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이 흔들거리고 있다. 4연패에 빠져 9승10패로 5할 승률이 무너졌다. 순위도 공동 3위로 떨어졌다. 시즌 전 신한은행은 춘천 우리은행의 통합 4연패를 저지할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혔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청주 KB스타즈에 패해 아쉽게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했지만, 전력 누수가 없었다.최윤아, 김단비, 신정자, 하은주 등 국가대표급 호화멤버가 건재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발걸음은 무겁다. 선두 우리은행과 격차는 어느덧 8경기까지 벌어졌다. 경기당 평균 16.4개나 범하는 실책이 가장 큰 문제다. WKBL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이자 최소 실책 구단 우리은행(10.2개)보다 무려 6개나 많다. 흐름의 스포츠라 불리는 농구에서 실책은 무엇보다 치명적이다. 공격권을 상대에게 내주는 것 외에도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더욱이 경기 막판 결정적인 실책은 승패로 직결되기도 한다. 부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주던 가드 김규희는 최근 발목 부상을 입었고, 슈터 김연주는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상태다. 최근 복귀한 가드 최윤아도 무릎이 좋지 않아 출전 시간을 조절해줘야 한다. 신한은행으로선 이래저래 악재가 겹친 셈이다. 정인교 감독의 지도력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6년 부천 신세계(현 KEB하나은행) 감독대행으로 사령탑에 데뷔한 정 감독은 6시즌 동안 단 한 번도 4위 이내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두 차례 플레이오프에 올랐으나 번번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에는 실패했다. 신한은행의 지휘봉을 잡은 지난 시즌에도 정 감독은 정규리그에서 24승11패를 기록하며 팀을 2위에 올려놨지만, 정작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진 이끌지 못했다. 조성필기자
지난달 30일 안양 실내체육관. 창원 LG와 경기를 앞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에게 물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어딘가요?” 김 감독은 기자들을 의식한 듯 “다 어렵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농구는 상대성을 띄는 종목이다. 비슷한 전력을 지닌 팀들도 특정 팀을 상대로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이곤 한다. 전문가들이 종종 ‘상성(喪性)’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기록으로 찾아봤다. 인삼공사가 과연 어느 팀에 약한지 말이다. 기록으로 살펴본 결과 인삼공사는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에 약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모비스, KCC와 4차례씩 맞붙어 1승3패를 기록했다. 3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겼을 뿐 1, 2, 4라운드에서는 모두 패했다. 득실마진은 모비스에 -42점, KCC에 -44점. 경기당 평균 10점 차 이상으로 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비스와 KCC는 농구색깔이 전혀 다른 팀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비슷한 약세를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세부기록을 살펴보니 답이 나왔다. 약하다고 해서 똑같이 약한 게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삼공사는 KCC보다 모비스에 더 꼼짝 못했다. 모비스와 상성이 그만큼 안 좋았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인삼공사의 농구는 ‘도둑농구’로 요약된다.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스틸을 노리고, 이후 속공으로 손쉽게 득점을 올리는 건 인삼공사의 ‘승리 공식’이다. 하지만 모비스와 경기에선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스틸 부문에서 경기당 평균 7.25개로 모비스(8.25개)에 압도당했고, 속공 또한 3.25개로 모비스(4개)보다 적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용지물이 됐으니, 인삼공사로선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KCC를 상대로는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당 평균 스틸 10개를 기록하며 KCC(7.25개)를 몰아쳤다. 속공도 평균 7.25개로 KCC(3.25개)보다 4개가 많았다.그런데도 그토록 고전한 이유는 공격 효율성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KCC를 상대로 유독 3점슛을 난발했다. 경기당 평균 30.5개나 쐈다. 그 중 림을 통과한 건 8.5개에 불과했으니 20번 넘는 공격기회를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김 감독은 “선수들이 수비는 안하고, 자신이 득점해서 이기려고 욕심을 부릴 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자면 김 감독이 가장 속 태웠을 경기는 KCC전이었다. 조성필기자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이 마지막 1초를 버티지 못하고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신한은행은 3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청주 KB스타즈에 57대59로 졌다. 4연패에 빠진 신한은행은 5할 승률(9승10패)이 무너져 3위로 주저앉았다. KB스타즈 외국인 선수 데리카 햄비에게 28점(13리바운드)이나 빼았기고, 실책을 19개나 범한 점이 뼈아팠다. 이날 경기 전까지 KB스타즈와 세 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따낸 신한은행은 경기 초반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려 주도권을 내줬다. KB스타즈 햄비에 대한 수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신한은행은 햄비에게 1쿼터에만 8점을 헌납했다. 설상가상으로 실책까지 겹치면서 신한은행은 1쿼터에 10대17로 뒤처졌다. 신한은행은 2쿼터 들어 반격에 나섰다. 강한 수비를 앞세워 KB스타즈의 득점을 6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김단비(16점)와 신정자(12점)가 차곡차곡 득점을 쌓은 신한은행은 역전에 성공하면서 전반을 25대23으로 마쳤다. 신한은행은 3쿼터 막판 모니크 커리(13점ㆍ9리바운드)가 연속 실책을 범하면서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40대40으로 동점을 허용한 채 맞이한 4쿼터에도 햄비에게 연속 실점하며 경기종료 2분을 남기곤 48대53으로 뒤졌다. 패색이 짙던 신한은행은 이후 커리가 홀로 9점을 쓸어담으면서 57대56으로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기사회생하는듯 했지만, 끝내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곽주영이 종료 9초를 남기고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친 게 화근이 됐다. 결국 햄비에게 자유투로 1점을 빼앗겨 57대57 동점을 허용한 신한은행은 종료 0.6초 전 또다시 햄비에게 골밑 슛을 얻어맞고 고개를 떨궜다. 조성필기자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43) 감독대행이 1일자로 정식 감독으로 승격됐다. 인삼공사는 31일 “어려운 여건 속에서 팀을 맡았지만 선수단을 잘 끌어가고 있다. 구단의 믿음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같이 밝혔다.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이번 시즌을 포함한 3년이며, 연봉은 상호 협의하에 비공개로 하기로 했다고 구단 측은 설명했다. 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사령탑들은 “팀이 이기려면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는 선수가 꼭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화려한 플레이로 득점을 올리는 주연도 물론 있어야겠지만, 수비ㆍ리바운드 등 궂은 일을 해주는 조연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잘 나가는 팀에는 주연 못지 않은 조연이 존재한다. 원주 동부의 김주성, 고양 오리온 이승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안양 KGC인삼공사에는 양희종(31·194㎝)이 이 조연 역할을 맡고 있다. 공격에선 눈에 띌 만한 기록이 없지만 수비에 있어서 만큼은 얘기가 다르다. 양희종은 올 시즌 경기당 평균 가로채기 1.4개, 블록 0.5개를 기록하고 있다. 리바운드(4.7개)에서도 그의 가치는 돋보인다. 양희종이 궂은 일을 묵묵히 수행해준 덕분에 인삼공사는 지난 11월 7전 전승을 기록,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양희종이 부상으로 빠지자 인삼공사의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최근 7경기에서 3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수비와 리바운드가 크게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일 창원 LG전(78대87·패)에서도 인삼공사는 박스아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격 리바운드를 수 차례 뺏겼다. 패스 한 번에 노마크 골밑 찬스를 주는 모습도 여러 번 노출됐다. 센터 오세근은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희종이형의 공백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16일 전주 KCC와 경기에서 안드레 에밋과 충돌해 목을 다친 양희종은 현재 치료와 재활에 몰두하고 있다. 오는 5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 경기에서 복귀가 점쳐지고 있지만, 인삼공사는 무리해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양희종은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서두르진 않겠다”며 “보강훈련까지 잘 마쳐서 복귀 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가 창원 LG에 덜미를 잡혀 연승행진을 마감했다.인삼공사는 30일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LG에 78대87로 패했다. 인삼공사는 21승15패를 기록해 4위로 내려앉았다.경기 전 인삼공사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공백 속에서도 최근 2연승을 달렸다. 27일 로드가 여동생의 장례를 치르고 복귀해 그동안 열세를 보인 높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된 점도 호재였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오늘 경기까지 이기면 다시 한 번 치고 올라갈 힘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했다.하지만 인삼공사는 이날 공수 양면으로 LG에게 밀렸다. 박스아웃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리바운드 싸움에서 34대44로 밀렸고, 패스 한 번으로 골밑에 노마크 찬스를 내줄 정도로 수비가 허술했다. 장기인 3점포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인삼공사는 3점슛을 28개나 시도했으나, 림을 가르는 건 7개에 불과했다. 자유투 성공률 역시 62%(17/27)로 부진했다.전반에 31대43으로 밀린 인삼공사는 3쿼터에 LG 샤크 맥키식에게 10점을 내주며 분위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47대62로 맞이한 4쿼터에도 인삼공사는 마리오 리틀(26점ㆍ5리바운드)이 3점슛 3개 포함 14점을 쓸어담았지만,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 부진하면서 추격의 실마리를 끝내 찾지 못했다.고양에선 홈 팀 오리온이 원주 동부에 74대80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2위 오리온(23승13패)은 선두 울산 모비스(25승10패)와 승차가 2.5경기로 벌어졌다. 동부 김주성은 이날 블록 1개를 추가하며 KBL 사상 첫 1천000블록을 달성했다.조성필기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대행은 30일 창원 LG와 홈 경기를 앞두고 “찰스 로드가 없는 동안 잘 버텨줬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로드는 지난 12일 미국에서 여동생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비보를 들었다. 옆자리에 동승했던 남동생도 크게 다쳤다고 한다. 로드는 여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하고자 19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초 24일 돌아오기로 했으나, 현지 사정으로 귀국은 27일 오후로 늦춰졌다.로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인삼공사는 4경기를 치렀다. 2연패를 당했지만, 이후 2연승을 달리면서 5할 승률을 기록했다. 김 감독대행은 “27일 부산 kt전은 어떻게 이겼는지 모르겠다. 더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5할이면 만족스러운 승률”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로드가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하더라. 이어 미안한지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라고 전했다.김 감독대행은 이날 LG전에서 로드에게 트로이 길렌워터에 대한 수비를 맡겼다고 했다. 길렌워터는 올 시즌 평균 26.47점을 넣으며 LG 공격을 이끌고 있는 ‘득점기계’다. 김 감독대행은 “LG가 뒷심이 부족해서 그렇지, 초반 경기 내용은 좋다”며 “로드가 길렌워터를 잘 막아줘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김 감독대행의 바람과 달리 로드는 길렌워터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에만 12점을 내줬다. 인삼공사도 전반에 31대43으로 밀렸다. 로드는 3쿼터에 길렌워터를 2점으로 묶으며 선방했지만, 승부의 추는 이미 기운 뒤였다. LG의 초반 공세 막지 못한 인삼공사는 결국 78대87로 패하며 연승행진을 마감했다. 로드는 22분을 뛰며 12점(8리바운드)을 넣었다. 조성필기자
▲ 오리온의 조 잭슨이 지난달 21일 LG전에서 김종규 위로 뛰어올라 덩크를 터뜨리는 모습. KBL제공 조 잭슨(180㎝ㆍ고양 오리온)이 터뜨린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가 ‘2015-2016 KCC 프로농구’ 상반기 최고 명장면에 선정됐다. 프로농구연맹(KBL)은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팬투표에서 총 5천190표 가운데 2천483표(47.8%)를 얻은 잭슨이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잭슨은 지난달 21일 창원 LG와 원정 경기에서 드리블로 수비 2명을 따돌린 뒤 골밑으로 쇄도해 블록을 시도하던 김종규(207㎝)의 머리 위로 덩크를 꽂았다. 자신보다 27㎝나 큰 김종규에게 굴욕감을 안겨준 인 유어 페이스 덩크였다.인 유어 페이스 덩크란 상대 선수의 얼굴을 보면서 림을 향해 뛰어 올라 꽂는 덩크를 뜻한다. 수비수가 가장 굴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당시 김종규는 잭슨에게 덩크를 얻어맞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장면은 포털 사이트에서 약 15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마리오 리틀(190㎝ㆍ안양 KGC인삼공사)의 ‘트위스트’ 레이업은 2위로 꼽혔다. 리틀은 지난달 20일 인천 전자랜드와 홈 경기에서 골밑에 미리 자리를 잡고 버티고 있던 허버트 힐 앞에서 날아올라 360도 회전해 레이업슛을 성공시키는 NBA급 묘기를 선보여 농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회전 회오리’ 레이업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슛은 총 1천237표(23.8%)를 받았다. 3위에는 웬델 맥키네스(192㎝ㆍ원주 동부)가 지난 2일 울산 모비스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터뜨린 덩크슛이 선정됐다. 총 530표(10.2%)를 얻었다. 덩크로 각각 1위와 3위에 오른 잭슨과 맥키네스는 오는 1월 10일 열리는 프로농구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출전한다. 조성필기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외국인 선수 조 잭슨이 올스타전 최단신 덩크왕에 도전한다. 잭슨은 내년 1월 1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올스타전 ‘정관장 덩크 콘테스트’ 외국인 선수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리카르도 라틀리프(199㎝·삼성)를 제외하면 마커스 브레이클리(192㎝·케이티), 웬델 맥키네스(192㎝·동부), 마리오 리틀(190㎝·인삼공사), 샤크 맥키식(188㎝·LG) 등이 모두 용병의 장·단신 기준점인 193㎝ 이하다.그중에서도 특히 180.2㎝인 잭슨은 국내ㆍ외 선수를 통틀어 역대 최단신 덩크슛 콘테스트 참가자이자 강력한 덩크왕 후보로 손꼽힌다. 잭슨은 기존 외국인 최단신 덩크왕이었던 1997-1998시즌의 래리 데이비스(183.5㎝·SBS)보다 약 3㎝, 국내 선수 최단신 덩크왕인 2009-2010시즌의 김경언(185㎝·SK)에 비해서도 5㎝ 작다. 당시 데이비스는 360˚회전 원 핸드 덩크슛에 이어 다른 외국인 선수를 뛰어넘어 덩크슛을 터트렸다. 최근 리그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된 잭슨은 덩크왕 콘테스트 참가를 자청하며 강한 의욕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미국에 있는 여동생이 세상을 떠났다. 12일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그 옆자리에 있던 남동생은 크게 다쳐 위독한 상황이란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서울 SK와 경기가 2시간 앞으로 다가왔건만 눈물이 머지지 않았다. ‘오, 나의 키지(Kizzy·여동생의 애칭).’ 홀로 남았을 누나 생각이 났다. 이 모든 일을 혼자 감당할 수가 없을 텐데. 가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누나의 떨리는 목소리가 전해왔다. “찰스, 여기는 우리가 잘 지킬 테니 너는 경기에만 집중하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감독님을 찾았다. 그는 어깨를 두들겨주며 “팀은 신경 쓰지 말고 미국에 다녀오라”고 권유했다. 또 한 번 눈방울이 쏟아졌다. 울먹이며 가까스로 말했다. “나는 괜찮으니 경기에 나가 팀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 코트에 나오자 동료들이 위로를 건넸다. 그리고는 “오늘 경기는 로드 널 위해 꼭 이기겠다”고 약속해줬다. 감독님과 코치님, 동료들이 왼쪽 가슴에 리본을 달고 추모의 뜻을 나타냈다. 또 한 번 여동생 생각에 울음이 터졌다. 겨우 눈물을 멈추고, 경기에 임했다. 연장전 포함 45분 동안 어떻게 뛰었는지 모르겠다. 93대96. 우리가 졌다. ‘내가 경기 종료 직전 던진 3점슛이 들어갔더라면….’ 경기가 끝나고 상대 선수들이 위로를 건넸다. 동생을 가슴에 묻고 뛴 첫 경기는 그렇게 끝이 났다. 동생의 장례식엔 참석하려고 했다. 누나와 연락을 해보니 교통사고로 인한 법적 절차 때문에 장례식은 미국시간으로 19일에 치러진단다. 2경기를 더 뛰고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구단에는 24일 돌아오겠다고 했다. 미국에 도착하니 다행히 남동생은 큰 고비를 넘겼다고 한다. 남동생의 병원비를 해결하고, 키지의 장례식 비용을 모두 내야 했다. 벌이가 녹록지 않은 누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큰 금액이었다. 한국에서 챙겨간 현금도 부족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미국 체류기간은 늘어났다.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27일 돌아가겠다고 했다. 구단도 흔쾌히 승낙해줬다. 한국에 입국했다. 감독님부터 동료 모두가 반겨줬다. 그러면서도 “로드, 너 없이도 2연승했어”라며 으쓱거렸다. 웃음이 나왔다. 또 하나의 가족 품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예정보다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워 미안한 마음이 샘솟았다. 30일 창원 LG와 홈 경기에 나선다. 열흘 만에 출전하는 경기다. 하늘에 있는 키지를 위해서라도, 나를 묵묵히 기다려준 팀을 위해서라도 꼭 이기고 싶다.조성필기자 ※ 취재 결과 등을 토대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관점에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