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원은 해가지고…한줌의 재로 돌아온 내 새끼"

천안함 침몰로 숨진 장병들의 시신이 25일 경기 수원, 충남 연기와 홍성의 장례식장에서 각각 화장됐다. 24일 문규석 원사 등 6명의 시신이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데 이어 이날 두번째는 11명의 시신이 화장됐다. 이로서 24일과 25일 모두 17명의 시신이 화장됐다. 이날 오전 평택 해군2함대를 출발해 정오에는 수원 연화장, 연기 은하수공원, 홍성추모공원에 도착한 운구차량에서 희생장병의 시신이 담긴 관이 내려지자 이를 지켜보던 유족들은 관을 쓰다듬으며 오열했다.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이상민 하사의 아버지는 "아들아 아들아 아이고 내 새끼"라고 아들을 부르다 실신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 하사의 어머니가 아들의 시신이 화장되는 동안 오열하며 고기와 생선, 전, 떡, 과일 등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을 영정 앞에 차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주위 사람 모두 눈물을 흘렸다. 장철희 일병 어머니는 "왜 지원은 해가지고"라며 운구차를 두드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장병들의 시신은 화장로에 들어간지 2시간여만에 한 줌 재로 봉안함에 담겨 가족들의 품에 안겼다. 검은 제복을 입은 해군 장병들은 유골이 된 희생장병들의 봉안함이 운구차량으로 다시 옮겨지는 길목에 일렬로 도열, 우렁찬 '필승' 구호와 함께 눈물의 마지막 경례를 올렸다. 고인들의 유해는 다시 2함대로 옮겨져 시신 안치소 옆에 마련된 임시 유해보관소에 안치됐다.

가족협의회 "마지막 길 지켜준 국민들께 감사"

46인의 천안함 희생장병들에 대한 추모 열기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가 국민들께 감사의 뜻을 전했다. 나재봉 천안함 전사자 가족협의회 장례위원장은 25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내 대표 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라를 지키러 왔고, 나라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한 천안한 46인 용사들의 마지막 가는 길에 관심을 가져주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나 위원장은 "특히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주신 귀환하지 못한 6인의 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와 감사를 드린다"며 "분향소를 직접 찾아 조문해주신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과 일반시민, 장례를 위해 노력하고 계신 해군참모총장과 2함대 장병들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금일 발표된 대국민 담화문과 같이 천안함 46인의 용사들의 희생된 의미가 전국민의 가슴에 새겨진다면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길을 외롭지 않게 지켜주신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현재 귀환하지 못한 6인의 가족분들을 포함해 많은 가족들이 지쳐 있는 상태다"며 "과연 5일장이 마무리될 때까지 가족들의 체력이 따라줄 지가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식들의 명예를 찾고, 편안하게, 따뜻한 곳으로 보내고 싶어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며 "이번 사건을 발판 삼아 우리 군의 위상이 높아지고 아울러 우리나라 해군의 미비점이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밤 2함대 내 도착할 함수에 대해선 "아직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가족들이 상당히 많다"며 "미귀환 가족들이 원한다면 장례가 끝난 뒤라도 10번이든 100번이든 얼마든지 추가 수색을 계속하겠다. 하다 못해 유품이라도 찾아 전해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천안함 '46용사' 전원 1계급 진급 추서키로

군이 천안함 희생장병 '46용사' 전원에 대해 1계급 진급을 추서하기로 했다. 또 희생장병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화랑무공훈장을 수여하는 한편 해군2함대 사령부 내에 추모관과 충혼탑을 건립하기로 했다. 해군본부 공보과장 유영식 대령은 25일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 내 해군2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인들의 영해 수호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 남기훈 상사의 시신이 최초로 발견된 지난 3일부로 추서 진급 발령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희생장병 46명은 ▲준위 1명 ▲원사 4명 ▲상사 10명 ▲중사 15명 ▲하사 6명 ▲병장 5명 ▲상병 3명 ▲일병 2명으로 1계급씩 각각 진급했다. 군은 또 이번 장례를 위해 오는 29일 낮 12시까지 2함대 내 체육관에 대표 분향소를 운영하고 해군과 육공군 89곳에 군 분향소를 각각 설치,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은 해군참모총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해군과 해병대 전(全) 장성을 위원으로 하는 '장의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국방부장관과 보훈처장 등 정부와 군 관계자 7명과 국회(15명), 군원로 및 저명인사(46명), 예비역단체(4명) 등 72명을 고문으로 선정했다. 군에 따르면 영결식은 29일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 동안 2함대 내 안보공원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는 유가족을 비롯, 장의위원장인 해군참모총장과 국무총리 및 정부부처 주요인사, 국방부와 합참 2천800여명이 참석한다. 영결식이 끝나면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국립 대전현충원 합동묘역에 안장된다. 유영식 대령은 "정부차원에서 유가족에 대해 국민주택 특별분양 등 주택지원을 검토하고 있고, 군도 보상관련 업무와 법률적 지원 등을 위해 '유가족지원책임관'을 임명,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라며 "희생자들이 최대한 편안히 영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후 해군2함대 내에 추모관 및 충원탑 건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군은 희생장병들의 종교가 모두 다른 점을 감안, 2함대 내 대표 분향소는 각 종교의 특성(의식)이 드러나지 않도록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민·군합조단 "개스터빈실 좌현 밑, 수중폭발로 천안함 침몰"

"천안함 침몰은 개스터빈실 좌현 밑부분에서 일어난 강력한 폭발의 버블제트(Bubble jet)때문이다" 천안함 함수마저 인양에 성공한 가운데 민군합동조사단은 함체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천안함 침몰이 비접촉 수중폭발에 의해 일어났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장은 25일 2차 현장조사결과 브리핑에서 "선체 절단면 및 내,외부 육안검사 결과, 수중폭발로 판단됐고 선체의 변형형태로 볼때 접촉폭발보다 비접촉폭발의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안으로 심하게 휘어진 절단면 상태는 수중폭발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선체 내,외부에 폭발 그을음이나 열에의해 녹은 흔적이 전혀 없고, 파공된 부분도 없어 비접촉폭발임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 그는 정확한 천안함의 개스터빈실의 왼쪽 아래 수중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을 것으로 지목했다. 이 부분은 상사식당,기관조종실,건조물 창고, 사병식당조리실 등이 같이 있던 곳으로 좌현쪽으로 약 3.2m, 우현쪽으로 약 9.9m정도가 모두 유실된 상태다. 폭발점이 배밑바닥에 가까울 수록 초기 폭발표과가 크고 상대적으로 버블제트 효과는 적어지지만 멀어질수록 버블제트 효과가 커진다는 점에서 우현의 유실정도가 크다는 것은 좌현쪽이 폭발점과 가까웠다는 것을 반증한다. 물기둥이 목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물기둥이) 위쪽으로 나갈 수도, 옆으로 나갈 수도 있고 수중의 깊이에 따라서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폭발을 일으킨 무기가 어뢰냐 기뢰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동안 사고원인으로 제기됐던 내부폭발,암초에 의한 좌초, 피로파괴 가능성들은 모두 제외됐다. 탄약고, 연료탱크에 손상이 없었고 내장재가 불에 탄 흔적이 없어 내부폭발 가능성은 없었고 선저에 긁힌 흔적이 없고 소나돔 상태가 양호하여 좌초의 가능성 역시 배제됐다. 피로파괴설 역시 절단면이 복잡하게 변형된 선체 손상형태로 인해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결론났다. 윤덕용 단장은 정확한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서 "함수의 경우 조사를 준비하는데만도 3일이 걸리고 시뮬레이션 작업도 시간이 걸린다"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군은 26일에도 인양된 함수에서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실종자 6인에 대한 정밀 수색작업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불쌍한 내 아들 어떻게 보내" 눈물의 장례식

"저걸 어떻게 보내, 어떻게돌아오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느냐고, 아무 것도 없이 불쌍해서, 불쌍해서 저걸 어떻게 보내." 46명의 천안함 희생장병들의 장례가 시작되면서 대표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에 유가족들의 통곡과 오열의 메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우느라 이미 지칠대로 지친 가족들은 환하게 웃고 있는 영정 속 전사장병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이상준 하사의 아버지는 이제는 울 힘도 없는 지 자리에 주저앉아 "상준아 이놈아, 니 애비 어쩌라고 가냐, 어쩌라고 가냐, 나도 데려가라 이놈아"라고 통곡해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휠체어를 짚고 온 조지훈 상병의 이모도 밀려오는 조 상병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면서 "휴가나오면 보자고 해놓고 이렇게 가면 어떻게 해"라며 오열하다 주변의 부축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아직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이창기 원사의 어머니는 "우리 아들 찾아내, 우리 아들 왜 못아, 창기야, 창기야 어디로 갔냐, 우리 아들 왜 못찾아, 우리 아들 찾아줘"라고 서러운 울음을 토해냈다. 이 원사처럼 시신을 찾지 못해 아들의 장례를 유품으로 치르게 된 장진선 하사의 어머니도 가슴을 쥐어뜯으며 쉰 목소리로 "저걸 어떻게, 저걸 어떻게"를 반복하다 "아무 것도 없이 어떻게 보내냐"며 통곡하다 탈진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주변의 부축을 받으며 가까스로 아들의 영정사진 앞에 다가선 안경환 중사의 어머니도 "아들아, 내가 왔다, 아들아"를 울부짖으며 오열했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시민들도 유가족들의 오열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에서 온 김종철(50)씨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냐"며 "같은 부모 입장에서 남겨진 가족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지 걱정이다.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큰 마음 먹고 꿋꿋이 살아가주길 바란다"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대표 분향소가 마련된 해군2함대에는 이날 정운찬 국무총리와 김태영 국방장관 등이 찾아 헌화, 분양한 뒤 오열하는 유가족들에게 조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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