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중이 제41회 협회장기 전국중ㆍ고농구대회에서 남중부 결승에 진출, 16년 만에 대회 정상을 노크하게 됐다.지난 2000년 25회 대회 우승팀인 성남중은 6일 강원도 양구문화체육관에서 계속된 대회 7일째 남중부 준결승전에서 윤재환(27점ㆍ15리바운드)의 맹활약을 앞세워 문정현(22점ㆍ18리바운드)이 이끈 울산 화봉중을 57대52로 따돌리고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성남중은 7일 오후 1시20분 같은 장소에서 용산중을 62대58로 누른 서울 명지중과 우승을 다툰다. 이어 벌어진 남고부 준결승전에서는 전년도 준우승팀 수원 삼일상고가 하윤기(21점), 김병수(19점)가 40점을 합작해 한승희(25점)가 분전한 ‘도내 맞수’ 안양고를 62대51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삼일상고는 지난해 결승전서 패배를 당한 서울 경복고를 상대로 7일 1년 만에 우승을 놓고 설욕전을 펼치게 됐다. 또 양구여고체육관에서 열린 여고부 4강전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성남 분당경영고가 나윤정(21점), 차지현(19점) 쌍포의 활약으로 국가대표인 ‘특급 센터’ 박지수를 빼고도 강미선(19점)이 분투한 춘천여고를 74대47로 대파, 7일 부산 동주여고를 상대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황선학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포워드 문성곤(23·195cm)은 지난해 가장 높은 곳에서 출발했다. 10월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호명돼 프로무대에 뛰어들었다.대학리그 최우수선수(MVP), 국가대표 포워드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던 그였다. 자연스레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듯 보였다. 하지만 데뷔 시즌 성적은 초라했다. 양희종과 이정현 등 국가대표 출신 선배들과 주전 경쟁에서 밀린 그는 지난 시즌 22경기에 출전해 평균 7분30초를 뛰는 데 그쳤다. 평균 득점은 1.4점으로 대학리그 최고 슈터라는 그의 명성에 한참 부족했다. 신인왕도 6순위 출신 LG 정성우에게 내줘야 했다. 문성곤은 “1순위로 입단해 조금 더 좋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문성곤은 지난 시즌의 아픔을 뒤로하고, 지난달 27일 훈련을 시작했다. 플레이오프가 끝난 지 보름도 채 안 된 시점이었지만, 그동안 보여준 게 없었기에 훈련을 게을리할 수 없었다. 문성곤은 “힘이 없으면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느꼈다”며 “몸을 키우기 위해 일찌감치 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문성곤은 사실 고려대 재학 당시에도 아픔을 겪었다. 팀은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은 정체돼 있는 것만 같았다고 한다. 득점은 두자릿수를 겨우 찍고, 자신 있어하던 3점슛 성공률도 20%에 턱걸이하는 수준이었다. 문성곤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느낌이었다”며 “‘과연 내가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밀려왔고, 농구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흔들리던 문성곤을 다잡아준 건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이었다. 당시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유 감독은 문성곤을 대표팀으로 소집해 집중 조련했다. 특히 수비와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지게끔 도왔다. 문성곤은 “유재학 감독님이 가르쳐주고, 칭찬도 해주시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덕분에 농구에 다시 흥미를 붙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성곤은 현재 웨이트 트레이닝과 밸런스 운동을 병행하고 있다. 87㎏에 불과한 몸무게를 93㎏까지 늘이겠단다. 기복이 심하단 지적이 따른 3점슛을 보완하는 것도 과제로 삼았다. 문성곤은 “대학 시절에도 그랬듯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싶다”며 “극복한다면 두, 세 단계 성장한 내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팀이 다음 시즌 통합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벤치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승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오는 8일부터 뉴질랜드로 여행을 떠난다. 추 감독은 “친척이 결혼을 한다고 해 식구들과 겸사겸사 간다. 해외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여느 봄과 다른 일정에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비시즌이면 외국인 선수 선발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가곤 했던 그였다.추 감독은 “계약이 만료되는 선수들도 있고, 군대를 가야 할 선수도 있고 해서 면담을 해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2002년 상무 지휘봉을 잡으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주 KCC를 4승2패로 꺾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감독 데뷔 14년 만에 맛본 챔프전 우승이었지만, 여운은 가시고 없는 듯 보였다. 지난 1일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추 감독의 시선은 벌써 다음 시즌을 향하고 있었다. -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터뷰 요청이 많이 들어와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선수들 휴가라든가 일정관리로 스태프들과 의논도 하고요. 우승을 하니 할 일만 늘었네요.” - 5년 전 오리온 감독으로 부임했을 때가 생각났을 것 같아요. “당시 축하보다는 우려나 만류가 많았죠. 저 역시 구단 이미지가 ‘만년 꼴찌’라는 걸 알고 있었고요. 하지만 시간과 권한만 주어진다면 못 바꿀 조직은 없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구단에도 ‘4년만 지켜봐 달라. 반드시 팀을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말했죠. 대신 간섭하지 말라고 조건을 달았습니다. (웃음)” 추 감독이 부임하기 전 오리온은 9~10위를 오가는 리그 최약체 팀이었다. 하지만 추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180도 달라졌다. ‘두 팀을 꾸려도 될 정도’라는 다른 팀들의 시기를 받을 만큼 선수층이 두터워졌고, 최근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올 시즌에는 우승의 열매까지 맺었다. - 약속대로 4시즌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으셨습니다. “선수들이 잘해줬죠. 이승현, 허일영 등 기량이 우수한 젊은 선수들과 애런 헤인즈, 문태종 같은 경험 있는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고요. 다 좋은 선수들을 만난 덕분입니다.” 추 감독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홍대부고와 홍익대를 나와 실업 기아산업에 입단했지만, 김유택·한기범 같은 동료 스타 선수들에게 밀려 벤치만 지키다 은퇴했다. 은퇴 후에는 기아차 노무관리팀에 들어가 노조원을 상대했다. 1997년 상무팀 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는 그런 탓에 항상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따랐다. - 챔프전 우승 직후 “연세대나 고려대를 나오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상”이라며 “그런 면에서 내가 주류”라고 외쳐 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남들은 주접을 떤다고 흉을 볼 수 있겠으나, 전 솔직히 그렇게 생각해요. 그동안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지도자 생활하면서 연줄이 없는 탓에 누구에게 배워본 적도 없었죠.책, 비디오를 통해 스스로 익히는 방법뿐이었어요. 스포츠만큼은 실력으로 좌지우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저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지 않았나 싶어요. 교과서 같은 이야기이지만, 결국 실력을 키우는 것만이 정론이 될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 거죠.” - 이제 지켜야 하는 입장인데, 현재 문태종은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고, 조 잭슨은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면담을 해보려고 하는데 문태종은 최소 1,2년은 더 뛸 수 있는 정신과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요. 조 잭슨도 미국으로 가 만나보려고 하는데 한국 농구에 잘 적응한 만큼 우리 팀에 머물면서 조금 더 도움을 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바람입니다. 본인이 NBA에 도전하겠다면 놔줘야겠지만요.(웃음)” - 다음 시즌 구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문태종과 조 잭슨의 거취가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오리온의 중심은 역시 이승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선수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하려고 해요.” - 이승현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적으로 KBL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로 양동근을 꼽아요. 정신·체력적으로 잘 만들어진 선수고, 귀감이 될 만한 선수죠. 그다음으로 전 이승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정신이 올바르고, 체력적으로도 훌륭하죠. 또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더 발전할 거라 봅니다.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재목이죠.” - 다음 시즌에도 특유의 ‘포워드 농구’를 볼 수 있는 건가요. “우리 팀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이승현,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건 코트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포워드 농구’가 우리 콘셉트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이번 비시즌에는 이승현의 돌파 능력을 키우려고 해요. 승현이 개인적으로도, 우리 팀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이잖아요.” 조성필기자
MVP 이승현.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추일승(53) 감독은 담담했다.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6차전을 앞두고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경기가 시작된 뒤에도 그랬다.추 감독은 팔짱을 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선수들을 응시했다. 선수들이 득점에 성공한 뒤 힘껏 포효하고, 6천여석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함성이 체육관을 뒤덮어도 그는 묵묵히 선수들을 지휘했다.추 감독은 경기 종료 5분을 남기고서야 우승을 예감한 듯 주축 선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평소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유명한 추 감독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환한 미소와 함께 벤치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하이파이브를 건넸다.오리온은 이날 전주 KCC를 120대86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프로농구 왕좌 자리에 올랐다. 2001-2002시즌 전신인 대구 오리온스가 우승을 차지한 지 14시즌 만이자, 2011년 연고지를 옮긴 이후 처음으로 들어 올린 챔피언 트로피였다.경기도에서도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이후 4년 만에 나온 우승팀이다. 시리즈 내내 자신보다 20㎝ 이상 큰 KCC 하승진(31·221㎝)을 온몸으로 막은 이승현(24·197㎝)은 기자단 투표 87표 가운데 51를 얻어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꼽혔다.오리온을 우승으로 이끈 추 감독은 농구계에서 비주류로 불린다. 고교 2학년 때 키가 크다는 이유로 뒤늦게 농구를 시작한 그는 농구 명문과 거리가 먼 곳에서 성장했다. 기아산업에 입단한 뒤에도 벤치를 지키다 90년 현역에서 은퇴하고, 기아차 일반 사원으로 일했다.지도자 생활도 순탄치 않았다. 2003년 부산 kt의 전신인 코리아텐더를 맡았지만, 우승 반지 한 번 껴보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놔야 했다. 2011년부터 맡은 오리온도 이전 4시즌 동안 최하위와 9위를 오가는 만년 꼴찌팀이었다. 그러나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로 오리온의 체질을 바꿔갔다. 2012-2013시즌부터는 포워드를 앞세운 농구로 오리온을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하는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추 감독은 이번 시즌에 앞서는 국내 최고령 문태종(41·199㎝)을 영입해 그동안 부족했던 경험을 보완했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는 다른 구단이 언더사이즈 빅맨을 선호하는 상황 속에서도 소신대로 단신 가드 조 잭슨(24·180㎝)을 뽑아 우승을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올 시즌 특유의 공격 농구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코리아텐더(KTF) 시절 6시즌 포함 감독 자리에 앉은 지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안은 우승의 영예였다.오리온은 이날 벼랑 끝에 몰린 KCC의 거센 반격에 1쿼터 중반까지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하지만 균형이 깨지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쿼터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허일영(16점·3점슛 4개)이 연속 3점포를 터트리고, 김동욱(23점)이 자유투로 득점을 쌓으면서 점수 차를 벌렸다. 승기를 잡은 오리온은 2쿼터 들어서 잭슨(26점·10어시스트)의 득점포를 앞세워 격차를 더욱 벌렸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65대40. 승부는 이때 끝났다.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KCC는 강점으로 꼽혔던 리바운드에서 24대38로 압도당하면서 완패를 당했다. 안드레 에밋이 팀 내 최다인 21점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승부의 추를 되돌리기엔 힘이 부쳤다.고양=조성필기자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의 ‘레전드’ 이미선(37)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삼성생명은 29일 “이미선이 은퇴한다”며 “등번호 5번은 영구 결번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미선은 광주 중앙초교에서 농구를 시작했다. 수피아여중, 수피아고를 거쳐 1997년 삼성생명에 입단해 20년 가까이 한팀에서 뛰며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여자프로농구(WKBL)가 출범한 1998년 여름시즌 이후로는 정규시즌 6회 우승, 챔피언결정전 4회 우승을 달성하며 삼성생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미선은 정규시즌 총 502경기를 뛰며 경기당 평균 10.8점, 5.1리바운드, 4.5어시스트, 2.2스틸을 기록했다. 특히 WKBL 통산 1천107개로 최다 스틸을 비롯해 열 차례 스틸상과 세 차례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이미선은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국가대표 선수로도 활약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4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의 업적을 남겼다. 이미선은 구단을 통해 “아직 은퇴가 실감 나지 않는다”면서 “일반인으로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 만큼 기대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선은 향후 지도자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삼성생명은 2016-2017시즌 홈 경기에서 이미선의 은퇴행사를 열 예정이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에게 인터뷰를 하자고 했다.지난 26일 오후 안양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감독에게 다소 무례를 무릅쓰고 “인삼공사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봉쇄하지 못한 안드레 에밋(전주 KC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철저하게 막히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죠, 뭐. 오리온이 잘 막던데요”라며 웃었다. 10구단 가운데 가장 ‘쿨’한 사령탑다운 짧은 답변이었다.김 감독은 2015-2016시즌을 앞두고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논란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코치에서 사령탑이 됐다. 얼떨결에 잡은 지휘봉이었기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도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안 그래도 머릿속이 백지상태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건이 또 터졌다.대학시절 불법 스포츠도박을 한 혐의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오세근과 전성현이 프로농구연맹(KBL)로부터 각각 20경기, 54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출항도 해보기 전에 온갖 풍파와 곡절을 겪은 셈이다.“전창진 감독님이 그렇게 되시고, 국가대표로 박찬희, 이정현이 빠진 데다 오세근, 전성현까지 정지 처분을 받으니 선수단의 동요가 심했어요. 그러던 차에 시즌이 개막했고, 4연패를 당했죠.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김 감독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하지만 현역 시절 저돌적인 돌파로 ‘터보 가드’라고 불린 김 감독이었다. 승부욕과 독기로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덕분에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던 인삼공사도 연승 가도를 달리며 4승5패로 1라운드를 마쳤다.김 감독은 “강병현과 양희종이 잘 해줬다”며 “둘을 중심으로 선수들 전체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대단했고, 상승세도 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박찬희, 이정현, 오세근이 차례로 돌아온 인삼공사는 승승장구했다. 개막 홈 12연승을 내달리면서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렸다.그러나 또 한 번 악재가 덮쳤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가 여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으면서 경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로드의 페이스가 뚝 떨어지면서 결국 인삼공사는 4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는 데엔 성공했지만, 시즌 중반 상승세를 생각한다면 2% 아쉬운 성적표였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 후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었다”며 “그 일만 아니었다면 더 좋은 분위기에서 시즌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털어놨다.인삼공사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삼성을 시리즈 전적 3대1로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종착지였다. 인삼공사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에 시리즈 전적 1대3으로 무릎을 꿇었다. 김 감독은 “시즌 막판 연승으로 정규시즌 우승까지 꿰찬 KCC의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우리는 6강을 치르고 올라온 상태라 체력적으로 부친 점이 있었다”며 “그래도 한 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오세근 부상도 그렇고 여러모로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김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통합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비시즌 혹독한 훈련으로 팀을 공수 양면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각오다. 이 청사진의 중심에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은 문성곤이 있다. 김 감독은 “성곤이가 분명 능력은 있으나, 올 시즌 프로에서 통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다. 호되게 가르쳐 다음 시즌 전혀 다른 선수로 만들려고 한다”며 “성곤이도 이미 각오가 돼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조성필기자
챔피언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던 고양 오리온이 우승 축포를 다음으로 미뤘다. 오리온은 27일 전북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4승제) 5차전에서 전주 KCC에 88대94로 패했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우위를 점했던 오리온은 경기막판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아쉽게 패해 승부를 6차전으로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두 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는 오리온이 유리한 상황이다. 두 팀의 6차전은 29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리온은 KCC 용병 안드레 에밋(36점)을 막지 못하며 고전했다. 오리온의 조 잭슨은 32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지만 팀 패배를 막진 못했다. 경기 초반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며 어려운 경기를 풀어간 오리온은 2쿼터 한때 21점 차까지 벌어지는 등 힘없는 플레이를 펼치며 전반을 37대55로 뒤졌다. 그러나 대반격에 나선 오리온은 3쿼터에서만 12점을 넣은 이승현과 9점을 터트린 조잭승의 활약을 앞세워 68대70, 2점 차까지 따라 붙었다. 승부가 미궁에 빠진 4쿼터에서 두 팀은 막판까지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먼저 기세를 올린 것은 오리온이었다. 잭슨의 골밑 득점과 자유투 2개로 4쿼터 시작 1분30여초 만에 72대70,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경기 종료 2분28초를 남긴 82대82에서 뼈아픈 실책이 나왔다. 문태종이 이승현에게 패스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에밋이 가로채기에 이은 속공으로 84-82, 재역전을 이뤘다. 오리온은 이후 공격에서 문태종의 슛이 빗나갔고, KCC는 전태풍이 종료 1분15초를 남기고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하며 4점 차를 만들어 승리를 예감했다. KCC는 다시 2점 차로 쫓긴 종료 45초 전에 김효범의 미들슛이 빗나가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송교창이 골밑에서 뛰어오르며 팁인으로 2점을 보태 승리를 굳혔다.조성필기자
고양 오리온에게는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 승리였습니다.2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3차전 결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이날 오리온은 정규리그 챔피언 전주 KCC를 92대70으로 완파하고 시리즈 전적을 2승1패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챔피언결정전 1,2차전 결과가 1승1패일 때 3차전을 가져간 팀이 우승한 확률은 55.6%(5/9)라고 합니다. 오리온으로선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셈이죠.확률 이야기를 접어도 오리온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게 맞습니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경기 내용이 압도적이었거든요. 많은 전문가들이 오리온의 우승 관건으로 KCC 안드레 에밋(34·191㎝)과 하승진(31·221㎝)에 대한 수비를 꼽았습니다.그런데 챔피언결정전에서 보여준 오리온의 수비는 백점 만점에 백점이었습니다. 김동욱(35·194㎝)과 이승현(24·197㎝)을 각각 전담 수비수로 붙여 에밋과 하승진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습니다.믿고 쓰는 카드인 에밋과 하승진이 모두 봉쇄당하니 KCC로선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근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 난관을 헤쳐나갈 방도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는 겁니다. 정규리그 때부터 에밋과 하승진에게 철저하게 의존해 경기를 풀어갔던 KCC입니다.‘플랜B’는 없었습니다. 정규리그 막판엔 연승가도까지 타면서 1위 자리까지 올랐으니 어쩌면 없는 게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선 바로 이 점이 무서운 재앙으로 되돌아온 거죠.추승균 KCC 감독은 3차전을 앞두고 공수 양면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에밋에게 “공을 잡으면 상대 수비가 준비하기 전에 무엇을 할지 결정하라”는 것이 골자였죠. 하지만 이 작전은 KCC에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상대 수비가 갖춰지기 전에 공격을 하려면 빠른 트랜지션이 필수인데, KCC는 리그에서 가장 느리기로 손꼽히는 팀이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패착으로 돌아갔고, 22점 차 대패를 당했습니다.고민 끝에 꺼내 든 카드가 실패하자 추승균 감독은 이른바 ‘멘붕’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얼굴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써져 있었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공수 발란스가 무너졌다”는 말만 반복할 뿐 어떤 타개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이런 추승균 감독의 심정을 대변합니다. 앞에서 언급했듯 플랜B를 구축하지 못한 죄입니다.반면 오리온은 여러 수를 준비했습니다. 정규리그 초반 8연승을 달릴 때도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팀 색깔에 변화를 주고자 노력했습니다. 애런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옵션을 물색한 거죠.그런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때마침 헤인즈가 부상을 당하면서 장기결장하게 됩니다. 추일승 감독으로선 자연스레 플랜B뿐만 아니라 여러 수를 구축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조 잭슨의 활용이고요.쓸 수 있는 패가 더이상 없는 KCC와 여러 패를 가지고 있는 오리온의 맞대결. 20점 차 이상 나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추일승 감독은 방심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3차전 승리로) 시리즈 전체의 승기를 잡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점수 차가 크다는 것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힘겨루기를 할 때, 많이 기울어지고 작게 기울어지는 차이니까요.”추일승 감독은 그러면서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3차전이 끝났을 때 분위기는 오리온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듯 보였습니다. 만약 4차전까지 오리온의 대승으로 끝난다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게 되겠죠. 오리온과 KCC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25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립니다.
프로농구 정규리그 챔피언 전주 KCC가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에서 안양 KGC인삼공사를 격침할 수 있었던 건 안드레 에밋(34·191㎝), 하승진(31·221㎝)의 활약이 밑바탕이 됐다.에밋과 하승진은 4강 PO 4경기에서 평균 49.5점을 합작했다. 인삼공사는 이들을 막기 위해 변형 지역방어 등 온갖 방법을 총동원해봤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만난 고양 오리온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에밋과 하승진을 막지 못하면 승리는 없다는 지극한 사실을 말이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에밋과 하승진에게 뺏기는 점수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추 감독은 에밋에겐 노련한 김동욱(35·194㎝)을, 하승진에겐 힘이 좋은 이승현(24·197㎝)을 전담 수비수로 붙였다.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에밋과 하승진은 각각 김동욱과 이승현의 수비에 막혀 지난 1,2차전에서 평균 19.5점, 10점을 넣는데 그쳤다. 지난 4강과 비교하자면 절반 이상으로 득점이 줄어든 것이다. 하승진과 에밋 봉쇄에 성공한 오리온은 적지에서 1승1패라는 성과를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23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앞두고 만난 추 감독은 지난 1,2차전과 같은 시스템을 운용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전주 2연전에서 수비가 잘됐다. 매치업을 그대로 가져갈 계획이다”라며 “다만, 에밋에 대한 수비는 미묘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추 감독의 노림수는 이번에도 통했다. 오리온은 이날 에밋(27점)과 하승진(7점)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고 92대70 대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2승1패. 그동안 1,2차전 결과가 1승1패일 때 3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확률은 55.6%(5/9)다. 오리온으로선 정상 등극에 한걸음 다가간 셈이다. 두 팀의 4차전은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오리온은 1쿼터 초반 에밋에게 연속 실점하면서 기선을 제압당했다. 김동욱이 수비를 못 했다기보다 KCC가 빠르게 공격 템포를 가져가면서 에밋이 손쉽게 득점을 뽑았다. 에밋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8점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에밋 타임’은 여기까지였다.KCC 공격 템포가 느려지면서 김동욱의 수비가 정상적으로 가동된 것이다. 에밋은 득점뿐 아니라 무리한 공격으로 야투 성공률까지 뚝 떨어졌다. 4쿼터에 11점을 넣었지만, 영양가는 없었다.하승진은 처음부터 종료 버저가 울리는 그 순간까지 이승현에 막혀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승진이 득점을 하려면 골밑 근처에서 자리를 잡아야 했지만, 이승현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힘으로 하승진을 골밑 바깥으로 밀어냈다. 골밑에서 멀어진 하승진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KCC가 자랑하는 원투 펀치가 모두 막히자 분위기는 급속도로 오리온 쪽으로 기울었다. 누구 할 것 없이 출전 선수가 고른 득점 분포를 보였다. 조 잭슨이 20점, 김동욱이 3점슛 3개 포함 13점, 애런 헤인즈가 12점, 문태종이 12점을 기록했다. 장재석은 12점을 거들었으며, 이승현도 3점슛 1개 포함 9점을 넣었다.특정 선수에게 득점이 쏠리지 않았다는 것은 공격이 술술 잘 풀렸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승부도 일찌감치 갈렸다. 1쿼터에 19대15로 앞선 오리온은 2쿼터 들어 문태종과 김동욱의 외곽포가 불을 뿜으면서 45대28로 전반을 마쳤다.오리온은 3쿼터 들어서도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잭슨을 포함해 7명이 득점에 가세하면서 점수 차를 더욱 벌렸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76대46이었다. 4쿼터가 무의미했다.고양=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