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주 종중 초상화 기증’ 사례로 본 경기도박물관 유물 기증과 기증자 예우

“지난해엔 선조의 초상화가 없었는데, 올해는 영인본을 두고 제례를 올리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지난 7일 의정부시 낙양동의 한 제실에서 조선후기 경기도수군절도사와 경상우도병마절도사를 지낸 ‘최명주(崔命柱, 1693~1748)’의 제례가 초상화를 갖춰 2년만에 열렸다. 이날 경기도의 주요 종중인 전주최씨 병사공파 종중(회장 최호광)은 최명주의 초상화 영인본을 제사상 앞에 두고 모처럼만에 제례를 진행했다. 종중은 지난 2019년 11월 최명주의 초상화와 교지를 경기도박물관에 기증했다. 교지는 최명주가 1722년 6월 선전관(宣傳官)으로서 무과에 응시해 병과(丙科) 제96인으로 합격한 증서이다. 종중은 대대로 집과 제실에서 정성을 기울여 초상화와 교지를 보관해왔다. 특히 초상화는 제례를 지낼 때 꼭 필요하기 때문에 선조의 영정을 품에서 떠나보내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영인본으로 초상화를 동일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종중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초상화 등을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270여년 된 초상화·교지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한 탓에 보관이 어렵고, 도난·분실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종중은 최명주란 인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조선시대 사대부 연구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기증을 했었다. 이에 도박물관은 최명주의 초상화를 보존 처리한 뒤 첨단 사진촬영 장비 등으로 실물과 동일하게 영인본을 재현했다. 그동안 코로나19 등으로 전달식을 진행하지 못하다 이날 최명주의 기일에 맞춰 종중에 건넸다. 최호중 종중 사무국장(69)은 “영인본이 초상화와 똑같아 이질감이 없고, 보관도 비교적 쉬워져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이어 “집에서 후손들만 초상화를 보며 모시기 보다는, 박물관에서 잘 보관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선조의 업적 등을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도박물관은 사대부 등의 초상화를 종중에서 기증 받을 시 유물 평가액의 20% 이내에서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모사본 또는 영인본을 제작해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국내 최초로 기증받은 초상화의 모사본 등을 제작·지원하는 사업에 나섰다. 소장 유물을 확대하고 기증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종중이 선조의 초상화 없이 제례를 지내기 어려워 해 초상화의 기증을 망설이는 데 대한 지원 방법이기도 하다. 이에 도박물관은 각 종중에게 기증받은 정몽주, 송언신, 심환지 초상화 등 19점의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초상화를 포함한 100여 점의 사대부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다. 이영은 경기도박물관 학예운영실장은 “단순히 유물을 열악한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에서 나아가 연구·모사를 통해 조선시대의 초상화 제작 기법을 후대에게 전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중요한 유물인 만큼 잘 보존하고 보관해서 관람객에게 많이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정자연·김보람기자

[인터뷰] 경기필 떠나는 마시모자네티 “함께 한 시간이 그리울 것”

“함께 한 4년이 즐거워 떠나는 것이 아쉽습니다. 보고 싶을 겁니다.” 지난 19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퇴임 인터뷰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마시모 자네티(60)는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2018년 9월 경기필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으로 임기를 시작한 마에스트로 마시모자네티는 오는 23일 경기아트센터, 2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마지막으로 경기필을 떠난다. 마시모 자네티는 경기필을 열정적으로 이끈 것은 물론 단원들을 음악적으로 성숙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양한 작곡가의 곡을 선정하고, 무대 위에선 세심한 지휘를 관객들을 사로잡으면서 무한한 사랑을 받았었다. 경기필과 함께 한 시간 동안 이뤄낸 것은 ‘투명함’과 ‘공유’라고 꼽은 마시모는 “오케스트라에 유동성을 부여하고 새로운 호흡 방식을 구현했다”며 “단원 개개인이 서로의 연주에 투명하게 집중하고 나눈 것이 호흡을 맞추는 데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시모와 함께 단원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정하나 악장 역시 “감독님은 단원들과 끊임 없이 소통했다. 비브라토에 숨을 많이 쉬어야 한다는 등 단원 개개인 마다 호흡을 잡아주셨다”며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함께 맞춰 나가며 자연스러워졌고 이제는 경기필 만의 언어가 됐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정 악장은 마시모에 대해 “음악감독, 지휘자라고 해서 단원들에게 권위만 내세우기 보단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동료처럼 편하게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마시모와 함께 한 시간들에 대해 언급했다. 경기필과 마시모의 긴 시간을 장식할 마지막 곡은 <베르디 레퀴엠>이다. <베르디 레퀴엠>은 낭만주의의 거장이자 베르디가 존경하는 음악가 로시니와 만토니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완성한 곡으로 ‘망자의 오페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슬픈 곡으로 마무리 하는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뗀 마시모 자네티는 “<베르디 레퀴엠>은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 곳곳에서 오랫동안 이어진 팬데믹 상황, 전쟁, 기후 변화 등 수많은 일들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시모가 경기필과 오랜 시간 함께 한 만큼 기억에 남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모두 셀 수없이 많다. 그는 “코로나19로 기획했던 공연들이 미뤄진 것, 다하지 못했던 프로젝트, 단원들과 함께 의견을 조율했던 과정 모두 헤아릴 수 없이 좋았다”며 “마음으로는 만들어진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경기필을 아껴줬던 관객들에게 전할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마시모는 “많이 보고 싶을 것”이라며 “경기필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끊임 없이 보내줬으면 한다. 경기필과 함께 한 시간이 그리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잇 무비] 대작들 틈에서도 존재감 내뿜는 영화들…'배드 럭 뱅잉'과 '초록밤'

여름철 극장가는 뜨겁다. 장기 흥행에 들어간 <탑건: 메버릭>과 <외계+인 1부>, <미니언즈2>, <토르: 러브 앤 썬더> 등이 극장가를 연달아 강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작들에 휩쓸리지 않을 독특한 존재감의 아트 영화 두 편이 오는 28일에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먼저 <배드 럭 뱅잉>이다.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배드 럭 뱅잉>(감독 라두 주데)이 국내 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 넣을 준비를 마쳤다. 교사로 일하는 에미는 남편과 합의하에 찍은 성관계 비디오가 포르노 사이트에 유출되는 끔찍한 일을 겪는다. 사실 영화가 간단하게 성관계 비디오 유출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감독이 영화를 통해 훨씬 풍부한 통찰을 이끌어내고자 한다는 점이 영화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든다. 다시 말해 <배드 럭 뱅잉>은 루마니아의 역사, 정치, 사회 맥락을 아우른 뒤 관객에게 팬데믹 장기화와 연결된 현대사회 문제를 전하는 감독의 연출 기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루마니아 부큐레슈티의 한 시내를 배회하는 에미의 하루가 1부에 담겼고, 약 70개의 주제로 인류의 위선과 폭력성을 지적하는 2부로 이어져, 3부에선 에미를 해임하려는 동료 교사들과 학부모의 마녀사냥이 펼쳐진다. 이어서 <초록밤>(감독 윤서진)은 평범한 한 가족에게 예기치 못한 죽음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신비롭게 풀어내는 영화다. 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 <초록밤>은 지난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시민평론가상, CGK촬영상 등 3관왕을 달성해, 신예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을 알렸다. 감독은 본래 서사 중심의 드라마였던 <초록밤> 시나리오를 70장에서 30장 분량으로 줄이고, 이야기를 덜어낸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 넣고 어떤 감정을 형상화할지 공들여 작업했다. 이야기와 화면 곳곳에 서려 있는 여백에 관해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영화의 주요 감상 포인트가 된다. 송상호기자

수원문화재단, 2022년 문화도시 홍보 설명회 개최…“시민 참여형 인문 도시 목표”

법정문화도시 1년 차를 맞은 수원특례시가 시민 참여형 인문도시 모델에 기반한 향후 5년의 청사진을 선보였다. 수원문화재단은 지난 19일 오후 2시 수원문화재단 2층 상황실에서 ‘2022 문화도시 홍보를 위한 기자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는 문화도시사업에 대한 향후 비전 공유 및 하반기 주요 사업 소개를 위해 마련됐다. 수원특례시 측에선 서정안 시 문화예술과 문화정책팀장 등 3명이, 재단 측에선 송기철 문화국장과 이선옥 문화도시센터장, 박경홍 정책기획팀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송기철 문화국장은 “시민들이 문화도시사업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 고민이 많다”면서 “시의 문화 발전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생각을 나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발표에서 이선옥 문화도시센터장은 시민 참여형 인문도시 구축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소개했다. 먼저 특성화 중심 도시다. 공방 작업실, 독립서점과 박물관·미술관 등을 활용한 수원화성 문화지구 조성과 더불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해 나가는 인문클럽 활성화다. 생활권역별로 북수원·서수원·영통·광교 거점 공간을 토대로 하는 공공문화 인프라 조성도 예정돼 있다. 두 번째는 거버넌스 구조다. 시 행정협의회와 문화도시센터 및 운영위원회, 시민협의체 ‘수원 나우어스’가 협력하는 모형으로 시민협의체는 주요 사업 심의 및 전반적인 모니터링에 관여하게 된다. 시민 주도형 실천에 방점이 찍혀 있는 사업인 셈이다. 발표 후 질의응답 시간에서 이 센터장은 “문화도시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향을 지정해주는 다른 공모성 사업과 다르다. 대형 행사 기획이나 구조물 건립 등이 아니라서 사업 구상 자체가 추상적일 수는 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자율적인 환경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안 시 문화정책팀장은 “해당 사업은 시의 중요한 역점 사업이다. 5년간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인터뷰 줌-in]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

황금물결이 넘실거린다. 금물결은 바라다보는 시선에 따라 저마다 다른 색을 품었다. 빛의 각도, 결의 방향에 따라 반짝이는 금빛, 메마른 듯한 금빛, 물을 머금은 금빛이 제각기 아우성이다. 서로 엇갈린 보릿대는 각자 다른 음영을 만들어내고, 때론 담백하게 때론 입체감있게 빛을 낸다. 영롱한 모습에 시선을 홀랑 뺏겼을 때 액자 속 얇게 여미어 박제된 금붕어와 봉황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기운차게 말을 건넨다. 보릿대를 활용한 공예기법을 선보이는 이상수 맥간공예연구원장의 작품들이다. 최근 수원시 권선구 맥간공예연구원에서 만난 이상수 원장은 “작품을 잘 말려야 해 지금 작업을 좀 하겠다”면서 바삐 움직이며 미안한 듯 웃었다. 40여년 전 직접 맥간공예를 창시해 내 이제 여유를 부릴 법도 하지만, 둥글게 말린 보릿대 줄기를 곱게 펴고 도안에 꼼꼼히 이어붙이고 작품을 말리는 과정까지 숨 돌릴 틈 없이 정성을 쏟는 모습은 한결같다. 맥간공예를 창시하고 구축해 온 이 원장에게 맥간공예는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003년에는 국제 서화 예술 명인과 경기도 으뜸이로 연이어 선정됐고, 이어 아세아 미술 초대전 대상,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수여하는 제30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을 수상하고 경기도 으뜸이로 선정되며 맥간공예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제 그는 새로운 꿈을 꾼다. 바로 국내를 넘어 해외에 맥간공예를 알리는 것이다. 이 원장은 “앞으로 다양한 나라에 맥간공예를 알리고자 한다. 맥간의 뿌리가 한국, 그 중에서도 수원시에 있음을 각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원장은 루마니아를 중심으로 맥간공예를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그 가능성은 엿봤다. 루마니아는 매년 ‘클루지데이 수공예축제’를 개최하며 전통공예부터 다양한 수공예 제품들을 소개한다. 지난 2018년 5월 수원시의 국제자매도시인 클루지나포카시(市)에서 열린 제8회 클루지데이에 참여한 이 원장은 부스에 맥간공예 벽걸이용 작품과 탁상용 액자 및 소품 30여 점을 전시하는 한편 손거울 만들기 체험행사를 운영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루마니아의 수도 부카레스트 소재 루마니안-아메리칸 대학교(RAU)에서 열린 ‘K-Lovers Festival’에서 이 원장은 주 루마니아 한국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행사에 참석해 또 한 번 현지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루마니아 진출은 이 원장에게 맥간공예의 미래를 이어나갈 수 있는 도전이자 기회다. 루마니아가 맥간공예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인 보릿대 수급이 가능한데다 유럽 전역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루마니아의 클루지나포카시와 논의해 기술을 전수하고 전통문화대학 공예학과 학생들에게 강의할 계획까지 세웠으나 코로나19로 유예된 상태다. 이 원장은 “루마니아는 농업이 GDP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 비율이 높은 국가인데다 수공예에 대한 관심 또한 높다”며 “2020년 본격적으로 루마니아에 맥간공예를 알리겠다는 꿈은 코로나19로 잠시 유예됐지만, 유럽 전역에 맥간공예를 알리겠다는 꿈은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양 미술작품의 뛰어난 예술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맥간공예를 해외에 적극적으로 전수하겠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이곳, 예술꿈터] 함께 쓰는 성장일기,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단원들을 만나다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함께 만들어 가는 우리들의 성장을 지켜봐주세요.” 지난 14일 오후 6시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청소년문화센터의 온누리연습실. 연습실에 들어서자 바깥과 전혀 다른 공기와 밀도로 가득 찬 특별한 세계가 펼쳐졌다. 앳된 얼굴의 청소년 단원들이 내년 2월에 선보일 정기공연 <스노우데이>의 오프닝 신 ‘My World’에 맞춰 대본 리딩과 안무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마치 무대에 선 듯 동작을 섞어가며 대사를 읊는 모습, 연보라색 우산을 접었다 펼치면서 서로의 동선과 위치를 끊임 없이 확인하는 광경은 프로 뮤지컬 배우를 떠올리게 할 만큼 체계적이고 진지했다. 이들은 뮤지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흥미로 뭉친 수원시 내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함께 성장하는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다. 지난 2015년 10월에 창단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뮤지컬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다양한 체험활동과 공연무대를 통해 청소년들이 역량을 강화하고 재능을 발산하도록 기회를 준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거나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고, 관련 경연대회에 출전하거나 지역사회 무대에 서기도 한다. 이곳엔 경쟁자도, 따라잡아야 할 등수도 없다. 20여명의 뮤지컬단 소속 학생들은 함께 노력하고 호흡하고 맞춰가며 서로의 꿈을 지지해준다. 뮤지컬단에 참여한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한 배를 탄 이상 한 마음 한 뜻으로 나아가는 공동체가 된다. 함께 호흡하고, 공연을 만들어 나가며 또 서로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면서 달라진 삶, 달라진 나를 발견하고 있다고 학생들은 말했다. 2년 전에 입단한 성아정양(17)은 “낯을 가렸던 성격이 뮤지컬단 활동을 통해 많이 달라졌다”면서 “입단 전과 지금의 나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다 같이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행복하고, 단원들과 함께 연습할 때마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배우를 꿈꾸는 정호윤군(17)은 “살면서 꿈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어려운데, 여기엔 그런 함께 꿈 꾸는 이들이 있어 즐겁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또래와 더불어 만들어 나가는 꿈을 기대하며 자신들만의 성장일기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 유채현양(15)은 “어색하고 소심했던 나를 단원들이 너무 잘 챙겨줬다”며 “앞으로 다른 단원들이 힘들어 할 때 옆에서 도움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감독·제작자를 꿈 꾸는 김은수양(18)은 “공연을 통해 다른 인물로 잠시나마 살면서 캐릭터에 따라 일상이 변화됐던 경험으로 인해 인생이 바뀐 것 같다”면서 “각자 꿈을 안고 매일 성장해가는 우리들의 미래가 기대된다”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정유진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 예술감독 "결과뿐 아닌 과정도 멋지게" “성과 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해요. 단순히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 뿐 아니라 아이들이 삶이 변화됐으면 합니다.”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을 이끄는 정유진 예술감독(46)은 작곡가 겸 음악감독으로 20여 년 간 대학로 등에서 50여 편의 뮤지컬 작품을 작업했다. 정 감독은 2018년부터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의 음악감독이 됐고, 3년 전부터는 예술감독을 맡아 청소년들에게 열정을 쏟고 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과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정 감독은 “학생들이 공연 연습과 무대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얻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를 위해 공연 선정 단계부터 메시지와 교훈 요소 등을 꼼꼼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정 감독의 운영 철학은 ‘소통’이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렇기에 이 뮤지컬단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 진심을 터놓고 마주할 수 있다. 정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잘’하는 아이들을 육성하는 게 아니다. 아이들의 삶에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주는 게 훨씬 중요하다”면서 “낙오자가 없도록, 비록 잡음이 생기거나 의견 충돌이 생겨도 저는 한 배를 탄 이상 끝까지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가 돼 성장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픔을 간직했거나 소심했던 아이들이 활기찬 에너지를 받아가는 과정에서, 또 춤추고 노래하면서 서서히 내면이 치유되고 바뀌는 모습이 보이니까 나도 덩달아서 가슴 벅차오르는 순간들이 많다”고 흐뭇해 했다. 아이들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느끼는 것도 많다. 그는 “단원들이 연습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땐 절대로 집에 안 간다”면서 “뮤지컬에 목말라 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감화됐던 때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하반기는 내년 2월 정기 공연 준비가 구체화돼가는 시기다. 공연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각색한 <스노우데이>인데, 청소년들에게 울림을 주는 뮤지컬로 단원들 각자의 삶이 공연을 통해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했다. 올해의 반환점을 지난 이 시점에, 정 감독은 분명한 목표를 제시했다. 바로 ‘멋진 결과’ 만큼이나 중요한 ‘멋진 과정’이다. 그는 “공연을 멋지게 선보이는 것만큼 준비 과정을 멋지게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은 매 순간 지나가는 삶의 조각들이 한 편의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예술의 본질 살펴보다…구리문화재단, '점·선·면의 대화' 기획전

시각예술의 기본 조형 요소인 점·선·면을 통해 예술의 본질에 다가가고자 하는 현대미술 전시가 찾아왔다. 구리문화재단 기획전시 <점·선·면의 대화>가 지난 15일 구리아트홀 갤러리에서 개막해 오는 9월7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설치미술, 동양화, 서양화 분야의 우수한 지역 예술가들과 관내 학생들의 참여작품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로, 기본 조형 요소만으로 미술을 말하는 작품들을 통해 그들의 철학과 다양한 표현 기법을 살펴볼 수 있도록 기획됐다. 먼저 백공 백용인 작가는 캔버스 설치작품을 통해 ‘점’으로 나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작가가 물의 굴절 현상에서 창안한 ‘보조개 캔버스’의 작품 중앙의 ‘한 점’은 육안 상의 깊이보다 실제로 더 깊다. 작가는 ‘물의 깊이는 보이는 것보다 깊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라는 격언을 추상 개념 미술로 형상화했다. 이번 전시는 보조개 캔버스의 한 점과 빈 여백의 작품 결과물을 설명하기 위한 띄어쓰기 작업의 과정이다. 작가는 ‘한 점으로 말하다 (White)’와 ‘한 점으로 말하다 (Sem)’ 등의 작품으로 나와 타자의 차이를 이해하는 방법론을 탐구한다. 이여운 작가는 ‘선’으로 말하는 동양화를 통해 공간의 기억을 말한다. 그는 이미지의 허구성과 환상, 실재와 비실재, 도시의 건축상에 집중한다. 흐린 먹으로 드로잉하듯 도시의 외관과 건축물을 진하게 쌓아가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념비-광화문’ 등에서 발견되는 선의 무수한 중첩을 통해서 아픈 역사의 흔적이 간접적으로 나타나며, 압축된 시간의 흐름 또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경 작가는 추상화를 통해 ‘면’의 아름다움을 말한다. 그는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색과 언어로 추상화해 개념적으로 표현한다. ‘어떤 것-고풍스러운, 조용한, 가여운’과 ‘어떤 것-사소한, 무력한, 묵직한’에서는 개개인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단순한 이미지로 표현함으로써 미적인 시각화를 달성한다. 전시회 관계자는 “3인의 작가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작품 또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

시원·짜릿한 액션… 여름 극장가 사로잡다

시원한 액션 영화들이 여름 극장가를 사로잡고 있다. <탑건: 매버릭>과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박스오피스 1, 2위를 다투는 사이 지난 13일 개봉한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가 완성도 있는 스트레이트 액션으로 관객을 끌고 있다. ■ ‘압도적인 비행의 시작’ <탑건: 매버릭> <탑건: 매버릭>은 지난달 22일 개봉 이후 13일 기준 누적관객수 493만8천406명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는 배우 톰 크루즈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탑건(1986)>의 후속편이다. <탑건: 매버릭>은 최고의 파일럿인 매버릭이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의 교관으로 발탁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매버릭의 지휘 아래 팀워크를 쌓아가던 팀원들에게 국경을 넘나드는 위험한 임무가 주어지자, 매버릭은 동료들과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비행에 나서게 된다. 영화는 실제 비행기에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려한 영상미와 웅장한 사운드, 완성도 높은 스토리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 ‘돌아온 천둥의 신’ <토르: 러브 앤 썬더> 지난 6일 개봉한 <토르: 러브 앤 썬더>는 <토르: 라그나로크>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토르의 4번째 솔로 무비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히어로 중에선 최초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는 천둥의 신 토르가 자신의 내면을 찾아 안식년을 보내던 중 우주의 모든 신을 몰살하려는 신 도살자 고르를 만나면서 시작한다. 토르는 킹 발키리, 코르그, 마이티 토르와 팀을 결성해 도살자 고르의 우주적 위협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영화는 특유의 B급 유머와 감성적인 음악, 화려한 액션으로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특히 새롭게 등장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인물들과 완전히 변신에 성공한 기존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뤄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깨어난 킬러의 본능’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방진호 작가의 소설 『죽어도 되는 아이』를 영화화한 스트레이트 액션 영화다. 영화는 호화로운 은퇴 생활을 즐기던 전설의 킬러 ‘의강’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여고생 ‘윤지’를 떠맡게 되면서 잠재된 킬러의 본능을 되찾는 모습을 담았다. 의강은 납치된 윤지를 찾기 위해 단서를 쫓고 범인을 응징하기 시작한다. 영화에서는 ‘액션 장인’으로 불리는 배우 장혁이 주인공 ‘의강’ 역을 맡고, 한국 액션의 대가로 알려진 브루스 칸이 ‘유리’ 역을 맡아 시원하고 화려한 격투를 선보인다. 여기에 배우 차태현과 손현주가 카메오로 출연해 다채로운 연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를 통해 맨몸 액션 등 K-액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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