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화백의 신체드로잉 선언 ‘재탄생(Reborn)’

인정받지 못했지만 늘 끊임없이 자신을 보여줬고 자신만의 길을 갔다. 관념에 빠진 미술보다는 몸을 움직여서만드는 선이 진짜 살아있는 선이라 여기며 늘 살아있는 예술을 보여왔다. 올해 나이 여든. 2016년 소위 뒤늦게 터진 ‘신체 드로잉’은 현재까지 국내외 미술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한국 전위예술을 선도한 이건용 화백의 이야기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이건용 화백은 신작 회화와 설치 작품 18점을 전시하는 개인전을 오는 10월 29일까지 선보인다. 전시에서 이 화백은 ‘기후 위기’에 대한 경고를 그의 필살기인 신체드로잉으로 담아냈다. 캔버스를 보지 않고, 캔버스 옆, 또는 뒤 등에서 신체를 반복적으로 움직여 흔적을 남겼다. 눈이 녹고 있는 북극 빙하에 선 백곰의 이미지를 전사해 그 위에 물감이 뚝뚝 흘러내리는 하트를 그려내거나 쓰레기 더미의 사진에 초록 물감이 그어 생명을 표현했다. 눈 내리는 바다 사진을 전사한 대형 캔버스엔 금색과 초록색 물감으로 거대한 원이 신체드로잉으로 입혀졌다. 실제의 모습 그 위에 이 화백이 붓을 들고 온몸을 움직여 관객에게 들려주는 작품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바탕은 단색의 캔버스와 이미지를 전사한 캔버스가 사용됐다. 최근 갤러리에서 만난 이 화백은 “이미 지구의 문제점이 나타난 이미지들에 이건용이라는 신체가 만들어내는 살아있는 선으로 관객이 작품을 보는 동시에 현재 지구가 처한 오늘날의 상황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냥 단순한 그림이 아닌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과 같이 더불어 볼 수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클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장 내엔 큰 싸리나무가 엮여 그림의 주제를 더 빛나게 한다. 이 화백에게 몸은 단순히 신체를 넘어서 예술의 변주곡을 만들어내는 도구다. 몸으로 선을 그리고 지우는 행위인 그의 대표작 ‘달팽이 걸음’은 퍼포먼스때마다 감동을 선사하며 여전히 현대미술계의 틀을 깬 작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린다는 것 자체가 근대 이후에 지나치게 장르에 얽매이고 인간이 만들어 놓은 관념에 빠져버린 듯한 느낌이 많다”는 이 화백은 “진짜 살아있는 선을 보여주기 위해” 신체드로잉을 통해 선을 만든다. 이렇게 이번에 선보인 작품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노 화백의 선언 같기도 하다. 그는 오는 10월 파리에서 개인전을 비롯해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 전시, 내년 7월부터는 뉴욕 페이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이 화백은 쉼없이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에도 지치지 않고 앳된 소년처럼 미소를 띄며 말했다. “예술의 관념적인 세계를 배제하고 더 실재적인 예술을 통해 예술을 하지 않는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하려 합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내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게 내 일입니다.” 정자연기자

[함께 토닥토닥] 손에서 손으로…‘사랑의 소리’ 들리나요

수어 봉사 ‘손으로 하나되어’ 화려하고 논리적인 어법으로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요즘, 특별한 힘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표정과 입모양, 손에서 마음의 진심이 오고간다. 농아인들만의 농문화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어봉사동아리 ‘손으로 하나되어’의 이야기다. ‘손으로 하나되어’는 지난 2003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수원시지회 소속으로 수원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직장을 다니는 20대부터 자녀를 둔 50대 회원까지 실질적으로 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인원은 10여명. 송남숙 회장(57)과 19년째 함께 해온 원년 멤버 4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10년을 훌쩍 넘겨 활동해왔다. 가장 연차가 적은 회원도 6~7년 차여서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마 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수원시농아인쉼터를 찾았을 때도 6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집에만 갇혀 있는 농아 어르신들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얼굴을 마주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윤영선 할아버지(79)는 “회원들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수어로 흐뭇함을 드러냈다. 회원들은 장애인복지센터 교육, 각종 장애인 축제, 체육대회 등에 참가한 농인을 위해 통역 지원을 나가며 농인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든 발벗고 나섰다. 오랜 기간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게 소통자의 역할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끊긴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농인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해왔고, 최근에는 농인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수어를 배우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렵게 배운 수어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만은 같다. 큰 금액을 후원해주는 단체도 없고 오로지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인 탓에 지속되기 어려울 법도 한데 20년 가까이 농인들과 살갗을 맞대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을 살펴봐도 이들처럼 농인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봉사 동아리는 드물다. 회원 이민자씨(47)는 가치관과 표현법이 다른 이들과 오랜기간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된 비결에 대해 “처음엔 농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히고 만났다”며 “농인분들도 점차 편견없이 마음을 열어주셨고 농인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의외로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모두가 존중받는 행복한 동행, 성평등한 수원특례시"…제27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성료

일상 속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도시를 위한 화합의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특례시와 (사)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수원시지회는 1일 오후 2시 수원특례시청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제27회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을 개최했다. 기념식엔 소진순 수원시여성단체협의회장을 비롯한 여성 단체 관계자들과 이재준 수원특례시장, 김기정 수원특례시의회 의장, 이재식 부의장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본 행사에 앞서 식전 축하 공연으로 수원시청소년뮤지컬단이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뮤지컬 ‘별을 닮은 우리’를 선보였다. 구직 상황 등 일상에서 공사 현장 관리자를 희망하는 여성과 유치원 교사를 준비하는 남성이 접하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묘사했다. 이들은 고정된 편견과 통념에서 벗어나자는 주제를 담아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본 행사에선 ‘수원 평등 가족영상 공모전’ 수상작이 상영됐다. 가족 호칭 문제, 아빠의 육아 휴직, 축구에 몰두하는 여학생과 엄마의 실랑이 등 평범한 생활 속에서 양성평등 문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을 통해 많은 참석자들이 공감했다. 이어 진행된 ‘수원시 여성상’ 시상식에서는 여성 사회참여 확대 부문에 박종미 수원시교통안전어머니회 회장, 여성의 복지 증진 및 봉사 부문에 권옥자 대한민국 경찰유가족회 중앙회 회장, 지역사회 발전 등 여성경영인 부문에 손혜지 수원시 여성경연인협의회 회원 등 3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념식의 말미에서는 참여자들이 함께하는 카드 섹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행사 팸플릿 후면에 ‘모두가 존중받는 행복한 동행, 성평등한 수원특례시’가 적힌 카드를 들어올리며 행사의 의미를 되짚었다. 소진순 회장은 기념사에서 “남녀 모두 차별받지 않고 시민 모두가 빛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재준 시장은 “여성이 행복하고 남성이 행복한, 지속 가능한 성평등도시 수원특례시가 될 수 있도록 공직자 및 여성단체들과 동행하고 세심하게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상호기자

'민주시민교육의 현황과 쟁점 및 과제'…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민주시민포럼' 개최

민주시민교육은 일상생활의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 필요한 자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다. 지역사회 참여, 주민자치 강화 등 풀뿌리 민주주의에 기여하며 사회적 갈등을 완화, 사회적 비용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민주시민교육은 경기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으며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경기도 민주시민교육을 톺아보는 장이 열렸다. 1일 군포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민주시민교육포럼 2차’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하고 주관하는 이번 포럼은 지난 1차 포럼 ‘갈등을 다루는 방법’에 이어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톺아보기’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민주시민교육의 정치적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찾고 도내 시군 민주시민교육센터의 역할을 제안하기 위함이다. 포럼은 박성호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민주시민 교육의 현황과 쟁점 및 과제’ 강연으로 시작됐다. 박 위원장은 한국 민주시민교육의 흐름과 경기도 민주시민교육 추진 현황을 언급하며 민주시민교육이 제도화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감대 과정 부족, 과업 중심으로 추진된 점 등 민주시민교육의 한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민주시민교육이 시작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인식이 부족하고 오해와 편견이 상존하고 있어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시민사회의 민주시민교육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진곤 시흥시민주시민교육센터 센터장, 정윤경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의원, 이하나 지역교육네트워크 이룸 대표, 문이슬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팀장, 박성호 전국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이 참여하는 토론이 펼쳐졌다. 이들은 민주시민교육의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과 지자체 민주시민교육센터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윤경 의원은 “본인의 것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는 벽에 부딪치고 있다”라며 “평생교육과 교육 네트워크 등을 통해 학창 시절부터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나 대표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정치적 중립성 등 불필요한 논란이 일고 있다”며 “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민주시민교육 현장에서 마주치는 한계에 대해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자체 민주시민교육센터에선 민간에서 할 수 없는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 방범대 등 국가 예산이 지원되는 곳에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론장 등 민주시민교육의 요소를 추가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자들은 민주시민교육의 확장을 위한 밀도 있는 협력을 기대하며 도내 지자체 민주시민교육센터의 역할과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김제선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은 “민주시민교육은 다양한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역할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이번 포럼에서 민주시민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 지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집과 극장에서 ‘스릴 만점’ 영화 즐기기…‘울프’와 '블랙폰'

뜨거웠던 여름이 서서히 멀어져 간다. 지난 두 달여간 정신 없이 새로운 영화들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달라진 계절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들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그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스릴러·호러 영화들이 있다. 극장과 집에서 각각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이 연이어 찾아올 예정이다. 먼저 오는 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미스터리 스릴러 ‘울프’다. 나탈리에 비안케리 감독이 연출하고 ‘1917’의 조지 맥케이, 조니 뎁의 딸로 유명세를 얻었던 릴리 로즈 뎁이 출연한다. 살다 보면 각자 지닌 고유의 정체성을 바꾸거나 치료하도록 강요당하는 경우가 있다. 보편성의 기준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 발생한다. 이처럼 ‘울프’는 종 정체성 장애 환자들을 치료하는 외딴 클리닉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영화로, 자신을 동물로 인식하는 자들을 통해 독특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흥미를 끈다. 다음으로 오는 7일 극장가를 강타할 공포 영화 ‘블랙폰’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연출을 맡아 국내에도 널려 알려진 스콧 데릭슨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어 미국의 명배우 에단 호크가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 그래버 역을 맡아 광기 어린 모습으로 열연을 펼친다. 영화는 기괴한 가면을 쓴 괴한에게 납치된 소년이 죽은 친구들과 전화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탈출 과정을 그렸다. 아이들이 사라졌고, 전화기는 고장나는 기이한 상황들이 계속해서 펼쳐지므로 관객들은 숨죽여 미스터리한 상황에 몰입할 수 있다. 호러 영화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데릭슨의 작품답게 음산한 효과음, 점프 스케어 등의 기법으로 관객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예정이다. 송상호기자

"생활 예술로 삶을 풍성하게" (사)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김포시지부 창립총회 개최

(사)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김포시지부가 지난 26일 김포시 풍무동 스마일새마을금고 대회의실에서 창립총회를 열었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김태섭 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 대표이사, 김주영 국회의원, 박상혁 국회의원 등을 비롯해 예술인들이 참석했으며 지부장 선출, 정관 승인, 임원진 임명장 수여 순으로 진행됐다. 지부장에는 정미영무용단 단장인 정미영 무용가가 선출됐다. 정 지부장은 취임 소감에서 “김포시를 경기도 생활문화예술인들의 메카가 될 수 있도록 생활예술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와 전시, 공연 프로그램들을 만들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섭 대표이사는 축사에서 “일상의 삶이 예술이 된 지 오래됐다. 직장, 학교, 마을의 모든 장소에서 우리 삶의 모습이 문화예술 행위로 표출되도록 만들고, 돼 그 향기로 우리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경기도생활문화예술총연합회는 ‘시민 누구나 예술인이 될 수 있다’ 고 선언하며 지난 2019년에 창립해 수원, 화성, 의정부, 시흥, 군포, 의왕, 용인지부를 뒀다. 생활무용, 생활연극, 생활국악, 생활미디어 등의 산하 협회가 있다. 정자연기자

"글이 주는 감동, 서예와 캘리그래피로 알릴 것" 김도임 서예가

흰색과 회색이 적절히 섞인 바탕에 물 흐르듯 검정 글씨가 한 획 한 획 그어진다. 자연스럽게 손목에 힘을 주고 빼면서 먹의 농도는 함께 춤 춘다. ‘순간을 애정해’, ‘무슨 영화 좋아하세요?’ 등 열 자도 채 안 되는 글자는 특별한 내용이 없어도 왠지 모를 편안함과 위안을 준다.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리는 김도임 서예가(40)가 SNS에 올린 서예와 캘리그래피 작품 중 일부다. 김 작가는SNS에서 ‘별샘’ 아호로 대중과 소통하며 서예와 캘리그래피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예는 어렵고 지루하다’라는 편견을 깨고 저변을 넓히기 위한 그의 방안 중 하나다. 용인 흥덕지구에서 ‘별샘서예’라는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 쏟는 김 작가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서예가이자 캘리그래퍼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한글서예 궁체를 15년가량 썼고 각종 대회 수상 등 경력만 30여년에 이른다. 현재 경기대 일반대학원 글로벌파인아트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서예의 회화성을 작품으로 연구, 발표하고 있다. 최근 열린 ‘대한민국 문화경영 대상(大賞)’에서 캘리그래피·교육 부문을 수상했다. 이에 앞서 단원미술제 우수상(2006), 세계서법문화예술대전 대상-문체부장관상(2007), 광화문광장 휘호대회 동상(2010)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다. 서예가로서 개인 작업 뿐만 아니라 한국캘리그래피창작협회 용인지부장, 한국서학회 이사, 한글서예학회 회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김 작가는 서예야말로 현 시대에 더 매력을 발휘하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글이 주는 묘한 위로와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서예는 자신을 수련하는 일이예요. 세상이 바쁘고 힘들게 돌아가지만 글씨를 스는 동안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집중하고 명상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나온 작품도 ‘명상’ 시리즈다. 시리즈로 구상한 이 작품은 복잡한 현실에서 동떨어짐으로써 오는 평화를 보여준다. 그는 이러한 글이 가진 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사회를 위해 다양한 일을 펼칠 계획도 세웠다. “수원 행궁동, 화성시의 장애인복지센터 로비에서 제자들과 전시를 함께 연 적이 있었는데, 지역사회와 시민들에게 글이 주는 기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내부에서 사단법인을 만들어 많은 분들이 글을 통해 공감, 위로를 받을 일들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에는 전북 정읍시의 한 갤러리카페에서 초대전을 선보이는 등 작가로도 더욱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김 작가는 “서예가 고정관념과 문자의 한계를 벗어나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발전되기를 고대한다” 면서 “한글서예의 전통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것을 더하는 캘리그래피 작업으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후학 양성도 지속하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더욱 알려가겠다”라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2022 기아챌린지 ECO 프로젝트] 2. 최악의 대폭우·대홍수 사태, 대비책 ‘실행’이 시급하다

기아 AutoLand 화성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기아 ECO 서포터즈’와 친환경 교육 및 프로그램에 나선다. 8월 마지막 주 소개할 팀은 김혜일(24), 이다경(23), 우연주(23), 김지원(21), 손다혜(19) 학생으로 구성된 ‘오블’이다. 이 팀은 최근 발생한 폭우와 관련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최악의 대폭우·대홍수 사태, 대비책 ‘실행’이 시급하다> 제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하 오블 팀이 작성한 글. ■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대폭우 사태 지난 8일,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대폭우 기록을 세운 대홍수 사태가 발생했다. 폭우를 내리는 정체전선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상태인 시기이기에 이번 폭우는 이례적이다. 연쇄적인 이상기후의 징조일까. 폭우의 원인으로는 대기가 정체하는 대규모 기상 현상인 ‘블로킹’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중위도 해상에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고온다습한 공기를 남쪽으로 보내고 있는 가운데 북서쪽의 건조한 공기가 내려와 서로 다른 공기덩이가 충돌하는 경계인 정체전선을 만들어 폭우 계속된 것이다. 피해 또한 막심하다. 행정안전부 안전관리일일상황 대처상황 보고에 따르면 사망자 14명, 실종자 4명, 부상자 23명의 인명 피해가 있었다. 사유시설 총 1만6천57건, 공공시설은 1천482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 시행의 확대가 필요한 대비책 폭우에 대비해 ‘맨홀 추락방지시설’과 ‘침수방지시설’ 설치·확대가 필요하다. ‘맨홀 추락방지시설’은 맨홀 뚜껑 아래 그물이나 철 구조물을 설치해 수압으로 인해 뚜껑이 튕겨 나오더라도 사람이 하수도에 추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침수방지시설’은 여름철 집중호우로 침수우려가 있는 반지하 등에 설치하는 물막이 판으로 탈부착이 가능하며 현재 전국 곳곳에서 설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강우량이 이례적이었을 뿐 사실상 홍수의 패턴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미 제시된 대책들이 실행되지 않았고 이 상태에 머무른다면 홍수 사태는 가까운 미래에 다시 발생할 피해다. 폭우와 홍수에 따른 침수 관리의 변화와 대책의 확대 또한 필요하다. 글·사진=기아 AutoLand 화성 2022년 기아 ECO 서포터즈 ‘오블’ 팀 정리=김은진기자

평범한 시민들의 무대 위 반란…수원시립공연단 '나도 연기를 배우다' 발표회 현장

연극 무대는 신기한 곳이다. 평상시의 ‘나’와 잠시 이별한 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 만나는 기회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 무대에 설 기회가 생겨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들이 더욱 특별하게 빛나는 게 아닐까. 일상을 잠시 접어둔 채 무대로 올라가기를 전혀 주저하지 않는 수원시립공연단 시민아카데미 6기 수료생들의 이야기다. 지난 27일 오후 3시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나도 연기를 배우다’ 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연극을 선보인 사람들은 남녀노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두 달 남짓의 준비 기간이라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한 편의 연극을 온전히 소화해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려왔다. 첫 번째 연극은 우스꽝스러운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극 ‘수업료를 돌려주세요’였다. 실직자 ‘물짱구’가 예전에 졸업했던 학교를 찾아와 제대로 배운 것이 없다며 수업료 반환을 요구하자, 이에 대응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려낸 연극이다.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공연인 만큼 은종훈(교장 역), 이수빈(물리선생 역) 등의 출연진들은 ‘말 맛’을 한껏 살린 대사와 아마추어답지 않은 능수능란한 임기응변으로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어지는 두 번째 공연은 세 편의 연극 ‘기선제압’, ‘생선향기’, ‘트루먼쇼’로 구성된 옴니버스 연극 ‘생선향기’였다. 주변부에 놓인 사회적 약자들의 삶, 서로의 인생을 돌아보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 시간대, 꿈과 현실 등을 오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풀어낸 연극이다. 박복남(어머니 역) 등의 배우들은 세 편에 모두 출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객석을 휘어잡는 학생 배우들의 눈물 연기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날 공연의 백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화기애애한 공연장의 분위기였다. 관객들은 시민 배우들이 대사를 머뭇거릴 때 마다 애정 어린 환호성과 박수로 무대 위 배우들을 격려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신연희씨(64)는 “무대 위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배우들을 보니까 내가 오히려 뿌듯하고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며 “프로 배우들의 연극을 볼 때와 다르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더 보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상호기자

‘공포부터 코미디까지’…끝 여름 관객 사로잡은 영화

무더위가 한 풀 꺾였지만 여전히 더운 공기가 남아있다. 긴 여름의 끝자락,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막바지 더위를 사로 잡을 오싹한 공포 영화부터 가슴 뛰는 청춘 영화, 웃음을 꽃 피우게 할 유쾌한 코미디 영화까지 다양하다. ■ 보이지 않는 ‘그것’이 주는 공포, ‘놉’ ‘겟 아웃’과 ‘어스’로 공포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 조던 필 감독의 신작 ‘놉’이 지난 17일 개봉했다. 미스터리 스릴 공포 영화인 ‘놉’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묘한 현상을 그린 영화다. ‘놉’의 배경은 캘리포니아의 한 말 목장이다. 목장의 주인은 오티스 헤이워드 시니어로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물체에 숨지고 만다. 영화는 그의 자식인 오티스 주니어와 에메랄드 남매가 목장을 물려 받으며 시작된다. 돈을 벌기 위한 남매 앞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영화는 도입부에서 정체 모를 일들로 관객을 긴장시키며 천천히 전개된다. 전개가 느리기 때문에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호기심과 스릴을 동시에 자극하며 그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공포감이 극대화하는 것을 이용,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 어딘가 모자란 킬러, ‘불릿 트레인’ 지난 24일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 ‘불릿 트레인’이 관객 2만9천691명을 동원, 박스오피스 4위에 올랐다. 영화는 운이 없기로 유명한 킬러 ‘레이디버그’가 초고속 열차에 탑승해 의문의 서류 가방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불릿 트레인’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달리는 기차에서 서바이벌을 벌인다는 다소 익숙한 내용이지만 캐릭터의 서사를 장면 사이에 재빠르게 집어넣으며 완성도를 높였다. 실력은 출중하나 다소 모자라게 표현된 킬러들의 성격은 B급 영화에 힘을 더한다. 목숨 따위 안중에도 없는 극악무도한 킬러들이지만 저마다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매력을 보이면서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어쩐지 정이 가는 묘한 감정을 선사한다. ‘존 윅’, ‘데드풀2’ 감독 데이빗 리치가 메가폰을 잡았고 브래드 피트를 비롯해 넷플릭스 ‘키싱 부스’의 조이 킹, 애런 테일러 존슨, 브라이언 타이리 헨리가 출연한다. ■ ‘썸머 필름을 타고!’ 대규모 상업 영화들 속에서 빛을 발하는 독립영화가 있다. 8일 연속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마츠모토 소우시 감독의 ‘썸머 필름을 타고!’다. ‘청춘+로맨스x시대극÷SF’ 영화라고 불린다. 시대극의 마니아이자 영화감독이 꿈인 고교생 ‘맨발’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인 ‘킥보드’, ‘블루하와이’와 팀을 결성한다. 그러면서 미래에서 온 소년 ‘린타로’를 만나게 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 하게 된다. 영화는 각자 개성이 뚜렷한 학교 친구들이 모여 학교 축제에 어울리는 ‘여름 영화’를 만드는 설정에서 청춘 영화의 성격을 가졌지만 ‘린타로’가 미래에서 왔다는 게 증명되며 SF적인 성격을 띄었다가 ‘맨발’과 ‘린타로’가 서로 좋아하게 되자 로맨스적인 성격도 띈다. 순수한 열정으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싱그러운 여름을 다시 느낄 수 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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