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다선 의원이 본 내년 대선]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 (6선·의정부갑)

더불어 민주당 문희상 의원(의정부갑)은 “정치인의 소명은 국민을 복되게 하는 국민위복(國民爲福)이다”며 정치인으로서의 덕목을 강조한다. 그는 경기북부의 수부도시인 의정부에서 6선에 당선된 정치 거물로 삼국지의 장비같은 상남자 외모에 정치력과 지혜로움은 제갈량에 비유된다. 내년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19대)를 앞두고 벌써 여야 잠룡들의 움직임이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문 의원을 만나 ‘대한민국의 대 전환기’가 될 대선전망을 듣는다.- 18대 대선 이슈가 ‘경제민주화’였다면 19대 대선 이슈는 무엇이라 예상하는가. 18대 대선 이슈였던 경제민주화는 물론이고 복지와 한반도 평화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세 가지는 시대정신이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에도 실천은커녕 대한민국을 총체적 난국에 빠뜨린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최대 과제는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 극복, 양극화와 불균형 해소이다. OECD 국가 등 세계적 추세인 지속 가능한 포용성장, 복지가 경제민주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경제민주화, 복지 그리고 한반도 평화는 19대 대선의 이슈이자 꼭 실천해야 할 시대적 과제이다. -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 지름길은 성숙한 정당이 되는 것이다. 우선 야당다운 야당이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이자 야당의 제1책무인 비판과 견제에 충실하되 반대를 위한 반대나 발목 잡기는 해선 안 된다. 또 극단적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극단적 이념의 덫에 걸려 쓸데없는 논쟁에 허송세월해선 안 된다. 편 가르기로 서로 헐뜯는다면 국민의 신뢰가 더욱 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맞춤형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허황되거나 인기 영합적 정책 남발은 금물이다. 철저한 과학적 분석으로 민생·생활·현장 중심의 맞춤형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야당 통합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변수이다. 일각에서는 3자 구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대선에서 이기려면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것이 가장 좋고 안 된다면 후보 단일화라도 해야 한다. 국민 과반 이상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다. 질레야 질 수 없는 대선 패배의 경험을 되풀이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대 국회 초반부터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개헌에 대한 고견은. 지금의 정치는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우승열패와 적자생존의 원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정글의 체제이다. 상대를 경쟁상대(rival)가 아니라 타도의 대상인 적(enemy)으로 보는 미성숙한 정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치는 1987년 헌법체제에 기인한다.당시는 독재에 맞서 대통령 직선제를 이뤘고 시대정신과 맞았다. 그러나 지금은 30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국민의식이 더욱 성숙했다.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의 헌옷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분권적 대통령제라는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을 때가 된 것이다.그동안 국회에서 개헌에 관한 정리된 대안들이 많이 나왔다. 이제 정리된 대안들에 대한 합리적 선택과 결단만 남아 있다. 개헌은 국민의 통합역량을 강화하고 국정의 합리적 운영능력을 향상시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지름길이다.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국가경영능력과 국민통합능력으로 이뤄진다. 이 두 가지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아무리 경영능력이 뛰어나도 국민통합능력에서 빵점을 받으면 빵점이 되는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경영능력이 낙제점이지만 국민통합도 빵점이다.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지지자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100% 국민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 산업화, 민주화, IMF 극복 등은 국민통합이 이뤄졌기에 가능했다. 여러 여론조사 모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가장 큰 부정적 평가는 불통이다. 소통은 곧 국민통합과 직결된다.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야당, 국민과의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 - 내년 대선 과정에서 당내에서 어떤 역할을 계획하고 계신지. 선국후사, 선당후사가 내 일관된 신조이다.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비대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지냈던 것 같이 지금껏 당의 부름을 고사한 적이 없다. 다만 내 자신을 위해서 무엇이 되고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이다. 빈 마음으로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선거 때마다 경기 분도론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선거용이라기보다 경기북도의 규모상 분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경기북부의 인구는 330만이다. 광역시도 중 다섯 번째 규모이다. 도 차원에선 경기남도, 경남에 이어 세 번째 규모다. 그러나 지리적 이유 때문에 각종 규제에 묶여 경기남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때론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역차별당하기 일쑤였다. 이제 경기북부 지역 주민의 복리 증진 및 행정효율성, 국토균형발전, 남북통일 시대 대비를 위해 경기북도 신설은 꼭 필요하다. - 사드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교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 사드 배치 결정에 관해 논의되는 걸 보면 여야가 안보와 국익을 서로 자기들만의 전유물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이런 논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백해무익한 논쟁이다. 내가 사드 배치를 반대한 이유는 첫째, 안보는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에 한미동맹 이상 가는 것이 없지만 탈냉전기에 한미동맹에 편향되면 오히려 국익이 훼손되기 때문이다.둘째는 한반도 탈냉전의 안보개념은 군사적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교, 경제, 문화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 개념이기 때문이다.마지막으로 사드가 방어무기로서의 군사적 효용성에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사드가 천문이상의 장사정포와 천기 가량의 미사일로부터 우리를 방어해 줄 수 없다. 종심이 짧은 전장 환경에서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 아닌가. - 사드배치로 ‘한ㆍ미ㆍ일’-‘러ㆍ중ㆍ북’ 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과의 외교문제에 대해 조언한다면. 중요한 것은 사드 배치문제는 북핵 위협에서 비롯됐고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과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언젠가 북한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임계점”까지 간다는 것인데 그것은 곧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이다. 그 끝이 전쟁이 아니라는 법도 없다.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외교력을 총동원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에 나서도록 해야 한다. 남북대화도 해야 한다. 전쟁 중에도 협상하는 마당에 남북대화를 못할 것도 없다. 남북대화 없는 사드 배치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 우리는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까지 간 적이 있다.다름 아닌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다. 북핵문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4국과 남북한 간에 해결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한반도의 숙명이다. 하루빨리 9.19 공동성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안보냐 국익이냐의 논쟁, 북핵문제 해결보다 더 큰 가치이자 우리의 목표는 헌법적 가치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이다. 그것을 위해 안보도 국익을 챙겨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현재 가장 역점을 둔 지역 현안사업은. 여러 중요 현안들이 많지만 적기에 사업 승인과 예산 투입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돌아온 584만㎡(177만평) 미군부대의 개발 주한미군 공여지를 연 800만명이 찾는 관광명소, 3만개의 일자리, 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의 국제문화관광 메카로 만드는 것만큼 중요한 현안도 없다고 생각한다.아울러 교통편의 없는 국제문화관광도시는 있을 수 없는 만큼 GTX-KTX 동시 조기착공을 위해 전력투구할 것이다. 김창학기자 사진=김시범기자

[도내 다선 의원이 본 내년 대선] 새누리당 심재철 국회부의장 (5선·안양 동안을)

19대 대선 이슈는 일단 안보와 경제를 뽑았지만 야권이 ‘안보에는 보수’라고 주장하면 폭발성이 적기 때문에 결국 경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통일을 대비하는 새로운 국가제도의 틀이 필요하다’며 개헌을 주장한 심 부의장은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개편”이라며 “필요하다면 4년 중임제 한 가지만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는 것도 방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 지난 18대 대선 이슈가 ‘경제민주화’ 즉 경제였다면, 19대 대선 이슈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우리 대선의 핵심 이슈는 대체로 안보와 경제라는 두 축으로 형성된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안보 이슈는 이른바 정상회담 속기록 논란으로 변질됐고, 경제 측면에서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담론이 지배했다. 이번 19대 대선에서도 양상은 비슷할 것이다. 다만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야권이 ‘안보에는 보수’ 라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한다면 안보이슈의 폭발성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 문제는 역시 경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헌법은 ‘경제 자유와 창의를 기본으로 하고 경제민주화를 위한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이 포용적 시장경제의 핵심 내용이다. 글로벌 성장의 정체,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경기침체와 불평등 양극화 문제 등에 대한 포용적 대안을 마련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추진전략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 저출산 고령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어젠다이다. 인구 5천만, 남북 8천만 유지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행복한 출산과 안락한 고령’을 위해 별도의 전담 부처를 지정하고 시혜성의 포풀리즘이 아닌 지속가능한 정책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 4.13 총선 결과와 현재 새누리당의 모습을 볼 때 내년 대선에서 정권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정권재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 때처럼 특정계파 간 권력다툼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권재창출은 요원하다. 지금도 새누리당이 과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치열한 반성을 하고 있는지 여전히 의문이 있다. ‘8·9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갖춰지면 새누리당의 조직과 문화 그리고 정책과 비전을 새롭게 하는 등 전면적인 쇄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왜 대선에서 다시 새누리당이 승리해야 하는지, 무엇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지’ 등 시대정신과 국정의지에 대한 분명한 확립과 철저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도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정권재창출의 기초다. 기초가 튼튼해야 흔들리지 않고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다. 현 정부가 국정과제를 잘 마무리하고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당·정간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가진 분이 후보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린다’는 말도 있는데, 그만큼 대통령의 길이 멀고 험하다는 의미다. 스스로 준비하는 후보만이 국민과 시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는 흔들림 없는 추진력, 소통, 글로벌 리더십 등이 요구된다. 포퓰리즘이나 지역이기주의 등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 백년대계를 추진해 나가는 강인한 지도력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국민과 야당 등을 상대로 설득과 동의를 통한 협치의 리더십이 요구된다. 정직함과 투명함으로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관된 행동이 필요하다. 북핵 대응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분명하고도 확고한 인식과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지켜내고 나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리더십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을 꼽는다면.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의 바람이다. 현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서는 국민 소통에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4대 개혁(공공·노동·교육·금융) 완수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도 있는 게 사실이다. 남아있는 개혁을 완수시켜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 및 야당 그리고 언론과의 소통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임기 말 공직사회의 기강을 세워 복지부동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외교안보적 대응과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20대 국회 초반부터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개헌에 대한 고견을 듣고싶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사회적 변화와 시대정신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게 사실이다. 당시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면서 이른바 ‘87년 체제’ 출범에 기여했던 저 자신도 이제 역사적으로 종말을 다해가고 있는 87년 체제를 발전적으로 해체하는데 힘을 보태고 싶다. 지난 30여 년간 우리는 민주화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뤄냈고, 무역규모는 883억 달러에서 1조 달러 규모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더 커진 나라 더욱 성숙한 국민’이라는 여건과 의식의 변화에 걸맞고 한반도 통일을 대비하는 새로운 국가제도의 틀이 필요하다. 개헌의 범위와 내용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다. 현행 5년 단임의 승자독식의 대통령제로 말미암아 국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가 아니라 ‘대통령 만들기’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그동안 계속돼 왔다.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개편과 관련된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4년 중임제 한 가지만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추진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개헌논의는 곧 국민적 공론을 모으는 과정이다. 새로운 체제에 맞는 국가기구와 제도, 기본권 등 여러 조항에 대해서는 차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의 논의와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현재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지역 현안사업은 안양교도소 이전인지. 그렇다. 안양교도소 이전사업은 안양교도소와 의왕구치소 등을 이전해 부지 매각대금으로 새로운 교정시설을 짓는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지역 민원 해소라는 국민행복, 지방자치단체간 협력을 통한 공동이익 증진, 민자 유입을 통한 경제 활성화, 국토와 도시의 효율성 제고 등 다목적 사업이다. 이미 지난해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안양교도소와 의왕지역의 교정시설을 통합해 법무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안이 마련됐다. 두 지역 모두 도심 내에 있는 교정시설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벤처타운 등으로 개발할 것이다. 지금 이 사업은 법무부의 최종승인만을 남겨두고 있는 만큼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부의 반대가 있지만, 서로 윈-윈할 수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고 그런 방향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인덕원~수원 복선지하철도 KDI의 타당성 평가만 남겨 두고 있다. 곧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 사업으로 주민들의 편의를 증진시키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김재민기자 사진=김시범기자

[전문가 6인의 대선 전망] 대한민국 새 대통령은 민족·국민의 미래를 열어야

2017년 12월20일 치러지는 19대 대선을 1년 4개월 가량 남겨놓은 시점에서 대선 전망을 하는 것은 다소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향해 뛰고 있는 이른바 여야 ‘잠룡’들과 주요 정당들에게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볼 수 없다. 역대 대부분의 대선에서 깜짝 스타 보다는 이른바 ‘잠룡’ 가운데 대통령이 나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이다. 본보는 창간 28주년 특집으로, 정치학계와 시민단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주요 인사 6명에게 ‘대 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19대 대선 전망을 들어봤다. Q 19대 대선의 화두 혹은 시대과제는 무엇이 될 것이라고 보는지? 박상철 =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경제와 안보’다. 경제부문은 과거 복지 내지 경제민주화의 개념을 넘어선 경제발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다. 재벌을 포함한 대기업의 경영방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핵심일 수 있다. 안보는 한반도 평화 관리 문제와 연관지어서 다양한 논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본다. 송기복 = 대통령 선거의 핵심 아젠다는 유권자 대중의 요구와 열망을 해석하고 수용하는 후보자의 전략적 판단과 태도에 따라 후보자별로 달리 설정되며 선거는 바로 이들 아젠다 간의 충돌과 대결의 장이 된다. 그렇다면 내년 대선을 앞둔 유권자 대중의 요구와 열망의 기저가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은 실의와 낙망으로 가득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아닐까 싶다.대한민국은 보수집권 10년을 경과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경제 침체의 구조화, 성장둔화, 소득격차 등의 심화를 바탕으로 계층·세대·지역 등 사회 전체적으로 균열구조가 만연돼가고 있다. 이 점에서 내년 대선은 무엇보다도 활력을 잃은 대한민국 재건에 포인트가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윤경우 = 국민들은 ‘민생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누가 호소력 있게 국민에게 전달하느냐가 관건이다.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도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졸업생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너무 안타깝다.졸업을 하고 대기업에 취업을 해도 부모가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주택을 마련할 수도, 자녀를 교육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출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 급감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위기를 초래한다.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직선 의원내각제’, ‘분권형 개헌’ 등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 문제도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윤성이 = ‘국민통합’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의 싸움에 신물이 나있다. 이념·지역·세대·계층갈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계파와 정파로 갈라진 정치권은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비전도 보여줄 수 없다. 국민들은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들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치를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 이광재 = 공존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공존을 위한 불편한 약속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이다. 사회 문화 정치적 격변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드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지적했듯이 19대 대선 화두는 ‘공존’이 돼야 한다. 특히 노동의 소멸시대에서의 소득불평등 해소다. 정종필= 국정운영에 있어서 ‘불통’과 ‘국가안전 위기대처 무능’ 등 현 정권에 대한 날선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문제는 위험수위에 치닫고 있고 특히 청년 실업률이 20%에 육박해 19대 대선에선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저마다 목청을 돋울 것이다. 인구절벽 문제도 현실화 되고 있다. 청년 실업대책과 저출산 해결은 동전의 양면으로 19대 대선에서 크게 이슈화될 것으로 본다. Q 여야 대선 ‘잠룡’ 중 가장 주목해야 할 인물은? 정종필 = 새누리당에서 반기문 UN사무총장,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은 ‘차기대통령으로서 충분한 리더십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며 문 전 대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비전 및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고, 안 전 공동대표 역시 ‘강력한 리더십과 비전’을 찾기 어렵다. 박상철 = 반기문과 문재인이다. 범여권은 반 UN사무총장이 답이 될 것이고 야권의 경우는 잠룡들이 치열한 경쟁 끝에 문재인이 후보로 등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지난 18대의 연장과 내년 새로운 정치의 요구가 교차되는 지점에 대한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윤경우 = 여권에서는 반기문, 더민주는 문 전 대표가 유력 대선후보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반 사무총장은 하지만 대통령 후보로서 검증이 아직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다각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 리더”에서부터 “사상 최악 총장”까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박원순, 안희정과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흥행에 성공할 경우 파괴력이 크다. 문재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인데, 지난 대선과 같은 야권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단언한다. 송기복 = 후보자가 입지 단계에서부터 경합단계에 이르기까지 자질과 정책역량을 검증받고 모든 신상이 공개되며 갑자기 부상하는 정치 책략적 후보의 출현 가능성이 낮다는 측면에서 문재인 전 의원을 가장 두드러진 유력후보로 볼 수 있다.문 전 의원 외에 내년 대선의 아젠다 가능성과 관련, 대한민국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정책역량과 비전이 돋보이는 후보군으로 여권에서는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를, 야권에서는 김진표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주목하고 싶다. 이들의 공통점은 정책능력이 우수하고 실무를 아는 정치인이라는 강점이 있다. 이광재 = 행정경험이 있는 현직 단체장이다. 동계 올림픽 개막식은 현직 대통령이 폐막식은 새로운 대통령이, 대선 이후 6개월 후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듯이 행정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시대이고, 이는 행정경험이 있는 후보들에게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윤성이 =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여야 후보들이 최종적인 승자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이 갈등과 분열에 갇힌 현재의 정치틀을 완전히 부수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있어야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구조에서 성장한 후보들이 외치는 개혁과 사회통합은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대선까지 남은 시간과 각 당의 후보선정 과정을 감안, 인지도가 낮은 신인 정치인이 대선후보로 성장하기는 힘들다는 상황을 고려할 때 중앙정치와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정치적 역량을 키워 온 남경필(경기)·원희룡(제주)·안희정(충남) 지사 등이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지상 대담 패널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정치법학과·북한학과 주임교수) △송기복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윤경우 국민대 국제교류처장(국제학부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경대학장(정치외교학과 교수)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 △정종필 경희대 미래문명원장(정치외교학과 교수) (가나다 순) Q 19대 대선이 (현재 교섭단체 상태로) 3당 체제 아니면 야권후보 단일화로 1 대 1 양상으로 치러질 것인지?△3당 체제송기복 교수는 “6번의 대선에서 국회 교섭단체 규모의 정당은 1997년 15대 대선의 DJP연합을 제외하고는 모두 후보자를 출전시켰다”며 “3자대결로 치른 선거는 13·14대 대선 두 번이었고, 16·17대 대선은 여야 2개 교섭단체 체제에서 야권분열 다자구도로 치러졌으며, 18대 대선은 여야 양자구도로 치러졌다”고 설명했다.“이는 교섭단체 규모의 정당은 독자 후보를 내세워 대선을 치렀음을 말해준다”면서 “내년 대선은 3개 교섭단체(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가 모두 후보를 낼 것이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야권후보 단일화는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이광재 사무총장과 정종필 원장도 “3당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사무총장은 “대선 6개월 후에 지방선거가 있고 제3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현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정 원장은 “3당 중 어떤 당도 양보하거나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국민의당 후보로 정하지 않는 이상 국민의당이 야권 단일화로 결정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1 대 1윤성이 학장은 “현재 선거제도대로 19대 대선이 치러진다면 1대1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승자독식의 현 대선방식에서 야당이 분열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윤 학장은 이어 “결선투표제 도입 경우,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도입 경우, 지역과 이념을 바탕으로 한 진영정치의 틀에서 벗어나 정책경쟁으로 전환될 경우 등 상황에 따라 3당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 또한 없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한국정치의 역량을 고려할 때 3당 체제 대선이 가능한 상황은 결선투표제도 도입뿐”이라고 지적했다.박상철 원장도 “당연히 여야 1 대 1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여권의 경우도 야권과 마찬가지로 두 세 개로 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야권의 단일화와 함께 대선 직전에 여야 1 대 1 구도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만약에 어느 진영이든 1 대 1 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필패 구도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2 대 2윤경우 처장은 ‘야권후보 단일화 실패, 반 UN사무총장 무소속 출마’로 2 대 2 가능성을 전망했다. 윤 처장은 “안 전 공동대표는 어떤 경우에도 후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경우 후보 사퇴를 결코 허락하지 않을 범친노 세력이 최대 걸림돌이다”고 밝혔다.그는 “야권 후보의 분열은 반 사무총장의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새누리당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며 혹독한 검증 공세에 시달리기보다 무소속 출마 뒤에 여권 후보단일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윤 처장은 “(반 사무총장이) 단일화에 성공하면 파괴력은 대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소속으로 경쟁하더라도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반 사무총장 입장에서 무소속 출마는 나쁠 게 없다”고 주장했다.Q 19대 대선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윤성이 = 북한문제로 봐야 할 것이다. 경제불안이 국민들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나 오랫동안 고착된 문제이고, 대선 후보들 또한 뾰족한 개선방안을 제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편 북한 이슈의 경우 김정은 정권의 핵무기 개발과 그에 대한 대처를 둘러싸고 국제정세뿐 아니라 국내 상황도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만약 미국이 강경대응을 할 경우 안보위기가 고조될 것이고, 그렇다면 대선에서 안보이슈가 중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윤경우 = 안보 문제도 심각하지만 유권자들은 경제적 측면에 주목할 것이다. 경제안정, 경제적 불평등 해소, 일자리 부족 등 산적한 경제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대선에서 핵심 이슈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경제 불안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현 정부의 리더십으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나빠질 것이고, 박 대통령과 친박 세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정종필 = 현 정권의 무능과 소통 및 경제정책 부재로 경제가 계속 어려워지면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없다고 보여진다. 또한·미·중 대립이 더욱 확대되고 남북 긴장상태도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나라는 사회의 양극화가 최고조에 달했다. 능력에 의한 차별화를 우려함이 아니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음이 문제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지수와 부정부패는 한계선이 없고 상한선이 없다.19대 대선에선 ‘부패척결’을 위한 법적장치마련 구상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꼭 풀어야 할 생존의 문제로, 안보는 동맹국인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경제는 중국을 의식하며 얽힌 문제를 풀어가는 가운데, 일본과도 관계개선을 해 나가야 하는 과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송기복 = 돌발변수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인식돼왔다. 그러나 1987년 ‘KAL기 폭파사건’이 여당후보에게, 1997년 ‘IMF 외환위기’기 야당후보에 영향을 미친 것을 제외하면, 1992년 ‘초원복국집’ 사건, 2002년 정몽준의 단일화 무효선언, 2007년 ‘BBK 동영상’, 2012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과 ‘십알단’의 불법 SNS 선거운동 등은 당선된 후보에게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오히려 돌발변수 보다는 당시의 후보정립 선거구도와 국민의 요구에 대한 후보의 응답 전략이 더 영향을 미쳤다. 상수화 되는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침체의 구조화, 사회경제적 격차와 균열의 심화, 남북대치의 고착화, 주변국과의 긴장관계 등이 상수처럼 된 현실에서 유권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불만이 조직화될 것인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박상철 = 19대 대선의 화두가 경제와 안보로 예상되는 만큼 경제적 상황과 남북 대치정국이 19대 대선의 핵심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경제불안의 경우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고 대북문제의 경우는 과거 북풍의 차원이 아닌 새로운 욕구의 분출구로 부각될 수 있기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하겠다.이광재 = 청년문제다. 20·30대의 불만이고 투표참여다. 보수는 불안을 조장하고 진보는 불만을 조직화 할 것이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불안조장과 불만조직은 끊임없이 시도가 될 것이고 메커시즘을 비롯한 대선을 코 앞에 둔 불의의 사고, 의혹제기 등은 있을 것이나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다. 김재민·김광호 기자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고미숙 고전평론가

‘백수 예찬론’을 펴는 이가 있다. 기득권 층이 하나같이 일자리 창출 약속을 남발할 만큼 청년부터 노인까지 모든 이가 직업을 갈망하는 시대에 말이다. 지식인공동체 ‘감이당’을 이끌고 있는 고미숙 인문학자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급기야 우리나라 대표 고전평론가답게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燕巖 朴趾源, 1737~1805년)까지 ‘호출’하면서 백수 예찬론 굳히기에 들어간다. “연암도 아마 중년 백수를 자처했을 걸요.그것보다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최고 명문가 자손으로 태어난 청년이 입신양명을 포기하고 평생 백수로 살면서 글쓰고우정을 나눴죠. 그건 말이에요, 우정과 지성의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삶이었기 때문이에요.” 백수야말로 자본주의 시대에 최고의직업, 행복한 삶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을 들어봤다.-‘대한민국 위기론’이 지배적이다.반문하고 싶다. 아주 좋은 시대가 있었나. 절망적인 시대도 없었다. 그 어떤 시대도 절망 혹은 희망은 아니라고 본다. 이 시대적 조건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하느냐의 문제다. 물론 좋아진 줄 알았는데 퇴행한 지점은 있다.-퇴행한 부분은 무엇인가.교육이다. 2012년에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썼다. 학교 현장은 당시 제기한 문제에서 나아가지도 못한 채 굉장히 황폐해있다. 학생도 만족 못하고 교사도 자존감이 없고 학부모는 불만족 투성이다. 교육에 대한 철학과 인식의 빈곤이 절절하게 느껴진다.-미래를 일궈야 할 교육계의 황폐화, 그 이유는.화폐가 기준이 되면 삶은 점점 황폐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자본의 증식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균형 없이 모든 부문에 돈이란 척도밖에 없는 상황이다.교육부, 학교, 부모 모두 교육에 대한 철학이 없다. 아이들은 돈을 기준으로 성공을 이야기하고, 취업을 위해 대학을 간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선생은 사제지간 형성이 아니라 사고 발생을 막는 데 목적을 둔다. 이런 상황에서는 창의적 인재 양성이나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등이 모두 공염불이다. 취직 때문에 대학가고 돈을 벌기 위해 취직하고 결국 소비하고 증식에만 몰두하는 것. 이것이 삶은 아니지 않나. 백번 양보 해도, 시대가 그렇다 해도, 인간은 그렇게 살 수 없는 것 아닌가.-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돈의 힘을 무시, 그 욕심을 내려놓기 쉽지 않다.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부동산 투기 같은 자본 증식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소비했다. 사람들은 불안하면 소비하고, 힘들수록 쾌락에 몰두한다. 몸의 원리상 위장은 80% 이상 차면 토하게 돼 있다.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소화할 수 있는 그 이상은 독이다. 마찬가지다. 인간은 물질로 채울 수 없다.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갈증만 더해갈 뿐이다. 돈이 있는 사람도 소비로 만족하지 못해 공허해한다. 돈 없는 사람은 돈 있는 사람들의 소비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런 구조에서는 부자든 빈자든 모두 다 자기 삶의 주도권을 잃고 패배자가 된다. 소비와 쾌락을 멈출 수 있는, 견디기 힘든 상황을 버틸 멘탈을 양산해야 한다. 그 방법은 로고스(지성)말고는 없다. 지성을 가진 인간에게서 ‘이건 더 이상 인간의 삶이 아니야’라는 각성이 발현된다. 지성을 근간으로 한 각성이 발휘돼야 물질에 의존하는 경향성을 줄일 수 있다.-저서와 강연, 언론 인터뷰 등에서 ‘백수되기’를 주장했다. 그렇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공자도 백수였고 소크라테스도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이들은 영혼의 번민을 안고 길 위에서 진리를 터득해 글로 옮기는 자유인이었다.내 노동을 조율하고, 강의를 할지 말지 스스로 정하는 심플한 삶이다. 물질적인 부유함을 탐하기 위해 괴로운 일이라도 참고 버티는 건 심신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면 몸과 마음이 병들게 돼있다. 정규직, 연봉이 해결되면 또 다른 욕망을 소비하는 데 몰두한다.우리는 정규직이 아니라 길 위의 현자들을 멘토로 삼는다. 모든 사람이 소비와 쾌락 끝에 죽는 것이 아니라, 자유인을 원한다는 방증 아니겠는가. 어느 순간 청년은 물론 전 세대가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백수가 특별한 상황은 아니다. 그것이 왜 비관적인지 모르겠다. 프리랜서로 내몰렸지만 구속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의 노동과 경제를 조정할 수 있는 기회다. 삶을 심플하게 만들 수 있다.-그럼에도 백수가 미래, 백수를 직업으로 추천하는 것은 억지스럽지 않나. 현실의 벽도 있다.물론 백수도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창출할 수 있는 활동을 해야 한다. 지성을 익혀서 글을 쓰고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바로 그런 활동들이다. 돈과 상관없이 할 수 있는 것이 사람과 글이다. 글이란 사람이 매일 어떤 공부를 지속해가는 기준이자 표현 양식이다. 수행이라고도 얘기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제도권에 흡수되지 않아도 내 네트워크를 밟아갈 수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명문가 자손으로 태어났음에도 입신양명의 뜻을 버리고 자유인으로 산 연암을 보라. 글을 읽고 쓰며 우정과 지성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삶을 사는 길이자 고결한 쾌락을 얻는 길임을 보여준다. 현실의 벽을 논하는 것은 그만큼의 절실함이 없기 때문이다.-누구나 글쓰기가 가능할까.이렇게 대학이 많고 학벌이 높은 시대에 날마다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지적 훈련이 글쓰기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왔다. 원고지도 필요없고 기계 하나면 된다. 글과 말은 정말 중요해졌다. 앞으로 새로운 직업이 생겨날텐데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말하고 표현하느냐가 반영된 것들이다.궁극적으로 말과 글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을 보자. 동네 말많은 아줌마 같은 수다를 떤다. 그것에 심오한 통찰이 있나.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이 수다 떠는 프로그램은 더 늘고 있다. 말과 글을 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직업이 되는 것이다.-그렇게만 한다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나 혼자서는 이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대통령도 정치인도 이 세상을 못 바꾼다. 정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은 올드하다. 역사가 증명한다. 예수도, 공자도, 간디도 당시 사회를 바꾸지 못했다.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80년대식 진보세력의 판타지다. 정말 다수의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자기를 온전히 바꾼 한 사람을 본 후다. 세상을 바꾸자고 외치는 것은 쉽다. 술 한 잔, 담배 한 개피 끊는 것이 더 어렵다.사회를 바꾸겠다면서 자신의 욕망을 그대로 가져가 혁명의 주체가 된다면 욕하던 사람과 똑같은 꼴이 된다. 최근 들은 멋있는 교육혁명가의 말이 하나 있다. ‘그렇게 해서 세상이 바뀌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세상이 나를 멋대로 하게 놔둘 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인간은 다만 자기 자신의 한걸음만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욕망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이런 이야기조차 버거워하는 빈곤한 사람들이 많다. 앞서 최고의 생존전략으로 제시한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을까.그런 설정 자체가 교만이라고 본다. 물론 불치병 같은 절대 빈곤은 사회적으로 공동의 과제다. 하지만 돈이 없어 공부할 수 없다는 등의 물질적인 빈곤의 문제는 아니다. 정말 가난해서 할 수 없는지 묻고 싶다. 약자니까 내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권위와 주인의식이 생긴다. 받는 사람 역시 부담스럽다. 책임이나 동정을 가질 필요는 없다.연대는, 공동체는 기본적으로 평등해야 한다. 스스로 두 발로 서서 지성에 접속하고 싶다는 사람은 가난해도 도와주지 않아도 길을 연다. 그 마음이 생기느냐가 관건이다. 그렇게 형성된 공동체가, 그 인맥이 진정한 자산이 된다.고미숙 작가는… △ 고전평론가, 작가 △ 현(現) 감이당 연구원 △ 고려대학교 독일문학과 졸업 △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전(前) 지식인 공동체 ‘수유+너머’ 연구원 △ 저서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바보야, 문제는 돈이 아니라니까,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외 다수 류설아·권오석기자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

“모든 부문이 한계에 달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위중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에대한 최진석 서강대 교수(건명원 원장)의진단은 절망, 그 자체다. ‘선진국 따라하기’로성장해 온 우리나라가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 길 잃은 채 신뢰는 사라졌고, 수 십 년째 모든 기관들이 구호처럼 외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도통 발휘되지 않는다. 최 교수의 명확하고 단호한 분석대로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후퇴’뿐이다. 정녕, 답은 없는가. “낭만스러운 혹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 자신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미와 가치를 묻고 반성해야 한다. 각성하고사명을 찾는 사람만이 희망이다.”-지금 한국 사회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아주’ 정체돼 있다. 신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모든 분야가 한계에 달했다.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경제ㆍ사회적 조건과 나아갈 비전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유례 없는 발전을 기록한 우리나라가 그랬다. 독립한 상황에서 건국이라는 사명이 일치, 나라를 세웠다. 건국 다음에는 나라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사회적 조건과 산업화라는 비전이 일치하며 온갖 소음에도 완성할 수 있었다. 산업화의 결과로 도시화, 공업화가 진행됐다. 이 때 농업 중심에서 공업, 농촌 중심에서 도시로 주도 세력이 바뀌면서 계급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그것이 곧 민주화다. 우리나라가 여기까지는 해냈다. 많은 선례를 따라하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래해야 할 단계가 ‘선진화’인데, 비전 설정조차 못하고 있다. 선진화는 추상적인 단계로 구체적인 모델 없이 창의적인 새 길을 찾아야 하는데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몇십 년째 정치인은 하던 소리만 계속 하며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육은 길을 잃었다. 법조인도 제 기능을 못한다. 문제는 국제 경쟁 안에서 이런 정체는 바로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선진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선진국은 앞서 가고 후진국은 뒤따라간다는 차이가 있다. 앞서 가려면 선도력이 있어야 한다. 한글처럼 우리가 시작한 그 무엇 또는 새로 만드는 능력이 선도력이다. 이 선도력을 가지려면 불편한 무엇을 발견해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선진국에는 질문이, 중진국이나 후진국에는 대답이 많다. 대답은 있는 지식을 누가 요구할 때 다시 뱉어내는 것이다. 대답할 때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과 이론이 지나가는 통로, 중간역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선도력을 가져야 하고, 선도하려면 새로움을 꿈꿔야 하고 새로움을 꿈꾸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한다. -정치인과 언론인 등 사회 각계각층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일단 정치인은 왜 정치를 하는지 본질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자기 패거리들의 논리에 의한 반성이 아니라 ‘내가 죽기 전에 완수해야 할 나만의 고유한 사명’ 등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질문과 반성 후에도 다시 태어나기 어렵다면 지금의 정치인은 다 사라지고 새로운 정치인으로 채워지든지….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언론은 또 어떠한가.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향해 말의 논조를 구성해내는 게 언론 아닌가. 언론도 천편일률적으로 집단화 되었다. 한마디로 낡았다. 회의적이다. 희망을 얘기하기엔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암울하다. 그 때문인지, 많은 중산층과 가정을 꾸린 30~40대는 이민을 고민한다. 북한산에서 등산객 무리를 봤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지켜야 할 규정이 수백 가지인데 그 중 네댓 개만 지켰어도 그 정도 사고는 안났다’고 이야기했다. 정작 자신들은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규정이 붙어 있는 난간을 넘어가서 맥주를 마시고 등산로에 진입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는 잘하고 있는데 남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남 탓만 한다. 자기 책임성 없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돌린다.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그런 정치인을 뽑아 놓고 욕한다. 이민을 고민하기보다 각자, 모두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심층적으로 따져 묻고 반성해야 한다. -취직 못해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질문하고 사명을 발견하라는 것이 너무나 낭만적인,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어디에 취직할까’라는 물음보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각성을 통해 이뤄진 취직과 그렇지 않은 취직은 그 개인의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직’은 자기가 맡은 역할이고, ‘업’은 사명 혹은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직업의 개념은 그 역할을 통해 자기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각성 없이 직만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직업인이 아니라 직장인이다. 그래서 행복하지가 않다. 휴일에는 자신으로 존재하지만 일에서는 자기가 자각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어렵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고, 해야 한다. 온전한 자기 충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직과 업이 분리된 사람들로 채워진 사회는 무르다. 내가 누구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고, 반성하고, 자기 삶을 완성하려는 사람은 부패에 빠지지 않고 돈 몇 푼에 영혼을 팔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로 채워져야 조직과 사회와 나라가 튼튼해진다. 우리나라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드러날 것이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하던 소리만 계속 하는 사람은 피해라. 조국과 민족의 나아갈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비전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전략적인 비전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문학 열풍’이 한창이다. 선진화 비전을 세울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철학이 회자되는 이유는 선진국, 그 레벨에 맞는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을 인문학을 하는 걸로 착각하는 게 문제다. 인문학의 목적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문적 시선을 작동시키며 사는 것이다. 지금의 인문학 열풍을 한단계 더 높이 끌고 올라 가야한다. -지난해 인문학 아카데미 ‘건명원’을 설립한 이유인가. 지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은 각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느냐다.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을 배출하고자 한다.나라의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고 사회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질문하는, 그 과정에서 자기 책임성과 사명을 스스로 발견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지 않을 내면을 건설하고, 그 벽을 넘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반역자 같은 인문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건명원의 뜻이다. -강조하고 싶은 깨달음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면 짧은 명상을 한다. 그 때 생각한다. ‘난 곧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 진리다. 순간순간, 그 하루하루가 삶을 결정한다. 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는 사라졌고 불안해하는 미래는 오지도 않았다. 다음에 할 일 때문에 지금 할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다. 미래는 현재를 축적해 열리는 것이다. 미래는 결국 환상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깨닫고, 거기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지금을 봐야 한다. 최진석 교수는…▲현(現)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현(現) 건명원 원장▲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학사/석사)▲베이징대학교 도가철학박사▲저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노자 인문학,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외 다수류설아ㆍ권오석기자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고은 시인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시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다. 대학 입시만을 바라보는 청소년은 꽃 같은 인생의 청춘을, 취업 전선에 목매는청년들은 꽃 같은 오늘의 꿈을, 내 집 장만에 허리가 휘는 중장년들은 꽃 같은 새끼들의 미소를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도덕성도 윤리의식도 최소한의 양심도 버려둔 채 앞만 보고내달린다.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지나쳐야 할까.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지난 세월 보지못한 그 꽃을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대변환기, 새 시대를 준비하기에 앞서 ‘그 꽃’을 찾아야 할 때다. 수원의 ‘이슬’과 ‘비’와 ‘시냇물 소리’에 흠뻑 빠졌다는 고은 시인에게 묘안을 들어봤다.-수원에 정착한지 4년이다.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나. 수원의 이슬하고, 수원의 비하고, 수원에 흐르는 시냇물하고, 시냇물가에 있는 수원의 술하고 아주 친해졌다. 광교산의 첫 수확인 무제시편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이달에는 초혼이, 오는 10월에는 장편서사시 처녀가 나온다.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지역 예술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수원과 경기도가 가진 문화ㆍ예술계의 한계는 없나. 나의 수원시대는 내 시의 말기를 감당하게 된다. 어디에나 지역의 한계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행위에서 중앙과 민방을 나누는 일은 지극히 천만 차다. 작가에게는 그가 있는 곳이 중앙이고 시야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이 변방이다. 진리는 늘 변방에서 태어난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위기와 방황의 순간도 있었는데. 자기의 동시대는 자기 자신만의 삶을 이루는 시대가 아니다. 그 시대 속의 전체가 어우러지는 삶의 총체이다. 나는 그런 시간의 총체에 속해 있는 내 삶에서 나만의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볼 수 없다. 나는 나이자 타자들이기도 하다. 나의 연대기란 1930년대 전반 식민지 체제가 한층 더 공고해진 시기에 그 기원을 둔다. 바로 만주 사변, 중일 전쟁으로 이어진 한반도의 식민지 체제는 전시병참기지이자 병력ㆍ화력의 제2전선이 된다. 태평양전쟁은 미국ㆍ영국에 대한 일본의 기습작전으로 확대된다. 그야말로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 후 해방된 조국은 곧 분단의 산야가 되었다. 기어이 1950년 한국전쟁이 동서냉전과 열전의 핵심적인 사태로 발전한다. 식민지로 굶주렸고 분단과 전쟁으로 죽었다. 몇 백만 명이 3년 미만의 전쟁에서 죽었다. 거기서 살아남았다. 그 뒤의 독재를 지나 무엇 하나 역사 청산이 없는 상태의 할 일 많은 오늘에 이르렀다. 극복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다. 시대 속에서 정신의 내성이 생겨난 것이다. 위기는 의지를 낳는다. 방향은 지향을 낳는다. -요즘은 많은 것을 쉽게 포기하고 절망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그동안 이뤄 놓은 실적을 하나하나 까먹고 있는 것 같다. 노인에게도 청년에게도 한꺼번에 내일이 오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민족 전체의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 수원에는 팔달산이 있고 팔달문이 있다. 다 불러들이고 다 모여서 미래의 공동체를 찾아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말 몇 마디로 넘어갈 수 없는 현실 문제다. 첫째 정치해설을 냉엄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젊은이라는 당사자의 내면에 의지의 충격을 주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의 문제가 나와 젊은이가 속한 세상에서 변화를 기대한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으로부터 거품을 걷어낼 것. 공(公)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섬길 것. 그래야 시가 존재하는 이유에도 가치가 부여될 것이다. -삶에서 시도 빼놓을 수 없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시와 삶을 나눌 줄 모른다. 삶이 시이자 시가 곧 삶이다. 시란 인간의 본성이 내는 율동이다. 진부하게 표현하면 영혼의 춤이다. 그래서 나는 시를 장르로서의 문학 안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시는 소설이나 희곡 등 다른 분야의 하나로 구별될 수 없게 그것은 의미의 윤곽이 무효이다. 나는 1만 편의 시와 1편의 시를 동시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몇 천 년 동안 신봉되어 온 시학이나 시론들을 지워버린 어떤 백지의 원야에서 오늘 쓰는 시가 태초의 시가 되기를 꿈꾼다. 시를 쓴다는 의미를 내가 우주의 리듬, 우주의 사투리로 우주의 꽃을 피우는 일에 두고 싶다. -현대시가 일본 문학의 모방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지금 한국 문학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니다. 어느 곳에 형식을 받아들인 것을 꼭 기억할 필요는 없다. 시 역시 바람에 비유되고 파도에 비유된다. 어디서 오기로 하고 어디로 가기도 한다. 현대서 100년 이상의 한국시는 반드시 세계 각국의 시에 대비할 필요도 없다. 당당한 것이다. 나는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의 초청행사 등 한국의 시나 문학의 성과로 인한 명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치졸한 자만도 남루한 콤플렉스도 내버려야 한다. -노벨상 후보로 여러 번 올랐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 내 시와 소설들은 28개 국어로 나가 있다. 또 나는 몇 개의 국제 문학상도 받았다. 그러나 너무 상 타령만 하는 우리 사회는 높은 품위의 사회이기를 포기한다.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 문학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환점은 상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한국문학은 자신의 산을 쌓아 올리고 있다. -특별히 눈여겨보는 후배 문인이 있는가. 아홉 쯤 내 손가락으로 헤아린다. 그들의 이름을 밝히는 일은 싫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늘이 지나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문학은 영구불변의 척도를 사절한다. 다만, 그 문학의 생애가 완료된 상태에서만 그 작가의 진면목은 여러 얼굴로 칠해질 것이다. -지난해 파리에서 평화의 시를 낭송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시인으로서 어떤 감정이었나. 지난해는 유네스코가 창립 70년이 되는 해였고 공교롭게도 한반도 광복 역시 70주년이 되었다. 유네스코 파리 본부에서는 2년마다 세계 회원국가 유네스코 대표와 멤버들이 참석하는 정기총회가 열린다. 이 총회 행사의 하나로 분단국가의 시인이 초청받아 세계평화를 위한 자작시를 낭독했다. 본부의 보코바 사무총장과 한국 유네스코 총장 민동석 선생도 열렬하게 이 행사를 추진했다. 그래서 유네스코 대회장에서 각국 대표들과 파리인 800여명의 청중에게 내 시를 들려주었다. 파리의 시인들도 나를 축하하러 왔다. 뜨거운 시간이었다. -통일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는 1970년 후반 이래 나의 운명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조급한 통일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평화공존의 기간이 그동안의 분단고착의 적대공존기간보다 더 길기를 바란다. 나는 이런 상상의 토대 위에 다연방 통일의 역사를 이룩하고 싶다. 스위스나 말레이시아의 예가 있다. 독일 연방이나 미 합중국의 연방체제도 있다. -남북의 통합 국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진행사항은.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은 우리 언어의 원전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 언어는 세계 13위의 대국어다. 하지만 요즘 대중의 언어는 완전히 파괴돼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회복하기도 늦었다고 판단된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에 기대하는 것이 많다. 북한은 아직까지 전통 언어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언어가 굴절된다 하더라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 -대선이 다가온다. 경제적 외교적으로 대한민국은 전환점에 서 있다. 지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속지 말아야 한다. 뽑는 자에게 뽑히는 자의 무능과 야만이 돌아오는 것이다. 나는 대선 때마다 후보보다 투표권자의 자질이 걱정된다. 오죽하면 니체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했겠는가.고은 시인은…▲1933년 출생▲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 눈길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 등100여 권의 시·소설·수필·평론 출간▲現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송시연ㆍ손의연기자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약자가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여성이나 노인을상대로 ‘묻지 마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가하면 일부 가정에서는 친부모가 아이들에게 심한 폭행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약자에 대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스마트폰은 필수 도구가 됐지만 아직도 스마트폰보다 당일 밥 한 끼 걱정이 태산인 소년ㆍ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는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하지만 이와 달리 가진 자들이 부정한 돈을챙겼다는 등 각종 비리 소식들은 하루가 멀다고 들린다. 약자와 가진 자들 간에 좁혀지지 않는 불신이 지속되는 이유다. 약자는 가진 자들틈바구니에 끼여 살고자 아등바등한다. 이 같은 냉담한 현실에 “이래서는 안 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가 있다. ‘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으며 보수적 신앙인임을 내세우는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79)가 바로 그다. 그에게서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묻는다. ■ 약자를 위한 사회 손 대표는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 억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 억울함이 없어지려면 시대의 정의가 바로 서야한다”고 했다.이어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놓이게 된다. 사람들 간에 ‘정의’를 두고 서로 해석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일부에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정의를 악용한다.이를 막아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은 법”이라고 답했다. 또 법에 대한 정의에 대해 “법은 독재자나 종교 등 한쪽에 치우친 생각이 아닌 모두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민주주의가 기반이 된 법치가 이상적이다”며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법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흔히들 약자를 지칭할 때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없는 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약자는 경쟁에 뒤처진 자들, 가진 자들의 행동에 피해 입는 이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경쟁에 뒤처졌다는 것은 가진 자에게 모든 것을 내 줬다는 의미다”고 했다.이어 “시간이 갈수록 가진 자는 계속해 갖게 되고 약자는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된다. 빈익빈 부익부다”며 “이에 나부터 개인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쓴다. 현재 내가 맡은 나눔국민운동본부나 기아대책도 가진 것을 받아 다양한 약자에게 나눔을 행한다”고 했다. ■ 기부가 중요하다 이에 손 대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해 “기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올바른 기부란 남는 것을 기부한다는 것이 아닌 ‘아껴서 기부한다’라고 강조하고 싶다”며 “아낀다는 것은 환경오염도 줄이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기부의 정의가 돈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에게 준다는 의미를 넘어, 모든이가 스스로 아껴 사용해 나의 것을 나눠 준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물론 아낀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와 대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소비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이에 나는 자본주의보다 약자보호를 우선의 가치에 둔다. 둘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기부받는 수혜자 대상을 잘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이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주려는 동기가 순수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특히 기부에서 기업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 큰 손들의 기부는 미국과 달리 기업 위주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인 기업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워렌버핏 등 큰손들의 기부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했다.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가가 스스로 하는 기부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며 “사실 기업이 기부한다는 것은 결국 주주가 기부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사회적 기업임을 강조하려면 해당 기업 오너의 개인 기부가 중요하다”며 “나는 개인 기부가 기부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부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대기업처럼 가진 이들은 보여주기나 생색용 등 일부의 동기는 불순했다”며 기부를 두고 벌어졌던 불순한 행위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이어 “한쪽에서는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그 자체에 질투심을 느끼는 한편 가진이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또 손 대표는 “미숙한 시민의식도 한몫한다”며 “우리의 양심이라는 것이 돕고는 싶은데 하지는 않는, 이 과정에서 양심적 압력을 느낀다. 기부의 순수성을 깎아내려 정당화한다.아마 이는 자신의 양심을 덜 아프게 하려는 방법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기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공동체 최근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친족 간 살인’이었다. 바깥의 위협에 가족들이 똘똘 뭉쳐 지켜줬던 과거의 모습들이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오히려 약한 가족을 보호해야 할 강한 가족들이 오히려 이들을 핍박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손 대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약자들이 생기고 있다”며 “역사 발전 과정에 부정적 면이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나타난 결과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발전 과정 중 하나란 의미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는 “과거 가족 중심 사회의 경우 ‘공동체 이탈이 곧 죽음’이었다. 가령 과거 노비는 주인을 두고 절대 도망가지 못했다. 공동체 이탈 자체를 상상치 못했던 것이다”며 “예를 들어 20살 아들의 잘못은 50대 아버지와 어머니가, 50대 아버지의 잘못은 그의 형제나 80대 아버지 등이 관리, 견제해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현 사회는 다르다. 오늘의 개인은 공동체보다 자신의 이익 극대화에 중점을 둔다”며 “가족은 핵가족으로 쪼개졌고, 개인주의 성향은 매우 단단해져 가고 있다. 자기의 이익을 좇고 쾌락을 동경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비교했다.그러면서 “부부가 싸우는데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을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며 “어쩔 수 없이 공동체 내부에서 행하던 일을 법이 개입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상황까지 왔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이는 친족 간 살인에도 적용된다. 예전에는 어른이 갓 태어난 아이를 보호했던 것이 이제는 가족들끼리도 내부적 대결하는 구도까지 간 셈이다”고 분석했다. 대안을 묻자 손 대표는 “자신이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 한다”며 “공동체에서 견제하던 것을 개인이 알아서 절제하거나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대표는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현대인들은 자신을 지켜야 하는 개인이 절제 능력을 상실했다”며 “과거 공동체에서 견제해 주던 장치가 없는 데다 나도 모르게 쾌락만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절제력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무절제한 욕망 분출을 크게 경계했다.그는 “일부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자유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스스로 절제를 못 해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데,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와 함께 “더구나 이제는 쾌락만을 좇다 보니 정상적인 범위에서 느끼던 것에 만족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마약에 손을 대고 엽기적 방법으로 다른 욕구를 만족하게 하려 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써야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결국 ‘공동체 해체→개인 이익 극대화ㆍ개인주의화→쾌락 추구→무절제→상대에 대한 피해’ 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며 손 대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약자라고 해석했다.■ 교육이 답이다기자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떠한가’를 물었다. CCTV가 있고 경찰이 있으며 감사원이 있을 것이다. 이에 손대표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CCTV를 수배 이상 설치하면 그것을 감시하는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경찰의 수를 몇 배 늘린다 치자. 그럼 고용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또 이들 경찰을 감시하는 이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시하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권한을 남용한다.악순환의 반복이다. 부정이 대물림되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세금이 결국 세금을 낸 국민을 감시하는 데 쓰이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이에 해결책으로 교육을 제시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은 결국 교육이다”며 “인간 자신에게 절제력을 키워주고 남을 배려해 주는 것을 가르쳐 주며 비겁한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계속해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경쟁에 놓인 사회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한 자는 존재하는데 여기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이를 쓰러트려야 하는 강박에 놓이게 된다”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돕는사회, 약자를 위해주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며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법을 논해야 할 때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1938년 출생▲서울대 영문학 학사▲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대학원 철학 석·박사▲한국철학회 회장▲동덕여자대학교 총장▲세종문화회관 이사장▲서울문화포럼 대표이사▲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기아대책 이사장조철오기자

[대전환기, 대한민국의 길을 묻다] 이외수 작가

라면값이 15원, 이발비가 25원 하던 시절 라면 먹자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그렇게 기른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작가 이외수 이야기다. 그 시대는 그랬다. 라면값도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배곯기는일쑤였고, 쓰고 싶은 글도 부르고 싶은 노래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이발비 아껴 라면 먹는 시대는 벗어났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악성댓글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시대는 이렇게 변했고 발전했는데, 우리시대 청년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외쳐댄다. 2008년 이외수는 저서 하악하악에서 “세상은 오래전에 타락해버렸고, 낭만이 죽었다는 소문이 전염병처럼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화천에서 만난 이외수에게 물었다. “여전히 세상은 타락했고, 낭만이 사라졌나요.” 그가 대답했다. “더하면 더했지덜하지 않을 겁니다.” 그에게 물었다. “타락한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가 말했다. “‘인간성 회복’. 그것이 답”이라고.-건강은 어떤가. 좋다. 어제는 밤낚시도 다녀왔다. 물론 5년이 넘어야 안심할 수 있다지만, 현재까지 병원 진단 결과는 양호한 편이다. 항암치료도 8차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항암 후유증이 남아있다. 부작용이 거의 없긴 해도, 손발이 저리거나 손톱이 거칠어지고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보통 일 년 지나면 회복된다는데, 좀 더 있어봐야 알 것 같다. -투병 중에도 SNS를 꾸준히 했다. 암이라고 하는 병이 극복하기 어렵고, 죽음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병과 싸우고 있는 많은 환자, 그분들한테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항암일기’를 썼다. 가급적이면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데 주력했다. -요즘 이야기를 해보자. 뉴스 보기가 참 괴롭다. 지금의 대한민국, 어떤가. 절망적이다. OECD 중 경제력 12위를 자랑하면서도, 행복지수는 꼴찌다. 여기에 국민자살률 1위, 노인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자살률 3관왕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여전히 ‘물질의 풍요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지성을 가르쳐야 할 대학에서조차 철학과는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없애고 있다. 정부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계속 강요한다. ‘약육강식’이니 ‘생존경쟁’이니 하는 말들은 또 어떠한가. 과연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잡아먹혀야 하는 시대가 인간다운 시대인가. 이건 동물의 왕국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결국 동물하고 크게 다를 바 없는 가치관으로 산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오죽하면 젊은 친구들이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겠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두고 청년들의 반발심리라고 치부해버리거나, 짜증을 내는 분들이 많은데, 부끄러움을 먼저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젊은 세대들한테 ‘헤븐조선’이 아니라 ‘헬조선’을 물려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소중한 것 세 가지와 다섯 가지를 포기한다는 ‘삼포’와 ‘오포’를 넘어 ‘구포’까지 갔다. 인생 전체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옛날의 청년들은 어땠나. 이렇게 힘들었나. 사실 우리 세대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해왔다. 정말 불행한 젊음을 보냈다고 절감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약하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좀 나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군대만 비교해볼까. 나는 복무 3년이었다. 지금은 2년이다. 한 내무반에 보통 30~40명씩 공동생활을 했다. 지금은 보통 한 생활관에 싱글침대 10개가 놓여있다. 거기다 대형TV와 드럼세탁기까지 다 있다. 심지어 병사들이 변기에 비데 안 깔아준다고 아우성치는 정도다. 그런데 정신적으로는 우리 때보다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자살률도 훨씬 높고, 관심사병도 많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를 심각하다는 얘기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 영혼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는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시대야 육체적으로 고달팠어도, 정신과 영적으로는 ‘위안거리’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 ‘위안거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령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젊은이들은 책을 즐길 줄 모른다. 즐거움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고, 취업을 위해 읽어야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자연이었다. 지금의 자연은 필요에 의한 자연이다. 부모님들도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굉장히 중시했던 시대였다. 지금은 어디 그런가. 인간답게 살지 않더라도, 물질의 풍요 속에서 자녀들이 살길 바라지 않는가. -그렇다면 해결점은 무엇인가. 항상 강연 때마다 외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치관의 수정’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가치관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오로지 물질의 풍요가 행복과 직결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자.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가진다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차지하고 나라 말아먹는 사람들도 많다.나의 성공에 의해서 나의 이웃과 연계된 사람들이 다 함께 행복해야 되는데, 결국 나의 성공에 의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행복한 삶’이고 ‘인간다운 삶’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무궁화삼천리화려강산 아닌가. 굉장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부심을 느낄 요소들이 많다. 한글도 모든 언어학자들이 세계 최고에 못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문화ㆍ예술적 잠재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수 천 년 동안 대한민국이 간직해온 중심 철학인 ‘홍익인간’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지금, 대한민국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나라로 존립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점검해야 한다. -대선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러브콜 많이 받았는데, 중립을 지켰던 이유가 있나. 사실 누구나가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본다. 후보들 모두가 ‘나라가 잘 되길 바라고 국민을 사랑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니까, 어쨌든 그걸 믿어드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최대 역량을 발휘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길 바랐다. 나는 정당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에, 인물 위주로 본다. 그 때 당시 개인적으로 후보들 모두를 잘 알지는 못하는 상태여서 똑같이 대한민국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 주십사 말했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문화ㆍ예술에 적극적 투자와 관심을 쏟아 주길 약속받았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된 것 같다. -다음 대선 주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꼽자면. ‘국민 좀 속이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에게 사랑받으려는 대통령보다는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각성해야 한다. 너무 많은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국민 약속인데 대국민 사기가 되면 되겠는가. 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을 그렇게 무시하고 깔보는 정치인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 국민들이 이것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상식도 되찾아야 하고, 양심도 되찾아야 하고, 도덕도 되찾아야 하는 시대에 허울 좋은 미래보다는 양심과 도덕을 갖춘 정치인을 찾아내고 밀어주는 그런 시대가 돼야 한다. -작품 계획이 있나. 올해 내 나이가 71이다. 앞으로 더 쓸 여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섯 권 정도로 인생 전체를 정리하는 작품, 스스로도 이것이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 구상 중이다.동양의 오행에 맞춰 나무와 같은 인간형, 불과 같은 인간형, 물과 같은 인간형, 흙과 같은 인간형, 쇠와 같은 인간형을 등장시켜 서로 상생하고 상극하는 관계를 그리고 싶다. 합리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외수 작가는…△1946년 출생△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등단△1975년 중편소설 훈장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창작집 겨울나기(1980)를 비롯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1981), 황금비늘(1997), 장외인간(2005), 완전변태(2014) 등 다수송시연ㆍ손의연기자

[경기도의 국격 높이기] 남경필 지사, 지방외교 새지평을 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 정부는 국격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라의 국격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로 외교 활동을 꼽을 수 있는데, 최근 경기도를 중심으로 지방외교라는 개념이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민선 6기 경기도정에 있어 지방외교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경기도는 지역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외교를 통해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을 실현해야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특히 경기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지자체이며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볼 때 한반도 통일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이어서 지방외교를 통해 통일ㆍ안보 관련된 국제협력도 체계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숙명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경기도의 지방외교는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남 지사는 취임 후 외교와 통상과 투자는 한 몸으로 통상과 투자도 외교가 함께 갈 때 훨씬 효과적이라는 생각으로 지방외교 활동을 강화해 왔다. 지난 6월 남 지사는 본보와 갖은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직접 많은 나라와 외교활동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편하게 외교활동을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타 국가의 지자체와 활발한 지방외교 활동을 하는 것이 결국 국가 간 신뢰와 우호를 다지는 일이 될 것이라며 지방외교는 투자활동뿐 아니라 외국 지도자와의 교류 등도 다 포함된다. 외교 활동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외교경제일자리를 다 묶는 그러한 지방외교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10개국 10만㎞ 출장 경제외교 등 시너지 효과 지난해 7월1일 취임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취임 후 1년 동안(7월24일 기준) 총 11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왔으며 미국과,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몽골 등 10개국을 방문했다. 지난 1년간 남 지사의 해외 출장 거리를 계산해 보면 총 10만3천907㎞에 달한다. 남 지사의 취임 후 첫 해외 출장은 미국(2014년 7월25일~8월3일)이었다. 남 지사는 외교안보 기반 확립과 1억2천만달러 규모의 투자유치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했으며 첫 출장의 내용에서 남 지사가 추구하는 지방외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남 지사는 미국 출장에서 테리 매콜리프(Terry McAuliffe) 버지니아 주지사와 만나 동해병기법안 서명에 대한 감사를 전했고, 한미관계 역할과 경기도와 경제협력 관계 확대를 논의했다. 이어 챨스 랭글(Charles B. Rangel) 연방하원의원, 로버트 메넨데즈(Robert Menendez) 연방상원 외교위원장, 에드로이스(Edward Royce)연방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크 혼다(Mike Honda)연방하원의원 등 주요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지방외교 강화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남 지사가 두 번째 해외 출장으로 선택한 곳은 중국(2014년 9월26일~27일)이었다. 남 지사는 이때부터 십수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최소 일주일 이상 출장을 다녀오던 이전 경기지사들의 해외 출장과 달리 7~8명 규모로 대표단을 축소해 짧은 일정으로 출장을 소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남 지사는 1박2일 일정으로 중국을 다녀왔지만 2014 한중 미래포럼에 참가해 기조연설을 하고 상하이 외대 차오더밍(曹德明) 총장과 국내 최초의 중국 대학 유치를 논의하는 등 적지 않은 외교적 성과를 올렸다. 세번째 출장이었던 독일ㆍ오스트리아 출장(2014년 10월12일~18일)은 이제는 남 지사만의 브랜드가 된 연정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 지사는 독일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를 만나 연정과 사회통합 및 통일 정책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눴으며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연방국 외무장관, 한스자이델 재단(기독교사회당)총재, 콘라드 아데나워(기독교민주당)총재 등과 차례로 면담을 갖고 사회통합 모델 벤치마킹 및 통일정책 협력채널 구축에 힘썼다. 슈뢰더 전 총리의 경우 남 지사와 독일에서 맺은 인연으로 지난 5월 경기도를 직접 방문해 경기도의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했다. 남 지사의 지방외교는 경제적 성과도 적지 않다. 남 지사는 독일 출장에서 독일 자동차 튜닝 회사와 자동차 튜닝파크 조성 협약을 체결하고 약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받았으며 오스트리아 A사로부터는 1천만달러 규모의 경기도 투자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방문해서는 후춘화 서기를 만나 경기도의 중소도시 개발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으며 제1회 한ㆍ중 창의문화 산업 포럼에 참가해 양국 경제ㆍ문화계 대표 150여명과 한ㆍ중 FTA 시대 대비를 논의하기도 했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해외 출장 중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출장은 지난 2월 일본 출장이었다. 당시 외무성 초청으로 일본을 공식 방문한 남 지사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위안부 문제를 전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남 지사는 총선도 압승하고 정치적으로 기반이 탄탄한 상황이니 먼저 손을 내밀면 한국 국민이 공감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먼저 나서달라고 말했고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과의 조속한 정상회담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남 지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 살고 계신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인권이라는 인류보편적 가치로 보고 대응해 나가면 한국민에게 많은 공감을 얻을 것이라며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전향적으로 접근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형언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 지방자치단체장을 단독으로 접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화제를 모았으며 이후 한일 정상회담이 활발히 논의, 남 지사의 지방외교가 한일 정상회담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2월28일부터 3월7일까지 실시된 이탈리아ㆍ그리스 방문에서는 화성 전곡해양산단 내 1천만달러 규모 요트 제조기지 설립 투자유치 MOU 및 500만 달러 규모 투자의향서 체결 등 경제적인 성과와 함께 왕과 귀족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도록 배려한 크노소스 궁전을 벤치마킹해 경기도 신청사의 밑그림을 그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자마니 교수 부부(볼로냐大)와 사회적 경제의 비전 및 필요성, 성공 조건 등 논의하기도 했다. 3월 중국 출장에서는 아시아의 새로운 미래, 운명공동체를 향해라는 주제로 열린 2015 보아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올해 총회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르즈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등 49개국 정재학계 인사 2천700여명이 참석했으며 남 지사는 경기도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소개와 오는 가을 판교에서 빅데이터 관례 세계 포럼을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 ODA 사업 확대 세계 속 경기도 브랜드 위상 높여 스마트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니 한국어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요. 커서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지난달 17일 몽골 울란바토르시 칭길테구에 위치한 몽골 23번학교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23번학교에서는 경기도가 지원해 마련된 스마트교실이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스마트 교육의 시작을 알렸다. 스마트교실 지원사업은 남 지사가 도지사 취임 후 공공외교 강화를 위해 확대하고 있는 공적개발지원(ODA) 사업 중 경기도 특화 사업으로 몽골 학교에 전자칠판, 태블릿PC, 무선네트워크 등을 갖춘 멀티미디어 교실을 구축하고 디지털 교과서 콘텐츠와 한국어 교수법 등을 전수하는 사업이다. 이날 남 지사는 23번학교에 직접 방문해 전자칠판,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 시연을 참관했다. 남 지사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일일이 격려하며 한국에 꼭 와달라고 부탁했으며 꿈이 한국어 선생님이라는 후슬렌(13) 학생에게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꿈을 꼭 이뤘으면 좋겠다. 한국어 선생님이 되면 많은 몽골사람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쳐달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보야 톨가 몽골 교육부차관은 몽골의 미래가 될 학생들을 위해 스마트교실을 만들어 준 것에 감사하며, 매우 훌륭한 투자라고 경기도 스마트교실 사업을 평가하고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한다고 전했다. 랭칭 간벌드 23번학교 교장 역시 아이들이 스마트교실에서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두 나라가 함께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몽골에 스마트교실이 더 많이 지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는 올해 2억원을 들여 4번학교 등 5개 학교에 스마트교실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지원 대상학교들은 그동안 한국어교육과정이 없던 곳으로 경기도의 스마트교실 지원을 통해 한국어교육 도입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져 경기도 스마트교실 사업이 한국어를 세계에 알리는 데 톡톡한 효과를 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이처럼 취임 후 경기도 ODA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남 지사가 ODA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는 개도국에 대한 기술지원 및 인프라 구축을 통한 중ㆍ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 글로벌 경기도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이 같은 남 지사의 의중이 반영돼 민선 6기 경기도 ODA 사업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도는 지난해 10월 도청 조직 내에 국제협력관을 신설하고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ODA사업이 아닌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ODA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3억원에 불과했던 ODA 사업 예산은 올해 9억원으로 확대됐으며 내년 25억원, 2017년 38억원, 2018년 50억원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도는 ODA 선진화 계획을 수립해 경기도 국제개발협력사업의 양적ㆍ질적 확대를 꾀한다. ODA 선진화 계획은 교육, 보건, 농림수산 등 각 분야에 경기도 특성이 반영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것으로 도는 NGO, 대학ㆍ연구기관, 기업과의 연계방안, 사후 평가 시스템, 공감 스토리 발굴 및 맞춤형 도민 홍보 강화 등도 ODA 선진화 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경기도 ODA 선진화 및 기본계획 연구 용역은 현재 사단법인 글로벌발전연구원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께는 경기도 ODA 3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ODA 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 국격 높일 경기글로벌협력센터 경기도는 ODA사업뿐만 아니라 지방외교를 더욱 활성화 시키기 위해 지방외교 전문 기관인 경기글로벌협력센터(가칭) 설립을 추진 중이다. 도는 경기글로벌협력센터를 통해 특색있는 국제 교류를 추진하고 경기도 ODA 선진화 사업 및 경제외교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 도가 실시한 도민의견 조사 결과 도민 76.6%가 국제교류기관 설립이 필요하다고 응답해 국제교류기관에 대한 도민들의 열망도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경기도민들의 시선도 이제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도가 구상하고 있는 경기글로벌협력센터의 규모는 글로벌협력팀과 남북협력팀 등 5개 팀 30명 규모이며 도는 초기 설립 자금 5억원, 매년 25~30억원의 사업비 및 경상비가 투입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글로벌협력센터의 주요 사업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교류지역 다양화, 학술, 청소년 문화교류 등) △국제개발협력사업(ODA 사업, 해외봉사단 파견 등) △남북협력사업(스포츠 교류, 남북 교류 및 경제협력, 남북협력 홍보 등) △도민ㆍ도내 외국인 글로벌의식 함양(언어교실, 글로벌서포터즈, 다문화 활동 지원 등) 등이 될 전망이다. 도는 경기글로벌협력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현재 경기연구원을 통해 경기글로벌협력센터 설립 및 운영 타당성 검토를 실시하고 있으며 8월께 경기도 출자ㆍ출연기관 심의, 9월께 행정자치부 사전협의, 12월께 조례 제정 및 센터 설립 준비 완료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갈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경기도 외교 정책 및 ODA 사업을 보면 장기 비전과 전략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도 턱없이 모자라고 법적 제도적 제원체계도 미비하다. 민간의 참여는 물론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경기글로벌협력센터가 설립되면 경기도만의 특색있는 지방외교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돼 세계 속에 경기도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DMZ, 새로운 관광명소 급부상

DMZ(demilitarized zone), 한반도 평화통일의 시발점이자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평화공원이다. DMZ로 통칭되는 비무장지대는 1953년 7월 유엔군, 조선인민군, 중국인민지원군이 한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남북한의 적대적 행위로 인한 전쟁 재발을 막기 위해 한반도 중앙 248㎞를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비전투 지역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평화가 달성될 때까지 적대행위와 일체의 무력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됐으나 실제로는 남북한 모두 감시초소(GP)와 관측소(OP)에 이어 군대까지 주둔시켜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화약고다. 이런 DMZ가 분단의 아픔을 깊이 간직한 채 세계 최고의 보고로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 분단의 아픔을 간직하고 세계 최고의 안보관광지로 거듭나는 DMZ 예전에는 DMZ를 관광할 수 있는 루트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DMZ를 여행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고, 접경지역 지자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관광지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의선 DMZ 트레인이다. 종착지인 도라산역은 민통선 내 최북단 역으로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상징적인 장소다. 2002년 2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도라산역을 방문해 철도 침목에 친필 서명한 것이 역사 내에 그대로 전시돼 있다. 이제 도라산전망대, 제3땅굴 등 안보관광을 열차와 연계한 알뜰 패키지 상품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의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잡았다. 경원선 완전개통 100주년이던 지난해 8월 1일에는 경원선 DMZ-train이 개통했다. 원주까지 달리던 경원선 열차는 철원에서 멈춰섰지만, 개통 1년만에 벌써 5만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DMZ내 유일한 숙박시설인 파주 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관도 개관 1년 만에 5천500명이 방문할 정도로 대표 안보관광지로 급부상했다. 캠프 그리브스 DMZ 체험관은 숙박뿐만 아니라 민통선의 특성을 살린 안보관광 서비스를 방문객의 특성에 맞춰 제공해 청소년에게는 안보의식 함양을, 중장년층에게는 향수와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경기북부 민통선 지역의 대표적인 안보평화 명소인 도라산 평화공원에 비틀즈 멤버인 폴 매카트니를 기념하는 평화의 숲과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기리는 연평해전 영웅의 숲 조성 계획까지 발표해 안보관광지로서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분단의 상징인 민통선(DMZ) 자전거로 달려보는 뜨루 드 디엠지(Tour de DMZ) 평화누리길 자전거 퍼레이드도 새로운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 DMZ DMZ 그 곳에는 기러기, 두루미 같은 철새와 고라니, 노루 등 야생동물, 그리고 수생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교육적 가치가 높다. 전쟁으로 인한 분단의 상처를 간직하며 60여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겼지만, 아름다운 자연생태를 잘 보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년에 유네스코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목받는 곳이 연천군이다. 다양한 동식물의 생태계는 물론이고 주상절리와 기암괴석으로 이름난 재인폭포를 비롯 전곡선사박물관, 허브빌리지, 태풍전망대를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양주ㆍ연천=이종현ㆍ정대전기자 5사단 GOP중대장 오도근 대위 관광객 잇단 발길 군장병은 한시도 긴장 못 풀어 DMZ가 새로운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이 곳을 지키는 군장병들은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 고 있다. 5사단 GOP중대장 오도근 대위는 GOP는 북한군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적을 마주하고 있다고 해서 떨린다거나 두려운 마음이 들지는 않는다며 만약 적이 도발하면 반드시 적의 원점과 지원세력이 무력화될 때까지 몇 배로 되갚아 줄 것이며, 625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각오로 GOP경계작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시간의 흐름속에 DMZ의 위상과 의미는 달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DMZ 군사분계선 상의 우리 군의 근무태세는 변함이 없다. 그렇기에 DMZ가 세계가 주목하는 관광지뿐만 아니라 자연유산으로의 위상을 새로이 정립해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오 대위는 GOP는 아무나 근무할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군인으로서 매력을 느낀다며 GOP에 투입되기 전, 철저한 사전 교육을 받고 장병 모두가 위급상황에 따른 매뉴얼들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경계작전에 임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은 저희를 믿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천=정대전기자

[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끊어진 경원선 철길 복원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말만큼 민족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함축하고 있는 문구가 또 있을까. 남북이 분단된 이후 벌써 반 백년 이상이 흘렀지만,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 인근에 위치한 월정사역에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서울과 원산 사이를 달리던 경원선 열차가 여전히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끊어진 경원선 철길을 다시 잇는 사업이 추진돼 주목된다. 경원선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군사분계선 간 11.7㎞ 철도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광복 70년, 분단 반세기를 맞아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또다시 달리고 싶은 경원선을 찾았다. ■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동맥, 경원선 지난 1914년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223.7㎞ 구간으로 개설돼 한반도의 동맥 역할을 담당했던 경원선은 광복 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끊겼다. 현재는 서울 용산역에서 백마고지역에 이르는 94.4㎞ 구간만이 운행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백마고지역까지 운행되고 있는 경원선 구간을 월정리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과의 협의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에 이르는 9.3㎞ 구간을 1단계로 우선 복원한 뒤 군사분계선까지 2.4㎞ 잔여구간은 남북 합의 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에 근접한 월정리역은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으로 군인들과 농사를 짓는 인근 주민들, 군 당국의 허가를 받은 관광객들만이 오가고 있다. 경원선 복원이 완료되면 이곳 월정사역 일대에도 민간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활력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경원선 복원 사업은 남북의 철길을 연결하는 첫 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북한을 종단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대륙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해 부산~베링해~북유럽에 이르는 북극항로를 연계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상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정부는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2.4㎞ 잔여구간 공사를 마무리한 뒤 남북 철도와 대륙 철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구상 실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전쟁의 잔재로 가득한 월정리역과 활기 넘치는 백마고지역 지난달 말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으로 거듭나게 될 월정리역을 찾았다.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이곳 월정리역에는 70여 년 전 기차역사의 모습과 함께 6ㆍ25전쟁 당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 잔해 일부분과 유엔군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의 잔해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부서진 열차의 잔해와 어우러진 황량함은 이곳 월정리역이 민간인 통제구역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반면, 현재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인 백마고지역은 활력이 넘쳤다. 비록 직원이 없는 무인역이었지만, 과거의 모습이 담긴 각종 사진들과 통일을 염원하는 시와 관광객들이 써붙여 놓은 메모 등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또 북녘땅에 추억을 간직한 백발의 노인과 대학생 등 안보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역사 부근을 오가고 있었으며, 철원군에서 나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도 성업을 하고 있었다. ■ 곳곳에 지뢰가 매설된 삭막한 숲에서 활기 넘치는 마을로 6ㆍ25 전쟁 직후에도 백마고지역 일대는 민간인이 전혀 살지 않는 곳이었다. 사방이 숲으로 우거져 있는데다 곳곳에 지뢰가 매설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68년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군 전역자 150여명이 대마리 일대에 자리 잡으면서 점차 마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여 년째 대마리에 거주 중인 조경희 대마리 부녀회장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군인과 마을 사람 이외에는 민간인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곳이었지요라며 마을 사람들이 농지를 개간하다가 매설된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하거나 총성이 들려오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곤 했습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후 삭막함만이 가득했던 마을은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점차 사람 사는 동네로 거듭났다. 전국에서 농기계 보급률과 젊은 농업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대마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후 대마리역은 지난 2012년 11월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이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으로 이전하면서부터 활기 넘치는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인터뷰 홍기일 대마리 이장 체계적 계획 수립 우선 경원선 복원 의미 살려야 경원선 복원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입니다 홍기일 대마리 이장은 경원선 구간이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북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됐다는 점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종착역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백마고지역과 월정리역에 이르는 구간이 안보 관광지로서 체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을 경우, 백마고지역이 자칫 관광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이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 철길을 잇는 경원선 복원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라며 그러나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으로 종착역만 이동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백마고지역 인근에 안보 광장 등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원선 복원으로 종착역이 이전하면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라며 과거 활기가 넘쳤던 신탄리역 일대가 현재 많이 침체된 점을 보더라도 과거를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홍 이장은 백마고지역과 월정리역 모두 나름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며 안보 관광지라는 뚜렷한 테마 아래 역사 하나하나가 연계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동두천의정부=송진의박민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한강 철책선, 주민 품으로

고양시와 김포시에 거쳐 설치돼 있는 한강 철책선은 남북 분단의 상징이자, 남북 화해ㆍ평화의 상징이란 이중성을 담고 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북한의 대남도발이 지속되고 한강을 도강해 무장공비나 간첩 등을 내려 보내면서 1970년 한강 철책선은 북한을 저지하는 최첨병 방어선으로 설치됐다. 이 같이 남북간의 냉전의 산물로 남아있던 한강 철책선이 42년만인 지난 2012년부터 일부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제거되기 시작했다. 당연 질곡의 한강 철책선 역사를 현장에 지켜보며, 묵묵히 통일을 기원하던 인근 주민들의 삶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안보라는 철저한 이념에서 벗어나 삶의 공간으로 한강 철책선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 남북간의 질곡의 역사, 한강 철책선 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는 1953년 7월 체결된 정전협정을 근거로 한강은 남북 민간인이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는 곳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강하구의 수역으로 그 한쪽 강기슭 다른 일방의 통제하에 있는 곳은 쌍방의 민간선박의 항해에 이를 개방한다. 한강하구의 항행규칙은 군사정전위원회가 이를 규정한다. 쌍방 민간선박이 항해함에 있어 자기 측의 군사통제하에 있는 육지에 배를 대는 것은 제한받지 않는다는 정전협정 제1조 제5항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다시 말해 정전협정 당시 휴전선, 즉 육상 군사분계선은 규정했으나, 해상 군사분계선을 규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정전협정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지만, 그중 하나는 민간선박의 소통이 가능한 한강이 남북을 하나로 묶는 주춧돌을 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정전협정 이후 북한이 한강으로 무장공비를 침투시키면서 이 조항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어졌고, 문서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철책이 설치되기 전인 1962년 한강하구 순찰선박 총격, 1967년 한강 하구 순찰대 피습, 1968년 임진강 무장공비 침투 사건이 발생해 안보 경각심을 고조됐다. 정부는 이들 사건을 계기로 암묵적인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1970년 고양시와 김포시 등 한강 하류에 철책선을 설치했다. 이때부터 철책선은 DMZ 철책과 더불어 남북 분단의 상징이 됐다. ■ 현지인들의 삶의 변화 철책선이 설치되자 이곳에서 생활했던 토착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어업과 농업에 종사했던 이들은 철책선 너머로 일을 가려면 안보교육과 출입증을 받아 군의 통제하에 출입이 허가됐다. 철책은 이곳 사람들에게 자유을 억압하는 통제로 여겨졌다. 이런 가운데 1990년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해 엄청난 수해로 한강 하류와 임진강변의 제방이 유실됐고, 이를 복구하기 위한 준설선과 예인선이 남북 경계를 뛰어넘었다. 1996년에는 집중호우로 북에서 떠내려와 중립지역에 있던 송아지 한 마리를 해병대 제2사단 병력 24명이 들어가 구조했다. 이 송아지는 제주산 암소와 혼인해 7마리 새끼를 낳았는데 당시 이 새끼들은 통일소로 불리기도 했다. 이같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철책선이 설치된 지 40여 년이 흐르자 철책이 굳이 필요하냐는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철책으로 금단의 땅이 된 지역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운동이 전개된 것이다. 급기야 철책이 설치된 고양시와 김포시가 군부대와의 협력을 통해 2009년 철책 제거에 합의해 2012년 역사적인 첫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고양시는 2012년 4월 20일 행주대교에서 김포대교까지 약 3.6㎞ 구간 철책을 제거한 뒤, 이곳을 시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했다. 나머지 구간은 현재 김포시와 보조를 맞춰 철거할 예정이다. 김포시는 고촌면 신곡리일산대교 남단 9.7㎞에 설치한 철책을 제거할 계획이다. 철책이 제거된 곳에 고양시는 평화 생태산업 사업지로 김포시는 한강시네폴리스 사업을 계획 중에 있다. 제거 사업이 완료되면 철책은 남북 분단이란 꼬리표를 버리고, 올곧이 남북 화해ㆍ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양=김현수기자 인터뷰 14대째 한강과 함께 한 이흥련씨 안보가 최우선인 시대 반대는 상상도 못해 그때는 반대에 ㅂ자도 꺼내지 못한 시절이었어. 안보가 최우선시되는 정국이었지 한강 철책선이 설치된 지역에서 14대째 살아가는 이흥련씨(70)가 갖고 있는 철책에 대한 첫 기억은 안보였다. 이씨는 16세 때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지금의 행주대교 인근으로 첫 조업을 나갔다.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갔던 행주웅어로 만선이 되는 날이면 온 집안의 축제였다. 그런데 북한의 무장공비가 한강으로 침투하자 군부대가 한강에 철책선을 설치하면서 삶의 변화가 찾아왔다. 설치 후에 이씨를 비롯한 행주어촌계 어민들과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군부대에서 안보교육과 출입허가증을 받아야만 철책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철색선이 설치된 후 어민들은 100-1호 통문과 85호 통문을 통해 왕래했다. 행주대교 인근에 있던 100-1호 통문은 사라졌지만, 장항습지에 있는 85호 통문는 현재도 존재해 어민들은 아직도 군부대 허락을 받고 어업을 하고 있다. 이씨는 철책이 설치될 당시 반대는 상상도 못했다며 그 당시 내 주변에서도 간첩을 본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안보가 최우선인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철책선이 설치된 후 군부대 통제를 받아 불편했지만, 어민들만 출입이 허가돼 조업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는 94년과 95년에는 4, 5월 두 달 동안 실뱀장어로 1억7천만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행주어촌계의 최대 호황기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부분 철거된 철책선은 행주어촌계 어민들에게 희망과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철책이 제거됨에 따라 국민이 갖는 불안 이미지가 사라져 많이 찾아오는 것은 좋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나타낸 것이다. 낚시꾼들이 몰려오면서 이들이 사용한 뒤 버리고 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양=김현수기자

[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전쟁의 아픔 깃든 파주 장파리

■ 6ㆍ25 역사 고스란히 간직 최접경지역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 마을은 6ㆍ25전쟁으로 인해 잉태된 1950~60년대 한국 사회의 두 모습을 고스란히 역사로 간직하고 있다. 지형이 마루처럼 길다 해서 장마루라고도 불리는 장파리 마을은 6ㆍ25전쟁 전에는 한강변 긴 언덕이 칡넝쿨로 뒤덮일 정도로 칡이 많아 칡마을로도 잘 알려졌지만 당시 여느 마을과 같이 가난에 찌든 곳이었다. 이 마을 토박이인 정필원씨(57ㆍ전 푸른파주21사무국장)도 가난 때문에 정규 중학교도 가지 못했다. 그는 공부는커녕 흰쌀도 구경하지 못했던 가난이었다며 이 가난이 언제쯤 극복될까 중얼거리며 하늘을 보며 한탄도 많이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중 발생한 6ㆍ25전쟁은 마을 모습을 확 바꿔 놓았다. 전쟁 직후 임진강 건너 DMZ 인근 JSA(공동경비구역)에 주둔하며 파괴된 교량, 건물 등을 복구하던 미군 28연대(공병대) 등이 부대 복귀하거나 휴가를 위해 머물면서 마을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인근 파평면 자장리와 적성면 고란포마을 주민들이 모여 마을 세(勢)를 형성한 장파리 마을은 미군 주둔에 따라 상주인구 5천여명, 유동인구도 3만여명이 넘쳐날 정도로 활기가 돌았다. 정씨는 전쟁 후 열세살때 집 근처 재건중학교가 생겨 어렵사리 (중학교)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미군이 지원하는 학용품으로 글자그대로 주경야독으로 공부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재건학교는 미 28연대 파킨슨 중령이 한국인 도움으로 장파리마을 10대 청소년들을 모아 중학교 과정을 진행했던 교육기관이었다. 그러나 미군이 떠나고 60여년이 지난 지금, 마을은 큰 변화가 없다. 당시 미군상대로 운영되던 라스트챈스 클럽 등이나 천주교장파공소, 리비중사가 건설해 전쟁중 군 작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비교, 이발소 등이 여전히 이용되거나 영업중이다. 2013년부터 장파리마을로 이주, 영화테마마을 구상을 하며 라스트챈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윤상규 설치작가는 1950~60년대 장파리마을은 농사보다 미군을 상대로 한 공연문화가 발달됐었다며 상업적으로는 크게 번성했지만 일반인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정체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파주시와 장파리를 안전마을로 만들어 막걸리제조, 꿈꾸는 장터 등 테마를 도입, 수익창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마을부활을 예고했다. 장파리 마을은 그렇게 분단의 아픔을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한 채 또다른 변화를 꿈꾸고 있다. ■ 통일을 준비하는 도시 파주 2015년 1월말 현재 인구 50만 명에 가까운 파주시는 이제 1950~60년대 미군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운명을 맡기던 도시가 아니다. 세계 최고의 LCD(액정디스플레이)단지가 있는 첨단산업도시다. 또한 세계인이 찾는 안보관광도시로서 대한민국미래 희망 DNA를 보유하며 통일을 준비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파주는 우선 철도와 도로구축망으로 통일대박을 노리는 도시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급 출신인 이재홍 파주시장은 취임초부터 통일이 파주희망이다라는 신념으로 SOC(사회간접자본)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1마리를 이끌고 북한으로 넘어갈 때 이용하던 통일로가 비좁아 제2통일로 노선지정 및 도로승격을 고시하고 남북한 대표적인 육상통로로 파주를 통한 북측연계 도로망사업인 서울~문산간도로를 올해 착공, 향후 평양까지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 파주 등 10개 자치단체와 공동으로 남측접경지역 230㎞를 동서로 잇는 동서평화고속화도로 건설을 위해 타당성용역도 준비중이다. 무엇보다도 파주는 철도망 구축에 통일 승부수를 띄웠다. GTX(수도권급행열차)ㆍ지하철 3호선 파주연장구현이 곧 통일도시 파주성장의 밑바탕이라는 인식이다. 김윤정 파주시 기획팀장은 경의선 도라선역에서 북으로 쭉 뻗은 기찻길 위에서 중국을 지나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만나는 상상을 하게 된다며 시는 통일 밑그림을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GTX파주연장안 등이 철도로 중국-러시아 경제협력확대ㆍ통일을 앞당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2030 파주도시기본계획도 새로 짰다. 인구 70만을 대비해 파주 도시공간구조를 4개권역 1개축으로 구분, 통일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DMZ세계평화공원과 유엔5사무국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DMZ내 유일한 대성동마을에 2017년까지 48억원을 들여 주택보수, 상수도공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북이 대치된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는 임진강과 DMZ 두 테마를 국제적 안보관광지로 조성하는 등 통일을 대비한 관광산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라전망대를 내년까지 80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다. 오는 9월 도라산역에 독일 베를린장벽과 동서독을 운행했던 열차를 들여와 전시, 관광상품화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고 있다. 또 농업의 6차산업화를 위해 200억원을 들여 탄현면 통일동산내 장단콩 웰빙마루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미군이 떠난 공여지 개발도 활발하다. 캠프 그리브스를 역사공원 등으로, 에드워드는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로 개발하는 등 다양한 유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나부터도 1950~70년대 파주에서 무척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왔다는 이재홍 시장은 이제 파주는 미군 주둔에 따른 이미지를 벗고 한해 예산만 1조원 가까운 부강한 도농복합도시로 대한민국 통일을 이끄는 희망도시가 됐다고 자부했다. 파주=김요섭기자

뜨거웠던 민족魂… 더 큰 대한민국 연다

안락한 삶 버리고 고난의 길 이석영조소앙 등 숨은 영웅들 발굴재조명해 그 뜻 이어받아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가 없다면 현재와 미래가 없듯,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그 역사가 영광이든 굴욕이든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더욱이 치욕스러운 역사에서 조국을 위해 전 생애를 바친 선열들에 대해서는 끝없이 조명하고 그 뜻을 이어받는 것은 후손의 의무이기도 하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사회는 역사 속에서 사라져간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땀 속에 세계가 놀랄만한 고속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이 우선이라는 굴곡된 인식으로 우리는 기억해야 할 역사를 잊어가고 있다. 그 사이에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중국의 부상 등 주변국의 모습이 한 말의 상황을 재연하고 있다. 우리가 수치스런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 애국 열사들의 외침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 이에 따라 경기일보는 창간 27주년을 맞아 역사에서 희망의 미래를 찾고자 한다. 새해부터 광복 70주년을 맞아 역사학자들과 함께 학술대회를 통해 경기지역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독립운동가를 발굴하고 알리는 노력을 해왔다. 학술대회를 통해 일제강점기의 부끄러운 모습과 자랑스러운 모습을 함께 했다. 우리가 주목했던 것은 백범 김구, 안중근, 윤봉길과 같은 위대한 영웅들보다는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조력자들이다. 자신의 안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역사의 부름에 응한 사람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사라져간 숨은 조력자를 통해 우리의 미래를 찾는 것은 분명 의미 있을 것이다. 창간 기념호를 통해 조명하는 경기지역 출신 독립운동가 이석영, 조소앙, 이수흥, 오희영, 김혁, 김교헌, 윤기섭, 엄항섭은 스스로 안락의 넓은 길을 버리고 고난의 좁을 길로 들어선 분들이다. 롯데 형제가들이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다. 재벌들이 돈을 놓고 부모와 자식 또는 형제가 다툼을 벌이는 모습에서 우리는 이석영 선생의 삶을 떠올린다. 이석영 선생은 천문학적인 전 재산을 독립운동을 위해 쾌척했다. 당시의 부동산을 지금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조원에 이르는 재산을 무장투쟁과 민주 공화정에 바쳤다. 전재산을 쾌척한 이석영 선생은 정작 굶주림에 시달리다 향년 80세로 이국땅 상해에서 순국했다. 지극히 곤란하게 생활하면서도 일호의 원성이나 후회의 개식이 없고 태연했던 이석영 선생은 이들 대기업 일가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을까. 대한민국 사상의 기틀을 세운 조소앙 선생은 성균관에서 동양 고전을 익힌 후 일본에서 서양학문을 익혔다. 조소앙 선생은 동서양의 모든 사상, 학문을 망라하지만 그 중심에는 한민족이 있었다. 조소앙은 정치의 균등, 경제의 균등, 교육의 균등이라는 삼균주의(三均主義) 이론체계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으로 삼게 했다. 광복 70년이 지난 현재 당리당략에 휘둘리며 싸움판을 벌이는 정치를 비롯 심화되는 빈부격차, 교육 불균형의 현실에서 조소앙 선생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다. 정치의 균등, 경제의 균등, 교육의 균등을 대한민국의 지표로 삼아야 함이 마땅하다. 안중근을 본받고자 한 5척 단신의 청년 이수흥은 권총 두 자루를 들고 일본 경찰 3천명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수흥을 보면 불안정한 일자리,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물가 상승이 지금의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할 정도로 힘든 고난의 현실은 아닌듯싶다.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많은 이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지만 오희영 집안처럼 3대가 독립운동에 투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이들 독립운동가의 집안은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 이처럼 3대가 독립운동한 대가는 참혹하다. 반면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은 세력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사법, 입법, 행정, 금융 등 주요 관직을 장악하며 잘살고 있다. 또다시 나라가 위기에 처한다면 누가 이 나라를 지키겠다고 나설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북만주 무장투쟁의 최고 지도자 김혁과 대한민국 역사학의 종장(宗匠) 김교헌,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걸었던 장자풍의 대인 윤기섭,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사수한 숨은 영웅 엄항섭 3ㆍ1운동 이후 도리어 훼절하고 만 애국지사들도 적지 않은 터에 일생을 조국독립에 바치기로 이들의 결단은 결코 간단한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도층의 한 사람으로, 대재산가로, 누군가의 아들ㆍ딸로 솔선수범해 사회적, 국가적 책임을 다한 민족의 사표이다. 이런 분들이 계셨기에 지금 우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광복의 외길을 올곧게 걸은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이 엿보인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보다는 우리를 생각하며 사회적, 국가적 책임을 다하는 것. 광복 70주년 숨은 영웅 8인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최원재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 창간 축하메시지] “생생한 목소리 전달… 道-도민 잇는 다리 역할”

지역을 대표하는 정론지 경기일보의 창간 27주년을 1천275만 경기도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난 1988년 창간 이후 경기일보가 걸어온 길은 정론직필 그 자체였습니다. 사실 전달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항상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 서 왔습니다. 또한 도정 구석구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도민들에게 살아있는 생활정보를 알려왔습니다. 지난 27년간 신속ㆍ정확한 보도와 격조 높은 논평으로 건전한 여론 형성에 큰 역할을 해 오신 경기일보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경기일보를 사랑해주신 애독자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풀뿌리 지방자치는 고른 발전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왔습니다. 경기도 역시 도민의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연정을 통해 정치적 안정을 이뤄냈고 이는 곧 경제정책의 안정성을 확보하여 기업의 투자를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그 결과 민선 6기 1년차에 19만6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에서 만들어진 일자리의 절반에 가까운 것입니다. 또한 도민의 안전을 위해서 전국 최초로 재난안전본부를 도지사 직속 체제로 바꿨으며,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를 선도했습니다. 전 국민을 공포로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정치권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했으며, 민관협력이라는 새로운 대응 사례를 만들어냈습니다. 경기도는 도민의 보다 나은 삶을 이루어내기 위해 민선 6기 출범 이후 도지사가 직접 매주 도민들과 만나 고충을 듣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도정의 모든 과정에 도민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습니다. 경기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여론을 수렴하고, 도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지역 언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역 언론이 전해주는 살아있는 여론이 도정의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경기일보는 오랫동안 지역의 정론지로 활동하면서 도민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생생하게 들어왔습니다. 도정에 대한 응원, 질타, 불만 등 목소리의 종류도 다양할 것입니다. 이 같은 목소리는 경기도가 도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도민에게 도움이 되지 않고 도민이 반겨주지 않는다면 탁상행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경기일보가 경기도와 도민을 연결하는 소통의 매개체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도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주시면 도정에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창간 사설] 부패 없고, 탈세 없고, 갈등 없는 미래를 위하여

1988년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전환기였다. 반만년 잠들었던 민족혼이 기지개를 켰다. 88 올림픽으로 모여든 세계인을 포용하고 보듬었다. 바야흐로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가 세계 속 한국으로 재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격한 변혁의 중심에 언론시장도 있었다. 1도1사(一道一社)라는 폐쇄적 독점 구도가 종지부를 찍었다. 정론직필의 기치를 내건 언론들이 속속 등장했다. 자율에 의한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로 그해 8월 8일 경기일보가 태어났다. 갓난 경기일보에 사회는 태동(胎動)의 여유를 주지 않았다. 곧바로 사회 변혁의 한 복판으로 던져졌다. 때마침 시작된 지방자치는 당시 경기일보가 짊어져야 할 시대적 사명이었다. 경기ㆍ인천만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창출해 내야 했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시행착오를 지적했고 바른길로 이끌었다. 때론 강하고 때론 따뜻한 논조로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했다. 그런 노력들이 지금의 위대한 경기ㆍ인천 시대를 만드는데 작지만 소중한 밀알이 됐을 거라 자부한다. 그리고 27년. 그때의 사명과 책임은 여전히 우리 앞의 숙제로 놓여 있다. 여전히 부패는 국가 경쟁력을 발목 잡고 있고, 여전히 탈세는 국민 기본권의 불균형으로 자리 잡고 있고, 여전히 갈등은 세대 간 지역 간 부조화의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창간 27주년을 맞은 경기일보가 독자들께 드리는 미래에의 결심을 밝히고자 한다. 부패(腐敗)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세계 속 대한민국은 부패가 만연한 나라다. 국제기구의 부패 조사에서 43위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고 있다. 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에 27위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는 비교할 바도 못된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후진국보다도 못하다.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2008년 이후 순위는 계속 하락하거나 정체 중이다. 우리 주변의 체감부패도 마찬가지다. 각종 송사로 재판정을 오가는 도내 시장 군수만 10여명에 이른다. 이 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곧 경제 성장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부패와 GDP 관계를 분석했다. 부패지수가 OECD 평균만큼만 개선돼도 1인당 GDP는 138.5달러, 성장률은 0.65%p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2% 성장을 달성하느니 마느니 하는 게 우리네 경제 현실이다. 부패 척결만으로도 4% 성장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부패 척결이야말로 대한민국과 경기ㆍ인천 지역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첩경(捷徑)인 것이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탈세(脫稅)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만연된 탈세는 이제 사회 전체의 납세 의식까지 무감각하게 만들었다. 사회지도층의 탈세 소식은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총리 후보의 아들이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 부총리 후보자는 증여세와 종합소득세를 내지 않았다. 종합소득세와 지방세를 뒤늦게 낸 국세청장 후보까지 있다. 국민 MC라는 유명 방송인이 9억원의 세금을 탈루했고, 대표적 한류스타는 모범납세자 신분을 탈세에 악용했다. 국내는 물론 국외 도피 세원(稅源)까지 철저히 추적해야 한다. 국세청이 파악한 역외 탈세만 8천~9천억원에 달한다. 비정부기구가 추정하는 국외은닉 자산은 860조원에 달한다. 이 탈세의 수챗구멍을 원천부터 막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직장인과 자영업자들만 제대로 세금을 낸다는 탄식이 사라질 것이다. 그때 비로소 직장인 지갑이 유리지갑이라는 피해의식이 사라질 것이다. 탈세 없는 사회가 곧 실질적 평등 사회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갈등(葛藤) 없는 대한민국으로 이끌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사회갈등지수 국제 비교 및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여기서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1,043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대상 25개국 가운데 5위다. 우리나라보다 사회갈등이 높은 나라는 터키(2,940) 그리스(1,712) 칠레(1,212) 이탈리아(1,119) 뿐이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광역 화장장을 둘러싼 지역 갈등, 내 지역 기관 유치를 위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갈등 해소 없이는 국부(國富)도 없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우리 사회의 갈등 때문에 직ㆍ간접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최대 246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1인당 GDP의 27%가 갈등 해소 비용으로 지불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갈등 해소만으로 연간 246조원이 절약되고 GDP 27%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적 갈등을 막고, 지역 갈등을 막고, 이익집단 갈등을 막는 길이 곧 나라의 곳간을 채우는 길이다. 경기일보가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 경기일보의 창간에는 언론 자유 구현, 관제 언론 타파, 사회적 다양성 확보라는 시대적 사명이 있었다. 새로운 27년을 시작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 그 사명은 여전히 우리 어깨 위에 있다. 부패 없고, 탈세 없고, 갈등 없는 경기ㆍ인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민의 뜻을 최상의 가치로 모시면서 온 힘을 다한다는 국궁진력(鞠躬盡力)의 자세로 달려갈 것이다. 우리가 창간일 새 아침에 1천600만 경기ㆍ인천 주민께 드리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