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통일교육 개편해야

‘6·15선언’ 이후 일선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이 수술대에 올랐다. 그동안의 통일교육이 미래 통일시대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에게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거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은 더욱 그러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학생들의 통일의식 조사결과를 보면 ‘통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각각 46%와 55.1%로 절반정도에 불과하다. 또 ‘북한 관련 정보나 지식을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고 있다’는 중학생(93.9%)과 고교생(90.7%)이 대부분이어서 학교에서 이뤄지는 통일교육의 부재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통일교육의 빈약은 교과서에서부터 심각하다. 현재 초등학교의 통일교육은 2∼6학년 도덕과목의 ‘통일을 위한 노력’이라는 단원에서 가르치고 있지만, 통일에 대한 원론적인 얘기에 그치고 ‘통일사회에서의 적응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다루지 않고 있다. 중학교 도덕과목의 경우 1학년에는 통일을 다루고 있는 중단원이나 주제가 아예 없으며 2,3학년의 경우에도 분단과 통일의 당위성 등에 초점을 맞추었을뿐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윤리과목은 ‘통일의 과제와 전망’이란 단원에서 다루고 있지만 교과서 맨 뒷부분에 구성돼 있어 3학년 2학기 초에만 잠깐 들여다 보는 수준이다. 교육부의 ‘학교 통일교육 기본계획 지침’ 등에 의거해 내용은 체제·이념중심으로, 방법은 주입식 학습 및 강의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학교에서의 통일교육이 실질적이지 못한 이유는 학교교육이 입시에 매몰돼 교사들조차 통일문제를 외면하고 있다시피한 탓 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는 체제비교 이론 주입보다는 ‘북한 바로 알기’차원으로 북한현실과 정책 등 시사적인 문제를 소재로 학생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분단사를 이해시키는 과정없이 통일에 대한 당위성만 가르치고 체제의 우월성만을 주입하는 식이었던 통일교육에서 화해시대에 대비한 객관적·합리적·현실주의적으로 개편해야 된다. 북한사정을 냉철하게 지켜보며 일선 학교에서 혼선을 빚지 않도록 교육부와 통일부로 이원화돼 있는 통일교육 지원체제도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김치 종주국

국산고추는 매운맛에 단맛이 있고 색소는 강렬하면서 비타민C가 풍부하다. 소금이나 젓갈과 잘 어울려 몸의 지방을 산화시키는 효소를 만들어낸다. 이는 토양과 기후의 탓이다. 원래의 고추맛은 이러지 않았다. 중미 멕시코가 원산지인 고추가 조선에 전래된 것은 16세기 말이다. 신대륙을 점령한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동아시아로 진출하면서 일본을 거쳐 전해졌다. 고추가 김치에 쓰이게 된 것은 17세기부터다. 그러나 이때의 김장재료는 무였으며, 그 이전에는 주로 소금이 사용됐다. 무에 소금기를 절인 짠지, 싱건지 등이 그러했다. 여기에 지금의 배추가 18세기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면서 고춧가루에 젓갈을 들인 배추김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토종을 말하는 조선배추도 도입후 우리의 토양과 기후로 길들여진 품종인 것이다. 김치의 뜻은 넓은 의미로 절인채소를 말한다. 어원이 되는 ‘딤채’는 담근 채소라는 의미를 지녔다.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김치가 시작된 것은 약 200년 전이다.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으면서 민족음식의 상징으로 발달한 것은 바로 고춧가루와 젓갈류를 함께 쓸줄 알았기 때문이다. 10여년전부터 김치맛을 뒤늦게 안 일본사람들이 김치문화의 추월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더니 ‘김치 담그기’를 두 여고의 정식 교과로 채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오사카의 오키마치여고와 이즈미여고가 배추고르는 법에서 고춧가루 등 양념재료 쓰는 요령까지 실습위주의 정규수업을 한다는 것이다. 김치과목을 담당한 초빙교사는 재일교포로 알려졌다. 우리의 신세대 주부가운데는 김치 담그기를 싫어하거나 담글지 몰라 김장김치마저 주문하는 주부들이 적잖다. 여고에서 김치교과를 두었다는 말은 더욱 듣지 못했다. 김치종주국의 위치가 위협받는게 아닌지 걱정된다. /白山

어느 공무원의 푸념

요즘 화성군 공무원들이 준농림지역의 난개발에 대한 감사원의 집중 감사를 받으면서 씁쓰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죄인이 된듯 힘없이 서류를 들고 다니며 감사를 받기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뒤에서 하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왠지 언잖은 기분이 든다. 어느 때는 민원인들의 편의를 위해 일처리를 늦게 해준 것이 화근이 되고, 어느때는 법에 맞게 처리해줬어도 민원이 생기는 일을 했다고 감사에 지적되는등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지경이라는 것이다. 결국 민원인이야 어떻게 되던지 눈치껏 처리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화성군청의 건축분야와 건축과 관련된 공장설립허가 부서 등 민원이 많은 부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일수록 이같은 논리에 동조한다. 일일이 현장에 가서 확인을 하고 사무실에 늦게 들어와 수십건 이상의 서류검토를 하다보면 허구한 날 늦어지기 일쑤고 몸은 파김치가 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IMF한파때는 실업자 구제 차원에서 공장설립에 원활을 기하도록 뛰었고 지난해에는 개발부담금도 한시적으로 내지 않게해 많은 중소 기업들이 땅값이 싼 준농림지에 서둘러 공장을 설립, 허가를 받게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난개발이 됐다고 호통치면서 준농림지역의 아파트허가, 공장설립허가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자 공무원들은 맥이 빠진 표정들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자 청내에는 각종 민원에 대해 법에 하자가 없어도 어거지라도 트집을 잡아 민원인을 되돌려 보내는 것이 똑똑한 공무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 어느 인허가 관련 공무원의 푸념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몸이 부서지게 일해봐야 되레 화근이 되는 마당에 요령껏 적당히 근무하는 것이 최고”라고. /화성=강인묵기자<제2사회부> imkang@kgib.co.kr

포천군의회와 사무실 부족

포천군이 큰 고민에 빠졌다. 군은 부족한 각부처 사무실 근무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포천읍 신읍리 구 포천경찰서 건물과 부지를 매입, 5억4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보수공사후 비좁은 각 부처 사무실로 활용해 6개 실과소가 내달 중순 이전할 예정으로 현재 공사가 마무리단계에 있다. 그러나 군의회 의원들은 이를 호기(好機)로 삼아 그동안 의회건물에 더불살이를 해온 지역경제과와 사회복지과를 구경찰서 건물로 내몰고 이곳에 칸막이를 설치, 8명의 의원 개인사무실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에 주민들과 공무원들은 군의회의원들이 각종 행사 및 임시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의회건물을 사용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때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현재 군청 각 실·과 사무실을 보면 직원들이 움직이기조차 여려울 정도로 비좁은 가운데서 업무를 보고있어 요즘같은 하절기 날씨에는 업무능력 저하마저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차량등록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차량등록계는 군청과 원거리에 위치한 공설운동장내에 있어 차량관련업무차 방문하는 민원인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있어 민원인들이 관련공무원에게 항의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 구경찰서건물로 이전해 체계적인 업무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군의회의원들의 이같은 발상으로 구경찰서 건물로의 이전은 물거품이 되고 있고 또다시 사무실부족사태를 초래할 우려가 높다. 휴게실은 고사하고 여자공무원들의 경우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갈아 입고 화장을 하는 것이 포천공무원들의 현주소다. 군의원들은 이같은 실정을 조금이라도 참작, 개인사무실 설치구상을 철회할 것을 제안한다. /포천=이재학기자<제2사회부> jhlee@kgib.co.kr

팀플레이

단체경기는 팀플레이가 생명이다. 스타의 기여가 아무리 크다해도 스타플레이어 혼자 게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배구에 불멸의 기록이 있다. 1979년 울산서 열린 제2차 실업연맹전 여자배구경기였다. 현대와 한일합섬의 게임에서 세트스코어 2-0으로 마지막 3세트도 13-8로 현대가 앞서갔다. 누가 보아도 현대의 승리가 확실한 한일합섬의 절망적 순간, 팀플레이가 되살아나면서 3세트를 15-13으로 뒤집어 가까스로 게임종료를 모면했다. 이어 한일합섬은 기사회생한 여세로 계속 몰아치는 반면에 현대는 난조에 빠져 결국 세트스코어 3-2로 대역전극을 장식했다. 이 명승부는 신화적 기록으로 남아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축구도 공수가 잘 조화를 이루어야 공격, 수비 모두가 신바람이 난다. 링크의 허리역도 마찬가지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크게 활약하는 박찬호가 아무리 마운드를 잘 지켜도 자기팀의 타선이 침묵을 지키면 투구가 무거워진다. 수비가 실책을 저지르면 더욱 맥빠진다. 반대로 자기팀의 타선이 폭발하고 수비들이 안타성타구도 잡아내는 맹활약을 보이면 더욱 신명나 투구가 경쾌해진다. 스포츠뿐만이 아니다. 단체생활 역시 팀플레이와 같다. 혼자 아무리 잘 하려해도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저마다의 포지션에서 자기역할을 다하는 것이 조직의 활성화다. 조직이 살아 꿈틀거려야 생동감이 난다. 기업이나 공공단체나 일반단체나 모두가 같다. 정부조직 역시 마찬가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후속조치가 추진되고 있다. 각 부처가 유기적으로 움직여 정부 팀플레이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 공연한 공명심에 들떠 팀플레이를 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정부의 팀플레이가 주목된다. /白山

亂개발 오명벗는 계기돼야

경기도의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 난(亂)개발 문제가 기초자치단체에서 광역단체인 경기도로 이관되어 앞으로 더욱 규제가 강화될 예정이다. 지난 18일 건설교통부는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존 특별대책지역 1권역의 주택사업계획승인 권한을 넘겨달라는 경기도의 요청을 수용하는 공문을 해당 지자체에 시달했다고 밝힘으로써 경기도는 남양주시, 여주군을 비롯한 6개군·25개 면지역에 대한 아파트와 주택건설, 대지승인의 사업승인권을 갖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오는 7월부터 이들 지역에서 주택사업을 하려면 경기도의 심사를 거쳐야 된다. 이번 조치는 최근 건교부가 준농림지의 용도변경 권한을 시·군에서 광역지자체로 이관한 이후 발표된 추가 조치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기지역의 난개발은 더욱 억제될 전망이다. 우선 이번 조치는 정부가 난개발을 방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며 이런 정부의 의지가 계속적으로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그동안 경기 지역의 난개발은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용인 지역을 비롯한 서울 인근 지역은 무분별한 택지개발과 주택건설공사로 인하여 도시의 미관을 해칠 뿐만 아니라 국토의 균형적인 개발에 있어 큰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다. 주거지역으로서 갖추어야 될 기본적인 시설도 없이 해당 지자체의 세수증대 차원에서 분별없이 주택사업을 승인하여 기형적인 도시구조를 갖게 되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환경문제에 대한 세심한 검토없이 마구 파헤쳐 서울 인근의 산하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영향 평가는 대부분 형식적이었으며, 사후 감시도 소홀하여 이들 지역의 환경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 때로는 기초지자체와 업자들이 결탁하여 치명적인 환경파괴를 방치한 부정부패의 사례도 상당하다. 일부지역의 주택사업계획 승인권이 경기도로 이관되었다고 난개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도는 이들 지역의 발전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해당 지자체와 협의, 수립하여야 된다. 이번 조치로 인하여 도가 승인권을 가짐으로써 기초자치단체의 발전 의욕을 저하시킬 우려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번 조치로 경기도가 난개발의 오명에서 벗어나 환경친화적인 지자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의약분업 잘 되겠나?

의약분업의 원칙은 이해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 됐다. 이에비해 우리는 선진국이 아니다. 오는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빚는 의약분업 마찰은 우리의 여건이 선진국처럼 성숙되지 않은데 근원적 요인이 집약된다. 의료계의 반발을 집단이기로만 매도한 정부의 시각은 당초부터 잘못됐다. 집단폐업을 두둔할 생각은 없지만 무턱대고 윤리성만을 강요하는 것 또한 현실적으로 무리다. 휴폐업을 불법으로 단정, 집단행동을 엄벌한다는 정부대책은 대책이랄수가 없다. 또 약업계라 해서 무작정 의약분업을 달갑게 여기는 것만도 아니다. 국민들은 어리둥절한 가운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병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가서 산 주사약을 들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무척 생소하다. 처방전의 약을 사지못해 이 약국 저 약국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이 부담스럽다. 대체조제에 대한 약효나 약화 사고에 대한 책임한계가 모호한 점도 불안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엊그제 69.3%의 처방료 인상안을 의료계에 제시했다. 그러나 이는 당초 현실화 요구에 비해 약 3분의 1에 그친 탓도 있지만 의료계는 수가 인상만이 본질이 아니라며 의약품 재분류등 10대 요구사항으로 정부와 계속 맞서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쟁점의 추이를 주목하면서 국민부담이 늘어나는데 대해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한다. 의료수가 인상안 만으로도 1조5천437억원의 추가재정이 필요해진다. 의보통합을 앞두고 직장 의보료가 인상될 수 밖에 없는 판에 의약분업을 위한 보험료 인상을 더 가중해야하는 결과가 된다. ‘의약분업에 따른 국민의료비 추가부담은 없다’고 장담해온 정부측 종전 말이 완전히 달라진다. 정부, 의사, 약사의 틈바구니 속에서 국민들만 골탕먹는 의약분업이 돼가고 있다. 3개월간의 보완기간을 둔다는 것은 말이 보완이지 국민을 상대로 실험 기간을 두는 것 같아 불쾌하다. 한마디로 전혀 준비가 안된 의약분업을 강행하려는 정부측 처사는 신념인지 체면인지 궁금하다. 정부 및 의약업계 3자가 합심을 해도 의약분업이 잘될지 모를판에 이토록 갈등속에 출범하는 것은 영 미덥지 않다. 엄포만 놓을 일이 아니다. 만약에 지금같은 상태에서 의약분업이 실시돼 국민들로부터 원성을 사면 정부의 진짜 체면손상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어떤 결단이 요구된다.

‘보안법’에 대한 견해

국가보안법 개폐문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전에도 논란이 없지 않았으나 남북정상회담이후 이 법의 처리문제가 급류를 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까지 국가보안법을 언급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개폐가 계류중임을 밝혔으므로 어떤 형태로든 마무리를 지어야 할 필요는 있다. 또 법원이나 검찰에서도 현실정서와 괴리된 실정법부분의 처리에 적잖은 애로가 있어 시급히 해결돼야 할 일이긴 하다. 목적으로 본 국가보안법은 국가안전의 방어적 장치다. 이에비해 조선로동당 규약이 정하고 있는 ‘남조선해방의 궁극적 혁명과업 완수’는 공격적 개념이다. 무력행사만이 아닌 남한 자체에서 생성한 저들의 혁명세력과 합작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공격적 개념임은 부인될 수 없다. 방어적 장치보다 공격적 규정이 앞서 개정되거나 동시 개정돼야 하는 것이지만 이를 초월해 국가보안법부터 먼저 개정해놓고 보고자하는 정부측 입장은 이해한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고비로하여 그 이전보다 간단치 않은데 문제가 있다. 전에는 ‘찬양고무’ ‘불고지’ 등 부분적 손질만 하면 가능할 것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법리상 공산계열(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현행법하에서는 북측과의 협력교류본격화를 법률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렇긴 하나, 반국가단체의 개념정립을 새롭게 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에대한 제도적 장치가 잘못 이완되면 북한 세력의 동조집단이 안생긴다는 보장이 없다. 구 이데올로기 대신에 신 이데올로기의 혼란이 온다. 국가보안법문제는 정부 단독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검찰 및 경찰, 국정원, 여야국회의원, 북한문제전문가, 학계, 보수·진보단체를 포함한 사회단체등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한다. 공식화된 이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어떤 골격을 정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의 생각을 말하면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고 본다.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협력의 분위기가 저해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적잖은 손질이 있어야 할것 같다. 화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의미해석, 자구수정등은 과감하게 개정하면서 국가안전을 위한 방어적 골격은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정체성만 지니면 민주질서 수호법(가칭)같은 대체입법도 가능하다. 서독도 분단 당시 ‘민주법치국가위해죄’를 원용한 일이 있다.

이산가족 상봉

1964년 도쿄올림픽의 신금단 부녀상봉은 스포츠외적 감격드라마로 스포츠기자들의 열띤 취재전쟁을 낳았다. 가히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북측 육상선수 신금단과 서울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부녀상봉은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단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 취재하던 기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신금단 부녀상봉을 KBS-TV가 단막극으로 극화한 것은 그해 10월인가 싶다. 신금단 아버지역으로 고인이 된 김희갑씨가 출연했다. 그 역시 함경북도가 고향인 실향민 탓이었던지 원래 지닌 연기력에 알파를 더한 감정이 풍부하게 나타나 기막힌 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막후 비화가 있었다. 대본에 없는 대사 한마디가 말썽이 됐다. 딸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감정이 격한 나머지 “공산주의도 싫고 민주주의도 다 싫다… 금단아!”하며 울부짖었던 것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영상과 음향을 저장할 수 있는 ENG카메라가 없었던 때여서 녹화가 불가능했다. 생방송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대로 방송된 김희갑씨의 대본에 없는 대사는 나중에 당국에서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도 남북대치가 그만큼 예민하던 때여서 좀 문제가 됐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당장 효과를 보아 가장 희망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이 이산가족들이다. 생사확인, 서신교환만 해도 가슴 설레일텐데 하물며 만난다는 것은 벌써부터 밤마다 꿈에 보일만 하다. 정부는 폭주가 예상되는 이산가족들 만남의 신청을 고령자순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만남이 가능한 북한당국의 인도주의 정신의 발현이 있으면 좋겠다. /白山

양호교사 없는 농촌학교

이질·말라리아·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는데 대다수 농촌지역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 양호교사가 태부족상태라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파악된 초등학교 양호교사 배치현황은 서울과 6대 광역시 지역은 평균 82%선인 반면 경기도를 포함한 도(道)지역은 평균 65%선에 지나지 않는다. 또 양호실 확보율도 서울 등 대도시 학교는 평균 90%가 넘는데 도지역은 60%선이다. 이러한 상황은 도지역의 경우 시(市)지역과 농촌지역을 구분하지 않고 집계한 수치여서 학급수와 학생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읍·면 소재 농촌 초등학교는 실제 양호교사 배치율과 양호실 확보율은 더욱 낮을 것이다. 농촌 초등학교의 양호교실 배치율이 도시지역 학교보다 낮은 것은 현행 초등학교 교원배치 기준이 현실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초등학교 교원배치 기준에는 18학급 이상인 학교에만 양호교사 한명을 의무적으로 두도록 규정, 대다수의 농촌 초등학교가 이같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각 교육청은 양호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해서는 일반교사에게 양호업무를 겸직시키고 인근 학교의 양호 담당자가 순회 관리토록 하는 자구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교사에게 양호업무를 겸직시키는 것은 교사의 업무만 가중시킬뿐 아니라 실효도 없고 형식에 지나지 않는 조치로 농촌 초등학교의 보건을 사각지대로 방치하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다. 양호교사와 양호실 확보율이 농촌학교가 도시지역보다 적은 것 자체가 기초부터 잘못된 방침이다. 도시지역은 의료기관이 학교근처에 상당수 있지만 농촌지역은 의료환경이 취약하다. 농촌지역일수록 양호교사의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오히려 농촌 초등학교에 양호교사가 절반정도밖에 안된다면 당국이 농촌지역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농촌은 도시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하고 위생수준도 낮은 편이다. 교육 당국은 각종 전염병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는 점을 십분 고려하여 농촌지역일수록 양호교사가 우선 배치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보건과목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 보건대책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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