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이모저모

”추석때 찬밥 가장 기억에 남아” ○…럭비 15인제 경기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한국팀의 주장 성해경(30·포항강판)은 “추석 때 집에도 못가고 숙소에서 식은 밥을 먹었던게 가장 기억난다”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고. 경기가 끝난 직후 라커룸에서 고참들과 대화하며 격전의 피로를 풀었던 성해경은 “이번이 고별전이 될 것이기에 경기장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나섰다”며 “한달여동안 강행군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2관왕으로 이 모든 것을 보상받은 느낌”이라고 토로. 북 응원단, 한국 첫 공식 응원 ○…북측 응원단이 13일 열린 남자축구 한국과 태국의 3,4위전 경기가 열린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찾아 한국 팀을 응원. 이번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북한 응원단이 남한 팀의 게임이 진행된 경기장을 직접 찾아와 응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에는 주로 유도 등 일부 종목에서 북측 선수의 경기 전후에 열리는 남측선수 경기를 보며 약간의 박수를 보냈던 것이 전부. 선수촌 사우나서 화재 ○…부산 아시안게임 선수촌 수영장 사우나실에서 히터과열로 추정되는 불이 나 소방관이 긴급출동해 진화. 13일 오전 5시 40분께 선수촌 스포츠센터 지하1층 수영장 사우나실에서 불이 난 것을 자원봉사자 정모(27)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 대기중인 소방관이 출동해 진화했는 데 다행히도 이 시각이 개장시간(6시) 전이어서 인명피해는 입지않아. 복싱 집안싸움 국제적 망신 ○…복싱 아시안게임 결승전이 두 패로 나뉜 경기인들의 폭력 사태로 얼룩져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 13일 복싱경기가 열린 마산체육관에서는 복싱인들이 두 파로 갈려 욕설과 폭행을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 모처럼 복싱 경기장을 찾은팬들과 각국에서 온 취재진 등 손님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

영광의얼굴/스파르타식 정공법 ’日격파’-민준기 감독

13일 럭비 15인제에서 우승을 이끌며 7인제를 포함, 대회 2관왕 2연패를 달성한데는 단시간에 전력을 극대화 시킨 민준기(50·상무) 감독의 공이 컸다. 대표팀이 올들어 지난 5월과 7월 두차례 열린 일본과의 15인제 월드컵 예선 맞대결에서 각각 24대90, 17대55로 참패한 뒤 지난 8월말 민 감독이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을때만 해도 아시안게임 정상 재등극의 가능성은 극히 회의적이었다. 민 감독이 지난 98년 방콕아시안게임때 감독으로서 2관왕의 기적을 이뤘다고 하지만 그 이후로 일본과의 15인제 맞대결에서 5연패를 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져 있었고 노쇠한 주전들을 대체할 새로운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은 고작 한달 반 정도 뿐. “럭비는 스파르타식으로 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악명(?) 높은 민 감독은 단기간에 체력과 정신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8월22일 선수단을 이끌고 태백선수촌 분촌으로 향한 민감독은 9일 동안 아예 볼을 놓은 채 산악구보, 서키트 등 혹독한 체력훈련으로 하루 8시간씩 선수들을 담금질했다. 곧바로 성남의 상무구장에서 이어진 2차 훈련에서 비로소 볼을 만지기 시작한 선수들은 보통 6kg씩 빠져 있었던데서 보듯 일본에 졌을 때와는 체력과 정신력 면에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지난 8월22일부터 선수들이 쉰 날은 단 하루 반. 선수단 결단식이 열린 지난달 16일 하루를 집에서 보냈고 추석인 21일 오전 훈련을 마친뒤 잠시 외출했던게 전부였다. 결국 이같은 민감독의 스파르타식 훈련은 열매를 맺었다. 민감독은 “태백에서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하게 했는데 그걸 따라준 선수들과 코치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함봉실, 女 마라톤 첫금 골인

북한의 함봉실이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를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봉실은 13일 열린 여자마라톤 42.195㎞ 풀코스에서 32㎞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뒤 독주해 2시간33분35초로 맨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이로써 함봉실은 지난 대회에서 김창옥이 이 종목에서 은메달에 머문 한을 풀며 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20년만에 북한 육상에 금메달을 안겼다. 또 함봉실은 86년 서울대회에서 처음 치러진 이래 지금까지 각각 2차례씩 월계관을 가져갔던 중국과 일본의 아성도 무너뜨렸다. 지난 4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에서 정성옥의 북한 최고기록을 깨뜨리며 북한 여자마라톤의 계보를 잇는 간판스타로 나선 함봉실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북한 최고의 스포츠 영웅으로 거듭나게 됐다. 2위는 함봉실에 1분 이상 늦은 일본의 히로야마 하루미(2시간34분44초)에게 돌아갔고 오미나미 히로미(일본·2시간37분48초)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의 오미자(2시간42분38초)와 북측의 김창옥(2시간43분17초)은 각각 4위와 5위에 머물러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고 한국최고기록 보유자 권은주는 37㎞지점에서 기권했다. 섣불리 선두로 나서지 않고 선두를 따라가는 ‘그림자’ 작전의 승리였다. 20℃에 육박하는 다소 더운 날씨 속에 출발한 이날 레이스에서 함봉실은 레이스 중반까지 일본 2명, 한국 2명, 북한 2명, 중국 1명 등 7명이 형성한 선두그룹의 맨 후미에 붙어 보조를 맞춰갔다. 견고하던 선두그룹은 해운대 해변도로를 끼고 달리는 18㎞ 지점을 지나면서 갑자기 허물어졌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리우민(중국)을 시작으로 권은주와 오미자, 김창옥, 히로야마가 차례로 떨어져 나갔고 22㎞ 지점부터는 오미나미와 함봉실의 2파전으로 경기양상은 돌변했다. 오미나미의 등 뒤에 바싹 붙어 바닷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10㎞ 정도를 달리며 막판 스퍼트를 위한 체력을 아끼던 함봉실은 완만한 오르막이 시작되던 32㎞ 지점에서 승부를 걸었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오늘의스타/女마라톤 우승 함봉실(북한)

여자마라토너 함봉실(28)이 북한의 최고 스포츠 영웅으로 부상. 부산아시안게임 여자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함봉실은 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북한에 첫 아시안게임 육상 금메달을 안겼고 마라톤에서는 남녀 통틀어 최초로 월계관의 주인공. 특히 북한이 자랑하는 유도스타 계순희가 동메달에 머물고 종합 4위 목표달성에 실패한 가운데 ‘유종의 미’를 거둔 것이라 더욱 돋보여. 북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종합 대회에서 가장 의미있는 종목으로 여기고 있으며, 김일성 주석이 살아 생전부터 집중 육성했던 터라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지난 99년 세계선수권 여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정성옥이 운동 선수로는 유일하게 최고 권위의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것만 봐도 마라톤의 위상을 실감. 함봉실은 지난 88년 정성옥과 함께 운동을 시작한 뒤 그의 그늘에 가려 있었으나 데뷔 12년만인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8위에 오르며 두각. 이후 지난해 베이징 하계U대회 하프마라톤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 4월에는 만경대상 국제마라톤에서 정성옥이 가지고 있던 종전 최고기록을 37초나 앞당긴 2시간26분22초의 기록으로 우승.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마라톤 인생의 꽃이 피기 시작한 함봉실은 내년 세계선수권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 우승이 다음 목표.

오늘의 하이라이트

16일간의 열전이 막을 내리는 14일에는 마라톤과 배드민턴, 농구 등에서 마지막 불꽃대결이 펼쳐진다. 한국은 이봉주가 남자 마라톤에 출전, 대회 2연패에 도전하며 농구에서도 남녀가 나란히 중국을 상대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마라톤 육상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월계관에 도전한다. 98년 방콕대회 우승자인 이봉주의 최대 라이벌은 일본의 다케이 류지(30)와 시미즈 고지(32). 이봉주는 최고기록에서 이들보다 앞서 있지만 결코 방심할 수 없다. 또 오후의 만만치 않은 더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봉주가 우승할 경우 한국은 90년 베이징대회부터 4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농구 남녀 모두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남자는 82년 대회 이후 20년만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고 90년과 94년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했던 여자는 8년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장을 냈다. 남녀 모두 중국의 장신벽이 워낙 높아 금메달 획득이 그리 쉽지 않을 전망이지만 홈코트의 이점을 최대한 살리고 한국의 장점인 외곽슛과 속공에다 압박 수비를 더해 기필코 만리장성을 무너뜨리겠다는 투지를 보이고 있다. 남자는 서장훈, 김주성의 더블포스트가 NBA에 진출한 야오밍과 멍크 바터를 얼마나 잘 막아낼 수 있을 지가 관건. 이번 대회 들어 불을 뿜고 있는 문경은의 3점포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예선 풀리그에서 이미 중국과 맞붙어 패한 바 있는 여자는 전면 강압수비로 당시 부진했던 김영옥 등 외곽 슈터들의 활약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