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한 삶 버리고 고난의 길 이석영조소앙 등 숨은 영웅들 발굴재조명해 그 뜻 이어받아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와 미래가 없듯,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 역사가 영광이든 굴욕이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치욕스러운 역사에서 조국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선열들에 대해서는 끝없이 조명하고 그 뜻을 이어받는 것은 후손의 의무이기도 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사회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땀 속에 세계가 놀랄만한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굴곡된 인식으로 우리는 기억해야 할 역사를 잊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중국의 부상 등 주변국의 모습이 한 말의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우리가 수치스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 애국 열사들의 외침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역사에서 희망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새해부터 광복 70주년을 맞아 역사학자들과 함께 학술대회를 통해 경기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학술대회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부끄러운 모습과 자랑스러운 모습을 함께 했다.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백범 김구, 안중근, 윤봉길과 같은 위대한 영웅들보다는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조력자들이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역사의 부름에 응한 사람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사라져간 숨은 조력자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찾는 것은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창간 기념호를 통해 조명하는 경기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이석영, 조소앙, 이수흥, 오희영, 김혁, 김교헌, 윤기섭, 엄항섭은 스스로 안락의 넓은 길을 버리고 고난의 좁을 길로 들어선 분들이다. 롯데 형제가들이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재벌들이 돈을 놓고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가 다툼을 벌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석영 선생의 삶을 떠올린다. 이석영 선생은 천문학적인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쾌척했다.
당시의 부동산을 지금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무장투쟁과 민주 공화정에 바쳤다. 전재산을 쾌척한 이석영 선생은 정작 굶주림에 시달리다 향년 80세로 이국땅 상해에서 순국했다. 지극히 곤란하게 생활하면서도 일호의 원성이나 후회의 개식이 없고 태연했던 이석영 선생은 이들 대기업 일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까. 대한민국 사상의 기틀을 세운 조소앙 선생은 성균관에서 동양 고전을 익힌 후 일본에서 서양학문을 익혔다. 조소앙 선생은 동서양의 모든 사상, 학문을 망라하지만 그 중심에는 한민족이 있었다. 조소앙은 정치의 균등, 경제의 균등, 교육의 균등이라는 삼균주의(三均主義) 이론체계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으로 삼게 했다. 광복 70년이 지난 현재 당리당략에 휘둘리며 싸움판을 벌이는 정치를 비롯 심화되는 빈부격차, 교육 불균형의 현실에서 조소앙 선생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정치의 균등, 경제의 균등, 교육의 균등을 대한민국의 지표로 삼아야 함이 마땅하다. 안중근을 본받고자 한 5척 단신의 청년 이수흥은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일본 경찰 3천명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수흥을 보면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로 힘든 고난의 현실은 아닌듯싶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지만 오희영 집안처럼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들 독립운동가의 집안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 이처럼 3대가 독립운동한 대가는 참혹하다.
반면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세력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사법, 입법, 행정, 금융 등 주요 관직을 장악하며 잘살고 있다.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면 누가 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설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북만주 무장투쟁의 최고 지도자 김혁과 대한민국 역사학의 종장(宗匠) 김교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장자풍의 대인 윤기섭,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사수한 숨은 영웅 엄항섭 3ㆍ1운동 이후 도리어 훼절하고 만 애국지사들도 적지 않은 터에 일생을 조국독립에 바치기로 이들의 결단은 결코 간단한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 대재산가로, 누군가의 아들ㆍ딸로 솔선수범해 사회적, 국가적 책임을 다한 민족의 사표이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광복의 외길을 올곧게 걸은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이 엿보인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며 사회적,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것. 광복 70주년 숨은 영웅 8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최원재기자
경기뉴스
최원재 기자
2015-08-06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