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부터 50대까지 회원 10여명 체육대회 등 농아인 통역 지원 표정·입 모양만 봐도 손발 척척...“마음 통하니… 소통 어렵지 않아
수어 봉사 ‘손으로 하나되어’
화려하고 논리적인 어법으로도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게 쉽지 않은 요즘, 특별한 힘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움직이는 이들이 있다. 침묵 속에서 표정과 입모양, 손에서 마음의 진심이 오고간다.
농아인들만의 농문화에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수어봉사동아리 ‘손으로 하나되어’의 이야기다. ‘손으로 하나되어’는 지난 2003년부터 한국농아인협회 경기도협회 수원시지회 소속으로 수원 지역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직장을 다니는 20대부터 자녀를 둔 50대 회원까지 실질적으로 동아리를 꾸려나가는 인원은 10여명. 송남숙 회장(57)과 19년째 함께 해온 원년 멤버 4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회원들이 동아리에서 10년을 훌쩍 넘겨 활동해왔다. 가장 연차가 적은 회원도 6~7년 차여서 서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
얼마 전 수원특례시 권선구의 수원시농아인쉼터를 찾았을 때도 6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집에만 갇혀 있는 농아 어르신들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얼굴을 마주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하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모임에 꾸준히 참석하는 윤영선 할아버지(79)는 “회원들은 우리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들”이라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고 수어로 흐뭇함을 드러냈다.
회원들은 장애인복지센터 교육, 각종 장애인 축제, 체육대회 등에 참가한 농인을 위해 통역 지원을 나가며 농인들을 위한 일에는 언제든 발벗고 나섰다. 오랜 기간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 농인 부모를 둔 자녀)에게 소통자의 역할 등 도움을 제공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접촉이 끊긴 시기에는 비대면으로 농인들과 꾸준히 만나며 소통해왔고, 최근에는 농인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들이 수어를 배우고 동아리 활동까지 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어렵게 배운 수어를 더 많은 사람의 마음을 여는 데 쓰였으면 하는 바람만은 같다. 큰 금액을 후원해주는 단체도 없고 오로지 자발적으로 모인 동아리인 탓에 지속되기 어려울 법도 한데 20년 가까이 농인들과 살갗을 맞대며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도뿐 아니라 전국을 살펴봐도 이들처럼 농인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봉사 동아리는 드물다.
회원 이민자씨(47)는 가치관과 표현법이 다른 이들과 오랜기간 마음을 나누고 가족이 된 비결에 대해 “처음엔 농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부딪히고 만났다”며 “농인분들도 점차 편견없이 마음을 열어주셨고 농인이든 아니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건 사실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라며 의외로 평범한 대답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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