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미군 유해 200구 송환”

북한이 한국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의 송환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작업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의 첫 이행 사례로, 북미 간 신뢰관계 구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중서부의 미네소타주 덜루스에서 열린 지지자 유세에서 “위대한 전사자 영웅들의 유해를 돌려받았다”며 “오늘 200구의 유해가 송환됐다(have been sent back)”고 밝혔다. 다만 유해를 미국 측이 인도받았다는 말인지, 송환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인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관료를 인용해 북한이 250구 이상의 군인 유해를 하루 이틀 안에 송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사자 유해는 오산 미 공군 기지로 보내지며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활주로에서 추념 행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로 송환해 신원 확인을 진행하고, 미군이 아닌 다른 나라 국적의 전사자 유해는 해당 국가로 다시 보낼 예정이다. 250여 구의 유해는 대부분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병사로 추정되지만, 다른 나라 병사들과 섞였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군 유해 송환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 사항이다. 공동성명은 “북미는 전쟁포로 및 행방불명자들의 유해 발굴을 진행하며 이미 발굴된 유골들을 즉시 송환할 것을 확약했다”고 명시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이어 북한의 유해 송환은 북미 간 신뢰관계 구축에 큰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승구기자

평택에 새 둥지 트는 주한미군, 감축 등 변혁 불가피 전망

오는 29일부터 서울 용산을 떠나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트는 주한미군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혁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 등에 근거해 한국에 주둔하기 때문에 6·25전쟁 정전협정을 대체한 평화협정 체결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한미군 지위문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이와 관련해 우선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북미 정상도 지난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같은 내용을 명시함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열린 대화문화아카데미 대화모임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평화체제가 오면 미국 내에서부터 (주한미군 유지) 문제 제기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해 관심을 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적대관계인 북한을 비롯한 전쟁 당사국과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북한의 남침 억제를 일차적 목적으로 하는 주한미군의 임무는 변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주한미군의 향후 임무와 관련해 '동북아 기동군' 또는 '평화유지군'으로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에 고정되어 임무를 수행하는 군이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분쟁이나 대규모 재해재난 발생시 구호에 투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은 최근 발간한 소개 책자 '2018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해 "한국 및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굳건한 다짐을 상징한다"면서 "아직 달성하지 못한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부단히 전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설명 등을 고려할 때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환수한 이후에도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주한미군의 주 임무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평택기지는 인근에 항만이 있고, 철도도 갖춰져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전방으로 이송하는 데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21일 "평택항과 오산 공군기지 등의 기반시설이 20㎞ 내외에 근접해 있어서 한반도 유사시 외부로부터 미군 전력 전개에 좋은 위치"라며 "육로와 철도를 이용해 신속히 전력을 전방으로 전개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어 작전적, 전략적 측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와 안전 보장,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의 측면에서 주한미군의 감축 또는 철수설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론에 쐐기를 박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수 가능성을 접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많은 돈, 우리에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나는 그들(주한미군)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말한 점이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어 "하지만 그 문제는 지금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주한미군 감축론에 제동을 건 미국 국방수권법안 수정안이 미국 하원·상원 군사위원회를 잇달아 통과한 것도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계속 거론되는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미국 보수 언론들도 이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7일 '핵무기와 주한미군의 거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관련해 "단지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데 있지 않으며 동아시아에서 더욱 큰 전략적 그림이 있다"면서 "그들은 한국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방지하고, 일본과 대만 등 역내 민주주의 국가의 보호를 위한 전진배치의 기능을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문제는 대통령만의 결정으로 진행될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9일 평화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제18차 '통일한국포럼' 특강에서 주한미군의 철수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하겠다는 말 한마디로 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1976년 당시 지미 카터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내걸었다가 끝내 이를 포기한 사실 등을 언급한 뒤 미국이 한반도 내 주한미군 철수가 어렵다는 점을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공식적으로 주한미군 병력이 2만8천500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 본토에서 6~9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되는 부대의 병력이 한국에 들어오면 본토로 나가야 할 부대가 즉각 빠지지 못하고 겹치는 경우가 많아 병력은 들쭉날쭉하다. 주한미군에 따르면 육군은 1만8천500여명, 공군은 8천500여명, 해군 500여명, 해병대 120여명 등의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이를 합하면 2만7천600여명으로, 2만8천500명보다 900여명이 적다. 순환되는 병력 때문에 이런 편차가 발생한다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73년 만에 용산서 나간다…평택 시대 개막

주한미군이 해방과 함께 일본군 무장해제를 첫 임무로 한국에 주둔을 시작한 지 73년 만에 용산을 떠난다. 21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이달 29일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신축된 새로운 사령부 건물에서 청사 개관식을 거행한다. 행사에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사령부 새 청사는 4층짜리 본관과 2층짜리 별관으로 이뤄졌다. 부지면적은 24만㎡ 규모라고 미군 측은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 용산 주둔 73년의 역사가 막을 내리고, 평택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된다. 앞서 주한미군의 여러 구성군 가운데 지상군인 미 8군사령부는 작년 7월 평택으로 먼저 이전했다. 미군은 1945년 8월 29일 미 극동군사령관 일반명령 제1호 등에 따라 그해 9월 일본 오키나와 주둔 제24군단 예하 7사단 병력을 한국으로 이동시키면서 미군의 용산 주둔 역사가 시작된다. 미 7사단은 1945년 9월 9일부터 30일까지 서울과 인천에 있던 일본군을 무장 해제시키고 주요 시설물 보호와 치안유지를 담당했다. 이때 24군단사령부가 서울 용산에 설치됐다. 미군이 용산에 첫 둥지를 튼 시점이다. 이후 1949년 1월 24군단 병력이 철수하고 마지막 남은 5전투연대도 그해 6월 모두 철수했다. 같은 해 7월 미 군사고문단 창설로 482명의 미군만 남았으나, 1950년 6·25 전쟁이 발발하자 미군이 유엔군 일원으로 다시 한국에 투입됐으며 1957년 7월 주한미군사령부가 창설되는 등의 역사를 갖게 됐다. 평택 신청사 개관에 따라 미군이 용산에 주둔하지 73년 만에, 주한미군사령부가 용산에 창설된 지 61년 만에 용산시대를 마감하게 됐다. 주한미군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 소속 군인들은 연말까지 모두 평택으로 옮겨간다. 다만, 용산 소재 한미연합사령부는 국방부 영내의 7층짜리 독립 건물로 연말까지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합참 청사의 2개 층도 연합사가 사용할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새 둥지를 트는 주한미군은 새로운 도전과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남북한, 미국이 추진 중인 6·25 전쟁 종전선언에 이어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외국군의 지위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둔 비용 등을 거론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계속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언젠가는 솔직히 말하고 싶은 게 있다. 대선 운동 기간에도 말했듯이 대부분의 병사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길 바라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같은 날 에어포스원에서 폭스뉴스 간판앵커인 브렛 베이어와 만나 "나는 가능한 한 빨리 병력을 빼내고 싶다. 많은 돈, 우리에게 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한미군은 최근 발간한 소개 책자 '2018 전략 다이제스트'를 통해 주한미군의 미래에 대해 "한반도에 변함없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은 한국 및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굳건한 다짐을 상징한다"면서 "아직 달성하지 못한 영구적인 평화를 위해 부단히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北·中 속셈은… 김정은·시진핑 ‘3차 회동’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한 가운데 ‘방중’ 의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은 다음 북미정상회담 등 미국과의 관계 설정 측면에서 중국 정부에 자문하고,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과 연관해 북한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본격적인 비핵화와 체제보장 협상 과정에서의 대응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고려항공 251편 특별기를 타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중국 국빈관인 댜오위타이로 향하며 1박2일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 행보는 최근 석 달여 사이에 세 번째라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해석된다. 북한 입장에선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정상 국가로서 외교에 자신감이 생겼고, 중국으로서는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다소 소외됐던 자신들의 입지와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해외 주요 매체와 중국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북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에게 북미정상회담 내용과 북한이 앞으로 취할 조치, 향후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이를 통해 북중 간 공고해진 관계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요청하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 및 북미 역학관계에 변화가 발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협의를 한다는 점에서 양국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중국 역할론을 부각시키는 모멘텀으로 이번 이벤트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남·북·미 3자 종전선언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확보에 이어 차후 평화체제 논의 참여를 기대해왔다. 아울러 북미 최고지도자 간 사상 첫 대좌 이후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체제 구축 논의에 시동이 걸릴 시점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의 몸값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데다 미·중 간 외교·안보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동북아 외교·안보·경제 지형에서 북한의 입김이 확장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가 충분히 소식을 듣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얘기를 듣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정부의 정보수집능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해인기자

韓美 “8월 UFG 연습 일시 중단”…北, 비핵화 후속조치 관심

한미 군 당국은 오는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북미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3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KR)과 독수리 훈련(FE)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 국방부는 19일 “한미는 긴밀한 공조를 거쳐 8월에 실시하려고 했던 방어적 성격의 UFG 연습의 모든 계획활동을 중단(suspend)하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조치에 대해서는 한미 간 계속 협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매년 8월 하순에 열리는 워게임 형식의 지휘소훈련(CPX)인 UFG 연습은 한반도 전면전을 가정한 대표적인 한미연합훈련 중 하나다. 한미가 UFG 연습의 중단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북한이 취할 비핵화 후속이행조치도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는 앞서 지난 1990년 남북 고위급회담과 미국의 걸프전 참전 등으로 UFG(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의 전신인 UFL(을지포커스렌즈)연습을 처음 중단했다. 이어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남북회담이 진행됨에 따라 UFL의 군사연습은 축소하고 정부연습(을지훈련)은 분리해 별도로 실시했다. 두 번째 중단은 1992년 팀스피리트 훈련 잠정 중단 조치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을 수용함에 따라 한미 군 당국은 훈련의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세 번째 중단 조치는 1994년으로, 같은 해 제1차 북핵위기를 맞지만 10월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서가 타결되면서 팀스피리트 훈련이 완전 중단됐다. 이번 중단은 24년 만에 이뤄지는 네 번째 중단 조치로 군 당국이 유예(suspend)라고 밝힌 만큼, 북한의 비핵화 협상 결과 진전에 따라 향후 연합훈련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 예정된 대규모 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의 중단·재개 여부는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북미 고위급회담과 후속 가능성이 점쳐지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또는 실무급 회담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아울러 오는 10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장관급 회의체인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3월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계획이 검토될 것으로 관측된다. 군 당국은 현재 후속 훈련에 대한 중단에 대해서는 한미 간 협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강해인 기자

김정은, 44일간 비행기로 세 차례 외국행…속도내는 北정상외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0여 일간 세 차례나 하늘길로 외국행에 나서며 북한 외교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지난달 7일 항공편으로 중국 다롄에 날아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난 후 44일 만에 또다시 항공기를 타고 베이징을 찾은 것이다. 그 사이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차 싱가포르를 방문할 때도 하늘길을 이용했다.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 비상 대처가 쉽지 않아 꺼렸던 방식이었다. 선대와 달리 김 위원장은 첫 외국 방문이었던 3월 말의 첫 방중 때 특별전용열차를 탄 뒤로는 여타 각국 정상들처럼 항공편을 이용하는 셈이다.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육상 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이동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고 경호나 의전이 필요한 구간도 줄어든다. 김 위원장의 항공기 이용은 긴박하게 움직이는 한반도 정세에 맞춰 실용적으로 속도감 있게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위원장의 실용적 성향은 북한 외교 전반의 속도를 높이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첫 방중 이후 3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시 주석의 답방도 없었던 상황에서 세 번째 방중이 이뤄진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여차하면 시 주석을 직접 만나 한반도 정세 현안을 논의할 의지가 있음을 이번 방중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는 점도 북한 외교에 속도감을 주는 요인이다. 북한에서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외교 분야에서도 최고지도자의 '결심'이 있어야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선대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예전 같으면 특사를 보내는 식으로 처리했을 상황에 직접 중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렇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면 내부적인 논의와 결정의 과정이 단축될 수밖에 없다. 북미정상회담 역시 마찬가지였다. 외교관을 6자회담 등에 내보내 논의 과정을 일일이 보고받으며 문제 해결을 도모했던 과거와 달리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담판에 나서며 '톱다운' 방식을 택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도출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톱다운' 방식이 작용한 덕이 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무엇보다 중요한 북한 체제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미·대중 외교의 최전선에 나서는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김정은 세번째 방중도 항공기로…지방시찰 때 애용 'AN-148'

'전용열차→ 옛 소련제 전용기→ 우크라이나제 전용기'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그가 이용한 교통수단이 방중 때마다 달라져 관심이 쏠린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25일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이용한 교통수단은 그의 전용열차였다.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을 방문할 때 전용열차를 이용했기에 이는 큰 관심을 끌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은 납치나 폭발 등 사고에 대한 불안감으로 비상시 대처가 유리한 열차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7∼8일 중국 다롄(大連)을 방문해 시 주석과 깜짝 재회동했을 때 그가 이용한 것은 열차가 아닌 전용기 '참매 1호'였다. 이는 옛 소련 시절 제작된 '일류신(IL)-62M'을 개조한 것이다. 4개 엔진을 장착한 이 항공기는 비행거리가 1만㎞에 달해 평양에서 미국 서부 해안이나 유럽 도시까지 비행할 수 있다. 평양에서 5천㎞가량 떨어진 싱가포르까지도 충분히 비행할 수 있어 6·12 북미정상회담 때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빌린 보잉 747기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번 방중 때 김 위원장이 이용한 항공기는 또 다른 전용기인 '안토노프(AN)-148' 기종이었다. 우크라이나에서 제작된 AN-148은 2004년 시험 비행을 했으며, 2009년 양산에 들어갔다. 고려항공은 2013년 2대의 AN-148을 사들여 중국 노선에 투입했다. 비행거리가 3천500㎞로 IL-62M보다 더 짧지만, 김 위원장은 지방시찰 때 이 전용기를 애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영 매체에는 그가 AN-148에 타고내리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위성에 찍힌 사진을 보면 북한 곳곳에 있는 김 위원장의 별장 근처에 이 전용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활주로를 조성한 것을 알 수 있다. 비행거리가 짧음에도 김 위원장이 이번에 AN-148을 이용한 것은 평양에서 베이징까지의 거리가 800여㎞에 불과해 이를 이용하는 데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난달 다롄 방문과 이달 싱가포르 방문으로 항공기를 이용한 해외 방문에 자신감이 붙은 것도 그가 평소 애용하던 전용기를 이번에 투입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핵화 후 김정은 위원장이 조부 김일성 주석처럼 '항공기 외교'에 나선다면 북한이 그의 전용기를 확충할 가능성도 있다. 김일성 주석은 항공기를 이용해 옛 소련을 수차례 방문했다. 또 동유럽 국가와 제3세계 국가들을 방문할 때도 항공기를 애용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 비핵화 후 개혁개방을 마음먹었다면 이에 필요한 외국 지원과 투자 유치 등을 위해 활발한 외교 활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용기를 전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IL-62가 1960년대 개발돼 1995년 단종된 노후 기종이고 AN-148의 비행거리가 짧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가 최신 항공기를 사들여 '항공기 외교'를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도 기존의 보잉 747-400 4대 외에 중국 지도부 전용기로 사용하기 위해 최신 보잉 747-800 여객기 4대를 추가로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

방중 北김정은, 1박2일 일정 개시…시진핑 국가주석 만날 듯

19일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국빈관인 조어대(釣魚台)로 향하며 1박 2일간의 방중 일정을 시작했다.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안토노프(An)-148 기종인 고려항공 251편 특별기를 타고 방중한 김 위원장은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삼엄한 경비 속에서 빠져나가 톈안먼(天安門)을 거쳐 조어대(釣魚台)로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항에서는 김 위원장이 타는 전용 차량을 의미하는 휘장이 새겨진 VIP 차량이 2대 목격돼 김 위원장 외에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함께 왔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울러 고급 승용차 10여대와 미니버스 10여대, 구급 차량, 식자재를 실은 차량까지 뒤를 따라 지난 3월 방중 때보다 훨씬 더 커진 규모를 보였다. 지난 3월 베이징 방문 당시에는 VIP 차량 1대와 10여대의 승용차, 미니버스, 구급 차량이 목격된 바 있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이 있는 톈안먼에는 100m 간격으로 무장 경찰차가 1대씩 배치돼 있고 경찰관들도 도열해 물샐 틈없는 경비를 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을 태운 차량이 지나쳐 갔다. 이후 공안이 인근을 철저히 차단한 조어대로 이들 차량이 들어가는 게 목격됐다. 김 위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과는 이날 오후 인민대회당에서 공식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김정은 위원장 일행이 조어대로 들어가 중국 측과 만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특별 열차를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한 뒤 시 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했으며 당시에는 조어대를 시작으로 중관촌, 인민대회당 등을 방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기간에도 비슷한 일정을 소화한 뒤 20일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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