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문화재단, 도내 예비 예술인 위한 공간지원 사업 공모

경기문화재단은 예비 예술인의 작품 시연 기회를 제공하는 ‘2024 경기상상캠퍼스 예비 예술인 창작 시연 공간지원 시범사업’의 공모를 접수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공모는 우수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지만 시연할 공간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도내 예비 예술인·단체를 대상으로 경기상상캠퍼스의 장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자들은 공연·전시 분야 2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공연 분야’는 공연 장소 및 연습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1986 건물의 멀티벙커·다목적로비 등을 지원받으며, ‘전시 분야’는 전시 장소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1978의 전시실A를 지원받는다. 공모 대상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개인 및 단체여야 하며 도에 있는 예술대학교(대학원)의 졸업(재학)생, 신진예술인활동증명이 가능한 개인 및 단체 등이다. 재단은 서류와 인터뷰를 거쳐 공연 분야는 단체 5건 내외를, 전시 분야는 개인 또는 단체 4건 내외를 선정할 계획이다. 재단은 4일 정오(12시)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접수로 공모 접수를 받는다. 공모에 선정된 예비 예술인과 단체는 내년 1월부터 2월까지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창작공연 및 미술 작품 등을 시연할 수 있다.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예술의 숲 풍성하게" [인터뷰]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비어 있는 무대에 공연을 올리게 하는 것이 문화예술 후원의 힘입니다. 경기도형 예술나무 10만 그루를 심는다면 경기도 문화예술의 숲이 더욱 풍성해 질 거라 확신합니다.” 시민의 삶을 풍성하게 하고 질을 끌어올리는 데 문화예술이 기여하는 바를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낮은 부문도, 재정이 어려울 때 큰 타격을 입는 분야 역시 문화예술이다. 흔들림 없는 문화예술지대를 위해 많은 이들이 함께 키우는 특별한 나무가 경기도에 심어진다. 문화예술 창작, 향유 등을 위한 외부 재원 유치에 소중하게 쓰일 ‘경기예술나무’다.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67)는 예산 축소로 우려되는 도민의 문화예술 활동 위축을 타개할 수단으로 문화예술 기부와 후원을 위한 경기예술나무 심기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표를 만나 그 구상을 직접 들어봤다. ■ 공공성 강화, 사각지대 해소…기부로 다각적 재원 마련 경기예술나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대표적인 예술 후원 브랜드 ‘예술나무’에서 그 이름을 가져왔다. 예술을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할 나무로 형상화해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하고 문화예술 후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 경기문화재단에선 2013년부터 경기도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문화이음’이란 이름의 기부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연간 2억~3억 원가량의 정기 후원과 사업 관련 후원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자체 사업을 소화하는 정도다. 유 대표는 “기존의 사업은 기존대로 의미를 두고, 문화예술 기부 활성화를 위해 다른 접근과 확산을 위한 브랜드가 필요했다. ‘예술’을 심고 함께 키워 나가 숲을 가꾸자는 인식을 심는 게 효과적일 것 같아 나무의 이미지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경기예술나무는 내년부터 씨앗을 심어 육성할 예정이다. 경기예술나무 심기를 고안한 것은 경제 상황 악화로 도의 예산 축소, 이에 따른 도민의 문화예술 활동 위축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미 설정된 재단의 예산은 경직돼 있는 만큼 후원 기금의 재원을 예비비처럼 활용해 좀 더 문화예술 사업과 활동을 유연하게 하자는 취지다. 유 대표는 “문화소외계층에 안정적인 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고, 예술가·단체의 창작지원을 위해 필요한 추가 재원을 기부와 후원 활성화로 확보해 보자는 의지가 담겼다”며 “경기예술나무는 이러한 데에 시드머니가 돼주는 것은 물론 경기도 대표적인 문화사업에도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은 문화예술 활동을 희망하나 사각지대에 있어 활동이 어려웠던 예술인들을 찾아내 지원하는 데도 활용할 예정이다. 유 대표는 “재단에서 아무리 찾으려 해도 행정 시스템에 얹히다 보니 사각지대가 많다. 단체에 속하지 않은 예술인이나 장애 예술인 등 공공의 영역에서 찾기 어려웠던 곳을 찾아내 서비스하고, 문화예술로 삶의 가치를 더욱 높여드릴 수 있을 거라 본다”고 덧붙였다. ■ 사회공헌 활동에 ‘문화예술’ 메뉴 추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부터 유 대표는 문화예술 기부와 후원에 대한 중요성을 줄곧 강조해 왔다. 예술의 영역에서 돈 이야기를 수면으로 올린다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쉽지 않은 일. 유 대표는 관계자들을 만나면 특유의 너스레와 소년 미소로 “문화예술 기부에 돈 좀 꺼내 주시오”라며 자연스레 돈 얘기를 건네는 대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술이라고 왜 돈이 안 중요하나요. 체면 차리면 문화예술을 가꿀 토양을 마련하기 어려워요. 2019년 예술의 전당 사장 취임 인터뷰 기사에서 나온 헤드라인도 ‘기승전-돈’이었어요”라며 껄껄 웃어보인 그는 “문화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사각지대 없는 문화예술을 위해선 떨어지는 예산만 바라봐선 안 된다. 다각적인 재원 마련이 중요하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유 대표는 예술나무 후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한 새로운 명함도 준비 중이다. 그는 “내가 할 일은 재단이 광역문화재단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업사원처럼 열심히 뛰고 솔선수범하는 것”이라며 “기부자가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고 이를 이어갈 수 있게 대우 프로그램도 발굴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에서 재단에 기부를 하면, 기업이직원 복지를 위한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장기 기부와 일반 기부, 지정 기부 등 다양한 영역을 개발할 계획이다. “1천만 원만 있어도 문화예술이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지원할 수 있어요. 어느 기업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 다문화, 소외계층 등으로 한정돼 있는데 거기에 문화예술 메뉴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겁니다. 이를 테면 청소년 학생들에게 지원한다고 하면 장학사업을 많이 하는데, 학교에 가서 가야금이나 음악을 가르쳐주는 지원 사업 등 보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 경험에서 우러난 자신감…‘경기예술나무 포럼’으로 첫 출발 11월 6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컨벤션홀에서 열리는 ‘경기예술나무 포럼’은 그 분위기를 띄울신호탄이 될 예정이다. 포럼은 경기도 전역의 공공, 경제, 교육, 문화예술 관계자 등 다양한 인사 150여 명이 참여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향유의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다. 경기도의 ‘예술나무’를 함께 가꿔 갈 ‘동지’를 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경기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사전 분위기 조성과 후원 유치를 위해 최신 문화예술 동향이 소개된다. 또 인문강연, 문화탐방 등 부대 행사를 포함한 행사와 경제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등 분야의 다양한 의견 청취 시간도 이어진다. 배우 이순재씨의 강연과 관계 형성을 위한 기업과 법인 단체 등의 네트워킹 행사도 준비될 예정이다. 유 대표는 “많은 이들에게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대상자에게 그 일에 왜 자금이 필요한지, 그만한 예산이 있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쓰일 때 어떤 사회적 가치와 보람이 생겨나는지를 이해 시키고, 사회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필요에 따라 사회 영향력이 있는 오피니언 리더를 대상으로 경기문화예술에 대한 관심 유도 및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타깃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며 “어떻게 전개될진 모른다. 다만,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분위기를 무르익게 할 것임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 누구나 마음 모을 수 있는 ‘경기예술나무’ 그가 생각하는 기부 모금 사업은 가랑비에 옷 젖듯 십시일반해 맞들면 나은 백지장 같은 것이다. 부자들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닌 일반 월급쟁이도, 청년들도 공감하고 필요성을 느낀다면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예술나무 한 그루가 10만 원인 것도 이러한 이유다. “10만 원은 경조사 때 내는 돈이죠. 잘만 설득하면 기부하는 것은 일도 아니에요. 공공기관이라며 공공예산에만 매달리지 않고 민간 부문의 재원을 흡수하면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것은 물론 경기문화재단이 광역재단으로서 경기도에 대표적인 축제가 있으면 힘을 실어주고 키워줄 수 있는 역할도 할 수 있어요. 그 다른 길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유 대표의 자신감은 경험에서 나온다. 1988년 십시일반으로 1억8천만 원을 모아 신촌에 예술극장 한마당을 지었고, 1994년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제작 당시 7천700명에게 3억 원을 모은 ‘펀드전문가’였다. 2019년 예술의전당 사장 시절 전당에서 기존 골드회원에 준하는 혜택을 담은 ‘골드회원권’이라는 제도를 선보이며 10만 명의 골드회원을 모으는 것을 공약으로 100억 원을 모금 목표를 세웠던 이도 유 대표다. ■ 대화 테이블에 ‘문화 한 스푼’…우리의 삶 풍성 대학로란 상징적인 공간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그가 본 경기도는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은 ‘기회의 공간’이다. 오는 12월 취임 1주년을 맞는 그는 기부 활성화와 함께 초심 때 가졌던 고민을 하나씩 풀기 위해 여전히 현장을 바쁘게 누비고 있다. 취임 직후 경기문화재단을 많은 이들에게 재단을 이해시키고, 경기도를 쉽게 들여다보고자 그의 스타일대로 만든 ‘유인택표 경기도지도’는 올해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다시 만들었다. 시군별 인구와 경기문화재단 소속 뮤지엄의 위치 등이 표시된 종이지도엔 경기도 문화예술의 이해도를 높이려고 애쓰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유 대표는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취임 후 재단 산하 박물관, 미술관의 업무와 재단 내 500여 개 사업을 파악하는 데 애를 썼다”며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도 곳곳에 있는 재단 기반시설을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하반기엔 그동안 구상한 발레축제 등 북부 도민들에게 관람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발레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중소극장 규모의 맞춤형으로 재제작한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양주시, 동두천시, 연천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누리고 경험하는 문화예술이 확대될수록, 경기예술나무가 한 그루씩 늘어날수록 도민의 삶에 문화예술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으로 유 대표는 기대한다. 무엇보다 재원뿐만 아니라 일상의 예술이라는 열매를 맺는 게 최종 목표다. 그는 기금 모금 활동 자체가 하나의 ‘문화예술 캠페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예술나무가 모여 필요한 곳에 요긴하게 쓰이겠다’란 공감대가 확산하고, 또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누구나 한 번씩 문화예술 떠올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예술의 숲 토대는 마련한 것 아닐까요. 무엇보다 우리 일상 대화의 테이블에 ‘문화예술’이 한 번이라도 올라온다면 그것이야 말로 삶의 질이 풍성해지는 거라고 봅니다. 경기예술나무, 함께 가꿔 나가시죠.”

용도는 성일까? 아닐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 탐방객 대부분은 용도를 성으로 인식한다. 용도가 성인지 아닌지 근거를 찾아 정의해 본다. 용도는 성이 아니고, 주변보다 높게 “솟은 길“을 말한다. 아울러 왜 성으로 인식하는지 알아보자. 팔달산 능선 남쪽 서남암문을 지나면 양쪽에 여장이 있는 길이 있는데 이곳을 용도(甬道)라 한다. 평평하고 양쪽에는 낮은 담과 노송이 늘어선 아주 편안한 길이다. 많은 사람이 요즘 말로 “멍 때리기 좋은 곳”이라 한다. 정말로 힐링 플레이스다. 생소한 용어 용도에 대해 의궤에 “예 제도에 군량을 운반하고 매복을 서기 위해 낸 길”이라고 기록돼 있다. 이로 미뤄 화성의 용도는 용도의 끝에 있는 서남각루인 화양루에 군량과 군수물자를 운반하는 길로 보이지만 이 용도의 목적은 팔달산 남쪽 능선을 오르는 적군을 먼저 정탐하기 위해 매복을 서는 공간이다. 용도가 없는 경우 이 능선을 적이 점거하면 화성, 특히 산상서성과 평지남성의 허실을 적이 모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용도를 화성 시설물 중 최고의 성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이유는 첫째, 용도는 평지남성과 산상서성 방어력의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용도 없이 평지남성과 산상서성은 존재할 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둘째, 용도를 설치하지 않았다면 대신 설치해야 할 성을 계산해 보면 어림잡아도 화성 전체의 20%는 될 것이다. 사업비를 천문학적으로 줄여준 효자가 용도인 셈이다. 이런 용도가 성이냐, 아니냐는 논란 속에 있다. 용도는 성일까? 아닐까? 우선 화성에서 성의 구조에 대해 살펴보자. 성의 구조나 시공 방식에 대해 의궤에 “성의 높이는 2장이 기준인데 산 위에서는 그 5분의 1을 감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과 용도를 비교해 보자. 첫째, 용도는 성 자체가 없다. 용도의 위치는 산상이므로 성의 높이가 16척이어야 한다. 하지만 용도에는 여장 밑에 2척 미만의 석축만 있다. 이 석축은 높이를 떠나 여장의 기초인 기반석일 뿐이다. 반면 성은 기초인 성근, 몸체인 성신, 성과 여장의 경계인 미석, 그리고 그 위의 여장으로 구성된다. 둘째, 용도는 여장으로만 구성돼 있다. 성은 없고 담만 존재하는 것이다. 용도에 대해 의궤에 “산 위의 3면에 돌로 성가퀴를 쌓았으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3면 모두가 성가퀴, 즉 여장임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여장과 체성을 구분하는 미석이 없다는 것도 성이 아니라는 증거다. 셋째, 여러 기록에서 용도를 성과 확실하게 구분하고 있다. 의궤에 보면 성의 규모를 기록하며 용도 길이를 성과 별도로 취급해 기록한다. 마찬가지로 여첩의 규모를 기록할 때도 용도의 성가퀴를 원성의 성가퀴와 분리해 취급하고 있다. 또 다른 예로 의궤에 서남암문을 경계로 남쪽은 용도로, 동쪽은 남성으로 구분해 호칭하고 있다. 또 서남각루의 위치를 ‘성 내’로 표현하지 않고 ‘용도 안’이라고 성과 분명히 구분해 표현하고 있다. 같은 성이라면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성과 용도를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넷째, 용도라는 명칭 자체가 길인 것을 확인해주고 있다. 한자 ‘용’은 ‘솟을 용’이며 ‘도’는 ‘길 도’로, 용도는 ‘솟아 있는 길’이란 의미이다. 즉, 길이지만 주변보다 조금 높이 솟아난 상태로 만들어진 길을 의미한다. 지금의 화성 용도의 모습을 봐도 솟아난 길임을 보여준다. 결론은 용도는 성이 아니고 길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문자 대부분이 용도를 성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많은 분이 중국 만리장성을 다녀온 까닭도 한몫하고 있다. 만리장성 위를 걸으며 본 모습과 용도를 걸으며 보는 모습이 같기 때문이다. 가운데 길이 있고 양옆에 여장이 있는 것이 만리장성 위를 걸으며 보는 구조와 똑같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때문에 용도를 성으로 착각하게 된다. 다른 하나는 화성 답사 방식 때문이다. 화성 방문자 대부분은 시설물을 자세히 본다거나 흥밋거리가 많은 성 안 쪽 길, 즉 성상로를 걸으며 화성을 한 바퀴 돈다. 성의 안쪽 내탁부로 걷는다는 것은 사실 성은 보지 못하고 담만 보고 걷는 것이다. 담이란 바로 여장을 말한다. 이런 답사의 연속 선상에서 용도로 들어오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성 위를 걷는 착각에 빠진다. 마치 용도 바깥이 지금까지 걸어온 곳과 마찬가지로 “높은 성이겠지” 하는 생각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도 안에서 잠시 멈춰 타구를 통해 용도 밖을 내다보면 “어! 성이 없네”라고 할 것이다. 성 밖 길이 저 멀리 아래가 아니라 바로 코앞에 있기 때문이다. 성이 아님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이다. 용도는 화성에서 공사 난도가 가장 낮은 구간이었다. 의궤 권수 ‘토품’편에 “서포루의 위 남쪽으로부터 화양루까지는 흙을 겨우 두어 자 파내자 돌이 깔려 있는 상태가 600보나 계속됐다. 돌을 깎아 판판하게 고르니 땅을 파서 기초를 다질 필요도 없고, 캐어 낸 돌을 그 자리에서 다듬어 사용해 돌을 떠서 실어오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라고 기록돼 있다. 화성에서 가장 공사가 쉬운 구간이었다. 용도에 가면 용도 밖도 한번 걸어보길 권한다. 서3치 옆 성 밖으로 나오는 통로를 이용하면 용도 바깥 길로 갈 수 있다. 이 길도 편안한 길이다. 안팎을 모두 걸으면 용도의 참모습을 느낄 것이다. 최소의 공사비로, 최고의 가치를 실현한, 화성의 걸작품 용도를 거닐며 정조의 의도를 엿보았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혼밥·혼술 ‘나 홀로 삶’...1人가구 시대를 들여다보다

최근 ‘나 홀로 삶’에 대한 말이 하나둘 늘고 있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공(혼자 공부하기), 혼쇼(혼자 쇼핑하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등. 다인 가구 비중이 줄면서 1인 가구는 이제 가구형태의 ‘주류화’가 됐다. 이유는 다양하다.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홀로의 삶이 좋아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학업이나 취업, 이혼, 별거, 사별 등 어쩔 수 없는 비자발적 1인 가구도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앞으 로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나 홀로 삶이 다양해진 현 시대를 들여다봤다. ■ 메가 트렌드, 나 홀로 가구 증가 1인 가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2022년 전국 1인 가구는 2018년 584만9천가구, 2019년 614만8천가구, 2020년 664만3천가구, 2021년 716만6천가구, 2022년 750만2천가구 등이다. 특히 1인 가구가 600만가구를 돌파한 2019년부터는 전체 일반 가구의 30% 이상 차지하기 시작했다. 일반 가구 세 곳 중 한 곳이 1인 가구가 된 셈이다. 경기도는 1인 가구 수가 156만8천 가구로 가장 많다. 최근 5년간 경기도 1인 가구 비율은 2018년 25.2%, 2019년 26.3%, 2020년 27.6%, 2021년 29.2%, 2022년 30.2%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혼자 사는 삶에 대한 만족감은 어떨까. 청년층은 취업이나 학업 등의 이유로 스스로 1인 가구가 됐기 때문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청년층이 아닌 1인 가구는 이혼, 별거, 사별 등 비자발적 원인으로 1인 가구가 돼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통계를 통해 본 1인 가구의 삶의 만족도와 질은 한국인 평균보다 낮았다. 통계청의 ‘2022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인 가구 연간 소득은 2천691만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6천414만원) 소득과 비교하면 42.0% 수준에 그쳤다. 이들 중 67.7%는 연소득이 3천만원 미만이었다. 1천만~3천만원 미만이 46.7%로 가장 많았고 1천만원 미만도 21.0%를 차지했다. 월평균 소비지출은 140만9천원으로 전체 가구 (249만5천원) 대비 56.5% 수준이었다. 세부적으로는 주거·수도·광열비(18.4%), 음식·숙박(16.6%) 등 필수 소비 항목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57.7%로 전체 인구의 가족관계 만족 비중(64.5%)보다 6.8%포인트 낮았다.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중 역시 46.7%로 전체 인구의 만족 비중(52.8%)보 다 6.1%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성별·연령별로 1인 가구가 느끼는 고충도 다르다. 청년 여성은 ‘안전’, 중장년 남성은 ‘노후 및 건강에 대한 불안’, 노년층 남성은 ‘소속감’이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점을 도출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청년 1인 가구는 주로 도시에 거주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년 1인 가구는 이혼, 사별 등으로 인한 심리적·건강 문제가 있으며 노년 1인 가구는 경제·사회·건강 측면 모두 열악했다. ■ 1인 가구, 생활 모습은 ‘천차만별’ 1인 가구의 모습은 이처럼 천자만별인 만큼 집단별 행 복감과 삶의 만족도에 따라 세밀한 정책과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미래연구원이 지난 8월 발간한 ‘1인 가구 유형 분 석과 행복 제고를 위한 시사점’을 보면 이러한 1인 가구의 이질성이 잘 드러난다. 보고서는 국회미래연구 원이 실시한 ‘2022년 한국인의 행복조사’ 결과를 활용해 이 중 1인 가구 표본 1천428명을 대상으로 나이, 소득, 성별, 혼인 상태 등의 변수를 적용해 7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7개 그룹은 ①사별한 노년 여성 ②기러기형 중년 ③중년 이혼 여성 ④노년 사별 남성 ⑤미혼 젊은 남성 ⑥미혼의 젊은 여성 ⑦중년 이혼 남성이다. 그룹별로 보면 전반적 행복감은 군집 6(젊은 미혼 여 성·6.43점)이 가장 높고 군집 7(중년 이혼 남성·5.43)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생활수준 만족도는 군집 3(중년 이혼 여성·5.28)과 군집 7(중년 이혼 남 성·5.28)이 가장 낮았고 군집 5(젊은 미혼 남성·5.92 점)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인관계 만족도는 군집 7(중년 이혼 남성·5.71점)이 가장 낮았고 군집 5(젊은 미혼 남성·6.30점)가 장 높은 수준이었다. 안전감 만족도는 군집 7(중년 이 혼 남성·5.33점)이 가장 낮고 군집 6(젊은 미혼 여 성·6.04점)이 가장 높았다. 공동체 소속감은 군집 3(중 년 이혼 여성·5.23점)이 가장 낮고 군집 1(노년 사별 여 성·5.25점)도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소속감이 가장 높은 군집은 6.01점으로 젊은 미혼 남성(5)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민보경 삶의질그룹장은 “대부분 복지 정책 대상은 청년, 노인, 여성이며 1인 가구 정책 역시 청년층, 노인층에 집중적인 만큼 사각지대에 있는 중년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책 필요하다”며 “이혼한 중년 여성과 남성의 생활수준 만족도, 대인관계 만족도, 안전감 만족도가 낮게 나타나 사회적 관계망 형성 강 화를 위한 사업 활성화, 공동체와의 연계 추진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양한 삶 보장 위한 정책 수립 ‘너도나도’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보장하며 인식 개선, 사회활동을 증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경기도는 우선 2020년 7월 ‘경기도 1인 가구의 사회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1인 가구 지원팀’을 신설했다. 또 올해 초 ‘제1차 경기도 1인 가구 지원 5개년 기본계획(2023~2027년)을 수립·발표했다. 1인 가구 중장기 계획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는 ‘혼자도 가치, 우리 도 같이-1인 가구에 힘이 되는 경기도’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추진체계 ▲사회관계망 ▲건강돌봄 ▲생활 안정 ▲주거 ▲안전 등 6개 영역에 걸친 37개 세부 과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도는 앞으로 주거지원 사업비 4조7천936억원을 포함해 5년간 5조6천430억원(국비 4조6천억원, 도비 5조93억원, 시·군비 4천927억 원, 기타 410억원)을 투입한다. 37개 세부과제 중 25개는 1인 가구 특성과 여건에 맞춰 새롭게 마련됐다. ‘1인 가구 병원 안심 동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고령의 1인 가구 등을 위해 민간 서비스 4분의 1 정도의 이용 요금만 받고 병원 출발 및 귀가 시 동행, 병원 내 접수·수납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점차 사업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성 1인 가구 안심패키지 보급 사업도 올해 처음으로 추진된다. 연간 2천500만가구씩 4년간 총 1만여명의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안전시설 설치를 위한 창문 잠금 장치, 문 열림 센서 등 안전용품을 담은 여성 안심패키지를 보급하는 게 골자다. 이와 함께 ▲1인 가구 정책 추진 기반 정비 ▲시·군 1 인 가구 사업 지원 강화 ▲정보제공 포털 구축 ▲경기도 1인 가구 정책참여단 운영 ▲1인 가구 정책협의체 구성 ▲경기도 워라밸링크 운영 ▲거리로 나온 예술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멘토-멘티 함께 서기 사업 ▲위기 이웃 발굴 지원사업 ▲노인 맞춤 돌봄 서비스 ▲노인상담사업 ▲자살 고위험군 관리 강화 ▲행복한 가족 프로그램 연계 1인 가구 상담 ▲응급안전 안심서비스 ▲가사·간병 방문 지원사업 ▲방문건강 관리사업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 운영 ▲경기청년 생활정보 제공 ▲재도전론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정착금 지원 및 컨설팅 ▲주거급여 지원 ▲경기 행복 마을관리소 기능 확대 ▲경기도 1인 가구 안심동네 인증사업 등이 신설됐다.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에서도 1인 가구를 위한 특강을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지난 7월 도내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자동차 기본상식, 경정비 실습 등을 제공하는 ‘자동차 기초 공동연수(워크숍)’ 를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여성운전 프로젝트 ‘언니 차’로 활동 중인 이연지 강사가 세 번에 걸쳐 진행한 교육은 자동차 기본상식 및 안전운전을 위한 자동차 설정, 사고 유형 및 과실, 사고 처리 요령 및 대응법, 타이어 보는 법, 브레이크 패드 검사, 에어컨 필터 및 와이퍼 교체 등 자동차 경정비를 실습해 여성들이 직접 자동차 정비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강현미 가족지원역량개발팀장은 “여성들이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원하는 곳까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 1인 가구 사업은 많아… 문제는 전달 체계 이처럼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많다. 많은 지자체에서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1인 가구 지원 정책에 대한 인지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현재 시스템에선 1인 가구가 스스로 정책을 찾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지원해야 혜택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사각지대를 줄이기에 한계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정 책의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온다. 김창민 지역혁신센터장은 최근 희망제작소가 발간한 희망이슈 제73호에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정책의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현재 시스템에선 1인 가구가 스스로 정책을 찾아 필요로 하는 사업에 지원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 1인 가구 지원센터의 한정된 인력만으로는 사각지대를 줄이기에 한계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그물망을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1인 가구가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만큼 그들을 시혜적인 정책의 대상자로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공공 혁신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1. 아하콜렉티브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오는 10월6일부터 11월4일까지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시민들과 만난다. ‘만천명월: 정조의 꿈, 빛이 되다’를 주제로 내세운 이번 프로그램에선 1795년 화성행차를 네 명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참신한 시각과 관점으로 풀어낸 작품들로 수원화성 창룡문을 수놓는다. 2년 전 화서문과 지난해 화홍문 일대에서 열렸던 미디어아트 교류의 무대 이후 세 번째로 열린다. 그 중 첫 번째로 ‘아하콜렉티브’를 만났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샛별, 박주애, 정혜리, 최지원 작가가 한 팀으로 뭉쳐 전통 소재와 콘텐츠를 동시대 이슈와 예술과 결합해 풀어내고 있다. 이들은 매체를 넘나들고, 작품의 전달 및 수용 방식에 꾸준히 변화를 주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다. 아하콜렉티브의 ‘극(極) Equilibrium’은 정조의 개혁에서 찾을 수 있는 마음의 평정, 힘의 균형, 강인한 정신을 빛을 통해 말한다. 신도시 개혁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공감과 확장의 무대로 기획했다. 김샛별 작가는 “정조 시기 지어진 수원 화성을 지금 우리가 볼 때, 과거와 현재가 어떤 요소를 주고받는지 관심이 많았다”며 “단순히 정조 시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보다는 전통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서로 어떤 자세로 소통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탐색 지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혜리 작가는 “정조가 개혁을 시작하게 된 계기,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 등에 얽혀 있는 내밀한 심경을 최대한 다루려고 했다”며 “조금 더 강해져야만 했던 그의 내면, 그의 책임감을 조명하는 차원에서 관람하면 보다 깊이 작품을 음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평소 팀원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보다 논문 자료 등 활자를 많이 참고한다. 이미지를 과도하게 탐색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자를 음미할 때 더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업 스타일이다. 도상을 해체한 뒤 재조합해 의미를 빚어내는 아하콜렉티브의 접근법에는 변함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이 과정에서 비어 있는 공간을 채우는 지난날의 행보와는 다르게 창룡문이라는 색채가 강한 장소에 얽힌 이야기를 매만지고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정조가 입었던 황금 갑옷 등 복식의 이미지, 성벽이 무너졌다가 재건되는 모습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가는지 살펴보는 데에서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로 인해 전시 공간을 유영하는 수용자들과 끊임 없이 상호작용해왔던 이들의 지난 궤적와 비교해 이번 작업이 다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주제와 장소에 깃든 색채가 비교적 강하기 때문이다. 이에 작가들은 캔버스이자 무대로 삼은 창룡문이 단순히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공공에게 개방되는 문화유산이라는 점도 신경 썼다고 말한다. 최지원 작가는 “꼭 처음부터 작품을 감상하지 않아도, 잠깐 지나치더라도 시민들의 인상 깊은 장면이 뇌리에 남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이 주목했던 건 장소와 공간 측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창룡문의 특성이다. 박주애 작가는 “공간에는 현재성이 많이 반영되는데, 저희 작업은 그런 맥락에서 공간 자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창룡문에 깃든 역사성이 굉장히 강하다 보니, 단순히 그런 이미지를 옮기는 데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걸 살려서 이야기하고 싶은지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추석 명절 남는 음식 '골머리'...보관·활용법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식재료로 음식을 준비하는 명절. 그만큼 남은 음식을 보관하는 기간도 더 길어진다. 하지만 자칫 명절 음식을 잘못 놔뒀다가는 다양한 원인균에 의한 식중독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보에 따르면 명절 음식 등을 베란다에 보관할 때 낮 동안 온도가 올라가면 식중독균이 증식할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남는 음식은 2시간 내로 식혀 꼭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보관된 음식을 재조리할 시에는 재가열이 필수다. 명절 음식은 한 번에 많은 양으로 조리한 뒤 냉동고에 보관하며 두고두고 꺼내 먹는다. 이럴 경우 오랫동안 냉동고에 보관했어도 해동과 냉동을 반복하면서 식중독균이 번식하기 쉽다. 특히 조리육은 신선육보다 산화 또는 변질되기 쉬우므로 가능한 빠른 시간 내 소비하도록 한다. 여타 남은 명절 음식을 처리하기 곤란할 경우엔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이 가능하다. 먼저 고사리, 숙주, 시금치 등 나물류는 육개장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또 간단한 방법으로 남은 나물을 섞어 비빔밥을 만들 수 있다. 산적은 꼬치를 빼고 햄, 단무지, 맛살, 파 등의 재료를 김밥 속 재료로 만들 수 있다. 이 외에도 명절 음식의 대표격이 ‘전’ 종류의 경우, 매콤한 양념장과 함께 조림 요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그랑땡은 그 자체만으로 채소와 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므로 잘개 으깨볶음밥으로 탈바꿈 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은 잡채는 김말이로 변신이 가능하다. 잡채를 잘게 썬 후 김에 돌돌 말아주면 김말이가 완성된다. 또 유부에 잡채를 넣으면 유부전골로도 변신이 가능하다. 유부전골은 양파나 표고버섯. 쑥갓 등에 갖은 양념 더하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아울러 사과, 배 등의 과일은 조림이나 과일 깍두기로도 재활용할 수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 기간 대량으로 끓인 국, 고기찜 등을 실내 기온이 여름보다 높지 않다고 해서 방심하고 실온에 방치할 경우 음식이 상할 수 있다”며 “명절 준비를 하러 시장에 가기 전에 냉장고 정리부터 하고, 남는 명절 음식은 재가공 해서라도 빨리 먹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가운 입은 피아니스트 조윤제, "피아노 칠때 그냥 행복해요” [인터뷰]

“‘척’ 스쳐도 소리가 나잖아요. 피아노를 칠 때는 그냥 행복하고 즐겁습니다.” 초등학생, 중학생을 거쳐 군의관이 됐을 때도 ‘피아노’는 늘 그와 함께 있었다. 이제는 아이를 둔 한 가정의 아버지가 된 내과의사 조윤제씨(33). 그가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한 지 6개월째 되는 날, 가장 기본이 되지만 자유롭고 순수한 곡 ‘소나티네’를 들고 관객과 가족 앞에서 꿈꾸던 무대에 선다. 조 씨는 다음 달 4일부터 7일까지 열리는 경기아트센터의 2023 경기피아노페스티벌 ‘모두의 기회, 모두의 피아노’ 중 5일 진행되는 ‘My Favorite Sonatine’ 무대에 선다. 특히 10명의 참가자 중 마지막으로 등장해 피날레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조 씨는 “피아노 선생님이 추천해 연주 영상을 냈는데 공모에서 선정됐다”며 “나중에 피아노를 잘 치게 되면 지인들을 초대해서 음악회를 여는 것이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이렇게 큰 무대에 설 기회가 와 얼떨떨하면서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2011년부터 단일 악기 페스티벌인 ‘피아노페스티벌’을 선보이면서 아마추어도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일반인이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피아노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이번 ‘소나티네 릴레이 콘서트’에서 조 씨가 연주할 곡은 ‘Kulau Sonatine Op.55 No.2’. 피아노 입문자나 전공자들에게는 꼭 거쳐야 하는 곡인 동시에 대중의 귀에 가장 익숙한 곡이다. 조 씨에게 이 같은 기회가 우연처럼 찾아온 듯 보이지만, 사실 조 씨의 인생에선 피아노가 빠진 적이 없다. 어릴 적 호로비츠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크게 감명을 받았던 그는 매일 같이 음악을 듣다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5년간 피아노를 배운 그는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이 있을 때면 피아노를 치며 생각을 정리했다. 의대에 진학해 전공의 과정을 거칠 때도 틈이 날 때마다 피아노를 쳤고, 군의관으로 일할 땐 디지털 피아노를 구해 온라인 영상을 보면서 연주법을 익혔다. 조 씨는 “돌이켜보면 아무도 시킨 적이 없는데 무언가에 이렇게 열정을 갖고 바쁜 와중에도 계속 했던 것이 스스로도 신기하다”며 “피아노는 혼자 연주해도 풍성한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동시에 낼 수 있고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매력이 있어서 표현할 수 있는 선율이 많다. 그것이 내가 피아노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가 조금 크면서 아내에게 양해를 구해 매일 오전 5시 반부터 2시간 동안 연습실에서 피아노 연습을 하고 출근하고 있다”며 “연주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하고 내려오겠다”고 말했다.

황금연휴 OTT 대격돌…온가족 함께, 이불 속 정주행 시작 [추석특집]

6일 간의 추석 연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있다면 콘텐츠의 대격돌이 한창인 OTT에 접속해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일상에 치여 놓쳤던 작품이 있다면 온가족과 함께, 또 이불 속에서 편안하게 콘텐츠 바다로 뛰어들어 보자. ■ 온가족이 함께…‘코코’·‘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 온가족이 모여 보기 좋은 두 편의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지난 2018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코코’를 디즈니플러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멕시코 고유의 명절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사랑스러운 가족 서사와 사후 세계를 다룬 환상적인 비주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품이다. 삶과 죽음을 경유해 각자의 삶에서 가족과 혈통이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남녀노소 세대를 가리지 않는 공감대를 만들어낸다. 지난 2021년 4월 넷플릭스에서 단독 공개된 ‘미첼 가족과 기계 전쟁’에는 내내 불협화음이 맴돌고,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는 한 이상한 가족이 각자의 세계 속에 갇혀 있다가 마침내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모습이 담겼다. 2D와 3D의 적절한 혼합, 통통 튀는 색채와 편집으로 무장한 이 애니메이션은 가족 구성원 간 소통의 오류와 부재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오랜 기간 반복됐던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정직하게 다룬다. 영화 내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미래상을 보여주기에 현실 속 우리들의 모습을 투영해볼 수도 있다. 특히 극중 등장하는 미첼 가족들은 감독 본인의 가족을 모티브로 제작한 캐릭터들이라는 점에서도 현실과의 접점도 생긴다. ■ 이불 속 정주행…‘무빙’·‘포커 페이스’ OTT 대홍수 속에서 디즈니플러스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드라마 ‘무빙’이 지난 20일 18~20화 공개를 통해 서사를 완결했다. 장기간 연휴에 몰아서 정주행하기 안성맞춤이다. 초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 누군가의 가족, 연인, 친구이기도 한 사람들의 서사가 시간과 세대를 넘나들면서 20화 내내 밀도 있게 펼쳐진다. 강풀 작가는 원작인 동명의 웹툰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 각본에 참여했다. 그 때문인지 작가 특유의 정서를 움직이는 휴머니즘, 인물과 인물을 촘촘하게 엮어내는 이야기의 힘이 매체를 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됐다. 이어 왓챠에서는 미국 드라마 ‘포커 페이스’를 만나본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의 감독 라이언 존슨이 제작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인간 거짓말 탐지기’인 주인공 찰리 케일을 따라가는 드라마로, 그가 마주하는 사건의 범인이 먼저 드러난 뒤 진상을 역추적하는 방식의 구조가 10개의 에피소드 내내 펼쳐진다. 자칫 반복되는 구조에 따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경쾌한 리듬의 편집,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향연, 코미디·범죄·미스터리를 오가는 장르의 배합, 얼굴만 봐도 알아차릴 유명 배우들의 출연 등 매력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배어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하게 되는 매력이 회차가 진행될수록 커진다는 점이 눈길을 붙잡는다.

추석을 더 즐겁게, 알짜배기 문화행사 둘러보기 [추석특집]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란 뜻을 지닌 추석(秋夕)이 다가왔다. 그 어느 때 보다 긴 연휴가 이어지는 이번 명절. 가족과 함께하든 친구와 함께하든, 홀로 맞이하든 상관없다. 추석 연휴를 더욱 재밌고 알차게 채워줄 문화행사가 가득하다. ■ 민속체험 하며 추석 분위기 ‘제대로’ 명절인만큼 민속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박물관을 가보자. 경기도박물관에서는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둥근 달 놀이터’ 행사를 선보인다. 박물관 야외 중앙홀에서는 사물놀이, 투호던지기, 굴렁쇠굴리기, 제기차기, 지게지기, 팽이치기, 윷놀이를, 박물관 사랑방에서는 벼슬살이 보드게임 ‘승경도’를 즐길 수 있다. ‘승경도’는 종9품에서 정1품까지 관직을 순차적으로 승진해 먼저 퇴임하면 이기는 놀이이다.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10월 3일까지 운영된다.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민속 한마당’ 행사(30일~10월 3일)를 운영한다. 가족과 함께 선사 사냥 기술체험과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서는 나무 모형에 색칠 후 팽이를 만들어 보는 ‘빙글빙글 팽이 만들기’(28일~10월 3일) 체험이 진행된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선 ‘2023 추석한마당-보름달이 떴습니다’ 행사(28일~10월 1일)를 열어 추석 세시풍속 체험과 공연 등 풍년을 축하하고 감사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우선 보름달 아래에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영덕 월월이청청’(경상북도무형문화재 제36호)과 명절의 흥을 돋우는 ‘평택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2호)에 이어 ‘가배(嘉俳)’에서 유래한 추석의 의미를 살려 거창삼베길쌈(경상남도무형문화재 제36호) 시연을 볼 수 있다. 어린이박물관에선 추수의 의미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어린이 가을걷이’ 프로그램이 박물관 구석구석을 채운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선 ‘추석, 풍요롭게 모아보기’를 즐길 수 있다. 추석 관련 소장품을 관람하고, 안내에 따라 그림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다. 여러 그림을 완성해 만든 배지들로 가방을 장식하고 직접 채색해 개성 넘치는 ‘추석을 담은 가방’도 만들어 볼 수 있다. 용인 한국민속촌에서는 ‘추석이 왔어요’ 행사(28~10월 3일)를 열어 한국의 전통과 풍속을 전시와 체험, 시연으로 선보인다. 특히 민속촌 내부를 돌다보면 가옥마다 마을의 추석 풍경을 볼 수 있다. 민속마을 9호 남부지방대가에서는 대감이 직접 송편 빚는 방법을 알려주고 송편 나눔을 한다. 진사댁의 차례상, 물레댁의 솜실, 흥선생의 죽책 등 각 가옥마다 색다른 콘텐츠가 준비된다. 추석 당일엔 한 집의 성주신에게 햅쌀을 올리며 가족의 평안을 기원하는 민족의식 성주고사를 진행한다. 목교에서 길놀이 공연을 시작으로 민속마을 22호로 이동해 마당굿과 고사를 올린다. ■ 보고 느끼며 예술의 세계로 ‘풍덩’~ 경기도미술관에서는 소장품전 ‘지도와 영토’를 전시가 이어진다. 한국 현대미술사의 중요 작가로 기록될 김건희, 김정헌, 공성훈, 민정기, 정재철 5인의 도미술관 소장품에 작가와 유족의 소장품 35점을 추가로 확보해 총 42점의 작품과 3점의 아카이브를 전시했다. 5인의 작품을 전시하고 연구하는 과정을 하나의 여정으로 보고 현대미술이라는 거대한 영토(嶺土) 위 다양한 길을 낸 작가들의 작품을 지도(枝道)로 제안한 미술관의 시도가 돋보인다. 1980년대 새로운 미술운동 단체 ‘현실과 발언’ 창립전 출품작부터 다양한 시도와 자신만의 길을 구축하며 현재에 이른 작가들의 여정을 볼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선 2023 동시대 미술 특별전 ‘마당: 마중합니다 당신을’ 전시가 열린다. 동시대 예술 활동이 공동체 안에서 관계하고 작동하는 방식을 조명한 전시에선 김동희, 김지영(109), 무진형제, 문서진, 안성석, 양지원, 이혜령, 전유진, 조영주, 천경우 등 10명의 작가가 드로잉, 사운드, 설치, 스코어, 퍼포먼스, VR 등 다양한 매체로 우리의 다층적인 감각과 인식을 깨우는 작업을 살펴 볼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나왔다면, 인근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을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수원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업 세계를 구축했거나 수원 지역에서 꾸준한 행보를 이어가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이곳에선 이번 연휴, 이수진 작가의 보리아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 19일 개막해 10월 1일까지 선보이는 이수진 작품은 가을 정취 풍기는 한옥의 고즈넉한 멋을 한껏 더 살린다. 전시에선 당수동 시민농장의 보리줄기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 수원에서 나고자란 보리가 전통문화관에 오기까지의 사연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의정부문화재단에선 기획전시 ‘백남준 오마주 展’이 이어진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 작가 판화 전시와 함께 드로잉 원작들, 차세대 작가 7인이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백남준 작가의 작품을 오마주해 재해석한 미디어아트, 회화, 판화가 전시된다. 국내 저명한 컬렉터가 몇십 년 간 꾸준히 모아온 작품들로 구성됐다. 판화 시리즈에는 ‘아듀캔버스’, ‘프랑스혁명 200주년 기념판화’, ‘노베첸토’, ‘88올림픽 기념판화’, ‘휘트니 비엔날레’, ‘화동의 꽃은 무궁화처럼 질기다’ 등 70여 점과 ‘거북 드로잉’, ‘골든뷰’, ‘커뮤니케이션 연구’ 등 백남준 작가의 작품세계를 볼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한가위 극장가, 한국 영화 3파전 [추석특집]

극장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지만, 추석 대목을 맞아 세 편의 한국영화가 온가족을 웃고 울릴 채비를 마쳤다. 형형색색 다채롭게 한가위 극장가를 달굴 영화들을 소개한다. ■ 강동원이 곧 장르…‘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괴짜 퇴마사 천박사가 미지의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기상천외한 일들이 펼쳐진다. 웹툰 ‘빙의’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27일 극장가를 찾는다. 영화는 관객들이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퇴마라는 소재를 접하는 데 있어 문턱을 크게 낮췄다는 매력이 있다. 액션, 판타지, 호러,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화법을 연료 삼아 극이 진행된다. 만화 질감이 한껏 살아 있는 모험 활극에 최적화된 톤을 지닌 배우 강동원은 ‘전우치’ 등에서 보여줬던 강렬한 존재감을 여실히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활기를 선사한다. ■ 가슴 울리는 마라토너들…‘1947 보스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이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려는 마라토너들의 도전을 그려낸 영화로 역시 27일 개봉했다. 하정우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역으로 분했고, 임시완이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선수 서윤복 역을 맡았다. 영화는 선수들의 치열한 훈련과정뿐 아니라 삶에 녹아든 희로애락을 적절히 펼쳐내면서 관객들의 보편적인 공감대를 건드린다. 스포츠 영화는 관객들이 선수들의 육체와 호흡, 현장의 공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몰입감을 조절하는 데에서 뿜어내는 매력이 결정되는 만큼, 시대의 배경과 사람들의 사연에 얽힌 감동을 극대화하는 문법에 충실하다는 점이 감상 포인트로 작용한다. ■ 영화에 관한 영화…‘거미집’ ‘장화, 홍련’,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등으로 장르와 현실 사이 접점을 탐색해왔던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도 같은날 극장에서 만난다. ‘거미집’엔 영화와 영화인, 영화계에 관한 감독의 애정이 묻어난다. 촬영이 이미 끝난 영화를 재촬영해 결말을 바꾸려는 한 감독의 집념을 따라가는 블랙코미디로, 우스꽝스럽고 익살스러운 해프닝이 계속해서 맴돈다. 한국의 70년대 영화 촬영장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펼쳐내면서도 창작혼을 불태우는 예술인들을 조명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영화 제작 환경을 다룬다는 점에서 할리우드의 ‘바빌론’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다른지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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