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매체·지역문화 속 인문학 엿보기… 인문학 관련 다양한 연구 담아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언어학·문학·역사·법률·철학·고고학·예술사·비평·예술의 이론과 실천, 그리고 인간을 내용으로 하는 학문을 포함하고 있어, 인간의 삶과 지적 활동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한 학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서는 중요 학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중요성 만큼, 인문학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인용 등으로 인문학의 존재 및 고유한 의미는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문학이 무엇인지 정의내리고, 인문학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바로 가톨릭대학교 글로컬문화스토리텔링 연구소가 발간한 인문콘텐츠와 대중매체 지역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소명출판 刊)이다. 먼저 인문 콘텐츠와 대중매체에는 대중매체 속의 인문학에 대해 다룬다. ‘언어와 다중매체’, 문학과 다중매체, 매체의 변환, 매체의 혼용과 플랫폼의 변화 등 총 4개의 주제를 통해 영상자막, 광고, 그림책, 만화, 웹툰, 게임 분석에서부터, 고전소설의 TV 드라마 및 콘텐츠 활용 방안, 문자매체에서 다른 매체로의 변화 등을 분석한다. 이지양, 송성욱 가톨릭대 교수와 강미선, 윤신원 박사 등이 연구한 프로그램 성격에 따른 TV영상자막의 분석, 대중매체 언어와 교육적 활용방안 연구, 매체적 관점에서 텍스트의 변환양상 및 의의 고찰, 각색영화 시청이 중학생 독자의 텍스트 이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볼 수 있다. 지역 문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은 인문학적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단위의 독자성 혹은 개별성에 대해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연구소는 문화융성을 위해서는 여러 층위의 다양한 지역문화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지역문화콘텐츠’에 집중했고, 이를 활성화 하는 방편으로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췄다. 1부는 한국에서의 사례를 다루었고, 2부에서는 일본의 경우를 묶었다. 한국편에서는 역사와 문화 테마파크 개발을 위한 성공모델 설정과 히스토리핀을 활용한 전주한옥마을의 근현대 기억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방안, 공간과 지역의 서사적 재현의 양상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본편에서는 장소 정체성의 획득을 위한 이미지 스토리텔링 사례와 대마도 지역의 지역정체성 재국축, 일본의 요괴전승을 활용한 지역활성화 양상에 대해 소개한다. 송시연기자

[이주의 신간도서] 목련우체국 外

목련우체국/ 김복순 著/ 문학의 전당 刊 지난 2013년 문학광장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복순의 첫 시집.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평택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정서적 상승과 하강, 확산과 응축 같은 시적 전략을 사용한다. 반복적인 일상을 환절기라는 시간의 불연속에 기대 원인을 그려내며 자신만의 지형도를 완성한다. 삶의 변화점마다 맞는 환절기의 병, 기침, 배앓이는 불편함, 내적 갈등을 상징한다. 저자는 유년의 기억에서 뽑아 올린 긍정과 위로의 힘으로 극복한다. 값 9천원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안종오 著/ 다산지식하우스 刊 사건과 기록 너머 사람을 본 16년차 부장 검사의 솔직한 이야기. ‘검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권력과 강압 수사, 부패와 비리다. 책은 대한민국 검사로 살아온 저자의 인생 이야기다. 그러나 마치 소설 같다. 그가 만난 인물들, 피해자와 피의자의 인생이 극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검사실을 찾는 사람, 그들의 사건 이야기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본다. 놀라운 호흡을 자랑하는 베테랑 수사관들과의 에피소드까지 더해져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값 1만3천800원 여보, 나좀 도와줘/ 노무현 著/ 새터 刊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첫 자전 에세이다. 책은 청문회 스타라는 뜻밖의 이슈를 일으켰던 것과 낙선이라는 좌절을 경험한 정치 생활을 차분히 정리한 내용을 담았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에피소드와 나름대로의 평가를 더했다. 어린 시절부터 정계에 입문하기까지의 모습은 저자가 정당성과 원칙을 지키던 생전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드러낸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고민하는 일상 이야기는 공감을 전한다. 값 1만7천원

박설희 시인, 시집 ‘꽃은 바퀴다’ 펴내

박설희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꽃은 바퀴다(실천문학사 刊)를 펴냈다.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한 시인은 앞서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을 냈다. 시인은 이번 작품집에 대해 시인의 말을 빌어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시가 피어올랐다. 현실은 늘 상상력을 앞질렀고 어둠과 적막 사이에서 온몸이 시었다. 걷고 또 걸었다. 한라, 태백의 등줄기, 백두, 요동벌, 만주, 열하, 숱한 발걸음을 모아 팔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고 밝혔다. 총 4부로 구성해 담은 60여 편의 작품에서는 시인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의미가 담긴 어느 하루 혹은 이국에서 마주한 풍경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차 타고 졸라 헤맸더니/졸라 짜증 나/그리고 졸라 너도 맘에 안 들어”라는 말을 버스 안에서 들은 시인은 “어머니를 졸라 시장에서 샀던 신발의 행적”을 떠올리다가 “파리의 길을 걸어가는 에밀 졸라”의 사상과 용기를 끄집어낸다. 박 시인은 일상에서 감각적으로 단어를 ‘낚시질’한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시인 특유의 시작의 일상화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이같은 박 시인의 감각은 날카롭고 진중하다. 때론 언제나 불안하고 자위하는 현대인의 심상(心狀)과 다르지 않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오랫 동동안 시어를 쌓아 나가며 단단하게 벼린 삶에 대한 태도가 독자로 하여금 함께 수행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안긴다. “모래성을 쌓자/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한 방의 파도로 모든 게 허물어져도”라는 연으로 시작해 “놀이니까/죽을 때까지 하는 놀이니까”로 끝나는 작품 모래성이 그렇다. 시인의 삶에 대한 의지, 나아가 집념이 읽힌다. 이와 관련 우대식 시인은 해설을 통해 “어떠한 허무와 적막마저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설명했다. 나희덕 시인은 또 “빛과 어둠의 미묘한 음영을 읽어내는 데 그녀는 남다른 감각을 지녔다”면서 “묵은 바람에 담금질한 시들을 읽으며, 나 역시 그 머나먼 유적들에 함께 앉아 있었던 것만 같다”고 평했다. 값 8천원 류설아기자

‘대한민국의 시험’ 대한민국 대입 시험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

핀란드, 캐나다, 독일 등 이른바 교육 선진국들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대입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시험 방식과 수용적 학습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여러 차례 ‘교육 개혁’을 실시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시험(다산4.0 刊)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대입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교육학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앞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통해 대학 교육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 교육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정점에 시험이 있음을 밝히고, 교육 개혁을 가져올 핵심 방안으로 새로운 시험, 즉 시험 혁명을 제안한다. 책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시험들을 예시로 수록했다. 국어, 역사, 과학, 외국어, 미술 등 과목별로 실제 시험 문제들을 그대로 실었고, 이 시험 문제들이 과목에 따라 어떠한 특징을 가지며 어떻게 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하는지 설명한다. 또 이러한 대입시험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의문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한다. ‘교육 개혁보다 사회 개혁이 우선이다’, ‘채점의 공정성이 흔들린다’, ‘난이도가 너무 높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로는 힘들다’ 등 기존의 대입시험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가질 법한 이 의문점들이 실제로는 근거가 약하거나 새로운 대입시험의 성격을 오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어떠한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창의적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험 외에도 교육 개혁을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값 1만6천 원 송시연기자

명사와 음식의 관계로 인물 탐색한 ‘식탐일기’

미식의 시대다. 식탁 위 음식도 세계화가 이뤄진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의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한 조건을 넘어 탐하는 대상이 됐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은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음식은 그것을 섭취하는 그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식탐일기(파피에 刊)를 펴낸 저자 정세진은 이 같은 관점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 오만과 편견을 쓴 소설가 제인 오스틴, 세계적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 화가 피카소, 고종 황제,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등 세계 명사들이 즐긴 음식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책을 여는 첫 인물의 음식을 살짝 맛보자. 16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로 시집온 카트린 드 메디치가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선진적인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를 전수했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린 것도 그녀다. 셔벗과 마카롱 같은 음식 외에도 향수와 발레 등의 문화를 이식했다. 그런 카트린 왕비가 좋아한 음식은 수탉의 볏과 신장, 아티초크의 심 등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미식가들은 닭벼슬이 젤리처럼 쫀득한 질감에 개구리 다리와 비슷한 맛이라고 설명한다. 아티초크는 엉겅퀴과 다년초의 꽃봉오리다. 삶아서 잎을 한 장씩 떼어 도톰한 아랫부분을 먹는다. 이 밖에도 카트린 왕비의 식탁은 산해진미로 그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식탁에 홀로 앉아 ‘혼밥’했다고 한다. 삶은 더 고독했다. 태어난 직후 부모가 죽고, 남편이 된 앙리 2세는 19살 연상인 디안 드 푸아티에 후작부인과 사랑에 빠졌으며, 세 아들은 권력투쟁 속에 단명했다. 저자는 “카트린 드 메디치가 궁중 문화와 세련된 음식에 탐닉한 것은 한 여인으로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면서 “진수성찬을 함께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이를 포함해 명사들이 취했던 음식 이야기 26편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해당 음식 문화와 시대상 등을 보여주는 회화, 해당 인물과 요리 사진, 각종 자료 이미지 등으로 글에 생동감을 더했다. 깊이감은 부족하지만, 음식으로 다시 보는 명사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값 1만6천원 류설아기자

한복용 작가 두번째 수필집 '지중해의 여름' 출간

안탈리아 해변은 잔돌이 어여쁘다. 색색의 무늬가 박힌 납작하고도 뭉뚝한 돌들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타우루스 산맥으로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 굴러 내려왔을까. 어쩌면 어느 여신들의 장신구가 풀어져 바닷물에 씻기고 파도에 닳아 이리도 고운 빛깔을 낸 것이 아닐까. 나는 신발을 구겨 가방에 넣고 돌을 줍기 시작한다./중략… /알싸한 취기에 젖어 나는 강렬한 태양 아래 천천히 몸을 눕힌다. 타우루스 산맥은 만년설의 흰 띠로 내 옆에 와 나란히 눕는다. 이 고요, 시간은 내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표제작 지중해의 여름 중에서 2013년 문단 데뷔 6년만에 첫 번째 수필집 ‘우리는 모두 흘러가고 있다’를 펴낸 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아온 ‘고독의 미학’을 탐구하는 수필가 한복용이 두 번째 수필집 ‘지중해의 여름(도서출판 북인)’을 출간했다.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양주시 남면에 자리잡은 한복용 작가는 화원 ‘꽃의 나라’를 운영하며 수필을 쓰는 플로리스트다. 2007년 격월간 에세이 전문잡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해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4년 ‘젊은 수필’에 선정됐고 서정과 서사 회원, 한국문인협회 호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복용의 수필은 고독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아름다운 몸부림이며 이것이 그의 문학세계가 되고 있다. 그 치유의 과정은 가엾기도 하지만 문학적 기법과 함께 매우 성공적인 것이어서 아름답다. 그래서 한복용은 ‘고독의 미학을 탐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복용 작가는 이번 수필집에서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격조 높은 수필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을 다룬 ‘떨림의 눈빛’은 작가의 철학과 신념을 매우 깊이 있게 천착해 나간 수작이다. 일본 후쿠오카 감옥을 찾아가고 윤동주의 추모제에 참여한 후 쓴 ‘그의 부끄러움과 만나다’는 윤동주 시인의 삶과 작품세계를 짧은 수필의 형식 속에 담아낸 것으로 윤동주와 관련된 수필 중 우수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한복용 작자의 놀라운 독서력을 보여주는 ‘서점 가는 날’이나 구스타프 클림트의 유명작 키스 이야기인 ‘클림트의 ‘키스’ 앞에서’나 마라톤동호회에서 선수로 뛰고 있는 자신을 소재로 한 ‘미련한 완주’ 등은 문학성 뿐만아니라 ‘반 평의 자유’를 지키는 작자가 얼마나 넓은 세상을 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놀랍다. 김우종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수필은 한 단어, 한 구절, 한 문장 그리고 쉼표 하나까지 고독의 빛깔이 구석구석 스며들어 있다. 고독을 마음의 상처라고 한다면 그 빛깔은 매 맞은 자국처럼 푸르죽죽할 것이다. 그런데 작자가 말하는 고독의 상처는 아름다운 노을빛이다”라고 평가했다. 양주=이종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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