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고의 해결사다.’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결정적일 때한방을 터뜨리는 ‘조커’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조커’는 벤치에서 칼을 갈고 있다가 어려움에 빠진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거나 경기의 국면을 전환시키라는 감독의 특명을 받고 교체투입되는 해결사. 조커 기용이 성공할 경우 감독은 용병술을 인정받고 조커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이번 월드컵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조커로는 페르난도 모리엔테스(스페인), 넬손 쿠에바스(파라과이), 안정환(한국)이 맨 앞에 꼽힌다. 이번 대회 개막을 앞두고 마무리 훈련 도중 오른쪽 발목을 다치는 바람에 주전공격수에서 ‘변속기어’로 보직을 급변경한 모리엔테스는 파라과이와의 2차전 후반에나와 2골을 뿜어내며 팀이 3대1로 역전승하는 데 기여했다. 모리엔테스는 당시 0대1로 뒤지던 상황에서 그림같은 헤딩 동점골을 뽑은 뒤 추가골까지 엮어내 스페인의 16강 직행을 견인했다. 모리엔테스는 A매치 22경기에 출전, 16골을 터뜨리는 가공할 득점력으로 라울, 디에고 트리스탄과 함께 50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스페인의 ‘4강신화’를 재현할 주인공으로 평가받고 있다. 모리엔테스가 준비된 해결사였다면 쿠에바스는 혜성처럼 등장해 팀을 벼랑에서 구한 구세주다. 파라과이의 조별리그 두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쿠에바스는 마지막 슬로베니아와의 경기에 후반 교체투입돼 귀국행 보따리를 꾸릴 뻔 했던 팀을 극적으로 2라운드에 올렸다. 이전까지 A매치에서 단 1골도 기록치 못하던 쿠에바스는 0대1로 뒤지던 후반에 교체해 들어가자 최전방에서 종횡무진하다가 동점골에 이어 추가골을 넣어 파라과이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다득점에서 누르고 16강에 오르는 주역이 됐다. 안정환도 조커로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선수. 4월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 후반에 나와 순식간에 2골을 몰아쳐 한국의 4대1 대승을 이끈 안정환은 미국전에서도 해결사의 끼를 맘껏 과시했다. 한국은 전반에 선취골을 허용,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에 투입된 안정환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환상의 백헤딩슛으로 동점을 만들어 최고의 해결사임을 입증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더이상 내일은 없다. 온 국민의 염원인 16강 진출의 꿈을 다시 4년뒤로 미룰 수는 없다. 월드컵축구 본선 진출 48년만에 사상 첫 승리를 따낸 한국 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8시30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D조 최종전에서 이제껏 이루지 못했던 16강 진출이라는 또하나의 기념비를 세우기 위해 내달린다. 지난 4일 부산에서 일궈낸 사상 첫승의 감동이 대구를 거쳐 인천에서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감동으로 물결치기를 4천700만 국민도 자연스레 한 마음이 돼 손꼽아 기원하고 있다. 상대는 세계랭킹 5위이자 우승후보중 하나인 포르투갈. 한국은 2경기를 치르는 동안 승점 4(1승1무)를 기록, 승점 3(1승1패)인 포르투갈전에서 비기기만해도 16강이 겨루는 결승토너먼트에 나가지만 상대가 포르투갈인만큼 비기는 작전은 이미 패배와 다름없다. 포르투갈은 피구, 콘세이상, 파울레타 등 세계 정상급 스타플레이어를 보유한 호화 군단이지만 개인기보다는 끈끈한 조직력이 승리를 보장하는 것이기에 한국팀은 총력을 쏟아붓는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13일 오후 문학경기장에서 약 1시간30분간 가벼운 패싱훈련으로 몸을 푼 뒤 측면 및 중앙공격루트를 점검하며 결전을 대비했다. 특히 한국팀은 최용수를 제외하고 이영표, 박지성 등 부상자들이 거의 모든 훈련을 소화함으로써 우려했던 전력 손실도 거의 없어 사기가 드높다. 대표팀은 미드필드 싸움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튼튼한 미드필드진의 압박을 바탕으로 포르투갈 미드필더들과 정면승부를 펼친다는 전략이다. 미드필드진의 선봉에는 김남일이 선다. 박지성이 완전한 컨디션을 회복치 못할경우 이을용, 유상철과 함께 철벽을 구축할 김남일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한 포르투갈 플레이메이커 핀투 또는 후이 코스타를 철저히 묶는 임무를 맡는다. 또한 파울레타를 중앙에 둔 채 좌우에 피구와 콘세이상이 버틴 포르투갈의 빠른공세를 이영표, 홍명보, 최진철, 송종국으로 구성된 포백수비라인이 차단하면 의외로 승부는 일찍 갈릴 수 있다. 조커자리를 넘어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출장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안정환이 포르투갈 중앙수비수 조르제 코스타와 코투의 느린 발을 공략해 미국전에 이어 다시 한번 골문을 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팀에는 선진국에서 조차 부러움과 찬사를 쏟아낸 ‘붉은악마’가 있기에 이들이 토해낼 ‘대∼한민국’의 함성은 선수들에게 무한한 힘을 불어 넣어 줄 것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이탈리아 - 맥시코 멕시코가 여유있게 이탈리아 공격에 나서고 ‘아주리 군단’은 월드컵 16강을 위해 배수의 진을 쳤다. 멕시코는 13일 오이타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자력으로 16강에 오르지만 이탈리아는 넉넉하게 이겨야 안전하게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2승을 거둔 멕시코와 1승1패인 이탈리아는 같은 시간에 벌어질 크로아티아(1승1패)와 에콰도르(2패)의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패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지만 숫자놀음에 운명을 걸 필요는 없다. 지난 8일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무너진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도 3승으로 조 1위에 오르겠다는 멕시코의 욕심을 자극하고 있다. 헤수스 아레야노가 에콰도르와의 2차전에서처럼 볼배급을 맡고 이번 대회에서 골맛을 본 쿠아우테모크 블랑코가 이탈리아 골망을 가르는데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허리부터 강한 압박라인을 만들고 수비라인에 청소년 시절부터 대표팀의 주축으로 뛰고있는 라파엘 마르케스를 포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는 수비가 무너진데 이어 알렉산드로 네스타 등 일부 선수들의 부상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이 전술변화를 요구하는 자국 언론의 비난에 “No”라고 맞대응한 것으로 봐서 시스템상의 큰 변화는 예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파울로 말디니 등 네명의 수비수를 내세운 포백과 두명의 공격수를 내세우는 투톱 시스템이 그대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톱에도 크리스티안 비에리와 프란체스코 토티가 선발로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에 투입된 필리포 인차기가 기용될 가능성도 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브라질-코스타리카 프랑스의 16강 진출 좌절로 우승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우승후보 브라질이 13일 오후 3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현재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은 이미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태이나 코스타리카전에서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해야 선두가 돼 2라운드에서 일본 등이 속한 H조 2위와 맞붙고 8강전에서도 죽음의 F조 1위를 피하게 된다. 그러나 패할 경우 브라질은 조 2위로 밀려나 16강에서 H조 1위, 8강에서 F조 1위와 맞붙게 돼 결승진출까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전력상으로는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투톱이 위력적인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보다는 한수 위. 브라질은 지난 8일 중국을 4대0으로 완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고 주전, 비주전과의 실력차가 거의없어 내친 김에 3연승으로 16강 고지를 밟겠다는 각오다. 브라질은 대회 개막전만해도 우승권에서 약간 비켜서 있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프랑스, 아르헨티나, 이탈리아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경기를 거듭할수록 전력이 나아져 우승후보 1순위로 떠올랐다. 반면 1승1무를 기록중인 코스타리카는 같은날 벌어지는 터키-중국전에서 터키(1무1패)의 승리가 예상되는만큼 패하더라도 1골차내에서 승부를 내야 16강진출을 안심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타리카는 보유 멤버를 총동원, 브라질전에 맞불을 놓을 심산이다. 코스타리카의 알렉산더 기마라에스 감독은 브라질 출신이면서 30년이 넘게 코스타리카에 살다 귀화, 모국을 상대로 얼마나 화이팅 넘치는 일전을 펼칠지 관심이다. 호나우두가 중국전이 끝난뒤 약속한 ‘경기당 1골’도 놓쳐서는 안될 흥미거리./월드컵 특별취재반 크로아티아-에콰도르 ‘많은 점수차로 이겨야 한다.’ ‘발칸의 강호’ 크로아티아와 에콰도르가 오는 13일 요코하마종합경기장에서 열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G조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친다. 현재 1승1패로 이탈리아(골득실 +1)와 동률이지만 골득실에 뒤져 조 3위인 크로아티아(골득실 0)는 이날 경기에서 이겨야 16강을 바라 볼 수 있다. 같은 시간에 벌어질 이탈리아-멕시코(2승·골득실 +2)전에서 이탈리아가 승리해 이들 두팀과 동률이 된다는 가정까지 하면 최대한 많은 골을 넣으며 이겨야 한다. 크로아티아는 역전승하며 16강의 희망을 다시 살린 이탈리아전처럼 미드필더에 20대 신진들을 일부 기용, 허리를 보강한 다음 ‘공격의 핵’ 알렌 복시치에게 에콰도르 공략의 지휘를 맡길 것으로 보인다. 대량 득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복시치 뿐만 아니라 98년 프랑스대회 득점왕인 다보르 슈케르와 ‘젊은 피’ 보스코 발라반까지 모두 투입할 수도 있다. 복시치와 미드필더들의 짧은 패스를 통한 중앙·측면돌파에 한번의 패스로 최전방 공격수에 연결해주는 전형적인 득점 방법을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콰도르에서는 아구스틴 델가도가 월드컵 첫승의 선봉장으로 나선다. 델가도는 지역예선에서 9골을 넣은데 이어 멕시코전에서도 골을 넣는 등 절정의 골감각을 유지하고 있어 기회만 온다면 크로아티아에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가능성이 희박한 16강 보다 월드컵 첫승에 비중을 둔다면 허리와 수비라인을 보강할 수도 있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경험 등으로 볼때는 크로아티아가 한 수 앞서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기고도 16강에 못오를 수 있다는 점이 크로아티아를 불안하게 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터키-중국 “터키의 막판 뒤집기냐. 중국의 딴지걸기냐.”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C조의 터키와 중국이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기 다른 목표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펼친다. 48년만에 본선 무대를 다시 밟은 ‘투르크 전사’ 터키는 중국전을 반드시 승리로 이끌어야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절박한 처지다. 현재 C조에서는 브라질이 2승(승점 6)으로 이미 2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코스타리카가 승점 4(1승1무)로 16강 진출의 8부능선에 다다랐고 터키(1무1패·승점1), 중국(2패)이 나란히 3,4위에 올라있다. 벼랑끝에 몰린 터키는 중국을 무조건 누르면서 브라질이 코스타리카를 꺾어줘 동률을 이룬 뒤 골득실을 따져 16강을 바라볼 수 있다. 골득실에서는 터키(-1)가 코스타리카(+2)에 3골이나 뒤져 있기 때문에 터키는 중국전에서 대량득점해야 한다. 터키는 바쁠게 없는 브라질이 코스타리카전에서 2진을 기용할 가능성에 신경을 쓰는 게 사실이지만 브라질도 2라운드에서 보다 손쉬운 상대를 만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믿고 있다. 터키는 이번 대회에서 이름값을 못했지만 여전히 든든한 ‘황소’ 하칸 슈퀴르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 경기 시작과 함께 공격일변도의 플레이를 펼친다는 계산이다. 반면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에 나왔다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한 채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중국은 본선 첫골은 물론 첫승의 선물을 가지고 귀국길에 오르겠다며 벼르고 있다. ‘치우미’의 일방적인 응원이 큰 재산인 중국은 져도 밑질 게 없다는 여유속에 하오하이둥 등 베스트 멤버를 기용, 맞불작전으로 터키의 골망을 흔든다는 계산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이상 프랑스), 에마누엘 올리사데베(폴란드), 누앙쿼 카누(나이지리아), 파트리크 음보마(카메룬), 알바로 레코바(우루과이)…. 2002 한·일월드컵축구에서 화려한 명성을 날릴 것으로 기대됐던 스타들이 팀의 몰락과 함께 ‘종이 호랑이’였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귀국길에 오르고 있다. 참담하기로는 세계최고의 몸값을 받는 스페인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있는 지단이 으뜸이다. 98년 프랑스월드컵 우승에 이어 유로 2000,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석권, ‘트리플 크라운’의 조율사였지만 지난 달 26일 한국과의 평가전에서 왼쪽 허벅지를 다친 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1,2차전에서 맥없이 벤치신세를 졌다. 그는 덴마크와의 마지막 3차전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장해 막판 투혼을 발휘했지만 기울어져가는 ‘거함’ 프랑스호를 막지 못했다. 이탈리아 1부리그 득점왕 다비드 트레제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득점랭킹 1위 티에리 앙리도 이름값을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프랑스의 주포로 나섰던 트레제게는 개막전에서 회심의 첫 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비운을 겪은 뒤 뭔가에 홀린 듯 내리 3경기에서 골 직전에 주저앉았다. 앙리는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서 전반 24분 심한 태클로 퇴장당해 3차전에서는 뛰지도 못한 채 귀국길에 올랐다. 이번 대회를 위해 나이지리아에서 폴란드로 귀화까지 한 올리사데베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8골을 뽑아내 D조팀들의 경계대상 1호였지만 한국과 포르투갈전에서 상대 수비수들에게 꽁꽁 묶여 침묵했다.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을 나이지리아에 안겼던 골잡이 누앙쿼 카누는 ‘죽음의 F조’에 속한 나이지리아의 희망이었지만 제대로 뛰지도 못했다. 아르헨티나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10분만에 왼쪽 발목을 접질러 후반 2분 그라운드를 떠났고, 스웨덴과의 2차전에서는 팀이 역전당한 뒤 후반 21분에 나섰으나 뚜렷한 활약이 없었으며 마지막 잉글랜드전에는 결장했다. ‘불굴의 사자’ 카메룬을 이끌던 32세의 노장 파트리크 음보마는 아일랜드와의 첫경기에서 부상을 무릅쓰고 선제골을 뽑아냈으나 16강진출에 실패한 팀과 함께 본선무대를 떠났다. 우루과이 레코바도 마지막 세네갈전에서 후반 44분 후배 비세라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간신히 월드컵 본선 골맛을 보는데 만족해야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파라과이가 기적같은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16강이 겨루는 결승토너먼트에 ‘경착륙’했다. 또 ‘무적함대’ 스페인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조 수위로 결승토너먼트에 올랐다. 1무1패로 벼랑끝에 몰렸던 파라과이는 12일 서귀포경기장에서 벌어진 B조 최종전에서 전반에 1명이 퇴장당해 숫적 열세를 안은 채 선제골을 내주고도 후반 중반 이후 연속 3골을 몰아넣으며 극적으로 3대1 역전승을 따냈다. 파라과이는 1승1무1패(승점 4)에다 골득실 0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았으나 다득점(6골)에서 남아공(5골)을 제치고 조 2위를 차지,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같은 시간 대전에서 벌어진 같은조 경기에서는 스페인이 한 골씩 주고받는 흥미 만점의 경기를 펼친 끝에 천재 골게터 라울 곤살레스의 결승골로 ‘다크호스’ 남아공을 3대2로 꺾었다. 프랑스, 아르헨티나가 탈락해 강력한 우승후보 가운데 하나로 급부상한 스페인은 4개조의 조별리그가 마무리된 현재 유일하게 3전 전승을 거둔 팀이 됐다. 파라과이-슬로베니아전은 마치 사전에 시나리오를 짜고 연출하기도 힘든 한 편의 짜릿한 드라마였다. 남아공이 패한다는 가정 아래 2골차 승리를 해야만 16강 진출이 가능했던 파라과이는 전반 인저리타임에 호세 루이스 칠라베르트의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파라과이는 후반 20분 교체멤버 넬슨 쿠에바스의 동점골을 시작으로 후반 28분에 호르헤 캄포스, 39분에는 동점골의 주인공 쿠에바스가 연속 골을 몰아넣어 기적같은 역전승을 일궜다. 후반에 터진 연속골은 모두 교체 투입된 선수가 기록, ‘명장’ 세사레 말디니 감독의 놀라운 용병술이 빛을 발했다. 남아공은 스페인이 한 골 달아나면 곧바로 쫓아가는 투혼을 발휘하며 최소한 무승부를 노렸으나 한 골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 사상 첫 16강 진출 티켓을 다잡았다가 놓쳤다. 스페인은 경기시작 4분만에 골잡이 라울이 상대 골키퍼 실수를 틈타 선제골을 기록, 낙승을 예고했다. 전반 31분 남아공의 베니 매커시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스페인은 전반 인저리타팀에 아크 왼쪽에서 얻은 약 20m짜리 프리킥을 가이스카 멘디에타가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그물에 꽂아 다시 리드를 잡았다. 스페인은 후반 8분 재동점골을 허용했지만 다시 3분이 지난 뒤 라울의 헤딩 골로 재차 리드를 잡았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선제골을 작렬, 팀을 16강으로 이끌며 한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지목되던 아르헨티나를 탈락으로 몰아넣은 안데르스 스벤손(26·사우스햄턴)은 코칭스태프의 신뢰가 두터운 스웨덴의 ‘반쪽’ 미드필더. 대표팀에서 주로 왼쪽 날개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그는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유럽 지역예선 10경기에 모두 출전할 정도로 기량에 기복이 없는 게 강점이다. 99년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친선경기를 통해 국가대표로 데뷔, 월드컵 이전까지 A매치 25회 출장에 6골을 터뜨렸다. 지역예선에서는 3골. 177㎝, 82㎏의 스벤손은 지난 해 7월 프로리그에 데뷔한 이후 몸담아온 자국리그 IF 엘프스보리를 떠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에 진출, 사우스햄턴에서 주전 공격수로 뛰고있다. 몸싸움과 위치선정에 능하고 프리킥에도 남다른 재주가 있다. 아르헨티나와 격돌한 F조 최종전에서도 0대0 평팽한 긴장이 계속되던 후반 14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오른발로 감아차 아르헨티나의 왼쪽 골모서리에 정확하게 꽂아 넣었다. 스벤손의 단점은 체력이 약해,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선수라는 점. 유럽예선 전경기에서 교체 출장했고,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서도 선발로 2회, 후반 ‘조커’로 1회 출전했다.
프랑스에 이어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아르헨티나가 북유럽의 강호 스웨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 재앙이 그치지 않고 있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이번 대회는 강호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벌어진 F조 최종전에서 힘과 높이를 앞세운 견고한 스웨덴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고전하다 1대1로 간신히 비겨 승점 4로 스웨덴·잉글랜드(이상 승점 5)에 이어 조 3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통산 14차례 본선에 오른 아르헨티나가 1라운드에서 떨어진 것은 34년, 58년, 62년 3차례로 이번 탈락은 4번째이자 62년 대회이후 30년만이다. 더욱이 FIFA 랭킹 1위인 프랑스와 공동 2위인 아르헨티나에 이은 우승후보들의 탈락 쇼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선 G조에 속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는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어 산뜻하게 출발했으나 크로아티아에게 1대2로 패하며 승점 3으로 크로아티아에 다득점에서 앞서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조 1위를 노리는 멕시코(승점 6)와 최종전을 남겨놓은 반면 크로아티아는 이미 탈락이 확정된 에콰도르와 맞붙게 돼 13일 멕시코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오를 수 있다. 또 다른 우승후보인 D조의 포르투갈 역시 벼랑에 몰려있다. 1차전서 미국에 2대3으로 패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던 포르투갈은 2차전에서 폴란드를 4대0으로 대파해 승점 3으로 한국·미국(승점 4)에 이어 조 3위. 포르투갈은 14일 한국전에서 이겨야 하지만 한국이 홈 잇점을 안고있고, 온 국민의 성원을 업고 있는데다 사상첫 월드컵 1승으로 기세가 올라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예상치 못했던 패배속에 조급해진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리그 최종전에서 총력을 쏟고도 무너진 것에서 보듯 공은 둥글고 객관적 실력이 반드시 승부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대회 개막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프랑스와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브라질, 포르투갈, 잉글랜드 가운데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이미 탈락했고 이탈리아, 포르투갈도 바람앞에 있는 등불의 처지여서 브라질만이 유일하게 순항을 하고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최후의 생존자’는 스웨덴과 잉글랜드였다. 프랑스가 A조 꼴찌로 16강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개막직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던 아르헨티나마저 ‘죽음의 F조’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했다. 아르헨티나는 12일 미야기경기장에서 열린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F조 최종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페널티킥으로 극적 동점을 이뤄 1대1로 비겼으나 1승1무1패(승점 4)를 기록, 스웨덴과 잉글랜드에 밀려 조 3위에 그치며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스웨덴은 1승2무, 승점 5로 잉글랜드와 승점, 골득실이 같았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조 수위를 차지하며 결승토너먼트에 올라 오는 16일 오이타에서 A조 2위 세네갈과 준준결승 티켓을 놓고 일전을 벌인다. 같은 시간 오사카 나가이경기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나이지리아전은 득점없이 비겨 잉글랜드가 승점 1을 추가, 다득점에서 앞선 스웨덴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잉글랜드는 15일 니가타월드컵경기장에서 A조 수위 덴마크와 16강전을 치른다. 비기는 전략으로 나선 스웨덴은 안데르스 스벤손이 선제골을 터뜨릴 때까지 아르헨티나에 시종 밀렸다. 아르헨티나는 플레이메이커로 베론 대신 아이마르를 기용, 총력전을 폈으나 골게터 바티스투타가 부진한데다 스웨덴의 철벽 수비에 막혀 좀처럼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간간이 역습을 펴던 스웨덴은 후반 14분 마침내 득점 기회를 잡았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아크 왼쪽에서 얻은 약 20m짜리 프리킥을 스벤손이 절묘한 감아차기로 아르헨티나의 왼쪽 그물 상단에 꽂아넣어 선제골을 얻은 뒤 ‘빗장’을 걸어 잠겄으나 후반 43분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아르헨티나는 에르난 크레스포의 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뒤 인저리타임 4분을 합친 약 6분간 역전골을 노렸지만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한편 잉글랜드는 데이비드 베컴이 2∼3차례 직접 프리킥으로 골문을 위협했으나 무위로 그친 데다 최전방의 마이클 오언까지 상대 수비의 집중 마크에 발목이 잡혀 힘겨운 플레이를 펼친 끝에 무승부를 기록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여자 단거리 1인자 김동현(성균관대)이 제56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2관왕에 올랐다. 김동현은 12일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여자 200m 결승에서 24초61로 김현란(서울도시개발공사·24초95)과 전미연(정선군청·25초15)을 따돌리고 우승, 전날 400m에 이어 2관왕을 차지했다. 또 남자 800m에서는 이재훈(경찰대학)이 1분47초81을 기록, 김순형(대구광역시청·1분47초82)을 0.01초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고, 여자 7종경기의 한상원(경기도육상연맹)은 종합점수 5천50점으로 이은임(정선군청·4천821점)을 여유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한편 여자 400m계주 결승에서는 안선영-강병희-독고현-박종경이 이어달린 파주 문산여종고가 4분02초15를 기록, 서울체고(4분08초11)를 여유있게 제치며 1위를 차지했고, 남자 200m에서는 이광필(성균관대)이 21초42로 전덕형(충남체고·21초44)을 0.02초차로 따돌리고 1위로 골인했다. 이밖에 여자 1만m에서는 전날 5천m에서 우승자인 장진숙(경기도청)이 33분52초03으로 정윤희(서울도시공사·33분51초31)에 이어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정민수기자 jms@kgib.co.kr
“수비위주 플레이는 하지 않겠다. 공격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밀어붙이겠다.” 한국축구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12일 경주에서의 마지막 훈련을 하기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비기기 위한 의도에서 수비위주로 경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음은 히딩크 감독과의 일문일답.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수비를 강화할 것인가. ▲포르투갈의 힘있는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비를 강화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훌륭한 스트라이커들이 많은 데 그들을 저지하면서 공격의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 그러나 수비위주 플레이를 하지는 않겠다. 한국은 항상 공격위주로 플레이를 한 팀이었다. -수비수중 노장들이 많은 데 문제는 없는가. ▲나이가 많은 것이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나이가 많으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 우리 수비수들은 그동안 잘 해 왔다. 미국전에서 다소 집중력을 잃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나이와는 상관없다. -부상중인 이영표와 박지성은 출전 가능한가. ▲이영표는 매우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훈련도 열심히 해 왔다. 경기할 수 있다. 박지성의 출전 여부에는 좀 더 많은 의문이 남는다. 13일 오후훈련을 지켜볼 것이며 마지막 순간에 출전여부가 결정날 수도 있다. -미국과 비긴 뒤 분위기가 다소 침체돼 있는 것 같은데 ▲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는 것은 시간이 지나야 풀린다. 선수들이 위축돼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좋은 조짐이기도 하다. 즉 미국과 비긴 데 대해 만족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일본은 16강진출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나는 일본을 의식하지 않는다. 일본이 속한 조의 팀을 봐라. 일본은 쉬운 조에 속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수준높은 팀들과 함께 경기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