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는 마음의 창과 같습니다. 글을 쓰는 이가 어떤 마음 상태인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담긴 다양한 글씨체가 존중 받기를 꿈꿉니다.” 백성을 위해 창제된 한글에는 ‘격식’이라는 단어보다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더 어울릴지 모른다. 한글에 민족의 얼과 정신이 담겨 있다면 글씨체는 그 정신이 담긴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한글 서예의 대표 격이자 한글이 가진 멋을 가장 잘 드러내는 궁서체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서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전경호 서예가(67)는 “때로는 틀에서 벗어난, 판에 박히지 않은 새로움이 발전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전 서예가는 올해까지 총 세 개의 한글 글자체 디자인 특허 등록을 마치고, 추가로 한 건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는 궁서체의 획과 구조에 관한 연구를 종합해 자신만의 글꼴을 만들고, 많은 이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내건 ‘경호체’로 컴퓨터 한글 글꼴(폰트)화를 준비 중이다. 이처럼 전 서예가의 인생은 ‘글씨’와 뗄 수 없다. 학생 때부터 모나미 후리펫(붓펜)으로 글씨를 쓰던 그는 방학 내내 반 친구들의 연락처를 옮겨 써 학급 전화번호부를 손수 만들고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지금의 아내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도 바로 글씨다. 연애 시절 그의 편지가 보기에 너무 좋고 예뻐 당시 여자친구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의 편지를 함께 기다렸다가 구경했다고 한다. 아내와 결혼 후 수원에 정착한 그는 운수업으로 지역 내 큰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MK 택시회사와 수원시의 만남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그곳의 선진화 시스템을 지역 내 소개하고 수원 택시회사의 일본 견학 등 지금까지 이어지는 교류 시스템의 물꼬를 텄다. 이후 그는 재활용 업계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날이 갈수록 번창했지만, 그도 모르는 새 몸은 곪아가고 있었다. 위암이 발병한 것이다. 그때 전 씨는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서예를 다시 찾았다. 그는 “수술 후 몸이 아프다 보니 자연스레 서예에 집중할 시간을 갖게 됐다”며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인생 2막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다행히 몸은 점차 호전됐고, 그는 서울의 한 전문 교육원에서 6년간 정식으로 고체, 정자, 흘림 등 한글 서예 훈련을 받았다. 30년간 매일 정성 들여 쓰던 경전은 그도 모르는 새 자신을 훈련했고 여기에 전문교육은 정점을 더했다. 하지만 점차 그는 획일적인 교육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는 “예를 들어 선생님들은 ‘기역(ㄱ)’을 ‘낫’처럼 쓰라고 하시는데, 저의 글씨체는 기역을 위로 올려서 꺾여 쓰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볼 때 기준을 벗어난 제 글은 어설프고 아마추어 같겠지만, 저도 그렇고 주변의 사람들은 제 글씨가 보기에 좋다고 말했습니다”라고 했다. 한글은 누구나 잘 아는 글자이기에 한문 서예에 비해 기존의 서체와 쉽게 비교당하고 평가절하되기 쉽다. 전 서예가는 자신의 서체에 관한 객관적인 평가와 자신감을 얻고 싶었다. 전 씨는 “국전이나 초대작가의 길을 가기에는 문화상 쉽지 않았다”며 디자인 특허 등록의 길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몇 년 전 캘리그라피가 유행한 것도 자유롭고 개성 강한 각자만의 글씨를 쓰고 싶은 사람들의 열망이 드러난 것이 아닐까 싶다”며 “자신 있게 자신만의 글을 써 내려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희극 오페라로 꼽히며 오랜 세월 대중에게 사랑받은 작품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다음 달 2~3일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오페라 ‘세빌리아(세비야)의 이발사’는 조아키노 로시니의 작품으로 17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벌어진 두 남녀의 사랑과 음모를 담은 로맨틱 코미디 이야기다. 프랑스 혁명을 부른 역사적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전작이기도 한 작품에는 아름다운 여인 로지나와 그녀에게 반해 마드리드에서 세비야까지 따라온 젊은 백작 알마비바와 한때 그의 밑에서 일했던 하인으로 현재는 이발사로 일하는 만능 재주꾼 피가로, 로지나의 재산을 노리는 나이 든 의사이자 후견인 바르톨로 박사가 등장한다. “지루한 오페라는 딱 질색이야”라는 대사처럼 작품은 시대를 풍자한 유쾌한 이야기와 빠른 전개, 경쾌한 멜로디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한 우리네 삶이 투영된 작품의 숨겨진 의미와 의도를 찾는 재미도 더한다. 문화체육관광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공연예술 유통 지원 선정작인 이번 공연은 권민석의 힘 있는 지휘와 김숙영의 섬세한 연출로 무대가 꾸며진다. 피가로역에 바리톤 김성결, 로지나역에 소프라노 김순영과 김신혜가 나서며 작품의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밝은 선율 속에 한껏 매력을 드러낼 예정이다. 티켓은 수원SK아트리움 누리집 및 인터파크 티켓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며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한 특별할인도 제공된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5년 연속 A등급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28일 밝혔다. 재단은 도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ESG 경영 활성화와 지속 가능한 경영,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 지속가능한 경영 실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인택 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성과는 재단의 지속적인 혁신 노력과 도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사업의 결과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는 모두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한 한해였다”며 “기관 최초 5년 연속 우수한 성적을 받아 뜻깊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역 문화정책 발전과 도민의 문화향유 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애인에게 문화예술 창작활동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수원예술학교(학교장 김태식)가 지난 25일 개교식을 진행했다. 수원예술학교에서 교육 받은 학생들은 경기도등록 비영리민간단체 제이엘한꿈예술단에 소속된다. 성악과 합창의 ‘제이엘콰이어(지휘 이현수)’, 악기연주로 구성된 ‘제이엘심포니(지휘 음악감독 최재웅)’의 단원이 되어 문화예술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다. 수원예술학교의 모태는 10년 전 ‘노래하는 일자리’를 구현하기 위해 창단한 발달장애인 합창단, 제이엘희망합창단이다. 발달장애인의 문화예술 직무활동은 그 특성에 맞는 새로운 관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에 ‘노래하는 일자리’를 구현하고자 시작된 발달장애인의 음악활동은 현재 65명의 단원과 65명의 보호자, 15명의 전문강사, 5명의 행정봉사자가 함께하는 중이다. 또 장애인의 문화예술 향유 기본권 제공 기회 확장과 장애인의 문화예술활동을 매개로 지역사회에 공헌하기 위해 ‘경기도장애인문화예술진흥협회(협회장 김영식)’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개교식에 앞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보호자를 대상으로 도형심리상담 특강이 진행됐다. 개교식에선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을 대신해 이상균 수원특례시 팔달구청장과 임정완 수원특례시 시민협력국장의 축사에 이어 서진천 수원델타플렉스산업단지 이사장, 김범식 수원특례시 주민자치회 전체협의회장, 김서장 경기도장애인문화예술진흥협회 부회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특히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제이엘콰이어의 합창과 제이엘심포니의 연주, 합창과 연주 연합공연으로 축하 무대가 마련돼 참석자들에게 감동을 줬다. 또 장애인들의 음악대학 학습 과정이 원활히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한국문화예술봉사단’도 설립돼 김문자 의사가 초대 단장으로 선임됐다. 자리에 함께한 이정주 누림센터(경기도장애인종합복지관)장 등 관계기관을 비롯한 70여명의 지역사회 인사들은 발달 장애인들이 문화예술 전문 교육으로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를 응원했다. 수원예술학교 관계자는 “드림온뮤직컨소바토리(Dream On Music Conservatory, 이하 ‘DMC’)에서 음악대학 과정을 개설하고 참여하는 장애인 및 발달장애인, 배움을 희망하는 신중년과 노인 등에게 음악 대학과정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일정 과정을 거쳐 교육에 참여하면 음악학사(Diploma 학위, Degree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특히 DMC 플랫폼이 도입되면 특정 지역에 제약받지 않고 음악대학 과정을 이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름의 돌로미티는 야생화 천국이었다. 금매화, 고산양귀비, 아네모네, 뱀무, 와일드제라늄, 미나리아재비, 불가리아장구채, 범의꼬리.... 어디를 둘러봐도 황홀한 꽃길이었다. 살아가는 동안 꽃길만 걷는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여름날 며칠 정도 꽃길을 걷는 운은 주어졌다. 제주도 면적의 여덟 배 크기인 돌로미티 산길의 어디에나 들꽃이 피어나지만 그중 최고는 알페디시우시. 천상의 화원이 있다면 여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한 가지 꽃만 집중적으로 심어 재미없는 인공정원이 아니다. 해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지고, 그 씨가 떨어져 다시 피어나기를 반복하며 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풍경을 만들어 왔다. 발을 디디는 곳마다, 시선을 두는 곳마다 펼쳐지는 끝없는 꽃길을 내내 두근거리며 걷게 된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알프스산맥인 돌로미티는 3천m급 봉우리 18개, 12개의 빙하를 비롯해 수많은 계곡과 봉우리를 품었다. 최고봉은 3천343m의 마르몰라다. 올해가 세 번째 트레킹인데 그 장엄한 아름다움에는 조금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여기가 인간계인가 신계인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돌로미티가 인기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케이블카, 곤돌라, 체어리프트 등의 다양한 운송 수단으로 고도 3천m까지 쉽게 접근이 가능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산장이 즐비하다는 점이 아닐까. 또 우리나라 산길마다 걸려 있는 현수막이 전혀 없고 덱이나 매트를 깐 길이 없는 점도 훌륭하다. 이정표 및 울타리는 꼭 필요한 곳에만,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다. 한마디로 눈에 거슬리는 풍경이 전혀 없다. 올해는 2년 전과 똑같은 시기에 왔는데 일부 구간의 풍경이 완전히 달랐다. 7월인데도 눈이 뒤덮여 있었다. 라가주오이 산장에서 팔자레고 고개까지 걸어 내려오던 길도, 사소포르도이에서 피츠보에산을 향해 걸었던 길도 깊이 쌓인 눈으로 인해 걸음이 느려졌다. 한여름에 눈길을 걷는 일은 낭만적이지만 누군가 넘어져 다치기라도 할까 봐 신경이 쓰였다. 포르도이 고개에 머물 때 숙소 주인 나디아가 말했다. “올해는 날씨가 너무 나빴어. 6월에도 큰 눈이 왔고 정말 추웠어.” 문득 2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우리가 돌로미티 최고봉 마르몰라다를 바라보며 트레킹을 하던 날, 전날 비정상적인 고온으로 빙하의 거대한 부분이 떨어져 내렸다. 그 사고로 11명이 사망했다. 이제 안전한 여행의 시대는 끝났음을 실감했다. 기후위기는 여행자의 안전도 위협해 언제 어디서 홍수, 폭설, 산사태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 해도 여행을 멈추지 못하는 나는 그저 위험을 감수하며 다니는 수밖에. 광대한 돌로미티 중에서 인기 있는 지역은 베네토주와 트렌티노알토아디제주에 속한다. 이 중 후자는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영토였다. 독일어와 이탈리아어가 같이 쓰이는 곳인데 음식과 언어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문화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다. 1차 대전 중에는 이 지역을 놓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산악부대를 결성해 격전을 치렀다. 팔자레고 고개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면 고도 2천752m의 라가주오이 산장. 그 주변에는 그 당시 뚫었던 3㎞ 길이의 바위 터널이 그대로 남아 있다. 돌로미티의 상징과도 같은 바위 봉우리 트레치메디라바레도 근처의 로카텔리 산장도 산악전쟁의 무대였다. 새벽에 트레치메디라바레도로 일출 산행을 했던 날, 가이드는 산길에서 1차 대전에 쓰인 무기의 파편들을 주워 보여주기도 했다. 포르도이 고개에는 8천500명의 전사 군인이 묻힌 영묘도 있다. 사소포르도이를 비롯한 웅장한 바위 산군에 둘러싸인 영묘 주변에는 솔채꽃, 톱풀, 캄파넬라 같은 들꽃들이 침묵 속에 하늘거리고 있었다. 이제 전쟁의 참화는 간 데 없고 돌로미티는 그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 뿐이다. 이탈리아이면서 이탈리아 분위기가 아닌 이 동네에서 나는 숙소의 주인이나 택시기사에게 짓궂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가 축구를 하면 누굴 응원해?” 그럴 때마다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연히 이탈리아지!” 1950년대까지는 오스트리아계에 대한 탄압과 차별도 심해 어려운 시기를 견뎌야 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라면서. 올여름에는 3주간 돌로미티에 머물렀다. 처음에는 내가 꾸리는 트레킹 그룹 방과후 산책단과 함께, 두 번째는 나 홀로,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였다. 덕분에 새로운 길 몇 곳을 걸어볼 수 있었는데 그중 소라피스 호수의 물빛을 잊을 수 없다. 소라피스는 올라가는 길이 제법 험했다. 그 대신 숲이 한쪽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어 장엄한 바위산이 한눈에 들어왔다. 크리스탈로, 포페나, 트레치메디라바레도 같은 산들이었다. 벼랑 위로 난 좁은 길에 쇠줄을 잡고 건너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1천928m 높이까지 두 시간 반을 오르고 나니 숨어 있던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흘렀다. 이 세상 물빛 같지 않은 청명한 에메랄드 빛이었다. 소라피스 빙하가 녹은 물이 운반해 온 미세한 암석 먼지가 만든 옥색이었다. 산책단이 돌아간 후에는 혼자서 돌로미티의 작은 마을을 찾아가 머물렀다. 오르티세이나 코르티나담페초보다 덜 알려진 브릭슨, 골포스크, 산칸디도 같은 곳이었다. 혼자 다닐 때는 발걸음이 유독 가벼웠다. 책임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나흘 후, 서울에서 동생네 가족이 날아왔다. 돌로미티의 장엄한 풍경은 사춘기를 맞아 매사에 시큰둥하던 중 3 사내아이조차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트레킹이라기보다 ‘케이블카 산책단’이었다. 트레치메디라바레도 같은 곳은 4시간을 꼬박 걸어 그 풍경을 누렸지만 다른 많은 곳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짧게 걷고 다시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식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안구 정화’가 된다며 다들 만족했지만 나는 좀 애가 끓었다. 저 산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데... 그래야 저 풍경을 몸에 새길 수 있는데.... 아이들과의 여행은 그런 욕심을 내려놓아야 했다. 내가 감동한 부분에서 아이들도 감동하기를 바라는 건 터무니 없는 욕심이었다. 그저 조카들과 돌로미티에서 여름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해야 했다. 언젠가 아이들이 이곳에서 보낸 여름 휴가를 떠올리며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내 마음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길이 안 보이거나 답답할 때 훌쩍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은 최고의 마음 치유다. 나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핸들링하기 좋은 것은 역시 자연이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곳을 벗어나 혼자 즐기는 가장 좋은 피서법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어둠이 내리자 잔디에 깔린 물덩어리들이 하나둘 불이 켜진다. 색을 머금은 50여개의 물방울 조형물은 손으로 만져지고 귀를 대면 물소리가 흘러간다. 신비로운 물덩어리들은 거대한 12m 높이의 물탑을 이루고, 알록달록한 색을 머금은 물방울 조형물은 AR 증강현실을 담아 스마트폰으로 프로그램에 연결해 소망을 남기면 상징처럼 만나볼 수 있다. 지난 달 23일까지 군포시 그림책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렸던 경기콘텐츠진흥원의 미디어아트 ‘오르:빛 워터파고다’ 전시의 모습이다. 전시가 열린 장소는 과거 군포지역 각 가정에 물을 보내는 배수지였다. ‘그림책’ 콘텐츠를 품은 군포시의 ‘세계까지 책을 흘려보내자’라는 의도가 ‘오르:빛 워터파고다’와 맞물려 문화기술 콘텐츠가 지역의 특색과 연계된 체험형 전시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하 경콘진)의 미디어아트 전시 ‘오르:빛 워터파고다’가 지역의 콘텐츠와 어우러진 색다른 체험문화를 선보이고 있다. ‘오르:빛 워터파고다’는 경콘진이 경기도 지역의 지리·문화 등의 특성을 반영해 문화기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사업이다. 지난해 ‘오르:빛 워터파고다’ 사업을 추진한 39일간 총 5만4천210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연천군 재인폭포에선 주상절리의 굴곡과 경사를 이용한 몰입형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다. 야간임에도 전시를 보기 위해 18일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수원시 경기도청 구청사에선 예로부터 팔달산의 화기(불의 기운)가 강하다고 알려진 지역성을 살려 배 모양의 건축물과 12m의 거대한 물탑을 세워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었다. 관람객들은 수원 지역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물 덩어리를 쌓아올리며 소망을 기원하기도 했다. 도내 각 지역의 콘텐츠가 미디어아트로 다시 한 번 새로운 콘텐츠로 재탄생하면서 ‘오르:빛 워터파고다’는 올해도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지난 달 열린 군포에 이어 가을에는 포천·화성시 등에서 전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역만이 가진 기존의 콘텐츠에 차별화 된 장치와 이야기를 더하면 지역의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지자체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 31개 시·군 중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지자체는 수원시의 수원화성문화축제, 광명시의 광명동굴 빛 축제 등 8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아 수원과학대 항공관광과 교수는 “경기도는 자연환경, 예술, 산업 등에서 각 지역이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자체가 유·무형의 자원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어느 지역에서나 할 수 있는 ‘가맥’ 등의 획일적인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개최장소가 지닌 장소성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더해 지역 정체성을 구축하고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박태식)는 영화비평의 활성화와 신인평론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2024 신인평론상’ 출품작을 공개 모집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모에는 기성의 공인된 신문, 영화잡지에 영화평론상 당선 사실이 없으며, 각종 매체에 영화평론 관련 글을 발표한 지 2년 이하인 신인은 누구나 응모할 수 있다. 나이, 학력도 제한이 없다. 지원자는 원고지 70매 분량의 장평 1건과 15매 분량의 단평 1건, 총 2건을 오는 9월30일 자정까지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장평(200자 원고지 70매 내외)은 국내외 작품론이나 작가론 또는 장르론, 한국영화의 산업론 또는 정책론 중 한 건을 작성하면 된다. 단평(200자 원고지 15매 내외)은 한국영화(2023년~2024년 개봉작) 작품비평 한 건을 제출하면 된다. 문서프로그램은 ‘한글’을 사용해야 한다. 평단의 권위 있는 평론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당선이 결정되며 결과발표는 10월 내 개별 통보한다. 당선자에게는 오는 11월 열리는 제44회 영평상 시상식 때 상금 및 트로피가 수여되며,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정회원으로 등록된다. 수상작의 전문은 협회에서 발행하는 ‘영화평론’지에 게재되고 수상자는 등단과 함께 영화평론가로 육성된다. 자세한 사항은 협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손철옥)는 24일 오후 3시 경기도여성비전센터 회의실에서 ‘경기도소비자운동가대회 기획회의’를 진행했다. 경기도소비자운동가대회는 ‘2024 경기도 소비자 권익 활성화 지원 사업’ 중 하나로 올해 처음 열린다. 오는 11월 28일 개최 예정으로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하는 운동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소비자 단체 및 유관 기관과의 네트워크 형성 도모, 최신 소비자 이슈 등을 논의해 경기도 소비자 정책을 발굴할 예정이다. 회의에선 도내 소비자단체의 역량 강화를 위한 특강 주제, 토론회 주제와 토론자, 단체와 유관기관의 네트워킹을 위한 소통 프로그램 등이 논의됐다. 손철옥 경기도소비자단체협의회장은 “경기도소비자운동가대회가 지역 소비자운동의 방향성 설정과 경기도 소비자 정책을 발굴하고, 경기도 소비자 운동가의 역량을 제고해 경기도 소비자들의 권리와 권익이 증진되는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잊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희망과 사랑을 나누는 활동을 더 많이 이어 나갑시다.” 수원시한의사회 나눔봉사단(단장 서만선)이 창단 3주년을 맞아 지난 23일 ‘후원인의 밤’ 행사를 열고 소외계층을 위한 희망의 등불을 더욱 밝힐 것을 다짐했다. 이날 행사엔 나눔위원회와 후원인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사단의 활동을 소개하고 후원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수원시한의사회 나눔봉사단은 흉년 때 ‘자휼전칙(字恤典則)’이란 법을 만들어 아이들을 구제한 정조대왕의 애민정신을 받들어 수원시 내 취약계층에 실질적 도움을 주고자 결성됐다. 지난 2021년 7월 34명의 창단 발기인이 마음을 모아 같은 해 8월 미혼모가정 영유아 양육비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조손·소년소녀·한부모 가정 등 위기가정 생필품 지원 ▲취약계층 홀몸어르신 겨울 난방용품 지원사업 등을 펼쳤다. 이듬해엔 ▲홀몸어르신 경옥고 1·2차 후원 사업 ▲저소득층 예비 초등학생 학용품 세트 후원 사업 ▲탈북민 청소년 그룹홈 학습용품 후원사업 등을 진행했다. 특히 취약 가정에 치료 및 물품을 지원하는 ‘가가호호 행복나눔’을 통해 치료품 후원 등에 나섰다. 지난해엔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월경곤란증 치료 후원에 나선 데 이어 그룹홈에 후원을 하는 등 지난 3년간 미혼모 가정, 홀몸어르신, 그룹홈 아동, 청소년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후원과 재능기부를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진행한 나눔사업은 총 26회에 달한다. 올해는 ‘장애인 한의 진료 후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장애인들이 한의 진료를 온전히 받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해 바다의 별, 수봉재활원 등 관내 장애인 복지시설과 연계해 한의원 2곳을 지정하고, 한 달에 2회씩 일대일 진료를 한다. 6개월 한시 사업으로 진행 중이나 수요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 평가회를 거쳐 지속적인 사업으로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만선 단장은 “정조대왕의 정신에 따라 3년 전 그룹홈부터 시작한 봉사가 이제 우리가 직접 도움이 필요하신 대상자를 찾아 활동할 만큼 발전했다. 후원에 적극 동참해주신 단체와 후원 한의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정진용 수원시한의사회장은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곳과 후원 대상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더욱 많은 분들이 참여해 한의사들의 선한 영향력이 퍼지고 주변에도 많이 나눌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장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봉사단이 지역사회에 많은 역할을 하고 활성화 된 게 대단하다”며 “경기지부의 다른 시군에서도 이런 활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축하 인사에서 “누군가에게 희망과 보람을 줄 수 있다면 그것보다 행복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출범 3주년을 축하하고 한의사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더 많은 지지를 받는 만큼 이러한 뜻 깊은 활동이 지속되고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