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J와 떠나는 이상한 과일나라”…식문화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

“안녕? 나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곰돌이 J라고 해. 나와 함께 이상한 과일 나라로 떠나볼까?” 커다란 공처럼 부푼 레몬에 초록빛과 노란빛이 콕콕 박혀있다. 밝은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색,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둥그런 모양이 잡힌 늙은 호박에는 할머니 집에서 본 것 같은 문고리가 달려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같이 쓰고 버려지는 빨대가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과일과 채소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음식이라는 주제 아래 오감을 ‘말랑’하고 ‘통통’하게 자극하며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경험이 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15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을 선보인다. 총 2부로 구성된 전시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식탁 위 재료인 과일과 채소 등 음식과 식문화 탐구라는 주제를 담았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시작돼 10월6일까지 진행되는 1부 ‘이상한 과일 나라’는 현대미술 작가 정찬부의 빨대를 이용한 다양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파랑, 빨강, 노랑의 화려하고 시원한 색감이 어린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상한 과일 나라’ 전시는 정찬부 작가의 페르소나가 담긴 작품 ‘혼자서 당당히’의 곰돌이 J가 과일 나라로 관람객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벽 한 가운데 마치 바람이 빠진 것과 같은 곰돌이 인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모두 일상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빨대를 활용한 작품으로 주목받는 정찬부 작가는 작품 속에 물체나 대상의 ‘가치’와 ‘쓸모’에 주목한다. ‘혼자서 당당히’는 정 작가의 반려견 ‘태풍’이와 태풍이의 애착 인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정 작가는 “홀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인 ‘나’와 유기견 태풍이, 태풍이와 나를 이어주는 애착인형 세 가지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곰돌이 J는 외롭지 않게, 씩씩하게 과일 나라로 친구들을 안내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길다란 식탁과 같은 공간에 자리한 작품 ‘맛있는 오브제’에는 작가가 좋아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평소보다 다섯 배는 커다래진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사과는 빨갛고, 바나나는 노랗다’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더 나아가 사과가 덜 익었을 때 나타나는 초록빛의 모습, 바나나가 썩었을 때 나타나는 갈색의 모습 등 과일과 채소의 ‘진짜’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피망꼭지에 달린 깃털, 호박에 달린 문고리는 어린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관람객은 빨대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과일 쥬스 만들어보기, 나만의 채소 그려보기 등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말랑 통통 미술관’은 1부 전시에 이어 12월15일까지는 스튜디오 1750(김영현, 손진희)의 2부 전시 ‘미래 반찬 연구소’가 열릴 예정이다.

경기도미술관서 만나는 도자…‘느슨한 한 잔’ 팝업스토어

경기도미술관 1층 뮤지업숍에선 도내 도자 작가들이 만든 도자기 잔을 선보이는 ‘느슨한 한 잔’ 팝업스토어를 만날 수 있다. ‘느슨한 한 잔’은 한국도자재단이 개최하는 ‘2024 경기도자비엔날레’의 ‘찾아가는 비엔날레-느슨한 연대’ 프로그램 중 하나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 중 도내 문화예술 거점 기관들과 연계해 경기도의 도자 문화와 예술을 알리고자 용인, 광주, 이천 등 도내 5개의 도자 공방들과 협력해 팝업스토어를 11월 30일까지 선보인다. 도자 공방 ‘아틀리에 수’의 이상호 작가는 도자기의 순수하고 정적인 느낌을 잘 표현하는 작가다. 빚어낸 그릇의 표면을 깎아내는 한국 전통의 ‘면치기’ 기법으로 만들어내는 ‘피스 시리즈’ 도자기 잔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도미술관 뮤지엄숍에는 물방울잔, 머그컵, 카푸치노컵, 에스프레소잔 등을 선보인다. 이천도자예술마을에 있는 ‘구을공방’의 윤범석 작가는 은칠다리 술잔, 와인잔, 머그잔, 에스프레소잔을 출품한다. 소주잔과 와인잔은 윤 작가의 시그니처 작품으로, 곁에 두고 봐도 좋고 자연스럽게 자꾸 손이 가서 더 좋은 도자기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유어세라믹’의 최유리 작가는 자연의 소재들을 모티브로 작가가 느낀 심상과 소재들을 도자기에 조각하거나 조형해 제작한다. 이번 팝업스토어에 출품하는 작품은 튤립을 아름답게 형상화해 만들어낸 튤립잔, 튤립머그, 튤립라떼잔, 튤립고블렛 등이다. ‘무자기’ 공방의 심보근 작가는 ‘작위적이지 않다’는 뜻을 담은 ‘무자기’라는 브랜드명처럼 덜어내고 절제한 아름다움이 담겨있는 도자기를 만든다. 이번 팝업스토어에선 일상의 풍경에 잘 녹아드는 하얀색 도자기로 만들어진 작은 술잔 4종 세트를 선보인다. ‘아리아워크룸’의 신경욱 작가는 소박한 들꽃의 매력을 재해석해 도자기 테이블웨어를 만든다. ‘오늘은 조금 특별하게’라는 아리아워크룸의 슬로건을 담은 민들레 찻잔, 꽃머그컵, 꽃잔, 꽃카푸치노컵을 만날 수 있다.

아동 범죄 예방·안전 메시지 전하는...뮤지컬발레 ‘빨간모자’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단장 김문신)이 뮤지컬발레 ‘빨간모자’를 15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아동범죄예방 홍보와 발레 애호가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 7월 17일 수원시티발레단이 수원중부경찰서와 아동범죄예방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진행하는 공연이다.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빨간모자와 늑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범죄 예방과 안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린이와 시민들에게는 뮤지컬발레라는 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첫 번째 공연은 시설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진행되며 오후 3시 공연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뮤지컬발레의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범죄예방의 메시지와 예술적 감수성이란 나무를 아이들의 가슴 속에 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티발레단은 2005년 김문신발레단으로 출발해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발레공연예술 확산에 노력해오고 있다. 올 2월에는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돼 수준높은 발레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오는 9월 1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극장에서는 ‘해설이 있는 발레 XI’, 11월 29~30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는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12월 28일에는 정조테마공연장 기획공연 ‘호두까기인형’이 예정돼 있다.

“현대인의 자화상, 가시 뽑아낸 선인장의 여정”…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 [전시리뷰]

날카로운 선인장의 가시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비눗방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선인장과 선인장밭에서 살아가는 비눗방울 중 어떠한 삶이 더 불안할까. 홀로 선인장인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옆의 이들(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 반대로 후자의 삶이라면 사방에 자리한 가시에 부딪혀 나라는 존재가 터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는 끝없이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 허구와 실재(實在) 사이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전시는 안양 출신으로 용인과 성남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1997년생 청년 작가 김소영의 예술적 자아가 투영된 ‘Cactoos’라는 선인장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많은 선인장이 하나 있었다. 가시 탓일까. 사람들은 선인장을 피하고,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꼈던 선인장은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치장을 하고, 가시에 쿠션을 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스스로 가시를 뽑아내는 결단까지 하지만 여기에 주어진 사랑은 허상일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선인장이 진정한 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바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15점을 포함한 회화, 영상, 설치 등 2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작 ‘선인장도 가시가 있어야 꽃을 피웁니다’ 시리즈 네 작품은 선인장의 가시가 꽃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때로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와 함께 작가는 원, 톱니, 사선 등 배경 위로 그려진 자유로운 선 속에 현대인의 삶을 함축했다. 길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선이 화면 속에 마치 무질서하게 충돌하고 교차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내며 끝없는 경쟁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의 무한한 ‘연결’을 드러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형광빛 네온사인의 선들은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신작 ‘Who Am I’ 시리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활용한 작품이다. 직관적이며 대비가 뚜렷하고 화려한 색감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에서 SNS 속 허상의 ‘나’를 이야기한다.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된 SNS에서 우리는 남들에게 비치기 위해 내 모습을 꾸미지만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는 모른다. ‘Cactoos’가 나를 찾아 떠나듯 작가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해바라기, 공룡, 악어, 맥주 등 내(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설치 작품 세 점은 바로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인장 캐릭터 ‘Cactoos’를 형상화했다. 3D 프린터 피규어인 ‘SHY(샤이)’, ‘Donggle(동글)’. ‘Hero(히어로)’는 작가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 120도 각도로 전시장 한가운데에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세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인식과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전시에서는 ‘How do you do’, ‘돌고 돌아’ 등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난 선인장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가의 영상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영 작가는 “진정한 나를 인식하고 허구의 세계와 진짜 사이 간극을 극복해, 결국 ‘더 나은 나’를 찾아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며 “앞으로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작품 등 사람들이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는 16일까지.

1세기 前 외국인들의 ‘서울살이’는?...국립민속박물관 공개

국립민속박물관이 100년 전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민속아카이브 자료집인 ‘세브란스 베이비, 아일린 고먼:100년 전 고먼 가족의 서울살이’를 발간했다. 자료집에선 아일린 커리어 여사(1926~2024)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자료 681점 중 사진과 기록, 실물자료 등 281점을 선별·수록해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일상과 사회를 미시적으로 분석했다. 개항 이후 한반도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어떤 일상을 살아갔으며 여가와 취미 생활은 무엇이었을지, 더욱이 서로 다른 문화 배경 속에서 살았던 그들과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어떤 교류를 했는지 등등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자료집에는 한 가족의 일상부터 무도회, 연극 등 당시 외국인들의 특별한 행사와 사교단체 활동까지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사진과 기록으로 담겨 있다. 또한 캐슬린, 패트리샤, 아일린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정체를 두고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화 ‘KAMAPSAMNEDA(가맙삼니다)’, 캐슬린의 한국 생활 회고록 ‘다채로운 나라, 한국’의 전문을 수록해 독자들에게 당시 외국인들의 일상과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26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난 기증자 아일린 커리어 여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아버지 아서는 미국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고, 어머니 캐슬린은 한국에서 음악 교사로 활동했다. 아일린 여사의 언니 패트리샤 또한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패트리샤와 아일린 여사 자매는 유년 시절 서울외국인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다. 하지만 일본의 적대적인 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캐슬린과 아일린 여사는 1940년 캐나다로 이주해야 했고, 오랫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고먼 가족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아일린 가족들이 수집한 사진과 기록, 한국식 가구 등을 영국에서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구문회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민속아카이브 자료의 가치를 조명하고 기증문화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제작했다. 앞으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기증전시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 여성작가들 한자리에…용인여성작가회전 18일까지

용인 문화예술 대표 교류의 장인 용인여성작가회전이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용인시청 문화예술원 대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75명의 작가들이 제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유화, 판화, 수채화, 공예 등 다채로운 장르의 예술을 만끽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렸다. 지난 7일 오후 5시에는 개막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식 용인시의회 부의장, 노승식 용인예총 회장, 김옥기 용인여성작가회 회장 등을 비롯한 용인 미술계 작가, 용인문화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그간 이어왔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추상과 구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와 영역을 엿볼 수 있는이번 전시에선 회화뿐 아니라 전통예복을 활용한 인형, 고증과 연구에 따라 재현한 전통 복식, 금속 재료 등을 배합한 오브제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김옥기 용인여성작가회 회장은 “제8회를 맞게 되는 이번 정기전은 좋지 않은 경기 여파 속에서도 묵묵히 창작을 이어가는 용인에 몸담은 여성 작가들의 잔칫날”이라며 “이번 전시가 회원 작가들과 함께 하는 소통의 장이자 미술계 현실과 앞날에 대한 이해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난임 부부 ‘한의학적 접근’ 필요 [알기쉬운 한의약]

우리 사회에서 자식에 대한 애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다. 그러므로 보통 부부 사이에 자식은 대를 잇는다는 의미도 있지만 완전한 가정을 구성한다는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게 하는 요소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자식을 갖지 못하는 많은 부부들이 이 병을 치료하고자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난임이란 임신이 잘되지 않는 상태뿐만 아니라 임신이 됐어도 유산이 잘 되는 경우까지를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피임을 하지 않고 1년 이상 정상적인 성생활을 해도 임신이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불임의 원인을 대부분 여성 탓으로 돌려 왔지만 실제로는 남성 측 원인이 20~30%나 되고 최근에는 그 비율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남성의 선천적인 생식기능 장애와 후천적 성병이나 전립선염 등의 질병이 원인이다. 최근에는 각종 환경오염 및 사회생활에서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각종 기기의 전자파 등도 관련이 있다. 이로 인해 정자의 운동성이 나쁘거나 정자 수가 크게 부족한 경우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여성의 경우 유산후유증, 자궁 내 피임기구의 부작용이나 방사선 조사, 성병, 질병 및 자궁질환에 의한 배란장애, 나팔관 이상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요인으로 인해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을 초래해 불임이 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의학에서는 임신 성립의 기전을 말할 때 구사(救嗣)라는 용어를 사용해 왔으며 불임 해소의 방법을 구사법이라 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도 임신을 하려면 부인은 우선 조경(調經)부터 하고 남자는 양정(養精)을 한 후에 남녀가 교합해야 한다. 한의학에서 난임의 원인을 남녀별로 나눠 보면 여성은 ▲몸이 너무 뚱뚱해 비기가 허하고 습이 성해 생긴 경우 ▲특별한 원인이 없이 몸이 야위면서 임신이 안 되기도 하는데 이는 화에 의한 경우가 많다. 또 ▲간기울결(肝氣鬱結) 칠정소상(七情所傷)에 의한 불임도 있다. 이는 극심한 정신적인 자극이 내분비 호르몬의 이상을 초래해 오는 것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장이 허손(虛損)하고 자궁이 냉(冷)해서 오는 경우도 있다. 남성은 ▲기력(氣力)이 부족해 발기가 잘 되지 않고 사정 능력이 약한 경우 ▲조루(早漏)증으로 정자가 자궁구에 충분히 접근할 수 없는 경우 ▲선천적으로 정자 수가 적은 음기(陰氣)가 모자라는 경우가 있다. 난임은 음식, 습관, 직업, 내분비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조절해 건강 상태를 향상시키는 전신요법이 중요하다. 현재 경기도와 경기도한의사회는 난임치료를 위해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해 430여명을 대상으로 150여개 한의원에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약과 침, 뜸 등의 치료를 하고 있으며 매년 임신 성공률은 10% 중반을 유지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 난임’을 검색하면 된다. 난임의 치료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정신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치료하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술 안 마셔도 걸린다’ 소리 소문 없는 ‘간암’…“조기 진단 관건”

현대인에게 가장 두려운 질환은 암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간암’은 환자가 느낄 수 있는 특이 증상이 없는데도 진행이 빠르고 사망률이 높은 데다, 수술 후 재발률이 45%가 넘어 위험한 암으로 꼽힌다. 10일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암 사망자 수 1위는 폐암, 2위는 간암이다. 특히 사회활동이 활발한 40대, 50대에서의 암종별 사망률 1위는 ‘간암’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암은 간세포에서 발현한 악성 종양을 의미한다.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로 회복력이 가장 좋다고도 알려져 있지만 관리하지 않고 간경변증 등이 진행되면 간암 위험성이 증가한다. 간암은 초기뿐 아니라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도 증상이 없거나 미미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무기력감, 피로감, 오른쪽 윗배의 불쾌감, 울렁거림, 체중 감소,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피부나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간암의 발생원인은 술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한간암학회는 간암 환자의 72%가 B형 간염바이러스, 12%가 C형 간염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으며, 알코올에 의한 직접적인 원인은 9%인 것으로 확인했다. 특히 간암 환자의 80%는 간경변증을 동반한다. 간경변증은 간에 만성적인 염증이 일어나고, 이에 따라 섬유성 변화가 생기면서 간이 딱딱하게 굳는 질환이다. 이 때문에 B·C형 간염, 바이러스 간염이나 간경변증 등 고위험군 환자는 6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간 초음파검사와 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를 받아야 한다. C형간염의 경우엔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발병하면 반드시 치료받는 것이 좋다. 또 음주로 간손상이 있다면 반드시 음주량을 줄이거나 금주를 해야 한다. 간암은 증상만으로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이므로 정기적인 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검사에서 간암이 발병한 것을 확인했다면 암의 진행 정도, 간의 기능 정도, 선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침이 정해진다. 간 기능이나 전신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간 절제술, 간 이식, 고주파 열치료, 에탄올 주입술 등의 치료가 시행된다. 원종윤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고령이나 간기능 저하 등 수술을 받기 어려운 환자도 작은 절개 등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암의 크기가 작을 때 미리 치료해야 다른 장기로의 전이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위험군 환자 등은 조기 진단을 위해 3~6개월 간격으로 간암 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의 안전한 거주를 지원합니다”…수원 전입청년 단기숙소 ‘새빛호스텔’

윤정아 씨(가명·24)는 1개월 전 수원시에 위치한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에 취업한 신입사원이다. 취업난 시대에 ‘취뽀(취업성공)’의 기쁨도 잠시, 윤 씨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집’ 문제다. 그의 본가는 용인시에 위치해 있다. 자가용 차가 있다면 출퇴근이 어렵지 않겠지만 이제 막 사회 첫발을 내디딘 초년생에게는 쉽지 않은 이야기다. 전세사기 걱정 등으로 급하게 집을 알아보고 결정하기도 꺼려진다. 임동빈 씨(가명·37)는 최근 거주 중이던 월셋집의 계약이 만료됐다. 본격적인 구직활동에 앞서 타지역에서 수원시로 두 달 전 전입신고를 마친 그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새롭게 이사할 오피스텔이 노후화 문제로 리모델링에 들어가며 약 2주 동안 임시로 거주할 숙소가 필요해진 것이다. 급하게 모텔이나 고시원 등을 알아보고 있지만 적절한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위 두 사례는 현재 ‘새빛호스텔’에 입주했거나 입주 예정인 청년들의 실제 이야기다. 지난달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수원시청소년청년재단의 ‘새빛호스텔’은 취업 또는 학업을 위해 수원으로 전입하는 청년들에게 단기간 거처를 제공,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 사업이다. 캠핑장 등이 위치한 수원유스호스텔의 일부 객실을 리모델링한 새빛호스텔은 19~39세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주거 문제는 누구에게나 해당하지만, 특히 N포 세대(현실적인 여건으로 연애·결혼·출산 등 ‘3포’를 넘어서 N가지를 포기하는 세대라는 뜻)를 청년에게는 더욱 부담된다. 취업이나 진학을 위해 타지역으로 이동한 이들에게 주거비용은 부담스럽고, 배경지식과 정보 없이 전월세 집을 알아보기에 안전 문제가 걱정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주거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자격요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새빛호스텔은 일반적인 지자체 제공의 기숙형 숙소와 결이 다르다. 김동욱 수원유스호스텔 관장은 “새빛호스텔은 청년들이 수원에 본격적인 자리를 잡기 전 임시 거처를 제공해, 보다 안정적으로 새 지역(수원)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빛호스텔의 특징 중 하나는 자격요건이 본인의 현 거주지 기반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주지가 아닌 근무지나 학교의 위치 등 생활 기반을 거점으로 한다. 총 4가지의 신청 자격 중 1순위는 ‘수원시에 주소지를 둔 중소기업에 근무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청년’이며 2순위는 같은 기준으로 중소기업 외 기업 및 기관에 근무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청년, 3순위 역시 같은 기준으로 대학교(원)에 재학 중이거나 진학이 확정된 청년이다. 무엇보다 단기 거주가 가능하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 청년들이 수원에 본격적인 집을 마련하기 전 ‘교두보’ 역할을 하겠다는 목적에 걸맞게 새빛호스텔은 최소 1일~최대 3개월 거주가 가능하다. 일반적인 숙소가 최소 1~2년 거주 계약을 기준으로 삼는 것과 비교된다. 하루 이용 요금은 4천 원이다. 김 관장은 “실제로 인근 고시원, 모텔, 기숙사 등을 돌아다니며 현장 물가 조사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거주 중인 청년들이 가장 만족하는 점도 바로 가격이다. 임동빈 씨는 “네모난 방에 달랑 침대 하나만 있는 고시원도 하루에 3만 원가량인데 훨씬 쾌적한 시설에서 거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기존의 유스호스텔을 새롭게 단장하며 마련된 깨끗하고 세심한 편의시설과 인테리어도 눈에 띈다. 2인 1실의 10개 객실에는 모두 침대 및 냉장고, TV 등이 마련돼 있다. 거처를 옮기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침구류도 제공된다. 충남 아산에서 지난 1일 수원으로 취업에 성공한 최다정 씨(가명·26)는 “신형의 세탁시설과 취사공간도 마련돼 있고, 무엇보다 1층에 밤마다 당직을 서는 직원이 있어 안전한 것 같다”며 “3개월간 머물며 신중하게 집을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수원유스호스텔 관장은 “요즘의 청년들이 주거 부담 등 고충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새빛호스텔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추후 수원에서 안전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검증된 전문가가 함께 집을 알아봐 주는 ‘동행매니저’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들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많은 관심을 갖고 이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