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4강전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에서 오리온 헤인즈가 모비스 천대현의 수비를 받으며 드리블 돌파하고 있다. 연합뉴스 68대68로 맞선 경기 종료 5.3초 전. 고양 오리온 조 잭슨(25·180㎝)이 자유투 라인 앞에 섰다.한두 번 공을 코트 바닥에 튀기며 심호흡을 한 잭슨은 평소와 같은 릴리스로 자유투 1구를 던졌다. 공은 림을 한 차례 맞더니 그대로 그물 안으로 빠려들어갔다. 이날의 결승 득점이 나온 순간이었다.오리온이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모비스를 69대68로 누르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동안 4강 PO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73.7%(28/38)이다. 두 팀의 2차전은 10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4쿼터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였다. 오리온과 모비스는 엎치락뒤치락하며 경기 내내 5점차 이내의 접전을 벌였다. 경기 종료 10초를 앞두고도 두 팀은 68대68로 맞서며 팽팽히 힘겨루기를 계속 했다.이 같은 힘의 균형을 깬 건 잭슨이었다. 잭슨은 마지막 공격에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로 모비스 천대현으로부터 파울을 유도, 자유투를 얻어냈다. 그리고 2구 가운데 1구를 성공시키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한국농구연맹(KBL)이 새로 도입한 외국인 선수 장·단신 구분 규정 덕분에 한국에 올 수 있던 잭슨은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가장 이목을 끈 용병이다. 화려한 드리블과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까지 갖춘 그는 1m 가까이 솟구치는 탄력을 이용한 덩크로 팀 분위기를 단숨에 뒤바꾸곤 했다. 시즌 초반 팀의 주포 애런 헤인즈에 밀려 출전시간을 보장 받지 못하면서 부침을 겪었으나 시즌 중반 이후 팀에 녹아들면서 KBL을 대표하는 가드 가운데 하나로 우뚝 섰다.잭슨은 이날 경기에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양동근의 수비에 밀려 초반에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으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본연의 실력을 발휘해 15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양동근(12점·5어시스트)과의 맞대결에서도 판정승을 거둔 셈. 오리온은 또 헤인즈가 22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작성하고, 이승현이 12점 4리바운드로 뒤를 받쳤다.정규리그 2위로 4강 PO에 직행했던 모비스는 경기 초반 양동근과 함지훈이 공격을 이끄면서 오리온에 맞섰으나, 승부처 집중력 싸움에서 밀려 끝내 안방에서 1패를 안았다. 함지훈이 15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외국인 듀오 커스버트 빅터(13점·11리바운드)와 아이라 클라크(12점·8리바운드)가 25점을 합작하는 활약을 펼쳤으나,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전주 KCC와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에서 58대80으로 졌다.외국인 듀오 찰스 로드(18점·15리바운드)와 마리오 리틀(17점·6리바운드)이 분전했지만, 국내 선수들이 부진하면서 완패를 당했다.이날 경기는 KCC의 ‘해결사’ 안드레 에밋을 인삼공사가 어떻게 봉쇄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전망됐다. 인삼공사는 경기 초반 에밋에 대한 전담 수비수로 센터 오세근(8점·4리바운드)을 붙였다. 변칙 수비작전이었으나 소용이 없었다.에밋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뽑아냈다. 쿼터 중반 이후론 양희종(3점)과 리틀이 나서봤지만, 에밋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에밋은 1쿼터에만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집중했다. 인삼공사는 12대22로 밀렸다.2쿼터 들어서는 에밋에 대한 도움 수비가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리틀이 1차 수비진을 치고 김민욱, 로드 등이 후방을 지켰다. 에밋은 2쿼터에 2점을 넣는데 그쳤다. 그러나 인삼공사는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에밋에게 수비가 집중되면서 생긴 틈을 KCC 국내 선수들이 놓치지 않았다. 김태술, 하승진, 전태풍, 김민구 등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했다. 더욱이 인삼공사는 로드와 리틀이 모든 득점을 책임졌을 뿐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전무했다.29대39로 맞이한 3쿼터에서도 인삼공사는 추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 6강 PO에서 봇물 터지듯 터진 3점슛이 이상하리만큼 림을 외면했다.3쿼터에 인삼공사가 시도한 3점슛은 7개. 이 가운데 림을 관통한 건 단 한 개도 없었다. 3쿼터가 끝났을 때 전광판에 새겨진 스코어는 43대54. 승부의 추도, 분위기도 이미 KCC에 넘어간 뒤였다. 에밋은 35분가량 뛰며 27점, 8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조성필기자
MVP 양지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개막을 하루 앞둔 프로농구 감독들은 모두 여유가 넘쳐 보였다. 밝은 표정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 뒤로는 굳은 결의가 묻어났다. 6일 서울 한국농구연맹(KBL) 센터에서 열린 4강 P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한 4개 팀 감독과 선수들은 이처럼 겉으론 웃고 있지만, 진짜 웃는 게 아니었다. ■ 김승기 감독 “제대로 붙어보겠다” 7일 적지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와 맞붙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누가 이기든 승리 뒤 정말 기분 좋았으면 한다”며 “팬들이 명승부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에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6강 PO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각오보단 다소 강도가 약한 출사표였다. 당시 김 감독은 “6강 PO 상대인 삼성의 공격을 봉쇄해 승부를 3차전에서 끝내겠다”고 했다. 숨겨놓은 발톱이 있었다. “삼성과 6강전에서 너무 터프한 경기를 했다고 욕을 먹었다”라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사실 수비는 터프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까지 오른 모든 팀들의 수비가 그렇다”며 4강에서도 특유의 압박수비를 펼칠 생각임을 에둘러 밝혔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KCC와 여섯 차례 붙어 1승5패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단기전인 PO는 다르다. 김 감독은 “5차전까지 간다고 생각한다”며 “코치로서는 내가 추승균 KCC 감독보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즌 초반 악조건에서 시작했다. 선수들이 모든 면에서 열심히 해줬고 잘 버텨줘 4강까지 올랐다”며 “이번에도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며 재차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과 자리를 함께 한 센터 오세근 또한 “신인 때 이후 첫 플레이오프다. 하위권으로 내려가 보기도 한 만큼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정규리그 1위 KCC를 맞아 도전자 입장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6강에서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께 보답하겠다”면서 “KCC를 먼저 이기고 더 좋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덧붙였다. ■ 추일승 감독 “모비스, 이제 내려올 때가 됐다”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4강행을 확정 지은 지난 1일 원주 동부와 6강 PO 3차전 직후 “(5번 우승한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이제 우승을 그만 할 때도 됐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이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에 대해 언급하며 “추 감독은 꼭 올라가야 하니 부담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유 감독의 도발에 추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추 감독은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이겨야 하지 않겠나. 유재학 감독은 이제 식상하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다 돌린다”면서 “양동근도 언제까지 MVP를 할거냐. 이번 기회에 우리 팀 승현이가 갈아치워서 ‘이승현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사이인 추 감독과 유 감독은 이처럼 유쾌하면서도 뼈가 있는 설전을 벌이며 이날 미디어데이 현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들은 1963년생 동갑내기로, 지난 1986년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의 창단멤버다. 지도자로서는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지만, 당시는 유 감독의 모비스가 추 감독이 이끄는 부산 KTF(현 kt)를 4승3패로 제압했다. 동갑내기 두 감독의 9년 만의 PO무대 재회. 유 감독은 “6강 PO에서 분명히 오리온이 올라올 줄 알았다”며 “오리온을 생각하고 많은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추 감독 역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동부보다는 모비스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치열한 승부를 예고한 두 수장의 4강 PO 첫 대결은 오는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조성필기자
‘2015-201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대진이 확정됐다.정규리그 1위 전주 KCC와 2위 울산 모비스에 6강 PO를 뚫고 올라온 안양 KGC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이 각각 도전장을 내민다. 정규리그에서는 인삼공사, 오리온 모두 KCC와 모비스에 열세를 보였다.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선 다르다. 인삼공사 이정현은 “정규시즌에서 1승5패로 밀린 KCC에 반드시 설욕하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오리온 이승현은 “모비스가 더 고심해야 할 것”이라고 선전포고를 했다. 조성필기자
“잔부상 없이 뛰는 선수가 어디 있나요.”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4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경기를 1시간여 앞두고 인삼공사 포워드 양희종(32·194㎝)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코트로 나와 몸을 풀었다. 슈팅 연습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결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삼공사는 지난달 2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3차전에서 삼성에 88대92로 졌다. 1·2차전을 내리 잡은 인삼공사로선 일격을 당한 셈이었다. 양희종에게 이날 3차전은 두고두고 잠 이루지 못할 경기였다. 그는 팀이 74대78로 뒤지던 경기종료 3분58초 전 우측 45도 지점에서 노마크 3점슛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양희종의 손끝을 떠난 공은 림을 맞고 튕겨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인삼공사는 이어진 수비에서 삼성 임동섭에게 3점포를 얻어맞았다. 74대81. 인삼공사로선 6점을 손해 본 순간이었다. 양희종은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사실 양희종의 몸상태는 100%가 아니다. 발목, 허리, 목 등 성한 곳이 별로 없다. 손창환 인삼공사 코치는 “희종이가 부상 후유증으로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데,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빨리 시리즈를 마감하고 조금이나마 휴식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희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부상을 달고 뛰는 박찬희, 김민욱 등에 비하면 나는 몸상태가 엄청 좋은 편”이라고 했다. 양희종은 지난 2011-2012시즌 챔피언결정전 2차전 때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맞고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결승골을 넣었다. 잇따른 부상에도 2주 이상 코트를 비운 적이 없다. 올 시즌도 온갖 통증을 참으며 44경기를 뛰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양희종은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잠실=조성필기자
▲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인삼공사 찰스 로드가 덩크슛을 꽂고 있다. KBL제공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2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PO) 4차전을 앞두고 백중세를 예상했다.김 감독은 “두 팀이 100%의 전력으로 맞붙는다고 해도 승부는 알 수가 없다”며 “골밑에서는 삼성이 우위, 외곽에서는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 감독의 말대로였다. 경기는 막상막하 양상이었다. 삼성이 리카르도 라틀리프, 문태영 등 골밑 플레이에 능한 선수를 이용해 점수를 쌓으면, 인삼공사는 전성현(8점ㆍ3점슛 2개), 마리오 리틀(16점ㆍ3점슛 3개)의 외곽포로 응수했다. 전반이 끝났을 때 스코어는 46대43. 인삼공사의 근소한 리드였다. 리바운드 싸움에서 11대24로 크게 밀렸지만, 3점슛이 7개나 터진 게 컸다.특히 2쿼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리틀은 3점슛을 3개나 꽂으며 홀로 12점을 넣었다. 전반 막판 센터 찰스 로드(17점ㆍ9리바운드)가 파울 트러블로 물러나면서 골밑에 구멍이 생겼음에도 인삼공사가 리드를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리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팽팽했던 승부가 갈린 건 모두가 연장을 생각하고 있을 무렵. 83대83으로 맞선 경기 종료 7초 전 공을 소유하고 있던 삼성이 실책을 범하면서 공격권을 인삼공사에 헌납하면서였다. 인삼공사는 작전타임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었고, 종료 4초 전 이정현(24점)이 삼성 장민국을 드리블 돌파로 뚫고 레이업을 올려놔 결승 득점을 뽑았다. 85대83. 경기는 이대로 끝이 났다.인삼공사는 이날 승리로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2012-2013시즌 이후 3시즌 만에 4강 PO에 진출했다. 4강 PO 상대는 정규리그 우승팀인 전주 KCC. 인삼공사는 전주로 넘어가 오는 7일부터 챔프전 티켓을 놓고 KCC와 격돌한다. 잠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4강 플레이오프행 열차에 올랐다. 오리온은 1일 적지인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에서 원주 동부를 79대66으로 눌렀다. 1·2차전에 이어 3차전까지 내리 잡은 오리온은 2006-2007시즌 이후 9시즌 만에 4강 PO 진출에 성공했다.이날 경기를 앞두고 추일승 오리온 감독의 고민 가운데 하나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를 어떻게 줄이느냐였다. 오리온은 지난 1·2차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외국인 듀오 애런 헤인즈와 조 잭슨의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1차전(104대78)에서는 40점, 2차전(84대76)에선 47점이 헤인즈와 잭슨의 손에서 나왔다. 자연스레 국내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따랐다.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헤인즈(12점·10리바운드)와 잭슨(11점·6리바운드)의 득점이 줄고, 국내 선수들의 득점은 늘었다. 그 중심에는 2년차 포워드 이승현이 있었다. 그동안 상대 외국인 선수 수비 등 궂은 일을 도맡아하던 이승현은 31분41초를 뛰며 팀내 최다인 20점을 넣었다. 특히 기선 싸움이 한창인 1쿼터에서 홀로 3점슛 2개 포함 12점을 몰아쳤다.반면 동부는 지난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끝내 보완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들어 김주성-로드 벤슨-웬델 맥키네스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스트를 가동했다. 그러나 공격이 너무 뻑뻑했다. 벤슨과 맥키네스가 함께 골밑에 배치되면서 뭔가 이뤄질 공간이 없었다. 부상을 안고 있는 김주성이 외곽에서 할 수 있는 플레이는 노마크 3점슛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동부는 이날 경기에서도 3쿼터에 트리플 포스트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자신들의 흐름을 잃었다. 오리온이 17점을 넣는 동안 동부는 9점에 그쳤다. 맥키네스가 7득점으로 분전했지만, 그 득점 과정이 매끄러운 건 아니었다. 전반까지 38대42였던 스코어는 3쿼터가 끝나자 47대59로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가 갈린 순간이었다.오리온은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면서 체력을 아낀 채 정규리그 2위 울산 모비스와 맞붙게 됐다. 두 팀의 4강 PO 1차전은 오는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다. 최근 3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던 추 감독은 “특정 선수를 잡기보다 기본에 충실한 플레이를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조성필기자
“지금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현역 시절 ‘국보급 센터’로 불린 서장훈(42)이 프로농구에 가한 일침이다. 서장훈은 지난달 29일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선수 시절부터 남다른 친분을 쌓았던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과 이상민 삼성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서장훈은 이날 경기에 앞서 삼성 라커룸에 들려 이 감독과 환담을 나누던 중 최근 시들해진 농구 인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대중들은 이미 누가 이기는지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프로농구를 하는지도 모르고, 각 구단의 연고지조차도 모르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지만, 서장훈이 선수로 뛸 당시만 해도 농구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서장훈, 이상민, 문경은이 이끄는 연세대와 전희철, 현주엽, 김병철이 이끄는 고려대 선수들은 지금의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덤을 형성했을 정도였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이 한둘 은퇴하면서 농구 인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최근 들어서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져 겨울 스포츠 맞수인 배구에 크게 뒤처지게 됐다. 실제로 올 시즌 프로배구의 평균 시청률은 1%를 넘긴 반면 프로농구는 0.28%에 머물렀다.현재 예능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서장훈은 이런 프로농구의 현주소를 예능프로그램에 빗대어 꼬집었다. “어느 프로그램이든 시청자들이 외면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본인들만 녹화할 때 신날 뿐이다. 지금 프로농구가 딱 그런 모양새다.” 서장훈은 농구가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려면 10개 구단이 대동단결해 프로농구를 하나의 대중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감독과 선수들에겐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겠다만, 팬들은 우선 재밌는 콘텐츠를 원한다”며 “그러려면 일단 각 구단이 승패를 떠나 화끈하면서도 근성 있는 플레이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삼성의 6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3차전이 열린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는 특별한 손님이 찾았다. ‘예능 공룡’ 서장훈(42)이었다. 그는 “인삼공사와 삼성, 두 팀을 응원하러 왔다”고 말했다. 현재는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장훈은 한국 농구계의 레전드다. 그는 연세대에 입학하던 1993년부터 20년 동안 한국 골밑을 대표해 온 간판센터였다. 1998년 SK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그는 15시즌 동안 688경기를 뛰면서 통산 1만3천231득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통산 득점 1위에 해당한다. 역대 2위는 1만19득점으로 추승균 전주 KCC 감독이다. 통산 리바운드에서도 그는 5천235개로 역대 1위다. 서장훈은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 이상민 삼성 감독과 인연이 남다르다. 김 감독과는 현역으로서 마지막이던 2012-2013시즌 부산 kt에서 선수와 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다. 이 감독과는 연세대에서 대학 최고 가드와 센터로 이름을 날렸다. 서장훈은 이날 경기에 앞서 인삼공사 라커룸에 먼저 들렸다. 그가 들어서자 김 감독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후배의 깜짝 방문을 반겼다. “감독이 되더니 헤어 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며 우스갯소리로 인사를 대신한 서장훈은 “오늘만큼은 삼성의 홈 구장이고 하니 한 번은 져 달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 감독은 한참을 껄껄 웃더니 “나를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었느냐”면서 “그래도 승부는 승부”라고 선을 그었다. 서장훈은 이어서 삼성 라커룸에 방문했다. 이 감독과는 평소에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는 사이인 만큼 거침이 없었다. 첫 마디가 “벼랑 끝에 몰린 게 딱해서 지나가다 들렸다”였다. 하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뒤따랐다. “얼마나 속이 타겠느냐. 오늘만큼은 꼭 이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 서장훈은 이 감독과 약 10여 분간 담소를 나눴다. 경기를 앞두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이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후배의 격려가 큰 힘이 된듯한 모습이었다. 경기에서는 인삼공사가 삼성에 88대92로 패했다. 1ㆍ2차전에서 봇물 터지듯 터지던 3점슛이 다소 늦게 터졌다. 3쿼터까지 인삼공사의 3점슛 성공률은 29%(5/17)에 그쳤다. 4쿼터 들어 전성현(12점ㆍ3점슛 4개), 마리오 리틀(12점ㆍ3점슛 2개)의 3점포가 가동됐으나, 끝내 전세를 뒤엎진 못했다. 인삼공사는 이날 패배로 시리즈 전적이 2승1패가 됐다. 두 팀의 PO 4차전은 오는 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잠실=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