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관 칼럼] 역사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4월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간 역사적 만남을 보고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이 뭉클했음은 우리 모두의 느낌이었으리라. 남북이 화합하여 우리 민족의 소원대로 자유와 평화로운 번영된 나라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지만 역사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민족이 하나로 뭉쳐 번영을 이룰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기쁨이 용솟음치지만, 한편 어긋장이 나서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질까, 두렵기도 하다. 어느 쪽으로든 2~3년 안에 결판이 나리라 생각한다. 전망은 밝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내용대로 남북이 성실히 이행한다면 자유와 평화를 이루는 물꼬를 트고 번영과 통일을 위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남북정상간의 판문점 선언은, 이미 그동안 남북간에 채택되었던 남북선언의 철저한 이행, 개성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2018 아시안게임 등 국제경기대회 공동출전, 8ㆍ15 이산가족 상봉추진, 동해선, 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군사분계선 확성기 방송, 전단살포 중지, 서해일대 평화수역 추진, 5월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 단계적 군축실현, 종전선언, 완전한 비핵화실현, 문재인 대통령 올가을 평양방문 등을 담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은 온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었고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방송 시청률도 30%를 넘었고 남북 두 정상의 악수, 포옹하는 장면을 보고 환호와 눈물을 흘렸다며 역사적 순간을 보도하고 있다. ‘이제 수학여행도 북한으로 갈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냐’ ‘바로 통일을 이루기는 이르지만 종전선언만으로도 큰 도약이다’ 등 시청자들의 희망도 보도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대로 역사의 물줄기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아있다고 하겠다. 특히 우리 경기도는 남북관계의 발전에 따라 가장 예민한 영향을 받고 있는 지역이어서 우리의 관심은 더욱 지대하다. 전망은 어둡기도 하다. 남북관계 개선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에 있고, 이는 세계적인 관심사다. 남북은 물론 세계의 이목은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것이냐이다. 북한이 비핵화(핵포기)의 진정성을 보일 때 이번 판문점 선언의 다른 모든 합의 부분이 순풍의 돛을 단듯 잘 풀려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북핵관련 북한과 국제사회간의 지나온 합의 이행 상황을 보면 우리의 희망을 담기에는 그 전망이 어두운 면이 있다. 1985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다가 1993년 특별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NPT에서 탈퇴선언을 한 이후 25년간 북한과 국제사회간에는 4회에 걸쳐 합의와 파괴를 반복해와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잃어왔다. 이번에는 북한이 눈에 띄게 전향적 자세를 보이고 있고 남ㆍ북ㆍ미 정상간의 직접 담판이 이루어지고 있어 전망이 밝아 보이지만 국제사회는 아직도 신뢰의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북ㆍ미 정상회담이 말해줄 것.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실현, 북측이 취하고 있는 그동안의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중대한 조치라는 인식을 같이 하고,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합의한 내용은 북핵과 관련하여 종전보다 좀 더 진전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데, 이는 앞으로 있을 북ㆍ미정상회담을 지켜보아야 할것이다. 결국 북한의 비핵화(핵포기)의 구체적 이행방법은 5~6월에 있을 북ㆍ미정상회담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포기의 진정성과 방법이 밝혀질 것이다. 북핵문제와 통일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고 미중일러 등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지금 한반도는 역사의 대 변환기에 서 있다. 역사는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우리의 소원대로 역사의 물줄기가 흘러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소원해 본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선거에서의 언론 역할

지금 지방선거 분위기가 막판에 이르러 선거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선거에 있어서 언론이 어떤 내용의 보도를 하느냐는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유권자는 지역에서 홍보활동을 하는 선거운동원이나 소위 ‘카더라’ 통신을 통한 여러소식을 접하는 외에는 후보자를 평가할 수 있는 개관적 자료는 언론보도 내용이 유일하므로 선거에 있어 언론의 사명이 막중하다 하겠다. 언론은 우선 각정당의 공천과정을 잘 감시해야 한다. 대의제 민주정치는 정당정치에 그 뿌리를 두고 있기에 정당의 공천은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정당공천에서 이미 당락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정당의 공천과정은 낱낱이 공개되어 유권자의 검증을 받아야 되고 언론은 정당의 각 지역별 공천이 공정했는지 점검, 감시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정당이 허튼짓을 안 하고 올바른 공천을 하게 된다. 우리는 공천과정에서의 금품수수, 파당적 행태 등을 너무 많이 보아 왔다. 다른 하나는 각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하는 일이다. 선거때만 되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허황된 꿈이나 거짓말로 현혹하는 공약을 찾아내어 유권자에 게 알려주어 후보자들이 인기에 영합하려는 작태를 뿌리뽑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포퓰리즘적 공약과 혈세를 낭비한 사례를 보아 왔는가. 소요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지역현실에 맞는 것인지 등 공약의 근거를 제시하게 하고 전문가의 분석을 통해 실현가능성을 보도하여 후보자가 함부로 엉터리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거과정에서의 부정, 비리를 감시하는 일이다. 선거는 대의제 민주정치의 뿌리인데 선거가 공명정대 하지 못하고 부정, 비리로 얼룩지면 부패가 만연되어 결국 망국의 길로 가게 된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비판기능을 해주어 제4의 권력으로 자리 잡았다.비판기능을 상실한 언론은 이미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불법선거운동을 제어하는 역할은 사법기관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언론이 제기능을 다해줄 때 비로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언론이 불법선거운동과 혼탁해지는 선거풍토를 준엄히 고발하는 사회적 공기(空器)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어 야한다. 불법선거운동 제보 미투 운동을 벌이자. 지금 언론에서 보도되는 선거의 혼탁양상은 주로 경쟁후보 상대방들이 주장하는 내용들이다. 상대방을 흠집 내어 공격하는 것이 가장 많다. 언론 스스로가 찾아내어 불법, 혼탁 선거양상을 보도하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주민들은 그 지역에서 후보자들이 저지르는 불법, 혼탁 선거운동실태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특히 소위 선거부로커가 선거판을 흐리는 사례도 수없이 보아 왔다. 이러한 지역주민들이 직접 접하여 알고 있는 부조리의 실상을 실시간으로 낱낱이 들어내어 보도하면 불법, 혼탁 선거운동을 예방하고 공명선거를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러려면 ‘부정감시 기동취재 기획단’같은 특별 전담 취재단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불법선거운동 사례를 취재하여 보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 지역에 상주하는 기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특별기획단을 만들어 감시하고 ‘불법선거운동 제보 미투 운동’을 전개하면 불법, 혼탁 선거운동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적극적, 능동적으로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주어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남·북·미 정상회담,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오는 4월 남ㆍ북 정상회담, 5월로 예정된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의 발표로 우리는 물론 전 세계가 미처 예견치 못한 가운데 그 귀추가 주목되는 깜짝쇼가 벌어졌다. 남ㆍ북 정상회담에 이어 최초의 북ㆍ미 정상회담까지 이르게 되어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보며,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이제는 남ㆍ북, 북ㆍ미 정상회담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겠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가 자유와 평화로 민족의 번영을 이루는 통일을 지향하는데 진정한 디딤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7ㆍ4 남북공동성명(1972.7.4)이 깜짝쇼로 발표될 당시 얼마나 놀라기도 하고 한편 통일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던 기억이 있다. 당시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여 민족적 대단결을 이룩하여 자주통일을 달성하자고 한 남북공동성명은 애초부터 공허한 것이었고 2년 만에 중단되는 일시적 이벤트에 그쳤다. 남북대화는 1990년대 이후 간간이 지속되어 왔으나 소련ㆍ동구권의 몰락, 경제파탄 등 북한의 위기가 닥쳐올 때 이루어졌고 그간 6ㆍ15선언, 10ㆍ4합의 등 2번의 남ㆍ북 정상회담이 있었으나 문서상 합의에 그쳤을뿐 남북간 아무런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가 바라던 북한의 개혁ㆍ개방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의 남북관계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오히려 북한의 핵 위협속에 더욱 더 어려운 대치상태에 놓여왔다. 국제사회에서 신뢰 잃은 북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도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낙인 찍혀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합의를 일방적으로 깬 여러 번의 전과가 있다.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했지만 1993년 특별사찰을 요구하자 탈퇴선언을 한 이후 25년간 합의와 파기의 악순환을 거듭해 왔다. 1994년 10월 북핵동결, 경수로, 중유지원을 내용의 제네바합의를 2003년 파기하고 2005년 9ㆍ19합의(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N.P.T.에 복귀하는 조건으로 전력 등 에너지 지원)를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하면서 파기했다. 그후 2012년 2ㆍ29합의(북한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발사를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은 식량지원)를 그해 4월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헌법전문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했다. 트럼프의 속내 북한은 지금까지도 남ㆍ북,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해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대남, 대미 비난은 자제하고 있어 그 의중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남ㆍ북, 북ㆍ미 정상회담에 대하여도 ‘북한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못이겨 이를 일시 모면하려고 하는 술수에 불과하다’는 의견과 ‘미국과의 직접 담판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보는 상반된 의견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이냐이다. 트럼프가 한국 특사단과 45분간 회담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 수락한 의중이 무엇일까. 유수한 세계대국들을 상대로 협상을 통해 세계적 대사업을 해온 수완을 가지고 미국 대통령까지 꿰찬 트럼프가 아무 생각 없이 경솔하게 45분 만에 북ㆍ미 정상회담을 수락했을리가 없다. 최근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대북 강경파로 바꾼 것을 보면 그의 속내를 추측할 수 있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은 북한에 대해 실질적이고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 북한의 말만 믿고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더없이 소중한 이번 기회가 진정성 있는 남ㆍ북ㆍ미 대화로 자유와 평화로 민족의 번영을 이룩하는 통일의 디딤돌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부정선거 감시자가 되자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등 바야흐로 선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언론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의 선거공약을 보도하고 각 지역별 출마 예상후보들에 대한 기사가 매일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의 후보자 선택에 큰 도움이 되게 하기 위함임은 말할 것도 없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와 함께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는 3대 국가적 행사다. 언론이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여러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실제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선거가 공정하지 못하고 부정, 비리로 얼룩지면 우리 사회에 부패가 만연되어 망국의 길로 가게 된다. 공명선거를 이룩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하나는 정당의 투명하고 공정한 후보자 공천이다. 정당정치가 정착된 대의제 민주국가에 있어서는 정당의 공천이 투명하고 공정치 못하고 금품수수나 파벌 등 비리에 얽히면 공정한 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각 지역의 공천을 둘러싸고 금품 제공 제의나 요구가 물밑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과정에서의 부정, 비리 척결이다. 선거때가 되면 유난히 각종 행사나 모임이 많아지는데, 모두 선거를 염두에 둔 부정이 생겨날 소지가 높은 것이다. 선거브로커나 유권자와 후보자들 사이에 금품이 오가고, 상대방을 허위사실로 헐뜯는 등 부정을 저지르고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를 우리는 주위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선거풍토가 사라지지 않는한 공명선거를 기대할 수 없다. 영국은 입후보자격을 영구 박탈한다. 금품수수 등 부정과 비리로 당선된 사람은 당선 후에도 더 큰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게 되어 부패하기 마련이다. 선진각국은 선거부정을 철저하게 엄히 다스려 공명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주의의 본 고장인 영국은 금품수수 등 선거부정이 끊이지 아니하자 1880년대에 선거법을 혁신적으로 제정해 부정행위로 당선된 사람은 당선을 무효로 함은 물론 후보자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여 앞으로의 선거에서 후보로 나서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철저히 시행했다. 그 이후 영국에서는 선거에서의 부정이 없어지고 공명선거가 확립되어 오늘날의 모범적 민주국가가 된 것이다. 현재 정치계에 부패전과자 많다. 우리도 공명선거를 정착시키려는 법적장치는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으나 실제 처벌과 사후관리에 허점이 많아 공명선거가 정착되지 못하고 정치권이 부패의 온상이 되어 있다. 선거사범 처리가 신속히 진행되지 못하고 선거법 위반뇌물수수 등으로 처벌받은 전과자들에 대한 사면, 복권이 남발되다 보니 그들이 정치권에 다시 복귀하여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개를 치고 있어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정권 말기마다 부패 스캔들로 막을 내리더니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이 종말을 고하는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는가. 앞으로 부패 인명사전을 만들어 그들이 공적활동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모두가 감시자가 되자. 선거에서의 부정과 비리는 은밀히 이루어져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지 않으면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고 수사기관에만 맡겨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표를 부정하게 도둑질하는 자를 우리 스스로가 적발해낸다는 각오로 감시자가 되어 부정행위자를 고발하고, 언론은 부정 고발센터의 창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지방자치, 탈정치화 되어야

오는 6월13일은 지방자치 선거일이다. 4년마다 돌아오는 지방선거는 대선, 총선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3대 핵심축으로서 금년도 최대의 중요 국가적 행사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20여 년이 지났으나 국민들은 아직도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지방자치단체장(시장군수)과 지방의원(도시군의원)선거에서의 정당공천제와 그에 따른 폐해에 있다고 본다.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도를 도입하였으나 ‘공천이 곧 당선’이다 보니 공천에 따른 비리와 부패, 중앙정치권에의 눈치보기, 줄서기 등이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지방자치가 정당공천제의 병폐로 인해 지방자치 본래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는 정치가 아니다.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일들을 주민들의 의사에 의해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데 지방자치의 본 뜻이 있다. 예컨대 쓰레기 수거, 청소차량배치, 환경미화, 안전한 어린이 등굣길 확보, 소도로개수, 버스노선교통망 정비 등 주민 생활환경 개선, 생활복지 향상 등과 관련되는 것으로, 이는 모두 비정치적인 일들이다. 이러한 일들에 정치가 개입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은 그야말로 지역일꾼을 발굴하여 그들에게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정치와 관계없는, 허세(虛勢)를 부리지 않는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들이 맡아야 한다. 현재의 공천제도하에서는 능력과 관계 없이 정치적으로 공천을 받게 되어 그들이 당선되면 대부분 정치적 행동이 불가피하다. 지금 지역의 현실을 보면 예컨대, 다리 하나를 놨다하면 국회의원, 지방의원, 시장, 군수 모두 자기업적이라고 홍보하기 바쁘고 지역행사마다 모두 나서서 얼굴을 알리고 자기선전에 바쁘다. 탈 정치화된 선진국의 사례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은 지역생활자치에 전념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국가시스템, 그리고 내실있는 지방운영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선진국의 지방자치 실태를 보면 대부분 탈정치화되어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시, 군의원에 여성이 많다. 쓰레기 수거, 환경미화, 어린이보호를 위한 안전한 등굣길 확보 등은 가정일에 상시 관심을 가진 여성들이 그 해결방안을 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직이나 교육계, 기업 등에 오래 종사하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되다 보니 그들은 오직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일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그러한 사람들로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뽑혀야 한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정당공천에 사활을 걸고 있고, 또한 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을 띠다 보니 당선만 되고 나면 다른 생각들을 한다. 지방의원이 되면 다음에는 시장군수, 시장군수가 되면 다음에는 국회의원 해보려는 생각들일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된 지방자치가 난망(難望)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중앙정치에 예속화되어 선거 때면 각 지역마다 공천로비에 법석이고 편가르기가 심해져 선거가 끝나면 지역주민이 갈라져 주민화합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때만 되면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지방자치의 실질적 보장의 제도화를 외치지만 그때마다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 이번에도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는 조짐들이 벌써 나타나고 있고 진정으로 개선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지방자치의 실질적 실현은 선거제도 이외에 재정자립 등 많은 부분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제일 우선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은 지방선거에서의 공천제도 폐지라 하겠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정치권의 적폐청산, 제도개선 차원에서도 접근해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정당공천이 없어지면 모두가 무소속이고 인물과 능력 본위의 선거가 이루어지게 되어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당공천제도 폐지를 통한 지방자치의 탈정치화야 말로 실종된 지방자치를 살리고 진정한 주민자치가 실현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기초단체장, 시군구 의원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중지(衆智)가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수도권 규제 시급히 철폐해야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인구집중을 억제하고 산업을 지방으로 분산시켜 전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려는 취지에서 시행된 수도권 규제정책은 1982년도에 제정된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시행을 시작으로 개발제한구역, 팔당수원지 특별대책지역, 군사시설 보호구역등으로 인한 규제와 더불어 수도권은 2중, 3중의 규제로 몸살을 앓고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2015년)에 따르면 최근5년간(2009~2014년) 수도권의 규제로 국내투자를 포기하고 해외에 투자한 업체는 28개에 달하고, 62개 기업은 수도권규제로 공장 신증설시기를 놓쳐 3조 3천29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1만2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수도권 공장증설 불가 등으로 수도권 대신 지방을 택한 기업은 6개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에 투자를 포기하고 중국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로 발길을 돌린 해외 기업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35년이 지난 지금, 당초 목적인 인구집중 억제도, 국토의 균형발전도 어느 하나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국가경쟁력을 저하 시키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전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시대를 이끌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세계각국은 수도권 규제가 제구실을 못한다는 것이 이미 판명되면서 일찌감치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였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은 오히려 수도권의 규제를 철폐하고 수도권의 역할과 기능을 강화하여 세계적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영국의 ‘런던테크시티’, 프랑스, 일본의 광역도시권 설정 등이 그것이다. 우리도 시급히 수도권 규제를 철폐하여 국내기업들의 투자활성화와 외국기업들의 국내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우리는 지금 규제철폐 논리에는 수긍하면서 지역간 정치 이해에 얽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깝다. 참고로 지난해 도시경쟁력 평가를 보면 런던이 세계1위, 파리와 동경이 각각 3위, 4위이고 서울은 11위로 매년 10위권밖에 머물고 있음을 각성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는 저비용, 고효율을 기본으로 함에도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춘 수도권기업들이 온갖 규제로 신증설이 안되어 지방으로 내몰리면서 열악한 기업환경과 물류비용의 부담으로 생산원가가 상승하여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국민경제에 주름살을 주게 된다. 경쟁력강화의 첫걸음은 바로 선택과 집중이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경쟁력을 갖춘 수도권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우리나라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켜 대한민국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세계적인 IT기술과 전국 반나절이면 이동할 수 있는 훌륭한 교통 인프라를 갖추고있다. 4차 산업시대의 선두에 서기 위한 첨단산업은 수도권 위주로 발전을 촉진하고 문화예술분야, 관광분야, 특성산업분야 등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 특성에 맞는 장기적인 발전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권한과 예산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수도권 규제철폐는 단순히 수도권 주민만이 혜택을 보자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한층 높여 국민모두가 경제성장, 소득증대의 혜택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상향평준화를 이루어 내자는 것이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여야가 지혜를 모아 국가경쟁력을 시급히 키워야 할 때이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바른정당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이범관 요사이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통합할 것이냐,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갈 것이냐, 독자적으로 존속할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연일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런데 바른정당을 두고 회자되는 이런 논쟁은 우리나라의 정치현실을 올바로 보지 못한 데서 나온 것이다.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일 뿐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정치에는 철학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논쟁은 실익이 없다. 바른정당의 태생 자체가 깊은 정치철학이나 정치이념의 기치 아래 태어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기성 정치인들의 현실 이해관계에 따른 이합집산이 만들어낸 하나의 산물일 뿐이다. 우리의 정치현실에는 국가통치의 깊은 철학이나 지향하는 이념이 없다. 오로지 선거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유리한지를 놓고 갈라설 뿐이고 그 판단은 지역과 인물에 따라 어느 것이 유리하냐에 있다. 바른정당의 창당 과정과 탈당 사태를 보자. 바른정당은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몰린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반기문이라는 유력 대선후보를 앞세워 새로운 보수정당의 이름으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다시 여당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진 새누리당 내 일부 정치인들이 새로운 이미지의 정당을 창당하여 다시 정권을 잡아 보려고 한 것이다. 그 나물에 그 밥 보수혁신 운동을 통해 새누리당내에서 당을 혁신ㆍ재건하여 국민에게 호소하려 하지 않고 다음 정권을 잡는데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몇몇 정치인의 정권욕에서 태어난 정당으로 국민의 눈에는 애초부터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의 차이를 알 수 없는 그 나물의 그 밥이었다. 국민에게는 보수의 분열된 모습만 보여 주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반기문이 불출마하게 되고 바른정당의 지지도가 하락하자 여지없이 허물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정치적 연명을 위해 다시 원래의 자리인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는 탈당파가 생기고 선거 후에도 자유한국당으로 회귀하는 탈당파가 이어지고 남아있는 일부 정치인들도 기회만 있으면 명분을 만들어 다시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 실정으로, 이제 바른정당은 지리멸렬할 위기에 놓여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하여 바른정당을 창당했을 때의 명분이나 이념은 어디 가고, 탈당할 당시와 전혀 바뀐 것이 없는 자유한국당을 다시 찾아가는 이합집산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바른정당이 국가통치 철학이나 정치이념에 의해 창당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당시의 정치현실에 따라 계산된 이해관계에서 창당된 것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당 변천사를 보면, 지금의 바른정당 사태와 다를 바 없다. 지역중심, 인물중심의 정당이 생기고, 바뀌고, 흩어졌다, 모이고 해왔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김영삼, 김대중의 통일민주당, 평화민주당 등이 그것이고 영남중심의 공화당, 새누리당, 호남중심의 신민당, 민주당, 새천년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등이 그것이다. 기업은 1류인데 정치는 6류 이제 우리 정치권도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정치발전, 국가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오죽하면 어느 기업인이 우리나라의 기업은 세계 2류인데 정치는 4류라는 말을 했겠는가. 오히려 지금은 기업은 1류로 향하는데 정치는 6류로 떨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대권 도전에 실패하고도 재수, 삼수를 하겠다는 정치인. 부정, 부패로 단죄 받고도 사면, 복권을 통해 되살아난 정치인들이 지금의 정치권에서 판을 치고 있고 언론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면서 정치권의 치부를 외면하고 있으니 우리의 정치현실이 정체, 낙후되어 가고 있고, 발전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부패하고 철학 없는 기득권 정치인들을 대신해서 새로운 세대의 젊고 때묻지 않은 정치인들이 나와야 할 때다. 프랑스의 30대 마크롱 대통령, 뉴질랜드의 30대 아던 총리와 같은 참신한 인물이 앞으로의 우리에게 필요할 때이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대통령도 안 되는데, 국회의원은 되나

우리는 지난 대통령을 국민의 이름으로 당당히 퇴출시켜, 더 이상 이 땅에서 부정부패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그런데 요즘TV뉴스를 보면 좀 황당하다. 그보다 더한 비리나 부패에 연루된 국회의원들은, 버젓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당의 얼굴로 비쳐지거나, 오히려 자신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닌다. 이거 참 우습다. 스스로를 청산하겠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국민들이 또 한번 나서고 있다. 부패하거나 무능한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위한 국민청원 운동이 여기저기서 불붙듯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대통령후보들 모두가 이 제도의 도입을 공약 했음에도,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니 국회에 제출된 국민소환제 법률안은 방치된 채 다음 선거 때까지 기나긴 겨울잠(冬眠)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렇듯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그동안 선거 때가 되거나 국회의원 자질논란, 특권논란으로 정치권이 불신을 받으면 약방의 감초 격으로 정치권에서 먼저 들고 나오다가 슬그머니 사라지곤 해온 지 오래이다. 대통령도 탄핵으로 물러나고 지방자치단체장(도지사, 시장, 군수),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가 2006년 도입되어 이미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유독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만이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두말할 것 없이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특권을 내려놓고 자신들을 옥죄는 제도를 도입할 진정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불신의 격변기나 선거 때 국민에 대한 립서비스로 국민의 눈을 속여온 것이다. 이제 국민의 힘으로 국회의원을 소환해야 한다. 그들의 행태는 이렇다. 달콤한 말과 행동으로 표심을 자극하여 일단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나면, 황제로 군림하거나, 막말하여 상처를 주기도 하고, 일은 제쳐 두고 외유를 일삼는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는 갑질을 하고, 배만 불리며 부정을 저지른다. 하지만 우리는 일단 한번 뽑아 놓으면 어쩔 수 없이 임기 4년간 그 꼴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이런 국회의원들을 임기중이라도 퇴출시킬 수 있는 제도인 국민소환제를 하루빨리 도입하여 그들을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의 대변기관인 국회가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될 때 건전한 의회제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다. 지금 적폐청산을 하겠다며 우리사회 각 분야의 부정, 부패, 부조리를 척결하는 일로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적폐청산의 지름길은 그 뿌리를 찾아내어 근원을 뿌리뽑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적폐의 근원은 바로 정치권에 있다. 정치권이 깨끗해야 적폐가 청산된다. 정경유착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정부도 결국 재벌과의 정경유착으로 대통령 탄핵사태에 까지 이른 것이 아닌가. 사회 각 분야의 부정, 부패, 부조리를 파헤쳐 척결해 나가다 보면 결국 그 뿌리가 정치권에 있음을 무수히 보아왔고 지금까지는 적당한 선에서 봉합하여 수습해온 일이 부지기수이다. 지금 적폐청산을 한다면서 왜 정치권의 적폐청산이 거론되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적폐청산의 최우선 대상은 바로 정치권에 있다. 특히, 정당의 각종 공천관련 금품수수 등 부정, 부패, 부조리는 가장 시급한 청산의 대상이다. 자질이 부족해도 공천만 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고, 일단 당선되고 나면 국민소환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마다 파열음이 거세지고 그때마다 이를 검증한다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자질도 검증되어야 한다는 국민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이 국민소환제다. 부패하거나 무능한 국회의원을 퇴출시키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고, 국민의 힘으로 이를 관철시켜야 할 때가 왔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현대법정에 때아닌 사또 등장

최근 우리나라 법정에서 법에도 없는 판결을 내린 판사가 화제다. 제멋대로 봐주기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야말로 조선시대 사또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드론이 사람을 대신해서 택배를 하고, 인공지능이 자동차를 스스로 운전하고 있는 최첨단 시대에, 유독 우리나라 법원만이 시대를 역행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조선시대 원님재판을 하고 있으니 황당하다.이 어이없는 판결에 관여한 검사도 그냥 눈감고 받아들였고, 지금까지도 이런 판·검사에 대한 어떠한 징계나 처벌의 소식도 없어 점입가경이다. 대법원장도, 검찰총장도 모두 휴가 중인가, 아니면 과거사 청산에 올인하고 있는가. 그럼 이 황당한 원님재판을 한번 들여다보자. 주인공은 판사, 검사, 경찰관(피고인), 이렇게 3명이다. 피고인 경찰관은 청탁을 받아 음주운전한 자를 처벌하지 않은 죄를 지었고, 법대로라면 직무유기죄로 징역형을 선고 받아 경찰직에서 당연 퇴직되어 연금도 삭감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재판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된다.판사는 법에도 없는 가벼운 벌금형을 선고하더니, 이어 검사는 그것을 그대로 눈감아버린다. 여기에 전직 부장판사 출신의 변호사까지 등장하여 의혹을 짙게 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매끄러운 진행에 주인공들은 모두 해피엔딩이다. 이 어이없는 재판의 판사도, 검사도 모두 지금까지 무사하고, 피고인 경찰관은 퇴직하여 버젓이 연금 전액을 잘 받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첫째로, 판사의 오만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존중하자고 하니, 이를 집행하는 판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내가(판사) 곧 법이다”라는 망상에 젖어 제멋대로 판결해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런 판결을 할 수 없다.둘째로, 이 재판엔 피해자가 없다. 요즘은 SNS, 네티즌 수사대에 의해 웬만한 부조리는 모두 파헤쳐져 알려지기 때문에 숨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이 피해자가 없는 곳은 아직도 사각지대로 이렇게 남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 검사가 공익의 수호자로 감시자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검사는 무슨 이유인지 자신의 사명을 망각하고, 마치 각본에 있는 것처럼 이 황당한 판결을 아무 이의 없이 받아들인다.셋째로, 이들에 대한 어떠한 징계나 처벌이 없다. 그냥 검찰에서 비상상고를 한 것이 이번 원님재판에 대한 조치의 전부다. 해당판사와 검사를 당연히 법에 따라 조치해야 하지만 조직에 흠이 될까 그런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국민들도 잘 모르기를 바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잊히길 기다려보자는 심보다. 아마도, 자신의 흠집은 뒷전에 묻히길 바라고, 현 정권의 관심 현안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모양이다. 이것이 바로 국가기강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증거다. 이렇듯 국가기강이 무너지니, 자신은 정치적으로 재판하겠다는 정신 없는 정치판사까지 등장하는 판국이다. 엄연히, 헌법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곳은 법원이 아니라, 국회와 청와대라는 헌법기관이 따로 있다. 국가기강이 송두리째 무너지니, 재판도 무너지고, 다른 공무원들도 사명감을 망각해 가고 있다. 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적폐청산에 앞장서고 있다. 잘못된 부조리를 척결하려는 의지가 강한 이 시점에 법을 지켜야 할 판·검사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할말을 잃었다. 정부가 다시 한번 적폐청산의 목적과 순서를 점검해봐야 할 시기이다. 무엇이 적폐인지, 어떤 적폐청산이 더 중요한지를 현 정권이 정치적으로 잘 판단해줘야 한다. 특히 이와 같이 사회와 국가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에 관련된 사안은, 그 어떤 적폐보다도 그 경위를 소상히 밝혀 일벌백계로 엄히 다스려 국가기강을 시급히 세워야 할 때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이범관 칼럼] 전국민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자

요즘 영화 ‘택시운전사’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천200만명을 넘어서면서, 관객수 9위 매출 6위의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흥행의 원동력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 없이, 첫째는 내용이요, 둘째는 그것을 연출해내는 배우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을 우리나라 전 국민으로 바꾸면 어떻게 될까. 이는 이미 흥행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 관객수는 5천만도 가능할 것이다. 자기 영화는 모두 보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는 2016년 OECD 35개국중 29위라는 하위권에 있다(국제투명성기구 발표). 정부가 적폐를 청산한다고 하나 지난 정권의 잘못을 끄집어 내는데 그치고, 현재 사회 각 분야에 만연된 부정부패반칙특권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적폐청산의 주도자는 바로 국민 자신이 되어야 하고, 감독이 주인공을 캐스팅하듯 정부가 법제를 정비하여 국민 스스로가 사회 각 분야에 만연되어 있는 부패를 척결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5년단임제 정부는 예외 없이 정권말기 부패스캔들로 막을 내리더니, 급기야 대통령 탄핵으로 현 정권이 탄생되기에 이르렀다. 적폐청산은 국가존립을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내부고발자 보호법’의 정비가 더욱 절실하다. 그 절실한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로, 적폐는 내부자가 아니면,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알아도 내부자의 도움이 없으면 이를 증명하여 청산할 수가 없다. 둘째로 이러한 내부자는 보호법이 없으면 절대로 적폐를 알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갖은 위협이 돌아오는데 누가 나서겠는가. 셋째로 적폐청산을 국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여,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을 모두 남의 일로 치부한다면, 지금처럼 말만 떠다닐 뿐 그 성과는 미미할 것이다. ‘건전한 내부고발자’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 정부는 적폐청산과 개혁을 외치면서 그 개혁의 가장 기초적인 첫 삽인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개선’에는 왜 뒷전으로 머물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재 내부고발자를 보호하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심각한 입법 미비로 많은 제약이 있어, 실효성 없는 장식적 법률에 그치고 있다. 먼저 고발대상, 요건에 대한 현재 법률상의 엄격한 제한을 모두 없애야 한다. 대상도 대폭 확대하여, 법령위반은 물론 기금의 오남용관리, 낭비 등 모든 공익침해행위까지 포함해야 한다. 한마디로,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모든 행위를 고발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익명의 고발도 허용해야 한다. 다만, 이를 공익침해행위의 구체성이 있는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로 제한하면 된다. 고발 사건을 조사하는 기관(현재 국민권익위원회)의 독립성과 실질적조사권(문서제출요구권, 계좌추적권 등)도 보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행위, 불이익처분(해고강등정직협박괴롭힘 등)을 철저히 금지하고, 포상 조치를 현저히 높여 활성화시켜야 한다.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복직거절의 경우 ‘10년간의 임금보상’ 규정을 두어 이를 철저히 보호하는 동시에 활성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제도를 정비하고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의 취지, 신고방법, 절차, 고발자 보호조치 내용 등을 주기적, 지속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정부의 내부고발자 보호를 통한 부패청산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도 감사원 직원의 양심선언, 군장교의 선거부정 폭로, 사기업 사학재단의 비리폭로 등 여러 건의 건전한 내부고발 사례가 있었으나 오히려 명예훼손, 근무지 이탈, 파면 조치 등으로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 현재 부실하고 장식적인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전면 손질하여, 내실 있고 실효성 있는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를 조속히 완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범관 변호사前 서울지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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