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란 무엇일까. 예술가의 치열한 고민과 땀, 작업의 고통으로 빚어낸 예술은 노동일까. 혹자는 예술은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 하기도 하는데, 이는 맞는 말인가. ‘예술=무용한 노동’이란 평가에 저항하듯 그 형상을 예술로 드러낸 전시가 열린다. 예술공간 아름(수원시 팔달구 소재)이 오랜 시간 노동과 효고성에 천착해 온 김결수 작가의 개인전 ‘노동과 효과성(Labor & Effectiveness)’을 13일 개막한다. 김 작가는 현대미술가로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노동과 효과성’에 몰두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그동안 작업해 온 작품 등 설치와 영상,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예술이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라는 입장에 저항하고 싶은 마음을 작품에 담은 듯 하다. 다름 아닌 바로 그 무익하고 무용한 노동이야말로 예술의 존재 의미이며 미덕이라는 것. 예술의 이름으로 수행되는 노동의 의미와 그 존재 가치를 묻고 또 묻는 작가의 작업은 특히 숭고한 노동과 이어진다. 작가는 우선 낡고 버려진 것에서 긴 시간 반복됐을 누군가의 고된 노동이 담겨 있다는 점에 주시한다. 작가의 작업은 그렇게 작가의 노동과 삶과 정체성이 예술의 이름으로 호명되면서 그 경계를 허물며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는 경향을 드러낸다. 영상, 설치작업과 함께 집을 소재로 한 평면작업을 오랫동안 해온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이를 주요하게 선보인다. 여기서 집은 정체성을 표상한다. 작가에게 집은 숨어있기 좋고 자신이 자리하고 있는 우주의 꼭짓점. 그렇게 평면으로 나타난 집 그림을 보면, 텅 빈 화면에 최소한의 라인으로만 구축된 집의 구조와 골격으로 축조된 집들이 평면화의 경향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형태를 최소한의 구조로 한정한다는 점에서는 구조주의적 환원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는 우리네 세상사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집에서 찾기도 한다. 여기에 거침없고 활달한 붓질의 페인팅은 드로잉을 연상시킨다. 또 배경 화면으로 비정형의 얼룩과 자국, 가녀린 희미한 선들과 흔적, 스크래치가 중첩돼 있다. 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일상의 소회를 작가만의 감정으로 때론 상처가 표현된 듯 하다. 아크릴과 숯 가루를 혼합해 만든 안료로 그린 그림이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촉각적인 질감을 전해준다. 알루미늄 캔을 소재로 한 작업은 알루미늄 캔을 해체해 평평하게 편 다음, 조각을 화면 위에 오리고 붙이며 두드렸다. 두들기고, 찌르며 우연을 가장한 스크래치, 또 세월의 흔적은 노동을 투사해 집의 사연 등 집에 대한 감정의 질감을 옮겨 놓았다. 김 작가의 작품은 작업 시작부터 끝 맺음까지 노동의 흔적이 만드는 노동의 과정에서부터 효과의 의미를 도출해낸다. 여기에는 인간의 노동에서 발생하는 예술 작업에 대한 ‘창의적 가치’나 ‘추상적 가치’가 부여가 가능한 예술사적 맥락이 깃들어있다. 김 작가는 “단순한 노동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사실 두드러진 시각적 효과를 주지 않는다. 무언가를 만들거나 누군가의 눈을 의식한 보여주기가 아니라 그저 노동의 흔적으로 남겨진 것들이기 때문”이라며 “그 노동의 흔적이 예술가의 여정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결수 작가는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60주년 병행전에 초대돼 작품을 출품했고 국내를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서 개인전을 32회 열었다. 대구미술관, 여수국제현대미술제, 평창올림픽, 대구달성현대미술제등 다수의 특별기획전에도 참여하며 노동과 효과를 주제로 삶 언저리에서 발견한 물체를 통해 생생한 삶을 환원해 가고 있다.
인하대학교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일회용 종이컵에서 미세 플라스틱을 발견하고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 12일 인하대에 따르면 바이오시스템융합학과 조건호 박사과정 학생과 김기동, 진위현 석박사통합과정 학생은 폴리에틸렌(PE)으로 코팅한 일회용 종이컵에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1에 해당하는 나노미터보다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발견한 작은 플라스틱 입자가 면역세포의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최근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미세플라스틱 크기는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부터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까지 다양한 크기로 알려져 있다. 다양한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은 전자현미경과 나노 입자 추적 분석기, 국소 표면 플라즈몬 공명 등의 분석 기기를 통해 검출했다. 그러나 종전 기술과 장비는 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물질을 찾아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현재까지의 기술과 장비로 찾아낼 수 없었던 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을 나노포어 센싱(nanopore sensing) 방법으로 찾아냈다. 나노포어 센싱은 나노포어(구멍)가 있는 단백질(알파-헤몰라이신)에 통과시키면서 실시간으로 피코 단위 전류(1조분의 1암페어)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기술을 통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폴리에틸렌 코팅 종이컵에 뜨거운 물을 가득 채우면 1.3해(垓)개의 나노미터 이하 미세플라스틱이 종이컵에서 용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나노미터 이하의 미세플라스틱도 마이크로, 나노미터의 미세플라스틱과 같이 면역세포의 염증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염증을 유발하는 정도는 같은 질량의 나노미터 크기 미세플라스틱과 비교했을 때 약 88%로 밝혀졌다. 하지만 입자가 작을수록 인체에 쉽게 흡수되기에 마이크로, 나노 미세플라스틱 못지 않게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번 내용을 담은 연구팀의 논문은 ‘폴리에틸렌 코팅 종이컵에서 나노미터 이하의 플라스틱 나노포어 검출 및 그들의 염증 반응 분석(Nanopore Detection of Sub-Nanosized Plastics in PE-Coated Paper Cups and Analysis of their Inflammatory Responses)’ 제목으로 환경 분야 국제 저명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온라인 게재됐다. 조건호 학생은 “지도교수님과 함께한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 문제로 떠오르는 미세플라스틱의 심각성을 알리고, 관련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 중견연구 지원사업 및 환경부의 환경기술개발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한다. 부당해고 등을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제28조 제1항),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한다(제30조 제1항). 구제명령을 받은 사용자가 재심 신청으로 불복하지 아니하면 그 구제명령은 확정된다(제31조 제3항). 구제명령이 내려지면 사용자는 이를 이행해야 할 공법상의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근로기준법은 구제명령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행강제금 제도와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구제명령을 받은 후 이행 기한까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고(제33조 제1항),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11조). 그런데 법인의 경우 실경영주가 있더라도 구제명령에는 법인 등기부상 대표이사로 기재된 자를 사용자로 기재한다. 따라서 확정된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명의상 대표이사가 아닌 실경영주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2024년 4월25일 선고 2024도1309 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한 바 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2호는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위 하는 자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그 법의 준수의무자인 사용자를 사업주에게 한정하지 아니하고 사업 경영 담당자 등으로 확대한 이유는 노동 현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이다. 또한 구제명령에서 법인 등기부상 대표이사를 사용자로 기재했더라도 이는 해당 법인을 특정하기 위한 기재일 뿐 구제명령의 이행 의무자를 한정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11조에서 정한 ‘확정된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 판정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의 범위와 관련해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주로서 회사를 사실상 경영해 온 자는 구제명령을 이행할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 위 조항에서 말하는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한다. 이처럼 대법원은 구제명령과 관련해 명의상(형식상)의 대표이사가 아니라 그 기업의 실경영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음을 명확히 하고 있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우리의 삶 속에서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소중한 모습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일 것이다.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눈 부신 햇살부터 도심 밤하늘의 별을 세는 일까지. 자세히 봐야 보인다고 했던가. 잘 보이지 않는 하늘의 별 하나, 하나를 쫓으며 자연에 대한 겸허함과 예의를 갖추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스스로에게 당부하는 시간이다. 홍채원 사진작가
고령화사회에 진입하면서 손이나 머리가 떨려 병원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손 떨림은 소위 말하는 수전증으로 전체 인구 기준으로는 약 1%, 65세 이상 인구군에서는 약 5%에서 유병률이 관찰될 정도로 비교적 흔한 현상이다. 글씨, 수저질, 물 마실 때 등 여러 상황에서 불편함을 유발하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별다른 치료 없이 지내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환자들의 “떨린다”는 표현은 사실 의학적으로 관찰하면 다양하게 분류된다. 가장 흔한 형태는 ‘떨림’ 또는 ‘진전’이라고 해 규칙적으로 ‘덜~덜~’ 떠는 모습을 보이며 수전증으로 대변되는 가장 많은 환자군이다. 그리고 경련성 떨림이 있다. 이 현상은 불규칙적으로 ‘들썩거리는’ 형태를 보인다. 근 긴장 이상이라는 현상도 환자들은 떨린다고 호소할 수 있는데 이는 근육의 잘못된 수축으로 인해 몸이 ‘꼬이는’ 듯한 이상 자세를 유발한다. 무도증이라는 증상도 있는데 이는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꼼지락거리거나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증상이 경미할 경우 환자들은 떨린다고 표현할 수 있다. 진전과 달리 앞에서 언급한 다른 현상들은 다양한 신경학적 질환에 대한 광범위한 감별을 필요로 한다. 또 진전이 있는 환자는 파킨슨병 여부를 반드시 감별해야 한다. 파킨슨병은 60세 이상 인구에서 1%, 80세 이상에서는 2%에서 관찰될 정도로 퇴행성 뇌 질환 중에서는 비교적 흔한 유병률을 보인다. 전신이 느려지고 경직되면서 떨림이 발생하는데 느림이나 경직 증상이 경미하면 환자가 느끼지 못해 의료진에는 떨린다고만 호소할 수 있다. 이 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평생 투약 치료를 통해 증상을 잘 조절해야 하기에 주의 깊은 진단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이유로 떨림은 가벼이 넘기지 말고 병원 진료를 꼭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떨림은 침범하는 부위에 따라서도 분류를 할 수 있는데 가장 흔한 부위는 당연히 손이다. 약 70%의 떨림 환자는 손에 증상이 나타나며 20~30%는 머리 부위에 나타난다. 일반적인 수전증은 양쪽 손에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파킨슨병의 경우 한쪽 손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다른 부위로 퍼져 나가므로 한쪽 손의 떨림은 꼭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머리 떨림은 전통적으로 ‘체머리’라고 표현해 왔는데 증상이 거의 진행하지 않고 동반 이상이 없기에 수전증의 확장된 개념으로 알려져 있으며 파킨슨병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이 다른 점이다. 그 외에 목소리나 혀 떨림은 일반 수전증 범위로 볼 수 있으나 다리나 턱 끝에 떨림이 있다면 이는 파킨슨병을 시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꼭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떨림의 원인은 일반 수전증이 가장 많지만 약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그다음으로 흔하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검진 등으로 투약 빈도와 종류는 그 어느 세대보다 증가했으며 다양한 약에 의해 떨림 부작용이 가능하기에 떨림이 발생했다면 현재 투약 중인 약의 종류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그 외에 긴장, 불안에 의해서도 가능하고 주변 환경 유해 인자나 독소 등에 의해서도 유발될 수 있으므로 주변 요소에 대해서도 확인해 봐야 한다. 떨림은 완전한 해소는 어렵지만 투약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프로프라놀올, 토피라메이트, 프리미돈, 알프라졸람 등이 과학적 근거를 보여줬으며 기타 항콜린제나 항경련제도 효과적이다. 언급된 약제는 모두 전문의약품이며 효과와 부작용을 고려해 환자 개인에게 최선의 맞춤 선정이 이뤄져야 하기에 신경과 전문의의 세심한 결정이 필요하다. 떨림의 정도가 매우 심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유발하는 환자의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데, 뇌에 전극을 삽입하는 기존 뇌심부자극술부터 최근에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초음파를 이용해 치료하는 획기적인 치료법까지 개발돼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떨림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간헐적이라면 경과를 관찰해도 되지만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고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의학적 조언을 구해야 한다.
우리의 하루, 일생은 꽃과 나무, 숲과 풀의 자연을 떼어놓고 말할 수 없다. 아침에 마주한 밥상에서는 쌀과 빵이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나물과 과일은 영양소를 더한다. 바쁘고 정신없는 등굣길과 출근길에는 주황빛의 능소화와 붉은 장미가 하루의 색채를 더한다. 식물은 또한 비일상적인 추억을 선물한다. 여름철 가족과 함께한 캠핑장의 숲 내음, 캐럴이 울려 퍼지는 겨울 거리를 메우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그러하다. 언제나 마주하는 식물에 관해 더 자세히 알게 되면 세상의 즐거움이 하나 더 해질 것이다. 한국과 미국, 동서양의 전문가들이 전하는 식물에 관한 두 가지 책을 소개한다. 자연의 세계를 이해하다 보면 그 안에 인생의 지혜도 담겨있다. ■ 전투적이고 전략적인 자연의 세계…‘식물에 관한 오해’ 지난 5월 말 출간한 ‘식물에 관한 오해’(위즈덤하우스 刊)는 식물 세밀화가이자 16년 넘게 식물을 관찰해 온 원예학 연구자인 이소영 저자가 깨달은 식물에 관한 편견을 되짚은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에서 꽃과 나무의 세계에 접근하며 인간이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피어난 민들레를 보며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났다고 가여움과 대견함을 느낀다. 저자는 틈새라는 공간을 다시 살펴보라 말한다.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아래에는 흙과 모래가 펼쳐져 있어 식물이 뿌리내리기에 무리가 없고, 주변 경쟁 식물이 없기에 도시살이를 하는 식물엔 최선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가 아닐까. 한자리에서 수백 년을 거뜬히 사는 느티나무, 영하 60도에서 생존할 수 있는 수수꽃다리속 식물은 물론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사람보다 그 옆의 나무가 더 오래 살아갈 확률이 높다. 식물의 생존전략 역시 알수록 흥미롭다. 도깨비바늘, 우엉과 같은 식물은 동물의 털에 잘 붙기 위해 씨앗이 가시나 갈고리 형태로 진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간에게 발명의 아이디어를 주며 운동화부터 국제우주정거장의 장비까지 널리 이용되는 ‘벨크로’의 영감이 되기도 했다. 저자는 총 4부의 이야기를 통해 보다 능동적인 관점에서 식물의 지혜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전한다. ■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지난 4월 출간한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에이도스 刊)은 미국 최고의 자연작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의 국내 번역서다. 미국 코넬대에서 생태학과 진화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자연세계에 대한 과학적 탐구와 성찰로 ‘특이한 천재’라는 수식어를 자랑한다. 2023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에 선정된 바 있는 전작 ‘야생의 치유하는 소리’에 이어 이번 신간에서 그는 나무의 내음과 후각에 초점을 맞추며 독자를 자연의 세계로 안내한다. “나무는 향기 분자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균류를 유혹하고, 곤충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며 미생물에게 속삭인다. 나무 내음은 그들의 언어이기에 그 내음을 맡는다는 것은 나무의 언어를 듣고, 자연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다.” 나무와 인간은 수백만 년 진화의 역사에서 얽히고 설켰다. 나무들끼리 또는 곤충에게 보내는 향기 분자 신호를 해독하는 능력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인간의 신경 세포에 남아있다. 인간이 숲에서 위로와 편안을 느끼는 이유다. 책은 은행나무, 소나무부터 스튜에 담긴 올리브 잎이 전하는 가족의 따뜻함, 나무에서 피어나 인류를 문명으로 이끈 가구와 불, 책까지 인간과 뗄 수 없는 나무의 세상을 소개한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센터장 김원경, 이하 경기혁신센터)는 창업문화조성을 위해 기업지원허브에서 연 버스킹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11일 밝혔다. ‘2024 스타트업 그루브 아워’는 기업지원허브 6~8층에 위치한 창업기업 클러스터 ‘판교창업존’을 운영하는 경기혁신센터와 기업지원허브를 관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2017년 개설한 LH기업지원허브는 스타트업의 시작을 돕는 인큐베이터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한 판교창업존 및 과기부, 국토부 등 부처별 스타트업 지원기관이 입주해 있다. 특히 판교 창업존은 120여 기술창업 스타트업과 VC 등 투자사가 입주해 있으며, 500여 내외의 임직원이 상주한다. 지난 달 26일 기업지원허브 1층 광장에서 열린 마술사 듀오 ‘뿌뿌청년’(현기, 션)의 버스킹 현장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모였다. 판교창업존에 입주해 있다는 한 스타트업 직원은 “눈 앞에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마술 공연이 펼쳐져서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며 “평소에 볼 수 없는 공연들이 펼쳐져서 매달 기대하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혁신센터 관계자는 “판교 창업존을 포함한 기업지원허브에는 초격차 등 기술 스타트업이 유니콘을 꿈꾸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버스킹을 통해 스타트업 임직원의 창업 의욕을 높이고 지역 내 창업 분위기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혁신센터는 판교 창업존 홍보 및 창업문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월 1회 버스킹 공연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툴룸의 건축적 특징은 유카탄반도 동해안에 있는 마야 유적의 전형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건축물은 낮은 하부 구조에 바닥을 둘러싼 계단을 배치하고 출입구는 좁으며, 기둥은 지지대로 사용됐다. 벽체 상단에는 벌어지지 않게 몰딩 돼 있고 제단이 차려진 방 뒷벽에는 작은 창이 있다. 지붕은 기둥과 아치형 석조로 덮은 천장이 있는데 이런 유형의 건축물은 치첸이트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유사하다. 유적지에 흩어져 있는 건축물과 성곽을 둘러본다. 툴룸 유적지 동쪽은 해변 절벽 위에 위치해 성벽이 없고 나머지 삼면은 바위와 흙을 사용해 성벽을 쌓았다. 성벽 높이는 3~5m에 이르고 두께는 8m로 매우 두터우며 길이는 총 740m에 이르는 상당한 크기의 성채다. 마야 시대 이 정도의 거대한 성벽을 쌓으려면 웬만한 신전 하나를 짓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돌과 노동력이 필요했을 터인데, 이렇게까지 단단하게 성벽을 쌓은 이유는 이곳이 무역의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보기 드물 정도로 견고한 성벽을 쌓은 덕분에 툴룸은 마야 도시 전체에서 가장 단단한 요새 중 하나로 평가한다. 성채에는 모두 다섯 개의 좁은 출입문이 있는데 북쪽과 남쪽에 각각 두 곳, 서쪽에 한 곳 있으며 동쪽은 해안절벽이라 별도의 문이 없다. 성벽 북쪽 근처에는 유카탄반도 일대에서 볼 수 있는 카르스트 지형의 수직 동굴인 작은 세노테(Cenote)가 성채에 신선한 물을 공급했다. 툴룸은 마야 유적에서 가장 유명한 요새 중 한 곳인데 가장 큰 특징은 인상적인 성벽이다. 박태수 수필가
산골 소년으로 자란 나의 꿈은 여행이었다.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고, 찔레꽃 복사꽃 핀 봄은 무엇이고 그리웠다.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해그림자도 일찍 졌다. 문지방에 걸터앉아 생각에 빠질 때가 많았다. 산 너머엔 누가 살까. 남풍 불어오는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H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수많은 편지를 여행 얘기로 채워 보냈다. ‘휴일이면 자전거를 타고 이슬 맺힌 풀잎 길을 함께 달려가요, 나의 고향은 아름다워요, 가을이면 홍시가 온 마을을 붉게 사르고, 망개나무 잎 푸른 산자락에서 여치 소리 들으며 헤르만 헤세를 읽을 수 있지요.’ 그러나 현실은 늘 혼자다. 여행도 혼자고, 식사도 혼자고, 생활도 혼자다. 이젠 동행의 설득도 포기했다. 인생관과 환경이 다르고 삶의 방식이 다름을 인식하며 산다. 동네 새마을금고의 인재개발원 견학에 초청받았다. 일정에 청남대 견학도 있어 나섰다. 대청호의 맑은 물과 아름다운 숲은 데이비드 소로우의 윌든 호수가 연상되는 산책길이다. 무엇보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H가 동행해 즐겁다. 처음 나의 고향에 온 그때, 반딧불이 날고 물소리 들으며 별이 쏟아지는 여름 밤을 보냈다. 차양 모자에 줄무늬 원피스를 차려입고 시냇가 언덕에서 꼴 베던 나를 따라 나온 모습이 환영 같았다. 장난치며 웃음 쏟으며 숲속을 함께 걷는다.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H는 여행을 소꿉장난처럼 즐겼다. 인생이 소꿉놀이 같다.
Q. 아이가 오랫동안 좋아하고 의지했던 이성 친구와 이별하게 됐습니다. 이로 인해 최근 불면증 증세가 심해져 수면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A. 상실감을 경험한 사람의 일반적인 애도 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첫째, 감정적으로는 가슴 한곳이 뻥 뚫린 느낌의 공허감이나 외로움, 절망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대상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이나 대상에 대한 분노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억압하면 2차적인 감정으로 번져 엉뚱한 사람들에게 화 또는 짜증을 내면서 예민해질 수 있습니다. 둘째, 인지적으로는 잃어버린 것에 대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인합니다. 상실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고 자각하게 되면 안정적이었던 삶에 균열이 생기기 때문에 그로 인한 방어기제로 부인하는 것이 대표적인 반응입니다. 셋째, 신체적으로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건강상 문제가 없지만 호흡 곤란이 일어나거나 체중이 감소하고 가슴 및 복부에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수면에 문제가 생기고 악몽을 꾸는 등으로 상당한 피로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넷째, 행동적으로는 고립된 모습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혼자서 상실한 것들에 대한 추억이 있는 장소에 가보려는 행동을 보이며 상실과 관련된 물건을 정리하거나 집에 쌓아 두는 행동을 합니다. 성인의 경우 담배나 술 같은 약물에 의존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증상들은 정상적이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이 너무 길거나 과도하게 표현된다고 느껴질 때는 심리상담이 필요합니다. 끝으로 질문하신 분을 위해 좀 더 구체적인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가족들은 아이가 슬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표현하게 됐을 때 일절 조언하지 마시고 그저 잘 들어주고 지지해 주세요. ‘세상의 반은 여자다’ 등의 조언이 계속되면 아이는 점차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녀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내는 것, 무엇보다도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부모의 자세입니다. 그럼에도 자녀가 표현을 어려워한다면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찾아주세요. 배태산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