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2024년 경기도 장애예술 통합 지원’ 공모사업 추진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장애예술인의 예술적 역량을 확장하고자 ‘2024년 경기도 장애예술 통합 지원’ 공모사업을 한다. 이번 공모를 통해 장애예술인에게 더 많은 활동 기회를 제공, 장애예술인이 폭 넓은 분야에서 전문예술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공모는 약 8억4천만원 규모로 ▲장애(예술)인 전문예술 활동지원 ▲AI(인공지능) 활용 장애예술 활동지원 2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장애(예술)인 전문예술 활동지원’은 장애예술인과 단체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난해 장애예술인 전문예술교육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지원대상은 단체와 개인이며 단체는 기초과정과 심화과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올해는 공연, 시각, 문학 뿐 아니라 영화, 연예, 사진, 만화 등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에서 정의하는 장르 전체를 포괄해 지원한다. 선정 이후 역량강화 프로그램 및 워크숍 등이 열린다. ‘AI활용 장애예술 활동지원’은 도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AI 기술을 활용한 예술교육 및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S)을 통해 오는 19일까지 접수하며, 경기예술인지원센터에서도 현장 접수한다.

청소년에게 위로 건네는 김애란 작가 [경기 작가를 만나다 ②]

김애란 작가의 책에는 우리 곁에 있으나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아이들이 나온다. 여러 곳에서 소외받은 아이들, 상처받은 아이들, 하지만 자신의 현실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 꾸며 비상하는 아이들, 자신의 운명을 바꿔 나가고 자신과 친구, 세상을 사랑하는 아이들, 특출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는 아이들. 초봄의 어느 날, 그의 자택 인근에 위치한 용인 기흥도서관에서 만난 김 작가는 조용조용한 말투로 하지만 묵직하게 말했다.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에도 쉽지 않은 분야이지만, 누군가에겐 필요한 이야기일 거라 생각해요. 필요한 사람의 손에 책이 가닿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꾸준히 쓴 것 같아요. 앞으로도 쭉 아이들의 들여다 보고, 위로하고 응원할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김애란 작가는 1993년 ‘시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인으로 활동한 그의 작가로서의 삶은 자녀들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20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돼 동시를 쓰다가 아이들이 어릴 땐 동화를 썼고,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땐 청소년 시와 소설을 썼다. “처음엔 시를 배우러 다녔는데, 결혼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동시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고 배우기도 하고 그냥 좋아해 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주부로서의 삶을 살며 글을 쓰기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릴 땐 벅차고 너무나 힘들었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여겼다. 가족들이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면 그 옆의 테이블에 앉아 글을 썼고, 아이가 잠들면 그때 짬을 내 또 글과 마주했다. 잠을 줄여 글을 읽고 눈을 뜨면 또 썼다. 청소년 소설 ‘꿈꾸는 학교☆진로를 부탁해(2023)’, ‘수상한 연애담(2021)’, 청소년 시집 ‘난 학교에서 기적을 만났습니다(2022)’, ‘보란 듯이 걸었다(2019)’, ‘난 학교 밖 아이(2017)’, ‘멧돼지가 쿵쿵 호박이 둥둥(2015)’, ‘엄마를 돌려줘(2012)’, ‘일어나(2011)’, 동시 ‘아빠와 숨바꼭질(2010)’ 등 어린이, 청소년들의 이야기와 공감, 희망을 담은 책들은 그렇게 탄생했다. 청소년 이야기를 처음으로 담은 작품은 시집 ‘난 학교 밖 아이’(창비교육)다. 학교 폭력, 질병, 가정 폭력과 빈곤, 친구 관계 등으로 고통을 겪다 학교를 떠난, 학생이 아닌 청소년들의 아픔과 위로의 목소리를 시집으로 담아냈다. 책은 작가의 시골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며 학교를 그만둔 김 작가의 둘째 자녀와 그가 직접 겪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후 김 작가의 시선은 줄곧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 일하는 아이들에게 향했다.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고, 또 청소년지원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상상도 못할 정도의 상황 처한 아이들”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당시 이런 문제들을 시나 소설로 풀어내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 써야 할 글은 더욱 명확해졌다.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사회적으로도 공론화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어요. 앞으로도 아마 쭉 그럴 것 같아요. 아직 우리 사회엔 자신의 의지가 아닌 가정의 붕괴나 사회 시스템의 부재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거든요.” 경기문화재단의 ‘2023 경기 문학작가 확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돼 지원받은 ‘열여덟 어른(가제)’(창비교육)엔 현재 사회의 문제로 떠오른 가족돌봄청년, 자립 준비 청년, 청소년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틀을 벗어나 ‘날개 달린 언어’를 쓰기 위해 잠시 숨 고르기 중이라는 김 작가는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겪을 만한 이야기, 청소년들이 공감할 이야기를 써내려 갈 예정이다. 청소년들이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따뜻한 연대 속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그들이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청소년 소설이 대중성이 약하고, 한국 문학 시장이 어렵지만 늘 그랬듯 글을 쓰며 호흡하고, 누군가에게 위로와 희망을, 공감과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특히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그 위로가 닿는다면 정말 좋겠네요.”

초록우산, 시흥교육지원청과 이주배경아동 한국 적응 위한 ‘한국어공유학교’ 개교

이주배경 아동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을 마련하는 시흥시 최초의 ‘한국어공유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는 8일 경기도교육청, 시흥시교육지원청 관계자와 아동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흥시 정왕동의 ‘초록우산 시흥한국어공유학교’ 개교 및 입학식을 진행했다. ‘한국어공유학교’는 초록우산과 경기도교육청의 지역교육 협력 플랫폼이다. 중도입국으로 한국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언어 및 기초교과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 이주배경 아동의 초기 적응을 돕고 공교육 공백을 해소하는 사업이다. 이날 입학식에는 학생들의 한국사회 적응을 응원하는 ‘웰컴키트’ 전달식과 입학생 아동의 소감 발표 및 현판 제막식 등 개교를 축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채열희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교육국장은 “시흥은 다문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 초기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이 크다”며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원규 초록우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소장은 “중도입국 이주배경 아동들은 언어적 어려움으로 기초 교육과정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초록우산 시흥한국어공유학교와 같은 민관 협력으로 사각지대 해소 및 아동 학습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 누구나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청 가능

올해부터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면 누구나 ‘응급안전안심서비스’ 신청을 할 수 있다. 가정 내 고립으로 인한 응급상황 노출 및 대응의 어려움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의 독거노인·장애인 응급안전안심서비스는 ‘노인(65세 이상의 독거 또는 2인 가구 및 조손 가구)’과 ‘장애인(장애인 활동지원 수급자)’ 가정 내 화재나 응급호출 및 장시간 쓰러짐 등을 감지·신고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장비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집 안에 설치된 장비는 ▲화재 감지 ▲응급 호출 ▲활동량 감지 등을 119 및 응급관리요원에 연락해 신속한 구조·구급을 지원한다. 복지부 등은 지난해 약 24만 가구에 기기를 설치해, 냄비를 태우는 등 화재 사고를 119에 곧바로 신고하거나 화장실에 쓰러진 노인을 발견하는 등 15만5천여 건의 응급상황에 대응한 바 있다. 기존에는 노인의 경우 65세 이상의 홀로 지내는 노인에게 서비스가 제공됐으나 노인 부부 가구 중 건강상의 어려움을 겪는 가구, 고령의 부모를 노인인 자녀가 돌보는 2인 가구, 또는 손자녀와 노인이 함께 사는 가구 등에서 서비스 수요가 높았다. 이에 올해부터는 서비스 대상자의 독거노인에 관한 소득 기준을 폐지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지침이 개정됐다. 신청은 가까운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나 노인복지관 등에 본인 또는 가족이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 구석기 체험 ‘1박2일, 가족캠프’, ‘전곡리안의 하루’ 개최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은 이달부터 박물관 대표 캠프 프로그램 ‘1박2일, 구석기 가족캠프’와 주말 상설체험인 ‘전곡리안의 하루’를 운영한다. ‘1박2일, 구석기 가족캠프’는 가족 단위 참여자를 대상으로 토요일 낮부터 일요일 오전까지 1박 2일에 걸쳐 선사문화에 대한 다양한 체험을 제공한다. 박물관의 전문가와 함께 선사시대의 의식주를 모두 직접 경험하고 선사시대 막집짓기부터 구석기 도구 만들기, 석기로 고기 자르기, 한밤의 박물관·동굴벽화 투어, 선사시대 사냥과 채집체험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캠프에 사용되는 텐트와 침낭 등 취침도구와 체험에 필요한 각종 도구도 박물관에서 제공한다. 별도의 캠핑 장비가 없어도 어린이 등 가족 단위가 참여하기 좋다. ‘1박2일, 구석기 가족캠프’는 이번 상반기에 총 2회 운영하며 1차는 4월 20~21일, 2차는 4월 27~28일에 진행한다. 참가비는 4인가족(최소기준) 기준 12만원이며, 안전한 진행을 위해 다섯 가족을 모집한다. 접수는 지난 5일 1차 온라인 신청에 이어 12일에 경기문화재단 예약포털인 ‘지지씨멤버스’에서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전곡리안의 하루’는 주말이나 휴일에 경기북부를 방문했으나 다른 박물관의 교육과 체험을 놓친 관람객들을 위해 마련한 유료 상설체험 프로그램이다. 관람객들은 주말과 휴일 오전 11시~오후 4시까지 언제든지 체험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체험으로는 선사문화의 핵심인 불피우기에서 석기사용 체험을 비롯해 격주 단위로 막집짓기와 사냥체험도 진행된다. 별도 예약없이 4인가족(최소기준) 9천원으로 현장 결제 후 참여 가능하다. 두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전곡선사박물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집이 서점이 된 사연... ‘책방 옥상에 앉아’

2021년 의정부시 신곡 1동 주택가에 오픈한 ‘책방 옥상에 앉아’는 책방지기 황소연씨가 20년 넘게 살아온 집이었다. 황씨는 책방 오픈을 준비하며 장소를 고민하던 중 학창시절을 보낸 의정부를 떠나 다른 곳에서 운영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고 의정부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공간인 ‘우리집’ 옥상에 책방을 차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집이 서점이 된 사연 ‘책방 옥상에 앉아’는 2022년까지는 가족들이 아래층에 살았다. 옥탑방과 옥상 공간을 책방으로 꾸려 운영했는데 지난해 초 이사를 하면서 아래층까지 책방 공간을 확장했다. 집에서 책방을 열겠다고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픈 초반에는 의정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독립서점이 드물었고 집 주변이 상권 형성도 안 돼 있는 동네라 아무도 안 찾아오면 어떡하나 불안한 마음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물건을 사고파는 상점을 넘어 동네 사랑방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책방 옥상에 앉아’를 구성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 ‘책방 옥상에 앉아’에는 여성, 환경, 가족, 관계, 예술, 철학 등 여섯 가지 북 키워드가 있다. 이 키워드들이 ‘책방 옥상에 앉아’의 특징이자 큐레이션 기준이 되기도 한다. 황씨는 ‘여성’ 키워드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페미니즘은 모든 폭력에 저항하는 것이다’에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의 삶뿐 아니라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일상에 질문을 던지는 책을 찾는다. ‘환경’에서는 환경 문제, 차별과 오염 문제, 사회제도의 모순 등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시해 보다 다층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도와줄 책을 고르고 있다. ‘가족’은 가족 구성원의 존재를 존중하고 다양한 가족관계와 형태가 있음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소개하고 있으며 ‘관계’ 키워드에서는 나, 자아, 타인, 세상과의 접점을 발견하고 관계의 힘으로 우리 마음을 위로하는 책을 소개한다. ‘예술’ 키워드에서는 반복되는 일상에 무뎌진 우리의 감성을 말랑말랑하게 해 줄 감각적인 책과 예술 이론서를 소개하고 끝으로 ‘철학’은 우리 모두가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철학적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철학자가 되길 소망하며 사유의 깊이를 더해줄 도서와 철학서를 소개한다. 황씨는 “이런 가치들에 중점을 두되 그림책, 문학, 에세이, 이론서 등 일반 서적도 큐레이션하고 있다”면서 “주제를 정해 큐레이션 글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는 등 고객들이 선택의 범위를 넓히도록 노력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모습의 ‘책방 옥상에 앉아’. ‘책방 옥상에 앉아’에서는 오픈 첫해부터 최근까지 직접 기획하거나 공간만 제공하는 형태로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책방 공간이 여러 사람의 기획에 따라 변화되는 것이 재미있고 의미도 있었다고. 황씨는 “2024년에는 책방 공간도 확장된 만큼 다양한 분들과 다채로운 모습으로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한다. 한편 황씨는 2023년을 마무리하며 12월 한 달간 도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어느덧 책방 운영 3년 차로 시간이 흐른 만큼 서가에 책도 쌓인 것.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서가를 가볍게 비우고 2024년에는 더 좋은 책들로 서가를 가득 채우겠다는 다짐이었다. 책방 옥상에 언제든 올라 오세요! 앞서 말했듯 의정부는 황소연씨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으로 이런저런 불만도 많지만 그만큼 애정도 깊은 도시다. ‘책방 옥상에 앉아’가 “누군가에게 편안한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한다. 삶의 흐름에 발맞춰가기 숨 가쁠 때 ‘책방 옥상에 앉아’에서 느리게 머물러 보시길.

'오늘도 쓰레기 잘 버리셨나요?' 환경인플루언서 홍다경 [인터뷰]

1997년생 환경인플루언서 홍다경씨는 매일이 바쁘다. 불러주는 곳은 없어도 찾아갈 곳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어떻게든 환경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이 하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책도 쓰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열심이다. 개인 유튜브 채널 ‘청년환경운동가 홍다경’도 운영하며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진정한 환경 ‘인플루언서’가 되길 꿈꾼다. 환경과 나, 운명인가? 청년동아리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이하 지지배)의 대표이자 환경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홍다경씨의 환경 사랑은 2016년 뉴질랜드에서부터 시작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지구시민 발런티어(봉사활동)를 위해 떠난 뉴질랜드는 초원과 바다가 넓게 펼쳐진,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나라였다. 그러나 환상은 곧 깨졌다.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현지 주방장이 음식물과 일반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버리는 모습을 목격했어요. 온갖 보디랭귀지를 섞어 가면서 왜 분리하지 않는지 물었는데 그 사람의 답을 듣고 잠시 멍해졌죠.” 주방장은 “이렇게 버리면 바다로 간다”고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홍씨는 ‘쓰레기를 바다로 버리는’ 현장을 본 것에 충격을 받았다. 현지 주방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뉴질랜드에서는 여태껏 쓰레기를 바다에 버리고 있었겠구나’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1년간의 뉴질랜드 생활을 마치고 홍씨는 대구에 사는 부모님을 떠나 서울에 자리 잡았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는데 마침 발견한 서울시 청년 일자리 공공근로에 지원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번 운명처럼 환경과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저에게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청소 일이 배정됐어요. 보통 공공근로 청년들은 주민센터 단순 사무보조나 민원 안내 업무를 하는데 말이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어르신 근로자 한 분과 함께 200여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을 청소했습니다. 몸은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공부가 됐어요. 회사에서는 분리배출을 어떻게 하는지도 알게 됐고, 청소 직원이 열심히 쓰레기를 분리해도 선별장 수거 과정에서 다시 섞인다는 것도요. 쓰레기가 제대로 버려지려면 개개인 모두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쓰레기 만들지 마세요! 2018년 중국에서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전 세계 재활용 시스템이 큰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 역시 ‘쓰레기 대란’ 사태가 벌어졌고 그제야 정부와 시민들은 쓰레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지지배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지속적으로 환경운동에 목소리를 내오던 홍씨도 문득 ‘내가 분리해 내놓은 재활용 쓰레기가 제대로 재활용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전국의 쓰레기 선별장, 소각장, 매립지 현장에 가보기로 했다. 혼자서. “선별장, 소각장, 매립지는 대부분 사람들이 살지 않는 외곽 지역이 많아 대중교통으로 가는 건 한계가 있겠더라고요. 급한 대로 부모님과 가기도 하고, 차가 있는 친구와 움직이기도 했어요. 또 지지배 활동에 관심을 갖고 계시던 분들, 저의 이야기를 들은 선별장 사장님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달 정도 각 지역의 재활용 선별장과 매립지를 돌아다녔습니다.” 홍씨는 더운 여름 전국의 쓰레기장을 찾아다니며 분리배출의 중요성과 자원순환의 필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나 최고의 대안은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쓰레기를 잘 분리해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쓰레기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어요. 그러기 위해선 소비 형태도 바뀌어야 하고요. 최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리사이클링 및 업사이클링 제품을 쓰거나 제로웨이스트숍도 더 늘어야 하고요. 무엇보다 이러한 제품이나 가게가 많아지도록 대기업의 관심과 참여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선거 마무리는 수거’ 최근 홍씨의 관심사는 선거 공보물과 현수막이다. 2022년 6월 있었던 지방선거 때부터 ‘선거 마무리는 수거’라는 타이틀을 갖고 선거운동 때 발생하는 폐기물을 잘 처리하도록 당사자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있다. 그중 첫 행보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당사자들의 공보물을 보내는 일이었다.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전국 후보자들이 뿌렸던 명함, 전단 등 공보물 1200여장을 수거했어요. 함께 활동하는 지지배 회원들과 하나하나 분류해 그해 연말 43명의 당사자들에게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그중 소수 정당 두 곳에서 ‘쓰레기 없는 선거 만들겠다’는 답변이 왔죠. 아직 반응은 미미하지만 ‘제로웨이스트 선거운동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할 계획입니다.” 홍씨와 함께 지지배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원종준씨가 주도한 이 캠페인의 골자로는 현수막 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제276조 현 ‘지체없이’를 ‘3일 이내’로 개정해 철거 의무화를 강화하고 유권자로 하여금 공보물 받는 형식을 지금처럼 종이로 받을지 온라인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이 사안에 대해 저희의 최종 목표는 입법을 통해 법이 바뀌고 친환경 선거가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시군구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일 후 현수막 미철거 단속 소홀에 대한 감사청구 연명서’를 감사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고요. 저희의 작은 목소리가 4월에 있을 총선 후를 조금이라도 바꾸길 기대합니다.” 홍씨는 “최근 환경 관련 콘텐츠가 많아지고 관심이 늘면서 오히려 시민들은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환경 문제가 익숙해지고 그만큼 피로감이 커졌다는 것. 지지배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플로깅 등 쓰레기 줍기 모임에도 20~30명씩 참여하던 인원이 요즘엔 10명 남짓으로 줄었다. “환경이야기가 피곤하고 듣고 싶지 않아진 탓이겠죠. 그런데 이런 때일수록 개개인이 더욱 관심을 갖고 힘을 내야 합니다. 현재가 힘들어 외면할수록 앞으로 기후위기는 더 심각해지고 삶의 질도 더욱 떨어질 테니까요. 저 역시 현실이 불안하기만 한 청년 환경운동가이지만 끝까지 버티겠습니다.”

오롯이 음악과 하나되는 시간, 의정부음악도서관

‘당신이 절대적으로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도서관 위치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다. 경기도 최초 도립도서관인 경기도서관이 2024년 12월 준공될 예정인 가운데 막상 우리 가까이에 있는 ‘동네’ 도서관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반세기 동안 군사도시 역할을 수행한 의정부시가 ‘책 읽는 도시’로 변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을 시작으로 우리 주변의 도서관과 그 지역의 특색 있는 독립서점을 소개한다. 군사도시에서 문화도시로의 전환, 의정부음악도서관 “우리 집 가까이에도 음악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 “근처 사는 주민들이 정말 부러운 시간이었다” 등 의정부음악도서관을 다녀간 방문객들의 리뷰는 대부분 칭찬과 부러움의 글이다. 2021년 6월 3일 개관한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연면적 1천691.27㎡, 지상 3층 규모로 도서 9천571권, CD 6천519점, LP 1천288점, DVD 1천55점, 악보 3천170점 등 다양한 음악 자료를 시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의정부시가 특화도서관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정부시는 의정부정보도서관을 건립하면서 명칭에 걸맞은 전자태그(RFID) 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공공도서관을 개관했다. 2007년에는 과학도서관과 의정부어린이도서관을 오픈하며 공공도서관 3개 관과 시에서 직영하는 도서관 14개소를 하나로 통합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2008년부터는 직영 17개 도서관을 하나의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는 상호대차서비스를 시작했다. 이후 45만 인구 대비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의정부시는 2010년 도서관 확충 사업을 시의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 여기에 반세기 동안 군사도시의 역할을 수행한 의정부시의 이미지를 탈피할 만한 문화시설 확충이 필요하 다는 판단이 더해졌다. 이에 의정부시는 2015년 지금의 부지에 도서관 건립 계획을 수립하고 2017년까지 3회에 걸쳐 인근 시민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도서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민들의 선호도와 지역적 여건 등을 고려해 음악 분야 특성화 도서관 건립을 결정했는데 이는 기존의 의정부음악극축제와 블랙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의정부만의 음악적 문화 자산을 확장·재해석한 의미도 담겨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 중에서도 ‘블랙뮤직’을 모티브로 공간을 디자인했다. 블랙뮤직이란 재즈, 블루스, 가스펠, 솔(soul), 리듬 앤드 블루스(R&B), 힙합 등 20세기 이후 서양 대중음악의 원천이 되는 장르를 통틀어 일컫는 말로 미군부대 주둔의 영향으로 자리 잡은 문화를 의정부시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음악을 읽고, 듣고, 체험하다 의정부음악도서관에 들어서면 1층 정면에 팝, 케이팝, 재즈, 힙합 관련 음반과 서적이 진열돼 있어 음악도서관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1층 북스테이지는 일반도서, 어린이도서, 음악전문도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비치해 가족이 함께 같은 층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꾸몄다. 이 모든 공간에 구획을 나누지 않아 경계 없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한쪽에 비치된 그랜드피아노를 활용해 1층은 소규모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M층은 1층 천장이 뚫려 있는 메자닌(Mezzanine) 구조의 중층으로 음악 입문자와 연주자를 위해 악기별로 나눠 놓은 악보 코너가 가장 핵심이다. 이곳엔 난이도별로 다양한 악보가 구비돼 있으며 독주 악기를 위한 악보 외에도 오케스트라 총보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악보들이 마련돼 있다. 악보 외에도 음악에 관한 고전문학, 시, 매거진 자료가 있으며 M층 벽면 미디어 월에는 20회를 넘은 ‘의정부음악극축제’와 3년째 개최하고 있는 ‘블랙뮤직 페스티벌’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모두 디지털화해 보관하고 있다. 3층 뮤직스테이지는 의정부음악도서관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뮤직홀은 스타인웨이 앤드 선즈(Steinway&Sons)의 자동 연주 피아노 스피리오(Sprio) 모델이 들어서 있는 공연장이다. 마침 취재 당일 매달 1회 진행하고 있는 ‘사서와 함께하는 도서관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뮤직홀의 고품질 음향을 경험하도록 음악이 극대화된 영화와 연주를 체험할 수 있었다. 도서관 투어가 없는 날에도 이곳은 상시 열려 있으며 매일 오후 1시간씩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통해 자동연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오디오룸은 보다 온전히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오디오 기기와 스피커가 설치돼 있어 최적의 환경에서 영상과 음악을 즐길 수 있다. 스튜디오 A는 큐베이스프로 등 작곡 프로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스튜디오 B에서는 연주하는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사일런스 기능이 있는 야마하 업라이트를 치고 싶은 순간 언제든 칠 수 있다. 보통의 공공도서관이 이러한 공간을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는 것에 반해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예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음악감상 동아리, 실내악 연주 모임, 시니어 합창단 등 시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할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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