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즈텍전사 꺾고 4강 넘봐

미국이 북중미 축구를 양분하고 있는 ‘맞수’ 멕시코를 완파하고 8강에 합류했다. 미국은 17일 전주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스피드를 앞세운 기습 측면돌파로 전·후반 1골씩 뽑아내 ‘아즈텍 전사’ 멕시코를 2대0으로 제압했다. 한국 덕택에 ‘어부지리’로 16강에 오른 미국은 이로써 오는 21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독일과 4강 진출권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앞선 16강전 4경기 가운데 3경기가 그랬던 것처럼 이 경기에서도 선제골은 경기시작 8분만에 일찌감치 터졌다. 클로디오 레이나가 빠른 발을 앞세워 오른쪽 측면을 돌파, 페널티지역 오른쪽 골라인 부근까지 치고 들어간 뒤 문전을 찔러주자 조시 울프가 다시 후방으로 패스했고 브라이언 맥브라이드가 오른발 슛으로 결정지었다. 멕시코는 쿠아우테모크 블랑코가 두 차례 결정적 골찬스를 만들었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중 한 명으로 꼽히는 브래드 프리덜의 선방에 막혔다. 블랑코는 전반 26분 아크 외곽 오른쪽 약 30m 지점에서 기습 중거리 슛을 날렸으나 프리덜이 가까스로 쳐냈고, 36분에는 문전 혼전중 프리덜이 어설프게 쳐낸 공을 블랑코가 왼발 슛했으나 역시 프리덜의 손끝에 걸렸다. 전반을 1대0으로 앞선 미국은 후반 초반 멕시코의 거센 반격에 고전하기도 했으나 힘과 높이, 속도의 우위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방어를 펴다 20분 추가골을 넣었다. 에디 루이스가 왼쪽 측면을 기습 돌파하다 문전으로 띄운 볼을 신예 골잡이 랜던 도노번이 달려들며 헤딩골로 연결시켰다. 미국은 두 골 모두 발빠른 선수들의 기습 측면돌파에서 엮어냈으나 볼 점유율에서는 멕시코의 절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제적 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미국은 후반 10분 멕시코의 코너킥 때 존 오브라이언이 문전에서 손으로 공을 쳐내 퇴장과 페널티킥까지 주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주심이 경기를 그대로 진행시키는 행운을 안았다. 한편 미국의 노장 어니 스튜어트와 코비 존스는 후반 교체 투입돼 나란히 월드컵 본선에서 10경기째 출장, 미국선수로는 월드컵 본선 최다경기 출장 신기록을 함께 작성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전용경기장 응원효과 보자

‘이제는 전용구장이다.’ 18일 한국과 이탈리아가 한·일월드컵 16강전을 치르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이 축구전용경기장이어서 태극전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앞선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른 부산(4일), 대구(10일), 인천(14일) 경기장은 종합경기장인 만큼 대전구장의 수용규모인 4만2천명보다 한결 많은 5∼6만명의 관중이 들어설 수 있어 응원의 웅장함은 있었던게 사실. 그러나 이들 종합경기장에 갖춰진 육상경기용 트랙이 관중석의 열기를 흡수하는 ‘스펀지’같은 역할을 하는 바람에 붉은 악마를 비롯해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응원효과를 감소시키는 아쉬움을 남겼었다. 하지만 트랙이 없는 전용경기장은 관중과 선수들의 거리가 그만큼 좁아져 양측이 보다 긴밀한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홈팀에게는 보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게 보통이다. 이때문에 히딩크 감독도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관중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전용경기장에서 경기하게 돼 잘됐다”며 기대감을 표시했고, 16일 수비수 김태영(전남)도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을 보다 가까이서 느끼게 돼 좋다”고 말했던 것. 이와 함께 상대팀이 보다 가까이서 느끼게 될 ‘공포심’도 전용경기장이 홈팀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출사표, 한국 히딩크 감독.伊 트라파토니감독

◇한국 거스 히딩크 감독=우리는 힘든 과정을 거치며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이탈리아전에서도 우리의 태도와 전술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이제껏 해오던 대로 ‘조직화된 가운데 공격적인 우리의 스타일을 유지하며 공격적인 경기를 하겠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효율적인 축구를 하는 리그에서 뛰던 경험많은 선수들이며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여우’처럼 영리한 명감독이다. 전체적인 전력도 2년전 준우승한 유럽선수권때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16강이라는 1차목표를 달성하면서 최근 가졌던 큰 부담은 떨쳐낸 만큼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회 들어 처음 전용경기장에서 경기하게돼 팬들의 응원을 보다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된 점은 우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이탈리아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한국전은 결승전이 열리는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첫 관문이다. 한국은 필드의 선수들 외에 수만명의 홈관중의 응원이 있어 힘든 경기가 될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보다 전술적으로 더 치밀하며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는만큼 한국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한국 선수들은 우리에 비해 치밀하지 못한 면이 있는 만큼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예측을 할 수 없는 팀인 만큼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한국팀의 주무기는 템포가 빠른 경기운영과 선수들의 스피드다. 이같은 한국의 무기를 차단하기 위해서 이탈리아는 이미 축적된 기술과 전술적인 경험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또한 한국이 홈팀인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11명의 선수 외에 홈관중과 홈에 유리한 판정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이운재 ’승부차기도 자신있다’

‘승부차기로 가도 승리를 자신한다’한국대표팀의 철벽 수문장 이운재(29·수원 삼성)가 이탈리아전에서도 완벽한 문지기의 역할을 보여주겠다는 굳은 각오를 보이고 있다. 이운재는 한국대표팀의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문을 지키며 단 1골만을 내줘 ‘꽁지머리’ 김병지를 제치고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차며 눈부신 선방으로 세계적인 골키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다. 특히 이운재는 녹아웃 방식으로 치러지는 16강전부터 한 골의 위력이 조별리그 보다도 더 중요한만큼 최선을 다해 골문을 완벽하게 막겠다는 의지다. 반드시 승리팀을 가려야 하는 결승토너너먼트에서 이운재는 자신의 장기인 승부차기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6일 스페인-아일랜드전에서 그랬듯이 혹시 있을 수 있는 연장전, 나아가 승부차기까지몰리는 벼랑 끝 승부에도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그동안 국내·외 경기에서 이운재는 안정적인 기조를 바탕으로 골문을 지키며 유독 승부차기에 강한면모를 보여 왔다. 키커와의 수싸움에 능하고 예측력이 뛰어나 페널티킥 방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실력으로 올해 초 북중미 골드컵 8강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눈부신 선방을 보여주며 4대2 승리를 이끌었었다. 이운재는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승부차기에서는 패한적이 없을만큼 강점을 보여줬다. 반면 이탈리아는 94월드컵 결승전에서 브라질에 승부차기 패배를 당하며 페널티킥 악령이 따라붙고 있어 승부차기로 갈 경우에는 오히려 한국의 승리가 더 유력해지고 있다. 조별리그를 통해 세계 유수의 문지기들과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한 이운재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 한판승부를 잔뜩 벼르고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韓 ’압박’ 伊 ’빗장’ 운명의 대결

반도국가인 한국과 이탈리아가 18일 오후 8시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월드컵 본선 사상 첫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모두 풀어낸 한국대표팀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8강까지 진출하자며 전의를 불사르고 있고 이탈리아는 우승후보의 체면을 구길 수 없다며 비밀훈련을 쌓아왔다. 특히 이탈리아는 지난 66년 잉글랜드대회때 북한에 0대1로 패했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고 벼르고 있는 반면 한국은 북한의 신화를 재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각오여서 초반부터 격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양팀이 국가대표팀간 경기를 펼친 것은 86년 월드컵에서 딱 한번이었고 당시 한국은 최순호와 허정무가 연속골을 터뜨렸지만 2대3으로 패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패배의 설욕을 벼르는 한국은 히딩크 감독이 승리할 경우 8강전 상대인 스페인의 경기까지 관전하며 챙길 정도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한국이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는 곳은 수비의 핵 파비오 칸나바로의 결장으로 발생하는 ‘빗장수비’의 구멍. 이곳을 공략하기 위해 한국은 3각 편대를 가동한다. 한국은 황선홍과 나날이 파괴력이 커지고 있는 오른쪽 날개 박지성, 그간의 부진을 털어버리겠다는 설기현이 최전방에 나선다. 미드필드에서는 이영표-유상철-김남일-송종국 라인이 압박축구의 원조 이탈리아의 미드필더진과 정면 대결을 펼치고 좌우 윙백 이영표와 송종국은 김태영-홍명보-최진철의 스리백 라인과 호흡을 맞춰 비에리를 정점으로 하는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킨다는 전략. 이에 맞설 이탈리아는 칸나바로 대신에 마르코 마테라치 또는 마르크 율리아노를 투입시켜 수비 공백을 메울 작정이다. 공격라인에서는 3골을 기록하고 있는 골게터 비에리가 위협적이고 섀도 스트라이커 프란체스코 토티와 필리포 인차기, 빈첸조 몬텔라도 공격라인에 힘을 실어준다. 미드필드에는 크리스티아노 도니, 크리스티아노 자네티, 다미아노 톰마시, 잔루카 참브로타가 배치되며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지적됐던 허술한 ‘빗장수비망’도 수리를 끝냈다. 온 국민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목표달성에 만족하지않고 더 높은 곳을 겨냥하는 한국과 강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이탈리아의 격돌은 양팀 모두 긴장을 늦출수 없는 한판대결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독일.잉글랜드 8강 선착

더 이상의 반란은 없었다.이변으로 점철된 조별리그를 마치고 돌입한 2라운드 첫날인 15일 독일과 잉글랜드가 예상대로 각각 파라과이와 덴마크를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다만 일방적인 우세로 점쳐지던 독일은 파라과이에 고전했고 팽팽할 것이라던 잉글랜드와 덴마크 경기는 잉글랜드의 압승으로 끝났다. ‘죽음의 조’ F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잉글랜드는 니가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스피드와 골결정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이며 덴마크를 3대0으로 격파했다. 90년 이탈리아대회 이후 12년만에 8강 자리를 되찾은 잉글랜드는 브라질-벨기에 승자와 오는 21일 시즈오카에서 4강 티켓을 놓고 대결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고작 2골에 그쳤던 잉글랜드는 전반 5분 베컴의 코너킥을 리오 퍼디낸드가 머리로 받아 넣어 선제골을 뽑은 뒤 전반 22분 오언의 터닝슛으로 추가골을 잡아내고 전반 종료 직전 헤스키의 쐐기골로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이에 앞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파라과이와 격돌한 독일은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터진 올리버 노이빌레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간신히 16강전 문턱을 통과했다. 82년 스페인대회부터 6차례 대회 연속 8강에 오른 독일은 멕시코-미국 승자와 21일 울산에서 4강행 티켓을 놓고 일전을 치른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월드컵스타/앙리 카마라(세네갈)

세네갈의 앙리 카마라(25·세당)가 월드컵 본선 첫 출전국 세네갈을 8강에 올려놓아 국민 영웅으로 거듭났다. 세네갈이 스웨덴에 0대1로 뒤지던 전반 37분 오른쪽 문전에서 현란한 개인기로 동점골을 터뜨린 데 이어, 연장 14분 파프 티아우에게서 넘겨받은 볼을 수비를 제치며 아크 왼쪽으로 드리블한 뒤 왼발 땅볼 슛, 골든 골을 작렬시켰다. 앙리 카마라는 엘 하지 디우프와 함께 투톱을 이뤄온 세네갈 부동의 오른쪽 공격수. 세네갈의 결승토너먼트 진출이 걸렸던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파프 부바 디오프의 2,3번째 골을 결정적으로 어시스트했던 것이 바로 앙리 카마라였다. 이번 16강전 직전에는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지만 선발로 출전해 큰일을 해냈다. 99년 대표팀 발탁후 이번 본선 이전까지 국제경기 출전경험은 34회로 팀내 최다선수 중 하나. 개인득점도 7골로 디우프(22경기·13골) 다음으로 많다. 176㎝, 67㎏의 가냘픈 체구지만 상대 수비진을 뒤흔드는 날렵한 움직임과 수비에도 가담하는 부지런함이 돋보인다. 스트라이커이면서도 골 결정력이 부족해 세네갈 국민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았지만 이번 16강전에서의 두골로 그간의 불신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98∼99시즌 스트라스부르에 입단하면서 프랑스리그에 데뷔, 스위스리그 그라스호퍼 등을 거쳐 2001시즌부터 다시 프랑스리그 세당으로 옮겨 25경기에서 8골을 넣었다.

스페인 혈투끝 8강 생존

‘무적함대’ 스페인이 대회 첫 승부차기 혈투를 벌인 끝에 힘겹게 8강에 합류했다. 스페인은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16강전에서 전후반 정규 90분과 연장까지 120분간 1대1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3대2로 이겼다. 스페인은 한국-이탈리아전(18일) 승자와 오는 22일 광주에서 준준결승전을 치른다. 스페인이 전후반 90분 정규시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결국 승리를 이끌어낸 것은 월드컵 본선에서 통산 4번째만에 처음이다. 먼저 ‘위협사격’을 날린 쪽은 아일랜드였다. 가슴을 쓸어내린 스페인은 5분 뒤 푸욜이 오른쪽 코너 부근에서 올린 센터링을 모리엔테스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수비 앞으로 치고 나가며 헤딩, 선제골을 뽑았다. 스페인은 25분 라울과 모리엔테스, 루이스 엔리케 ‘트리오’가 환상적인 패스플레이로 추가골을 뽑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전반을 1대0으로 마친 스페인은 후반 2분 라울이 수비 3명과 경합하다 살짝 찔러준 공을 모리엔테스가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황에서 왼발 슛했으나 선방에 막혔다. 반격을 거듭하던 아일랜드는 후반 18분 페널티킥을 따내 동점 기회를 맞았으나 커로 나선 이언 하트의 슈팅이 카시야스 골키퍼에게 막혀 불길한 결과를 예고했다. 스페인 카마초 감독이 승리를 굳히기 위해 라울을 빼고 수비를 강화하면서 주도권이 아일랜드에게 넘어가 버렸고 결국 전광판 시계가 멈추기 직전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일랜드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는 프리킥을 문전으로 차는 순간 이에로가 닐 퀸의 유니폼 상의를 잡아당기다 주심에게 들켜 경고를 받으며 페널티킥을 내주었고 이번에는 로비 킨이 키커로 나서 깨끗하게 그물에 꽂았다. 연장전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대회 첫 승부차기에서는 아일랜드 2∼4번 키커가 연속 실축 또는 상대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을 성공하지 못한 반면 스페인은 3∼4번 키커만 실축으로 실패하고 3명이 차분하게 골을 성공시켰다./월드컵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