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돌봄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담다…'나는 돌봄하고 있습니다' 북토크

지난 25일 오후 7시30분 영업을 마친 수원특례시 영통구 망포동의 서른책방에선 조금 특별한 독서 모임이 진행됐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가 펴낸 ‘나는 돌봄하고 있습니다’를 읽고 느낌을 풀어낸 서평단, 그리고 실제 자신의 경험을 책에 담은 가족돌봄청년과 관계자 등 13명이 함께 모인 자리였다. 책 속엔 가족을 돌봐야 하는 청년 봄, 진수, 동그라미, 샐쿵, 곰돌이, 라일라, 스간 등 7명(전원 가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자립준비청년을 거쳐 가족돌봄청년이 된 이들, 위탁가정에서 돌봄을 받다가 어느샌가 가장이자 돌봄의 주체가 된 이들의 생생한 경험이 녹아든 책이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 인터뷰를 거쳐 12월 출간된 뒤 세상과 만나왔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책의 존재를 모르고 가족돌봄청년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아빠와 남동생을 돌봐야 하는 고등학생 봄씨는 슬픔에 잠길 시간조차 아까워 정신을 붙잡고 삶을 꾸려나갔다. 샐쿵씨도 어느 순간 집안의 가장이 됐고, 스간과 라일라씨도 자신들을 키워준 할머니의 보호자가 됐다. 동그라미씨는 보육원을 퇴소한 뒤 만난 어머니의 투병을 돕고, 곰돌이씨는 아버지가 가출한 뒤 할머니를 위해 동생과 함께 돌봄의 무게를 나눠 짊어진 삶을 묵묵히 버텨왔다. 스무 살 진수씨는 건강이 악화된 어머니를 돌보느라 간병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누군가의 자녀인 진수씨는 동시에 누군가의 보호자가 됐다.  모임 참여자들은 이날 ‘가장’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나눴고, 평소 ‘돌봄’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도 함께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각자 책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을 발취해서 읽어보고 나누고 싶은 구절을 공유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7명의 서평단 중 한지언씨는 “126페이지에 있는 내용이 너무 가슴 아팠다. 정말 샐쿵씨의 표현처럼 이 친구들이 돌봄의 대상과 자기 자신을 일치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본인만 챙기는 게 아니라 수많은 책임을 짊어진 친구들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이 있는지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주고 도와준다면 그들이 감당하고 있는 고통을 조금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책 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인터뷰를 통해 가족돌봄청소년을 만났던 구준선 사회복지사는 책을 줄글로 풀어 쓰지 않고 대화가 그대로 담긴 인터뷰집으로 출간한 이유에 대해 “자꾸만 손을 거치고 가공하면 이 친구들의 진심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에 가감없이 목소리를 전달하자는 차원에서 인터뷰 형식을 골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 책을 통해 솔직한 내면을 공개한 가족돌봄청년 진수씨는 “엄마가 얼마나 외로우셨고 의지할 곳이 없었을까 이해는 충분히 하지만 엄마도 엄마의 삶을 계획해보는 것에 대해 서로 생각을 나눠봤으면 한다”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가족돌봄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용기를 내겠다”고 덧붙였다.

화성 지역작가 8인의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다시, 처음보다’ 展

친숙한 지역작가의 작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전시가 열리고 있다. 화성시 화단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작가들이 ‘따스함’, ‘기억’, ‘치유’ 등 자기만의 단어를 한 공간에 모아 한 문장을 만들어냈다. 화성시문화재단은 화성시 지역작가 8인의 작품 100여점을 모은 ‘다시, 처음보다’ 전시를 오는 7월28일까지 연다. 재단은 지난 달 28일 문을 연 화성 열린 문화예술 공간에서 화성시 작가들을 재조명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는 1,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6월까지 열리는 1부 전시에서는 김미경, 김원기, 김현중, 나혜옥 등 지역작가 4명이 만든 54점의 작품이 내걸렸다. 김미경 작가는 코로나로 지친 이들에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캔버스에 초록 숲을 담아냈다. 작가는 치유와 쉼을 주제로 숲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요정들, 지저귀는 새들,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여자와 강아지 등을 표현했다. 어두운 색을 최대한 배재해 한 눈에 봐도 환하고 밝은 그림들. 작가는 ‘Forest H’ 등 19점의 작품을 통해 즐겁고 편안한 분위기, 일상의 여유로움을 표현했다. 골든리트리버의 흩날리는 털 한올 한올을 생생하게 표현해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작품이 있다. 나혜옥 작가는 첫 번째 반려견 ‘초코’를 포함해 21점의 강아지와 고양이의 모습을 담아냈다. 작가는 슈퍼리얼리즘기법으로 반려동물의 반짝이는 눈, 찌를듯한 수염, 윤기나는 털 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마치 이들과 마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형태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사과, 다리, 손, 물고기 머리들이 따로 흩어져 있다. 김현중 작가는 다양한 이미지들의 조합이 해체되는 모습을 통해 우리 뇌의 여러 기억들이 한데 모였다가 사라지는 느낌을 표현했다. ‘기억에서 사라지다-사과머리’ 등 작가의 작품은 기묘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사라지는 기억도 우리의 일부이므로 불완전은 곧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김원기 작가는 자연의 재료를 활용해 자연을 주제로 삼는다. 작가는 삶의 공간이 도시화되면서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운을 찾기 어려워지자, 상상 속 자연의 모습을 담아내 ‘신자연’이라고 칭했다. 원근법을 무시한 화면 구도와 단순한 채색, 폐목이 더해져 숨쉬는 자연을 완성했다. 화성시문화재단 관계자는 “지역 작가의 작품으로 문화예술 공간의 개관전을 열어 의미있게 생각한다”며 “8명의 작가들이 작품으로 풀어낸 저마다의 메시지가 관람객에게 전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해체로 다시 선명해지는 가족의 의미…‘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영화리뷰]

저마다의 사연으로 집과 터전을 잃었거나 홀로 남겨진 우주 떠돌이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이야기. 지난 3일 세 번째 챕터가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지탱하는 힘은 가족 서사에서 출발한다. 공교롭게도 영화는 가족의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는 가정의 달 5월에 관객과 만나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우주의 부랑자들이 서로를 가족처럼 여기게 된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냈던 1편, 가족 내에서도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가족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을 들여다봤던 2편에 이어 찾아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이하 ‘가오갤’)는 시리즈의 마무리에 걸맞게 피할 수 없는 가족의 해체와 종말을 담아낸다. 피터 퀼(스타로드), 드랙스, 가모라와 맨티스 등 시리즈를 함께해온 이들은 각자 꾸려나갈 삶의 남은 페이지를 위해 홀로서기를 택한다. 떠날 이는 떠나고, 남은 이는 또 다른 이들과 연대한다. ‘가오갤’은 분명 가족의 끝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들에게 끝은 없다. 종착지가 없다는 표현이 조금 더 정확하다. 마음을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한 존재들은 서로 의지하며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지만, 집단이 해체된 이후엔 어디로 향할 수 있을까. 과연 무엇을 가족이라고 부르고, 누구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겨야 하며, 가족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이때 가족이 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피기보다 가족이 없을 때를 바라보는 게 중요하다. 영화 속에서 피터가 목숨을 걸고 회수해온 마이크로소프트의 MP3플레이어 준(Zune)에 담긴 음악을 떠올려 본다. 로켓은 피터가 지구에서 가져온 음악을 듣는다. 관객도 그 음악을 함께 듣는다. 피터는 지구에서 자신을 길러준 할아버지를 만나러 로켓의 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이 남았다. 보이지 않아도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환기할 수만 있다면,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하지 않다. 곁에 있지 않을 때 오히려 선명해지는 게 가족이다. 가족은 구구절절 표현을 더해가며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 각자 온몸으로 느껴야만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가오갤 시리즈가 3부작으로 빚어낸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 이 서사가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의 의미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액션 ‘끝판왕’은 누구? ‘범죄도시 3’ vs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액션 영화 대전이 예고됐다. 지난 17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열 번째 영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이하 ‘분노의 질주 10’)에 이어 오는 31일엔 확장과 변주를 거듭하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최신작 ‘범죄도시 3’가 극장가를 찾는다. 먼저 개봉 이후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분노의 질주 10’이 액션의 스케일과 무게감을 강조하면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2001년 길거리 레이서들의 우정과 사랑, 낭만 가득한 자동차 경주를 담아내면서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4편을 기점으로 액션이 강조되면서 오늘날에 이르러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됐다. 갈수록 시리즈를 대변하게 된 또 하나의 테마는 ‘가족’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도미닉 토레토의 아들뿐 아니라 그간 아홉 편의 영화에서 꾸준히 얼굴을 비쳤거나 스쳤던 인물들이 총출동한다. 마동석의 매력을 물씬 품은 ‘범죄도시’ 시리즈도 어느덧 세 번째 챕터로 찾아온다. 지난해 개봉했던 2편의 베트남 사건 이후 7년 뒤,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서울 광수대로 보직을 옮겨 여러 배후가 얽힌 신종 마약 사건을 담당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담겼다. 배우의 신체적인 특성을 한껏 살린 마동석표 액션으로 호평 받았던 지난 작품들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점차 견고하게 확장을 거듭하는 마석도 유니버스의 매력 또한 볼거리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오복서점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니라는 기쁨이여!”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생전에 자신의 묘비명을 이렇게 썼다. 타오르는 장미는 벌써 봄을 전송한다. 이즈음 나는 어반스케치 수강생들과 향교로를 걸으며 카페 시인과 농부까지 산책을 한다. 그냥 눈산책이고 종점 시농에서 스케치를 하는 나들이 코스다. 오랜만에 수강생들과 오복서점에 들렀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조각가 류인전을 보러 갔던 인사동의 모란미술관처럼 긴장감이 있다. 그런데 계단 벽에 ‘5월31일 오복서점은 문을 닫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자주 이용하는 건 아니지만 어떤 내적 쉼터를 잃은 것 같은 허전함이 몰려왔다. 1990년 문을 열었다니 33년째다. 행궁 앞 여민각 건너편에서 시작했는데 광장 조성으로 수용되자 19년 전 지금의 장소로 옮겨온 것이라고 안정철 사장님은 지그시 얘기한다. 아날로그적 책의 유산이 한 시대를 마감하는 느낌이다. 나는 이곳에서 희귀한 시집들을 발견하고 흐뭇한 적이 많았다. 오늘 획득한 누렇게 무르익은 시집 두 권은 이 서점의 마지막 유물이 될 것 같다. 1988년판 김남주의 ‘나의 칼 나의 피’, 고정희의 ‘이 시대의 아벨’ 1984년판이다. 아, 나의 소박한 황금빛 이삭줍기는 봄날의 꿈처럼 지나가는구나.

20년 넘게 가슴으로 품은 딸 키워낸 윤미자씨 [인터뷰]

지난 22일은 올해로 20주년을 맞는 ‘가정위탁의 날’이었다. 흔들리는 가정, 갈 곳 잃은 아이들, 한순간에 남이 되는 가족.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진 지금, 가정의 달 5월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들여다보는 기간이다. 몸으로 낳은 자식도 연을 끊고 남남이 되는 시대가 됐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아도, 서류상 ‘동거인’으로 남아 있어도 끈끈한 가족이 된 사람들이 있다. 팔순이 넘은 윤미자씨(82·부천시 소사본동)의 곁을 지키는 건, 남편도 아니고 친구들도 아니다. 그가 가슴으로 낳은 20대 딸 A씨가 든든한 버팀목처럼 윤씨의 곁을 지킨다. 처음엔 부모가 될 생각은 없었다. 부모의 형편이 괜찮아져 다시 데려가겠다고 찾아오면 주저하지 않고 요청을 수락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친부모는 A씨를 찾으러 오지 않았다. 그렇게 윤씨 모녀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엄마와 딸이 됐다. 1988년 부천에서 놀이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윤씨는 1992년부터 어린이집 원장으로 지역 내 보살핌이 간절한 아이들과의 접촉 기회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자식들은 장성해 결혼한 뒤 독립했고, 남편은 이미 곁을 떠났다. 그때마다 윤씨의 곁을 지킨 건 역설적이게도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이었다. 1995년 무렵부터는 버려지는 아이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당시 경찰은 아이들을 구청 사회복지과로 인계했고, 구청 직원들은 인근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2, 3일만 아이를 맡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윤씨는 차마 그 아이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A씨를 만난 건 2002년이었다. 20대 초반의 미혼모가 어린이집에 맡긴 5개월된 아기. 지금은 둘도 없는 동반자인 딸과의 만남은 그때부터다. 여전히 공문서는 A씨를 그의 친모와 가족으로 묶어 뒀다. 윤씨와 딸은 서류상으로는 그저 ‘동거인’ 관계일 뿐이다. 가정위탁은 입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씨는 “입양이니 위탁이니 그런 걸 언제 다 따져서 키우겠냐. 난 그저 딸이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만 있었다”며 “내가 공식적으로 부모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내 아이라고 여기고 키웠을 뿐이고, 앞으로도 내 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런 윤씨의 마음을 딸도 알아줬기 때문일까. A씨는 아픈 곳 하나 없이 멀쩡하게 자라 성인이 됐고, 공부뿐만 아니라 각종 예체능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뽐낸 덕에 윤씨의 얼굴에서는 함박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A씨는 이제 엄마 보고 걱정하지 말라면서 내가 엄마를 지켜주겠다고 손을 꼭 잡는 의젓한 딸이다. 초등학생 때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던 노모의 눈엔 20년이 넘는 긴 세월이 응축된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언젠가 딸한테 ‘나를 엄마라고 부를래? 할머니라고 부를래?’라고 물었는데, 딸이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네 마음이 원하는 대로 부르라’고 그냥 웃었죠. 그렇게 저는 딸을 마음으로 낳은 엄마가 됐습니다.” 윤씨는 “가족의 의미는 외부에서 정해주는 게 아니다. 가족을 이룰 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며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가정위탁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따스한 가족의 품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라고 웃어 보였다.

예술극부터 가족친화공연까지… '의정부음악극축제' 6월10일 개막

국내 대표 공연예술축제인 제22회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오는 6월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 의정부 시내 곳곳을 달군다.  매해 상징적인 주제로 공연예술계의 화두를 제시해왔던 의정부음악극축제의 올해 주제는 ‘함께 존재하기(co-Exist)’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예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양성 존중과 자연과 인간, 예술과 일상 등 다양한 공존을 그리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축제는 거리로 나온 음악극 콘셉트의 야외 거리 공연과 실내 공연, 시민참여 프로그램 등 풍성하고 다채로운 작품들로 구성됐다. 의정부 시청 앞 잔디 광장을 5곳으로 나눠 시간대별로 각기 다른 색깔의 공연예술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특히 의정부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시민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자 개막일인 6월10일엔 의정부 민락동 천보로 거리 약 1km 구간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개막 행사 ‘개막 퍼레이드 : 공존’이 이어진다.  ‘개막 퍼레이드 : 공존’은 시민 동호회, 동아리 등 사전 참여자들과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이뤄진다. 시민 플래시몹, K-POP 댄스 공연팀, 마칭밴드, 풍물연합회, 대형 애드벌룬 캐릭터 등 다양한 볼거리가 공연예술을 통한 흥겨운 일탈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하천변(중랑천), 역전근린공원, 음악도서관 등 이색적인 야외공간으로 찾아가는 다양한 장르의 야외공연 프로그램과 의정부아트캠프에서 선보이는 전통무용과 기악의 콜라보, 동방박사의 ‘환영’과 창작19다의 ‘누구의 갤러리’ 등 수준 높은 실내 음악극도 마련된다.  예술무대 산의 어린이 상상놀이 체험극 ‘꼬물꼬물!무엇이될까?’ 등 가족친화형 참여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의정부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는 공존을 화두로 선보이는 거리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운드 마임 퍼포먼스 ‘활력청소부’와 에어리얼 공중곡예 ‘통제’, 관객참여형 넌버벌 코미디 ‘바가앤본드’와 서커스 퍼포먼스 ‘돌아버리겠네’ 등의 작품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색다른 시각으로 돌아보게 한다.  기타리스트 정선호의 ‘어메이징 핑거스타일’, 음악당 달다의 관객참여형 음악극 ‘랄랄락으로 클리닉’, 백솽팩토리의 전통 퍼펫 음악극 ‘놀음’ 등 음악극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음악 특화 작품도 야외에서 만날 수 있다.  박희성 의정부문화재단 대표는 “의정부음악극축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장기화된 공연예술 향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데 보탬이 되길 바라며,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시민분들이 축제의 즐거움과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외서 즐기는 거리예술 ‘2023 수원연극축제’…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 [인터뷰]

올해로 25회째를 맞는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가 경기상상캠퍼스 일원에서 20일부터 21일까지 수원 시민들과 호흡한다. 2017년까지 수원화성 인근에서 치뤄진 축제가 2018년부터 경기상상캠퍼스로 옮겨 진행된 지도 네 번째다. 코로나19로 지난 2020~2021년 취소된 데 이어 지난해엔 국내공연 만으로 진행된 만큼, 올해는 달라진 모습으로 시민들과 함께한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팬데믹 여파로 초청하지 못했던 해외 공연팀을 4년 만에 다시 섭외할 수 있게 됐다. 이어 작품의 양 대신 질에 집중했다. 176개의 출품작 가운데 선정된 7편과 초청작 5편을 포함한 12편의 작품을 양일간 두 차례씩 선보인다. 2018년부터 축제를 맡고 있는 임수택 수원연극축제 예술감독을 만나 이번 축제의 준비 과정과 예술감독으로서 그가 어떤 생각으로 행보를 이어왔는지 들어봤다. 이번 축제는 공간 특성에 맞게 거리극, 서커스, 공중 퍼포먼스라는 세 갈래 장르를 통해 야외 곳곳에서 공연이 펼쳐지고 시민들 역시 시간과 기호에 따라 넓은 공연장을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임 감독은 실내공연이 사라진 자리를 거리예술로 채우는 방식에 대해 “사실 실내공연장에 가서 즐기는 관객이 그렇게 많지 않다. 다수의 시민들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고 소외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거리예술은 시민에게 다가가겠다는 취지로, 시민들의 주거공간과 접근성을 고려해서 공연하는 데 목적을 두기 때문에 꼭 활성화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연출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오랜 기간 1차 창작이 아닌 2차 창작의 영역에서 총괄을 맡아 왔다. 작품 연출을 내려놓은 지 오래됐기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확신은 안 서지만 지금도 기회만 된다면 작품을 직접 무대 위로 올리고 싶다는 임 감독은 “작품을 선별할 때 과거 연출자로 오랜 기간 몸 담았던 경험이 예술감독직을 수행할 때도 큰 보탬이 된다”며 “공간에 맞게 작품을 변형하고, 순서에 따라 배치하는 작업 모두 그 때 경험이 도움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창작자와 마찰을 일으키지 않는 스타일로 축제를 기획한다. 매번 자신이 생각하는 축제의 이미지, 이상적인 틀이 있지만 웬만해서는 창작 주체의 의견을 존중하려고 노력한다. 공연을 위한 장소를 고를 때 역시 후보지를 염두에 뒀을지라도 중요한 건 창작자의 의견을 가장 먼저 듣고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다. 끝으로 임 감독은 항상 지역 예술문화 발전에 어떤 게 도움이 될지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역에서 좋은 작품이 생산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지역에서 좋은 문화 소비가 촉진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임 감독은 “1989년 5월 정명훈 지휘자가 파리 국립바스티유오페라단 음악 총감독으로 취임했던 때를 떠올려 보고 싶다. 이건 한국 국민들한테 좋은 건가 아니면 파리 시민들한테 좋은 건가? 당연히 후자”라면서 “높은 수준의 공연을 소비하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힘써야 문화가 발전한다. 그래야 그 문화를 소비하는 주체인 시민 중심의 예술문화를 꾸려나갈 수 있다. 이번 연극 축제 역시 그런 점에 최대한 집중했다. 많은 성원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축제 때 인사드리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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