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트여행을 즐기는 1896년의 르노와르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손가락 관절이 부어있어 관절염이 있구나 싶었는데, 1903년의 심각하게 손뒤틀림 증세가 급격히 진행된 사진이었다. 나중에는 휠체어를 타게 되었고, 스스로 붓을 쥐지 못해 주변사람들이 손에 붓을 고정시켜주고 팔레트를 무릎 위에 놓고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정말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르노와르의 병명은 류마티스 관절염이다. 한의학에서는 백호풍이라고 하는데 호랑이에게 물린 정도로 아픈 증상이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 질환이다. 자기면역 질환은 내 몸속의 쿠데타라고 한다. 내 몸을 지켜줘야 하는 면역세포들이 오히려 내 몸을 향해 공격하는 질병이다. 감기증상처럼 발병한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생기면 첫째, 아침강직 증상이 나타난다. 아침에 몸이 뻣뻣하고 온 관절이 아프다. 둘째, 세군데 이상의 관절에 통증이 생기며 통증이 잘 생기는 부위는 손목, 손가락, 발목, 발가락, 무릎, 팔꿈치 등이다. 대개 손과 발이 동시에 아프다. 셋째, 관절외 증상이라고 하여 눈이 건조하고 폐렴, 골다공증, 말초신경염 등이 생길 수 있다. 넷째, 날씨에 민감하며 입안이 자주 헐고 손이 시리고 찬물에 닿으면 손색깔이 변한다. 관절염의 예방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40대 이후의 여성들의 절반이 앓고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산후풍으로 관절염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성은 산후조리를 잘 하는 것이 관절염 예방의 첫걸음이다. 남자의 경우는 면역력 증진이 중요하다. 내가 르노와르의 주치의라면 우선 감기를 치료하는 것으로 유명한 쌍화탕을 처방할 것이다. 쌍화탕은 면역력을 증진하는 대표적인 처방이다. 그다음에 봉독약침요법을 20회 정도 시행할 것이다. 봉독약침요법은 꿀벌에 전자충격을 줘서 봉독을 뽑아낸 뒤 정제시킨 약액을 경혈에 주입하여 치료하는 약침요법이다. 벌침은 예로부터 신경통, 관절염의 특효로 고대 이집트의 의약서에도 치료로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으며, 히포크라테스도 봉독은 신비한 약이라고 했다. 필자는 임상에서 일만회 이상의 봉독치료사례가 있다. 그만큼 봉독요법은 관절염에 효과적이다. 그리고 녹각교, 구판교, 별갑교, 아교 등으로 구성된 관절의 특효약인 가미대교탕으로 관절염을 치료하고, 관절을 튼튼하게 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르노와르의 관절염이 완치가 되면 그는 나에게 그림 한장을 선물할 것이다. 벌침을 들고 있는 한의사라는 제목의 그림.
건강·의학
박정임 기자
2011-11-28 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