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산 터뜨리고도 배째라? 삼성의 막강 파워

삼성, 불산누출 수사도 비협조
관련자 출석 요구·소방출동일지 등 자료 늑장 제출

삼성전자 반도체 화성공장 불산 누출 사망사고(본보 29ㆍ30일자 1ㆍ7면)를 조사 중인 경찰이 삼성측의 비협조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가 경찰의 관련 자료제출 요구와 관련자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늑장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경찰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경찰은 불산 누출량과 2차 피해유무, 사후조치, 처벌 법규 등 4가지 방향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사고 당시 현장에서 근무했던 삼성전자 안전관리팀(GCS) 부장과 안전차장, 팀원 등 6명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사고발생 직후 대처상황 등을 조사했다.

이는 경찰이 불산 누출 사망사고를 본격적으로 수사한 지 무려 40시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박명석씨가 사망한 28일 늦은 밤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STI서비스 사장과 전무이사 등 책임자들을 강도 높게 조사했던 것과 달리 이날 삼성측 관계자 중 책임자급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경찰의 자료제출 요구에도 각각의 자료를 담당하는 부서가 많아 취합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미루다 오후 늦게야 제출했다.

경찰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자료는 조직도와 소방출동일지 등이다.

STI서비스는 이미 교육일지와 작업일지 등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한 상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메모리사업부장인 전동수 사장 명의로 관계당국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식 유감 표명문을 밝힌 바 있다.

삼성측은 경찰이 압수수색 등으로 압박하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 책임자급 소환조사는 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경찰이 조사한 불산 누출 사망사고 관련자는 부상자 4명을 포함한 STI서비스 직원 7명과 삼성전자 GSC 직원 6명 등 총 13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에 사고 경위 규명에 필요한 순찰일지 등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관리 부실로 작업자가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STI서비스의 위ㆍ수탁 계약관계를 확인, 책임소재를 규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영국기자 a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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