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편중인사 논란일어

4일 오후 경기경찰청에는 이날 단행된 경정, 경감급 승진인사를 놓고 직원들 사이에 쑥덕공론이 한창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의외의 인물이 대거 발탁된데다 특정지역출신이 승진자의 절반이상을 독식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경정은 7명 가운데 4명, 경감은 12명 가운데 5명이 특정지역 출신”이라며 “좀 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감승진에서 탈락한 한 직원은 “일부 승진자는 일선 경찰서 재직시부터 무리하게 빽을 동원해 구설수에 올랐는데 이번에 지방청 발령받은지 1년밖에 안됐는데 승진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며 비아냥댔다. 이날 승진자를 배출한 부서는 축제분위기에 휩싸였고 물먹은 직원의 부서는 무거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승진이 유력시되던 한 직원들은 “해도 너무했다. 마치 수년들여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일손을 놓은채 허탈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말부터는 경찰인사의 난맥상으로 여겨졌던 지연, 학연을 동원한 특정 직원의 로비설이 난무했다. 결국 이런 직원들은 승진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특히 총경승진폭이 5명으로 늘어난 것도 실은 로비를 펼쳤던 직원들이 무시못할 뒷배경을 동원했기 때문이란 설이 설득력 있게 퍼졌다. 그러나 황학연 1차장은 “승진자는 정원의 5배수로 압축해 옥석을 가렸다”며 “근무평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잡음은 없다”고 강조했다. 박금성청장은 취임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저 자신이 사사로운 인간관계나 편파적 견해에 의해서 인사를 하거나 직원을 대우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연 투명한 인사가 이뤄졌을까. 이에대한 평가는 직원들의 몫이다. /심규정기자 kjshim@kgib.co.kr

노숙자들의 겨울나기 비법

24일 오전 11시30분께 수원시 팔달산 JC회관 부근. 크리스마스 이브를 축하라도 하듯 온 산하가 눈으로 뒤덮인 가운데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끼니를 떼우기 위해 인근 무료급식소로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도 행복합니다.” 모닥불로 추위를 쫓던 노숙자 최모씨(40·강원도 홍천)의 말에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씨는 자신의 ‘겨울나기 비법’을 자랑삼아 털어놓기 시작했다. 최씨는 지난해 IMF한파로 직장이 문을 닫아 거리로 내몰렸고 부인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집을 뛰쳐나가 노숙자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 “잠자리는 잘아는 분이 공장 경비원으로 일하는 숙소에서 해결해요. 미안해서 잡일을 도와주지요.” 최씨는 만약 경비원이 근무를 하지않는 날은 교회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씨의 끼니떼우기 방법은 다른 사람들의 귀를 쫑긋 세우기에 충분했다.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지만 아침이나 저녁이 문제. 그래서 값이 싼 수원시내 대학교 구내식당에서 사먹고 있다. 식사비는 기껏해야 1천5백원이라는 것. 안산시내 모교회에서 주말이면 노숙자들에게 1만원씩 나눠주고 있는데 이 돈을 아껴쓰며 식사값에 보태고 있다. “그러지 말고 공공근로라도 하지 그려” 한 노숙자의 이같은 말에 최씨는 “주소가 강원도로 돼있어 이곳에서는 공공근로도 못해요” 라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낡은 털장갑을 낀 손으로 얼굴과 귀를 만지작거리며 한기를 쫓던 최씨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장에 취직이라도 하고 가족들을 찾고 싶다”며 자신의 소망을 피력했다. 흔히들 IMF의 상징이라고 일컫는 노숙자. 이들에게 ‘나눔의 정’이 넘쳐나는 우리의 인정은 언제쯤 되살아날까./신동협기자 dhshi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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