너무 길다”며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파라과이의 괴짜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37)도 축구장을 떠나 정계에 입문할 예정이다. 물론 이들 외에도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서른줄에 접어든 수많은 스타들의 모습을 4년 뒤 독일에서는 볼 수 없을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공격이 최선의 방어’이번 월드컵에서는 선취골을 넣고 굳히기에 나서거나 비기기 작전을 벌이다 아예 ’지옥’으로 추락하거나 ‘용궁’을 갔다온 팀들이 많아 큰 승부에서는 수비위주의 ‘지키기 축구’가 설 땅이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스페인이 바로 지난 16일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선취골을 넣고 굳히기에 들어갔다가 ‘용궁’을 경험한 대표적 케이스. 스페인은 1대0으로 리드한 상황이 지속되자 후반 중반께 공격 투톱인 라울과 모리엔테스를 모두 빼고 미드필더진을 후퇴 포진하는 등 수비위주로 진용을 재구축하고 지키기에 돌입했다가 로비 킨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 승부차기에서 간신히 8강행 티켓을 확보했다. 독일도 조별리그 2차전에서 아일랜드를 상대로 굳히기 축구를 하다 단단히 혼쭐이 났다. 독일은 전반 19분 클로세의 헤딩골로 선제골을 잡은 뒤 후반 들어서도 리드가 계속되자 투톱인 클로세와 양커를 빼고 수비에 치중했으나 로비 킨에게 인저리타임 동점골을 허용, 16강 확정을 카메룬과의 최종전으로 미뤄야 했다. 이탈리아 역시 지키기 축구를 하다 자칫 나락으로 추락할 뻔 했다. 크로아티아와의 2차전에서 이탈리아는 후반 10분 비에리가 선제골을 넣어 앞서 나가면서 미드필드진을 공격형에서 수비위주로 포진하는 등 빗장수비를 강화했으나 파상공세를 차단하지 못하고 연속골을 허용하며 1대2로 무너졌다. 개막전에서 전대회 챔피언인 프랑스를 격침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뒤 16강전에서 스웨덴까지 눕히며 8강에 오른 세네갈도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굳히기 작전을 폈다가 호된 고생을 했다. 세네갈은 앙리 카마라가 2골을 뽑는 등 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3대0으로 앞서 손쉬운 승리를 낚는가 했으나 후반 들어 긴장감이 풀어지고 수비에 치중하다 연속 3골을 허용, 간신히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FIFA 랭킹 5위 포르투갈도 비기기 작전의 희생물이었다. 포르투갈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가 미국을 이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후반 수비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다 박지성에게 뼈아프게 실점, 귀국 보따리를 꾸려야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하필이면 왜 ‘붉은 악마’냐고 한다. 두 단어가 모두 거슬린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찌하여 ‘악마’가 될 수 있느냐는 일부의 이의가 있었지만 반의어법이다. “좋아 죽겠다”는 어법과 같다. 우리의 말엔 이처럼 전래의 반의어법이 적잖다. ‘악마’는 ‘천사’의 반의어로 무기력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패기의 화신인 것이다. ‘붉은’단어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공산주의자를 가리켜 ‘빨갱이’라고 한데서 연유한다. 북측 혁명가에 ‘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하는 가사 대목이 있다. ‘3대혁명 붉은 기’라는 등 ‘붉은 기’를 선동적 구호로 사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빨간 색깔로 한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대회부터다. 이에 앞서 4강 신화를 이룩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주니어 대표팀이 빨간 유니폼을 입고 명성을 떨쳤다. 박종환감독이 이끌고 김종부 신현호 김판근 선수등이 뛰었다. ‘붉은 악마’라는 닉네임은 당시 대이변을 창출한 우리의 청소년 대표팀을 일컬어 외신이 충격적 표현으로 세계에 전파하면서 썼던 말이다. ‘붉은 악마’는 그 이후 우리의 반의어로 보편화되면서 붉은 유니폼이 대표팀의 상표로 자리 잡았다. 흰색이나 파란색의 보조 유니폼이 있지만 붉은 색깔이 대표적 유니폼이 됐다. 범국민적 응원단 ‘붉은 악마’의 유니폼 또한 이래서 붉은색이다. 한·일 월드컵이 무르익으면서 길거리 응원단들까지 붉은 셔츠바람이 크게 일고 있다. 지난 포르투갈과의 경기 땐 인천 시내에 붉은 셔츠가 동이나 없어서 못 팔았다. 붉은 천마저 귀해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교민사회에서도 붉은 셔츠바람이 유행인 모양이다. 그라운드의 선수들, 스탠드의 ‘붉은 악마’길거리 응원단들이 모두 붉은 색 일색이다. 지금이라고 우리 주변에 이념색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게 두려운 단계는 지났다. 붉은색을 빨갱이 선입견으로 갖는 유치한 감정은 이제 아니다. 붉은 색은 정열이다. 우리 모두가 ‘붉은 악마’가 돼 오늘 밤 대전 한밭 벌판서 갖는 8강전에서 이탈리아 벽을 허물어내자. 월드컵 4강신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임양은<논설위원>
일본에서 월드컵 열기와 함께 잉글랜드의 주장인 미남스타 데이비드 베컴(27)의 인기가 광풍(狂風)이라고 할 정도로 치솟고 있다. 베컴은 귀공자 타입의 빼어난 외모 덕분에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뿐아니라 젊은 남성들로부터는 닭벼슬 모양의 독특한 헤어스타일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이에따라 일본 광고업계에서는 벌써부터 CM 출연시의 계약금이 얼마가 될 것인지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을 정도로 2002 한일월드컵이 가져다준 ‘슈퍼 상품’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마케팅사인 ‘옥타곤 재팬’의 한 간부는 “베컴의 상품가치가 광고업계에서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하루동안 광고를 찍고 1년간 모든 매체에 광고하는 조건으로계약할 경우 150만달러(약 20억원) 이상은 줘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수문장 브래드 프리덜(블랙번)이 8강 진출의 주역으로 등장하며 최우수골키퍼에 주는 ‘야신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0일 한국과의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이을용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어려운 승부를 1대1 무승부로 마감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프리덜이 멕시코와의 16강전에서도 승리를 앞장서 이끌었다. 이날 프리덜은 193㎝의 장신을 활용한 적극적인 수비 뿐 아니라 놀라운 반사신경을 과시하며 이탈리아를 혼쭐 낸 멕시코의 공격을 철벽같이 막아냈다. 특히 멕시코 공격의 핵심인 쿠아우테모크 블랑코가 경기 시작 3분만에 날린 위협적인 슈팅을 막은 것은 밀리던 경기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블랑코는 이후에도 26분, 36분 등 몇차례 골문 안으로 슈팅을 시도했으나 프리덜의 선방에 막혔고 결국 미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눈부신 선방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프리덜이지만 본선 첫 경기까지도 선발 출장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처지였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는 주전 골키퍼였지만 94년 미국월드컵 때는 토니 메올라에 밀려 벤치를 지켰고,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주전 자리를 케이시 켈러에 내줘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켈러와 나란히 엔트리에 포함된 프리덜은 지난달말까지 평가전에서 켈러와 전·후반을 나눠 뛰는 등 확실한 낙점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프리덜에 점수를 더 준 브루스 어리나 감독의 선택은 미국이 52년만에 8강에 오르는 보상으로 나타났다.
브라질이 벨기에를 가볍게 제압하고 준준결승에 안착했다.지난 대회 준우승팀 브라질은 17일 고베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4경기 연속 나란히 득점레이스를 펼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연속골로 벨기에를 2대0으로 완파했다. 브라질은 오는 21일 시즈오카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우승후보 잉글랜드와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준준결승에서 격돌하게 돼 사실상 ‘결승전’으로 불리게 됐다.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호나우두는 5골을 기록,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세와 득점경쟁 공동 선두에 올라섰고 히바우두도 4골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경기시작 1분만에 벨기에 음보 음펜자에게 기습 중거리 슛을 허용한 브라질은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곧바로 주도권을 장악했다. 브라질은 전반 6분 호나우디뉴가 아크 정면에서 왼발 터닝 슛을 날렸으나 골대를 벗어났고 19분에는 호나우두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갔다. 벨기에는 36분 빌모츠의 헤딩 슛이 그물을 갈라 환호했지만 주심이 점프 순간 빌모츠의 반칙을 지적, 아쉽게 귀중한 골을 날렸다. 전반을 득점없이 끝낸 브라질은 후반 22분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가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후반 들어 거세게 압박해 온 벨기에를 따돌렸다.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공을 잡은 호나우디뉴가 아크 부근의 히바우두를 발견하고 살짝 띄워주자 이를 히바우두가 가슴으로 받고 왼발로 다시 한 번 트래핑한 다음 그대로 왼발로 터닝슛해 그물을 흔들었다. 이후 브라질은 대공세를 편 벨기에 수비에 틈이 생기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선제골 20분 뒤인 후반 42분. 클레베르손이 오른쪽 측면을 파고 들다 자로 잰듯 정확한 센터링을 날렸고 이를 반대편에서 쇄도한 호나우두가 왼발 슛, 쐐기골을 작렬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