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롭고 치열한 ‘곤충의 삶’을 곤충학자의 눈으로 그려내다 [신간소개]

“곤충은 묵묵히 현재 삶에 충실하고 위기 상황에서 번뜩이는 지혜를 발휘해요. 곤충은 지혜로운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예요.” ‘우리곤충연구소’를 열어 곤충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의 파브르’ 정부희 박사가 에세이를 출간했다. 정 박사는 꽃이 좋아 꽃구경을 하러 다니다 꽃 속에 사는 곤충에 홀려 나이 마흔에 곤충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책에는 곤충에 대한 저자의 애틋한 사랑과 그의 소탈한 인생 이야기, 다양한 곤충의 생태와 습성, 곤충이 지구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 등이 모두 담겼다. 소녀 같은 순수한 감성과 삶에 대한 푸근한 시선, 탄탄한 과학에 뿌리를 둔 곤충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우리가 왜 곤충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지 들려준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번식을 위한 곤충의 숨 가쁜 구애와 생명의 탄생, 헌신적인 돌봄에 대해 살펴본다. 2부에서는 생존을 위한 곤충들의 경이롭고 개성 넘치는 삶의 방식을 다루며, 3부에서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곤충들의 치열하고 고단한 삶의 모습을 비춘다. 4부에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곤충의 생존 방식과 우리가 왜 곤충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특히 책에는 저자가 곤충을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곳곳에 수록해 읽다 보면 한편의 곤충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단순하지만 현재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곤충을 통해 삶의 지혜를 알아볼 수 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남수동의 여름

장마 사이 폭염이 작열하는 아침, 모처럼 수강생들과 야외 스케치를 나왔다. 평소 즐겨 찾는 남수문과 창룡문 사이의 성곽길이다. 이 길은 비교적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집들과 개성 있는 카페들이 있어 좋다. 화려하지 않아도 저마다 색다른 모습으로 언덕 위의 성곽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볕더위를 피해 수강생들은 모두 전망 좋은 카페에서 그림을 그린다. 나도 창가에 앉아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자줏빛 벽돌집과 빨간 지붕이 있는 풍경을 그린다. 인공지능(AI)이 그림을 그리는 현대미술에서 더 이상 사생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스토리텔링이 되는 현장의 풍경들을 직접 수집하고 경험을 기록하는 방식은 중요하다. 어반스케치는 도시의 풍경을 그리는 미술 장르의 하나이자 트렌드가 되고 있다. 도시엔 인간과 건물과 자동차와 다양한 상업시설이 혼재해 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카페가 있고 그 안엔 분위기를 연출하는 정물들이 스케치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수강생들의 그림을 보면 맑은 샘물 같아 늘 행복하다. 저마다의 순수한 표정들이 스케치북에 진솔하게 담겨 있어 개인과 가족의 보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각자의 그림이 구도와 원근법과 채색 등의 이론을 바탕에 두고 인식하기를 바라지만 그마저 스스로 자유로웠으면 한다. 어떤 형식도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취미 활동은 부작용만 남을 뿐이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그림을 늘어놓고 하나하나 감상하는 즐거움이 함께여서 좋다.

[생각하며 읽는 동시] 씽씽 달려요

씽씽 달려요 이복순 오늘은 태어나 처음 나 혼자 타는 두발자전거 삐뚤삐뚤 조금은 불안해도 앞을 향해 달려라 달려 바람도 시원한 축하 손뼉 쳐주고 나뭇잎도 살랑살랑 손 흔들어주네 두발자전거 타고 씽씽 달리는 기분 지구 한 바퀴 돌아 우주를 향해 은하수 저 끝 ET가 사는 곳까지 신나게 달릴 거야 내 마음 너는 알지? 어린 날의 꿈 자전거를 처음 탈 때의 기분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연습 끝에 혼자의 힘으로 페달을 저어 앞으로 내달릴 때의 기분을 무엇에 비기랴. 자전거는 아이들을 세상 밖으로 나가게 하는 일종의 ‘학교’ 같은 것. 아이들은 자전거 위에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자연이 주는 저 숱한 말들과 아름다운 노래와 그리고 가슴 설레는 꿈을. 이 동시 속의 아이는 우주 속 은하수 저 너머에 사는 ET까지도 만나고 싶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어릴 적 그런 가슴 설레는 꿈이 있었다. 두발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면서 꿈을 키웠다. 그 어린 날의 꿈을 이룬 이들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이유는? 사는 일에 쫓겨서, 아니면 어쩌다 보니. 그게 인생이다. 거리나 공원 같은 곳에서 자전거를 보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나실 것이다. 두발자전거를 타고 씽씽 내달리던 어린 날도 떠오르실 것이다. 동시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문학이지만 나이 많은 어른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문학이다. 침침해진 시력으로 굳이 골치 아픈 책을 가까이 하려 하지 마시고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동시를 찾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하루만이라도 어린아이로 돌아간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윤수천 아동문학가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 정기회의’ 개최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가 주관하는 ‘2024년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 정기회의’가 30일 오후 2시 경기도여성비전센터에서 열렸다. 저출생 극복 분위기 조성과 확산을 위해 마련된 경기도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는 지자체와 언론계, 교육계,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의료계, 경제계 등 16개 기관이 함께한다. 정기회의는 일‧생활 균형 사회 분위기 조성과 결혼‧출산‧양육친화 기업문화 확산에 참여 기관이 노력을 다짐하는 실천선언으로 시작됐다. 이어 간사단체인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의 사업 추진 실적보고, 기관별 저출생 대응을 위한 기관 내 실천과제가 논의됐다. 참여자들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정책·사회적 인식 변화 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며 실질적인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올해 저출생 극복 사회연대회의는 도내 저출생 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인식 개선, 이슈 확산 등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권오수 인구보건복지협회 경기도지회 본부장은 “앞으로도 사회연대회의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면서 각계각층에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인구문제에 도민들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2024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2. “우리 집 탄소배출량 몇 등?”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직접 사용해보니…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2024년에도 어김없이 ‘기아챌린지 ECO 서포터즈’와 함께 친환경 교육, 환경 이슈 캠페인 등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두번째 소개 팀은 김민주(20), 김소연(20), 신승엽(24), 장효주(22), 최보천(22) 학생으로 구성된 ‘내가 Green’이다. 이들은 시민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가구별 아파트의 탄소 배출량, 순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시스템을 체험하며 시사점을 제시했다. 이하 ‘내가 Green’ 팀이 작성한 글. 우리 집의 ‘성적표’를 확인해 마치 달리기 경기처럼 등수를 올리는 재미와 흥미로움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다. 수원시와 아주대 협력의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은 일상의 절약을 통해 시민이 자발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민은 실시간으로 가구별 전기·가스·수도·난방·온수의 에너지 사용량, 탄소 배출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단지 내 우리 집의 탄소 배출량 순위’라는 차별점을 통해 ‘우리집 성적표’를 확인하며 단지 내 입주민 간 경쟁이라는 독특함을 갖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배출 감축은 전 세계가 함께하는 ‘조별 과제’와 같다. 기후변화 분야 전문기구인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 이내로 유지하기 위해 모든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만큼을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수원시는 2050 탄소중립 프로젝트 내 건물 분야에서 ‘제로 에너지 건물 확대’, ‘노후건물 리모델링’,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사업 등을 시행 중이다. ■ 비상! 뜨거워지는 지구 식히기 위해 “건물에 주목” 지난 2022년 당시 수원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553만t이었으며, 이 중 건물 분야가 369만t으로 전체 배출량의 66%를 차지했다. 이는 거주지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포함하는 수치이다.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활동의 위축으로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으나 반면 가정 부문에서는 오히려 배출량이 소폭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정 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개개인의 에너지 사용량이 곧 탄소 배출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각 가정에서의 적극적인 에너지 절약 및 사용은 건물 분야 전체의 탄소 배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탄소 중립을 향한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다. ■ 시민 참여를 위한 당근은 ‘경쟁’과 ‘이벤트’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사업은 경쟁 심리를 이용해 탄소 감축에 힘쓰고 있다. 주거 단지 내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그 순위를 공개함으로써 입주민 간 경쟁을 유도하며 궁극적으로는 기후 위기 대응에 동참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단지 내에서 실제 탄소 감축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앱을 개발한 아주대 탄소제로에너지센터의 박재현 교수는 “사람들은 에너지 사용량에 대해서는 죄책감을 비교적 느끼지 않지만, 반대로 탄소 배출량을 확인했을 때는 상당한 죄책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며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앱의 경쟁심리 효과를 밝혔다.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해 2~4월 아파트 3개 단지(2천여 가구)가 참여했던 1단계 시범 사업의 결과, 참여 가정의 전력 사용량은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최대 15% 절감했다. 감축 효과는 1가구당 약 3만 3천 원 절약에 해당한다. 사업은 현재 공동주택 64개 단지가 참여 신청하여 진행 중이며, 해당 효과를 토대로 사업의 성공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민간 기업도 해당 사업에 참여하며 시민들의 탄소중립 행동 실천 독려에 동참하고 있다. 수원시는 롯데백화점 수원점 등 기업과 협력해 시민 참여 이벤트를 개최하거나 경품 제공 등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다양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어디까지 왔나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앱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내가Green’팀이 시범형 접속을 진행했다. 그 결과 메인 화면에서 매월 ‘탄소 배출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해당 기능 이외에도 전력, 수도, 가스, 난방 및 온수 사용량을 카테고리별 그래프로 제공해 ‘나의 값’과 ‘다른 주민의 평균’ 비교 분석이 가능한 기능을 제공한다. 나아가 앱 하단의 ‘나의 위치 확인’ 기능을 통해 단지 내 우리 집 탄소 배출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순위 비교를 통해 사용자의 탄소 감축을 효율적으로 유도한다는 효과를 지닌다. 박재현 교수는 “단순히 에너지 사용량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하여 보여주는 앱은 ‘우리 집 탄소 모니터링’이 유일하다”라며 해당 앱만의 차별점을 강조했다. 또한 “자기 위치 등수 평가를 통한 참여 유도는 앱의 효율성을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이용에 보완이 필요하기도 하다. 직접 사용해 본 결과, 아직 앱은 ‘사용 활성화’ 단계에 머무르고 있었다. 아주대 탄소제로에너지센터 담당자에 따르면 현재 공동주택별 신청 여부에 따라 일부 주택에서는 앱이 활성화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초록빛 도시, 시민과 함께 나아갈 길 일상에서의 절약을 통한 시민의 노력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변화 대응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집 탄소모니터링’ 앱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시민과 기업이 동참할 수 있도록 참여를 독려해 앱 활성화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방안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독려를 위한 홍보, 그리고 기업의 뒷받침이 수원시 탄소 중립 정책의 세 가지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탄소 중립을 향한 이러한 노력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며, 시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그 성공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다. 글·사진=기아 AutoLand 화성·초록우산 2024 기아챌린지 ECO서포터즈 ‘내가 Green’팀 / 정리=이나경기자

농경지의 아주 오랜 이야기…‘땅의 기록, 흙의 기억’ [전시리뷰]

땅과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조상들은 오랜 시간 농업의 기반인 땅을 일구며 먹고 살았고 땅 때문에 웃고 울었다. 농경에 대한 조상들의 기록을 그림과 문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국립농업박물관은 흙이 모여 땅을 이뤄 만든 농경지의 오랜 이야기에 주목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이다. 농업의 기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을까. 전시는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땅과 흙의 의미를 담아 총 4부로 구성했다. 농경지에 대한 문자 기록부터 유물, 영상, 사진, 시 등 14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일군 농경지인 진주 대평리 밭을 만난다. 대형 화면으로 마주하는 농경지와 밭 위의 흙 밟는 소리, 촉감. 청동기시대 농경지의 흔적과 흙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를 몸으로 들을 수 있다. 제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땅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선조들의 기록과 회화 작품이 전시됐다. ▲백제시대 대사촌 마을의 농경지 형태와 생산량, 소출량 등이 적힌 ‘백제 촌락문서 목간’ ▲조선 후기 밭을 매매하며 작성한 한글 계약서 ‘밭 매매명문’ ▲부채에 무성하게 자란 벼와 여름철 논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은 흙에서 농경지로 땅을 활용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제2부 ‘땅과 사람’에선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지켜온 과정을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제3부 ‘땅, 먹거리, 재화’는 땅이 농경지로서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된 과정과 한정된 농경지의 소유와 분배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다. ▲조선 후기 토지의 소유 및 활용, 측량에 관한 기록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준 문서 ‘관계(官契)’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토지제도 개선안이 담긴 ‘여유당전서’ ▲농민의 농지 소유권이 최초로 인정된 ‘제헌헌법’ 등의 기록 자료를 통해 경제적 가치의 땅이 가진 여러 함의를 알려준다. 제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한 현대의 다양한 활동을 살폈다. ▲농경지 관리 지침을 널리 알리기 위한 표어 ▲1980~90년대 건강한 흙과 농업생태에 높아진 관심으로 발간된 유기농, 환경농업 관련 간행물 ▲유엔에서 선포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 등이 전시됐다. 전시에선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았던 유물이 공개됐다. 조선시대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노래로 적은 길이 2.3m에 달하는 대형 전형도(田形圖), 중국 시인 왕유가 읊은 농촌 풍경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부채에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가 최초 공개됐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처음으로 명시된 1948년 제헌헌법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의 문이 제각각인 점도 흥미롭다. 조상들은 농경지의 각 모양별로 면적을 구했는데 ‘전형도 절첩본’에는 땅의 모양별로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전시실의 문은 전형도 나온 공식을 반영해 농경지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건강칼럼] 유방암과 폐경기 호르몬 대체 요법

여성의 삶에서 폐경기는 중요한 생리적 변화 중 하나다. 폐경기는 나이가 들면서 난소의 기능이 점차 감소하고 여성 호르몬의 생산이 줄어들어 월경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는 시기다. 대개 45세에서 55세 사이에 발생한다. 갱년기는 폐경 이전에 호르몬 수준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증상을 포함한 과정을 의미한다. 통상 생리가 완전히 없어진 후 1년 정도까지를 갱년기라고 한다. 갱년기 증상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주로 열감, 수면 장애, 기분 변화, 질 건조, 뼈 손실(골다공증), 심혈관 질환 등이 나타난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알려져 있으며 특히 호르몬 대체 요법은 갱년기 증상을 효과적으로 경감시키는 방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은 1940년대에 처음 도입됐으며 1960년대에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해 갱년기 및 폐경 관련 증상의 주요 치료 수단으로 자리 잡아 여성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20년에는 호르몬 대체 요법과 유방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재조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2만7천여명의 폐경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자궁적출술을 받은 여성에게서 호르몬 대체 요법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 단독 제제를 사용했을 때 오히려 유방암 발생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자궁적출술을 받지 않은 여성에서는 호르몬 복합제제를 사용했을 때 유방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폐경기 한국 여성 120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국내 연구도 있다. 다양한 호르몬 대체 요법 제제와 유방암 발생 간의 연관성을 분석해 대부분의 호르몬 대체 요법 제제들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없고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와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몬 대체 요법과 관련한 유방암 발생 위험은 호르몬 대체 요법의 종류, 치료 시작 시기, 사용 기간, 체질량지수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유방암 병력과 같은 고위험군이 아닌 경우 필요에 따른 호르몬 대체 요법은 적극 시행할 수 있다. 60세 이하이거나 폐경이 발생한 지 10년 이내의 갱년기 증상이 있는 환자에서 최대한의 효과와 안전성을 볼 수 있다.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하는 동안 정기적인 유방 검진을 받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기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으며 유방암 관련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검진으로 발견된 유방암은 증상이 발생한 후 진단된 유방암에 비해 더 좋은 예후를 보이며 사망률도 낮은 경향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최근 전체 유방암의 60%가 초기 단계에서 진단되고 98%의 높은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기 검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기적으로 검진 일정을 준수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집’을 통한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 조망…‘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

2000년 이후의 ‘집’을 통해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시 속 다양한 주거 방식과 미학적 삶의 형식을 조명하는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을 과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에서 30팀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58채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이야기를 펼친다. 승효상·조민석·조병수·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조재원 등 중진 건축가, 비유에스·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들은 집을 통해 가족 구성원, 라이프스타일, 기후위기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섹션에는 전형적인 가족 형태인 4인 핵가족에 최적화한 집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춘 집들을 선보인다. 지난 2020년 용인시에 지어진 ‘묘각형주택’이 반려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삶에 최적화한 오각형 평면 주택으로 만들어진 식이다. 이 외에도 아이없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홍은동 남녀하우스’를 비롯해 ‘고개집’, ‘정릉주택&지하서재’, ‘맹그로브 숭인’ 등 동·식물이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관계 맺는 집’에선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구 앞산주택’, ‘써드플레이스 홍은 1-8’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들여다본다. ‘선언하는 집’에서는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을 펼쳐보인다. ‘수백당’, ‘땅집’, ‘축대가 있는 집’ 등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심미적인 측면에 맞춘 특징들을 볼 수 있다. ‘펼쳐진 집’ 섹션에선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농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집짓기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됐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목천의 세 집’, ‘와촌리 창고 주택’, ‘볼트 하우스’ 등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의 이야기다. ‘픽셀 하우스’, ‘얇디얇은 집’ 등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니라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올린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잠시 머무는 집’은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여인숙’, ‘뜬 니은자 집’ 등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잠시 머무는 숙박시설과 주말 주택 등을 소개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며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일까지.

포르투갈 출신 시몽이스 작가 “아시아 첫 개인전, 예술적 실험 반응 궁금”

“한국에서 처음 시도하는 전시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주앙 시몽이스 작가(53)가 한국에서의 전시 개막을 앞두고 밝힌 소감이다. 시몽이스 작가는 포르투갈 출신의 개념미술 작가로 미국 에밀리하비재단 객원감독을 맡고 있다. 그는 다음 달 3일부터 9월1일까지 평택 엠엠(mM)아트센터에서 아시아에서의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포르투갈 대사관 후원으로 마련된 이번 한국 전시는 황당하면서도 도발적이다. 전시 장소는 철판으로 벽과 바닥이 이뤄진 거대한 공간인 엠엠아트센터 1전시실이다. 그곳에 그가 여태까지 작업한 내용을 담은 프로젝터를 설치했다. 다만 프로젝터는 꺼져 있다. 어떠한 작업 내용도 상영하지 않는다. 전시명도 휴식(repose)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상당수가 단순한 말이나 생각 등 단순함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서로 다른 콘셉트를 담은 비디오를 하나의 장치에 담아 단순화했다”며 “결국 틀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개념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이 문화적으로 완고한 면이 있다”며 “이번 전시가 완전히 개념적인 예술과 같은 이런 종류의 예술적 실험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을 준비해 갤러리에 프로젝터를 가져다 뒀지만 관객들은 프로젝터 속 영상은 그저 공간에 존재한다고 여길 것”이라며 “관객들에게 이번 작품이 여전히 예술인지 아닌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고 밝혔다. 회화와 영상, 조각 등은 관객에게 작품으로 인식되고 또 친숙하기에 편하게 느낀다. 반면 이번 전시를 본 관객은 ‘이게 과연 예술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의문이 곧 “자신과 대중이 나누려는 대화”라고 했다. 더 나아가 자신도 작품을 보며 관객과 같은 의문에 직면하면서 “관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시와 같은 상황으로 작업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팔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이런 전시를 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며 “상업 갤러리에선 한 번도 작업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객들이 작품을 보고 예술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경기인터뷰]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농업의 가치… 문화예술 콘텐츠로 싹 틔울 것”

‘이런 것도 농업박물관에서 할 수 있어?’ 이런 놀람이 농업의 가치와 역사,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마음에 가닿아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곳. 2022 년 12월15일 수원시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자리에 들어선 국립농업박물관이다. 백지나 다름없던 박물관의 초대 관장으로 부임해 농업을 기반으로 문화예술 콘텐츠를, 그리고 명확한 색깔을 입혀내고 있는 황수철 관장(66)을 만나 박물관이 전하려는 농업의 가치와 문화적 함의를 물었다. 그는 “로컬에 대한 기대, 농촌으로의 회귀가 코로나 이후 새로운 문명에 대한 희구로 나타났다. 자연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깨뜨리면 위기라는 걸 절실히 배우는 이때, 국립농업박물관이 매우 시의적절 하게 문을 열었다”며 “단순한 재미 요소를 넘어 농업과 작물이 사람들에게 친숙해지고 그 가치가 서서히 마음에 녹아드는 과정을 만들어 내겠다”고 밝혔다. Q. 국립농업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달라. A. 농업의 역사와 가치를 전 국민에게 알리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0여년의 준비를 거쳐 2022년 12월 개관했다. 박물관이 자리한 이곳, 수원시 서둔동 일원은 한국 농업의 메카로 유서 깊다. 조선 후기에는 새로운 농사법 등을 활용한 농업 개혁의 꿈이 펼쳐진 곳이고 우리나라 농업 연구의 총본산이라 할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농과대학이 있었다. 박물관 뒤편 ‘여기산’에는 한국 근현대 농학 연구의 선구자인 우장춘 박사의 묘가 있다. 우리 농업 역사를 대표하는 상징적 장소에 박물관이 개관해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Q. 초대 관장으로 토대를 닦으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그동안의 성과가 궁금하다. A. 2022년 2월 부임하고 10개월 정도 박물관 개관 준비에 매진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쳤다. 개관 이후 농업을 문화·예술이라는 키워드로 새롭게 조명한 전시, 교육, 문화 행사 등을 활발히 진행했다. 또 기후위기 등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야외 경작존 등을 선보이며 점점 수원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자평한다. 내부적으론 학예와 농업, 행정의 세 파트가 서로 발을 맞춰 나가도록 박물관 내 포럼을 매달 개최했다. 농업 관련 특정 주제, 학예 관련 주제를 서로 학습하고 맞춰 가는 과정을 만들었다. 그런 정성들이 하나둘 모여 7월 기준 누적 관람객 82만명을 돌파했다. 농업의 역사와 농경문화의 보고(寶庫)로 국민 모두를 위한 교육과 힐링의 소통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 Q. 다채로운 농업을 보여주기 위한 국립농업박물관만의 차별화된 점이 있나. A. “생각한 것과 딴판이다.” 관람객들에게 이 말을 듣고 싶었다. 농업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이미지들이 있지 않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고품격 문화예술의 터로 만들고자 했다. 즉, 지역 농업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전시나 내부 구성을 탈피하는 게 숙제였다. 그래서 제1회 기획전시도 농업을 문화예술로 풀어내려 했다. 전시명을 ‘농(農), 문화가 되다’로 지어 차별화된 유물과 작품들을 선보였다. 직원들도 품격 있고 디테일이 살아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농업이란 전통과 역사를 이어가면서도 이미지메이킹하는 전시 제목, 현대적인 색깔 등 관람객들이 농업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Q. 사회와 농업 간 괴리가 크다. 국립농업박물관이 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나’와는 별개의 일로 치부하던 농업을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농업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사시사철 포근하고 정겨운 농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다랑이논밭에서는 농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를 위해 직접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박물관은 사라져 가고 잊혀지는 농업유산을 보전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그 부분과 관련해 1만5천점가량의 농업유물을 보유하고 있다. 박물관의 중요한 기능인 자료수집·보존을 위해 아카이빙도 올해부터 진행한다. Q. 올해 주요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 A. 현재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4년 제1회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을 진행 중이다. 전시동 중앙홀에서는 감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한 테마전시 ‘추앙하라! 감자’를, 오는 8월18일까지 여름방학맞이 특별곤충전시 ‘알록달록 누에와 곤충마을로 떠나요!’를 진행한다. 8월 말에는 지역 예술가들이 박물관에서 농업 관련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9월 이후에는 연중 행사인 국립농업박물관 문화제, 제2회 기획전도 있다. 발효, 장류를 주제로 ‘기다림의 맛’을 준비 중이다. 이와 연계한 행사와 영화제, 음악회, 장터 등등 다양한 볼거리도 집약적으로 내놓을 생각이다. Q. 경기도, 수원에 자리 잡은 최초의 국립농업박물관인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한 협업도 중요할 텐데. A. 박물관은 지역사회와 유리돼서는 존속할 수 없다. 스타필드 수원, 수원문화재단 등과 협업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전국 단위 유관기관, 일본과 유럽 등 해외 농업기관들과의 교류·협력도 강화하며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발돋움하려 한다. 특히 외국의 많은 국가에서 우리 농업기술을 배우려고 오는데 기능은 익힐 수 있으나 정신과 문화는 없다. 여기 박물관에서 농업의 그 정신과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축만제 주변에 숙소를 마련하고 그 주변을 농업 메카로 다시 만들면 수원이 세계적인 농업 교육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 경기도와 수원 역시 농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Q. 국립농업박물관의 지향점이 궁금하다. A. 자연스럽고, 아름답고, 재미있고, 젊고, 품격 있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스밈 혹은 스며듦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억지로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박물관이어야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게 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곳이다. 직원들에게도 강조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우리는 문화와 예술의 관점에서 농업에 접근해야 하고, 무엇이든 최고의 품격을 담아 전시와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Q. 한쪽에선 지방 소멸, 농촌 소멸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농업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A. 생태와 생명이 화두가 되는 세상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기존 산업문명의 한계가 분명해졌고 새로운 생태문명 내지는 새로운 생명문명의 모색이 세계 모든 나라의 당면 과제가 됐다. 생태위기,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이슈를 도외시하고는 농업의 미래를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새로운 생태문명의 시대는 지구생태계와 인류의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농업의 다양성이 극대화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 유기농업, 순환농업 등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혁명의 성과도 최대한 활용되는 방식의 농업이 활발해질 것이다. 다양성과 공생이 미래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라 본다. Q. 결국 그 미래를 보여주는 게 박물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이자 목표 아닌가. A. 물론이다. 우리 박물관도 이러한 세상의 변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활동해 나갈 것이다. 가령 세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국립농업박물관 포럼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관 1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후위기 시대, 공생의 길을 묻다’는 그 일환이었다. 박물관 야외 논에서는 생물다양성 교육 관점에서 토종 벼를 심고 있으며 다랑이밭에는 퍼머컬처(permaculture) 텃밭을 조성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수직농장(vertical farm)을 통해 스마트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식물원에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물의 식생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박물관의 전시와 교육·체험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이 우리가 가야 할 미래임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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