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읽어주는남자] 조희룡의 홍매

지난주에 폭설이 내리더니 주말을 끼고 사나흘 풀렸다. 그러더니 다시 영하다. 기온이 이렇듯 널뛰기하는 것이 우리 겨울 날씨의 특징이다. 삼한사온인 것이다. 대륙의 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통과주기가 7일이어서 3일은 춥고 4일은 따듯한 것. 그러나 춥고 따듯함이 반드시 그 주기를 따르지는 않으니 각별히 몸조심할 일이다. 봄은 그렇게 삼한사온의 널뛰기로 올 것이다. 지난 토요일이 벌써 입춘이지 않았는가! 입춘과 더불어 오는 것이 꽃소식이다. 이른 꽃소식을 그림으로 먼저 전한다. 겨울과 봄 사이의 꽃은 매화가 제일이고, 19세기 묵장(墨場)의 영수 우봉 조희룡(又峰 趙熙龍)이 그 꽃을 잘 그렸다. 그가 쓴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에 따르면, 그는 지독히도 매화를 좋아해서 자신이 그린 매화병풍을 방 안에 둘렀고, 매화 읊은 시가 새겨진 벼루와 먹을 사용했으며, 매화시백영(梅花詩百詠)을 지어 큰 소리로 읊다가 목이 마르면 매화차를 달여 먹었다. 심지어 그는 자기 거처를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짓고 자신의 호를 매수(梅?)라고도 하였다. 홍매(紅梅)는 말년의 걸작이다. 두 개의 긴 세로 폭 종이에 그려 넣은 두 그루의 늙은 매화. 검은 먹의 힘찬 필법의 기운이 위아래로 솟구치며 등걸을 이뤘고, 그 사이를 붉은 매화꽃이 흩어지고 모였다. 등걸과 꽃이 조화를 이루며 꿈틀거리는 꼴이 마치 용트림이다. 이성미 선생은 노수간(老樹幹)이 힘찬 용의 꿈틀거림 같다고 하였으니 사실보다는 뜻에 그림의 비법을 숨겼던 조희룡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다. 병과에 급제해 겨우 오위장에 올랐으나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이었고, 헌종의 명으로 금강산의 명승지를 그리기도 했던 그. 그럼에도, 추사 김정희로부터 문자기가 없다고 꾸중을 들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는 죽어서 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매화도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경지였던 것이다. 매화의 붉은 꽃은 새 삶을 꿈꿨던 조희룡의 유훈이었을지 모른다. 매화에 용을 품었듯이 우리 또한 입춘의 기운을 품어봄이 어떤가!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그림 읽어주는 남자] 김인순의 ‘태몽’

설날을 맞아 많은 이들이 먼 길을 다녀왔을 게다. 올해는 연인원 3천100만 명이 고향을 찾았단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서기 488년 신라 비천왕 때부터 설을 쇠었다고 하니 그 유래가 1천500년을 넘는다. 설에는 설빔을 입고 설음식을 먹으며 설놀이도 하지만 청춘남녀에게 설은 결혼을 꿈꾸며 마음을 설레는 날이 아닐까 한다. 처녀는 시가댁, 총각은 처가댁 될 곳을 오가며 인사를 올렸을 테니까. 아마도 지난해에 인사를 올렸던 새댁과 새신랑은 다른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앵두 같은 딸을 바라는 온 가족의 따듯한 웃음과 새댁의 수줍은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 아마도 새댁이나 집안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고모 중 누구는 태몽을 꾸었을 게 틀림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줄기차게 여성미술과 여성운동에 힘썼던 김인순이 경기도 양평에 새로 터 잡은 뒤에 내놓은 최근 작품의 주제는 태몽이다. 태몽은 태아를 잉태할 징조의 꿈이다.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 이이편(李珥篇)에 어머니 신씨 꿈에 검은 용이 바다에서 치솟더니 침실로 날아 들어와서는 아이를 안아 신씨 품에 안겨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태몽은 우리 민족에게 보편 일상사다. 태몽연작은 그런 꿈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태몽09-4를 보자. 색동 띠를 액자형식으로 둘러놓은 이 그림은 영락없이 아들 꿈이다. 장수를 뜻하는 붉은 모란꽃과 이름 모를 꽃이 환하게 핀 대지 위에 녹음이 짙게 깔렸는데, 봉황을 닮은 꿩 한 쌍과 나무 사이로 여인이 누런 황금빛 구렁이를 업고 간다. 여인의 머리에 성스러운 빛 무리가 어렸고 어린 빛이 또한 색동이다. 꿈이 범상치 않다. 태몽의 미술적 표현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석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삶의 판타지를 믿었다. 그러나 도시문명은 그런 신화를 상실하게 했다. 삶이 강퍅할수록 창의와 창조의 샘이 되었던 신화를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올해는 흑룡의 해가 아닌가.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오윤의 통일대원도-대동의 꿈을 펼치자

아침부터 차들이 만원이다.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 출근이니 아마도 다들 휴식이 덜 깬 상태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충돌이 있었던지 도로가 밀린다. 눈도 오지 않고 유난히 춥지도 않은데 차들이 미끄러진다. 새벽 추위가 만만찮았던 것일 게다. 이번 주는 겨울의 가장 깊은 날이 낀 한 주다. 24절기 중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인 대한(大寒: 큰 추위)이 있잖은가! 마침 대한이 지나고 이틀 후가 사실상의 임진년(壬辰年) 첫 새해다. 검은색을 뜻하는 임(任)과 용의 진(辰)이 만나 흑룡이 되었고, 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고 하니 큰 축일이 있을 듯한 느낌이다. 흑룡의 해에는 여의주를 물고 대성할 인물이 많이 태어난다는 민담도 있으니 말이다. 오윤의 통일대원도(1986)는 민중들이 어깨춤을 추며 강강술래 하듯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태극의 띠를 형성한 모습이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춤의 난장이 펼쳐지는 이 그림의 우측 아래에는 푸른 곰이 있고, 좌측 위에는 붉은 호랑이가 있다. 단군신화의 두 동물이 서로를 보며 또한 춤을 추고 있다.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대동(大同)의 꿈을 펼쳐내는 이 장면은 분단조국의 통일세상을 염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태극으로 흐르는 춤이 마치 거대한 용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림의 상단부분이 용의 머리로 난장의 가장 힘찬 부분이라면 허리는 기운 상생의 에너지를 뿜는 심장의 북소리다. 소리를 따라 사물이 천지를 울리고 그 뒤로 농무와 민중들의 해학이 널뛴다. 황토 빛 바탕 위에서 흰옷의 사람들이 천지간에 서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 목판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오윤의 필법이 유화로 살아 올라서 새로운 현대미술의 장이 된 이 그림은 임진년의 새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우리는 자주 우리의 조국이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잊는다. 흑룡의 해에는 부디 우리 조국과 우리 민족이 여의주를 물고 힘차게 승천하는 통일대원의 새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말린 과일 맛은 아무도 못말려

정성들여 말린 채소, 과일 등 간식은 영양과 위생 면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도움이 된다. 말린 채소와 과일은 수분이 빠져 단맛은 더 강하고, 식이섬유나 미네랄은 훨씬 많다. 덕분에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맛이 좋아 즐길 거리로도 제격이다. 말린 과일로 곶감 외에도 바나나, 키위부터 채소인 토마토, 당근, 연근도 말려 먹으면 좋다. 햇볕에 말리면 영양 면에서 100g 당 열량이나 무기질 함유량은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많아져, 수험생 직장인의 간식으로 제격이다. 또한, 활동량에 비해 칼슘섭취량이 부족한 아이들과 여성에게도 더없는 영양창고다. 반면 열량이 많아 비만인 사람은 생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게 더 낫다. 과일은 햇볕에 말리면 특유의 향이 날아가고, 벌레가 꼬여 비위생적일 수 있으므로,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면 좋다. 사과, 오렌지, 귤은 껍질에도 영양이 많으므로 껍질째 말리도록 한다. 너무 얇게 저미면 말리고 나서 떼어내기 어렵고, 두꺼우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도 떨어지므로 두께는 0.5~0.7cm 내외가 적당하다. 키위나 파인애플 등 달콤한 과일은 레몬즙을 뿌리면 새콤함이 더해져 맛이 한결 좋아지고 사과에 뿌리면 갈변을 막는다.단호박, 고구마, 밤은 살짝 찐 다음 말리면 단맛이 진해지고 씹는 맛도 좋다. 채소는 과일보다 수분이 적어 건조시간이 비교적 짧다. 향이 날아가는 햇볕보다는 그늘지고 건조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당분이 없어 벌레가 잘 꼬이지 않으므로 실온에서 말리고, 필요에 따라 오븐을 이용해도 좋다. 실온에서 말릴 때는 선풍기를 사용하면 좀 더 빨리 말릴 수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군침도는 겨울철 별미… 밥도둑 여기있네

똑같은 반찬이 지겹지만, 만만찮은 비용과 시간때문에 매일 요리하기가 힘들다면 작은 비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밑반찬은 어떤가. 신선한 채소를 맛보기 힘든 겨울, 각종 무침과 말림은 보관도 쉬운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무, 가지 등 흔한 재료를 이용해 당장 시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푸짐한 상차림을 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들 수 있다.■무말랭이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인 무말랭이는 겨울철 구하기 쉬운 무를 재료로 만들기 쉽고, 맛깔스러워 밑반찬으로 일품이다. 무를 직접 말려 먹는 것도 좋지만, 바쁜 주부들을 위해 말린 무를 판매하므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재료무말랭이 2대접(말린 상태), 고춧가루 4큰 술, 진간장 4큰 술, 액젓 2큰 술, 다진 마늘 반 큰 술, 생강소스 2큰 술, 매실청 3큰 술, 올리고당 3큰 술, 대파(냉동보관했던 것) 한 줌, 통깨 1큰 술, 참기름 1큰 술▲만드는 법1. 말려둔 무말랭이는 무치기 하루 전에 물과 간장, 매실청, 올리고당으로 재워둔다. 매실청과 올리고당이 없다면 설탕, 물엿도 좋다. 2. 재워둔 무말랭이에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깨, 액젓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기호에 따라 고춧잎이나 미나리를 넣어도 좋다.3. 식성에 따라 생강소스를 첨가해 무치고, 다 무치고 나서 참기름을 넣어도 고소하다.■말린가지볶음 말린 가지는 생가지와는 다른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가지의 식이섬유는 대표적인 장건강 여양소로 장내 노폐물을 제거해 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항암효과는 물론, 해열, 고혈압 치료에도 탁월하다. 가지를 일단 쪄서 말려도 좋지만, 시중에 말린 가지를 저렴하게 판매하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재료말린 가지 60g, 파 2분의1대, 마늘 3쪽, 간장 1큰 술, 물 4큰 술, 들기름 4큰 술, 깨 1큰 술▲만드는 법1. 말린 가지를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불린 후, 맑은 물이 날 때까지 씻는다.2. 냄비에 물을 끓여 가지를 넣고 15분 정도 말캉하게 삶는다. 취향에 따라 덜 삶아도 좋다.3. 다시 찬물에 씻어 물기 없이 짜내고, 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볶은 후 가지를 넣고 1~2분 정도 볶다가 간장과 물을 섞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4. 다진 파와 깨를 넣고 살짝 볶는다.■더덕 무침 향긋함과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아, 밑반찬으로 환영받는 더덕부침. 더덕은 사포닌을 다량 함유해 식이섬유소와 무기질이 풍부하다. 향과 맛이 좋아 입맛을 회복시키며, 사포닌은 혈액순환, 원기회복, 가래해소에 좋다.▲재료더덕 300g, 고추장 2큰 술, 고춧가루 1작은 술, 매실액 2큰 술, 식초 1큰 술, 올리고당 1큰 술반, 다진 파 1작은 술,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1큰 술, 통깨 약간▲만드는 법1. 더덕은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 뺀다. 따뜻한 물에 담그면 진액이 손에 묻지 않고,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2. 껍질을 제거한 더덕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방망이로 부드럽게 두드린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그릇에 담는다.3.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액, 식초, 올리고당, 다진 파, 다진 마늘, 통깨를 넣어 고루 섞고, 양념장이 배어들게 더덕을 무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뿌려 다시 한 번 무치고, 통깨를 뿌려준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꿈을 키우고 아픔 나누며…감동이 주렁주렁

훌륭한 스승이자 현명한 상담가로 거창하게 느껴지던 멘토는 이제 일상에서도 익숙한 말이 됐다. 꼭 대단하고,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외지고 어두운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멘토들이 숨어있다.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보듬는, 우리 시대 멘토들의 가슴 따뜻한 현장을 찾아가 봤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매주 수요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연습실은 제멋대로인 악기 소리로 가득 찬다. 경기필의 또 다른 작은 오케스트라 만들기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멘토인 단원들은 어린 멘티들에게 악기연주부터 음악의 아름다움까지 가르치며, 말 그대로 꿈을 나눈다.지난 해 8월부터 펼쳐진 이번 프로젝트는 평소 악기를 배우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과 경기필 단원들이 짝을 이뤄 진행하는 멘토-멘티형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학생 50여명이 참여, 전당에서 제공한 악기로 연주법을 배운다. 재능기부를 자처한 단원들은 한 사람당 두 명 안팎의 아이들을 맡고 있다. 음악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늘진 아이들의 심리까지 고려해야하는 고충도 있다. 불우학생 등 어린 멘티들에게 오케스트라 꿈나누기 위한 악기연주 등 가르치며 멘토 단원들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최혁재 조지휘자는 소통이 잘되지 않아 보육시설 담당자와 상담해가며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수업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멘토에게 적극성을 배워가고 있다.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이혜림양(12)은 집에서 연습실까지 버스로 40여분 거리지만, 지각 한 번 한 적 없을 정도로 열심이다.담당 멘토 황효연씨는 악기연주에 흥미를 느끼며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보람 있다고 말한다.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특별한 학생도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윤성찬군(13)이다. 클라리넷을 맡은 성찬이를 가르치는 데에는 갑절 이상의 노력이 든다. 멘토 이범진씨는 손으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준다. 이제 제법 높은 음도 낼줄 아는 성찬이에게 손뼉치며 칭찬을 하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이범진씨는 평소에도 전화를 걸어서는 연습 많이 했다며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악기를 다루며 즐거워하기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말했다.프로젝트의 멘티들은 오는 2월 말 연주회를 연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최혁재 조지휘자는 연주회를 시작으로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의 재능봉사까지 할 것이라며 앞으로 오케스트라 인원을 늘려 더욱 많은 꿈을 키우고,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치매미술협회어르신들의 슬픔과 절망, 즐기면서 그리다 보면 서서히 사라지죠.신현옥 한국치매미술협회 회장(60)은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같이 그림을 그린다. 많게는 서른 살까지 터울 진 할머니들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은 선생님, 선생님 하며 따르는 어린아이가 된다. 할머니들은 매주 한 시간여씩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꽃과 나무,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 등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고, 즐거움을 얻는다. 서양화가로 개인 활동을 해오다 30대 후반부터 노인종합복지관, 치매노인센터 등에서 미술 치료 봉사활동을 시작한 신 회장은 90년대 초반 협회까지 꾸리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치매노인에서 시작해, 형편이 어려운 일반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매주 100여명의 할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르신들이 자신을 인지하고 그 인지를 통해 자신의 행복한 추억과 아팠던 기억을 다시 그림에 담아내요. 사라져가는 옛 문화, 과거의 경험 등을 그리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림에 풀어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아픔이 치유됩니다. 심신이 편치않은 노인들에게 그림 그리며 마음을 치유아픔다독여 가는 모습보면 큰 보람과 행복을 느껴요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은 그림을 통해 무거운 과거를 덜어내기도 했다. 결혼 직후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전호임 할머니(81)는 스물 한살에 미망인이 됐다. 먹고 살아야 해 평생을 안 해 본 일이 없다. 다행히 16년 전 수원 보훈복지타운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얻었지만 혼자 우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1년 전 신 회장을 만나면서 일상이 바뀌었다.생전 처음 그리는 그림이 어찌나 재미난 지, 밤에 일어나면 그리고, 달력 종이 뜯어 그리고. 그림 그리다 보면 다른 생각도 안 들고 잠도 잘와. 다 선생님 덕이지, 뭐.그림을 통해 노인의 마음을 꾸준히 위로해온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수원시의 후원을 받아 대한민국 청춘미술대전을 열고, 할머니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신 회장의 바람은 앞으로도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리며,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자부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머리와 마음이 온전치 않은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찾아가는 일,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는 일을 돕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1.경기필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 수업중.2. 멘토 이범진씨(오른쪽)가 멘티 윤성찬 군을 지도하고 있다. 3 신현옥 한국치매미술협회 회장(왼쪽)의 수업광경. 4.미술치료시간에 그림그리는 할머니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부츠는 일주일에 서너번만 신고, 보관 땐 바람 잘 통하게

부츠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일반 구두의 배 이상 가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고 벗기 불편한데다 땀이 쉽게 차서 냄새가 금세 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깨끗하게 오래 신으면서도 발 건강까지 챙기는 부츠 관리법을 소개한다.스웨이드 부츠는 털 사이의 먼지를 제거하고 스웨이드 전용 솔로 가볍게 쓸어내려 털의 결과 방향을 살려줘야 한다. 이때 전용 스프레이를 뿌린 후 다시 솔로 가볍게 쓸어주면 좋다. 일반 구두약을 사용하면 스웨이드 가죽 특유의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거칠어져 망가지기 쉽다. 비나 오염물의 얼룩이 심한 경우 스펀지에 물을 적셔 골고루 닦고서 전용 샴푸를 뿌려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 그늘에 건조해야 한다. 장식이 달린 부츠는 구두약이 장식에 묻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둣솔로 먼지를 제거하고 슈클리너로 닦는 것은 일반 구두손질과정과 같다. 광택이 나는 가죽은 마른 헝겊이나 스펀지를 사용해 구두약으로 닦아주고, 구둣솔로 쓸어 자연스런 광택을 살린다. 천연가죽부츠는 물세탁은 금물로, 물기가 묻었으면 마른 헝겊으로 닦아줘야 하며, 오염물은 부드러운 솔로 쓸어낸 후 가죽 클리너로 마무리한다. 어그부츠는 물이 닿으면 좋지 않으므로 눈이 오거나 비 오는 날은 신지 않도록 하고, 먼지가 묻으면 솔로 살살 털어낸 후 섬유스프레이로 냄새를 없앤다. 어그부츠 전용 스프레이가 시중에 나와있으므로 이를 사용해도 좋다.부츠는 매일 신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서너 번만 신는 게 적당하다. 매일 신어야 한다면 땀 흡수가 잘되는 면양말을 신어야 발냄새와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충분히 건조하고, 모양이 변형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츠 전용 홀더나 신문지를 채워넣는 것도 중요하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기능성 부츠 신고 패셔니스타가 돼 볼까

본격적인 한파가 시작됨에 따라 방한용품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방한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은 부츠. 특히 올겨울엔 기능성과 패션을 동시에 살리는 패딩, 워터프루프 부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보온성과 활동성이 다소 떨어지는 가죽부츠와 우후죽순으로 판매되면서 인기가 한풀 꺾인 어그부츠 대신, 따뜻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부츠가 대세를 이루는 것. 따뜻한 연말연시, 기능성 부츠로 건강을 놓치지 않는 패셔니스타가 돼보자. ■워터프루프 부츠세계판매 6년 연속 1위 아웃도어 브랜드인 머렐은 한겨울 추위를 거뜬하게 막는 머렐 픽시 레이스 워터프루프 신발을 남녀 방한화로 내놨다. 신발 안쪽에 보온재를 삽입하고 워터타이트 제법으로 제작해 방수기능이 뛰어난 부츠다. 눈이 많이 내린 날이나 스키장에서도 손상 걱정 없이 신을 수 있다. 발목까지 오는 스니커즈 타입으로 디자인이 뛰어나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한다. 머렐의 또 다른 부츠 제품 프라임 쉐어링은 양털을 안 감으로 삼아 발을 따뜻하게 유지해주며, 캐주얼 스타일의 디자인이 멋을 더한다. 풀그레인 가죽을 사용해 착용감이 편안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Aegis 항균 라이닝이 발냄새를 억제해 발을 항상 쾌적하게 유지하는 효과도 있다. ■양가죽 부츠 오스트레일리아의 프리미엄 양가죽 부츠업체인 이뮤는 기존 뭉툭한 디자인에서 벗어나 스타일리쉬한 양털부츠를 내놨다. 천연 소재의 양가죽으로 제작해 보온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특유의 통풍성으로 신발 내부의 습도를 조절하면서 땀을 외부로 배출하고 발을 언제나 건조하게 유지시켜 준다. 또 양가죽에 방수 처리가 돼 있어 빗물이나 음료수 등의 오염을 피하고, 탈부착 가능한 안창으로 위생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 현재 이뮤는 기존 어그부츠와 유사한 디자인의 기본 라인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의 헤이튼 로우와 인버락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헤이튼 로우 제품은 웨지힐로 되어 있어 날씬한 다리 라인을 연출 할 수 있으며 벨트 장식으로 세련됨과 고급스러움을 더해 정장풍으로도 잘 어울린다. ■패딩부츠토탈패션기업 ㈜이에프씨(구 에스콰이아) 역시 기능성과 패션성을 동시에 살린 패딩부츠를 내놨다. 본래 스키장에서나 만날 수 있는 기능성이 강조된 아이템이었지만, 지난 시즌부터는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을 보강하고 실생활을 위한 활용도를 높이면서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올 겨울시즌에는 여기에다 다채로운 색상과 발열기능 등 기능성까지 업그레이드 했다.이번 패딩부츠는 특별한 장식 없이 가로 절개 스티치로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디자인을 심플하게 하면서 스커트나 팬츠 어떤 의상에도 잘 어울린다. 아울러 스티치 장신은 고탄력 스펀지의 도톰한 패딩 내장재를 견고하게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오래 신어도 형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겉감과 안감 모두 특수원단처리 해 기능성을 강화한 것도 또 하나의 특징. 겉감에는 방수에 탁월한 리버스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이용해 눈 오는 날 발이 젖거나, 물이 새는 것을 최소화했으며, 안감은 아웃도어 내피 원단으로 사용되는 고급 해초사 원단으로 보온성을 높였다. 밑창은 천연고무 재질은 논슬립 창으로 제작해 미끄러운 눈길과 빗길에도 안심하고 활동하기 좋도록 했다.이지연 ㈜이에프씨 대리는 편안한 착화감과 보온성이 탁월한 기능성 슈즈로 패셔너블한 겨울룩을 연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수레를 탄 해, 동화예술가 강혜숙

2011년 한 해가 12장으로 만들어진 달력과 함께 넘어가고 어느새 12월 한 장만 남았다. 올해는 또 어떻게 지나갔을까. 무엇인가 특별한 일이 있었나 싶다가도 결국, 1~2월은 상당히 추웠었고 4~5월에는 초록이 새롭게 피어났다. 7~8월에는 장마에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었고 9~10월에는 높아진 하늘 때문인지 공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12월의 어느 날이다. 4계절로 치면 겨울로 진입한 시점. 아무리 따뜻하게 옷을 끼워 입어도 작은 틈새로 스며든 찬바람이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렇게 우리가 알 듯 말 듯 달력의 숫자와 함께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평범해 보이는 12월의 오늘에는 다른 명칭이 숨어 있었다.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小雪)을 지나 1년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에 진입한 것이다. 서양식 달력에 익숙해져, 잊고 지냈던 24절기 중 하나인 오늘이다. 이로 인해 평범한 줄로만 알았던 오늘은 선조들의 지혜로 이룩한 조금은 특별한 날이 됐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계절적 구분을 하는 것으로 입춘, 우수, 경칩, 하지, 동지 등 24개로 나뉜다. 얼마지 않아 동지(冬至)가 찾아온다. 동지는 1년 중 해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써 북반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높이가 낮아서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기도 하다.이제 그림을 보자. 복잡하게 얽혀있는 선들과 시각을 교란하는 선명한 색상들이 어지러이 놓였다. 작가 강혜숙은 24절기를 모티브로 수레를 탄 해 연작을 총 12장 완성했다. 그 중 본 작품은 앞서 언급한 조금 특별한 오늘, 대설동지를 주제로 한 그림이다. 강혜숙의 그림에는 작가를 상징하는 작은 왕자가 항상 등장한다. 그리고 왕자의 수호신인 검은 개 한 마리와 무엇이든 실을 수 있는 녹색의 수레가 나온다. 그림에서 왕자는 작은 그릇을 들고 서 있고 개가 끌고 있는 수레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노란 해가 담겨있다. 왕자는 수레에 해를 싣고 12개의 별을 여행하기 위해 검은 개에게 팥죽을 쑤어 먹이려나 보다. 이는 절기에 따르는 세시풍속을 동화적 구성을 통해 나타낸 것으로 복잡해 보이지만 계절의 변화와 절기마다 이루어지는 풍습 등을 재미있게 구성한 것이다.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

하루 세번 창문열기 잊지 마세요~

추운 날씨에 대처할 요량으로 꼭꼭 숨어 지내다 보면 오히려 각종 잔병치레를 하기 쉽다. 특히 찬바람에 감기들겠다며 환기를 하지 않고 지내다 보면 겨울철 증후군인 일명 실내증후군에 걸려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집과 사무실 안팎에서의 실내증후군 대처법을 알고, 건강한 겨울을 나도록 하자. ■실내증후군의 원인과 증상겨울철 창문을 닫고 지내면서 공기순환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하고 실내 공기가 오염되기 십상이다. 이때 사람이 뱉어낸 이산화탄소의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환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겨울철 환기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실내실외의 온도 차 때문. 실내 온도는 올라가는 데 반해, 습도는 낮아 인체의 생리기능과 안 맞게 되면서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하려면 실내와 바깥의 온도 차가 너무 심하지 않은 것이 좋다. 온도 차가 크면 여름에는 냉방병이 생기지만 겨울에는 실내증후군이 생긴다. 실내증후군은 추운 겨울에 창문을 닫은 채 보일러만 가동시킬 때 주로 생긴다. 눈, 코, 입, 목 등이 건조해 따갑고, 두통과 피로감이 생기며 심하면 감기, 기관지염, 천식 등과 같은 호흡기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한다. 장기간 증상이 지속할 시 급성질환이나 만성질환으로 번질 위험성도 크다. ■정기적인 환기는 필수 집 안의 합판, 가구, 카펫 등에서 발생하는 알데하이드 등의 화학물질은 공기오염을 가중시킨다.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 알레르기 질병이 있는 사람, 면역력이 약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정기적인 환기는 필수.겨울철 실내 먼지가 여름철보다 세 배 많다는 연구결과가 있으므로 2~3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여는 것이 좋으며, 하루에 3번 최소한 10분에서 30분 정도 창문을 열고 환기해야 한다.거실 뿐 아니라 안방도 충분히 환기시키는 게 중요하다. 옷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고, 가구가 많아서 안방은 환기의 사각지대다. 특히 환기할 때 춥다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먼지를 닦거나 청소를 하면서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내야 한다. 먼지가 쌓이지 않게 실내를 자주 청소하는 것도 환기만큼 중요하다.아울러 실내온도는 18~20℃로 맞추는 것이 좋다. 또, 습도 60% 이상을 유지해야 하므로,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가습기가 없다면, 우려낸 녹차찌꺼기를 말려 두었다가 양파 망에 넣어 놓으면 습도를 맞출 수 있다.환기할 때 가스를 자주 사용하는 부엌 창은 꼭 열어두고, 맞바람이 치는 두 개의 창문을 함께 열어 두는 것이 효과적이다. 오전 10시 이후부터 저녁 7시 사이에 환기하는 것이 좋은데, 오염된 공기가 바닥에 깔려있는 시간을 피할 수 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창문을 15cm 정도만 열고 환기하는 것도 요령. 가구는 물론, 창문, 서랍, 신발장 문을 모두 열어두고 환기하면 더 좋다.■사무실선 바깥바람쐬며 스트레칭 도움사무실 벽면의 페인트나 접착제에서 발생하는 유기용제 등의 가스성 화학물질은 공기오염을 가중시킨다. 더욱이 요즘 사무실 빌딩은 냉난방비 절감을 위해 창을 작게 만들거나, 틈새를 거의 만들지 않으면서 환기가 더욱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일일이 뜯어고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건강은 알아서 챙기는 것이 직장인의 미덕.우선 창을 2~3시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열어 적정한 실내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도는 16~20℃, 습도는 40~60% 정도가 적당하다. 창문을 자주 열 수 없을 때는 밖으로 자주 나가는 수밖에 없다. 바깥바람을 쐬며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실내증후군 예방 및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의 흡연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해로운 가구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오염원이 될 수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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