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이상한 일기예보

이상한 일기예보 김애숙 짝꿍과 싸운 우주 마음은 구름 끼어 흐림이구요 친한 친구 전학 간 초롱이 마음은 온종일 비내림이에요 은별이와 사이좋게 도시락 나눠 먹은 상구 마음은 해가 쨍쨍 맑음이지요 그런데 낮에는 언제나 해가 떠있대요 아이들 마음이 곧 날씨 일기와 마음을 하나로 연결 지은 재미난 동시다. 밝은 해가 떠 있는 훤한 대낮인데도 아이들의 마음은 구름 낀 날일 수도 있고, 비가 내리는 날일 수도 있다. 그게 아이들, 아니 사람의 마음이요 기분이다. 시인은 짝꿍과 싸운 우주의 마음, 친구를 전학 보낸 초롱이 마음, 은별이와 도시락을 나눠 먹은 상구 마음을 통해서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 사람은 기분에 따라서 밖의 일기까지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다. 고교 시절 얘기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다 늦은 저녁에 H가 헐레벌떡, 그것도 비를 흠뻑 맞은 채로 찾아왔다. 깜짝 놀라 물었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한테서 마침내 답장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한테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알리려고 우산도 쓰지 않고 달려왔다는 것. 물에 빠진 생쥐의 모습을 한 친구는 더없이 행복한 얼굴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종종 그 친구 생각이 나곤 한다. 사람의 기분은 그런 것이다. 아이들의 마음이야 오죽할까. 아동문학을 흔히 어린이문학이라고 한다. 이는 어린이의 마음 곧 동심이 없이는 쓸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성인시를 쓰는 사람들도 동시를 얕잡아 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한국 근현대미술의 동서양 조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사계’ 上]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건희컬렉션’이 경기도미술관을 찾아왔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8일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를 개막해 오는 8월20일까지 선보인다. 이건희컬렉션 46점과 경기도미술관을 비롯한 공사립미술관 11곳의 소장품을 한데 모아 한국 근현대미술의 추동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선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우리 근현대를 아우르는 대표 작가 41명의 작품 총 90점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이들 작품을 ‘조화’, ‘자연’, ‘향수’, ‘순환’ 등의 개념으로 분류, 이를 다시 ‘새로운 계절’, ‘자연으로부터’, ‘또 하나의 계절’, ‘향수의 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봄’ 등 5개의 구간으로 나눠 전시했다. 다채로운 화음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을 녹여낸 이번 전시를 세 차례에 걸쳐 따라가 본다.  20세기 초, 일제강점기 조선의 화단은 서양미술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해외 유학을 다녀온 화가들이 등장하면서 서양의 기법을 동양의 기법 등과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이뤄졌다. 전시의 첫 번째 구간인 ‘새로운 계절’은 동서양의 융합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정취를 보이는 근현대 작품을 채워넣었다. 총 20점의 작품 중 이건희컬렉션은 14점이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사로잡는 ‘사내아이’는 단 4점만 전해지는 김종태의 작품 중 하나다. 김종태는 서양미술의 재료인 유화로 한복을 입은 사내아이를 그려 서양의 기법을 전통과 조화시키는 현대적인 화풍을 보였다. 대담한 색을 사용해 한복의 주름 등을 거침없이 묘사하고, 조는 아이의 모습을 정면에서 포착해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구성을 택했다. 특히 사내아이가 졸고 있는 모습에서 일제강점기의 혼란스러운 현실을 잊으려 했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인성의 ‘석고상이 있는 풍경’ 역시 수채로 세련된 기법을 보이지만 옥수수, 사과, 마늘 등 한국적 도상을 그려넣어 향토색을 표현했다. 1931년 일본의 다이헤이요미술학교에서 공부한 이인성은 서양의 기법으로 한국적 색채와 주제를 탐구했다. ‘복숭아나무’는 이인성 특유의 짧은 붓 터치로 복숭아나무 가지 사이로 햇빛과 그늘의 대비를 만들어 공간감과 깊이감을 드러냈다. 채색화에 두각을 나타냈던 김기창은 일본화풍의 채색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화와 풍속화를 재해석한 독자적인 양식을 완성했다. ‘소와 여인’은 이 같은 독자적 화풍의 결과물로, 하단의 검은 소가 추상적으로 표현돼 그 형태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종이의 거친 질감을 살려 한국적인 주제에 대한 향수를 자아낸다. 이 밖에도 동양적 사유인 부처상과 현대적 매체인 TV를 조합한 백남준의 ‘TV 부처’ 등 서양미술의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각각의 방식을 달리해 융화의 양상을 보여준 작품을 찾아볼 수 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한국의 현대미술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데, 그 근원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며 “근현대미술의 대표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아 소개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공립미술관이 가져야 하는 사명감, 학예사들의 열정으로 이건희컬렉션 전시를 마련했으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예원예술대, 숙련기능인력 외국인근로자 대상 입학설명회 개최

예원예술대학교(고광모 총장대행)는 경기드림캠퍼스에서 숙련기능인력 외국인근로자 100여명을 초대해 대학 입학 설명회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국내 대학이 숙련기능인력 외국인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입학 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근로자는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후 오랜 기간 일할 경우 숙련기능인력 체류 자격을 얻어 E-7-4 비자를 취득하게 된다. 숙련공이 필요한 회사는 이들의 근로로 성장에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예원예술대 관계자는 “숙련기능인력 외국인근로자들은 학업을 통해 자신의 분야를 개발하고, 일 때문에 하지 못했던 학업을 시작해 학사·석사 학위를 취득, 한국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며 “이러한 욕구를 반영해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예원예대는 ▲융합 조형디자인 ▲뷰티 디자인 ▲귀금속 보석디자인 ▲영상디자인 ▲연극,영화 전공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이론과 실습을 통한 자격증 취득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어 교원 자격증과 ▲이중언어 지도사 자격증 취득 등을 지원한다.  특히 숙련기능인력을 취득한 외국인근로자들의 학교생활을 도울 뿐만 아니라 국적을 취득해 한국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우선 다문화사회 전문가 김세영 교수를 임용해 외국인 유학생 입학부터 졸업까지 책임지는 것은 물론, 이들의 한국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해 외국인 전용 상담실을 설치해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한다. 지역 특화형 비자를 연계해 인구 감소 지역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들을 지원해 지역사회 성장을 도모할 계획도 세웠다.  고광모 총장대행은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고 한국사회에서 잘 정착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학교에서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원스톱 시스템을 통해 일, 취업, 영주권까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맥 끊길 위기" 경기민요 전승자 대표단, 대규모 집회 예고

문화재청이 일부 유파의 경기민요 전승자들만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경기민요 전승자들이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는 등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전승자들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신각으로 이동하며 100명 이상이 참여하는 인정심의 저지 집회를 연다고 18일 밝혔다. 또 오는 22일에도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동하며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문화재 관리국은 지난 1975년 경기민요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면서 안비취·묵계월·이은주 등 3명을 경기민요 보유자로 인정했다. 이에 안비취 유파는 유산가·제비가·소춘향가·십장가를, 묵계월 유파는 적벽가·선유가·출인가·방물가를, 이은주 유파는 집장가·평양가·형장가·달거리를 각각 전승해왔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지난달 12일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보유자 인정조사를 통해 안비취 유파의 김혜란, 이호연만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인정 예고하면서 묵계월·이은주 유파 등에서는 “대를 이어 전승되던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의 맥이 끊길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문화재청이 ‘중요무형문화재 개인종목(음악분야) 전승활성화 학술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근거로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과 관련, 해당 용역보고서가 묵계월·이은주의 전승계보를 바꿔 기재하거나 이은주의 스승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등 오류가 많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경기민요를 전승해 온 안경태씨는 “심사내용, 심사위원 등이 비공개인 상태로 밀실에서 진행된 심사이기 때문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문화재청의 심사가 무효 처리될 때까지 규탄 집회 등을 열 것이며 나아가 투명한 심사가 이뤄지도록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시설물은 모두 몇 개일까?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화성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있다. 화성을 소개하는 여러 매체, 관리하는 기관의 자료, 연구자들이 언급하는 숫자는 각각 다르다. 그래서 ‘40여개의 시설물을 갖춘’처럼 적당한 표현을 쓰기도 한다. 화성이 세계 문화유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40개부터 90여개까지 그 차이를 보면 놀랍다. 이래서 한국인은 통이 크다고 하나 보다. 기준이 정립되지 않으면 오류가 퍼지게 되고, 연구의 첫걸음도 떼지 못할 것이다. 왜 이처럼 차이가 클까? 차이는 관점이 다른 데서 온다. 관점의 차이는 용어 정의로부터 생긴다. 주제가 되는 ‘화성’과 ‘시설물’에 대한 인식만 같이한다면 차이는 해소될 것이다. 먼저 ‘화성’의 정의다. 화성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화성시’의 화성, ‘화성부’의 화성, 그리고 어제성화주략의 ‘성화’란 화성 등 3개다. 화성시는 현재의 행정구역 이름이다. 화성부는 성역 당시의 수원의 이름이다. 어제성화주략에서 성화란 ‘화(華)라는 성(城)’을 의미한다. ‘캐슬화’ 또는 ‘포트리스화’와 같은 체계다. 어제성화주략은 정조가 발표한 화성 건설 기본계획서다.  ‘화성’은 이 셋 중 어느 것을 말할까? 행정구역을 말할까? 아니면 성 이름을 의미할까? 화성의 시설물 중 ‘화성’은 당연히 성 이름 ‘화성’으로 봐야 한다. 즉, 당시 화성부 내의 화성(城華)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명이나 행정구역으로 본다면 행궁의 전각, 사직단, 만석보, 문선왕묘, 영화정 등 그 범위가 상당히 넓게 된다. 다음은 ‘시설물’의 정의다. 시설물의 개념은 성을 사용하거나 운영하는 데 관련된 토목 또는 건축시설물을 말한다. 시설에 포함되는 전기, 기계, 통신, 소방시설은 당시에는 없었던 시설로 제외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화성의 시설물에 성과 여장은 포함하지 않았다. 성과 여장은 화성 자체, 즉 주체이지 시설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무형의 것은 ‘물(物)’이 아니므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화성과 시설물의 정의를 내려봤다. 이제는 시설물을 정하는 근거다. 화성은 화성성역의궤란 기록이 있어 가치가 높은 것이다. 규모, 방위, 토질 등과 마찬가지로 시설물도 화성성역의궤 기록이 근거가 되는 것이 합당하다. 성역의궤 권수에는 시일, 좌목, 도설이 기록돼 있다. 시일은 공사 일정이고, 좌목은 공사 조직이고, 도설은 도면과 시방서다. 장안문을 시작으로 성의 시설물 모두를 그림과 글로 설명하고 있어 도설이라 한다. 성역의궤는 건설기록이고, 도설은 성역의궤의 백미다. 시설물은 바로 이 도설에 그림과 글로 기록된 시설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도설은 유형별, 시설물별로 설명하고 있다. 원문의 단락을 기준으로 시설물을 분류해 보면 문 4곳, 옹성 4곳, 적대 4곳, 암문 5곳, 수문 2곳, 은구 2곳, 지(연못) 3곳, 장대 2곳, 노대 2곳, 공심돈 3곳, 봉돈 1곳, 각루 4곳, 포루(대포) 5곳, 포루(군졸) 5곳, 치 8곳, 포사 3곳, 성신사, 용연, 용도이다. 모두 19개 유형의 60개 시설물이다. 순서는 기록된 순서 그대로다. 지면 관계로 시설물 이름 60개는 생략했다. 원문과 다르게 취급한 것이 있다. 준천은 개울치기 작업으로 무형이므로 제외했고 서봉산 샛봉화는 화성부 밖이어서 제외했다. 반면 지는 5곳인데 3곳으로 간주했다. 남지가 상남지·하남지로, 동지는 상동지·하동지로 이뤄져 상하를 하나로 봤다. 성 밖에 있는 용연을 화성의 시설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예상된다. 하지만 권수 도설에 기록된 점, 권5 실입에도 기록해 성역에 포함시킨 점, 또 “용연 머리에 있는 까닭으로 방화수류정에서 출입하는 길이었다”란 기록을 보면 용연도 엄연한 성역의 하나였다고 본다. 결론은 화성의 시설물은 19개 유형에 총 60개 시설물이다. 기본 중의 기본인 ‘화성 시설물의 범위’에 대해 정의해 봤다. 규모와 시설물에 대해 자세히 기록된 성역의궤 기록 덕분이다. 그렇다면 수원팔경에 화성 시설물이 몇 개나 포함됐을까? 수원문화원이 지정한 수원팔경은 광교적설(광교산에 눈 쌓인 모습), 팔달청람(안개에 감싸여 신비로운 팔달산), 남제장류(남쪽 긴 제방에 늘어선 버드나무), 화산두견(화산의 봄 진달래꽃), 북지상연(북지에서의 연꽃 감상), 서호낙조(서호에서의 해넘이 모습), 화홍관창(화홍문을 빠져나온 비단결 폭포수), 용지대월(용연에서 월출을 기다림)이다.  이 중 제2경인 팔달은 팔달문이 아닌 팔달산을 의미하고, 제5경인 북지는 화성 시설물인 연못 북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장안구 송죽동에 있는 저수지 만석거를 의미한다. 이 둘은 화성 시설물이 아니다. 따라서 화성의 시설물은 제7경인 화홍관창의 화홍문과 용지대월의 용연 두 곳이다. 용지대월은 ‘용연 위로 뜨는 달’이냐 ‘용연에서 기다리는 달’이냐로 논란이 있다. 후자가 맞을 듯하다. 성역이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북문, 남문, 북수문, 남수문을 같은 날, 같은 시에 착수했다. 시설물 중 가장 먼저 착수한 목적은 소통이었다. 남성과 북성을 착수하면 모든 길이 막히기 때문에 백성과 물자와 물길이 소통되는 문과 수문을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이다. 또 성 쌓기에 필요한 막대한 돌을 운반하고 백성도 오가는 다리를 겸한 수문이다. 백성을 우선하는 정조의 애민사상과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예술, 어디까지 해봤니] 쇠뿔에 꽃피는 화려한 무늬… ‘화각공예’

예술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인간의 창조성이 필요한 곳에는 언제 어디서나 예술이 피어나기 마련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누구도 가지 못하고 닿지 못한 예술의 영역을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개척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술의 세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두 번째 순서로 왕실과 귀족의 품격을 보여주는 화각공예를 만나봤습니다.  종잇장처럼 얇게 간 황소의 뿔에 그림을 입히고 채색을 더하면, 굳센 뿔이 어느새 유려한 자태를 머금은 문양이 된다. 가구의 표면에 채색된 뿔을 안착시키면, 부착물에 새 생명이 깃든다.  화각공예는 동양 문화권 중 한국에서 특히 독보적으로 발전한 예술이다. 물소 등의 다른 소가 아닌, 한국에서 자생하는 황소에게 얻는 뿔에서만 투명하게 비치는 채색면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각을 통해 완성된 그림은 뒷면에 비쳐보인다는 특성 때문에 일반 회화의 채색 순서와 반대로 원근감을 고려해 칠한다. 화각의 기원은 신라시대부터 시작됐다고 추측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발생한 대모복채기법이 중국 수나라와 당나라를 거쳐 신라에 전승됐지만, 당시 국내에선 대모(거북이 등껍질)가 희귀해서 그 대체재로 소뿔을 사용하게 되면서 한국만의 독특한 화각공예가 발전할 수 있었다. 화각공예는 예나 지금이나 그 품격을 유지하는 데에서 정체성을 발견한다. 화각은 귀족과 왕실의 전유물이었는데, 사용됐던 회화 안료인 당채가 계급에 따라 사용 여부가 달라진다는 전통이 조선시대까지 고수됐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실패나 바늘집, 보석함, 중형·대형함 등을 비롯한 화각공예품은 왕족을 비롯한 상위 계층만이 누렸다. 주로 장식됐던 무늬는 십장생, 풍속화나 화도, 초화 등이었으며 동식물의 신비한 자태를 세밀하게 표현해낸 미학을 엿볼 수 있다. 현존하는 화각공예 유물은 19세기 이후의 것이 많고 그 이전에 제작된 작품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화각의 주재료인 우각(각지)이 습도와 온도에 민감해 장기 보관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기일보는 한기덕 경기도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 전승교육사(49)를 만나 화각공예의 현주소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1973년 공방을 설립한 아버지 고(故) 한춘섭 경기도무형문화재 제29호 화각장의 뒤를 이어 화각의 맥을 잇고 있다. 그는 원래 예술과는 거리가 먼 전공과 직장에 몸담고 있다가 가업을 잇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 한씨는 치열했던 성남 구시가지 한구석의 15평 반지하 공방 시절에도 작업을 묵묵히 하던 아버지의 곁에 있었고, 광주로 공방을 옮겼다가 다시 성남으로 돌아와 2015년부터는 성남 중원구의 공방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씨의 작업장은 이천에서 따로 공방을 운영하는 동생과 함께 협업 체제로 운영된다. 소뿔 가공 작업은 주로 이천에서 하고, 이곳은 상설전시장이자 후반 작업장으로 병행해서 활용한다. 수공예 영역에선 효율과 속도를 늘리려고 하는 순간, 장인 문화가 사라진다. 조선의 화각공예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고려의 나전칠기 역시 1천년을 함께해 온 역사가 있지만 산업화를 받아들여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면서 현재는 소수의 장인들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한 명인은 화각공예가 살아남으려면 원래 타고난 화각만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사실 화각공예는 사용하는 재료나 작업 방식, 전반적인 접근성 때문에 대중들과 친밀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는 “이 분야를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싶지만, 태생적으로 그럴 수가 없는 배경을 생각해야 한다”며 “각종 재료가 엄청난 고가에 구하기 어렵고, 이미 각 분야 최고 수준의 공예가 모여 있는 대상에 화각이 더해져 진정한 예술품으로 거듭나는 구조라서 고유성과 최상급의 품질을 지향하는 예술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간 화각공예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던 한 명인은 올해도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8월24일부터 한 달가량 재단법인 예올과 함께 서울 북촌에 마련할 전시를 위해 하루종일 작업에 몰두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다양한 안료로 색채를 입히던 기존 화각공예와는 다르게, 쇠뿔에 있는 기존 무늬의 결을 살려서 그곳에 깃든 자연스러운 멋을 표현하는 작업들로만 전시장을 채운다. 끝으로 한 명인은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 역시 그 존재 의의와 가치가 분명하다”며 “오랜 기간 시대를 막론하고 화각공예를 찾는 분들은 꾸준히 있었다. 그들이 우리를 찾을 때 우리가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면서 양질의 공예를 알려주는 방법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노인복지향상 위해 수원 관내 장기요양기관 합심해 결의 다져

수원시 장기요양기관 직무연찬회가 지난 14일, 15일 양일간 홍천 소노펠리체에서 성료했다. 수원시장기요양시설협회, 수원시재가장기요양시설협회, 수원시주야간보호연합회 등 3개 협회 주관, 수원시장기요양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마련된 이번 행사는 돌봄어르신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기관 운영을 위한 윤리경영을 실천하려는 취지를 나누고자 열렸다. 특히 수원 관내 장기요양기관의 관리자를 비롯한 관계자 120여명이 참석해 서로 의견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다. 이번 직무연찬회에선 황재영 노인연구정보센터장이 노인장기요양제도 환경변화에 따른 역할과 과제를 통해 주제 강연을 진행해 객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 수원 내 장기요양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안, 기관의 투명한 운영을 위한 다양한 실천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이 열렸다. 이와 함께 장기요양의 클린 경영을 도모하는 ‘노인 인권 경영 실천 결의 대회’도 수원특례시의 주최로 14일 직무연찬회와 함께 열려 노인복지문화 개선을 위한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3개 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돌봄어르신들의 인권 향상을 지속하기 위한 실천 결의문을 작성한 뒤, 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결의했다. 결의문에는 ▲돌봄어르신의 존엄성과 자율성 증진 ▲어르신중심의 케어서비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 ▲투명한 운영을 통한 신뢰 확보 ▲소통과 지지를 통한 신명나는 일터제공 등 돌봄어르신의 인권 실천을 위한 주요 사항이 골고루 담겼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체계적인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 대해 장기요양기관의 주요 관계자들과 발맞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장기요양기관들이 역량을 더욱 발휘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수원의 노인복지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아트센터, 해비치페스티벌서 예술단 ‘홍보’ 눈길

국내 최대 규모의 문화예술축제인 ‘제16회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이 성황리에 진행되는 가운데 경기지역 대표 문예회관인 경기아트센터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등 예술단의 홍보를 위해 박차를 가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 12, 13일 ‘아트 마켓’에서 전국 예술단체의 다양한 공연을 살펴보고 14일엔 부스를 운영하며 전속 예술단의 홍보활동 등을 하고 있다. 행사에 참석한 김주리 경기아트센터 대리는 “엔데믹으로 일상 회복이 이뤄지면서 기획사, 예술단체, 관객 등 모두가 공연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며 “그동안은 공연을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했다면 이젠 우리 작품을 어떻게 알리면 좋을지 등 홍보, 마케팅 전략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아트센터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홍보 담당자가 행사에 참석, 전국 문예회관의 부스를 다니며 협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 공연장에서 선보일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를 위해 다양한 예술단체와 교류하고 있다. 김 대리는 “예술단체 간 교류가 쉽지 않아 타 지역의 예술단체가 경기아트센터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 우리 예술단이 해당 지역 문예회관으로 가서 공연을 하는 등의 협업이 많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아트센터는 국공립 극장으로 대중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클래식 등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장르 외에도 다양한 공연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는 중”이라며 “작품을 보는 눈을 넓히고 다양한 예술단체와 교류해 좋은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박종찬 경기아트센터 문화사업본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경기도민의 다양한 문화관람기회를 제공하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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