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럭셔리룩 연출법, 디테일 의상+컬러 악어백…품격 있는 여자의 여름패션

여름의 길목에 들어서면서 여성들의 옷차림이 한결 가벼워졌다. 이때 디테일이 가미된 의상과 컬러풀한 악어백을 활용한다면 더위 속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썸머 럭셔리 룩이 쉽게 연출된다. 회사에 출근할 때와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우아하면서도 스타일이 살아 있는 여름 맞이 럭셔리 룩 스타일링 비법을 소개한다. ◇진짜 여자는 여름에도 우아하다썸머룩 연출법 잘 재단된 원피스는 하나만 걸쳐도 스타일리시해 보여 여름철 여성 직장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볼드한 자수 디테일이 가미된 미니멈의 원피스는 블랙 컬러와 실버 컬러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룩을 연출 하고자 할 때 제격이다. 특히 허리 라인을 따라 적용된 자수가 허리 라인을 살려줘 여성을 더욱 날씬해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여기에 클래식한 디자인의 핸드백을 함께 매치해주면 손쉽게 럭셔리 비즈니스 룩을 완성할 수 있다. 각진 스퀘어 쉐입이 돋보이는 콴펜의 라플즈 백은 가방의 강렬한 컬러와 은장 장식이 화려한 분위기를 한층 살려줘 여름 오피스룩에 포인트를 주고자 할 때 제격이다. 이때 신발의 컬러는 원피스와 동일한 컬러로 통일하면 보다 정돈된 룩을 선보일 수 있다. ◇럭셔리와 걸리시를 동시에러플 패션과 컬러백으로 연출한다 데이트 혹은 모임에 나갈 땐 한결 산뜻한 스타일링을 추천한다. 올시즌 트렌드로 부상한 러플과 레이스의 경우 걸리시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동시에 자아내 스타일링 시 주목할 만하다. 풍성한 러플이 돋보이는 블라우스에 레이스 소재 숏팬츠를 매치해주면 발랄한 듯 고급스러운 멋을 한껏 드러낼 수 있다. 디테일이 돋보이는 의상에는 직사각형 쉐입이 깔끔한 분위기를 선사하는 오렌지 컬러 악어백을 매치해 룩의 밸런스를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보다 가벼운 느낌을 어필하고 싶다면 클러치 백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에 더해 고스란히 드러나는 손목에 참 팔찌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면 사랑스러운 느낌을 고조시킬 수 있다. /제휴사 이투데이 제공

[법률플러스]이자와 지연손해금

민법에서 말하는 이자는 금전 기타 대체물의 사용대가로 그 원본과 사용기간에 따라 일정기에 일정 비율(이율)로 지급되는 금전 기타 대체물이다. 이러한 정의는 거래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자의 개념과 큰 차이가 없다. 금전 뿐만 아니라 대체물의 사용대가도 이자다. 즉 쌀 10㎏을 빌린 다음 1년 후에 같은 품질의 쌀 11㎏을 갚기로 했다면, 그 차이인 쌀 1㎏도 이자가 된다. 사람들이 돈을 빌려주고 받을 때에는 보통 이자에 대해서 미리 약속을 한다. 예컨대 돈 1억원을 빌려주면서 1년 후 갚을 때에는 10%의 이자 1천만원을 더하여 1억1천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식이다. 이자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가는 당사자들의 자유이지만, 이자제한법에 따른 한계가 있다. 즉 이자율을 아무리 높게 약정하더라도 연 30%를 넘을 수 없고, 이 비율을 넘어서는 부분은 무효이므로 채권자는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최근 이자제한법이 개정돼 오는 7월 15일부터 위 최고 비율이 연 25%로 인하된다. 돈을 빌려주면서 이자를 받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도 당연히 효력이 있다. 그런데, 갑이 을에게 돈 1억원을 빌려주면서 1년 후 이자와 함께 반환한다라고 약정하였다면 어떨까? 즉 이자 약정은 했는데, 정작 이자율이 얼마인지는 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는 민법이 정한 연 5% 또는 상법(당사자들이 상인인 경우)이 정한 연 6%의 이율이 적용된다. 갑은 친한 친구인 을에게 무이자로 1억원을 빌려 주고 1년 후에 돌려받기로 하였다. 이 경우 갑은 1년 후 을에게 원금 1억원만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이 무이자 약정을 하였기 때문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났는데도 을이 1억원을 갚지 않고 있다면 어떨까? 이때 갑은 원금 1억원에 변제기 이후부터 실제로 갚을 때까지 연 5% 또는 연 6%(이들이 상인인 경우)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추가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추가되는 돈은 외형상 이자와 비슷하지만, 이는 이자가 아니라 채무자가 빌린 돈을 약속한 시점까지 갚지 못한 데 따른 제재(손해배상금 또는 지연손해금)일 뿐이다. 위와 달리, 을이 돈을 빌리면서 1년 후 연 1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라면 어떨까? 이때 갑은 원금 1억 원에 이자 1천만 원을 더한 금 1억1천만 원에 약정 이자율 10%를 곱한 돈을 지연손해금으로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즉, 약정 이자율이 있으면, 그 이자율이 지연손해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것은, 만일 갑이 을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한 경우, 을이 소장을 송달받은 날의 다음 날부터는 위에서 살펴본 지연손해금의 비율이 연 20%로 폭등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일 을이 돈을 갚아야 하는 것이 분명하다면, 소송을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돈을 갚으라는 취지이다. 위에서 살펴본 내용은 실은 이자와 지연손해금에 관한 여러 사례들 중 가장 단순한 사례들에 관한 것이고, 우리 법과 판례들 곳곳에 위와 조금씩 다른 여러 예외 규정들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만일 의문이 있다면 법률전문가로부터 꼼꼼한 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 준다. 김종훈 변호사

‘블록 완구’ 삼킴·흡입사고 59%, ‘3세 미만 영유아’

어린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블록형 완구로 인해 아동들의 삼킴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사고에 대한 위험경고 표시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8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블록완구 관련 어린이 삼킴흡입사고는 2011년 16건, 2012년 64건, 2013년 122건으로 매년 증가해 총 230건에 이른다. 완구에 의해 다친 부위는 코가 158건(68.7%)으로 가장 많았고, 호흡기소화기 계통 44건(19.1%), 목 20건(8.7%)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고 230건 중 135건(58.7%)이 작은 블록 완구를 사용할 수 없는 만 3세 미만 영유아 사고로 확인됐다. 만 3세 미만 영유아들은 손에 잡히는 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습성이 있어 삼킴흡입사고에 취약하다. 블록 완구를 삼키거나 흡입할 경우 소화기 계통 손상이나 호흡기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입을 수 있다. 품질경영및공산품안전관리법에 의한 완구 관련 안전기준에 따르면 완구에는 사용자 연령을 표시해야 하고, 작거나 작은 부품이 있는 완구는 3세 미만의 어린이는 사용할 수 없고, 작은 부품을 포함하고 있다는 경고문구와 연령 경고 표시 기호를 함께 표시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부터 23일까지 대형할인점, 완구도매상가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작은 부품이 포함된 블럭 완구 5종을 대상으로 경고 표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5개 제품 중 4개 제품은 연령을 표시하였으나 1개 제품은 표시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표시한 4개 제품도 최소 연령을 주위 글씨 등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시하여야 함에도 그렇게 표시하지 않고 있었다. 연령경고 표시 기호는 3개 제품이 기준에 부적합했다. 연령 구분표시는 사용자의 최소 연령을 단위 포장에 주위 글씨 등과 쉽게 구별돼 보이는 방법, 이를테면 적색 글씨, 음양각 표시 또는 주위 글씨보다 훨씬 큰 글씨 등으로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작은 완구 또는 작은 부품이 있는 완구의 경우, 경고 문구나 연령경고 표시 기호를 제품 또는 포장에 표시를 해야 한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어린이의 완구 삼킴흡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가기술표준원에 제품에 연령 표시나 경고 문구 표시와 관련, 기준을 준수하도록 단속을 강화하고, 소비자가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 위치 및 활자체 크기 기준을 개선하도록 건의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가정 내 사고 예방을 위해 자녀 연령에 맞는 완구를 구입하고, 만 3세 미만의 자녀가 있는 경우 작은 부품이 들어 있는 완구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하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어린이 블록 완구 주의사항 ▲구입 전에는 KC마크(국가통합인증마크)를 확인하고 구입한다. ▲자녀의 적정 연령에 맞는 완구를 구입하고,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경우 입, 코, 귀 등으로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작은 부품으로 구성된 완구는 구입하지 않는다. ▲구입 후에는 형제자매가 있는 경우 동생의 연령에 맞지 않은 블록 완구는 아이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고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별도로 보관한다. ▲부모가 지켜볼수 있는 공간에서 블록완구 놀이를 하도록 한다. ▲장난감이 파손되어 날카로운 부분이 있는 지, 작은 부품이 분리되어 있는 지 등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예술장터 ‘마토예술제’, 5월 31일 올해 첫 개막

국내 유일의 다국적 예술교류 장터 마토예술제가 올해 첫 행사의 포문을 연다.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엄기영)과 평택시는 오는 31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캠프험프리스(K-6) 앞 로데오거리에서 2014 마토예술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4회에 걸쳐 성공적인 개최로 지역의 대표 행사로 자리 잡은 예술제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해 경기문화재단과 평택시가 봄, 가을 연4회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여는 예술축제다. 중고물품 판매 및 지역예술가와 함께 작품을 만드는 플프마켓(플리마켓+프리마켓)과 6월 2일 단오를 맞아 기획된 다양한 단오체험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공간이 마련되며 다문화 먹거리도 판매된다. 이밖에 전국의 축제와 나눔 장터에서 재능을 파는 예술장돌뱅이 5개 팀이 현장의 분위기를 띄운다. 특히 올해 마토예술제는 문화다양성 확산을 위해 자발적으로 조직된 한미문화예술위원회의 첫 가동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미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3월 7일 개관한 팽성예술창작공간의 프로그램 운영과 더불어 마토예술제, 코스튬플레이 페스티벌, 마을 정원 조성 프로그램 마을이 꽃이다 등 앞으로 진행될 안정리 마을재생 프로젝트의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게 된다. 한편, 마토예술제는 오는 6월 28일, 9월 27일 예정돼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해 마토예술제가 조화와 화합을 내건 지역민과 여러 민족 간의 관계 다지기의 시작이었다면 올해는 이들의 상호 협력의 성과를 축제 참여자 모두와 함께 나누는 풍요와 나눔의 마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31)652-2996~7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차(茶), 즐거움을 마시다’](4)고려시대의 차마을, 다소(茶所)

고려시대에는 국가에서 필요한 수공업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한 소(所)라는 특수한 마을이 있었다. 구리를 생산한 동소(銅所), 소금을 생산한 염소(鹽所), 생강을 생산한 강소(薑所), 종이를 생산한 지소(紙所) 등이다. 차를 생산한 마을은 다소였다. 따뜻한 기온과 습도, 강우량, 일조량, 바람 등은 차나무 식생에 절대 조건이었기 때문에 다소의 설치운영이 전라도, 경상도에 집중되었음은 당연한 것이었다. 차는 나주ㆍ장흥ㆍ하동 등에 설치된 다소에서 다소리(茶所吏)의 관장 아래 농민들의 부역으로 생산돼 다소가 소속돼 있던 군현, 해당 도를 거쳐 서울인 개경으로 옮겨졌다. 어느 때에는 다소의 농민들이 그 운송까지 직접 담당해야만하기도 했다. 할당량을 맞추지 못하면 다른 먼 곳까지 가서 사가지고 그 양을 맞춰야만 했다. 차문화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차의 공적 수요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대내외의 관계망이 형성돼 있었음을 뜻한다. 고려사회에서는 수입차인 용봉차와 납차 등과 함께 토산차인 뇌원차, 조아차, 유차 등을 최상품으로 꼽았다. 이들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통차인 작설차였다. 어린 차싹을 채취해 만들었는데, 너무 일찍 따면 향기와 맛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이런 차들은 섣달, 혹은 초봄에 따야했기 때문에 추위를 견뎌야하는 어려움이 더해졌다. 찬바람을 등지고 언 손으로 좁쌀알갱이만한 싹을 따는 일이란 농민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뿐이었다. 어느 차마을의 농민은 이를 견디지 못해 차나무를 모두 불사르고 도망갈 것을 생각하기도 했다. 온종일 큰 대나무 소쿠리 한가득 따온 찻잎은 덖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도 500g 정도의 찻잎을 덖으면 그 1/5인 100g의 차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차 한 되는 쌀 한 가마의 가격에 유통됐다. 차마을에서도 차를 마시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고려 중기의 유명한 다인이었던 이규보(李奎報, 1168~1241)에게 차는 수많은 백성들의 고혈을 수탈한 것으로 인식됐고, 천여 개의 가지에서 딴 찻잎으로 한 모금의 차밖에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차를 즐기는 것이 항상 흔쾌하지만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차 끓일 물조차 아까워 술에 취해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규보는 차를 손에서 뗄 수 없었다. 오히려 차벽(茶癖)을 가진 대표적인 다인으로 알려졌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음은 무엇 때문일까? 이규보가 그런 호사를 누릴 수 있었음은 차마을에서 농민들이 애쓴 고생의 결과였다. 김성환 경기도박물관 학예팀장

봄나물ㆍ올챙이국수 발길 잡네!… 왁자지껄 정겨운 ‘가평 5일장’

시골의 구수한 말투와 푸짐한 덤으로 진한 인심까지 전하는 가평5일장이 봄나물 내음 풍기며 손님을 맞고 있다. 매월 5일, 10일, 15일 등 5일마다 가평 장터길의 5일장은 여기저기 왁자지껄 활기가 넘치며 값지고 풍성한 재미와 온정을 찾을 수 있다. 오전 8시 가화로 상점가 입구에서 장터 1ㆍ2ㆍ3길과 보납로 3ㆍ4번 길까지 골목골목 좌판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장터길을 중심으로 ㅂ자형으로 형성된 장터에는 젊은 상인뿐 아니라 직접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과 신토불이 채소들을 담아 오신 할머니들까지 두런두런 장터 한곳에 자리를 잡는다. 특히 5월의 장터에는 두릅, 엄나무, 방풍나무, 곰취, 쑥, 돌나물, 미나리싹 등 신선한 봄나물 향기와 과일, 생선, 건어물과 견과류, 각종 잡화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 장터만의 재미와 정취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장터에서 먹을거리는 빠질 수 없는 재미있어 올챙이 마냥 입안에서 미끄러져 넘어가는 구수한 올챙이국수와 쫄깃한 촌떡(메밀전병), 달콤한 꿀이 가득한 호떡과 방금 찐 따끈한 찐빵, 족발, 닭발, 오돌뼈 등 막걸리와 함께하는 요리까지 풍성하다. 오전 10시부터 북적이던 장터는 오후 6시가 되면 발길이 한산해져 7시쯤 되어 파장 즈음 장터를 찾으면 떨이로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 가평5일장과 청평5일장은 전철역이 가까워 외지인들도 즐겨 찾고 가평역과 청평역에서 내려 버스로 5분, 가평, 청평버스터미널에서는 걸어서 3분 정도면 장터에 도착할 수 있다. 가평=고창수기자 kcs4903@kyeonggi.com

[그림 읽어주는 남자] 손민아의 ‘선반 프로젝트’

멸사봉공(滅私奉公)이라는 말 아세요? 사사로운 감정을 없애고 공공의 목적을 받들어 모신다는 뜻이죠. 같은 말로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있어요. 공공은 사사로운 것에 우선한다는 뜻이에요. 언 듯 우리는 이 말이 애국이나 충정을 뜻하는 것처럼 매우 중요한 공공의 원칙이 아닐까 생각하지요. 그런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 말은 다소 충격적인 뜻으로 읽힐 수 있어요. 사사로운 것은 하찮은 것이 아니라 나의 일이고 나의 나들로서 우리의 일입니다. 봉공(奉公)이라는 공공은 국가나 정부를 뜻하지요. 이를 풀어 말하면 국가나 정부의 공익이 나의 이익에 앞서 있다는 뜻이 되지요. 멸사봉공과 선공후사의 정신은 그러므로 자칫 전체주의나 파시즘으로 흐를 수 있지 않겠어요? 물론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경우는 문제가 다를 수 있겠지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으니 국민을 위한 공공의 일을 수행해야 하지요. 멸사봉공을 멸공봉사로 바꿔 부르면 어떻게 될까요? 멸공봉사는 민주주의에 합당한 개념일까요? 아니에요. 그것은 공공을 없애고 오직 사사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니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주 이 둘을 혼동하거나 부정하며, 잊고 삽니다. 그렇다면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할까요? 활사개공(活私開公)해야 합니다. 활사는 나를 크게 살리는 것입니다. 이때 나는 너의 나이고 나의 너여서, 우리 모두를 말합니다. 서로주체의 서로 삶을 뜻하는 것이지요. 그런 다음 공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그러면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지요. 이를 행복공창(幸福公創)이라 합니다. 저는 지금 손민아의 선반 프로젝트를 보고 있습니다. 그는 이웃과 함께 나누어 쓰기라는 주제를 실천하기 위해 선반 하나를 아파트 단지에 세워둡니다. 줄 수 있는 물건 / 하지만 쓰여지지 않고 집 어딘가에 없는 물건 / 그런 물건을 함께 나눠요라고 쓴 문구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 선반에 자신의 물건을 가져다 놓기 시작합니다. 누군가는 이곳에 쓰지 않는 물건을 놓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갑니다. 프로젝트가 수행되는 기간 동안 선반은 공공매(公共媒)가 됩니다. 공공을 위한 매개자가 되는 것이지요. 손민아의 선반 프로젝트는 활사개공하는 미학을 실천합니다. 나를 살리는 방식으로 모두와 만나는 관계를 형성하지요. 나의 살림이 너의 살림과 만나고 그런 너와 나의 살림이 서로 삶의 가치로 퍼져 가는 것입니다. 이 작은 선반 하나가 수행하는 작은 실천이 민주주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행복공창이 되는 셈이지요. 때때로 우리는 의인을 만납니다. 그는 의로움은 멸사봉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공은 국가가 아니라 바로 우리 모두입니다. 그렇습니다. 공공은 국가나 정부가 아니라 공공하는 삶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공공하는 예술, 손민아의 선반이 바로 그것이겠지요? 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문화재단 정책개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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