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 따르던 ‘수원 조분순 칼국수’ 어디에?

“수원 조분순 칼국수 주소 아시는 분 계시나요?” 지난 6일 한 포털사이트의 블로그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조분순 칼국수’라는 글이 올라왔다. 수원 권선동에서 조분순 칼국수를 운영하는 여든 살 할머니에 대한 사연으로 젊은 시절 화재로 재산을 다 잃었다가 식당을 차리고, 아들은 야간대학에 다니며 공부해 판사가 됐다는 내용이다. 특히 “식당 앞에는 대형 옹기단지 하나가 뚜껑이 닫혀있고 비닐로 싼 종이 안내문이 붙어있다. '쌀 읍는 사람 조곰씩 퍼 가시오, 나중에 돈벌면 도로 채우시오, 조분순식당'…한때는 단지가 달랑달랑 바닥 긁는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넘쳐서 옆에 봉지 쌀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국수를 먹고 나가다 슈퍼에서 한 포대를 사서 메고 와 부어놓은 적도 있다”라며 어려운 삶 속에서도 이웃을 도우려는 인심과 어머니에 대한 효심을 담았다. 감동 이야기로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단체톡방 등을 중심으로 해당 가게를 찾으려는 이들의 문의가 잇따랐다. 15일 현재 기준 해당 이야기가 게재된 온라인 커뮤니티는 20여곳으로 ‘엄마가 찾아달라고 하시는데, 주소 좀 부탁드립니다.’ ‘감동입니다, 꼭 방문하겠습니다’ 등 주소를 묻는 댓글이 수 십 여건 올라와 있다. 글에 ‘용주사 신도 무량심’이 등장하면서 화성시 용주사에도 가게의 주소를 알아내려는 전화가 일주일 내내 이어졌다. 하지만 15일 본보 취재 결과 미담으로 화제가 된 조분순 칼국수라는 상호명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상의 작자가 짧게 쓴 이야기가 구체적인 장소와 인물 등이 등장하면서 실제인 것 처럼 알려진 것이다. 가상의 공간이란 사실에 일부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온정을 담은 이야기에 흐뭇했다는 반응이었다. 수원에 사는 김명섭씨(53)는 “여든이 넘으신 아버지께서 단톡방에 공유된 글을 보시고 감동을 받아 꼭 가고 싶다고 하셨다”면서 “꾸며낸 이야기라 해도 모처럼 만에 벅찬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글처럼 베푸는 인심이 넉넉한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섬유예술의 모든 것…KFAF ‘2022 한국섬유예술비엔날레’ 21일 수원서 개막

아이의 장수와 부귀영화를 기원하며 만든 색동, 모든 것이 귀하던 시절 한복을 짓고 남은 천을 이어 만든 조각보,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솜을 넣어 한 땀 한 땀 누빈 지혜로운 한복. 모두 섬유 예술의 아름다움이다. 이러한 섬유예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다보는 ‘2022 한국섬유예술비엔날레’가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섬유예술 분야의 연구를 심화 확대하고 글로벌 무대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자 출범한 한국섬유예술포럼(Korea Fiber Art Forum:이하 KFAF)이 주최했다. KFAF는 그동안 한국섬유예술 분야의 축적된 역량을 발판으로 염색, 자수, 누비 등의 전통 명장들과 다양한 현대 섬유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한국섬유예술의 정체성과 특성을 연구하고 이를 전파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첫 사업으로 마련된 섬유예술비엔날레는 섬유라는 언어로 작업하는 모든 시각예술을 전제로 한다. 국내외 42명을 초청한 메인 전시회와 해외 총 3개의 섬유예술 단체들의 초대전, 공모에서 선발된 신진 작가 22인전 등의 전시가 마련된다. 김옥현 동덕여대 명예교수, 백문혜 전 루이빌대 교수, 우현리 강릉대 교수, 최인숙 전통공예 명인, 남병연 손공자수 명인, 한국 전통염색 연구의 장혜홍 작가 등이 오랜 애정과 열정으로 탐구하고 빚어낸 깊이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루이빌 10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인종차별 문제라는 주제로 만든 조각보 3점, 프랑스, 벨기에의 장애인, 입양아들의 협동 작품 2점의 전시회와 학술행사가 열린다. 이들은 각자의 보자기마다 그림을 그려서 엮였는데 인종차별과 장애에 대한 시선, 평화에 대한 상징 등을 섬유예술을 통해 알린다. 참여 작가들은 ‘탄생에서 죽음까지’라는 주제를 통해 타인과 사회를 통해 느꼈던 삶을 고찰하며 희로애락의 순간을 섬유로 관객에게 전달한다. KFAF는 내년 3~4월 미국에서 ‘탄생으로부터 죽음’을 주제로 <2023 한국섬유예술루이빌(2023 Korea Fiber Art Bien, Louisville)>도 개최할 예정이다. 장혜홍 KFAF 회장은 “이미 사회적으로 공인된 섬유공예 명인과 장인,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한국 현대 섬유미술을 견인하는 작가 그리고 이제 막 섬유를 매개로 작품에 몰입한 신진작가들까지, 과거와 현재, 미래의 섬유예술이 한자리에 모인다”면서 “규방공예로 인식되는 전통 섬유공예와 동시대 섬유 시각예술을 경계 없이 아우르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성정문화재단, 성정음악콩쿠르 ‘WINNER CONCERT’ 오는 20일 개최

국내 클래식계를 이끌어갈 젊은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무대가 펼쳐진다. 성정문화재단은 오는 20일 오후 7시 수원 SK아트리움에서 ‘위너 콘서트(WINNER CONCERT)’를 개최하고, 제31회 성정음악콩쿠르의 최종 우승자를 선발한다. 우승을 겨룰 연주자들은 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바이올린 박은중(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베이스 노민형(한국예술종합학교 3년), 클라리넷 이극찬(한국예술종합학교 2년), 피아노 정진(국민대 대학원), 소프라노 김예진(한양대 대학원), 첼로 박상혁(한국예술종합학교 4년)이다. 이들은 성정음악콩쿠르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상금 2천만원), 성정음악상(성악·상금 500만원), 수원음악상(수원시장상·상금 300만원), 연주상(대회장·300만원), 국내 콩쿠르 최초로 신설된 청중상을 두고 치열한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올해 처음 신설된 청중상은 일반 청중들의 평가를 반영해 대중과 함께하는 콩쿠르를 지향하려는 의지를 반영했다. 앞서 지난달 8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성정음악콩쿠르엔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음악인 1천511명이 참가하며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성악,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피아노, 플루트, 클라리넷 등 총 7개 부문으로 진행해 금상 47명, 은상 51명, 동상 54명의 수상자를 결정하고 이번 위너 콘서트에 오를 최우수상 수상자 6명이 선정됐다. 이날 위너콘서트는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으로 진행된다. 특히 이들 최우수상 수상자들은 자신만의 음악적 해석과 색깔을 입혀낸 연주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아 기대를 모은다. 지난 1992년부터 열린 성정음악콩쿠르는 30년 간 참여 학생들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세계 클래식 무대로 나아가는 등용문으로 스타 배출뿐만 아니라 국내에 클래식 환경과 저변을 끌어올리고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는다. 대회장인 정흠 민종기 회장은 “위너 콘서트에서 선보인 연주가 훗날 세계적인 음악가로 성장하는데 디딤돌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주자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돼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성정문화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수원특례시, 수원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위너 콘서트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김보람기자

[행복한 한가위] "추석 연휴에 몰아보자"…OTT별 주목할 만한 영화·드라마

연휴를 즐기는 방식이 매년 달라지고 있다. 다양해진 생활 양식과 가치관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형태로 시간을 보내는 추세다. 황금 같은 연휴에 가족과 연인, 혹은 홀로 편히 쉬면서 색다른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다양한 OTT 세상 속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몰아보며 휴식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한가위에 즐길 다채로운 장르의 OTT 콘텐츠를 소개한다. ■ 왓챠 - 듀얼: 나를 죽여라 왓챠 익스클루시브에서 이달 초 공개된 ‘듀얼: 나를 죽여라’는 올해 초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복제 인간 제작이 얼마든지 손쉽게 가능한 세상, 유일한 ‘진짜’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라를 따라가는 스릴러 영화다. 갑작스레 시한부 진단을 받은 주인공은 고민 끝에 가족과 연인 곁을 지켜줄 복제 인간을 남긴 채 세상을 뜨기로 한다. 하지만 세라의 병이 기적처럼 완치되고, 이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혼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없애야 하는 딜레마 상황에 놓인다. MCU의 네뷸라 역으로 유명세를 얻은 카렌 길런이 1인 2역을 소화하면서 흡인력 있는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이고 라일리 스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 디즈니 플러스 - 피노키오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영화 ‘피노키오’가 지난 8일 찾아왔다. 1940년에 개봉한 디즈니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를 리메이크한 실사 영화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거짓말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기에, 고전 명작을 다시 만나는 일은 익숙함과 새로움을 오가는 독특한 경험을 안겨줄 수 있다. ‘포레스트 검프’, ‘백 투 더 퓨쳐’, ‘캐스트 어웨이’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의 명감독 로버트 저메키스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피노키오’는 작품의 위상 만큼이나 화려한 출연진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톰 행크스가 제페토 할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루크 에반스와 조셉 고든 레빗 등의 탄탄한 조연진이 뒷받침한다. ■ 웨이브 - 위기의 X 연휴를 ‘순삭’시켜 줄 화제의 드라마도 기대를 모은다. 웨이브 오리지널 ‘위기의 X’는 남 부러울 게 없는 엘리트 인생을 살아오던 남자가 한순간에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웃픈’ 나날을 그려내는 드라마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코믹한 일상을 버텨내는 직장인의 희로애락이 매 회마다 녹아 있다. 마냥 유머만 늘어놓는 게 아닌, 현실을 적절히 녹여낸 균형감이 매력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웃음 가득한 상황 속에서는 현실을 헤쳐나가는 인물들의 간절함도 엿보이고, 누구나 한 번 쯤은 겪게 되는 보편성도 발견할 수 있다. 유명 배우들의 짠내 넘치는 생활 밀착 연기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으로, 영화 '탐정: 더 비기닝’을 함께 했던 권상우와 성동일, 김정훈 감독이 재회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넷플릭스 - 수리남 지난 9일 첫 선을 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은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드라마 시리즈다. 남미 국가 수리남에서 칼리 카르텔과 손잡고 마약 밀매 조직을 만들어 세력을 넓힌 한국인 국제마약상 조봉행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작품이다. 마약왕을 체포하려는 국정원의 비밀 작전에 평범한 사업가가 합류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서로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이 상대방을 의심하고 속이면서 상황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인물들 각자에게 부여된 경우의 수와 선택지가 많다 보니 그로 인한 긴장감이 극 전체에 밀도 있게 녹아 있어, 보는 이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송상호기자

[행복한 한가위] 감동·재미 푸짐한 한상, ‘시네마 천국’으로 초대

발길 사로잡는 ‘극장가’ 추석 연휴 다양한 관객의 취향을 저격한 영화들이 영화관에 내걸린다. 한층 더 탄탄해져 돌아온 액션부터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 눈과 귀를 사로잡을 음악영화까지.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추석 연휴를 즐겨보자. ■ 공조2: 인터내셔날 추석 연휴 이틀 전 개봉한 ‘공조2: 인터내셔날’은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여기에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까지 합류해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다. ‘공조’를 통해 한차례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던 배우 현빈과 유해진, 임윤아를 비롯, 새로 합류한 다니엘 헤니와 진선규가 탄탄한 연기력으로 액션부터 코믹, 로맨스까지 장르 불문한 폭발적인 시너지를 선보이며 극을 풍성하게 채운다. 화려한 출연진에 이어 ‘공조2: 인터내셔날’의 관람 포인트는 화려한 볼거리다.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을 하는 촬영기법은 스크린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몰입감을 자아낸다. 이어 대규모 총격 액션부터 박진감 넘치는 카 체이싱, 고강도의 와이어 액션, 공중 곤돌라 맨몸 액션까지 다채로운 액션은 짜릿한 경험을 선사한다. ■ 다 잘된 거야 ‘공조2: 인터내셔날’고 함께 개봉하는 ‘다 잘된 거야’는 에마뉘엘 베르네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안락사를 원하는 아버지와 그를 떠나 보내야 하는 두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홀로 몸을 가누기조차 버거운 ‘앙드레(앙드레 뒤솔리에)’는 생을 끝내고자 마음 먹는다. 아버지로부터 ‘죽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은 ‘에마뉘엘(소피 마르소)’와 그의 동생 ‘파스칼(제럴딘 팔리아스)’는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아버지 앙드레의 태도는 완강하다. “날 포기하지마. 이렇게 살게 내버려 두지 마. 이건 내가 아냐.” 결국 두 딸은 스위스에 있는 안락사 업체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의 죽음을 돕는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안락사라는 소재를 논쟁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작별을 앞둔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앙드레의 죽음은 영화에 삽입된 브람스의 선율처럼 차분하면서도 유려하게 카메라에 담겼다. 또한, 죽음을 통해 작별을 앞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보여주며 동시에 아버지에 대한 딸의 사랑과 존경을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둬 슬픈 죽음이 아닌 작별에 관한 여정을 그려냈다. ■ 한여름밤의 재즈 지난 8일 개봉한 ‘한여름밤의 재즈’는 1958년 뉴포트재즈페스티벌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4K 영상으로 재탄생한 이 영화엔 재즈의 최고 스타로 꼽히는 루이 암스트롱과 가스펠의 여왕 마할리아 잭슨, 모던 재즈의 창시자 셀로니어스 몽크, 쿨 재즈의 대중화를 이끈 색소포니스트 제리 멀리건 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재즈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영화는 음악의 명인들을 스크린으로 다시 만나 그 시절을 이따금 떠올리게 한다. 재즈 연주자들의 인터뷰와 노래, 연주로 구성돼 재즈의 매력을 알게 한다. 당시 살기 어려웠던 시절, 재즈에 아픔을 실어 날려 보내는 음악가들과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힐링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페스티벌에서 함께하는 듯한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김은진기자

[문화인] 자연과 물아일체 '반사 수묵'으로 선보이는 우종택 작가

나무의 껍질을 벗겨내고 살갗을 맞대며 호흡을 나누고 교감한다. 손질된 나무에 먹을 입히고 숯물을 먹이면 자연과 ‘물아일체’가 된다. 자연과 하나되는 ‘무위’의 삶을 위해 광주시 오포읍에 걸친 대지산에 작업실을 차려 놓은 우종택 작가(50)의 이야기다. 온몸으로 자연을 그려내는 그의 작업 과정엔 인위적이지 않은 투박한 기운이 서려 있다. 그는 수묵화와 설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로젝트 전시 ‘반사 수묵’을 파주 스튜디오 끼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1월30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접점’과 ‘무행’에 이어 우 작가의 예술 세계를 몸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내년 봄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 선보일 대규모 설치 작품전 ‘현장산수’와 연동하는 실내·외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용인시의 한 산촌에서 나고 자란 우 작가는 사실 한동안 인물화 작업에 매달려 왔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인간 내면을 향한 관심을 떨쳐낼 수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가 아닌,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속에 파묻힐 때에 진정한 내면을 발견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10여 년 전부터 산 속으로 들어가 농사, 나무 수집 등을 이어가며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건 ‘반성’과 ‘실천’이다. 우 작가는 “인간 중심의 삶에서는 환경 이슈나 사회 문제 등이 끊이질 않는다. 망가진 걸 치유하고 되돌리려면 인간 중심 사고에서 벗어난 반성적 사유를 통해 자연에 도달해야 한다”며 “자연과 하나 되려면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도시에 살면서 자연을 논할 수는 없다. 그게 산으로 들어간 이유”라고 덧붙였다. 지난 7일 전시장을 찾았을 때도 그가 오랜 기간 자연 속에 머물면서 느꼈던 생각과 경험들이 자연의 상태 그대로 공간에 스며드는 모습이었다. 추상 미술을 보는 듯한 그의 수묵화는 밑그림이나 스케치에 따라 계획해서 그리는 게 아닌, 즉흥에 의한 결과물이다. 자연과 하나된 몸부림이 흔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우 작가는 “손에 붓이 들려 있지만, 의지로 움직이는 대신 무당이 접신하듯 자연의 기운에 모든 걸 맡겨야 한다”며 “인간의 생각과 의사가 반영되는 걸 최대한 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눈을 돌리면 거대한 설치 작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박달나무, 왕버들나무, 소나무 등 강원도에서 공수한 다양한 나무들로 구성돼 있다. 흙으로 뒤덮인 육산에서 자란 나무는 곧게 펴 있지만, 바위가 빼곡한 골산에서 가져 온 나무는 굴곡이 심하게 져 있다. 모양이 제각기 달라도 우 작가는 그 자체의 모습을 존중하고 그대로 보존해 작품에 녹여 냈다. 나무 밑에 놓인 반사경에 비친 형상을 통해서는 무엇이 실재하는지, 어떤 걸 본질로 생각할 것인지에 대한 화두도 엿볼 수 있다. 우 작가는 “평소에 늘 인위적인 판단이나 임의로 꾸미고 조절하는 것에서 최대한 멀어지고자 한다"면서 “이번 전시가 자연을 통해서 인간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송상호기자

경기도, 강헌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직서 수리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달 8일 사직서를 제출한 강헌 경기문화재단 전 대표이사가 6일 공식 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 전 대표는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두고 경기도에 사직서를 제출(경기일보 8월12일자 2면)했다. 지난 2018년 12월 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한 강 전 대표는 2020년 한 차례 연임해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재단 노조는 강 전 대표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같은 달 성명문을 통해 그가 재임 기간 직원들에게 괴롭힘을 행사한 정황이 있는 만큼 사퇴로 책임을 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강 전 대표가 일부 직원에게 폭언 등 괴롭힘을 가했다는 제보가 올해 상반기까지 노조에 여러 건 접수됐다"며 "이에 따른 중징계 의결이 예상되자 강 전 대표가 앞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 전 대표는 사직서 제출 당시 해당 의혹과 사임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사임하기로 했고 이는 해당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강 전 대표의 징계 여부와 관련된 내용은 내규상 밝히기 어렵다"며 "이달 중 이사회 개최를 시작으로 신임 대표이사 선출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며 조직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경기문화재단, 경기도청·경기도의회에 미술품 임대·전시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도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미술품 임대·전시 사업을 추진한다. 6일 재단 등에 따르면 경기지역 시각예술작가 발굴과 건강한 미술시장 조성을 위한 ‘경기 미술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도 공공기관에 아트경기 작가의 미술품을 선보인다. 재단은 아트경기 작가 10명의 작품 20여 점을 임대해 이들 작품을 도의회와 도청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전시한다. 작품은 별도의 공간에 전시되지 않고 엘리베이터 입구, 출입문 인근, 휴게 공간, 사무실 통로 등 도민과 직원이 자연스럽게 오고 가는 공간에 노출한다. 도민 등이 일상 속에서 예술작품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미술시장의 주요 소비자가 개인인 탓에 대형 작품에 대한 거래 등 취급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재단은 이번 사업을 통해 대형 미술품 등을 기관·기업에 대여, 전시하게 함으로써 구매 시 발생하는 높은 비용을 줄이고 보관의 어려움 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경기지역 예술가에게 임대료를 지급해 미술품 거래가 활발해지는 데 도움을 줄 계획이다. 재단은 아트경기 협력사 ‘칸KAN’의 기업 미술품 분야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공간의 특성에 맞는 작품 큐레이션과 관리를 하게 해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재단은 사업의 대상을 민간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재단 관계자는 “도민이 많이 오고 가는 은행을 시작으로 해 사업 대상을 다양한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도민들이 일상 속 우연한 만남으로 다양한 미술작품을 경험하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 꿈꿔” 최봉선 경기도장애인복지회 회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행하는 세상을 늘 꿈꾸고 있어요” 최봉선 경기도장애인복지회 회장(64)은 20여년 전부터 경기도장애인복지회와 인연을 맺고 도내 장애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삶을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1990년대 초·중반 그는 장애인 동료와 함께 걷는 자신에게도 불편한 시선이 머문다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살아가는 세상이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며 “모르고 살아왔던 장애인들의 삶에 다가가기 위해 틈날 때마다 공부하고 부딪쳤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에서 고독사한 장애인의 시신을 손수 거두고 신체가 불편한 중증 장애인의 집에 머무르기도 했다. 특히 생활고를 겪는 장애인들에게 도움을 못 줄망정 사기를 치거나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이 발 벗고 나서 장애인들의 사각지대를 없애야겠다고 다짐했다. 장애인들에게 최소한의 자립이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기로 결심하고 생활 영역 전 분야에 걸친 개선 사업에 힘써 왔다. 복지회 주관으로 마련됐던 수많은 기회들인 재활작업장, 문화예술센터, 식생활체험관, 건강관리센터, 합동결혼 사업 등에는 모두 최 회장의 손길이 묻어 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과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선 그들에게 만남, 교육, 행사 등 사람과 사람이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렇게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고 목소리를 내온 지 20년이 훌쩍 넘었지만 최 회장은 여전히 바쁘다. 장애인들의 생활방식에 늘 관심을 두고 있는 그는 질병 예방 및 식습관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도 이어오고 있다. 30일에는 경기도장애인복지회 주최·주관으로 동두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삼시세끼 건강페스티벌’을 연다. 장애인들의 식생활 습관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살펴보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 예정이다.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도 꾸준히 시행하고 강화할 계획이다. 장애인들이 사회와 멀어지지 않으려면 디지털 분야도 격차가 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결국 인간의 삶이라는 건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면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각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함께 채워가는 선순환의 소통을 힘 닿는 데까지 이어가겠다”고 했다. 송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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