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 그들 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문제들을 예술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광주시 ‘무늬만 뮤지엄’ 관장이자 조각가인 김월식 작가는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제18회 국제건축전에 초청돼 드로잉, 설치, 영상 작품 등을 선보였다. 6개월간 전 세계 관람객에게 찬사를 받은 한국관 전시는 ‘2086: 우리는 어떻게?’를 주제로 펼쳐졌다. 세계 인구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86년’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탐구하는 전시였다. 김 작가는 ‘기후 위기’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이동·이주’를 소주제로 택해 안산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김 작가는 “안산 원곡동에 있는 커뮤니티스페이스 ‘리트머스’에서 작품활동을 했을 때, 이주노동자들의 다양한 차별 문제를 경험했다”며 “외국인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열화, 통합화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들을 비롯해 이주노동자들이 ‘햇빛 지도’를 그려 따뜻한 곳으로 다니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베니스비엔날레가 막을 내린 뒤 국내에선 작가들의 귀국보고전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이례적으로 전시가 마련되지 않았다. 이에 경기도미술관은 ‘그리는 곳이 집이다’ 특별전을 개최해 김 작가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을 국내에 처음 공개했다. 전시에선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 출품된 김 작가의 작품 1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대표작 ‘비닐하우스는 가방이 아니다’는 비닐하우스에 집을 넣은 모형을 캐리어 안에 담아냈다. 지난 2020년 캄보디아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영하 20도에 달하는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사망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이주노동자의 삶을 캐리어로 표현해 여전히 농촌의 이주노동자 중 일부가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현실을 표현했다. 특히 네팔 청년이 한국의 추위를 이기기 위해 원곡동 거리의 햇빛 지도를 만든 것을 차용한 ‘원곡동 햇빛 지도’, 네팔의 한국어 학원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한 작품 ‘한국어 배우기’ 등을 볼 수 있다. 또 기후 위기가 도래할 2086년에 마주하게 되는 10개의 ‘뜬소문’과 연결되는 6점의 ‘샤먼’ 시리즈 등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참여를 통해 ‘집에서 누리는 정서적 가치’, ‘공동체의 역할’ 등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지역, 공동체, 미술관이 함께 성장하는 예술을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28일까지.
수원시립합창단은 오는 24일 저녁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188회 정기연주회 ‘가을 향기, 그리고 10월의 푸른 밤’을 개최한다. 무대는 아카펠라로 막을 올린다.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유럽 국가 리히텐슈타인 출신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 요제프 라인베르거의 ‘Abendlied(저녁의 노래)’는 관객을 낭만 속으로 안내한다. 이어 경쾌한 음악으로 유명한 영국의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윌 토드의 ‘Jazz Missa Brevis’ 작품은 관객에게 재즈의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오늘날 미국 재즈의 교본으로 통하는 곡이자 재즈 역사상 가장 많이 연주된 곡 중 하나인 ‘Autumn Leaves’, 오랜 세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Fly Me to the Moon’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송 ‘Let it be’는 관객에게 익숙함이 주는 감동을 선물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국 가곡은 관객을 고향의 추억으로 안내한다. ‘섬집아기’ 등을 작곡한 ‘한국의 슈베르트’ 작곡가 이홍렬의 가곡 ‘고향 그리워’와 ‘고향의 봄’ 등 한국인의 애수가 서린 수많은 곡을 작곡한 작곡가 홍난파의 ‘금강에 살으리랏다’ 등 다채로운 매력의 가곡을 만나볼 수 있다. 웅장하고 아름다운 영화·뮤지컬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곡들은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현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작품 중 영화 ‘미션’에 나오는 수록곡 ‘On Earth as it is in Heaven’과 뮤지컬 ‘이순신’에서 거북선이 만들어진 후 이순신 장군이 배에 탑승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나를 태워라’,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과 동지들이 이토 히로부미의 저격을 준비하며 굳은 다짐을 담아 부르는 ‘그 날을 기약하며’ 등은 가슴에 전율을 선사한다. 이번 연주회는 정확한 지휘와 화려하고 풍부한 감성의 지휘자로 평을 받는 이영만 여수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국내 유일의 합창 전문 연주단체 라퓨즈 플레이어즈 그룹과 박일룡 밴드가 함께한다. 공연은 수원시립합창단 누리집 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이용호)는 지난 17일 경기도의회 지하1층 대회의실에서 ‘2020~2022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 지원사업 결과발표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지난 3년 간의 한의난임치료 성과를 돌아보고, 참여자들의 임신을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사에는 경기도한의사회 이용호 회장, 민상준 수석부회장, 김성욱 의장,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해 김정호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박옥분·박재용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권수 경기도 의료자원과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도한의사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사업에선 참가자들의 44세 연령 제한을 폐지해 총 448명이 참여했다. 이 중 여성 치료 완료자 226명 중 30명(13.3%)이 임신에 성공했다. 또한 설문조사 결과 ▲치료 만족도 86.8% ▲신체 만족도 77.3% ▲정부지원 필요성 98.2%로 나타나 사업에 높은 호응도를 이끌어냈다. 2022년 사업에는 총 447명이 참여해 여성 치료 완료자 209명 중 임신 성공자가 30명(15%)으로 상승했으며, 설문 조사 결과 ▲치료 만족도 83.8% ▲신체 만족도 73.4% ▲정부지원 96%로 집계됐다. 이지혜 경기도한의사회 홍보이사는 사업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2024년 사업이 조기 마감되고 대기자가 발생함에 따라 예산 확대를 통한 사업 참여 인원 증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함께 연령 제한이 없어 평균 연령이 급격히 증가한만큼 여성 44세 남성 50세의 연령 제한, 여성 참여 대상자 선정 시 남성 동시 치료, 양한방 병행치료 시 임신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어 한의 단독치료와 양한방 병행치료 투트랙으로 사업 시행 비교 및 임신율 향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김인애씨는 “차가웠던 손발도 따뜻해지고, 소화 기능이 많이 개선됐으며, 한의원에서 심리적으로도 큰 힘이 됐다. 2023년 지원사업을 통해 둘째 아이도 임신해 오늘 함께하게 되어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용호 경기도한의사회장은 “경기도 난임부부 한의약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여성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38세이고 과거에 난임시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80%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한의 난임치료에 전념하신 참여 원장님들의 노력으로 10% 중반의 임신성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월 ‘모자보건법’이 개정돼 국가지원에 대한 법적근거도 마련된 만큼 내년도 예산 확대를 통해 전국의 모든 난임부부들이 혜택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발표회에선 지원사업 공로자 시상식이 열려 ‘경기도 한의약육성을 위한 조례’, ‘경기도 한의약 정책지원단’ 설치 근거마련 등에 대한 공로로 박옥분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65세 이상 노인의 낙상은 흔히 발생하는 만큼 낙상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생활습관병학회(회장 오한진 을지의대 교수)가 지난 13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100세 건강 시대, 근육이 해답이다’ 세션에서 이청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생활 속 낙상 예방’ 강의에서 낙상의 고 위험군 조기발견과 적극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7.2%가 지난 1년 동안 낙상을 경험했다. 낙상 횟수는 연평균 1.6회로 나타났고 65~69세는 4.5%, 85세 이상은 13.6%로 나이가 많을수록 낙상률이 높았다. 이청우 과장은 “노인의 낙상은 흔히 발생하는 문제이며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 및 사망, 의료 비용의 측면에서 중요하다. 노인 환자 진료시 최근 1년 간의 낙상 여부, 보행의 불안정성 등에 관해 면밀히 조사해 낙상 고위험군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낙상은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만큼 근감소증, 당뇨병, 심혈관 질환에 대한 효과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인의 낙상은 상당 부분 실신과 중복되며, 실신과의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므로 실신에 준해 신경성 실신, 기립성 저혈압에 대한 평가와 관리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도 밝혔다.
성 밖에서 보면 돌출된 치성 전면에 위에서 아래로 길게 파인 홈을 볼 수 있다. 이것을 현안이라 한다. 현안이란 ’매달려(懸)있는 눈(眼)’이란 뜻이다. 성 밖 적군의 처지에서 보면 긴 홈의 맨 윗부분에 상대방의 눈이 있기 때문이다. 현안은 왜 만들어 놓았을까. 의궤에는 설명이 없다. 정약용의 현안도설을 보자. “현안이란 적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성의 부속적인 장치”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어 “적병이 성벽 밑에 바짝 붙어 괭이를 가지고 구멍을 뚫어 성벽을 헐거나, 또는 사다리를 사용해 성을 올라와도 아군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못하니, 어찌 방어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까닭에 현안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라고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한다. 즉, 현안은 ‘적의 화살이나 탄환으로부터 안전하게 성벽 가까이 접근한 적군을 구멍을 통해 감시할 수 있는 장치”로 정리할 수 있다. 원문 ‘적도성하 일견무유’는 ‘적병이 성벽 아래에 이르면, 빠짐없이 단번에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이 작은 구멍으로 목표대로 성벽 가까이는 모두 보일까. 그리고 멀리는 어디까지 보일까. 무척 궁금하다. 먼저 현안의 생김새부터 살펴보자. 도설에 ‘치성 전면에 성의 위 바닥으로부터 구멍을 뚫는데, 크기에 알맞게 벽돌을 구워 쌓되 점점 밑으로 내려가면서 층계를 이뤄 좁아지게 쌓은’ 구조라고 말하고 있다. 치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본다. 먼저 성 위에 올라 치의 바닥을 보면 치의 돌출된 삼면 중 바깥쪽 면 바닥 한가운데 여장 가까이에 구멍이 있다. 이곳이 바닥에 아군이 엎드려 내려다보는 현안 구멍이다. 다음에 성 밖으로 나가 바깥 면을 보면, 위에서 아래를 향해 일정한 폭으로 홈이 파여 있다. 현안 구멍과 이렇게 파인 현안을 통해 바깥을 보는 것이다. 이제부터 현안을 통해 어디가 보일까. 그 범위를 계산해 보자. 가까이는 어디가 보일까. 멀리는 어디까지 보일까. 서북공심돈의 북쪽 현안을 표본으로 삼아 가시 범위를 계산해 봤다. 서북공심돈을 선택한 이유는 원형이 잘 보존된 시설물이고 무엇보다 수원시 화성사업소에서 실시한 실측조사 보고서가 있기 때문이다. 성 위의 구멍 크기는 사방 30㎝, 구멍 위치는 외벽선에서 1.1m 들어온 지점에서 시작된다. 성 밖의 현안 폭은 33㎝, 길이는 3.1m이고, 현안의 끝은 성 밖 바닥 면 위 1.5m 지점에서 끝난다. 이 수치의 근거는 2012년 서북공심돈 실측조사 보고서 자료다. 이상의 자료를 기준으로 작도법에 따라 가시거리를 계산해 봤다. 결과는 가시거리는 성벽에서 60㎝ 떨어진 곳부터 13.8m 떨어진 곳까지로 나왔다. 뜻밖의 결과다. 하나는 적군으로부터 몸을 100% 보호하면서 감시할 수 있는 점이고 또 하나는 가시 최대 거리가 13.8m라는 점이다. 이렇게 멀리까지 보일 줄은 상상을 못 했다. 가시거리는 곧 감시범위다. 시설물 유형별로 한 곳씩 실측 자료를 활용해 가시거리를 계산해 봤다. 최대 감시거리는 동1포루 5.1m, 동1치 12.3m, 동옹성 8m, 동북노대 2.2m, 적대 14.5m, 봉돈이 13m로 나온다. 바닥에 엎드린 병사의 눈높이를 참작하면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정리하면 ‘현안으로 볼 수 있는 최대 가시거리는 짧게는 5.1m에서 길게는 14.5m 떨어진 곳까지’ 다. 복원이 잘못된 동북노대는 제외했다. 동북노대는 원형보다 현안 길이가 반 정도로 복원됐다. 현재 복원 상태로는 최대 가시거리가 2.2m이나 원형으로 계산하면 11.5m가 된다. 원형대로라면 11m까지 보여야 하는데 부실한 복원공사로 2m까지만 보인다면 현안은 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위치, 길이 등 외적인 것보다 현안의 목적, 개념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 시설물을 실측하면서 보게 된 것은 복원공사를 거치며 변형됐다는 점이다.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작은 부분이 가시거리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돌을 한두 층 더 두껍게 쌓았다든가, 돌을 매끈하게 마감하지 않아 울퉁불퉁한 상태인 점이다. 모두 먼 곳을 볼 수 있는 가시각을 좁혀 놓았다. 화성에서 현안이 설치된 치성은 적대 네 곳, 포루(군졸) 다섯 곳, 치 여덟 곳, 그리고 동북노대, 서북공심돈, 남공심돈, 봉돈으로 모두 21개 시설물에 35개 현안이다. 그리고 옹성 네 곳에 34개 현안이 설치돼 있다. 합하면 화성 전체 시설물의 40%인 25개 시설물에 총 69개다. 아주 특별한 현안도 있다. 북암문 밖 두 개의 현안, 서북각루 밖 두 개의 현안이다. 모두 원성에 설치돼 있다. 현안도설에는 곡성의 전면과 옹성에만 현안을 설치하게 돼 있다. 현안의 목적은 성 가까이 접근한 적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성에서는 아주 멀리까지 볼 수 있게 만들었다. 현안 목적은 성 가까이 있는 적군을 감시하는 것이라면서 왜 불필요하게 멀리까지 보도록 설계했을까. 미스터리다. 현안 최대 가시거리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거기에는 놀랄 만한 이유가 있다. 다음 편에 그 이유가 밝혀진다. 화성 성역 200여년 전 류성룡은 “포루가 하나 있으면 현안이 필요하지 않다”라고 했다. 이 말은 역설적으로 현안의 가치는 포루와 같음을 보여준다. 보잘것없는 작은 구멍에 큰 역할을 맡긴 현안을 통해 정조의 전략을 엿봤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나 백신 접종 이후 “냄새를 맡기 어렵다”거나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자도 자도 피곤하다”, “머리가 안개 낀 것처럼 맑지 않다”, “마른기침이 지속된다”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후각 상실은 대표적인 롱 코비드(Long Covid·만성 코로나19 증후군) 증상의 하나로 대부분의 경우 미각 소실을 동반한다. 우리가 정상적으로 냄새를 맡기 위해서는 ▲냄새 입자가 순조롭게 비강을 통과해야 하고 ▲콧속에 있던 분비물에 입자가 녹아들어 중비갑개부터 상비갑개 부근에 위치한 후각세포를 흥분시켜야 하며 ▲후각신경(CN1·제1 뇌신경)을 따라 자극원에 대한 정보가 뇌에 잘 전달돼야 한다. 후각신경(세포)은 정상이나 냄새가 후각세포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를 ‘전도성 장애’라고 부른다. 감기, 알레르기성 비염, 부비동염(축농증), 비(鼻)용종, 비(鼻)종양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후각신경에 문제가 생겨 후각을 상실하는 경우를 ‘감각 신경성 장애’라 부르며 바이러스 감염, 두부외상, 방사선치료, 알츠하이머, 파킨슨병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후각 상실은 전도성 장애에 해당해 냄새 입자가 후각신경에 도달하지 못하게 막는 원인을 제거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부비동염이 원인이라면 꽉 찬 콧물을 빼주고 비(鼻)용종이 꽉 들어찬 것이 원인이라면 이를 제거하는 처치 등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후각 상실은‘감각 신경성 후각장애에 해당하며 이를 단시간에 해결할 수 있는 명확한 치료 방법이 정립된 바 없다. 대부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후각도 돌아오지만 해당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고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경우 후각 재활훈련이 도움이 된다. 이는 후각세포를 자극하고 뇌의 후각 처리 능력 향상을 돕기 위한 훈련으로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3~5가지 냄새를 준비한다. 이때 되도록 본인에게 익숙한 냄새 위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냄새를 15~20초간 집중해 맡는다. ▲다음 냄새를 맡기 전 10초가량의 휴식을 취한다. ▲이 과정을 하루에 두 번 이상 반복한다. 이러한 후각 재활훈련과 후각신경의 재생을 촉진하고 후각상피의 염증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한약·침·뜸치료를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적절한 한약 치료는 비강 점막의 부종 완화와 후각 신경 세포의 재생을 돕는다. 비강 내·외부 자침, 비강 점막에 항염 효과를 가진 증류액 도포를 통해 국소적인 효과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여타 다른 신경과는 달리 후각 신경은 가소성(neuroplasticity)이 있어 손상됐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회복의 여지가 있으므로 초기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후각신경의 회복은 단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최소 3개월 이상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또 충분한 휴식, 균형 잡힌 식단, 적절한 운동, 높은 수면의 질 확보를 위한 개인의 노력이 필수적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후각 상실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과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위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한다.
작은 화이트큐브 공간에 정갈하고 근엄한 표정의 인물들의 흑백사진이 내걸려 있다. 정갈하게 한복을 입은 여인과 정장을 입은 말끔한 신사. 흰 천이 여인의 치마와 남성의 정장 바지 아래로 계단처럼 흘러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가만, 자세히 보니 흑백 인물들은 사진이 아니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캔버스에 섬세하게 옮겨 삶의 시간과 의미를 묻는 회화 작업과, 그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장르 확장을 통해 흘러간 시간과 기억의 의미를 묻는 조덕현 작가(68)의 회화 작품이다. 엄미술관에서 지난 10일 개막한 조덕현의 개인전 ‘므네모시네(MNEMOSYNE)’는 오랫동안 ‘기억의 파편’을 새롭게 구성하고 복원해온 그의 작업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역사라는 거대 서사와 담론에 가려진 다양한 개인의 주관적인 삶이 조명된다. 주인공은 고미술 수장가이자 일제강점기 개성의 신진 엘리트였던 욱천 진호섭(秦豪燮·1905~1951)과 그의 주변 인물들이다. 흑백사진을 그대로 내건 듯한 작품들은 과거 사진에 대한 편견을 깬다. 사진 속 인물들의 의복은 기품 있고 세련됐다. 주변 배경은 근현대만의 고풍스러움이 살아 있다. 때론 정장을 입거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인물들은 부부 사진, 독사진, 결혼식 사진, 가족 사진 등을 통해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마치 모두의 이야기로 확장되는 듯하다. 흑백의 그림과 파도 혹은 햇빛에 물이 반짝이는 영상이 교차되는 설치 작품 1에선 물이 가진 원초성이 관람자가 가진 기억을 자극해 상상의 세계를 펼치게 한다. 조덕현 작가는 사진 드로잉과 발굴 작업, 사진 등 다양한 작업 방식을 선보여왔다. 이 다양한 작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억’이다. 오래된 흑백사진의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연필과 목탄으로 그리는 사진 드로잉은 기록된 역사의 표층에 가려져 있는 과거의 기억을 복원한다. 단순히 사진을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현재적인 사건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작업에서 작가가 욱천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와 만난 작가는 “사진에 나타난 인물과 배경 하나하나의 예술성과 그 인물들이 갖고 있는 보편성”을 꼽았다. 사진 원본이 모두 다 감동으로 작가에게 다가왔다. 하나하나 인화된 사진이 갖고 있는 시공간의 깊이, 그걸 번역하기 위해서 그는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7점의 캔버스 회화와 거울과 모니터로 구성된 영상 설치 작업, 골동품 오브제를 활용한 가변 설치, 추상조각가 엄태정의 시구(時句)가 담긴 인스톨레이션 등 총 10점의 신작으로 구성됐다. 작품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저마다 살아나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각가 엄태정의 시를 텍스트로 선보여 미술관 자체가 인물의 역사가 된다. “재료가 너무 좋아서 그냥 충실하게 그려냈다”는 조 작가는 “대신 깊이 있게 사유를 진작시켜보려 했다”고 말했다. 화이트큐브의 공간에서 어떻게 개인의 역사 하나하나를 그림이 풍부한 시공간을 담보해 관람자와 호흡할지 공을 들였다. 작품마다 품은 시공간의 이야기가 다른 만큼 작품마다 조명을 달리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작은 골동품을 오브제로 설치해 기억에 관한 테마를 강조했다. 관객의 몰입을 위해 작가가 숨겨놓은 장치를 찾아보는 것도 전시를 즐기는 또 다른 묘미다. 전시는 특정한 주제의식이나 서사가 없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몰입하고 느끼고 해석하게 의도됐다. 전시 제목을 ‘므네모시네’로 택한 것도 이러한 이유. 므네모시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기억의 여신이나 잘 알려지지 않아 모호하면서도 기억이란 단어를 어렴풋이 환기해준다. “관람객이 보고 해석하는 게 작품의 최종 완성품”이라는 작가는 “다만 기대감이 있다면 40억년을 지나온 인류의 진화처럼 누군가는 소급해서 올라가 그런 까마득한 기억까지 그려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속에 아메바 형태이던 세포들이 진화해서 바다에서 육지로, 또 진화해 오늘날 인류의 형태로 올라가는 상상을 (전시를 통해) 할 수 있는…. 작품 속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순 없지만 ‘요즘 얘기 같다, 옛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았구나, 오늘에 과거가 숨어 있다’ 이런 느낌이요. 그래서 위화감을 주지 않고 미술관에 처음 오시는 분도 이해하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이번 전시는 엄미술관에게도 특별하다. 전시에서 드러내 밝히지 않으나 욱천 진호섭은 진희숙 엄미술관장의 부친이다. 누군가의 역사와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역사를 떠올려보고, 미술관과 전시 곳곳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다. 진 관장은 “기억을 테마로 하는 조덕현 작가의 전시는 과거에 함몰되어 의미를 찾지 못하는 다양한 기억들을 현재로 가져와 새롭게 하고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 전했다. 이어 “거시적으론 오늘날 기술이 대변할 수 없는 ‘인간성’ 및 ‘주체성’의 회복에 관한 이야기이며, 미시적으로는 우리의 전통과 근대성에 경의를 표하는 하나의 오마주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론 과거의 인물과 기억, 그림 속에 숨겨진 진실을 탐색해보는 자리도 마련된다. 가천대 명예총장이자 초상화 연구가인 이성낙 박사와 함께하는 ‘아이코노그래피(Iconography), 시대의 얼굴을 진단하다’는 전시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할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10월 19일은 ‘세계 유방암의 날’이다. 유방암은 여성암 중 발생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유방은 유즙을 생성하는 유선, 유선과 유두를 연결하는 유관으로 구성되는데, 유방암은 대부분 유관과 유선에 발생한다. 여성 건강을 위협하는 유방암의 원인과 치료법은 무엇일까. ■ BRCA 유전자 이상 유방암 확률 70%…일반 여성 확률 3% 월등히 높아 18일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따르면 유방암은 세계적으로도 발병률이 높다. 국내에선 유방암 발생률이 높은 반면, 사망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건강검진이 활성화돼 조기 진단과 표준화된 치료법이 적극적으로 이뤄져 유방암 생존율이 높아진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한다. 유전성 유방암을 일으키는 원인인 유전자 이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 가장 많은 빈도로 발견되는 이상이 BRCA1, BRCA2 유전자 돌연변이다. BRCA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에서 7%가량을 차지한다. BRCA 유전자 이상이 있는 경우 유방암이 생길 확률은 70% 정도다. 일반 여성의 확률이 3%인 것에 비해 매우 높다. 권진아 울산대학교병원 외과 교수는 “예방적 수술 후 수술·마취와 관련된 합병증뿐만 아니라 여성성을 상실한 느낌, 성관계의 문제점, 일상의 스트레스와 자신감 상실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방암 발생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여성호르몬 중 하나인 에스트로겐이 꼽힌다. 높은 수치의 에스트로겐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른 초경, 늦은 폐경, 폐경 후 여성의 비만, 호르몬 대체 요법 등이 있으며 출산 경험이 없거나, 첫 만삭 분만 연령이 높은 경우, 경구 피임제 사용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유방암 가족력이 1명인 경우 1.8배, 3명인 경우는 3.9배로, 유방암의 상대적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고지방식이나 비만, 음주, 흡연 등도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 매월 자가검진, 정기적 임상검진이 무엇보다 중요 유방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어 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주기적인 자가검진과 조기 임상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검진 대상은 40세 이상 여성이며, 검진 주기는 2년, 비용은 무료이다. 유방촬영술로 검진하며, 유방촬영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렵거나 이상소견 발견 시 유방초음파 검사를 통한 정밀검사를 권고한다. 증상이 있는 유방암 중에서 가장 흔한 증상은 통증 없는 멍울이 만져지는 것이다. 그 외에 유두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나오거나, 유두가 함몰되었거나, 유방 피부에 부종이나 함몰, 색의 변화가 생기고, 겨드랑이에서 만져지는 혹이 있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 권 교수는 “국가검진 대상 이전인 30세 이후부터는 유방 자가검진으로 매월 확인하고, 35세 이후부터는 2년 간격으로 유방암 전문의에게 임상검진을 받아보는 것도 좋다”고 권했다. 유방 자가검진은 매월 생리가 끝나고 2~7일 후,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시행하도록 한다. 자궁절제술을 받았거나 폐경이 된 여성은 매월 일정한 날을 정하여 잊지 말고 자가 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거울 앞에서 유방의 전체적인 모습을 관찰해 멍울이 있다고 의심되면 부드럽게 유방을 눌러보고 유방을 움직여서 함몰된 부분이 있는지, 유방의 피부가 두꺼워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한다.
용인문화예술원에서 오는 19일까지 담산 이순금 서예 명인의 개인전 ‘서예의 삶’이 열린다. 이순금 명인의 50여점 작품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여정을 들여다 볼 수 있으며, 서예의 매력을 알 수 있는 전시다. 전시에선 이순금 명인이 애용하던 붓, 벼루, 인장 등 개인소장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서예의 의미를 보다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이순금 명인은 ‘사랑’, ‘혈구지도’, ‘금옥만당’ 등 세 가지 키워드로 특별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우산이 돼주는 마음을 의미한다. 이순금 명인은 누군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표현했다. ‘혈구지도’는 타인을 생각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는 도리를 강조하는 고사성로, 이순금 명인은 이를 통해 인간의 도리와 상호 존중의 중요성을 일깨우고자 했다. 또 ‘금옥만당’은 지혜로운 신하가 많은 집안을 비유하며, 나랏일을 하는 이들이 그의 작품을 통해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한편, 이순금 명인은 1967년부터 서예가의 길을 걷기 시작해 1997년엔 한국서예청년작가전에서 선발돼 서예 작품을 많은 이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가졌다. 특히 2010~2016년, 2022년엔 대한민국서예대전의 초대작가로 심사를 맡으며 서예계의 발전과 활성화에 기여해왔다. 앞서 그는 2011년 한국서예협회 용인시지부를 창립하고 현재까지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용인 유적지와 유명 관광지에서 캘리그라피전, 태교신기대전, 신생아이름, 사지소학, 명심보감, 논어, 중용, 도덕경 등의 주제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봄꽃들이 계절을 잊었다. 벼가 누렇게 익어 가는 들녘 옆 가로수에 봄꽃이 만개한 진풍경이 펼쳐졌다. 야산에 밤꽃도 피어 있었는데 처음에는 밤꽃이라 인식을 못했다. 간혹 봄꽃이 한 송이씩 피는 건 본 적이 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이상기후 탓에 꽃들이 계절을 잊었다. 홍채원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