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vs 먹을 자유... 끊임없는 ‘개고기 갈등’ [개식용종식법 100일 中]

‘개식용종식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육견 관련 협회와 동물보호단체가 대립각을 세우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한육견협회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등 특별법의 전면 무효화에 나선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개식용을 금지해야 할 뿐 아니라 식용 개 52만 마리의 처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육견협회는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에 ‘개식용종식법’ 관련 위헌확인 헌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특별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와 재산권, 국민의 먹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장은 “육견 농장주들이 생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도 신고를 하고 이행계획서를 내라는 등의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육견 농가에 대한 보상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특별법을 개정해 3년의 유예기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용견과 반려견은 품종과 사육 과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동물보호를 같은 선상에서 논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는 농장을 전·폐업하기 위해선 정부가 개 1마리당 1년 소득을 40만원으로 잡고, 5년간의 손실 비용인 200만원을 보상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농장 면적으로 산정했을 경우 1㎡당 개 2마리를 사육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4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주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직원들과 2주에 1번씩 회의를 하는데도 보상 기준이 나오지 않는다”며 “원하는대로 보상안이 나올 때까지 회원들에게 이행계획서를 내지 말라고 공지했다”고 말했다. 대한육견협회는 현재 회원 600여명을 대상으로 개식용종식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다. 개농장주의 억울한 입장을 강조하고, 법의 효력 정지를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다음 달 초 탄원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계획이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식용 개의 열악한 사육환경 등으로 인한 동물학대, 개는 반려동물이라는 인식 등을 들어 개식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맞선다. 정윤서 코리안독스 사무국장은 “개의 ‘생명’을 담보로 보상해주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며 “축산물위생관리법에 개를 가축으로 규정하지 않아 개의 도살·가공 등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다. 위생 문제도 크기 때문에 개식용은 금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식용 개 52만 마리의 보호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육견 농가의 폐업 시점을 분산시키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52만 마리가 쏟아져 나오면 아무도 감당하지 못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보호 관리할 수 있도록 시간차를 두고, 필요한 시설도 지원해야 한다”며 “조만간 개농장주가 포기하는 개들이 늘어 유기견이 많아질 가능성도 크다. 동물보호단체와 행정기관이 이에 대해서도 시급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

지자체마다 TF 구성했지만… 세부지침 없어 ‘유명무실’ [개식용종식법 100일 中]

개식용종식법이 통과된 이후 전국 지자체들은 ‘개식용 종식 TF(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특별법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그러나 TF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TF 활동이 운영 신고를 독려하는 단순 홍보에 그치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경기도와 31개 시·군, TF 구성 완료 ‘개식용 종식 TF’는 정부와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들에게 관련 신고와 이행계획서를 받고, 실태조사 등을 실시해 개식용 종식을 추진하는 전담조직이다. 특히 개농장을 포함한 개식용 관련 시설의 업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본격적인 처벌이 이뤄지기 전 3년의 유예기간 동안 이들 기관의 전·폐업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한다. 시·군 TF는 최소 5명에서 최대 2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개농장주, 도축·유통업자, 식당 운영자를 관리하는 각각의 부서를 한데 모은 식으로 운영하는데, 개농장주의 경우 동물보호·축산 담당 부서에서 맡고 유통업자와 식당 운영자의 경우 식품·위생 담당 부서에서 맡는 방식이다. 22일 현재 경기도에서는 도를 비롯해 31개 모든 시·군에서 TF 구성을 끝냈다. 도내 시·군 중에서는 여주시(3월7일)가 가장 먼저 TF를 꾸렸고, 군포시가 이날 마지막으로 TF 구성을 마쳤다. ■ 개식용 종식 TF, 세부 지침 없어 ‘유명무실’ 논란 경기도와 시·군에 ‘개식용 종식 TF’가 만들어졌지만,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세부 지침이 없어 이들은 리플렛을 배포하는 등 단순 홍보 활동만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TF 조직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기초지자체의 TF 활동은 ▲경기도, 농림축산식품부의 리플렛·포스터 배부 ▲개식용 종식 관련 현수막 게재 ▲보도자료 배포 ▲공문 등을 통한 관련 서류 제출 독려 등에 머물러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TF 구성·운영에 관한 지침’을 각 지자체에 전달했지만, 지침에는 개식용 업체 관련 부서로 TF를 구성하는 방안과 단순 홍보활동에 관한 지침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다. 특히 경기도를 비롯해 각 기초지자체의 TF는 공식 조직된 별도의 기구로 보기에도 어렵다. 개식용 관련 시설을 담당하던 기존의 부서가 관련 업무를 동일하게 하는 상태로 ‘TF’ 조직으로 묶인 형태라, TF 관련 별도의 사업과 활동이 없는 상태다. A시의 동물복지팀장은 “경기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려온 가이드라인 등이 제대로 없어 시 단위 TF에서 자체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며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접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시의 동물복지팀장 역시 “TF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방향 설정을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며 “자체적으로 개식용 관련 업체의 현황을 조사했다가 농림부의 지적을 받아 그만두기도 했다. 홍보를 제외한 TF 활동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TF 구성이 늦어진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도가 제공하는 홍보용 리플렛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본적인 홍보활동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개식용 관련 시설이 있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서야 할 경기도가 기초 지자체 관리 등에 부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군에 리플렛을 전달하고, 현수막을 보내 홍보를 돕고 있지만 농림부의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아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장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건 지자체이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정책을 적극적인 방식으로 해주길 부탁하고 있다”며 “2주에 1번씩 중앙-지방협의회 영상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공유하고 피드백하고 있으며, TF 운영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메뉴얼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 어르신 한 명 한 명 설득한 ‘서귀포’, 간담회 갖는 ‘충주’ TF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미흡해 경기도와 시·군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타 시·도의 경우 개식용 관련 시설 업주들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지난 2월 개식용 종식 TF를 구성한 뒤 도내 개농장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 현황파악을 마쳤다. 제주도 서귀포시의 TF는 개농장 15곳과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17곳을 찾아가 업주의 고충을 파악하고, 운영 신고와 이행계획서 제출에 대한 안내를 했다. 특히 지난 1, 8일엔 개농장 주인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열어 전·폐업 이행계획서에 담아야 할 내용들을 알리고 제출하도록 독려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공문으로 관련 내용을 알려도 되지만 직접 현장을 방문해 업주들의 어려움을 듣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같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업주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해 업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했고 신고를 모두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충청북도 충주시의 TF 역시 개농장, 개 취급 식품접객업소 업주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지난 15일 개농장주 3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선 운영 신고서와 이행계획서를 작성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현장에서 서류를 배부해 제출을 독려했다. 충주시 관계자는 “농장주 대부분이 고령의 어르신이라는 지역 특성이 있다. 서류를 드리고, 직접 안내해야 받기 수월할 것 같았다”며 “개 마릿수와 면적만 적으면 현장에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식용 종식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음식물쓰레기 감소’ AI푸드스캐너 도입

경기도농수산진흥원(원장 최창수)이 경기도 공공기관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 체계적인 음식물쓰레기 관리에 나섰다. 도 농진원은 비접촉 스캐닝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음식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푸드테크 기술인 ‘AI푸드스캐너’를 구내식당에 도입했다고 21일 밝혔다. AI푸드스캐너는 이용자가 식사 후 식판을 스캔하면 스캐너에 부착된 특수 카메라가 잔반의 양과 부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AI푸드스캐너를 이용해 수집한 개인별 잔반 데이터는 식단을 짜거나 메뉴를 보완할 때 활용되며,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수도 있다. 도 농진원은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 제고 및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AI푸드스캐너 우수 참여자에게 푸드테크 아이디어 상품 등을 제공하는 ‘푸드스캐너 잔반 제로(zero) 캠페인’도 실시할 예정이다. 이 캠페인에는 도 농진원 임직원뿐 아니라 농수산유통센터에 입주한 13개의 기업도 함께 참여한다. 최창수 원장은 “푸드스캐너 잔반 제로 캠페인을 통해 일상에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AI푸드스캐너를 접목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식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 “‘어린이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재탄생”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어린이와 함께하는 모두를 위한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4대 핵심 전략과 20개 실천과제를 선정했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은 지난 18일 박물관 관장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도내 어린이에게 차별없는 문화예술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교육 및 연구기능 활성화 ▲다양한 전시와 쾌적한 관람환경 조성 ▲미래를 준비하는 박물관의 도약 ▲모두에게 열린 플랫폼 구현을 꼽았다. 올해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핵심사업은 ‘상설전시 개편’이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난 2011년 개관할 당시에 조성한 ‘동화 속 보물찾기’,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상설전을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는 3층 상설전시장을 새로운 체험전시로 탈바꿈해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붉은 벽돌 바닥이 깔린 박물관 야외광장을 인조 잔디로 교체해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세계박물관협회(ICOM)에서 정한 올해 주제인 ‘교육 및 연구기능 활성화’에 발맞춰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연구영역을 확대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난 2년간의 관람객 데이터를 분석해 취약계층,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어린이들의 박물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2026년 개관 15주년을 맞아 박물관의 역할과 정의를 재정립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속가능한 고유성과 도덕적 지침을 구축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에 놓여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어린이들의 내면적, 신체적 성장을 돕고 삶의 윤활유가 될 수 있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송문희 관장은 “박물관에 오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미래세대를 이끌어 갈 리더가 될 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성장을 뒷받침 할 수준 높은 전시와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지덕체를 겸비한 인격체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별법 통과 후… 보신탕집 손님 되레 늘었다 [개식용종식법 100일 上]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100일이 됐다. 개는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선진국 위상에 맞는 생명권, 동물권 보호 등이 강조되면서 불거진 ‘개고기’ 논쟁도 특별법 통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가장 많은 개농장과 보신탕 가게가 있는 경기도는 특별법 통과 이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에 기획취재팀은 특별법 통과 후 ‘개고기’를 둘러싼 각종 루머에 대한 팩트를 체크하고, 개식용종식법의 안착을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일명 개식용종식법으로 불리는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1월9일 국회를 통과했다. 특별법은 개를 식용 목적으로 사육·도살·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2027년 2월부터 처벌이 이뤄진다. 지난 2022년 기준 전국에는 1천156곳의 개농장이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으며, 이중 35.7%에 달하는 413곳이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또 보신탕 가게의 경우 전국 1천666곳 중 473곳(28.3%)이 도내에서 영업 중이다. 이 같은 개농장과 보신탕 가게 수는 모두 전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많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특별법 통과 후 개고기를 둘러싼 다양한 루머들이 떠돌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신탕 가게에 오히려 손님이 더 많아졌다 ▲폐업을 준비 중이던 보신탕 가게도 보상 때문에 간판을 유지한다 ▲보상받기 위해 개농장은 더 커지고, 개 번식도 더 빨라진다 등이다. 이에 현장을 직접 찾아 루머의 진위를 확인해 봤다. 먼저 수원, 평택, 광명 등 도내 10개 시·군 35곳의 보신탕 가게 매출 변화를 확인한 결과, 절반 가량인 17곳이 특별법 통과 후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평택의 한 보신탕 가게 주인 A씨는 “특별법이 생기고 나서 오히려 손님이 30%나 늘었다”며 “올해 복날엔 개고기를 평년보다 5배 이상 늘려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왕에 위치한 보신탕 가게 주인 B씨는 “앞으로 못 먹게 된다고 하니 원래 개고기를 먹지 않던 사람들도 경험해 보고 싶어서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는 사실상 개고기를 판매하고 있지 않지만 보상금 때문에 메뉴에 개고기를 유지하고 있는 염소탕 가게 등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원의 한 염소탕 가게 주인 C씨는 “원래 개고기를 판매했지만 갈수록 손님이 줄어 주메뉴를 염소탕으로 바꿨다”며 “폐업까지 고민 중이었는데 정부가 개고기집에 보상을 준다고 하니 혹시 몰라 개고기를 메뉴에서 빼지 않고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개농장의 상황은 어떨까. 김포, 남양주, 화성 등 도내 10개 시·군 31곳의 개농장을 확인해 본 결과, 9곳(29%)이 개를 더 데려와 번식을 빠르게 하는 등 수를 늘리고 있었다. 용인의 한 개농장 주인 D씨는 “마리당 보상을 해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컷 30마리를 사와 개 숫자를 늘리는 중”이라며 “농장을 아들한테 물려주려 했는데 안 되니 최대한 번식시켜 보상금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보상 기준 ‘갈팡질팡’… 현장선 규모 늘리고 버틴다 [개식용종식법 100일 上]

미완성 특별법에 ‘혼란’ 개식용종식법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 지 100일이 지났지만, 정부가 여전히 보상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특별법을 보완할 수 있는 시행령을 시급히 만들어 개식용 산업의 전·폐업을 점검하고 보상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정부, 개식용 금지하며 전업 및 폐업에 대한 지원 약속 개식용종식법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식용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육·증식·유통·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이 같은 벌칙 조항은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에 유예기간을 뒀다. 법이 지난 2월6일 공포됨에 따라 개농장주, 도축·유통상인, 식당 주인 등은 공포일로부터 3개월 이내(5월7일)에 시설의 명칭, 주소, 규모, 운영기간 등을 해당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 또 6개월 이내(8월5일)에는 전·폐업에 대한 계획을 담은 ‘개식용종식 이행계획서’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이 같은 신고와 이행계획서를 제출한 개식용 업체에 대해 전·폐업을 지원한다. 반면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은 개식용 업체는 전·폐업 지원 대상에서 배제될 뿐 아니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거나, 실태조사와 이를 위한 출입을 거부할 경우에도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특히 법이 공포된 날부터 개농장을 비롯해 개를 도살하거나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유통·판매하는 시설을 신규, 추가로 설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 마리당? 면적당?… 불명확한 기준에 현장은 ‘버티고’·‘확대하고’ 법이 공포됐지만 여전히 개식용 관련 업체에 대한 보상 기준이 불명확한 문제가 남아있다. 특별법 11조, 12조엔 각각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전업에 필요한 시설 및 운영자금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지원 방안만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이견이 큰 상황이다. 정부는 개사육 농장, 도축·유통업체, 식당으로 분류해 보상에 나설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개사육 농가의 경우 보상 기준을 마릿수에 둘지, 농장 면적에 따라 보상을 할지를 놓고 정부와 민간단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현재 육견협회는 영업손실의 보상 명목으로 개 한 마리당 2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마리당 보상은 선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보상을 더 받기 위해 개체 수를 늘리는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농장 면적’을 기준으로 보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신탕 가게 역시 ‘매출’로 보상 기준을 정할 지, ‘식당 면적’을 기준으로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함께 법 18조엔 이행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는 등의 6개 사례를 과태료 사항으로 규정했지만, 각 사항에 따른 과태료 금액과 적발 방법 등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불법사항을 규정해 놓으면서도 정작 불법을 단속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기준이 제시될 때까지 최대한 규모를 늘리고, 버틴다는 분위기다. 화성의 한 개농장 주인 A씨는 “괜히 이행계획서를 냈다가 보상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으면 손해 아니냐”며 “보상안이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으면 특별법과 관계없이 앞으로도 계속 개농장을 할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명확해지기 전까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의 한 보신탕 가게 주인 B씨는 “가게 면적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전년도 매출이다 등 각종 소문이 돈다”며 “직원들이 쉬던 빈방까지 모두 테이블로 채워 최대한 손님을 많이 받으려 한다. 일단 매출을 올려놓고 이행계획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상과 관련해 적절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현장에선 재산권만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산에서 개농장을 운영하는 C씨는 “업장을 신고하고 폐업 이행계획서를 내라면서, 어떤 지원을 해줄지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재산권, 기본권만 빼앗기는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정부, 시급히 시행령·시행규칙 만들어야 이처럼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전문가들은 시행령, 시행규칙을 만들어 하루 빨리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법을 공포할 때 시행령, 시행규칙을 통해 세부 규정을 마련한다. 그러나 개식용종식법은 시행령, 시행규칙이 없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법을 공포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시행령, 시행규칙 등으로 법을 빠르게 정비해 예측이 가능해야 국민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는 “개식용 문제는 글로벌 스탠더드 측면에서 종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고, 국민 정서에도 일정 부분 부합하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주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혼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하루빨리 실태조사를 마무리해 단속을 병행하면서 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며 “법을 이행하는 업주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보상 방법을 안내하고, 재취업 서비스를 연계하는 등의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적절한 지원을 하기 위해 육견협회 등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8월께에는 시행규칙이 만들어지고 보상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현장에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준비와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전국 봉화 종착지… ‘수원화성 봉돈’ 불꽃 되살리자 [집중취재]

1796년 9월,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이를 외호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설계했다.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정조가 수원에 자주 머물게 되면서 성 안의 유일한 봉수대인 ‘봉돈(烽墩)’은 남산의 봉수대와 함께 ‘제2의 한양’을 지키는 전국 봉화의 종착지가 됐다. 봉수는 횃불(봉)과 연기(수)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전통시대의 통신제도다. 높은 산에 올라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그 신호를 알렸다. 평상시엔 1개의 봉수가 피어올라 나라의 안녕(安寧)을 상징했다. 적국이 국경 가까이 나타나면 2개가 올라 위급함을 알렸고, 국경에 이르면 3개, 침범 시 4개, 전투를 시작했을 땐 5개의 봉수가 모두 올랐다. ‘육지’에선 부산 동래 다대포에서 피어오른 불이 용인 건지산과 석성산을 거쳐 수원으로, ‘바다’에선 전라도 순천의 횃불이 안성 흥천대에서 서봉산을 통해 시속 100㎞로 달려와 봉돈의 불을 밝혔다. 이렇게 전국의 횃불이 수원까지 모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남짓.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전국에서 쏘아올린 ‘이상 없음’을 뜻하는 1개의 봉수가 봉돈에 도착해 어김없이 행궁을 비췄고, 이를 본 백성들은 무사히 두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봉돈은 지금도 수원화성의 동이포루와 동이치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봉수대가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산 정상에 있는 것과 다르게 봉돈은 행궁을 마주보기 위해 유일하게 성벽에 맞물려 성곽 중간에 만들어졌다. 20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벽돌을 쌓아 올려 정교하게 지어진 예술적 특징은 여전하다. 이러한 ‘봉돈’은 1896년까지 100년간 불을 밝혔지만 왜구의 침입 가능성이 적어지고 전신(電信)이 생기면서 불이 꺼졌다. 1971년부터 2단계의 복원정비사업을 거쳐 보존됐으나 그 가치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수원화성이 경기도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봉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새로운 콘텐츠 요소로 ‘봉돈’을 재조명해 화성을 더욱 알리고,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해득 한신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 전국엔 650개의 봉수대가 있었지만 종착지로서의 봉수는 남산과 화성 단 2곳 뿐이었다”며 “봉돈의 건축 특징, 가치 등을 알리는 것은 역사문화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판박이 관광사업… 관광객 발길 ‘뚝’ [집중취재]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관광특화사업이 수년째 정체되면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안팎에선 수원화성의 성곽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수원화성의 관광객은 지난해 103만901명으로, 지난 2016년(166만9천847명)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만6천648명에서 4만796명으로 72%나 대폭 줄었다. 관광객이 7년째 꾸준히 줄고 있지만, 수원화성의 관광 사업은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행궁동 왕의 골목여행·국궁장 등 관광체험시설·화성어차 탑승 등의 관광사업이 수년 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화홍문 등에 미디어아트쇼를 추진하는 사업이 만들어진 정도다. 특히 1979년 수원시가 화성의 성곽을 모두 복원해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곽을 홍보, 활용한 관광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수원화성을 다녀간 관광객 홍기배씨(75)는 “중학생인 손자와 수원화성에 왔다가 ‘왜 봉수대가 아닌 봉돈이라고 부르느냐’, ‘봉돈에 왜 연기나 불이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들었다”라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곽, 봉돈을 그대로 놔두기 보다, 실제 연기를 피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불꽃 모양의 전등 등을 달아 밤에 멀리서도 환하게 보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원화성만의 시그니처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수대를 활용한 관광사업이 활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수원 봉돈과 함께 전국 봉수의 집결지이던 ‘남산’ 봉수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12시에 연기를 피운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 중 하나로 1구의 봉수대에 10분간 연기를 피워 봉수대의 역할을 알리고, 남산을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강릉시 역시 지난해 9월 ‘소동산’ 봉수대에서 거화의식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봉수의 면모를 재현해 홍보에 전념할 계획을 세웠다. 안국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큰 규모로 하기 때문에 봉돈에도 불꽃을 피워 능행차와 맞물려 홍보하고, 세계적인 문화 관광 이벤트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곽이 보존돼 있지만, 성곽에 대한 홍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봉돈의 역할과 기능, 성곽에서의 신호 체계, 성곽의 기능 등 교육하고 홍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케팅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 만큼 시설물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수원화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봉돈을 이용한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시민의 손으로 쌓아올린 기적”... 소녀상, 평화를 새기다

1940년대 어느 날, “방앗간 앞으로 몇 살부터 몇 살까지 여자 아이들은 다 모여라”라는 방송이 울려 퍼졌다. 열 네 살 소녀 순이 역시 엄마 손을 붙잡고 방앗간 앞으로 모였다. 쌀가마를 재는 저울에 마을 여성들이 한 명씩 올라섰고, 일정 몸무게가 넘은 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트럭에 올라탔다. 11세부터 27세까지 여성들은 이유도 모른 채, 아는 이 하나 없는 땅에 끌려가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전쟁이 끝나자 일본군은 여성들을 버리고 도망쳤다. 무작정 걷던 순이는 우연히 광복군을 만난 꿈에 그리던 복사골 집으로, 가족의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안점순’이다. 1991년 8월14일 김학순 할머니가 국내 최초로 공식석상에 나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증언을 했다. 위안부 문제가 피해 당사자의 입을 통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막내 조카가 안점순 할머니를 피해자로 신고하고, 조카를 따라 수원에 내려온 뒤에도 할머니는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 지원단체가 끊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열네 살의 기억에서 60여년이 지난 용기의 발걸음은 마침내 2002년 75세의 나이에 안점순이라는 이름으로 그녀를 세상에 나오게 만들었다. ■ 가장 취약한 존재였던 ‘소녀’의 날갯짓…‘수원시민’과 만나다 안점순 할머니, 용담 선생은 그때부터 강인한 인권 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UN 인권위원회 여성폭력문제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제출하며 ILO(국제노동기구)의 국제심포지엄에도 참여했다. 2015년 한일합의 무효의 의지로 위로금 수령을 거부하기도 했다. 할머니의 활동은 수원 시민에게 큰 감명을 남겼다. 2014년 3월 오로지 수원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수원평화비건립추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평화의 소녀상’으로도 불리우는 ‘평화비’는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전시 성폭력의 비극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 속 국내와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은 오롯이 시민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특별함을 갖는다. 수원지역의 어린 학생들은 천원부터 만원까지 주머닛 속 꼬깃꼬깃하지만 소중한 마음을 내밀었다. 그렇게 건립기금 7천여만원이 모여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됐다. 이를 계기로 ‘수원평화나비’가 창립되고 매월 첫번째 수요일마다 평화비 앞에서 ‘수원 수요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안점순 할머니와 수원시민, 평화나비 그리고 수원시의 노력은 끝나지 않았다. 2016년 수원시는 자매결연을 맺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했고, 이때 역시 수원시민의 정성이 담긴 모금이 이뤄졌다. 일본의 방해로 무산됐지만 2017년 독일 중남부 레겐스부르크 인근 네팔 히말라야 파비용 공원에 ‘순이’라는 이름의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질 수 있었다. 이듬해인 2018년 안점순 할머니는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며 영면에 들었다. 할머니를 기억하며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는 순이가 열네 살의 나이에 올라야 했던 저울을 포함해 할머니의 시간과 여러 위안부 피해 생존자들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기억의 방’이 자리하고 있다. ■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나비의 작은 날개짓, 연대의 바람으로’ 지난 15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개막한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전시회’는 안점순 할머니와 수원시민이 함께한 따뜻하면서도 강력한 연대의 시간과,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의 기록을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기억의 방’ 바로 위에 위치해있다. 전시에서는 2014년 수원 평화의 소녀상이 처음 만들어지던 때, 2017년 독일에 ‘순이’가 만들어지던 환희의 순간 등을 만날 수 있다. 사진 속에는 평화비가 건립되기까지 안점순 할머니 등 어르신들과 이들 곁을 지킨 어린 청소년부터 청년, 학부모 단체 등 수많은 시민의 기쁨의 발자취가 담겨 있다. 수원여성회, 수원청년포럼, 수원청소년인권센터, 수원시안경사회, 수원참교육학부모회 등 숱한 시민단체가 그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와 함께 수요문화제, 수요집회(수요시위) 등의 발자취도 볼 수 있다. 역사 기록물도 만나볼 수 있다. 야지마 츠카사 작가는 일본 와세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아사히 신문의 사진기자 출신이자 2003년부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전시에는 일제에 의해 중국내 위안소로 동원된 후 해방 후에도 고향으로 귀국하지 못한 네 명의 할머니와 당시 중국에서 위안부 건물로 사용됐던 실제 건물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작품이 전시돼 있다. ■ 제국주의의 유린, ‘인권’에 관한 이야기 가해국 일본의 남성이 위안부 문제에 이토록 관심을 갖고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이유에 대해 그는 “위안부는 ‘인권의 문제’라는 공통된 시각을 갖는다”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은 조선인뿐만이 아니다. 중국,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일본 제국의 손이 닿는 수많은 아시아 태평양 식민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인권문제이자 전쟁범죄다. 야지마 츠카사 작가는 “역사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있다”며 “역사는 기억과 계승이 중요하다. 피해 당사자 중심에서 정확히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이 사람들의 얼굴, 이름 하나하나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그가 만난 이들이 담긴 사진 작품에는 만주 공장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소개에 속아 18세에 중국으로 끌려간 리수단 할머니,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을 돕기 위해 음식점서 일하다 직업소개소에 의해 팔려간 박서운 할머니 등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이 털어놓은 사연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타지로 끌려갈 수밖에 없던 소녀들의 안타까운 시간을 만날 수 있다. ■ 잊지 말아야 할 기억과 평화의 연대 이날 개막식에 참여한 김희경 수원여성회 공동대표는 “평화비는 전쟁범죄를 드러내는 가장 아름답고도 강렬한 저항”이라며 “가장 취약한 존재였던 소녀들에게서 평화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되듯 위안부 문제도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는 전쟁에도 연대의 마음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념전시회는 수원시가족여성회관에서 다음달 4일까지 이어지며 광교홍재도서관(4.22~4.28), 수원시청로비(4.29~5.3), 호매실도서관(4.14~4.21) 등 3곳에서도 동시에 열린다. 수원 평화의 소녀상 건립 1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시민의 손으로 수원에 평화비가 세워진 지 10년을 기념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1일 진행된 ‘갑진년 삼월일일, 내가 안점순이다! 내가 임면수다!’ 공연에 이어 5월1일에는 제85차 수요문화제 및 수원평화의 소녀상 건립10주년 기념식이 수원평화비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음달부터 10월까지는 ‘기억의 방’ 견학 및 학교와 현장 강의 등 인권 교육이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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