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의 정겨운 모습담은 사진집 발간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과거와는 다르게 급속도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삶.그 삶속에서 희미하나마 끈질기게 생명력을 이어가는 것 중 하나가 장(場)이다. 과거 농촌지역에서 개설돼 활발했던 장은 산업화과정에서 많은 부분들이 사라지고 또 기능이 매우 변화되었다. 그러나 생활방식과 유통구조가 현대화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장은 우리 민속의 현장으로서 과거 우리들 삶의 모습, 사라져버린 우리의 옛날 생활양식을 찾아볼 수 있는 생생한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 이렇듯 서서히 잊혀져가는 우리 민속 5일장의 정겨운 모습들이 한권의 사진집으로 발간되었다. 경기문화재단이 ‘경기문화예술진흥방향’‘경기문화예술총람’‘경기도의 굿’‘경기도당굿의 坐歌’‘경기문학지도1,2’에 이어 다섯번째 기전문화예술총서로 발간한 ‘사라지는 시간-경기도의 5일장’은 아직까지 서민들의 생활터전으로 유지되고 있는 도내 5일장의 모습들이 담겨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의 도움으로 발간된 ‘사라지는 시간-경기도의 5일장’사진집엔 성남시의 모란장, 동두천시의 동두천장을 비롯해 도내 21개 시·군 64개 5일장과 기타 특수시장 및 재래시장 15군데의 생생한 모습들이 담겨 있다. 이번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들은 일반 도민들이 직접 찍은 장의 모습가운데 전문가들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별된 사진들과 전문 사진작가들이 찍은 작품들이다. 사진집에는 각 시·군 장에 대한 소개와 사진 설명, 시장과 관련된 낱말풀이 및 속담들이 수록돼 장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0331)222-6255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필묵의 꽃내음으로 봄맞이

열여섯 나이에 홀연히 집을 떠나 필·묵과 전각칼 한자루를 쥐고 살면서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석(石)·도(刀)·필(筆)·묵(墨)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진영근씨(43). 서예의 본질은 철저히 지키면서 그만의 독특한 조형적 서예술로 대중을 찾아나서는 진영근씨의 세번째 개인전이 ‘수리산 기슭에 필묵(筆墨)의 꽃을 피우다’라는 제목으로 오는 17일까지 군포시민회관 전시실에서 열린다. 진씨는 지난 91년 제3회 대한민국 서예대전에서 전각부문 우수상과 제4회 서예문화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중국 제3회 전각평전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우수상을 차지하는 등 수상경력이 화려한 작가. 특히 95년 1월 첫 개인전(이상과 현실의 조화를 위한 찰지인전) 이후 채근담 1만2천611자를 완각하여 ‘헤매는 자를 위한 길잡이(심각 채근담)’란 이름으로 출간, 서울 인사동 백악예원에서 전시를 갖기도 했다. 그는 이 작업을 마치고 검은 머리와 수염이 하루만에 희어져 ‘사십이세 백수자도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현재 한국서예협회 경기도지부장과 대한민국현대서예대전·경기도서예대전 등의 초대작가를 역임하고 있으며 올해 초 ‘새천년 새아침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한 작품활동을펼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내 등에 어펴보오’라는 유전시를 읊으며 그의 아내와 아이들을 등에 업고 수리산 골짜기로 찾아든 지 일곱번째 봄을 맞아 쓸쓸하고 삭막한 수리산 기슭에 필묵의 꽃을 피워 그가 사는 동네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것. 특히 이번 전시를 그의 딸(진리)을 위해 열 정도로 그의 가족사랑은 각별하다. 전각을 비롯한 독특한 작품으로 서예술의 새로운 경지를 열고 이를 보급해온 작가는 보다 많은 대중들과 만나고 그의 작품세계를 널리 알리기 위해 홈페이지(www.simin-art.com)를 개설하기도 했다. 수리산지기를 자처하며 자기의 예술을 사가라고 외치는 진영근의 세번째 개인전은 그의 말처럼 봄의 길목에서 필묵의 꽃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향에 대한 기억과 의미 되새겨

‘좋은 냄새는 난초의 향기처럼 나쁜 냄새를 제거하고 몸과 마음을 안정시켜 준다(본문 중에서)’ 좋은 향을 누구나 쓴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서 좋은 향이 나는 것은 아니다. 심성이 고운 사람이 써야 그 향이 아름다우며 향으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지내온 향에 대한 기억과 그 향이 가지는 의미, 향에 얽힌 이야기 등을 한데 묶은, 향(냄새)를 주제로 한 책 ‘냄새(저자 송인갑·도서출판 청어와 삐삐)’가 출간됐다. 저자 송인갑은 평생를 냄새(향) 연구에 몰두, 우리나라 특유의 좋은 향수를 개발하고 이를 첨단산업으로 이끌어 우리나라 향수산업을 진일보시킨 향수 연구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현 우향연구소 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는 소설 ‘신의 향수’, 화보집 ‘영혼의 향수’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 책은 ‘1부 향을 찾아서’ ‘2부 향에 대한 소고’ ‘3부 역사속의 향’ ‘4부 부록’등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는데 우리의 옛 향과 세계의 유명한 향수, 향수용기, 향수광고, 모델, 향수 사용법 등 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특히 단순한 냄새에서 향으로의 가치를 느낄수 있도록 독자들에게 향에 대한 새로운 지식과 이해를 돕고 있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경기만물상 컬렉션 열린다

서민들의 삶속에서 손때묻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20세기 현대 문물의 원형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물품을 선정해 전시하는 ‘경기만물상’(가칭)컬렉션이 열릴 예정이다. 도는 도민들이 세월의 변천에 대한 향수와 민족의 생활사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보존가치가 있는 우리의 옛 생활용품들을 총 망라해 모집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오는 4월29일까지 시·군 문화관련 부서에서 신청·접수 받고 있는 물품은 예전에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잊혀져 가는 물품, 오늘날까지 사용되는 것 중에서 오래되었으면서도 보존가치가 있는 물품, 현대적 물품 중 초기의 것 또는 특색있는 물품, 기타 전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다양한 물품들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재는 국보·보물 등 사회적 가치가 높은 것들만을 일컫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고 관련 정책도 이것의 보존·복원 및 전승에 주력, 우리의 일상 생활용품이면서도 세월의 정취가 묻은 다양한 물건에 대해서는 정작 무관심했던 것이 사실이다. 도는 한 집안에서 대물림하면서 간직해 온 문화재적 요소가 있는 물건에서부터 일상 생활의 잡다한 전래 생활물품, 현대적 물품 중 역사성과 시대정신, 볼거리 등을 두루 갖춘 물품을 총 망라해 전문가들의 공정한 감정을 거쳐 선정된 물건에 대해서는 ‘경기 만물상 인증서’를 수여할 방침이다. 한편 선정된 물품들은 오는 8월중 경기도 박물관에서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열 예정이며 도민들의 호응이 클 경우엔 시·군 순회시뿐만 아니라 상설전시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0331)249-4671 /박인숙기자 ispark@kgib.co.kr

조선조 기축옥사 전모 파헤친 책자 출간

“조선조 4대사옥의 희생자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1천여 호남인맥의 희생을 가져온 ‘조선조 광주사태’ 정여립사건” 조선조 최대의 옥사로 불리는 기축옥사의 전모를 최초로 파헤치고 재조명한 ‘지워진 이름 정여립(저자 신정일·가람기획)’이 출간됐다. 전주 출신의 정여립은 선조때 홍문관 수찬을 지내다가 낙향한 뒤 김제일대에서 활동하다 동서당쟁에 휘말려 진안 죽도에서 숨진 인물. 400년전 전도된 가치를 바로잡고 불평등과 차별의 세상을 뜯어고치고자 온몸으로현실에 부딛쳤다가 결국 당대 지식인 1천여명이 희생과 이후 조선조 호남인사의 차별을 가져왔다고 평가되는 기축옥사(1589년·선조 22년)의 주인공 ‘정여립’. 후세인들의 정여립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나뉘어진다. 한편에서는 그를 일컬어 ‘모반자’라고도 하고, 또 한편에서는 당파싸움의 희생양으로, 선각자·사상가 또는 혁명가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최초의 공화주의자라고 평가받고 있는 올리버 크롬웰보다 50년 앞제선 공화주의자라고도 하고, 조선조의 광주사태로 호남차별의 분수령을 이룬 사건의 주인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저자도 이 책에서 정여립 사건과 그의 생애, 사상을 다루며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하고 있다. 한 시대의 촉망받던 정여립이 역사속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진 비운의 주인공으로 남게된 과정을 필자의 시각에서 세세하게 접근했다. ‘제1장 모반자와 영웅’‘제2장 정여립과 기축옥사’‘제3장 두 진영의 사람들’‘제4장 실패한 혁명’ 등 모두 4장으로 구성됐으며 마지막 부분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기축옥사’의 연표와 함께 관련자료들을 실었다.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극단 가교 '비내리는 고모령'

지난 93년 ‘번지없는 주막’으로 복고풍 악극을 오늘에 되살려냈던 극단 가교의 일곱번째 작품 ‘비내리는 고모령(부제 : 어머님의 손을 놓고)’이 오는 25, 26일 이틀동안 경기도 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김정숙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비내리는 고모령’은 여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줄거리로 서울에서 공연돼 만원사례를 이루며 중·장년층의 눈물을 ‘쏙’뺐던 작품. 해도 해도 끝이 없을 만큼의 굴곡많은 삶을 겪은 우리 어머니들의 인생역정이, 한국 성인이라면 한번은 접했던 이야야기들이 악극 특유의 구구절절한 뽕짝가락을 타고 가슴뭉클하게 그려진다. 순박한 시골처녀 순애(김성녀분)는 유학생 재호(최주봉)와 사랑에 빠져 임신을하지만 서울로 올라간 재호는 그녀를 버린다. 시집으로 쫓겨간 순애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인내한다. 그러나 전쟁은 모자를 갈라놓고, 아들을 잊지 못하는 순애는 아들을 양자로 보낸 집에 식모로 들어간다. 아들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려는 재호의 칼에 찔린 순애는 아들과 극적인 상봉을 하지만 결국 저승으로의 먼길을 떠난다. 주인공이 낯선 시댁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장면, 아들의 품에 안겨 숨을 거두는 대목 등에서는 제아무리 무심한 사람이라도 남몰래 눈물을 훔치게 될 듯하다. 특히 비극의 주인공이 부르는 주제곡‘비내리는 고모령’은 관객들의 심금을 절로 울린다. 이번 공연에는 김성녀, 최주봉, 윤문식, 박인환, 김진태 등 노련한 악극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눈물의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R석 4만원, S석 3만원, A석 2만원 문의 (0331)226-7747 /신현상기자 hs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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