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문화캘린더] 경기도문화의전당 '뮤지컬 구름빵' 외

■ 경기도문화의전당행복한 대극장▲뮤지컬 구름빵23일|R석 4만원, S석 3만원|1666-5795 아늑한 소극장▲이원아 무용단 정기공연28일|전석 초대|031-298-2998▲김도연 비올라 독주회3월2일|일반 3만원, 학생 1만5천원|02-586-0945▲세광 음악콩쿠르3월3일|전석 무료|02-717-7012 ■ 성남아트센터오페라하우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3월1~4일|VIP석 18만원, R석 14만원, S석 10만원, A석 6만원|1544-8117앙상블씨어터▲제3회 청소년드림콘서트29일|전석 초대|031-485-6124■ 고양 아람/어울림누리어울림누리▲카리스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28일|전석 초대|031-906-5848▲우헌, 김승은 제자 연주회29일|전석 초대|070-8862-6128 ■ 안양문화재단안양아트센터▲Shen Yun(션윈)3월3~4일|VVIP석 20만원, VIP석 15만원, R석 12만원, S석 10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1544-8808■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대공연장▲제93주년 3.1절 기념 시립교향악단 경축 콘서트3월1일|전석 무료|032-440-2216 ▲피아니스트 임동혁 리사이틀3월1일|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1588-2341소공연장▲어린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3월1일|전석 2만원|031-238-0951▲화인청소년오케스트라 제11회 정기연주회3월4일|전석 초대|010-2378-2619 ■ 용인시여성회관큰어울마당▲리사 오노 내한공연3월3일|전석 6만6천원|031-324-4372 ■ 오산문화예술회관소극장▲재즈보컬 하이진의 재즈클럽Ⅲ 모던시대3월2일|전석 1만5천원|031-378-4255■ 화성시문화재단동탄 반석아트홀▲조이풀 청소년오케스트라 제2회 연주회 3월4일|전석 초대|031-8050-9525■ 부평아트센터해누리극장▲새봄음악회 스프링클래식3월3일|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5천원|032-500-2000■경기도미술관▲산수너머 展~4월1일까지|성인 4천원, 학생 2천원|031-481-7007~9

을씨년스럽던 거리가 예술이 숨쉬는 거리로,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

전통문양과 어우러진 깔끔하고 개성있는 간판들이 발길을 잡는다. 나들이 나온 연인과 가족들은 아름다운 거리를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내는라 여념이 없다.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 풍경이다. 몇 해전만해도 대부분 굳게 내려진 철문 셔터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화성행궁 가는 길이 예술벽화를 입고 아름다운 공방거리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이 거리는 화성행궁과 함께 수원시에서 가장 걷고 싶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벽면이 허물어지면서 웅장한 수원성이 튀어 나온다. 광대들은 전기줄을 타며 아슬아슬한 광경을 자아낸다. 지난 21일 찾은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는 벽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벽과 작업은 예술가 집단 ABE(기획총괄 이정원)가 맡고 있었다. 이정원 기획감독은 이 거리는 19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유독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많다며 낡은 건물의 벽면과 거리 바닥에 트릭아트를 활용해 재미와 함께 수원 화성과 행궁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관광객들이 이 거리를 거닐며 현재와 과거의 공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가지 개발 등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던 이 거리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3년여 전부터 공방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서각공예를 하는 나무아저씨를 비롯해 칠보공예를 하는 나녕공방, 수묵화와 천연염색의 은향공방, 압화공예 수수꽃다리, 테디베어를 만드는 손노리연구소 등 각양각색의 공방들이 닫혀 있는 점포의 문을 열어젖혔다.이에 편승해 지난해 초 수원시는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계획을 수립, 본격적인 공방거리 활성화 사업에 나섰다. 사업구간은 화성사업소에서 팔달산 입구까지 500여m로, 총사업비 4억여원을 투입해 공방전통찻집맛집 등 63개 업소에 대한 간판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외벽리모델링, 전시관 및 노천극장을 만드는 사업이었다.하지만 사업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동안 잦은 공사로 영업에 피해를 입어온 상인들이 또 시에서 공사를 한다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이때 나선 이들이 2년여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한 20여곳의 공방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민간단체인 아름다운 행궁길(회장 박영환)을 만들고, 이웃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다.회원들의 노력 덕분에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업에 동의해 주었고, 이때부터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성과는 당장 지난해 10월 열린 수원화성문화제에서 나타났다. 당시 공방거리는 관광객들이 몰려 서울 인사동 인파를 방불케 했다. 공예점과 맛집은 개점 이래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깨끗하게 단장된 거리에, 공방 앞에서 펼쳐진 공예체험마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칠보공예 나녕공방 김난영씨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평소의 10배 이상 팔았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그때부터 이 거리를 명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25일 오전 11시 공방거리에서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도 더 아름다운 공방거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기념 개막행사와 화성행궁 맛촌 음식문화개선 시범거리 출범식이 함께 열린다.공방거리의 거의 모든 공방과 맛집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만큼은 이 거리에 있는 모든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가 총출동한다.박터트리기와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가 펼쳐지고, 각종 밴드와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흥을 돋우며, 또한 각 공방들이 준비한 공예체험코너는 가족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김주홍 수원시 문화관광과장은 공방거리가 인사동 같은 명물이 되면 행궁과 팔달문시장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화성 관광 동선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연중 공예 및 예술 체험이 가능하도록 상설한마당을 마련해 공방거리가 화성관광 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박영환 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인터뷰노인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재즈음악이 깔리는 거리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판토마임 공연과 통기타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연인들이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화성행궁에서 팔달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행궁길변에서 서각공방을 하고 있는 박영환씨(52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그는 이같이 말하면서도 마치 자기가 그 여유로운 노인이 된 것처럼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지만 3년전 박씨가 이곳에 공방을 차릴때만해도 냉랭한 아스팔트 거리에 공방이라고는 단 한 곳뿐이었다. 그의 이런 상상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돼 개발의 손길은 닿을 수 없게 됐고, 거리는 낡고 침체됐다.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싼 임대료 덕(?)에 지역 작가와 공예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텅빈 점포를 개성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갔다.수원시에서 처음 이곳을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했을 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상인들은 달랐죠. 가뜩이나 숱한 공사로 피해를 봤었는데 또 공사라고 하니 반대가 심했죠.그래서 조직된 것이 공방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행궁길이었다. 이때부터 박씨에게는 지난한 설득의 시간이 시작됐다.지금은 다들 좋아합니다. 오히려 당시 반대했던 주민들도 절 찾아와 다시 해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죠.다들 좋아하게 될 때까지는 박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일일이 상점 주인의 의견을 물어 간판을 제작하도록 했으며, 간판 배경을 결정할 때는 사업자와 몇 차례나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처음에는 방부목을 가져왔더라고요. 절대 안된다고 했죠.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방부목은 1년만 지나면 낡아 버리거든요.그렇게 해서 최종 선택된 것이 고풍스런 느낌을 살린 아트기와였다.박씨의 아름다운 공방거리 가꾸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이미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센터에 공방거리 사람들 책자 발간 사업과 경기문화재단에 공방거리 포토존 조성 사업을 제안한 상태다.문화재에 억눌려 살던 이곳이 이제는 문화재와 함께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이 되고 있다는 박 회장의 말처럼 행궁동 공방거리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표본이 될 날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그림읽어주는남자] 박대성 ‘현율(玄律)’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 곧잘 무지개를 떠올리곤 한다. 일곱 색깔이 한데 어울려 둥글게 반원을 그린 그 모습이 삶의 지난과 궁핍을 잊게 할뿐더러 환상의 황홀경으로 안내하는 하늘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소재의 가지산 도립공원에 천성산이 있다. 이전엔 원효산이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당나라에서 온 1천명의 승려를 원효가 화엄경(華嚴經)으로 교화하자 모두 득도하여 성인이 되었다 한다. 천성산과 원효산의 유래다. 이 산은 계곡이 깊다. 깊어서 빼어난 절경을 이룬 폭포가 여럿이다. 원효암, 성불사, 홍룡사, 혈수폭포, 홍룡폭포 등이 유명하다. 옛 사람들은 이곳을 작은 금강산이라 불렀다. 박대성의 현율(玄律)도 이곳에서 탄생했다.현율은 진경산수의 시원을 열었던 겸재 정선의 금강산이 현대로 넘어와 웅숭깊게 펼쳐진 품새다. 깊은 산의 계곡과 폭포를 웅혼한 먹의 필체로 휘둘러 놓은 수묵산수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이요 우주다. 전통이 터져서 새것을 이룬 파격의 진면목!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는 홍룡폭포(虹龍瀑布)와 그 위에 서 있는 마애아미타불이 화면의 중심이다. 그 중심이 또한 우주의 중심일 터. 원효는 크게 깨달아 광대로 살았고 대승불교를 일으켰다. 아미타는 대승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처로 극락정토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박대성은 회화적 상상력으로 아미타의 불성을 노란 광채로 바꾸어 세상에 비추게 했다.꿈은 한낱 허황된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이 되고 실천이 되면 현실이 된다. 원효의 길이 그랬고, 정규 미술과정을 밟지 않았으나 현대 한국화의 대가를 이룬 박대성이 그렇다. 동해의 일출이 가장 먼저 가 닿는 곳이 천성산의 정상이다. 2월이 가기 전에 꿈의 정상에서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무지개를 그려볼 일이다.

[라이프] 꽃 받을 일 많은데…보관은?

2월과 3월은 꽃이 풍성한 계절이다. 졸업과 입학, 밸런타인데이에 화이트데이까지. 꽃을 줄 일도 받을 일도 많다. 예쁘고 향긋한 꽃은 받을 때는 좋지만, 무심코 꽃병에 꽂아두면 눈 깜짝할 새 시들어버린다. 먹을 수도 없고, 버리기도 아깝고. 기분 좋게 받은 선물이지만 어느새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다. 꽃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감상할 수는 없을까? ■오래가는 꽃다발, 그 비법은?꽃다발을 선물 받았다면 리본, 셀로판지, 은박지 등 포장을 벗긴 후 꽃잎을 정리한다. 꽃 가지 끝을 가위로 조금씩 잘라내 다듬고 끓는 물에 잘라낸 꽃 가지의 끝을 5초 정도 담가 세균을 제거한다. 이때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면 물을 흡수하는 면적이 넓어져 꽃이 더 오래간다. 꽃병에 꽂을 때는 물에 설탕을 두 숟가락 정도 넣으면 싱싱함이 오래 유지된다. 장미는 꽃병에 넣기 전 물에 잠기는 잎을 깨끗이 떼어내야 한다. 잎에서 나오는 페놀물질이 물을 썩게 해 수명을 단축하기 때문.꽃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비결은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다. 물을 오랫동안 갈지 않고 내버려두면 물속에서 박테리아가 번식해 꽃이 썩기 쉽다. 물에 락스나 식초를 몇 방울 넣어주는 것도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번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아두면 꽃을 좀더 오래볼 수 있다.■2년은 거뜬한 드라이플라워꽃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꽃을 말려 드라이플라워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골고루 잘 말린 드라이플라워는 2년 이상 거뜬히 유지된다. 꽃을 잘 말리려면 수분이 많은 잎은 잘라버리고, 건조시간을 되도록 짧게 하고, 묶는 다발이나 꽃의 포기 수는 적을수록 좋다. 가장 보편적인 장미의 경우 매달기법을 사용한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지저분한 잎을 정리한 후 10송이 안쪽으로 거꾸로 매달아 말린다. 건조시간은 3~4일 정도다.안개꽃은 적은 양의 물에 꽃을 꽂아둔 채로 말린다. 안개꽃, 수국 등 가벼운 꽃은 물에서 말리는 방법을 이용하면 하루 만에 자연스럽게 건조할 수 있다.무겁고 목 부분이 약한 난, 스타치스 등은 꽃만 떼어내고 나서 줄기 대신 철사를 끼워 건조하거나, 선반 위에 펼쳐놓고 말린다.약품을 이용하는 경우 깡통, 유리병 등에 실리카겔을 담은 뒤 생화를 건조하면 된다. 말린 꽃은 느슨하게 묶어 벽에 걸거나, 꽃병에 꽂아두면 된다. ■향기로운 장식품, 포푸리프랑스어로 발효시킨 항아리라는 뜻의 포푸리(potpourri)는 색다른 멋이 있다. 말린 꽃을 유리병이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 그 자체로 향기나는 장식품이 된다.꽃이 완전히 시들기 전에 꽃술을 제거하고, 꽃잎을 하나하나 잘 떼어내 평평한 곳에 펼쳐 말린다. 햇빛이 드는 곳에 두면 탈색되므로 온도가 높으면서도, 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부엌이나 방에서 물기 없이 바짝 말린다. 특히 노란빛의 꽃이 말랐을 때 색과 모양이 예쁘다.말리면 향이 날아가므로, 꽃향기만 따로 추출한 포푸리 향수나 에센셜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좋다. 화훼자재점이나 온라인 마켓을 통해 손쉽게 살 수 있다. 향을 잔뜩 머금은 포푸리를 만들고 싶다면 말린 꽃잎을 봉투에 한 켜 정도 넣은 후 굵은 소금과 향수를 뿌리고, 이를 두세 차례 반복한다. 이를 24시간 동안 밀봉해두면 향이 진한 꽃잎이 완성된다.말린 꽃은 투명한 유리병에 넣고 장식장, 책장 등에 전시하거나 주머니에 넣어 서랍장이나 장롱 안에 넣어두어도 좋다. 주머니는 꽃다발 포장에 쓰인 망이나 양파망, 오래된 스카프 등을 이용한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남양주 실학박물관, 다산의 실학정신을 재조명하다

유배생활의 시련 속에서도 실학을 집대성하고 19세기 초 조선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던 다산 정약용이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역사책의 대표적 저술인 동사강목을 남긴 조선시대 최고의 역사가이자 가장 진보적인 실학자로 꼽히는 순암 안정복. 그 역시 올해가 태어난지 300년이 된다. 가히 2012년을 실학의 해라 할만하다. 정치과학예술 등 다방면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르네상스인이었으며, 뜨거운 애민정신과 비판정신으로 늘 역사와 백성을 생각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들. 국내 유일의 실학을 주제로 한 역사박물관인 남양주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은 그들의 삶과 업적이 21세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며, 또 어떻게 보다 쉽게 보여줄 지를 고민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실학박물관은 상반기(4~9월)에 걸쳐 다산 탄생 250주년 특별전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다산, 열수(烈水)가의 삶과 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사상가 혹은 철학가로서의 다산의 모습을 조명해 온 기존 전시들과는 차별점을 뒀다. 엄하고 자상한 아버지이면서 제자들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았던 스승의 모습까지 생활인으로서 다산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이 이전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는 다산 소년기의 시 작품과 여유당에서의 생활 모습, 강진에서의 고향 생각, 자녀들과 주고받은 편지, 천진암에서의 회고 등을 통해 삶속에서 가족과 백성을 위해 고뇌했던 인간 정약용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순암 안정복 탄생 300주년 특별전 실학의 중심 광주, 순암 안정복(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순암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 전시는 국내외 각 기관에 소장돼 있는 순암의 저술중 가장본, 필사본, 인쇄본, 간행본 및 간찰, 그림 등 7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다산의 해에 걸맞게 올 한해 실학박물관에서는 다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참여 프로그램이 펼쳐진다.박물관은 다산 차(茶)를 개발해 다산과 함께하는 다도체험을 진행하며, 다산정원을 마련해 다산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이와 함께 다산의 고향인 마재 마을(남양주 능내리)을 중심으로 다산과 관련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 답사를 비롯해 철마산산신제와 다산 회혼례, 다산의 초학마당과 성년식 등의 복원 및 재현을 계획하고 있다.여건상 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도민들을 박물관이 직접 찾아가는 다산 경기 투어(가칭)도 준비중이다. 도내 시군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소외 지역과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다산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강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다산 정약용의 사상 연구에도 집중력을 기울인다. 우선 KEU 국제심포지엄이 올 9월 개최될 예정이다. 다산 철학, 유럽철학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은 국내외 저명 연구자들이 참여해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유럽의 근대 철학자들과 비교연구해 실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10월에는 퇴계학과 다산학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열어 퇴계의 경학과 이익, 안정복, 정약용의 경학을 비교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또한 다산 정약용의 저술인 아방강역고가 국역 발행될 예정이다. 이 책은 다산의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저술로 이번 국역 발간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다산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김시업 실학박물관장 인터뷰 실학은 결코 고루하거나 고답적인 옛 학문이 아닙니다. 실학의 실사구시 정신과 과학적 실용정신은 21세기 신문명을 개척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사적 동력이 될 것입니다.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 어느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시업 실학박물관장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사람들에게 실학사상을 알릴 수 있을까다.수백년 전 번성했던 학문인데다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책이나 문서로 된 유물이 대부분이여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한문책과 문서에 의존하는 상설전시를 볼거리 중심으로 보다 쉽게 바꾸고, 박물관 앞터에 다산정원을 꾸며, 다산 차밭, 천체와 별자리 체험, 뽕밭과 명주 농사 등 다산이 권장한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또한 전시에 대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및 대표 유물에 대한 QR코드 안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각종 디지털 영상을 대폭 확대했다. 단순히 책만 구경하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고, 체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실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미디어 모빌아트 기법으로 제작된 움직이는 곤여만국전도는 그 노력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김 관장은 올해 핵심 사업에 대해 실학이 단순히 경기도 안에만 머물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실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국에 있는 수많은 다산 관련 단체를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다산 탄생 250주년, 순암 탄생 300주년으로 한국 실학계로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 관장의 말대로 다산의 고향인 남양주 마재마을에 위치한 실학박물관에서 다산의 향기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수원미술전시관 특별기획전 ‘수레를 탄 해’& ‘어린왕자의 여행’

수레타고 별나라 여행을! 어린왕자와 감각의 세계로!수원미술전시관(관장 박용국)이 동화를 모티브로 어린이를 위한 특별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창작동화책 수레를 탄 해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전시로 이끌어 내 전시관 분관인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과 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 각각 진행한다. 전시는 동화책과 소품을 나열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는다.원화를 감상하고 이야기 속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동화 속 세계를 되살린 공간에서 직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상당한 공을 들였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는 동화와 미술이 어우러져 어린이들에게 살아 있는 체험전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려한 동화 속 24절기 - 수레를 탄 해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의 연중기획전 포문을 여는 전시다. 강혜숙 작가의 그림책 수레를 탄 해를 전시장에 그대로 옮겼다. 해를 수레에 태워 나르는 왕자의 모험담을 통해 해의 주기에 따른 자연환경의 모습, 생태적 삶의 자세를 지닌 우리 조상의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다.수레를 탄 해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이 변하는 자연의 섭리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해를 수레에 태워 12개의 별을 여행하는 왕자의 판타지를 다룬 동화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그림 속에 우리 조상의 풍습과 설화를 녹여내며 어린이에게는 생소한 24절기의 풍습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는 동화책 삽화를 1m 안팎으로 확대한 디자인프린트 12점과 병풍을 선보인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동화책을 둘러보며 동지와 하지, 춘분, 추분을 배운다. 아울러 원화와 채색작업을 마친 삽화작품 12점씩과 줄거리개발부터 그림을 그리기까지를 담은 책자를 함께 전시해 책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도 마련했다.전시장 한편에서는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생태미술체험관인만큼, 동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체험이다. 봄에 피는 꽃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꽃의 씨앗을 페트병을 재활용해 심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과 생태에 대해 접한다.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소책자와 도구가 구비 돼 있는데다, 담당 큐레이터가 함께 참여하면서 체계적인 체험학습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작품해설 투어, 예술가와 함께하는 달력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요일별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사전접수해야 한다. 사전접수 시 15명~20명 안팎의 단체관람도 가능하다. 지난 달 17일 시작된 전시는 4월14일까지 계속된다. -수원시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은수원미술전시관의 북수원 분관으로 지난해 9월 개관한 어린이들의 생태문화예술교육의 공간이다.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전시를 바탕으로 생태에 대해 오감으로 체득하며 경험하는 교육공간이자 전시 학습공간이다.주소: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39-6번지전화:(031)269-3647 ■신비로운 방에서의 오감(五感)체험 - 어린왕자의 여행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 마련한 2012년 특별기획전 감각의 놀이터(3부) 1부다. 소설 어린왕자의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해 말 그대로 감각을 느끼고, 배우도록 구성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별과 장소를 구현한 색깔이 다른 5개의 방을 탐험하며 아이들은 오감을 체험한다.첫 번째는 하얀 방으로 어린왕자별을 되살렸다. 장미꽃에 바람막이를 씌우거나 물을 주며 이야기의 처음부터 짚어나간다. 두 번째 파란 방에서는 어린왕자가 거쳐 간 6개의 별의 이미지를 둘러보고, 어른의 모습을 탐구한다. 이때 우울하고 신비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청각을 자극한다. 세 번째는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의 사막, 노란 방이다. 모래로 뒤덮인 바닥에는 선인장이 꽂혀 있고, 히터에서 뜨거운 기운을 내뿜어 사막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네 번째 빨간 방은 장미꽃밭으로 장미 500송이의 마른 꽃잎이 흐드러진 방은 진한 장미향이 가득하다. 마지막 까만 방은 어린이들이 누워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천장에 점점이 박힌 전구들이 깜박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다섯 개의 방을 거치는 동안 어린이들은 어린왕자의 여정에 맞춰 이야기를 자연스레 접하고, 감각을 활짝 열게 된다. 보는 게 아니라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전시와 체험을 일체화했다는 김새벽 참여작가의 말 그대로다.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만지고, 느끼는 동안 어린왕자의 순수함과 상상력이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관람 이전에는 20분 분량의 어린왕자 영상물을 통해 생소한 내용을 미리 접하도록 했으며, 관람 후 나의 별을 생각하고 그려보는 시간도 있다. 지난 달 17일 시작한 전시는 4월14일까지 진행된다. -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은수원미술전시관의 동수원 분관으로 어린이 미술 체험을 교육한다. 2008년 5월 개관이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기르고, 창조적인 표현활동을 키우며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는 감성충전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주소: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471 삼성테크노파크 3층 301호전화: (031)213-0343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그림읽어주는남자] 조희룡의 홍매

지난주에 폭설이 내리더니 주말을 끼고 사나흘 풀렸다. 그러더니 다시 영하다. 기온이 이렇듯 널뛰기하는 것이 우리 겨울 날씨의 특징이다. 삼한사온인 것이다. 대륙의 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통과주기가 7일이어서 3일은 춥고 4일은 따듯한 것. 그러나 춥고 따듯함이 반드시 그 주기를 따르지는 않으니 각별히 몸조심할 일이다. 봄은 그렇게 삼한사온의 널뛰기로 올 것이다. 지난 토요일이 벌써 입춘이지 않았는가! 입춘과 더불어 오는 것이 꽃소식이다. 이른 꽃소식을 그림으로 먼저 전한다. 겨울과 봄 사이의 꽃은 매화가 제일이고, 19세기 묵장(墨場)의 영수 우봉 조희룡(又峰 趙熙龍)이 그 꽃을 잘 그렸다. 그가 쓴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에 따르면, 그는 지독히도 매화를 좋아해서 자신이 그린 매화병풍을 방 안에 둘렀고, 매화 읊은 시가 새겨진 벼루와 먹을 사용했으며, 매화시백영(梅花詩百詠)을 지어 큰 소리로 읊다가 목이 마르면 매화차를 달여 먹었다. 심지어 그는 자기 거처를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짓고 자신의 호를 매수(梅?)라고도 하였다. 홍매(紅梅)는 말년의 걸작이다. 두 개의 긴 세로 폭 종이에 그려 넣은 두 그루의 늙은 매화. 검은 먹의 힘찬 필법의 기운이 위아래로 솟구치며 등걸을 이뤘고, 그 사이를 붉은 매화꽃이 흩어지고 모였다. 등걸과 꽃이 조화를 이루며 꿈틀거리는 꼴이 마치 용트림이다. 이성미 선생은 노수간(老樹幹)이 힘찬 용의 꿈틀거림 같다고 하였으니 사실보다는 뜻에 그림의 비법을 숨겼던 조희룡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다. 병과에 급제해 겨우 오위장에 올랐으나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이었고, 헌종의 명으로 금강산의 명승지를 그리기도 했던 그. 그럼에도, 추사 김정희로부터 문자기가 없다고 꾸중을 들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는 죽어서 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매화도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경지였던 것이다. 매화의 붉은 꽃은 새 삶을 꿈꿨던 조희룡의 유훈이었을지 모른다. 매화에 용을 품었듯이 우리 또한 입춘의 기운을 품어봄이 어떤가!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그림 읽어주는 남자] 김인순의 ‘태몽’

설날을 맞아 많은 이들이 먼 길을 다녀왔을 게다. 올해는 연인원 3천100만 명이 고향을 찾았단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서기 488년 신라 비천왕 때부터 설을 쇠었다고 하니 그 유래가 1천500년을 넘는다. 설에는 설빔을 입고 설음식을 먹으며 설놀이도 하지만 청춘남녀에게 설은 결혼을 꿈꾸며 마음을 설레는 날이 아닐까 한다. 처녀는 시가댁, 총각은 처가댁 될 곳을 오가며 인사를 올렸을 테니까. 아마도 지난해에 인사를 올렸던 새댁과 새신랑은 다른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앵두 같은 딸을 바라는 온 가족의 따듯한 웃음과 새댁의 수줍은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 아마도 새댁이나 집안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고모 중 누구는 태몽을 꾸었을 게 틀림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줄기차게 여성미술과 여성운동에 힘썼던 김인순이 경기도 양평에 새로 터 잡은 뒤에 내놓은 최근 작품의 주제는 태몽이다. 태몽은 태아를 잉태할 징조의 꿈이다.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 이이편(李珥篇)에 어머니 신씨 꿈에 검은 용이 바다에서 치솟더니 침실로 날아 들어와서는 아이를 안아 신씨 품에 안겨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태몽은 우리 민족에게 보편 일상사다. 태몽연작은 그런 꿈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태몽09-4를 보자. 색동 띠를 액자형식으로 둘러놓은 이 그림은 영락없이 아들 꿈이다. 장수를 뜻하는 붉은 모란꽃과 이름 모를 꽃이 환하게 핀 대지 위에 녹음이 짙게 깔렸는데, 봉황을 닮은 꿩 한 쌍과 나무 사이로 여인이 누런 황금빛 구렁이를 업고 간다. 여인의 머리에 성스러운 빛 무리가 어렸고 어린 빛이 또한 색동이다. 꿈이 범상치 않다. 태몽의 미술적 표현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석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삶의 판타지를 믿었다. 그러나 도시문명은 그런 신화를 상실하게 했다. 삶이 강퍅할수록 창의와 창조의 샘이 되었던 신화를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올해는 흑룡의 해가 아닌가.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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