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의 반격 선봉엔 이승현

프로농구 왕좌를 노리는 고양 오리온이 적지에서 소중한 1승을 챙겼다.오리온은 2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전주 KCC를 99대71로 이기고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균형을 맞췄다. 그동안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 패배 뒤 2차전을 잡은 팀이 우승한 확률은 44.4%(4/9)다. 오리온은 23일 홈 코트인 고양체육관으로 KCC를 불러들여 3차전을 치른다.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1차전과 큰 변화 없이 갈 것이다. 선수들에겐 안드레 에밋에 대한 수비를 강조했다”며 “공격에선 조 잭슨에게 템포를 빨리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1쿼터는 추 감독의 구상대로 돌아갔다. 노련한 김동욱을 붙여 에밋을 단 2점으로 묶고, 리바운드에서도 12대2로 압도했다. 수비와 제공권에서 우위를 점하자 공격도 술술 풀렸다. 애런 헤인즈가 11점을 집중시킨 가운데 허일영, 김동욱, 이승현이 내외곽을 오가며 17점을 합작했다. 32대23. 오리온의 출발은 이처럼 산뜻했다.오리온의 흐름은 외국인 선수가 동시 출장하는 2쿼터 들어 어그러졌다. 잭슨이 공격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지 못하면서 리듬이 흐트러진 것이다. 속공이 2개 나오긴 했지만, 추 감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실책이 5개나 나온 점 역시 오리온의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데 한몫했다. 설상가상으로 에밋의 득점포까지 가동되면서 점수 차는 전반이 끝났을 때 48대43으로 좁혀졌다. 에밋은 2쿼터에 8점을 넣었다.전반만 놓고 보자면 1차전과 비슷한 양상, 역전패의 악몽이 떠오르는듯 했다. 하지만 이승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1쿼터 종료 직전 세 번째 파울을 범하며 2쿼터를 통째로 벤치에 머문 이승현은 3쿼터 들어 펄펄 날았다.정교한 슛으로 6득점을 기록하는 한편, 수비에선 하승진과 허버트 힐을 육탄으로 막았다. 2쿼터에 추 감독의 애간장을 태운 잭슨도 힘을 보탰다. 잭슨은 2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1점을 쓸어담았다. 오리온은 이승현과 잭슨의 활약에 힘입어 3쿼터를 73대56으로 마쳤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전방위 활약을 펼친 이승현은 19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잭슨은 18득점에 어시스트 9개를 배달했다. 헤인즈도 19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달성, 뒤를 받쳤다.KCC로선 뜻대로 풀리지 않은 경기였다. 추승균 KCC 감독이 기대했던 외곽포가 끝내 시원하게 터지지 않았다. 1차전에서 결정적인 3점포 두 방을 날려 오리온을 넉다운시킨 김민구도 이날만큼은 침묵했다.KCC는 3점슛 16개를 시도했지만, 림을 관통한 건 5개에 그쳤다. ‘해결사’ 에밋이 14득점에 그친 부분 또한 뼈아팠다. 전주=조성필기자

우리銀 WKBL 통합 4연패… 박혜진 MVP

▲ 2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MVP로 선정된 박혜진이 우승을 기념하며 골 그물을 자르고 있다. 연합뉴스 춘천 우리은행이 4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20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69대51로 제압하고 3연승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우리은행은 이로써 2012-2013시즌 이후 4년 연속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휩쓸었다.1998년 출범한 여자프로농구에서 한 팀이 4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것은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인천 신한은행(당시 안산 신한은행)이 6시즌 연속 우승한 이후 우리은행이 두 번째다.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에는 기자단 투표 72표 가운데 33표를 얻은 박혜진이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영광을 안았다. 시즌 개막 전 “우리은행 할머니들은 갈 때가 됐다”고 호언장담한 박종천 감독의 하나은행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3연패로 무릎을 꿇었다. 2012년 창단 후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하나은행은 이렇게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우리은행 승리엔 ‘위성우의 아이들’이라 불리는 임영희, 박혜진, 이승아의 활약이 바탕이 됐다. 임영희는 이날 11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고, 박혜진은 14점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3스틸을 곁들였다. 이승아도 3점슛을 3개나 꽂으며 15점을 넣었다. 조성필기자

KCC에 고개 숙인 오리온, 아쉬운 역전패

아쉬운 패배였다. 14년 만에 프로농구 왕좌 등극을 노리는 고양 오리온이 적지에서 1패를 안았다. 오리온은 지난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1차전에서 전주 KCC에 76대82로 역전패를 당했다. 프로농구 출범 후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할 확률은 73.7%(14/19)에 달한다. 오리온은 전반까지 34대26으로 앞섰다. 열세가 예상되던 리바운드 싸움에서 24대16으로 KCC를 압도하고, 221㎝로 국내 최장신 센터인 하승진(10점·11리바운드)을 단 2점으로 묶었다. 하지만 3쿼터 들어 KCC 외국인 선수 허버트 힐(17점)에게 연이어 실점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4쿼터 중반에는 KCC 김민구(6점)에게 3점슛 2개를 얻어맞고 64대64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오리온은 KCC 전태풍(15점)과 하승진, 안드레 에밋(25점)에게 연속 실점하면서 무너졌다. 전반에 12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끈 애런 헤인즈는 후반 4점, 4리바운드에 그치며 고개를 숙였다. 이승현은 11점, 8리바운드, 3스틸로 제 몫을 다 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오리온은 이로써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첫 패배를 기록했다. 오리온은 6강 PO에서 원주 동부를, 4강 PO에선 울산 모비스를 각각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했었다. 오리온은 21일 같은 장소에서 KCC와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벌인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2차전에서 큰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다”면서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안배하고, 특히 에밋의 수비에 더 신경쓰겠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오리온 “한번만 지겠다” - KCC “쉽게 가겠다”

“가문의 영광이다. 흔치 않은 성인데, 다른 감독보다 반갑고 경기도 재미있게 하겠다.”(고양 오리온 추일승 감독) “성이 같은 추일승 감독님과 맞붙게 됐는데, 그것은 접어두고 최선을 다해 좋은 경기를 하겠다.”(전주 KCC 추승균 감독) 17일 서울 KBL센터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두 추 감독은 이처럼 서로에게 친근감을 나타내면서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오는 19일부터 7전 4선승제로 치러지는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추추대전’이다. 현역 시절 벤치 멤버의 한을 지도자로서 털어낸 추일승 감독과 화려했던 선수 시절을 보낸 추승균 감독이 감독으로서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같은 성의 감독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은 것은 원년 기아(최인선)-나래(최명룡), 2000-2001시즌 삼성(김동광)-LG(김태환)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성은 같지만 두 추 감독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학구파 지도자로 알려진 추일승 감독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 덕분에 ‘닥터 추’로도 불린다. 반면 지도자 경력 2년째인 추승균 감독은 선수, 코치들과 허물없이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돋보인다. 이날도 두 추 감독은 전혀 다른 색깔의 출사표를 던졌다. 추일승 감독은 “우리 구단이나 저 역시 오랜만에 이 자리(챔프전 미디어데이)에 선 것 같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꼭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이에 맞서는 추승균 감독은 “4강에서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서 챔피언결정전을 나가게 돼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면서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빠른 승부를 바란다는 점은 같았다. 추일승 감독은 “4강 때에도 한 번만 지고 올라가겠다고 말했는데,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한 번만 지고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추승균 감독 또한 “선수 시절 항상 어렵게 우승해서 감독으로서는 쉽게 가고 싶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마지막 승부… ‘추’의 전쟁

고양 오리온이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의 영광을 놓고 전주 KCC와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펼친다.오리온은 지난 12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76대59로 정규리그 2위 울산 모비스를 눌러 3연승으로 시리즈를 마감했다.2002-2003시즌 이후 13시즌, 추일승 감독으로선 부산 KTF(현 부산 kt) 시절이던 2006-2007시즌 이후 10시즌 만에 밟는 챔프전 무대다. 경기인천 지역에서 챔프전에 오른 것도 2011-20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 이후 오리온이 처음이다. 오리온과 우승을 다툴 KCC는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직행한 4강 PO에서 인삼공사를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따돌리고 챔프전에 올랐다. 2010-2011시즌 이후 5시즌 만에 우승을 노린다. 두 팀이 챔프전에서 만나는 건 프로농구 출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PO에서는 두 팀의 전신인 현대와 동양 시절인 1997-1998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한 번 만나 현대가 3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7전4선승제로 치러지는 이번 시즌 챔프전은 오는 19일 전주에서 시작한다.■ ‘추추’대전이번 챔프전은 공교롭게도 추씨 성을 가진 감독 두 명이 맞붙게 됐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같은 성의 감독이 챔프전에서 맞붙은 것은 프로 원년인 1997년 기아(최인선)-나래(최명룡), 2000-2001시즌 삼성(김동광)-LG(김태환)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다.앞서 성사된 ‘성씨 더비’는 최씨와 김씨로 비교적 흔한 성의 감독끼리 맞붙었지만 올해는 추씨 감독들의 대결이 팬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고 있다.이번 챔프전은 베테랑과 초보 사령탑의 지략 대결이란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추일승(53) 오리온 감독은 김진(55) 창원 LG 감독과 유재학(53) 모비스 감독과 함께 리그를 대표하는 베테랑 지도자다. 2011-2012시즌부터 오리온 지휘봉을 잡은 추 감독은 취임 이전 4년간 순위가 10-9-10-10위였던 ‘만년 꼴찌’ 팀을 최근 4년 연속 PO에 오르는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3년 동안은 6강 PO에서 고배를 마셨으나, 올해는 4강 진출에 성공한 데 이어 챔프전까지 올랐다. 오리온 추 감독은 “4강 PO 3차전 직후 유재학 감독이 선수대기실 앞에서 ‘우승하라’고 격려해줬다”며 “유 감독 바람대로 꼭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반면 추승균(42) 감독은 올 시즌이 취임 첫해인 초보 사령탑이다. 하지만 초보답지 않은 지도력으로 KCC를 팀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특히 시즌 중반까지 16승14패로 승률 5할을 겨우 웃도는 성적을 내다가 이후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나머지 24경기에서 20승4패를 기록 리그를 사실상 평정했다. 그는 또 현역 시절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5번 하고, PO에는 13시즌이나 진출해 최다 기록을 가진 ‘플레이오프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KCC 추 감독은 “오리온이 만만치 않은 팀이지만 공격에서는 안 밀린다고 생각한다”며 “선수 시절 많은 걸 이뤘는데, 감독으로서도 기회가 왔을 때 꼭 잡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 깡패 용병간 빅뱅두 팀의 챔프전은 KBL 최정상급 외국인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올 시즌 포함 통산 7천355점으로 조니 맥도웰의 기존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7천77점)을 갈아 치운 오리온 애런 헤인즈(35·199㎝)와 KCC가 막판 12연승 기간에 경기당 32.3점을 기록해 정규리그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받은 안드레 에밋(34·191㎝)이 득점 대결을 펼친다.에밋은 인삼공사와 4강 PO 4경기에서 평균 33.8점을 넣고 7.8리바운드, 2.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KCC를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인삼공사는 시리즈 내내 오세근, 마리오 리틀, 양희종 등을 전담 수비수로 붙이고, 도움수비도 끊임없이 시도해봤으나 에밋을 막는 데 실패했다. 3차전부터는 변형 매치업존 디펜스 카드까지 꺼내봤지만, 에밋은 그야말로 ‘언터쳐블(untouchable)’이었다. 농구팬 사이에서 ‘깡패 용병’으로도 불리는 에밋은 “오리온이 스위치 디펜스를 많이 하는데 누가 나를 막든 준비를 잘해 챔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올해로 KBL에서만 여덟 번째 시즌을 맞는 헤인즈는 에밋 못지않은 ‘깡패 용병’으로 평가 받는다.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두 차례 부상을 당하면서 주춤했으나, 30경기에서 평균 25.2점, 8.3리바운드을 올리며 이름값을 했다.모비스와 4강 PO 3경기에선 평균 23점, 10.7리바운드을 기록하면서 완벽한 몸상태를 되찾은 모습을 선보였다. 에밋과의 맞대결을 앞둔 헤인즈는 “누가 와도 내 역할은 같다”며 “에밋의 플레이를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오른쪽을 선호하는 선수인 것 같다. 오른쪽을 막겠다”고 예고했다. 조성필기자

“내년에는 더 오랫동안 봐요”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어도, 경기 중 30점 가까이 점수가 벌어져도 인삼공사는 마지막까지 코트를 굵은 땀방울로 수놓았다.인삼공사는 13일 만원 관중이 들어찬 안방 안양체육관에서 2015-2016시즌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지난 11일 전주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센터 오세근을 부상으로 잃은 인삼공사는 이날 골밑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92대113으로 패했다. 주포 이정현이 3점슛 3개 포함 25점을 퍼부어봤지만, 정규리그 챔피언 KCC의 벽은 높았다. 시리즈 전적 1승3패. 인삼공사의 올 시즌은 이렇게 끝났다. 경기가 끝나고 인삼공사 선수단은 코트 중앙에 모여 응원을 보내준 관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정규리그 막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시즌아웃 된 강병현은 “한 시즌 동안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다음 시즌에는 팀이 우승하는데 꼭 보탬이 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정현 역시 “아쉬움이 남는 시즌이지만, 내년에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시즌 전 전창진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외국인 선수 프랭크 로빈슨의 부상이탈,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로 인한 몇몇 선수들의 초반 결장까지. 출항도 하기 전부터 온갖 암초를 마주했던 그였다.김 감독은 “최악의 조건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선수들 모두에게 고맙단 얘기를 하고 싶다”며 “다음 시즌에는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 반드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겠다”고 말했다.인삼공사 홈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체육관을 떠나지 못했다. 이들은 선수단에 다가가 사인과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이날 패배로 다소 굳은 표정이었던 선수단의 얼굴도 조금씩 풀렸다. 침묵이 감돌 것만 같았던 안양체육관은 이처럼 선수들의 땀과 팬들의 성원으로 뜨거웠다.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마감한 인삼공사 선수단에게 팬들은 말했다. “고생했어요. 고마웠어요. 내년에는 더 오랫동안 봐요.” 조성필기자

[조성필 기자의 작전타임] 벼랑끝 ‘인삼공사’ 팀 색깔을 찾아라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팬이라면 이번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를 보고 많이 속상하셨을 겁니다. 게임이 되질 않았거든요.스코어만 봐도 그렇죠.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차전에서 58대80, 9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2차전에서는 88대99로 졌습니다. 그동안 4강 PO에서 1·2차전을 모두 내준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쯤 되니 0대3 셧아웃이 그려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인삼공사가 이번 PO에서 KCC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분은 드물었을 겁니다. 정규리그에서 KCC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올 시즌 인삼공사는 KCC와 여섯 차례 만나 1승5패를 기록했습니다. 득실마진도 경기당 평균 -10.2점이나 됐죠. 전주 원정에선 더욱 심했습니다. 3전 전패에 득실마진은 무려 -16.7점에 달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4강 PO 1·2차전은 정도가 조금 심합니다. 어찌나 무기력한지, 과거 야오밍이 뛰던 시설 중국과 경기하던 한국이 연상될 정도였습니다. 뭐가 문제였을까요? 저는 인삼공사가 본연의 색깔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인삼공사는 기본적으로 많은 움직임을 통해 외곽슛 찬스를 보는 팀입니다. ‘모션 오펜스’라고도 하죠. 삼성과의 6강 PO에서 보셨듯이 3점슛을 만드는 과정이 상당히 매끄럽습니다. 근데 4강 PO에서는 이런 모습이 실종 됐습니다. 원인은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로드는 이번 4강 PO에서 외곽에서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자연스레 이정현, 전성현 등 슈터들의 외곽 동선은 막혀버리게 됐죠. 6강 PO에서 펄펄 날던 이정현과 전성현이 침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김승기 감독은 로드에게 골밑서 중심을 잡아줄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로드가 김 감독의 주문대로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까요? 4강 PO 3차전은 1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립니다.

못 막겠다! 에밋·하승진

안양 KGC인삼공사가 지난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전주 KCC에 완패(58대80)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첫째는 KCC ‘해결사’ 안드레 에밋(34·191㎝)를 막진 못했다는 점이다. 인삼공사는 센터 오세근(29·200㎝)을 에밋의 전담 수비수로 붙이는 변칙작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패착으로 돌아갔다. 에밋은 오세근을 어린아이 다루듯 득점을 뽑아냈다. 27점.인삼공사가 에밋에 뺏긴 스코어였다. 두 번째는 하승진(30)의 존재였다. 221㎝로 국내 최장신 센터인 KCC 하승진은 이날 무려 15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인삼공사 골밑을 초토화했다. 찰스 로드(31·203㎝)가 분전해봤지만,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하승진의 높이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었다.결국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 팀의 2차전은 인삼공사가 지난 대결에서 드러난 패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인삼공사에게 KCC의 벽은 높았다. 인삼공사는 이날 KCC에 87대99로 져 시리즈 전적 0승2패를 마크,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PO 4강에서 1·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100%(17/17)다.■ 에밋이 무서워김승기 감독은 1차전과 달리 에밋에 대한 수비를 마리오 리틀(29·190㎝)에게 맡겼다. “오세근이 힘에서 밀리지 않아 에밋을 막게끔 해봤지만, 스피드에서 차이가 났죠. 양희종은 사이즈가 비슷하지만, 힘에서 밀리고, 결국 답은 리틀이었죠. 사실 정규리그에서도 리틀이 에밋을 잘 막았습니다.”하지만 에밋은 속된 말로 ‘급’이 달랐다. KBL에 오기 전에도 레바논, 멕시코 등에서 챔피언십을 거머쥔 바 있는 에밋에게 국내 무대는 좁은 듯 보였다.그렇다고 리틀의 수비가 나쁜 건 아니었다. 슛과 돌파 모두 애매하게끔 간격을 두고 에밋을 막았다. 단지 에밋이 스크린을 활용한 득점을 잘했을 뿐이었다. 17점. 전반에 에밋이 올린 득점이었다. 에밋 봉쇄에 실패하면서 인삼공사는 전반에 41대55로 뒤졌다. 승부는 사실상 이때 끝이 났다.후반 들어서도 에밋의 맹폭은 계속됐다. 인삼공사는 리틀과 양희종을 붙여보기도 하고, 지역방어도 사용해봤지만, 에밋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에밋의 기록은 39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였다. ■ 하승진의 높이인삼공사가 하승진을 골밑에서 끌어내는 방책으로 내세운 건 오세근의 미들슛이었다. 출발이 좋았다. 오세근은 1쿼터 초반 미들슛 2개를 깨끗이 성공했다.하승진으로선 골밑에서 집을 지을 수 없게 된 셈. 오세근을 막기 위해 하이포스트까지 진출해야 했다. 인삼공사는 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1쿼터 중반까지 팽팽히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이 작전이 주효했기에 가능했다.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오세근이 막기엔 하승진은 너무나 컸다. 골밑에서의 실점도 실점이지만, 무엇보다 위에서 걷어가는 공격리바운드가 뼈아팠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같은 양상은 심해져 두 팀의 점수 차는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인삼공사가 하승진에 허용한 리바운드는 16개. 공격 리바운드도 무려 7개나 됐다. 하승진이 넣은 14점이란 ‘숫자’는 덤이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자유투의 성공률은 40%(2/5)로 여전히 저조했지만, 골밑에서 자리만 잡으면 한 골이었다. 로드와 오세근으로선 악몽이었다. 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