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농대

1907년 수원고등농림학교로 개교한 서울농생명대학이 2003년 서울 관악캠퍼스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서울농대 혹은 농대로 불리던 수원의 토착 지명이었다. 1980년대 농대 뒤편은 청춘들의 데이트 장소인 푸른지대라는 딸기밭으로 유명했다. 수강생들과 스케치를 왔다. 이곳저곳 스케치 소재를 찾다가 이 멋진 공간을 보석처럼 발견했다. 붉은 벽돌의 박물관 건물과 창업지원센터의 화려한 색채가 뭉게구름을 띄워 놓은 푸른 하늘과 대비를 이룬다. 무엇보다 건물 사이를 연결한 통로는 마치 서태후가 거닐던 이화원의 장랑을 연상케 하는 작지만 멋진 회랑이다. 다만 창업지원센터 1동은 모든 건물이 리모델링 돼 안타깝다. 남아 있는 현관의 고색 원형이 아쉬움을 더한다. 농대 앞 천변의 수양버들이 다 잘려 나간 것처럼 인간에 의해 변형되는 환경 파괴가 너무나 무섭다.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고목들이 원시림처럼 무성하고 느낌 있는 카페도 멋진 공원을 이루고 있다. 이곳은 2019년 아트경기 때 전시작가로도 왔고 경기민예총의 장승깎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상상캠퍼스 앞마당에서 나무를 깎기도 했던 곳이다. 무엇이고 목적을 가지고 와 한곳만 바라보던 것과 장소만 생각하며 아름다움을 찾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듯하다. 마치 공동의 일로 만난 사람의 외양보다 데이트 상대로 정중히 만난 사람의 내면에서 비로소 깊은 속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다시 몇 년이 흐르고 이곳은 또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추억은 효모 같은 것. 삶이 장독의 메주처럼, 사색에서 길어낸 시처럼 잘 무르익길. 들깨 향기 묻어 오는 가을바람을 바라본다. 메밀밭을 걸어가는 나그네처럼.

예술로 모이고 문화로 연결되는… 행궁 공방 거리에 자리잡은 복합문화공간 ‘가회당’

수원 행궁동 공방거리에 자리 잡은 ‘가회당’. ‘아름다운 사람들이 기쁘고 즐거운 모임을 갖는 곳’이라는 의미처럼, 이곳의 힘은 사람과 사람이 모였을 때 피어나온다. 가회당을 운영하는 안영화 대표는 수원에서 태어나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저변 확대를 위해 살아왔다. 젊은 시절 경기도무용단 수석단원 등을 역임하며 무대 위를 누볐던 그는 무대 위에서 내려온 뒤부터 현장에서 연출과 공연 기획에 몸담으면서 수원지역 기반 로컬 공연콘텐츠 개발에 힘쓰는 전문예술단체 아트컴퍼니예기를 이끌고 있다. 지난 6월 개관 이후 이곳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차근차근 내딛고 있다. 가회당이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다. 누구나 방문해 문화와 예술을 누릴 수 있어야 하고, 세대와 가치관 차이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로 연결돼야 한다는 안 대표의 철학이 묻어 난다. 블랙박스형 공간으로 설계된 가회당의 지하 공연장은 64석의 전동 객석을 갖췄고, 양 벽면을 채우는 이동형 방음판 뒤에는 전면 거울이 있다. 영화 상영, 공연 무대, 공연 준비 및 연습, 콘텐츠 제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교육과 모임도 가능한 다용도 장소다. 아직 입주하지 않은 지상에는 북카페, 공방이나 전시 공간 등 문화예술 관련 공간과 함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안 대표는 청년세대와 기성세대 사이 벌어진 간극을 좁히고, 예술을 매개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방식도 고민한다. 오는 10월 말 가회당에서 아트컴퍼니예기가 진행하는 프리뷰 형식의 쇼케이스 ‘봉수당 진찬연 - 그 움직임의 포말’ 역시 그 시도의 일환이다. 20~30대의 젊은 예술가들이 무대에서 진찬연을 해체하고 확장하면서 재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그는 “사실 청년들이 우리와 협업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맙다. 요새는 세대 간 장벽을 허물기 쉽지 않은데, 젊은 친구들이 우리를 믿고 따르면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고 마음을 터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인들이 어떻게 하면 예술에 발 담그지 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안 대표는 “예술하는 사람들은 우리만 잘났다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며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아침 체조 프로그램 등을 구상하는 등 시민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 대표는 “경기 남부권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서울로 가는 상황을 바꿔보고 싶다. 멀리 가지 않더라도 행궁에서 문화생활을 풍성하게 누리는 계기를 만들겠다”며 “사람들이 모여드는 행궁동의 문화예술이 더욱 활성화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혼합형 치매, 혈류량 변화 확인해 진단 정확도 높인다

예병석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강석우 강사, 전세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뇌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뇌 혈류량 증감에 따라 알츠하이머치매와 루이소체치매가 동시에 발병하는 혼합형 치매를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치매 원인이 되는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병, 뇌혈관질환 등 50가지가 넘는다. 이 중 두 가지 이상 원인 질환이 함께 발생하는 것을 혼합형 치매라고 한다. 통상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병이 동시에 발병한다. 혼합형 치매를 앓으면 하나의 원인 질환으로만 치매를 앓는 단독형 치매 환자보다 인지기능과 신체 기능의 저하 속도가 더욱 빠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 정도가 혼합형 치매를 앓지만, 대부분 혼합형 치매가 아닌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는 것에 그친다. 루이소체병 원인이 되는 단백질 침착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어서다. 알츠하이머치매는 뇌 속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쌓여 측두엽 등 기억력을 담당하는 부분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루이소체병은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이 뇌 안에 쌓이며 신경세포를 공격해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키고 환시, 인지기능의 기복 등을 유발한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등록된 치매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PET검사를 진행,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과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로 인한 도파민 분비 저하가 뇌 혈류ㄹ야 증감 및 치매 증상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두 단백질이 각기 다른 뇌 부위 혈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침착은 내측두엽 혈류를 감소시켰고,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로 인한 도파민 기능 저하는 해마 혈류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혈류 변화는 특정한 증상을 일으켰다. 내측두엽 혈류 감소는 기억력 저하 등 전반적인 인지 기능 저하를 발생시켰다. 반면 해마 부위 혈류 증가는 집중력, 시공간 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인지 기능의 변동, 환시를 일으켰다. 연구팀은 각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들로 인해 발생하는 혈류량 변화 차이가 혼합형 치매 발병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병석 교수는 "혼합형 치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다양해 정확히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단독형 치매 환자보다 인지·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혼합형 치매 환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31일 밤'에 올해 가장 큰 보름달 구경하세요

8월 마지막 날의 밤에는 올해 가장 큰 크기의 보름달을 볼 수 있겠다. 28일 한국천문연구원 등에 따르면 오는 31일 밤부터 다음달 1일 새벽까지 올해 가장 큰 달이 뜬다. 달이 가장 큰 시점은 밤 10시 36분이다. 지구상에서 달의 크기가 다르게 보이는 이유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달은 지구 주위를 타원 궤도로 도는데, 지구와 달 사이 거리가 가까울수록 달은 커보이고 멀수록 작게 보인다. 올해 가장 큰 달이 뜰 것으로 예측되는 오는 31일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약 35만7천300km다. 통상 지구와 달의 평균 거리는 38만4천400km인데, 이날의 경우 평상시와 비교해 약 2만7천100km 이상 가깝다. 이처럼 한해 가운데 달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 뜨는 보름달을 '슈퍼문'이라고 부른다. 지난해의 경우 슈퍼문은 7월 14일에 떴다. 이처럼 그해 가장 큰 달이 뜨는 시기는 계속 바뀐다. 달이 가장 클 때 근지점이나 원지점인 위치로 오는 주기는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타원궤도로 돌며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주기인 1 근점월 (근지점에서 근지점)은 약 27.55일이고, 보름달에서 다음 보름달로 변하는 삭망월은 약 29.53일이다. 따라서 약 14 삭망월 주기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한편 서울 기준으로 올 들어 가장 큰 달은 31일 오후 7시 29분에 떠서 다음날인 1일 오전 7시 1분에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이 함께 감각하는, 의정부문화재단 ‘문화도시 정책페스타’ 현장

삶에 맞닿아 있는 정책을 도시의 주인공인 시민이 직접 만들고 이를 함께 공유하는 축제. 의정부문화재단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의정부예술의전당에서 제1회 ‘문화도시 정책페스타’를 선보인다.  의정부시는 지난 2021년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올해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됐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머물고 싶은 문화도시 의정부’를 미션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문화도시 사업을 이어간다. 이번  ‘문화도시 정책페스타’는 법정문화도시 1년 차를 맞아 문화도시를 이루는 주민과 주민, 예술가와 관계기관 등이 삶에 맞닿아 있는 정책을 함께 공유하고 공감대를 확산하고자 마련됐다.  프로그램 중 ‘정책마켓’은 시민들이 직접 만든 정책 아이디어를 사고 판매하는 형식으로 마련돼 특히 눈길을 끈다.  ‘정책마켓’은 지난해 ‘문화자치 정책마켓’을 통해 시민이 제안한 정책이 조례 발의까지 이어지는 등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올해는 공연과 전시 등을 통해 축제와 놀이 등이 더해져 확대돼 운영된다. 시민이 정책을 마켓에서 상품을 사듯 고르는 ‘정책마켓부스’와 ‘정책경매&정책어워드’, ‘청소년 도시메이커스’ 등이 열린다. 의정부예술의전당 외부와 내부 공간에 마련된 ‘정책마켓 부스’에는 시민들이 평소 살아가며 의정부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다양한 정책을 홍보하는 장이 마련됐다. 공간 거리, 세대 지원, 안전 지원, 예술 문화, 환경 평화 등 총 5개 섹션으로 나뉜 30개의 부스가 운영 중이다. 마켓 부스에 들른 이들은 부스를 돌아보며 자신이 공감하는 정책 상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가상의 마켓 상품권으로 결제하고 가장 많이 팔린 정책의 부스가 상을 받는다. 또 부스별 미션 수행을 통해 스티커 모으기, 행운뽑기 등도 진행돼 정책 제안을 보고 들으며 생각지 못했던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고 재밌게 접하도록 했다.  정책을 홍보하는 이들은 평범한 청년, 예술가, 노인, 누군가의 어머니 등이다. 이들은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가며 평소 조례로 제정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적극 홍보하며 조례 제정을 제안했다.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스마트폰 활용법과 키오스트 교육을 하고 있는 시니어 활동가들은 노인을 위한 ‘의정부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취약계층 지원 조례 마련’을 정책으로 제안했다. 또 위로와 공감이 있는 환대의 공간 조성을 위한 ‘공존공간인증제’, ‘의정부 시민영화제 개최’, ‘의정부 가족 소통 공간 조성’, ‘공동육아와 돌봄’, ‘청년 셰어하우스 조성’ 등 시민들이 내 삶, 혹은 내가 사는 동네, 지역이 처한 현실에서 필요하다고 느낀 다양한 정책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제시됐다. 셀러로 나온 이유정 의정부시 청년협의체 문화예술분과 위원은 “시민들에게 직접 홍보하고 정책 호응을 알 수 있는 이런 자리를 통해 우리가 생각하는 정책이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는지 가늠하고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어 좋다”며 “시민들이 함께 정책을 공감하고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어 특히 의미가 있는 자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부스를 둘러보고 참여하는 이들은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해 더 깊이 알게 됐다는 반응을 내비쳤다. 자녀와 함께 정책마켓 부스를 들른 김상아씨(44)는 “우연히 방문했는데 우리 시와 관련해 생각지도 못했던 대안들과 필요한 정책 등을 알게 돼 좋았다. 아이와 함께 경험해 배울 점이 많았다”며 “시민들이 함께 하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이런 행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야외무대에선 문화도시락(樂) 콘서트와 다양한 로컬마켓이 열려 한여름 밤을 흥겹게 물들였다. 또 문화정책 포럼 등이 마련돼 시민들과 문화관계기관 등이 지역의 문화와 문화도시, 또 경기도 문화의 미래 전략 등을 고민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26일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도시인문학 특강과 정책카페, 청소년 도시메이커스, 정책부스, 정책경매 등이 이어진다. 의정부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시의 주인공인 시민들이 주체가 되고 함께 즐기고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도시 정책페스타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도민 대응감시단’ 유해게시물 발견, 신고

경기도여성가족재단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 ‘디지털 성범죄 도민 대응감시단’은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누리소통망(SNS) 등에서 유해게시물 2천157건을 발견, 신고해 이 중 1천132건이 삭제됐다고 24일 밝혔다. ‘디지털 성범죄 도민 대응감시단’은 누리소통망(SNS)에 불건전한 게시물을 올리는 계정이나 디지털 성범죄 유해 게시물 등을 집중적으로 감시한다. 2021년 활동 첫 해는 28명의 단원이 9천641건의 유해게시물을 신고하고 지난해에는 31명의 단원이 8천464건을 신고해 4천573건이 삭제됐다. 도민 대응 감시단은 매년 2월 경기도 거주 또는 재학·재직 중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신청자를 모집, 심사를 통해 30여 명의 단원을 선발한다. 선발된 단원들은 모니터링 활동을 위한 4주 간의 역량강화교육 후 5월부터 12월까지 활동한다. 백미연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장은 “우리에게 일상이 된 디지털 환경을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나 디지털 시민 윤리 인식은 아직 미흡하다”면서 “나부터 변화된 환경·문화에 관심을 두고 건강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민 대응감시단 활동 등 도민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에 거주, 재직, 재학 중이라면 누구나 전화 상담과 카카오톡 채널, 전자우편으로 디지털성범죄 피해 상담, 삭제와 모니터링, 수사와 법률지원, 심리 치유, 의료 지원, 안심지지 동반, 전문심리상담연계 등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7-① 머나먼 나라에서 느낀 情

광산 도시 과나후아토를 뒤로하고 사라진 고대 문명의 신비로운 세계를 만나러 오악사카(Oaxaca)로 떠나는 아침이 밝았다. 어제 저녁 호텔에 머무는 동안 도움을 준 매니저에게 한국에서 가지고 온 작은 색동 파우치를 선물하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그녀의 해맑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려고 프런트 데스크에 가자, 그녀는 답례로 과나후아토 명소를 새긴 마그네틱과 엽서를 아내에게 선물하고, 투숙객으로부터 이런 선물을 받은 적이 처음이라며 고맙다고 다시 인사한다. 매니저는 그사이 정이 들었는지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꼭 다시 과나후아토를 찾아오라며 아내와 포옹한다. 그녀와 사진 한 컷을 담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이처럼 사람은 모르는 사이라 할지라도 서로의 틈을 메우다 보면 정이 드나 보다. 한 주 동안 하루 한두 번 스치듯 만나기도 하고, 일정 도움을 받기 위해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상냥하고 친절한 그녀를 뒤로 하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차는 덜컹거리며 미로 같은 지하 차도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역사 지구를 벗어난다. 아쉬우나 이제 정해진 여정에 따라 떠나야만 하고, 한 주일 머문 과나후아토 여행은 2박3일 일정의 과달라하라보다 알찬 느낌이 든다. 30여분 달리자 멀리 레온-과나후아토 국제공항 관제탑이 보인다. 공항에 도착했으나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후미진 곳에서 책을 읽는다. 1시간 정도 지나자 탑승 수속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귀에 들린다. 짐 검사를 마치고 탑승권을 받아 게이트로 갔으나, 이륙시간이 2시간 남짓 남았다. 젊은 배낭여행자처럼 바닥에 앉아 노트북에 과나후아토 여행 자료를 정리한다. 박태수 수필가

[청소년 Q&A]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겪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Q.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은데 오늘 조퇴하고 오면 안돼요?”라는 말을 반복해 처음에는 “무슨 소리야, 학교는 가야지.”라고 하며 학교를 보냈습니다. 그러면 용돈을 더 달라고 하는데 특별히 뭘 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제 아이가 원하지 않는 심부름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A. 먼저 자신의 상황을 표현하지 못하는 자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폭력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면 아이들은 가해자의 보복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숨기거나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으로 무기력하게 대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먼저 알아주고 자녀와 대화하며 정서적으로 지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를 입은 아이들은 우울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마음과 피해의식으로 인해 자기표현이 소극적일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지켜줄 수 있는 사람으로 부모 또는 교사가 있음을 알려줘야 합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면 어떤 이유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고 몸에 상처가 있는지, 입고 갔던 옷이 더러워지거나 손상된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합니다. 수치심과 공포심을 느낀 아이는 솔직히 이야기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을 어려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용돈 외에 돈을 더 달라고 요구할 때도 왜 필요한지, 어디에 사용할 것이지 물어보고 자녀가 평소와 다른 초조한 모습을 보이거나 과하게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면 학교 폭력을 당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려움을 혼자 감당하며 참지 않도록 아이 곁에는 부모와 교사가 항상 함께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합니다. 유경연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경기문화재단, 경기시민예술학교 ‘일상의 기록, 예술이 되다’ 참여자 모집

경기문화재단이 오는 30일까지 시민참여형 예술교육인 경기시민예술학교 ‘일상의 기록, 예술이 되다’의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기획 전문단체 ‘미들클래스 소사이어티 사회적협동조합’이 협력해 운영하는 것으로 참여자가 다양한 형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게 함으로써 기록이 단순히 기억을 대체하는 수단을 넘어 그 자체로 자신을 표현하는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프로그램은 ‘기록’을 주제로 하는 4개의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개별 프로그램은 문학과 드로잉, 디지털미디어, 소마틱스라는 여러 예술 장르를 취해 강연 또는 워크숍의 형태로 이뤄진다. 첫 번째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한국의 ‘괴물 전문가’ 곽재식 작가의 강연 ‘괴물을 통해 살펴본 기록의 일상성과 예술성’이다. 한국의 옛 기록에서 발견된 한국 괴물 전설을 살펴보고, 기록의 보존과 공유·활용을 통해 한국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예술적 소재의 다양성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예정이다. 두 번째 프로그램 ‘나의 SNS, AI와 함께 만드는 Life Collage’는 임지영 작가가 진행하는 참여형 워크숍이다. 참여자가 SNS 속 내 일상의 기록에서 나만의 패턴을 찾아내고, 이 패턴을 모티브로 AI와 협업해 작은 에세이와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나머지 2개의 프로그램은 10월에 운영될 예정이며, 자세한 내용과 참여 신청 방법은 경기문화재단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31일 '슈퍼 블루문' 뜬다…다음 관측 14년 후

8월 마지막 날인 31일 '슈퍼 블루문'을 관측할 기회가 온다.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이 5년 만에 찾아온 슈퍼블루문 특별관측회를 오는 31일 개최한다. '슈퍼 블루문'은 슈퍼문과 블루문이 동시에 뜨는 드문 현상이다. 슈퍼문은 지구 주위를 타원 운동하는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운 지점인 '근지점'일 때 뜨는 보름달을 말한다. 슈퍼문은 달이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졌을 때인 원지점 보름달(미니문)보다 14% 크고 30% 밝게 관측된다. 블루문은 보름달이 한달에 두 번 뜨는 경우, 두 번째로 뜨는 달을 의미한다. 29.5일을 주기로 위상이 변하는 달은 1년에 11일 정도의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2년8개월마다 보름달이 한 달에 한 번 더 뜨게 된다. 이 경우 한 계절에 네 번의 보름달 뜰 수 있는데 이때 세 번째 뜨는 보름달을 ‘블루문’이라고 부른다. 이번 달에는 이미 지난 2일에 보름달이 떠오른 바 있다. 슈퍼 블루문은 한 달 중 두 번째 뜬 보름달이면서 달이 지구 근지점으로 와 가장 크게 관측될 때를 말한다. 가장 최근에 뜬 슈퍼 블루문은 2018년 1월 31일이었으며 다음은 2037년 1월 31일로 14년 후로 예정돼 있다. 국립과천과학관은 슈퍼블루문이 뜨는 오는 3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슈퍼블루문의 모든 것’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진행한다. 이번 프로그램에선 다양한 망원경으로 슈퍼블루문과 천체를 관측할 수 있으며, 여러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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