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경기도의 힘...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100년 미래 그린다

“여성은 대한민국의 힘이고, 경기도의 힘입니다. 함께해 온 50년을 100년의 미래로 만들어 나갑시다.” 경기도내 여성단체들이 100년의 미래를 열기 위한 변화와 화합의 다짐을 선포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4일 오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제39회 경기여성대회 및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경기여성대회는 여성의 권익 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여성 발전 유공자를 축하하고 경기 여성들이 함께 모여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경기도만의 특화된 행사다. 올해는 협의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부인인 정우영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장, 이상일 용인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정운찬 제40대 국무총리, 이순국 경기일보 대표이사 사장 등 기관·지역사회 단체장과 국회의원·시장·군수의 배우자, 여성단체 회원 1천여명이 참석해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창립 50주년을 축하했다. 김동연 지사는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성분들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 참여, 불합리한 정치판과 잘못된 경제의 틀, 교육 시스템, 갈등을 일삼는 사회구조를 바꾸는 데 얼마나 많은 행동과 목소리를 내는가에 달렸다”며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인 저출생, 기후변화, 지방소멸에 협의회가 함께 힘을 보태 주시고 뜻을 모아 앞으로 100년간 더 발전하는 길을 걸어 나가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은 개회사에서 “협의회는 도내에서 각기 다르게 활동하던 여성단체들이 여성의 권익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대한민국 경기도 여성이 발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들과 현재의 여성단체들이 함께했기에 50년의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다”며 “100년의 미래를 위해 저출생 극복, 경기 RE100 비전에 맞춘 기후행동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 여러분의 발자취가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의 100년을 만들어 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1975년 설립돼 여성의 삶 증진과 인권 개선을 통한 권익 신장의 지평을 넓히는 데 역할을 해왔다.

경기도의회·도치과의사회, ‘구강건강관리’ 정책토론회

경기도의회는 4일 오후 2시 도의회 대회의실에서 ‘경기도 구강건강관리 현황과 개선방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경기도민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다양한 사업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경기도의회 의원, 경기도치과의사회, 경기도 건강증진과, 보건교사 및 학부모가 참석해 도의 구강건강관리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이선장 경기도치과의사회 부회장은 ‘경기도 치과주치의 사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초등학생 학년을 확대하는 등 ‘학생치과주치의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며 “또 만 64세 이상의 인구가 2040년 전체 인구의 34.4%, 2070년에는 46.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노인 치과주치의 시범사업’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치과주치의 사업’ 등을 시행해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구강보건 담당관이나 전담부서도 설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숙 경기도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군포3)은 ‘경기도 구강보건 발전을 위한 경기도의회의 역할’을발표하며, 청소년 구강건강 관련 사업에 대한 경기도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박옥분 도의원(더불어민주당·수원2)은 현장의 목소리가 담긴 내용으로 학생주치의 사업, 구강정책 관련 조례 등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 단체가 포함된 자문위원회가 상시 운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 최은화 오산 성호초등학교 보건교사가 ‘학교 구강보건 실태와 개선방안’을, 이유리 수원 다솔초등학교 운영위원장과 권정현 경기도 건강증진과장이 ‘경기도 내 구강건강관리 현황’에 대해 발표하며 도민들의 구강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열띤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법률플러스] 문자메시지로 행정처분을 통지할 수 있을까

행정처분이란 행정청의 공법상 행위로서 특정 사항에 대해 법규에 의한 권리의 설정 또는 의무의 부담을 명하거나 기타 법률상 효과를 발생하게 하는 등으로 일반 국민의 권리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행정처분의 성격상 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으므로 문서로 통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행정처분을 문자메시지로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행정처분 방식에 관한 기본법이라 할 수 있는 행정절차법 제24조 제1항은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에는 다른 법령 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서로 하도록 하고, 당사자의 동의가 있는 경우 등에는 전자문서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 의하면,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거나 사안이 경미한 경우에는 말, 전화, 휴대전화를 이용한 문자 전송, 팩스 또는 전자우편 등 문서가 아닌 방법으로 처분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문자메시지는 문서는 아니지만 일정한 경우 문자메시지로도 행정처분을 통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 제2조 제1호는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해 전자적 형태로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전자문서로 정의하고 있고, 같은 법 제4조의2는 전자문서의 내용이 열람 가능하고, 전자문서가 작성·변환되거나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때의 형태 또는 그와 같이 재현될 수 있는 형태로 보존돼 있으면 그 전자문서를 ‘서면’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문서법의 위 규정들이 행정절차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인지가 의문인데, 만일 적용이 된다면, 이는 위 행정절차법 제24조의 특별규정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인다. 폐기물관리법 제48조 제1항 제1호는 행정청이 부적정처리폐기물을 발생시킨 자에 대해 폐기물의 처리를 명하는 등의 조치명령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68조의3 제1항은 위와 같은 조치명령은 서면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문자메시지가 여기에서의 서면에도 해당할 수 있는 것인지가 문제 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에서 판례(대법원 2024년 5월9일 선고 2023도3914 판결)는 위 전자문서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전자우편은 물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전자문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전자문서법 제4조의2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이상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제68조의3 제1항에서 정한 서면의 범위에도 포함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인문화재단, 10년 만에 돌아온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잠시 내려놓고 2년 만에 독주회로 관객들과 만난다. 용인문화재단은 오는 7월6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김선욱은 18세에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에 빛나는 피아니스트로, 2021년 KBS교향악단을 이끌며 지휘자로 데뷔했다. 그는 올해 1월부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예술 감독을 맡아 지휘와 피아노를 통해 음악세계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김선욱은 하이든의 ‘E플랫 장조 소나타(Hob. XVI:49)’, 슈만의 ‘다비드 동맹 무곡집(Op.6)’, 슈베르트의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 D.960’을 연주한다. 김선욱이 이번 곡들을 선정하는 데 있어 피아노를 치는 행위 그 자체보다 마치 ‘피아노로 노래하듯’ 음악으로 들릴 수 있는 곡들을 고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알려진 만큼 눈길이 쏠리고 있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14년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용인 시민들과 소통했던 김선욱이 10년 만에 같은 무대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그 긴 세월 동안 더 깊어진 김선욱만의 음악 세계를 만끽할 기회”라고 말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21-⑥동부 해안 주요 상업항구 ‘툴룸’

이곳은 고고학적 관점에서 볼 때, 낮에는 태양의 이동을 관찰하고, 밤에는 별을 조망할 수 있는 높은 곳에 자리 잡았다. 마야인은 농사일을 시작하는 춘분과 수확 시기 끝자락인 동지를 알기 위해 태양을 관찰하고, 건축물은 매일 태양의 위치를 관측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방향을 잡았다. 벽화의 사원은 툴룸에서 가장 장식적인 요소를 유지하고 있다. 사원의 1층은 2개 사원으로 구성되고 내부 정면은 벽화로 장식돼 있으며 외부는 돌조각으로 장식했다. 정면 세 곳의 틈새는 조각품이 있고 그 중앙에는 하강하는 신과 인연을 맺은 인간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프리즈(frieze) 모양의 장식으로 치장한 상층 사원은 매우 단순하고, 벽체에는 빨간색의 손자국이 찍혀 있다. 사용한 물감 재료는 다양한 방법으로 얻었는데 빨간색과 검은색은 토양과 광물로 만들었고 파란색과 녹색 같은 다른 색은 시굴(試掘)해서 얻었다. 대궁전 옆에는 해안 무역에 대한 관리 관청이 있다. 툴룸은 마야지역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부 해안에서 가장 중요한 상업 항구 중 하나였다. 그 영토는 독립적이었고 카시카즈고 또는 에캅(쿠치카발)의 일부를 형성했다. 통제 영역에는 Pole(Xcaret)과 Xala(Xelha) 같은 다른 중요한 항구가 있었다. 툴룸 정부는 군사적 지원을 받아 귀족, 전문가, 노동자로 구성된 사회를 통제하는 바타브(batab)에 의해 관리됐다. 게다가 해안 무역에 대한 관리 관청은 자신들의 영토인 바타빌(batabil)의 경제 행정관이기도 했다. 유적은 방문객으로부터 침식을 보호하기 위해 석조 구조물에 올라가거나 들어갈 수 없도록 장벽과 ‘진입 금지’ 표지판을 준수하도록 경고한다. 박태수 수필가

수원·화성 변천사, 수필집 발표한 김충영·김희숙 부부

수원시에서 4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도시계획 전문가 김충영 박사가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등을 한 경험을 책으로 엮었다. 김충영 박사의 ‘도시전문가 김충영의 수원과 세계유산 화성 이야기’는 그동안 신문에 연재한 원고 100여편을 모아 펴낸 책이다. 저자는 공직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 첫 발령부서인 수원시 도시과에서 겪은 경험, 수원화성의 복원·정비 사업의 추진 과정 등을 책에 꼼꼼히 담았다. 특히 그는 지난 1997년 12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됐다는 수원시청 구내방송을 들었던 순간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원화성에 관광객이 많이 오게 될 것인데, 수원은 관광객을 맞을 준비가 됐는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수원화성으로 향했다. 주차장, 도로시설이 엉망이던 것을 확인하고, 도시계획과장이 된 뒤 수원화성 복원·정비 사업을 추진했다. 이와 함께 책에는 2003년 저자를 중심으로 수원화성 업무를 전담하는 ‘수원화성소’가 설립된 과정부터 6년간 현재의 수원화성을 만들기 위해 기초를 닦은 작업 등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김동욱 경기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1997년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된 이후 30여 년 사이에 수원이 세계적 관광도시로 변모하게 된 과정을 낱낱의 기록과 사진을 통해 정리한 역작”이라며 “오늘의 수원 화성을 세계 사람들이 즐겨 찾아오는 명소로 만들어내기까지 지혜를 짜내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많은 사람들의 자취를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자 김충영 박사는 “책을 통해 행궁, 수원화성의 변천사 뿐 아니라 수원이 125만 인구에 달하게 된 과정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충영 박사는 수원공고를 졸업하고 1979년 수원시청 공무원으로 사회 첫발을 디뎠으며 수원의 도시개발을 담당했다. 경원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1997년 수원화성을 공부하는 모임인 사단법인 화성연구회를 발족했다. 수원시 건설교통국장, 환경국장, 팔달구청장, 수원시청소년재단 이사장, (사)화성연구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김충영 박사의 아내인 김희숙 작가 역시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를 출판했다.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께 드립니다’라는 헌사가 들어 있는 이 책은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추억 속에서’는 유소년 시절과 청년기 고향 시골살이의 추억 등이, 2부 ‘가족 이야기’에는 할아버지, 어머니, 아이들, 남편과 관련된 글들이 수록됐다. 3부 ‘여행이야기’에는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던 이야기들이, 4부 ‘살아가는 나날’엔 일상에서 느낀 소소하지만 의미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희숙 작가는 방송대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단했다. 한편, 김충영·김희숙 부부의 출판 기념회는 4일 오후 3시 팔달구 창룡대로 41번길 16 방방카페(팔달구청 후문)에서 열린다.

“살기 위해, 펜 잡았다”…이경선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자 [인터뷰]

“생신을 며칠 앞둔 새벽에 구슬프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는 무엇을 말할 건지 직감하게 했다. 강물에 맥없이 떠다니는 빈병처럼 헛헛한 가슴으로 멈춰버린 시계.(중략) 엄마의 삶은 굳게 닫혔다.”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中) 다양한 문학 장르 중 특히 수필은 글쓴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어떠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가 투명하게 드러난다. 화려한 수식어구나 꾸며낸 이야기로 가릴 수 없는 적나라하면서도 오롯한 자기만의 이야기를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 한 편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담겨있으면서도 평범한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글, 얼핏 가장 쉬워 보이는 장르인 듯하면서도 사실을 가장 까다로울 수 있는 분야가 수필이라고 한다. 지난달 열린 제43회 한국수필문학상에서 이경선 수필가가 그의 세번째 수필집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내 수필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을 그가 수상했다는 소식에 수원을 비롯한 경기지역 문단계 거장들도 한달음에 모여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수필 한편 한편이 저마다의 깊이를 보이며 아프게 사고와 사유를 불러낸다. 간파하기 쉬운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며 무엇이 참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그의 글에 관해 이러한 심사평을 남겼다. 이경선 수필가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시선 끝에 마주친 곡선’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받은 ‘저물어 가는 그곳’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어머니에 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담아냈다. ‘내게도 다가올 깊은 응달의 시간’으로 마무리되는 그 글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며 이 시대 대부분이 경험하는 죄스러움이 하소연하듯 이어진다. 그는 “살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결핵을 앓았던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매일 스프링 노트 한 권을 다 채울 정도로 글을 썼다. 그렇게 써내려가면 마음 속 응어리가 풀어지고 삶이 정화되는 것 같았다. 수십 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던 그는 자녀들이 초등학생이 되던 1990년대 후반 다시 문학의 길에 발을 디뎠다. 천리안 PC통신 시절,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문학카페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2006년 ‘한국문인’ 등단 후 그는 수원문인협회 등에서 20여 년간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수필 올해의 작가상, 경기도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이 범람하는 시대, 좋은 수필의 비결을 묻자 그는 ‘객관성’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일기와 다른 점은 자신의 경험과 제3의 이야기 혹은 사회적 메시지를 연결시켜 기승전결이 담긴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수상 이후 이경선 수필가는 “책임감을 갖고 초심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수필에는 온전히 작가의 삶이 녹아나기에 좋은 수필의 선행에는 좋은 삶을 살아내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 좋은 삶을 통해 좋은 글을 계속 써내려 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아버지의 정미소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 어머니는 솔바람 거친 좁다란 논두렁 길을 걸어 양푼 대야를 이고 오셨다. 촉촉한 삼베 보자기를 걷으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이 우리를 황홀케 했다. 조청에 찍어 먹는 달콤한 가래떡은 1년에 한 번 설날에만 맛봤다. 나는 항상 윗마을 정미소를 동경했다. 건장한 주인 아저씨가 쌀가마를 들었다 놨다 하시며 도정을 살피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다소 권위적이고 무서웠지만 가래떡을 뽑을 땐 거룩해 보였다. 세월이 흘렀다. 방앗간 아저씨도, 어머니도 고인이 됐다. 양철지붕은 녹슬고 기울어졌다. 지난 수업에 김계남 님이 보여준 친정집 정미소를 오늘 함께 그렸다. 선 드로잉 실습엔 양철 지붕이 적격이다. 그림을 모아 놓고 평가할 때 계남 님은 사인 위에 ‘아버지의 정미소’라고 썼다. 모두 잔잔하지만 큰 그 의미를 좋아했다. 아마 아버지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순간 뭉클했기 때문이리라.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오른다. 지랄같이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나는 눈물을 짜며 허공에 대고 ‘아버지!’라고 낮게 소리친다. 걷다가도, 자다가도. 계남 님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직장으로 달려간다. 짬을 내 취미 생활하는 열정이 멋지다. 천안 본가는 한때 4대가 함께 살았다는데 누구나 옹기종기한 그 시절이 그리울 것이다. 고향에 계신 어머니께도 문화센터에 가시게 해 요즘은 스케치 그림을 일기처럼 보내 오신단다. 그립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함께한 그 시절도.

[생각하며 읽는 동시] 숨바꼭질

숨바꼭질 진순분 누나랑 네 살 동생 집에서 술래잡기해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눈감고 열 번 센 후 어디로 숨었을까? 안방과 샛방으로 마루와 부엌으로 동생 찾는 술래 누나 두 볼이 빨개져요 어머나! 장롱 속에서 쿨쿨 잠들었어요 함께 뛰놀던 그때 그 시절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 중 술래잡기만큼 재미있는 놀이가 있을까? 숨을 곳도 많고 찾을 곳도 많은 게 집이다. 안방, 건넌방, 골방, 다락방, 거실, 주방. 여기에 책상 밑도 있고 가구 뒤도 있다. 술래잡기를 하다 보면 집이 마치 끝없는 미로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 작품은 누나와 네 살 동생의 술래잡기 놀이를 보여주는 동시조다. 누나와 네 살 동생의 우애가 한 폭의 수채화처럼 곱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찾아도 동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새 두 볼이 빨개진 누나. 네 살 동생은 잘도 숨었다. 역시 꾀돌이에 장난꾸러기다. 누나를 골리려고 단단히 짠 작전. 장롱 속에 들어간 것도 모자라 쿨쿨 잠까지 들었다. 이쯤 되면 장래 직업은 수사관이 제격이다. 시인은 이 동시조를 통해 어린 날의 추억을 불러내라고 우리들에게 넌지시 귀띔한다. 그리고 그때 함께 놀이를 했던 얼굴들을 찾으라고 한다. 가슴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는 정다운 얼굴들. 사는 일에 바빠 깜빡 잊고 지냈던 그리운 얼굴들. 오늘은 그 얼굴들을 하나씩 찾아내 차라도 한잔씩 나누라 한다. 저 험난한 세월을 어떻게 견뎠는지 이야기 나누라 한다. 아! 이 땅의 술래들이여, 외로운 술래들이여.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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