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누출한 삼성 ‘불신’도 함께 부른다

세계적 기업 삼성 ‘주먹구구식 대응’ 분노
불산 누출ㆍ사망자 은폐ㆍ축소 ‘급급’

보안 이유로 40분 이상 경찰 출입 막고

초동대처한 직원 2명 출석 요구도 거부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망사고(본보 29일자 17면)와 관련, 삼성측의 사건 축소·은폐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안전을 부르짖던 국내 대표기업의 안일한 사고대응에 국민들의 분노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삼성측은 변사사건 발생보고를 받고 찾아 온 경찰에게 보안을 이유로 40분 이상 출입을 통제했을 뿐 아니라 경기도에는 불산 누출을 신고하면서도 사망사고 발생은 알리지 않는 등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9일 경찰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오후 3시께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변사사건 수사를 위해 찾아 온 화성동부경찰서 형사팀, 과학수사팀 소속 직원 10여명의 출입을 보안을 이유로 통제했다.

이어 3시50분께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생산 11라인 불산탱크룸으로 경찰을 안내한 삼성전자는 이때까지도 불산 누출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경찰이 다른 곳으로부터 누출 여부를 듣고 난 이후에야 누출양이 미미하고 자체조사 결과, 위험하지 않다고 답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와 소방서에 신고 역시 삼성전자가 아닌 류보국 화성동부경찰서 형사과장이 직접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경찰에 앞서 오후 3시20분께 화성 반도체 사업장에 도착한 경기도 기후대기과 관계자들은 출입통제 없이 곧바로 사고현장으로 이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도 관계자들에게 경찰과 달리 사망사고 발생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삼성전자가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면서 정부기관은 P씨가 사망한 이후 3시간여동안 단 한곳도 사고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인 STI서비스 관계자가 경찰에 불산 누출 여부를 신고했다고 알렸지만 경찰은 이와 관련된 신고접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특히 불산이 희석된 액체로 소량 누출됐다는 삼성전자의 발표와 달리 경찰과 부상을 입은 작업자들은 불산탱크룸에 불산가스가 가득했다고 증언한 상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삼성전자는 이날 경찰이 사고와 관련해 초동대처한 안전관리팀(GSC) 직원 2명에게 출석을 요구했음에도 거부하는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업윤리마저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사고 발생 인근의 동탄신도시 주민 A씨(52ㆍ여)는 “불산이 누출돼 사람이 죽었는데, 삼성전자는 위험하지 않다고만 한다”라며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것인지 이리저리 둘러대는데 분노가 치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 명의로 발표한 공식 유감 표명문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고에 대한 관계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항구적인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불산이란

불화수소산(hydrofluoric acid)의 줄임말로 반도체 웨이퍼 세척과정과 화장실 청소제, 불소함유 치약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불산은 맹독성 물질로 피부에 묻으면 심한 화상을, 기체 상태의 불산을 호흡기를 통해 마시면 상기도에 출혈성 궤양과 폐수종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일반 화학화상의 경우 피부조직과 만나 조직괴사를 일으키지만 불산의 경우 피부 조직으로 스며들어 전신반응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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