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명인이 만드는 감동의 무대…경기시나위 ‘젊은 명인:Young Virtuoso’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오는 14일 오후 7시30분 경기국악원 국악당에서 ‘젊은 명인:Young Virtuoso’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미래의 전통을 이끌어 나갈 젊은 연주자를 발굴·지원하기 위한 경기시나위 사업 중 하나이다. 전국 단위 공모에서 18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차세대 젊은 명인들의 무대가 펼쳐진다. 앞서 지난 2001년 처음 시작한 이 무대는 2019년 ‘명인을 꿈꾸다’에 이어 5년 만에 마련된다. 협연 무대에 오르는 6명의 젊은 명인은 김소연(아쟁), 김준희(해금), 류수빈(대금), 정가영(생황), 주아현(거문고), 한유진(가야금) 등이다. 이들은 아쟁과 국악관현악을 위한 ‘신맞이굿’, ‘혼무(Dancing With Spirits)’, 대금과 국악관현악단을 위한 ‘영원’, 생황협주곡 ‘풍향’, 거문고협주곡 ‘비상’, 가야금협주곡 ‘혼불II:나의 넋이 너에게 묻어’ 등 창작 레퍼토리 6곡을 90분간 선보일 예정이다. ‘신맞이굿’은 한 명의 아쟁 연주자가 대아쟁과 소아쟁을 번갈아가며 연주하도록 구성한 협주곡이다. 한국의 무속 장단이 곡 전체에 걸쳐 연주되며, 현대적인 주법을 활용해 다채로운 아쟁의 매력을 드러낸다. ‘혼무’는 어촌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동해안별신굿을 바탕으로 작곡된 곡으로, 해금 솔로와 관현악이 호흡을 주고 받는다. 또 대금 협주곡 ‘영원’은 원곡인 ‘수제천(壽齊天)’과 마찬가지로 먼 거리를 길게 퍼져 나가는 듯 길고 느린 선율과 리드미컬한 패턴들이 특징이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관계자는 “협주곡은 협연자의 기량에 따라 새로운 분위기와 느낌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젊은 명인들이 어떤 생동감 넘치고 역동적인 음악을 선보일지 매우 기대된다”며 “관객들에게 그들의 꿈과 열정이 전달되는 감동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흙과 불과 기다림의 미학’…전국 여성도예가, 제6회 도송회展 개최

흙에서 태어난 도자기는 어느 지역서 어떤 땅을 밟고 자랐는지에 따라 모양도 형태도 다르다.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여성 도예가들이 팔도 도자기의 각기 다른 매력과 특색을 담아낸 전시를 수원에서 선보인다. 전국 여성 도예가 모임 ‘도송회(회장 박지영)’는 11일부터 15일까지 수원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제6회 ‘흙과 불과 기다림의 미학’ 전을 개최한다. 올해로 창립 10주년에 접어든 도송회는 경기도(이천), 경상도(대구), 전라도(강진) 등 전국 팔도를 대표하는 도예가들로 이뤄진 단체로 이들은 매년 각지에서 순회 전시를 선보이며 전국 도자기의 특색을 대중에게 알리고 있다. 수원에서 열리는 제6회 도송회 전시 ‘흙과 불과 기다림의 미학’에는 박지영 명장의 ‘노송’, 이미향 경기도명인의 ‘월계관을 품다’, 김기운 작가의 ‘느낌’ 등 전국 각지 도예가들의 작품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전통과 현대물이 공존하는 장으로, 도송회는 전통의 아름다움 속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도예 작품들을 공개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미향 명인은 한국 전통의 도자기가 사라지는 추세에 많은 이들이 전통 예술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시 의미를 설명했다. 이 명인은 “도송회는 전국 작가들이 모이기 때문에 도예가들이 각자 사용하는 유약도, 소재도 전부 다르다”며 “우리 도자기의 가치가 점차 희미해지고 있는 가운데 많은 분이 오셔서 전통과 현대의 전국 도자기의 특색을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사대부의 삶과 철학…‘巖巖汪汪:만 길 벽, 천 이랑 바다’

경기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와 복식 유물로 조선 사대부의 삶과 철학을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은 보물 2점을 포함한 10여점의 기증품을 소개하는 상설전 ‘巖巖汪汪:만 길 벽, 천 이랑 바다’를 지난 7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도박물관이 종합박물관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초상화와 복식 유물의 연구와 전시에 특화된 박물관으로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제목인 ‘巖巖汪汪(암암왕왕)’은 조선 후기 학자 홍직필이 우암 송시열의 초상화를 묘사한 글에서 유래했다. 학자 홍직필이 송시열의 학문적 깊이와 인격에 대해 ‘만 길 벽처럼 드높고 천 이랑 바다처럼 드넓다’고 표현한 것이다. 선인을 기리는 이 같은 마음을 통해 경기사대부들이 추구한 학문과 철학의 고결한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송시열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그의 후계자인 홍직필의 기증품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학문과 삶을 조명한다. 홍직필은 조선 사상사에서 중요한 ‘호락논쟁’과 관련된 낙론 학파의 인물이다. 이번 전시는 그와 송시열 사이의 학문적 연계를 탐구해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사유한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경기지역 명문가들의 기증 유물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철학과 삶을 돌아본다. 성재 허전의 초상, 김확의 무덤에서 출토된 심의, 유한갈의 지석 등이 주요 유물이다. 성재 허전의 초상화는 그의 학문적 업적과 인품을 담은 작품으로, 조선 후기 사대부 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의미가 있다. 심의는 사대부의 일상복으로 각 부분이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데, 이를 모두 모아 하나의 우주가 된다. 김확의 심의는 조선 사대부들의 복식 문화와 정신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특히 유한갈의 지석은 사대부의 생애와 죽음에 대한 철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더욱이 이번 전시는 촉각 전시물과 수어 영상, 음성 해설 등을 활용한 무장애 전시로 이뤄졌다. 도박물관은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해 보는 ‘박물관 유물 속 나’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증된 유물 속에 담긴 조선 사대부들의 학문적 열정과 철학을 조명한다”며 “관람객이 유물에 담긴 깊은 의미와 기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년 공사를 어떻게 3년에 끝냈을까①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은 여러 면에서 독보적이다. 가장 놀라운 이야기는 “10년 걸릴 공사를 3년에 끝냈다”는 공사 기간 단축에 관한 내용이다. 뎡니의궤도 “1794년 봄 역사를 시작하여 1796년 가을에 공역을 마치니 총 34개월이다. 중간에 여섯 달을 쉬었으니 실제 기간은 겨우 28개월이다. 귀신의 도움이 있는 듯하다”라고 기록한다. 기간으로는 7년, 비율로는 70%를 단축한 것이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공기 단축 요인을 찾아볼 예정이다. 먼저 ‘3년’과 ‘10년’에 대해 정의해 보자. 이에 대한 정의가 바르지 않으면 단축 기간에 시비가 생기기 때문이다. 먼저 실제 공기 3년이다. 착공은 1794년 1월7일 부석시역, 14일 입표정기, 25일 성지개기 중 하나이고 준공은 1796년 9월9일 여장 필역, 10월15일 낙성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의궤에 34개월이라 했으니 실제 공기 3년은 확실하다. 다음 계획 공기 10년이다. 정조가 화성성역 기본계획인 ‘어제성화주략’을 공포한 후 조심태에게 “대체로 몇 년이나 걸릴 것 같은가”라고 질문을 던진다. 조심태는 후에 감동당상이 된 인물이다. 이에 조심태가 “대략 10년을 기한으로 삼았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이 10년이 지금까지 알려진 계획 공기다. 10년은 정조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착공한 첫해 10월 흉년으로 공사 중단을 논의하던 중 정조가 “당초 10년을 기한으로 잡았으니 반드시 시일이 급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10년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단축 기간은 당초 계획과 실제 공사의 공사량 차이와 관계가 있다. 당초 계획은 어제성화주략에 기록된 공사가 기준이고 실제 공사는 준공도서인 화성성역의궤의 기록이 기준이다. 이를 비교하며 공기 단축 요인을 살펴보자. ‘공기 단축 7대 요인’이다. 게재 순서가 단축 기간의 크기 순서가 아님에 유의하기 바란다. 첫째, 호참 공사를 삭제했다. 당초 계획은 성 주위에 호참을 파도록 돼 있었다. 호참이란 성 밖에 연속된 웅덩이를 파 놓아 적의 접근을 지연시키는 시설이다. 화성에 계획된 호참의 크기는 ‘깊이는 1장5척, 바닥 너비는 3장, 위 너비 7장’이다. 깊이 3m, 평균 너비 10m, 길이는 최소 4천600보(5.4㎞)를 인력으로 파내고 양쪽 측면을 돌로 쌓는 어마어마한 공사다. 그러나 정조는 화성 주위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도랑이 있다는 이유로 호참공사 전체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대규모 공사를 생략했으니 공기 단축에 큰 효과가 있었다. 둘째, 성 높이를 낮췄다. 당초 계획은 성 높이는 25척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정조는 평지성은 20척으로, 산상성은 16척으로 낮췄다. 이유는 여장 높이를 5척으로 대폭 높였고 성석의 크기에서 뒷길이를 길게 했고 내탁 크기도 최대한 넓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상성을 더 낮춘 것은 산을 기어오르는 적군에 비해 산 위의 아군이 방어에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성 높이는 공기 단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평지성에서는 성 쌓기와 내탁 쌓기에서, 산상성에서는 필요한 성돌의 운반량을 대폭 줄인 것이다. 성 쌓는 공사량이 줄어 공기 단축에 큰 효과가 있었다. 셋째, 석산을 가까이에서 찾았다. 돌이 주재료인 화성 공사는 돌을 어디서 갖고 오느냐가 공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석산을 화성부 서쪽 5리쯤 숙지산과 그 서쪽으로 5리쯤 여기산에서 찾았다. 짧은 운반 거리다. 만일 용인 석성산이나 안양 관악산에서 채취했다면 공기 단축은 불가능했다. 당시에는 덤프트럭은 없었고 우마차가 유일한 운반 수단이었다. 당시에는 운반 거리가 공기에 결정적 요소였다. 가까운 석산 개발로 공기 단축에 큰 효과가 있었다. 넷째, 운반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화성 공사는 돌, 벽돌, 목재, 흙의 운반이 공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운반과 관련된 도로, 장비, 인력, 자재로 나눠 따져보자. 운반도로는 다행히 기존 도로를 대부분 사용하고 일부만 새로 길을 닦았다. “매우 평탄해서 운반하기가 쉬웠다”는 기록이 있다. 만일 오르막내리막이나 구불구불했다면 새로이 길을 닦아야 했다. 운반장비는 다양한 기구가 적재적소에 사용됐다. 대차, 평거, 유형거, 설마 등이다. 운반 인력의 노임정책은 특별했다. 첫째, 날품이 아니고 짐 수로 따져 능률급으로 지급했다. 둘째,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 차등급으로 지급했다. 셋째, 힘이 약한 사람도 먹을 벌이는 되게 최저임금을 보장했다. 이런 운반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임금으로 운반 효율은 높았을 것이다. 운반 자재의 부피와 중량을 대폭 줄였다. 돌은 채석장 인근 치석소에서, 목재는 구포 치목소에서 1차로 크기별로 다듬어 부피와 무게를 감축해 운반량을 줄이고 나르기 편하게 했다. 기존 도로는 곧고 평탄해 새로이 길을 닦을 필요가 없었고 다양한 운반 기구를 적재적소에 사용했다. 운반 인력에는 특별히 성과급과 최저임금을 보장했으며 돌과 목재는 운반 전 다듬어 중량과 크기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은 공기 단축에 큰 효과가 있었다. 지금까지 호참 공사 삭제, 성 높이 줄이기 등 골사량 축소와 석산의 인근 개발, 운반 도로, 운반 도구, 운반 인력의 효율 증대 등 여러 요인이 공기 단축의 바탕이 됐음을 밝혔다. 다음 편에는 나머지 단축 요인 세 가지를 밝힐 예정이다. 아울러 지금까지 알려진 공기 단축에 대한 여러 허구와 오류를 밝힐 예정이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 경기도 산성 투어

적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산세를 이용해 쌓은 성곽을 산성이라고 한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는 일찍부터 산성이 발달했고 평야 등 너른 땅을 앞에 두고 높은 산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고구려 시기부터 산성을 이용한 방어전략을 사용했으며 이런 방식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읍성 인근에는 1개 이상의 산성이 자리했다. 산성은 크게 포곡식(包谷式) 산성과 발권식(鉢圈式) 산성으로 나뉜다. 포곡식 산성은 산기슭에서 시작해 능선을 따라 정상 가까이 축조한 성곽이다. 계곡을 하나 이상 포함해 성내 가용면적을 넓히고 수원을 포함해 평소 주민들이 거주하거나 지구전으로 이어질 경우 용이하도록 쌓은 것으로 북한산성, 남한산성 등이 대표적인 포곡식 산성이다. 발권식 산성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사발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으로, 산 둘레를 성벽으로 두른 것처럼 보여 테뫼식 혹은 머리띠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포곡식에 비해 작은 규모의 산성이 이에 속하며 부여의 증산성, 순천의 검단산성 등이 있다. 높은 지형에 짓는 산성은 그만큼 방어하기 유리하다는 것이 전시시 가장 큰 장점이다. 산의 경사와 높이가 적군에겐 상당히 부담을 주는 요소였고 평지에 비해 큰 기술을 보이지 않아도 방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산의 크기에 맞춰 짓는 성곽이어서 원하는 크기로 지을 수 없고 산세가 험한 것은 교통이 불편하다는 의미로 전쟁이 길어지고 물이나 식량이 끊기면 병력의 삶은 피폐해졌다. 산과 숲 사이 방어를 위해 지은 성곽은 현대인들에겐 걷기 좋은 산책로이자 지역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산이나 성곽 규모에 따라 코스도 다양해서 본격적인 등산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들도 가을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된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한산성 남한산성은 1624년(인조 2) 서울의 중심부에서 동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축성을 시작해 1626년에 완공했다. 평균 고도 해발 480m 이상으로 험한 산세를 이용해 지형적으로도 방어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둘레가 12km에 이르며 산 위에 도시가 위치할 수 있을 만큼 넓은 분지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조선시대 보장처로 지었다. 완공 10년 뒤인 1636년 병자호란 당시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탐방로는 사방에 나 있는 문에서 시작하거나 회귀하는 코스다. 첫 번째 동문길은 약 9.5km로 남한산성 동문(좌익문)에서 시작해 남한산성 로터리를 지나 북·서·남문을 지나는 순환길이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서문(우익문)까지 이르는 서문길은 약 2.1km 1시간 남짓 소요되며 감이동 초입의 먹자골목을 지나 남한산성의 다양한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다. 위례동주민센터에서 출발해 위례성복교회를 지나 남한산성 남문(지화문)까지 이르는 남문길 약 6.5km로 3시간 이상 소요되며, 하남시 광주향교에서 출발해 남한산성 북문(전승문)까지 걷는 북문길은 초입에 위치한 광주향교와 상사창동연자마 등 다양한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 권율 장군의 기세를 엿보다, 독산성 독산성의 축조 시기는 분명치 않다.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백제가 쌓은 고성이었고 신라통일기·고려 시대에서도 군사상 요지로 돼 있어 그 시기를 짐작할 뿐이다. 본성의 총연장은 1천100m, 내성은 350m에 불과한 아담한 산성인 독산성은 군사기지로 주요 위치에 놓여있었지만 물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었다. 1593년(선조26) 독산성 전투 당시 왜군을 이끌던 우키다 히데이에는 독산성 내부에 물이 떨어졌을 것을 짐작하고 탐정 군사에게 물을 올려보냈다. 하지만 권율 장군은 이에 속지 않고 오히려 백마를 산 위로 끌어올려 흰쌀을 끼얹어 말을 씻기는 것으로 위장해 왜군을 교란했다. 이를 본 왜군이 물이 많은 것으로 짐작하고 퇴각했다는 일화는 물이 부족한 단점을 권율 장군이 슬기롭게 극복한 일화로 전해진다. 이 병법 전략에서 유래해 지금은 ‘세마산’ 또는 ‘세마대’로 부르기도 한다. 독산성 숲길은 오산시 오색길 중 4코스에 해당하는 길로 1km 남짓, 왕복 1시간이면 가능하다. 우선 독산 정상에 오르면 보적사를 만나게 된다. ‘보적사’라는 이름은 춘궁기에 먹을 것이 부족했던 노부부가 부처님께 공양을 하고 집에 오니 곳간이 쌀로 가득찼고, 이를 부처님의 은덕으로 여긴 노부부가 더욱 열심히 공양했다는 전설이 담겼다. ■ 흙으로 지어진 토성의 굳건함, 강화산성 1964년 사적으로 지정된 강화산성은 몽골의 2차 침략을 막기 위해 1232년 착공해 1234년부터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내성·중성·외성으로 이뤄진 이 성은 모두 흙으로 쌓은 토성으로 내성은 강화성으로 둘레가 1천174m, 중성은 5천381m, 강화 동쪽 해협을 따라 지어진 외성은 1만1천232m였으나 1270년 몽골의 요구로 헐어 버렸다. 이후 1973년 남문, 2004년에 동문을 복원한 상태다. 산성 내부에는 남문인 안파루, 서문인 첨화루, 동문인 망한루, 북문인 진송루가 남아있으며 암문 4개, 수문 2개 그리고 높은 곳에서 망을 보기 위한 남장대와 북장대 등 방어시설이 있다. 성의 동쪽이 허물어진 것에 비해 남북쪽은 잘 보존돼 있는 편이다. 강화산성을 둘러볼 수 있는 여러 코스 중 강화 나들길 15코스에 해당하는 ‘고려궁성곽길’은 총 11km 길이로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강화산성 남문에서 출발해 남장대를 거쳐, 서문, 북문과 고려궁지를 지나 동문에 다다른다. 특히 감시를 위해 지어진 남장대에 오르면 강화읍과 영종도까지 내다보일 정도로 풍광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처지는 눈꺼풀, 어눌한 발음…알고보니 중증근력무력증?

스트레스나 과로로 인해 몸에 힘이 없고 무기력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운이 없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로 어떤 일을 수행할 때 힘이 빠져 다 못하는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일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중증근무력증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정상 조직이나 물질을 공격해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신경의 자극이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신경근육 접합부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에 대한 자기항체가 수용체의 기능을 차단하거나 형태를 변형 또는 파괴함으로써 근수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생기는 질병이다. 이 질환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근력 약화와 피로다. 특히 초기에는 눈꺼풀 처짐과 복시(겹쳐 보임) 등 안구 근육 약화가 흔히 나타날 뿐 아니라 얼굴 근육 약화로 씹기, 말하기, 삼키기 등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전체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15% 가량은 눈 증상만 발현되지만 나머지 85%는 다른 근육으로 침범, 팔·다리 위약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호흡근까지 약해져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흔히 무기력감과 혼동할 수 있는데 무기력감은 기운이 없고 처지는 것 같지만 어떤 일을 할 때 근력에는 지장이 없는 반면 중증근무력증 환자들은 물건을 들거나 힘을 쓸 때 그 힘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증근무력증 진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병력은 아침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오후에 심해지거나, 쉬거나 수면을 취하면 다시 좋아지는 등 근력 약화의 기복을 보이는 것이다. 초기에는 악화와 호전이 반복되며 증상이 없어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악화돼 전신으로 침범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그렇다면 이를 진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와 진찰이 중요하며 중증근무력증이 의심되면 반복신경자극검사 및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 측정, 항콜린에스테라제 약물투여 검사 등을 해야 한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면역질환이라 완치의 개념은 적용되지 않지만 면역체계를 유지하며 병의 악화를 막고 증상을 적절히 조절하며 완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치료 방법은 아세틸콜린에스터레이스 및 면역억제제, 부신피질호르몬제,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 혈장분리교환술, 흉선 절제술 등이 있다. 소정민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증근무력증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병이지만, 조기 발견 후 꾸준히 치료·관리할 경우 큰 불편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며 “간혹 약물 복용 후 증상이 사라지면 환자 독단으로 약을 끊고 더 이상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증상 악화는 물론 근무력증 위기 등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전문의와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정환과 수원 어린이, 100년을 넘어…‘2024 세계방정환학술대회’ 9일부터

수원이 사흘간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고민과 사색으로 물든다. (사)방정환연구소(이사장 장정희)는 8일부터 10일까지 한국창작동요 100주년 기념 ‘2024 세계방정환학술대회’를 수원컨벤션센터, 수원화성, 라마다프라자 수원호텔 등에서 진행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미국, 폴란드, 세네갈, 튀르키예, 이스라엘, 멕시코,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인도,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외국 학자 및 다문화 관계 인사들이 참가하며 기조강연 외 45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어린이의 꿈, 100년의 노래가 되다’를 대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8일 대표자 회의를 시작으로 9일부터 10일까지 개막식과 기조강연, 연구발표, 방정환의 밤, 방정환포럼, 초청작가 대담, 어린이 예술 워크숍(스토리텔링, 동요, 연극, 밴드랩 음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최동호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대회장을 맡은 가운데 개막식에는 도종환 전 문화체육부장관과 신헌재 한국교원대학교 원로교수의 축사, ‘한국창작동요 100년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박상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의 기념강연, 국제아동문학학회(IRSCL) 회장 사라 판케니아 웰드 미국 산타바바라대학교 교수의 ‘아동의 세기(The Century of Children)’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본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둘째 날에는 ‘어린이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 것인가?’를 주제로 방정환 포럼이 열린다. 주제는 야누쉬코르착의 저작물 제목에서 가져왔다. 포럼에서는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의 주제 제안 발표에 이어 폴란드 야누쉬코르착협회 바바라 야니나 소찰 회장 외 송순재 감리교신학대학교 명예교수, 정병호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이사장 등이 연사로 참여한다. ‘2024 세계방정환학술대회’ 개막일인 9일은 방정환의 탄생일과 같아 특별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수원지역은 방정환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어린이’ 9권 7호(1931.8.)에 실린 최영주의 ‘순검과 소파’에 따르면 최영주가 이끌던 수원화성소년회에서는 해마다 방정환을 초청해 동화회를 열었다. 특히 1925년에는 동화에 방정환, 동요에 정순철, 편집자 이정호까지 수원에 와서 당시 몰려온 어린이들과 부형이 2천여명에 이르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12살 수원 어린이 최순애가 쓴 동요 ‘오빠생각’이 방정환이 발행한 ‘어린이’ 독자문예란에 입선작으로 뽑혀 실리기도 했다. 100년 전 방정환과 수원 어린이들의 인연은 100년의 세월을 넘어 올해 ‘2024 세계방정환학술대회’로 다시 이어진다. 박래헌 수원문화도시포럼 대표이사는 “‘12살 어린이 최순애가 어린 시절 쓴 동요 ‘오빠생각’이 100년이 지나는 오늘까지 불리며 국민동요가 된 것은 동요의 힘이 무엇인지 단적으로 말해준다”며 “이번 대회가 수원지역 어린이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회장 로비에는 ‘대회기념 도서전’, ‘참여작가전’, ‘연속으로 듣는 방정환 동화책 캠프’, ‘폴란드 야누쉬코르착×한국 방정환의 만남’, ‘데구루루 방정환 말판놀이’, ‘‘어린이’ 모바일 퀴즈 체험’, ‘책 선물드리는 수원문인 합동 사인회’ 등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경기문화재단, 지역 문화 불균형 격차 줄인다…‘가고 싶은 경기북부 지역공감 ‘여기도 아트홀’’

경기문화재단이 지역불균형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가고 싶은 경기북부 지역공감 ‘여기도 아트홀’’ 사업에 나선다. 이번 사업은 문화소외지역을 비롯한 경기북부 10개 시·군의 지역 특성화 사업 추진을 통해 지역불균형 격차를 줄이고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재단은 앞서 지난 달 8일 ‘2024 경기북부 지역문화 특성화’ 공모 사업을 통해 6건을 선정, 경기북부 시·군에서 12월까지 두 달간 지원사업을 펼친다. 6건의 사업은 지역의 문화유산을 기리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문화 행사로 개최한다. 9일 연천 호로고루에서는 전쟁의 아픔과 감동을 담은 다장르 공연 ‘호로고루 이야기:잊혀진 영혼들의 노래’가 열린다. 또 10일 양주관아지에서는 ‘양주관아 탈놀이 풍물축제’가 개최돼 국가무형문화재인 양주별산대놀이를 모티브로 탈춤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17일 구리 망우묘역에서 열리는 ‘잠든 영혼을 만나다 예술이 있는 트레킹’은 독립유공자와 문화예술인의 이야기를 이동극 형태로 만나보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존경과 추모의 마음을 담아 진행된다. 오는 25일 남양주 광릉숲 일대에서는 숲을 배경으로 전통 성년식을 새롭게 정의한 성년식 프로젝트 ‘똑똑똑! 성년입니다’가 열린다. 30일까지 남양주체육문화센터 등에선 정약용 선생의 정신과 남양주의 자연을 담아낸 ‘정약용의 삶과 시간을 담은 ASMR 전시회’가 감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다음달 14일 구리시 수택3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리는 ‘축원의 축제-구리 갈매마을의 안녕과 머무름’에서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구리 갈매 도당굿을 현대적 해석으로 새롭게 재현해 선보인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공모사업은 콘텐츠를 수단으로 지역의 정체성과 그 장소의 장소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업”이라며 “콘텐츠를 즐기는 것 외에도 지역과 장소를 관심 있게 둘러보며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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