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득점왕을 차지하기 위한 별들의 득점경쟁이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조별 예선리그 경기를 모두 마친 14일 현재까지 ‘마의 6골’ 벽을 뛰어넘어 소속 국가를 상위권으로 이끌면서 최다득점의 영광까지 차지하겠다는 특급 골잡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득점 선두는 헤딩으로만 5골을 기록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세. 지난 1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대회 1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일약 득점왕 1순위로 떠오른 클로세는 아일랜드전과 카메룬전에서도 각각 한골을 보태 5골을 기록중으로 5골 모두가 머리로 받아넣는 진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클로세의 바로 뒤에는 4골을 기록중인 브라질의 간판스타 호나우두와 덴마크의 욘달 토마손이 추격하고 있다. 호나우두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얻은 첫골이 당초 자책골로 발표됐다가 다시 그의 골로 인정됨으로써 득점왕 경쟁을 더욱 가열시키고 있다. “매경기에서 골을 기록하겠다”는 골잡이 호나우두의 호언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어 그의 행보가 득점왕의 향방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우루과이전에서 2골, 세네갈과 프랑스전에서 각각 1골을 뽑은 토마손은 그러나 프랑스전에서 입은 사타구니 부상으로 16강 출전여부가 불투명해져 비상이 걸렸다. 이들 이외에도 3골을 기록중인 스타군단의 추격전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호나우두와 함께 브라질을 이끌고있는 ‘왼발의 달인’ 히바우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골잡이인 파올레타와 라울 곤살레스, ‘아주리군단’의 기수 크리스티안 비에리, 세네갈의 영웅 파프 부바 디오프가 포진해있다. 히바우두는 한경기에 한골씩 차곡차곡 골수를 늘려가고 있고 파울레타는 지난 10일 폴란드전에서 대회 2호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득점왕 후보로 떠오르는 등 몰아치기에 능하다. 특히 루이스 피구와의 호흡이 절정에 달해 득점 선두권을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타고난 골감각을 자랑하는 라울도 언제든 몰아칠 기세다. 남아공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2골을 집어넣으며 스페인의 3전 전승을 이끈 라울은 16강전에서 아일랜드를 상대로 골사냥에 나선다. 세네갈을 일약 무대의 중심으로 이끈 디오프도 상대 팀들의 집중적인 견제 속에 호시탐탐 득점왕을 노리고 있는 복병이다./월드컵 특별취재반
“닛폰 차차차…반자이(일본 차차차…만세)”.일본 축구사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일본대표팀이 14일 튀니지를 2대0으로 제압하고, 월드컵 본선 2회 도전에 16강진출의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자 일본 열도는 흥분과 환호로 뒤섞인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일본 국민은 대표팀이 벨기에와 1차전에서 비긴 뒤 두번째 상대인 러시아에 이어 튀니지까지 꺾고 16강을 결정짓자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며 환호, 또 환호했다. 일본 관동지방에서 이날 오전 발생한 진도 4의 지진보다 더 위력있고 위풍당당한 오사카발 ‘16강진’이 일본 열도 전체를 강타, 평소 조용하고 침착한 일본인들의 이성을 완전 무장해제시킨 셈이다. 특히 이날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결승토너먼트 진출이 확정됨에도 불구하고, ‘트루시에 닛폰’이 적극적인 공격으로 2대0의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16강에서 브라질을 피하고 터키를 맞이하게 된 대진운도 일본의 기쁨에 즐거움을 더해줬다. 축구팬들은 월드컵 직전 평가전에서 잇따라 패해 불안감을 안겨줬던 일본대표팀이 ‘불패신화’를 창조하며 16강에 오르자 “이제 거칠 것이 없다. 갈 때까지 가보자”며 8강-4강도 넘봐야 한다고 흥분일색이다. 경기가 열린 오사카 나가이경기장은 물론 도쿄 요요기의 국립경기장, 16강 경기가 예정된 미야기현의 센다이실내체육관, 나카타 히데토시의 출신고교가 있는 야마나시현, 시부야의 카페 등 일본의 전국 각지에는 이날 대표팀의 유니폼 색깔인 파란색으로 넘실댔다. 경기종료 휘슬과 동시에 5만명이 운집한 도쿄 국립경기장에서는 불꽃이 초저녁의 하늘을 밝혔으며, 울트라닛폰 서포터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기쁨을 나눴다. 신주쿠에는 경기종료 30분도 지나지 않아 무려 1만여명의 축구팬들이 쏟아져 나와 일장기를 흔들며 ‘닛폰, 닛폰’을 외쳐댔다. 오사카 중심부에 있는 다리에서는 수 백명의 축구팬들이 흥분과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강물로 뛰어드는 ‘소란’을 피웠다. 방송들은 경기종료 직후 시작된 저녁 뉴스시간에 ‘초(超) 속보’라며 일본팀의 16강 진출 소식을 계속해서 내보냈다./연합
H조 튀니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16강진출을 견인한 모리시마 히로아키(30)는 일본이 숨겨놓은 ‘재간둥이’ 플레이메이커. 모리시마는 후반 3분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지역으로 넘어온 공을 오른발로 강하게 차넣어 2대0 완승의 기폭제가 됐다.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이 가능했던 일본이지만 이날 승리로 C조 1위인 강력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골은 가치가 있었다. J-리그 세레소 오사카 소속으로 98프랑스월드컵 멤버인 모리시마는 168㎝, 62㎏로 작은 체구지만 꾀가 많고 발이 빠른데다 골 결정력까지 갖춘 정상급 공격형 미드필더. 플레이메이커가 원래 포지션이지만 2선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을 만큼 다재다능한 선수이기도 하다. 월드컵 직전까지 A매치 58경기에 출장, 11골을 기록한 모리시마는 포지션이 겹치는 나카타 히데토시의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2000년 아시안컵선수권대회때 나카타의 공백을 훌륭히 메워 트루시에 감독으로부터 커다란 신임을 얻었다. 당시 트루시에 감독이 나카타같은 선수는 없어도 된다고 공공연히 말할 수 있었던 것도 모리시마의 존재 덕분이라는 말까지 들릴 정도였다. 나카타의 복귀로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언제든 한방을 날릴 해결사로서 트루시에 감독의 출격명령이 잦아질 전망이다.
벨기에를 8년만에 월드컵 16강으로 이끈 마르크 빌모츠(33)는 ‘원조 붉은악마’의 정신적 지주. 벨기에대표팀 주장이기도 한 빌모츠는 14일 월드컵축구 H조 최종전 러시아와 경기에서 여러 차례 득점기회를 놓치는 등 평소 그 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 37분 왼발로 골을 성공, 상대팀 그물을 출렁이며 귀중한 승리를 이끌었다. 2무승부에 그치고 있었던 벨기에는 러시아에 비기기만 해도 탈락될 운명이었으나 그의 3게임 연속골로 가까스로 16강에 합류. 2대2로 비긴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도 첫 골을 넣었고 1대1 무승부로 끝났던 튀니지전에서도 유일한 득점을 기록, 패배를 막았다. 지난 98프랑스월드컵에서도 2골을 터뜨렸으나 팀이 3무승부로 탈락하는 바람에 16강행 열차에 오르지 못했던 한을 이번 대회에서 톡톡히 푼 셈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샬케 04에서 뛰고 있는 빌모츠는 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지금까지 4회연속 본선 무대에 출연한 백전노장. 현역선수로는 다소 많은 나이에도 불구, 지역예선 9경기에서 팀내 최다인 8골을 몰아넣는 투혼을 발휘했으며 본선에서도 벌써 3골을, 득점왕 경쟁에도 뛰어들 참이다. 183㎝, 89㎏의 건장한 체격에서 뿜어져나오는 슈팅의 파괴력이 대단하고 제공권확보, 동물적인 골 감각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골잡이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주장 마르크 빌모츠가 ‘병주고 약준’ 벨기에가 8년만에 세계 16강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벨기에는 14일 시즈오카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러시아를 3대2로 꺾고 1승2무(승점 5)를 기록, 조 2위로 결승토너먼트에 올랐다. 이날 경기는 팽팽한 접전이 예상됐지만 승부는 7분만에 벨기에쪽으로 기울었다. 아크 정면 25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요한 발렘이 절묘한 왼발 감아차기로 러시아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정확하게 꽂았다. 벨기에는 전반 44분에 이어 후반 초반에도 두 차례 결정적 골찬스를 맞았지만 주장 빌모츠가 연거푸 실수, 팀에 ‘병’을 주었다. 빌모츠는 후반 4분 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따돌리고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크로스바 위로 훌쩍 넘겼다. 벨기에는 후반 7분 러시아의 완벽한 플레이에 동점골을 허용했다. 드미트리 호흘로프가 중앙을 돌파하다 살짝 찔러준 볼을 드미트리 시초프가 왼발 슈팅한 것이 벨기에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옆에서 달려들던 블라디미르 베스차스트니흐가 리바운드 슛으로 골대에 넣었다. 이후에도 벨기에는 빌모츠의 잇단 실수로 2개 대회 연속 ‘본선 3무에 16강 탈락’ 악몽을 떠올렸으나 후반 33분 교체멤버 웨슬리 송크가 발렘의 왼쪽 코너킥을 헤딩 슛, 2대1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6분 뒤에는 바르트 호르의 패스를 받은 빌모츠가 아크 정면에서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슛을 성공시켜 앞선 두 차례 실수를 만회했다. 정규시간 6분을 남기고 두 골을 앞선 벨기에는 16강 진출을 낙관한 듯 방심하다가 후반 44분 러시아의 시초프에게 골을 허용해 3대2로 바짝 쫓겼지만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일본이 조직력을 앞세워 월드컵 출전 2번째만에 첫 16강 결승토너먼트에 진출했다. 공동개최국 일본은 14일 홈 그라운드인 오사카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튀니지와의 H조 최종전에서 후반 3분 터진 모리시마 히로아키의 멋진 오른발 터닝 결승골과 나카타 히데토시의 추가골로 2대0으로 승리했다. 2승1무 승점 7로 조 1위. 98년 프랑스대회에 이어 2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만에 얻은 쾌거였고 일본 열도는 일순간 함성으로 달아올랐다. C조 1위 브라질과의 16강 대결을 피하기 위해 조 1위를 노린 일본은 나카타의 지휘아래 야나기사와 아쓰시, 스즈키 다카유키 투톱과 왼쪽 날개 오노 신지를 내세워 적극 공세에 나섰다. 선수비-후공격의 튀니지 진영을 쉴 사이없이 두드리던 일본은 전반에서 할레드 바드라, 라디 자이디, 라우프 부제뉴 등이 이끄는 튀니지 수비에 막혀 이렇다할 득점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일본의 트루시에 감독은 후반들어 1,2차전때 한 골씩을 뽑은 이나모토 준이치와 야나기사와를 빼고 모리시마, 이치가와를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승부는 후반 교체투입된 모리시마의 골로 초반에 갈렸다. 후반 3분 튀니지 문전에서 수비수가 걷어낸다는 볼이 골 지역 중앙으로 흘러오자 쇄도하던 모리시마가 오른발로 상대 골문 왼쪽으로 가볍게 감아찼고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힘차게 골그물을 흔들었다. 승리를 확신한 일본의 공세는 한층 거세졌고 후반 30분 역시 교체 멤버 이치카와 다이스케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다 문전으로 센터링한 볼을 일본 축구 영웅인 나카타가 헤딩슛으로 마무리,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급해진 튀니지는 수비를 포기하고 신예 스트라이커 알리 지투니를 투입, 적극 공세로 전환했으나 골을 만회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지투니는 후반 37분 일본 골지역 정면에서 결정적인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포스트를 때리고 말았다. 24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라 16강 진출을 노렸던 튀니지는 조별리그에서 1무2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월드컵 특별취재반
공동 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개최국=16강 진출’의 월드컵 전통을 이어갔다. 한국은 14일 인천 문학월드컵구장에서 열린 D조 조별리그 포르투갈과의 최종전에서 1대0으로 승리를 거둬 2승1무로 조 1위를 차지, 6번째 월드컵 도전에서 첫 16강 결승토너먼트 진출을 달성했다. 일본은 앞서 오사카의 나가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H조 튀니지와의 마지막 3차전에서 2대0으로 승리해 2승1무의 성적을 거두며 역시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로써 지난 30년 첫 대회를 시작 이후 개최국이 단 한번도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었던 월드컵 전통도 지키게 됐다. 16번째 월드컵이었던 지난 98년 프랑스대회까지 개최국들은 94년대회 개최국인 미국의 16강이 최하의 성적일 정도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첫 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의 우승을 시작으로 34년 이탈리아, 66년 잉글랜드, 74년 서독, 78년 아르헨티나, 98년 프랑스 등 우승도 6번이나 차지했다. 이처럼 개최국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데는 94년과 이번 대회를 제외하고는 축구강국들이 즐비한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이 돌아가면서 월드컵을 개최한 영향이 크다. 또 익숙한 기후와 홈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이 더해지면서 평소 기량이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홈 그라운드의 이점도 개최국들의 선전을 도왔다. 한국은 월드컵 개최이후 지난 해 월드컵 출전사상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네덜란드)을 영입, 1년 5개월간의 뼈를 깎는 노력과 50명이 넘는 선수들을 끊임없이 테스트하며 23명의 정예멤버를 구성, 파워프로그램을 통한 체력 배양 등으로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했다. 여기에 전 국민이 ‘붉은악마’가 돼 열광적인 성원을 보낸 끝에 반세기만에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해냈다. 일본 역시 98년 프랑스대회가 끝난 뒤 ‘하얀 마법사’ 필리프 투르시에 감독(프랑스)을 영입, 전력을 업그레이드 했고 경기장 마다 푸른 물결을 이뤘던 일본 관중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힘입어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월드컵 특별취재반
“한국이 세계 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이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포르투갈을 1대0으로 꺾고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순간 세계 축구전문가들이 쏟아낸 평가다. 월드컵 본선 16강 진출, 엄밀히 말해 결승토너먼트 진입은 32개 본선 진출팀 가운데 16개 팀을 가려내는 첫 관문을 통과한 것이어서 얼핏 보면 극히 미약한 성과에 불과하다. 그러나 조별리그는 대륙별로 주어진 본선 티켓을 차지한 각 대륙의 강팀들이 뒤섞여 경쟁하기 때문에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통과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특히 본선 참가국 수가 16개에서 24개로 늘어난 82스페인대회 이후 98프랑스월드컵까지 5개 대회에서 첫 라운드를 통과한 팀 수는 35개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세계 축구의 양대 축인 유럽과 남미가 싹쓸이하다시피 했었다. 더욱이 역대 대회를 통틀어 아시아팀이 2라운드에 진출한 경우는 북한(66 잉글랜드대회)과 사우디아라비아(94 미국대회) 밖에 없었다는 사실 역시 한국이 공동개최국 일본과 함께 통과한 이번 대회의 성과가 얼마나 값진 것인 지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 결국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이뤄낸 사상 첫 16강 진출은 한국 축구가 아시아의 좁은 울타리를 넘어 세계축구의 중심 쪽으로 본격적인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또 54년 2패, 86년 1무2패, 90년 3패, 94년 2무1패, 98년 1무2패 등 결승토너먼트 진출은 커녕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던 한국축구의 초라했던 역대 성적표를 감안할때 한국축구사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축구가 이번 성과를 발판으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 또 오랜 숙원을 현실화한 태극전사들의 유럽 빅리그 진출도 잇따르고 관중없이 치르던 프로축구도 활성화되는 등 앞으로 한국축구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월드컵 특별취재반
‘가깝고도 먼 이웃’ 한국과 일본이 아시아축구의 신기원을 열었다. 월드컵 공동개최국인 한국은 14일 포르투갈의 마지막 D조 예선 최종전에서 박지성의 천금같은 결승골에 힘입어 1대0으로 승리, 조 1위로 사상 첫 16강의 단맛을 맛봤고 이에 앞서 일본도 튀니지를 2대0으로 제압해 H조 수위를 지켰다. 이로써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축구사상 처음으로 두 나라가 동시에 16강이 겨루는 2회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비록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처녀 출전한 중국이 이번 대회에서 단 한골도 넣지 못한채 패퇴했지만 한·일 두나라가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셈이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공교롭게도 나란히 2승1무, 승점 7을 기록했다. 한국이 터트린 골은 4개, 빼앗긴 골은 1개였고 일본은 5득점, 2실점을 기록해 통계면에서도 유럽과 남미의 축구 강호에 맞먹는 실력을 과시했다. 더욱이 상대국이 ‘유로 2000’ 4강에 진출했던 명실상부한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시드니올림픽 4위팀 미국, 유럽 전통의 강호 벨기에, 지역예선을 1위로 통과한 러시아 등 하나같이 쟁쟁한 멤버였던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결실은 소중하기만 하다. 불과 4년전 98프랑스월드컵에서 동반 진출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고개숙여 그라운드를 떠나던 모습과는 완전히 상반된 결과.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94년 월드컵때 66년(잉글랜드대회) 북한에 이 아시아축구사상 28년만에 2회전 진출에 성공, 중동이 맹주로서 성가를 높였으나 이번 대회에서는 1차전 독일에 0대8, 카메룬에 0대1, 아일랜드에 0대3으로 무너져 자존심을 구길대로 구겼다. 또 13억 축구팬들의 성원을 등에 업고 처녀 출전한 중국도 단 한골도 못넣고 9골을 브라질, 터키, 코스타리카에 헌납,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의 탈락 아픔은 한국과 일본의 16강전 진출로 희석됐다. 30억 아시아인의 자존심과 응원을 가슴에 품고 한국과 일본, 두나라의 축구전사들이 결승토너먼트에서 땀과 피를 그라운드에 쏟아부을 순간만 남았다./월드컵 특별취재반
지난 4일 한국에 0대2로 완패하고, 잘못 꿴 그 ‘첫 단추’때문에 16년만에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에 오르지 못한 폴란드는 ‘뜨겁게 성원한 한국 국민에게 꼭 보답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폴란드는 14일 대전장에서 벌어진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조별리그 D조 최종전에서 경기시작한 뒤 5분간 ‘벼락같은’연속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하는 등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쳐 미국을 3대1로 꺾었다. 폴란드는 2패 뒤 값진 1승을 거둬 구겨졌던 체면을 어느 정보 회복하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인 전반 3분. 앞선 두경기를 치르는 동안 침묵을 지켰던 폴란드의 ‘검은 표범’에마누엘 올리사데베가 마침내 포효했다. 야체크 크시노베크의 오른쪽 코너킥을 올리사데베가 골지역 오른쪽에서 상체를 낮추며 헤딩한 뒤 볼이 상대 수비 몸을 맞고 나오자 재차 오른발로 리바운드 슛했고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골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폴란드는 기습 선제골에 이어 불과 2분만에 추가골을 터뜨렸다. 크시노베크가 미드필드 왼쪽을 파고 들다가 문전으로 찔러주었고 수비수를 뒤에달고 문전 쇄도하던 파베우 크리샤워비치가 논스톱 왼발 땅볼 슛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은 폴란드는 후반 21분 승리에 ‘쐐기’를 박는 세번째 골을 마르친 제브와코프가 수비 앞쪽으로 끊어들어가며 헤딩 슛. 그물에 꽂았다. 미국은 후반 38분 도노번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미국은 한국-포르투갈전 결과에 따라 조 2위로 16강에 가까스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