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한국대표팀 감독의 눈은 이미 8강전을 바라보고 있다. 대표팀이 오는 18일 이탈리아와의 한·일월드컵 16강전을 치를 대전으로 이동한 16일 오전 스파피아호텔에는 수백명의 팬들이 마중을 나왔지만 끝내 히딩크 감독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선수단을 이탈한 것은 이날 오후 8시30분 수원에서 열리는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16강전을 관전하기 위한 것. 결전을 이틀 앞둔 감독이 별 생각 없이 남의 경기를 볼리는 만무한 일. 한국이 스페인-아일랜드전 승자와 8강전을 치르게 되는 만큼 히딩크 감독은 16강전을 넘어서 8강전까지도 마음에 두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껏 대표팀의 훈련관행을 보면 경기 전날에는 가벼운 경기장 적응훈련을 실시하고 경기 이틀전에는 상대팀을 대비해 심도있는 전술훈련을 해왔으며 이는 이번월드컵 조별리그 때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만큼 히딩크 감독이 경기를 이틀 앞둔 이날 팀훈련 지휘를 코치들에게 맡긴 채 8강전 상대를 탐색하러 간 것은 예사롭지 않다. 이같은 기행(?)은 우선 대표팀의 전술적 틀이 잡혀 있고 선수 개개인도 임무를 숙지하고 있는 만큼 굳이 자신이 직접 지도하지 않더라도 코치들을 통해 충분히 훈련을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몇 수 앞을 대비하는 히딩크 감독의 시야와 욕심. 전날 인터뷰에서 “하나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며 승리에 대한 끝없는 야망을 밝혔던 히딩크 감독은 결국 16강전을 뛰어넘을 수 있고 따라서 8강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임을 확인시킨 셈이다. 히딩크 감독은 본선을 앞두고 경주에서 마무리훈련을 할 때 이탈리아와의 16강대결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한 외신기자가 묻자 “네덜란드 감독이던 98년 프랑스대회때도 대회 최종일까지의 계획을 세워 뒀으며 그것은 한국팀을 맡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해 놀라게 한 적이 있었다. 지면 탈락하는 16강 토너먼트 첫 고비를 앞두고 일찌감치 다음 경기의 상대를 파악하러 나선 히딩크 감독. 그가 다음 경기 상대들의 몸놀림을 지켜보면서 이탈리아 필승작전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이탈리아와의 월드컵 본선 16강을 앞두고 대전에 입성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비밀리에 훈련할 장소를 찾느라 고심했다. 한국 대표팀은 인천문학축구경기장내 보조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한뒤 16일 낮 12시 대전에 도착할 때까지 훈련장소를 결정하지 못했다. 대전에는 한밭대학교 운동장과 대전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 삼성화재연수원 운동장, SK그룹연구소 운동장, 한국수자원공사 운동장 등 여러 곳에 훈련장소가 마련돼 있지만 비공개 훈련을 계획한 한국팀으로서는 마땅한 장소를 선뜻 구하지 못한것. 당초 한국팀은 삼성화재연수원을 생각했지만 16일 오전까지 폴란드팀이 머물고 있었고 한밭대학교는 훈련 모습이 외부인에게 그대로 노출돼 비공개 훈련 장소로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이 스페인과 아일랜드의 16강전을 관전하러 수원월드컵구장에 가는 바람에 선수들의 훈련을 책임지게 된 박항서 코치는 대전월드컵경기장까지 직접방문, 경기장 사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결국 이날 훈련장으로 낙점된 곳은 대표팀 숙소인 스파피아호텔에서 자동차로 15분거리인 SK그룹연구소 운동장. 이 곳은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입구만 통제하면 운동장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를 정도로 비공개 훈련을 하기에는 최적이라는 점수를 받았다. 한국팀은 지난 해 9월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SK그룹연구소 운동장에서 훈련한 뒤 2대2의 성적을 올렸었다.
오는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한국과 이탈리아간 16강전 주심으로 바이런 모레노(에콰도르) 국제심판이 나선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16일 확정, 발표한 16강전 후반부 4경기 심판진 배정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탈리아전 주심은 모레노씨가 맡고 부심은 호르게 라탈리노(아르헨티나), 페렝 체켈리(헝가리) 국제심판이 맡는다. 97년 6월 국제심판으로 데뷔한 모레노 주심은 주로 중남미지역에서 국제경기 경험을 쌓아왔으며 지난 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도 참가, 결승에서는 대기심을 맡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일본 미야기에서 열리는 일본-터키전 주심으로는 독특한 외모에 ‘명심판’으로 정평이 난 피에르루기 콜리나(이탈리아) 국제심판이 나선다. 17일 벌어질 멕시코-미국전 주심은 비토르 멜로 페레이라(포르투갈), 브라질-벨기에전 주심은 피터 프렌더개스트(자메이카) 국제심판이 각각 맡는다.
‘비에리를 묶어라.’우승후보 이탈리아와 8강티켓을 다투는 한국 축구대표팀에 상대 골게터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무력화시키라는특명이 떨어졌다. 비에리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5경기동안 경기당 1골씩 모두 5골을 넣어 득점랭킹 2위에 올랐던 선수. 한때 스페인리그 득점왕에도 올랐던 비에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탈리아가 조별리그 3경기에서 얻은 4골 중 혼자 3골을 몰아넣으며 16강을 견인한 타고난 ‘킬러’임을 다시한번 증명했다. 안방무대에서 8강의 신화를 창조하려는 한국에게는 요주의 인물임에 틀림없다. 골문앞 순간 스피드와 강력한 슈팅이 주무기인 비에리는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에서 발로 2골을 뽑고 크로아티아전에서는 머리로 그물을 출렁였다. 다부진 체격의 비에리는 특히 힘이 장사고 키는 185㎝로 유럽선수 치고는 장신은 아니지만 상당수 골을 머리로 얻어낼 만큼 제공권도 뛰어나다. 그러나 조별리그에서 1골만 내주는 한국의 수비도 만만치않기는 마찬가지고 대책도 마련해 놨다. 한국의 수비진은 폴란드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에마누엘 올리사데베를 꽁꽁 묶었고 미국전에서는 방심 끝에 선취골을 내줬지만 포르투갈전에서 원톱인 파울레타를 3명의 수비수들이 번갈아 전담마크, 좀체 슛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 개가를 올렸다. 스피드와 몸싸움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들과의 공조로 상대 공격을 잘 틀어막았던 한국 수비진은 이탈리아전에서도 체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에리를 돌아가며 그림자 마크, 위험요소를 사전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비에리는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마지막경기에서 밀착마크에 걸려 완벽한 슈팅 기회를 잡지 못했고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다보니 제 풀에 지치는 모습도 보였다. 한국은 이와 함께 비에리가 프란체스코 토티 등의 정교한 스루패스를 곧잘 골로 연결시켜온 점을 감안,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을 걸어 날카로운 패스를 미연에 끊는 데도 주력할 작정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66년 북한이 이룬 기적을 재현한다.”포르투갈을 꺾고 상승세를 타며 당당히 16강에 오른 태극전사들이 역대 전적 ‘절대우세’의 이탈리아를 상대로 66년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뤄낸 기적같은 8강 진출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역대 대표팀간 경기(성인·청소년·올림픽대표 포함)에서 한국은 1승3패로 절대적인 열세를 보였다. 한국축구가 이탈리아와 첫 대면을 한 것은 지난 78년 한국국가대표팀과 이탈리아 클럽 볼로냐의 친선경기에서다. 당시 함흥철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던 한국은 볼로냐를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했고 이후 82년 클럽선발팀과의 경기에서는 4대2, 83년 제노아와의 경기에서는 3대1로 승리, 클럽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우세한 전적을 남겼다. 그러나 클럽팀과의 경기에서와는 달리 대표팀끼리 맞붙은 경기에서는 그리 좋은성적을 내지 못했고 특히 월드컵 무대에서는 이탈리아와 단 한차례 격돌해 아쉽게 패한 기억을 안고 있다. 81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20세 이하)에서 한국은 최순호(현 포항감독)가 2골을 터트린데 힘입어 이탈리아를 4대1로 격파했다. 그러나 87년 캐나다에서 열린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는 이탈리아의 카펠리니 마시밀리아노, 갈로 파비우에게 골을 내줘, 0대2로 완패했다. 또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한국은 이기형이 1골을 넣었지만 ‘강호’ 이탈리아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입증하며 1대2로 무릎을 꿇었고,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도 허정무와 최순호가 득점했지만 2대3으로 패했었다. 그러나 한국과의 역대 전적에서 절대 우위를 자랑하는 이탈리아 역시 ‘한민족’에 대해 그리 좋은 기억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66년 잉글랜드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당시 돌풍을 일으킨 북한에 일격을 당해 0대1로 패하면서 8강 토너먼트 진출이 좌절됐던 것. 이미 36년이나 지난 “옛 이야기”이며 이탈리아 선수들 역시 격분한 팬들이 이탈리아대표팀을 쓰레기 더미로 환영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게하는 한국기자들의 질문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역대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이탈리아인들의 가슴속에 아직도 응어리로 남아 있을 지 모를 이 ‘사건’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기억시키기 위해 “북한의 8강신화를 재현하자”고 외치며 신발끈을 조여매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대표팀의 수비수 김태영이 로이터통신의 월드컵취재진이 선정, 15일 발표한 ‘조별리그 베스트 11’에 뽑혔다. 골키퍼로는 한국전에서 이을용의 페널티킥을 선방한 프래드 프리덜(미국)이, 수비수로는 김태영 외에 15일 덴마크전에서 데이비드 베컴의 프리킥을 받아 선제골을 뽑아낸 잉글랜드의 리오 퍼디낸드와 카푸(브라질), 파비오 칸나바로(이탈리아)가 선정됐다. 또 미드필더로는 세네갈 돌풍의 주인공 살리프 디아오와 멕시코의 오른쪽 윙백 헤라르도 토라도, 일본의 16강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이나모토 준이치가 뽑혔다. 이밖에 공격수로는 ‘1경기 1골’ 약속을 지키며 15일 현재 득점랭킹 공동 2위에올라 있는 브라질의 간판 스트라이커 호나우두와 3골로 역시 공동 4위에 올라있는 라울 곤살레스(스페인), 브라질전과 중국전에서 각각 1골씩 2골을 넣은 하샨 샤슈(터키)가 선정됐다.
‘칸이냐 시먼이냐’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결승토너먼트로 접어들면서 최고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의 주인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강 결승토너먼트가 치러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거미손’ 후보로는 독일의 올리버 칸(33)과 잉글랜드의 데이비드 시먼(39)이 떠오르고 있다. 당초 지난 대회 수상자인 파비앵 바르테즈(프랑스)와 ‘괴짜 골키퍼’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파라과이)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팀의 탈락과 함께 일찌감치 장갑을 벗었다. 팀을 나란히 8강행에 올려놓은 칸과 시먼은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등 지금까지 치른 4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는 철벽 방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다 득표로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이 뽑은 최우수 골키퍼로 선정되며 이름을 알린 칸은 탁월한 반사 신경으로 ‘전차 군단’의 배후를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특히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는 칸이 동료들의 몸이 유난히 무거웠던 전반전에서 파라과이의 파상 공세를 막지 못했다면 독일이 8강 환호성을 울리기란 불가능했다. 94년대회에서 후보에 머물렀던 칸은 4년전 프랑스월드컵에서는 안드레아스 콥케에 밀려 벤치를 지킨 끝에 이번 대회에서 꿈에도 그리던 첫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칸이 대회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면 시먼은 기대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경우. 올해 39세로 본선 출전 선수중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시먼은 지금까지 맞은 18차례의 슈팅 중 단 1개만 골문을 허용해 최고의 방어율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약한 상대를 만난 독일과 비교해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 스웨덴, 나이지리아와 함께 속한 죽음의 조를 거쳤고 16강전에서도 프랑스를 격침시킨 덴마크와 맞붙었기 때문에 그 진가가 더욱 빛난다. 한편 아직 16강전을 치르지는 않았지만 한국의 이운재도 조별리그 3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주며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며 야신상의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미국-멕시코 ‘창과 창의 정면 승부’ 북중미의 오랜 라이벌인 미국과 멕시코가 17일 오후 3시30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6강전에서 격돌한다. 미국은 우승후보라던 포르투갈을 꺾은 이후 천신만고끝에 조별리그를 통과한 반면 멕시코는 전 대회 3위인 크로아티아를 누르는 등 2승1무의 호성적을 거두며 조 1위에 올랐다. 북중미 축구를 양분해온 이들은 역대 전적에서 멕시코가 28승 8무 10패로 크게 앞지르고 있지만 최근 실력은 엇비슷하다는 평가다. 상대를 너무도 잘 아는 양 팀은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한번씩 승패를 주고 받았으며 지난 4월 평가전에서는 클린트 매시스의 결승골로 미국이 1대0으로 승리했다. 86년 홈 무대에서 8강의 성적을 낸 멕시코는 미국을 제물삼아 8강 이상까지 오른다는 야심이고 미국도 역대 최고의 성적을 내겠다고 벼르고 있어 불꽃튀는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양국 모두 신예와 노장의 조화를 바탕으로 빠른 공격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누구의 예봉이 더 날카로울 지도 관심거리다.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5분만에 2골을 내주며 조직력 와해를 드러냈던 미국은 플레이메이커 클로디오 레이나의 정교한 패스가 살아나고 다마커스 비즐리, 랜던 도너번 등 ‘젊은 피’들이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찬스를 열어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또 발빠르고 득점 능력도 갖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매시스, 도너번 등을 최전방에 번갈아 투입하는 혼란작전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멕시코는 쿠아우테모크 블랑코와 하레드 보르헤티의 투톱에 발빠른 헤수스 아레야노를 배치해 노쇠한 미국의 수비라인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미국 수비의 핵인 노장 제프 어구스가 발이 느린 탓에 조별리그 3경기에서 상대 공격수를 묶지 못해 여러차례 실점을 자초했고 왼쪽 주전 수비수인 프랭키 헤지덕이 경고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멕시코는 또 개인기에서는 다소 앞선다고 보고 오밀조밀한 패스로 과감한 중앙돌파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브라질-벨기에 ‘삼바축구’ 브라질과 ‘붉은 악마’의 원조 벨기에가 8강 티켓을 놓고 17일 오후 8시30분 고베에서 맞붙는다. 유일하게 월드컵 본선에 개근한 브라질은 통산 최다 우승기록(4회)을 보유한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은 ‘양강’으로 꼽혔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에 이어 포르투갈마저 이변에 희생되면서 마지막 대안으로 떠올랐다. 벨기에는 통산 11번째이자 6회 연속 본선에 오른 ‘유럽의 감초’. 남미와 유럽의 자존심이 걸린 이 경기는 난타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호나우두-히바우두-호나우디뉴의 ‘3R 공격편대’에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카푸의 좌·우 날개까지 띄워 시작부터 총공세를 펼 것으로 보인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은 호나우두가 변함없이 득점포를 가동하고 히바우두와 호나우디뉴가 벨기에 수비망을 헤집는다면 경기는 의외로 쉽게 기울 수 있다. 밤베타, 데니우손, 루이장 등 주전급 후보들로 구성된 예비 전력이 실로 막강한 것도 브라질의 숨은 강점이다. 다만 지난 코스타리카전에서 5골을 넣고도 2골을 내준 허술한 수비 조직력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숙제. 스콜라리 감독은 안데르손 폴가-에드미우손-루시우로 스리백을 다시 가동할 전망이다. 브라질이란 거함에 맞서는 벨기에는 발끝에 한창 물이 오른 노장 마르크 빌모츠와 빠른 발을 지닌 음보 음펜자가 콤비를 이뤄 브라질 골문을 위협한다는 복안이다. 또 러시아와의 경기에서처럼 음펜자가 묶이면 헤딩이 좋은 웨슬리 송크가 조커로 기용돼 반전을 꾀할 예정. 수비의 체력만큼은 브라질보다 더 견고한 벨기에는 일본을 상대로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성공시킨 빌모츠의 노련미와 함께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프리킥과 코너킥으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한 요한 발렘의 감각적인 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무주공산’이 된 이번 대회에서 내친 김에 정상을 노리는 브라질과 86년 멕시코대회 이후 첫 4강에 도전하는 벨기에의 승부는 수비가 허리와의 교감을 통해 얼마나 실점 요인을 줄이느냐에 따라 힘의 균형이 깨질 전망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2002 한·일월드컵축구에서 ‘죽음의 조’에서 생존한 팀의 16강탈락 악연을 끊었다. 스웨덴,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와 함께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던 조별리그 F조에서 조 2위로 16강에 오른 잉글랜드가 15일 덴마크를 3대0으로 가볍게 일축하고 8강에 안착, 과거 ‘죽음의 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뒤 이내 탈락한 전철을 밟지않았다. 지난 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98년 프랑스대회까지 강팀들이 즐비했던 ‘죽음의 조’에서 토너먼트방식의 제2라운드에 오른 8개 팀중 7개팀이 1차관문 통과에 기력을 소진한 탓인지 8강진출에 실패,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단 한번의 예외를 찾는다면 서독으로 멕시코대회 당시 죽음의 E조를 통과한 뒤 승승장구하며 결승까지 진출, 준우승의 영예를 안았을 뿐이었다. 서독과 우루과이, 스코틀랜드와 같은 조에 편성돼 조별리그에서 3승, 조 수위를 차지했던 덴마크는 스페인에 5대1로 대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4년뒤 이탈리아대회에서도 E조에 스페인, 벨기에, 우루과이, 한국이 편성돼 한국을 제외한 3팀이 접전을 벌여 스페인과 벨기에가 2라운드에 올랐지만 유고슬라비아와 잉글랜드에 각각 1대2와 0대1로 패배, 귀국 보따리를 쌌다. 94년 미국대회에서는 이탈리아, 아일랜드, 노르웨이, 멕시코가 격돌, 멕시코와 아일랜드가 어렵사리 16강티켓을 손에 넣었으나 불가리아와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에 각각 1대3(승부차기)과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프랑스대회 ‘죽음의 조’였던 D조(나이지리아, 파라과이, 스페인, 불가리아)에서 16강에 올랐던 나이지리아와 파라과이도 덴마크와 프랑스에 1대4와 0대1로 패해 죽음의 조에 편성된 팀들의 최고 성적은 대체로 16강으로 굳어져 왔다. 하지만 새 천년 첫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가 16강을 가볍게 통과한데 반해 F조 1위인 스웨덴은 16일 오후에 열린 16강전에서 A조 2위인 세네갈 돌풍에 희생양이 됐다. 스웨덴은 이날 전반 선취골을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동점골을 내준 뒤 연장전에서 골든골로 져 징크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독일-파라과이 ‘전차군단’ 독일의 위력과 파라과이의 끈기가 정면 충돌한다. 15일 오후 3시30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16강 진출팀 중 맨처음 맞붙는 독일과 파라과이의 대결은 화력과 근성의 대결이다. 득점왕 0순위 미로슬라프 클로세를 앞세운 독일의 공격력은 조별리그에서 브라질과 함께 11골을 쓸어담아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지역예선에서 잉글랜드에 대패하며 따라붙었던 녹슨 전차군단의 오명은 벗어던진 지 오래이고 우승후보들이 줄줄이 탈락한 대이변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 내친김에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이에 맞서는 파라과이는 조별리그 마지막 슬로베니아전에서 기적의 대역전극을 연출한 상승세를 맞불을 놓겠다는 기세다. 이번 경기는 전력 대결 못지않게 42세의 젊은 루디 푀일러 감독과 70세의 노련한 세사레 말디니 감독간의 용병술 대결도 볼만하다. 지략 면에서 한 수 앞서는 말디니 감독에 푀일러 감독이 어떤 카드를 꺼내들 지 주목된다. 또 파라과이의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와 독일 올리버 칸의 골키퍼 진검승부도 관전 포인트. 골넣는 골키퍼 칠라베르트가 현역 최고의 골키퍼 칸을 향해 프리킥을 날린다면 두고두고 볼만한 명장면을 연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노쇠한 올리버 비어호프를 과감히 빼고 클로세와 193㎝의 장신 카르스텐 양커를 앞세워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신성’ 미하엘 발라크와 베른트 슈나이더의 2선 공격진도 곧 폭발할 기세이고 올리버 노이빌레와 옌스 예레미스의 조커 진용도 한창 물이 올라있다. 하지만 카메룬과의 대격투 후유증으로 디트마어 하먼과 크리스티안 치게가 출전하지 못하는 점이 중대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파라과이는 칠라베르트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잦은 실수를 하고 있는 점이 부담이지만 큰 경기에서는 역시 특유의 카리스마가 살아날 걸로 기대하고 있다. 골맛만 본 신예 스트라이커 로케 산타 크루스는 16강부터 본격적인 골사냥에 나설 채비를 갖췄고, 슬로베니아전에서 일약 영웅으로떠오른 넬손 쿠에바스와 호르헤 캄포스 콤비가 다시 한번 일을 내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여기에 셀소 아얄라, 가마라, 데니스 카니사로 이어지는 포백라인은 남미 최강의 수비진으로 손색없다. 미드필더 카를로스 파레데스가 앞선 경기 퇴장으로 나오지 못하는 점이 부담. 파라과이는 남미지역 예선에서 브라질을 한번 잡고 아르헨티나와 두차례 다 비기는 등 강팀 킬러로서의 면모도 갖고 있어 독일로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임이 틀림없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잉글랜드-덴마크 죽음의 조를 탈출한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 ‘바이킹 후예’ 덴마크가 15일 오후 8시30분 니가타경기장에서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8강 티켓을 놓고 정면 충돌한다. 현재까지 드러난 전력상 두 팀 모두 새로운 우승 후보로까지 평가받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대결은 팬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팀이 국가대표팀간 친선경기를 2차례 가져 잉글랜드가 1승1무로 앞서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도 잉글랜드가 근소하게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세계랭킹(5월 기준) 역시 잉글랜드가 12위, 덴마크는 8계단 뒤진 20위이다. 그러나 프랑스를 2대0으로 완파하고 A조 1위를 차지하는 등 스웨덴과 함께 북유럽 축구의 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의 상승세가 만만찮아 성급한 예단은 금물.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86멕시코대회 16강에 이어 98프랑스대회에서는 8강 고지를 밟는 등 특히 본선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팀이다. 게다가 잉글랜드는 지난 68년부터 단 한번도 스웨덴을 이기지 못했을 만큼 북유럽 축구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잉글랜드는 부상을 완전히 딛고 일어선 ‘프리킥의 마술사’ 데이비드 베컴과 총알같은 순간 스피드를 자랑하는 마이클 오언이 이루는 ‘황금콤비’가 위력적이다. 리오 퍼디낸드가 이끄는 포백 수비가 갈수록 안정을 찾고 있는 점도 반갑고 왼쪽 윙백 애슐리 콜과 공격수 에밀 헤스키도 정상 출격 채비를 마쳐 이제는 ‘부상 병동’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모습이다. 다만 아르헨티나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정강이를 다친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 오언 하그리브스의 출전이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점이 걸린다.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발이 빠른 트레보 싱클레어나 노련한 키어런 다이어를 하그리브스의 자리에 대체할 계획. 덴마크는 이번 대회 들어 4골을 몰아넣으며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욘달 토마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또 예선전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던 스트라이커 에베 산마저 살아난다면 덴마크 공격은 가공할 수준까지 이를 전망이다. 게다가 수비 역시 강점으로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39세)인 얀 하인체를 비롯해 레네 헨릭센, 토마스 헬베그 등이 노련함을 무기로 철통 수비를 구축했다. 수비에서는 백중세가 예상되고 미드필드 싸움에서는 베컴을 앞세운 잉글랜드가 앞서며 공격력에서는 예선 10경기에서 9골을 몰아넣은 산과 득점왕후보 토마손을 앞세운 덴마크가 우위에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