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존슨, 다시 만날 날 기대해요”

2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부산KT소닉붐과의 고양오리온스의 프로농구 경기. 고양 잭슨이 KT 골밑을 파고들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단독 선두 자리를 탈환했다. 오리온은 2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부산 kt를 91대69로 크게 눌었다.3연승을 내달린 오리온은 29승15패를 기록해 울산 모비스(28승15패)를 반 경기 차로 따돌리고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이 단독 1위에 오른 것은 지난해 12월4일 이후 53일 만이다. 주포 애런 헤인즈가 지난 11월 부상으로 빠지면서 하락세를 그리던 오리온은 올해 들어 승률을 다시 끌어올렸다. 이날 전까지 1월 7경기에서 무려 5승을 쓸어담았다.헤인즈 대체 선수로 영입한 제스퍼 존슨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줬다. 2점슛과 3점슛에 모두 능한 존슨은 합류 후 17경기에서 평균 13점, 5.2리바운드, 3.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존슨은 이날 경기에서도 펄펄 날았다.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을 뽑아낸 것은 물론 영리한 플레이로 동료들을 살렸다. 그는 28분44초를 뛰며 3점슛 4개 포함 2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오는 30일 모비스전에 헤인즈가 복귀함에 따라 이날 경기를 끝으로 한국을 떠나는 존슨으로서는 완벽한 고별전을 치른 셈. 존슨이 공수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가드 조 잭슨의 파괴력도 빛을 발했다. 잭슨은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흔드면서 16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문태종은 3점슛 3개 포함 17점을 터뜨리면서 부상으로 결장한 슈터 허일영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센터 장재석도 23점, 9리바운드로 만점활약을 펼쳤다. 장재석은 전반에만 14점을 넣어 개인 통산 전반전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다. 승부는 경기 초반에 갈렸다. 오리온이 경기 시작 후 5분 동안 kt를 무득점으로 묶으면서였다. 그 사이 존슨과 장재석이 득점을 뽑아낸 오리온은 12대0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1쿼터를 29대11로 마친 오리온은 이후 단 한 번의 리드도 허락하지 않은 채 경기를 마쳤다. 시즌 첫 3연승을 노렸던 kt는 주포 조성민이 오리온 김강선의 수비에 꽁꽁 묶여 7득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7위 kt는 18승26패가 돼 6위 원주 동부(23승21패)와 승차가 5경기로 벌어졌다. 조성필기자

추억의 3점슛 “그땐 그랬지”

농구의 본고장 미국은 최근 ‘3점슛 신드롬’이 일고 있다. 3점포가 주무기인 스테판 커리(28·골든 스테이트)의 경기 방식이 화려한 개인기와 박진감 넘치는 몸싸움을 중시하던 기존 농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미국 고교생들 사이에도 공만 잡으면 커리처럼 외곽으로 빠져 3점슛을 쏘는 게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니 그가 끼친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지난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커리는 올 시즌 42경기에 출전해 평균 4.9개의 3점슛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 커리를 보면서 국내 팬들은 부러움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선수 한 명쯤 있었으면…’하고 말이다. 슈터 기근 현상과 맞물리면서 이런 부러움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최근 국내 프로농구에서 슈터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부산 kt 조성민 정도뿐이다. 우리나라 대표 슈터 계보도 이충희-김현준-문경은에서 끊긴지 오래다.사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만 해도 슈터는 여럿 있었다. 양경민, 조성원, 우지원, 김병철, 양희승, 김영만 등 팀별로 간판 슈터 한 명쯤은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걸출한 3점 슈터를 2명 이상 거느린 팀도 있었다. 지금은 배구기사에서나 볼 수 있는 ‘쌍포가 터졌다’란 표현도 당시 농구 경기에선 심심치 않게 등장한 단골 멘트였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땐 그랬지’하며 되새길 추억이 돼 버렸다.기록도 3점 슈터의 기근 현상을 방증한다. 26일 현재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경기당 가장 많은 3점슛을 터뜨리고 있는 건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2.28개). 2009-2010시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프로농구 출범 이후 문경은 SK 감독이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5-2006시즌까지 현재 이정현보다 3점슛을 많이 터뜨린 선수는 매년 6~7명은 족히 됐다. 3점슛왕 타이틀도 경기당 3.5개 안팎으로 성공해야 거머쥘 수 있었다.전문가들은 수비 전술의 발달과 외국인 선수에 의존한 골밑 위주 공격이 3점 슈터의 입지를 좁혔다고 지적한다.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허재 전 감독은 “문경은만 해도 상대 수비를 반 박자 차로 깨뜨리고 돌아 나와 슛을 꽂는 전문 슈터였지만, 지금은 그런 선수들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도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다”며 “대학농구만 해도 ‘요즘 대학에서 슛 연습 안 시키느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신들린 3점포, 신나는 선두행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이 선두 자리에 복귀했다. 오리온은 2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서울 삼성에 87대68로 이겼다. 오리온은 이날 승리로 28승15패가 돼 울산 모비스와 공동 1위가 됐다. 오리온이 1위 자리에 오른 건 45일 만이다. 개막 후 21경기에서 18승3패를 기록하며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오리온은 주포 애런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지난해 12월11일 2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새해 들어 재차 승률을 끌어올리던 오리온은 이날 삼성을 제물로 승수를 추가하면서 마침내 모비스와 승차를 없앴다. 3점슛 4개를 폭죽처럼 쏘아 올린 문태종의 활약이 눈부셨다. 문태종은 고비처마다 3점포를 꽂으며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된 포워드 김동욱, 허일영의 공백을 완벽히 메웠다. 삼성이 71대67로 따라붙던 경기종료 2분24초 전에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슛까지 터뜨리며 공동 1위 복귀를 자축했다. 가드 조 잭슨은 23점, 10어시스트로 제 몫을 다했다. 삼성은 리바운드 싸움에서 36대23으로 압도하고도 실책을 오리온의 2배인 16개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오리온에 3점슛을 12개나 허용했을 정도로 외곽수비 또한 허술했다. 3연패 늪에 빠져 24승20패가 된 삼성은 5위 자리를 수성하는데 만족했다. 원주 원정에 나선 안양 KGC인삼공사는 홈 팀 동부를 79대65로 눌렀다. 외국인 선수 마리오 리틀이 3점슛 3개 포함 24점, 7리바운드로 활약했다. 인삼공사는 2연승을 내달리면서 전주KCC(26승18패)와 함께 공동 3위에 올랐다. 인천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평균 26.5점으로 득점 1위를 달리는 트로이 길렌워터가 빠진 창원 LG에 79대89로 패했다. 조성필기자

‘4쿼터 여인’ 삼성생명 배혜윤 KDB생명 격파 선봉

용인 삼성생명 배혜윤을 위한 무대였다.배혜윤은 24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구리 KDB생명과 홈 경기에서 44대56으로 뒤진 4쿼터서 홀로 14점을 쓸어담았다.자유투 3개 가운데 1개를 놓쳤을 뿐 야투 6개를 모두 성공시킬 만큼 그야말로 잡으면 한 골이었다. 순도 높은 활약을 펼친 배혜윤을 앞장세워 삼성생명은 69대6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배혜윤은 이날 경기에서 개인 통산 최다 득점 타이기록인 25점을 넣었다. 배혜윤은 춘천 우리은행 소속이던 2010년 1월11일 청주 KB스타즈전에서 25점을 기록한 바 있다. 당시는 2차 연장까지 치르면서 득점 기록을 작성했다면, 이날은 33분 만에 완성했다. 더욱이 승부처였던 4쿼터에 절반 이상을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꼴찌 KDB생명은 뒷심 부족에 또 한 번 땅을 쳤다. 올 시즌 4쿼터 득실마진이 -5.04점으로 6개 구단 최하위인 KDB생명은 이날도 4쿼터에 25점을 헌납하고, 10점을 넣는 데 그치며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에이스 가드 이경은은 3점슛 4개 포함 22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으나, 정작 4쿼터에서는 3득점에 그쳤다. 조성필기자

“흥행은 성적순이 아니에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흡사 광고 카피 같기도 한 이 문구는 지난 1989년 개봉한 배우 이미연 주연의 영화 제목이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큰 화제를 낳았다. 이 문구는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도 유효한 것 같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 인기 또한 성적순이 아닌 까닭에서다. 인천 전자랜드는 21일 현재 13승28패로 정규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성적만 놓고 보자면 행복과 거리가 먼 셈이다. 지난 시즌 ‘언더독의 반란’을 완성하면서 4강까지 진출했지만, 이번 시즌은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 이탈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순위 경쟁에서 뒤처졌다.하지만 경기당 평균 관중 수를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자랜드는 4천515명으로 평균 관중 2위를 달리고 있다. 경인지역 연고구단만 따지자면 1위다. 지난 9월 개막한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는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팀당 남은 경기 수는 12~13경기뿐이다. 전자랜드는 19일 홈 경기까지 9만4천823명의 관중을 불러모았다. 안방에서 열리는 남은 6경기에서 평균을 유지한다면 6년 연속 12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경인지역에서 전자랜드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구단은 고양 오리온(3천189명)이었다. 오리온은 성적에서 26승15패로 울산 모비스(28승14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으나, 흥행 면에서는 전체 6위에 그쳤다. 그 대신 원정경기 평균 관중 수에서는 3천858명으로 1위였다. 당연히 오리온과 전자랜드가 맞붙은 네 경기도 인기가 많았다. 이 네 경기를 찾은 관중은 평균 4천422명. 하지만 오리온과 서울 SK의 맞대결에 관중(5천464명)이 더 많이 찾았다. 지난달 25일 잠실 경기 때 크리스마스 효과로 7천359명이 몰린 영향이 크다. 올 시즌 24승17패로 3위를 달리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는 2천430명으로 평균 관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반면 원정경기 평균 관중 수는 3천853명으로 오리온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조성필기자

전자랜드 “꼴찌 탈출이 보인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가 연승 가도를 타면서 탈꼴찌 발판을 마련했다. 전자랜드는 19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부산 kt를 94대76으로 제압했다.이날 승리로 2연승을 내달린 전자랜드는 13승28패가 돼 9위 창원 LG세이커스(13승27패)를 반 경기 차로 쫓았다. 7위 kt(16승25패)는 전자랜드에 일격을 당하면서 6위권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6위 원주 동부(22승19패)와 승차는 6경기다. 전자랜드는 높은 야투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2점슛 성공률이 53%(25/47), 3점슛 성공률이 58%(11/19)로 높았다. 자유투 또한 정확했다. 전자랜드는 자유투 12개를 던져 10개를 꽂았다. 리카르도 포웰은 팀 내 최다인 29점, 8리바운드, 9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자멜 콘리는 17점, 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kt는 외곽슛이 지독하리만큼 터지지 않아 무릎을 꿇었다. kt가 시도한 3점슛은 19개나 됐지만, 림을 가른 건 고작 3개에 불과했다. 외국인 선수 마커스 블레이클리의 부진도 뼈아팠다. 블레이클리는 4쿼터 초반 5반칙으로 퇴장당하기 전까지 15분25초를 뛰며 9점, 3리바운드에 그쳤다. 전반에 39대34로 근소하게 앞선 전자랜드는 3쿼터 들어 점수 차를 벌리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포웰과 콘리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18점을 합작했다. kt는 코트니 심스(33점·19리바운드)가 홀로 13점을 넣으며 맞섰으나, 기울어진 분위기를 다잡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성필기자

별들의 잔치… 볼거리로 빛났다

17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중부선발팀 박혜진(춘천 우리은행)의 패스를 받은 첼시 리가 가볍게 골밑슛을 터뜨렸다. 올스타전의 포문을 여는 첫 골이었다. 이에 뒤질세라 남부선발팀 김단비(인천 신한은행)가 곧바로 중부선발팀 한채진(구리 KDB생명)을 제치고 레이업을 올려놨다. 여자농구의 별들은 이처럼 빠른 맞불 농구로 체육관을 가득 메운 3천여명의 관중을 열광시켰다.여자프로농구 출범 이래 처음으로 당진에서 열린 이번 올스타전은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추운 날씨에도 팬들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경기장 앞에 길게 줄을 섰다.팬들의 성원에 보답하듯 1990년대 이후 여자농구를 쥐락펴락했던 전주원(우리은행), 박정은(용인 삼성생명), 정선민(부천 KEB하나은행) 코치 등 코칭스태프들은 모처럼 선수로 나서 박광재, 여욱환 등 실력파 연예인 팀과 맞서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지난해 올스타전 당시 순백 드레스를 입고 노래 ‘거위의 꿈’을 불러 화제가 됐던 홍아란(청주 KB스타즈)은 올해 치어리더로 변신해 눈길을 끌었다. 홍아란은 1쿼터가 끝나고 신재영(신한은행), 강이슬(KEB하나은행) 등과 리어리더 복장을 갖춰 입고, 인기 걸그룹 EXID의 대표곡 ‘위아래’ 등 음악에 맞춰 신나는 치어리딩을 선보여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홍아란과 함께 ‘농구얼짱’으로 꼽히는 신지현(KEB하나은행)은 일일 해설위원을 맡아 오랜만에 팬들과 만났다.아무리 축제여도 승부는 승부였다. 경기 초반 4대14까지 뒤졌던 남부선발팀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한 끝에 89대84로 이겼다. 22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한 모니크 커리(신한은행)는 3점슛만 6개를 꽂아넣은 변연하(KB스타즈)를 제치고 ‘별 중의 별’(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커리는 “변연하가 마지막에 잘해서 받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도 “재밌게 즐기려고 했던 올스타전에서 MVP를 받아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올스타전의 또 다른 볼거리인 3점슛 콘테스트에서는 박하나(삼성생명)가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우승자 자격으로 먼저 결승에 오른 박하나는 처음에는 14점을 넣은 것으로 발표돼 박혜진의 15점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재집계 결과 박혜진보다 2점이 높은 17점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3점슛 여왕 자리에 올랐다.조성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