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미래] 동물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공생’

일본의 신칸센 고속열차, 비행기 엔진, 항공기 날개, 풍력 터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물총새다. 물총새는 물고기를 발견하면 재빠르게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냥한다. 이때 사냥 성공의 핵심 도구는 뾰족한 부리다. 물의 저항을 크게 줄여 공격 속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인류는 물총새의 생체 특성을 연구해 빠르고 소음이 적은 고속열차를 만들었다. 또 이를 비행기와 풍력 터빈에도 응용했다. 자연에서 발견된 구조나 시스템을 모방해 기술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생체모방과학’이라 한다.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예는 다음과 같다. 모기의 입 구조를 모방한 주사침은 환자의 통증을 줄여줬고 박쥐의 초음파 위치추적시스템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영감을 줌과 동시에 드론에도 응용됐다. 도마뱀붙이의 발바닥 구조를 보고 강력 접착 테이프를 만들었으며 거미줄의 강도와 유연성을 모방한 합성섬유는 방탄복, 의료 봉합사, 심지어 로봇팔에도 사용되고 있다. 북극곰 털은 속이 비어 있는데 이를 모방해 효율적인 단열재를 개발하는가 하면 사막의 흰개미 둥지가 지닌 독특한 자연 환기 시스템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여 짐바브웨의 이스트게이트센터처럼 에어컨 없이도 시원하게 유지되는 친환경 빌딩이 설계됐다. 이처럼 식물과 동물에서 발견한 원리는 새로운 기술이 돼 우리 일상에 효율과 편리를 제공한다. 생체모방과학을 통해 실생활의 지혜를 얻었다면 인문학적 측면에서는 ‘공생(共生)’을 배울 수 있다. 공생이란 동물 또는 식물이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 예로 개미는 포식자로부터 진딧물을 보호해주고 진딧물은 개미에게 단물을 먹게 해준다. 말미잘과 흰동가리, 소와 반추위 미생물들도 비슷한 공생 관계에 있다. 흡혈박쥐는 사냥에 실패한 동료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 주기도 하고 늑대 우두머리는 어리거나 늙고 상처 입은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애쓴다. 이러한 행위가 당장은 동물 집단에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로의 결속력을 강하게 만들어 생존을 유리하게 한다. 즉, 남을 위하는 행동이 나에게 이익으로 돌아온다. 애덤 스미스는 자신의 저서 ‘국부론’을 통해 보이지 않는 손의 결과로 이타주의를 언급했으며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호혜적 이타 행동이 개인 또는 유전자에 이익을 준다고 이야기했다. 이타주의는 겉으로는 타인을 위한 행동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개인에게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 기근으로 수백만명이 굶주렸을 때 퀸 같은 당대 음악가들이 참여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는 많은 돈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그뿐만 아니다. 우리는 오늘날 세계 각지에서 재해 복구를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본다. 어려운 이웃을 배려하는 노력이 커 간다면 언젠가 내가 예기치 않은 일을 겪을 때 사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20세기 아프리카 사막화가 심해졌을 때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마타이를 중심으로 그린벨트운동이 시작됐는데 이는 아프리카에 수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사막화 지역이 줄어들었고 동물 서식지가 복원된 곳도 있었으며 지역주민들은 다시 농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 나갔다. 동물을 보호하고 모두의 환경을 걱정한 마음이 나와 내가 속한 사회에 작지 않은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공생은 나를 둘러싼 다른 생명체를 생각하는 이타주의에서 비롯된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 이것이 인류가 지혜롭게 사는 길이자 자연과 동물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한다.

[인천시론] 경계해야 할 중국

중국인들의 금기(禁忌) 중에 ‘피휘(避諱)’라는 것이 있다. ‘휘(諱)’란 천자(天子)나 왕(王), 성인(聖人) 또는 윗사람의 이름을 말한다. 따라서 ‘피휘’란 이런 사람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거나 글로 적지 않는(피하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그 대상자의 권위를 높이기 위함이다. 고귀한 분이나 웃어른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야 어찌 권위가 서겠는가. 옛날 동양적 사고로는 생기고도 남을 일이다. 그래서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비롯한 중국 역사서들을 보면 어떤 이름을 써야 하는데 그 속에 이런 이들의 이름에 쓴 글자가 들어간 경우 그 대신 다른 글자를 쓴 사례가 줄곧 나온다. 중국이 야심차게 진행 중인 달 탐사 사업 ‘창어(嫦娥) 계획’도 이와 관련돼 있다. 이 이름은 중국의 ‘항아분월(姮娥奔月•항아가 달로 달아났다)’ 전설에서 가져왔다. 이 이야기에서 여신(女神) 항아(姮娥•恒娥)는 남편인 천신(天神) 예(羿)가 천제(天帝)의 아들들인 아홉 개의 태양을 활로 쏘아 없앤 탓에 하늘로 돌아갈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중 예가 둘이 먹으면 함께 불로장생(不老長生) 할 수 있고, 혼자 먹으면 신(神)이 돼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약을 구해 온다. 항아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이 약을 남편 몰래 혼자 먹는다. 하지만 바로 가면 다른 신들이 남편을 배신한 여자라고 흉볼 것 같아 잠시 달에 가서 살기로 하는데 달에 도착하자 몸이 변하면서 두꺼비가 된다. 대략 이런 내용인데 항아의 ‘항(姮•恒)’이 서한(西漢) 시대 황제였던 유항(劉恒)의 이름 ‘恒’과 겹치니까 ‘恒’을 ‘嫦’으로 피휘함으로써 ‘창어(嫦娥)’가 생겼다. 이름의 유래는 이렇듯 재밋거리에 불과하지만 그 내용은 무서울 지경이다. 이 계획에 따라 탐사선 ‘창어 6호’는 지난 5월 달 뒷면에 착륙해 흙을 캐서 지구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달 표면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옛 소련과 미국, 중국, 인도, 일본 등 다섯뿐인데 이 중에서도 무척 어렵다는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나라는 중국뿐이다. 또 한국과 중국 8대 주력 산업의 최근 10년간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에서 석유화학을 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무선통신기기, 선박, 자동차, 철강은 중국이 우리를 앞질렀다. 중국 첨단 기업들의 연간 연구개발 투자비는 한국의 4배(2023년 기준)이며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박사급 인력이 매년 8만명 넘게 나온다. 이들 분야의 논문 인용 빈도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14억 인구 중 가장 우수한 두뇌들이 ‘주 52시간 근로’ 같은 제약도 없이 최첨단 기술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요즘 많은 한국인이 ‘중국’이라고 하면 흔히 온갖 곳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무개념의 중국인들이나 그 대표격인 아줌마부대 ‘따마’를 떠올리며 “중국스럽다”며 그저 비웃고 깔본다. 하지만 중국에, 그리고 중국의 엄청난 지원 세력인 전 세계의 화교들 속에 어찌 그런 사람들만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 눈여겨봐야 할 상대는 중국의 힘을 엄청나게 끌어올리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그들의 과학기술 인력이다. 대적해야 할 상대를 잘못 판단하고는 이길 수 없다.

[경기시론] 이민자의 창업활성과 지역균형발전과의 관계

이민자가 국내로 유입될 경우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 주는 효과 이외에도 소비, 투자 등 국내총생산에 대한 지출을 증가시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이민자가 창업을 할 경우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37개 회원국의 취업자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국민의 경우 평균적으로 13.4%이고 해외 출생 이민자의 경우 평균 13.8%로 이민자의 창업비율이 더 높다. 세계 최대 이민 국가인 미국의 경우 국민은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8.2%이지만 이민자는 12.3%로 이민자의 기업가 정신이 국민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2018년 뉴아메리칸이코노미재단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1천3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미국 500대 기업의 약 44%(219개)가 이민자 1세 또는 2세에 의해 창업됐거나 미국 국민과 공동으로 창업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의 경우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18.7%로 OECD 평균보다 높지만 이민자의 경우 4.9%에 불과해 OECD 평균보다 훨씬 낮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이민 배경을 가진 자영업자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OECD는 이민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비율이 높고 이민자의 노동시장 접근성이 높은 국가들이 일반적으로 자영업자 비중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OECD가 지적한 사항 이외에도 정부가 이민정책을 외국인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점, 창업과 관련된 법제도와 금융 지원에 대한 정주 외국인의 접근성이 매우 낮은 점 등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에 처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이민자 유치를 통해 인구감소 위기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인구의 감소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는 농어촌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의 창업을 활성화해 평균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일자리를 창출, 인구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이민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이민자가 그 지역에서의 거주를 기피한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일자리가 없는 환경을 탓하기보다 창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혁신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농촌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마을마다 경쟁력을 가진 농작물을 선정하고 그 마을에 거주하는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작물별 협동조합을 구성해 밭을 경지정리하거나 논을 밭으로 활용함으로써 자동화와 첨단 농기구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1인당 경작면적과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농업혁신을 통해 발생하는 농업인과 이민자 등의 유휴인력을 농산물 가공 공장의 인력으로 활용함으로써 농산물 수급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가의 소득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작물별 연구단지 또는 해당 작물을 활용한 식품연구 단지를 조성해 작물과 식품의 품질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첨단 농기구의 대여와 지원, 유통망 지원 등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민자 중에서 창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네덜란드는 2023년 기준으로 인구가 약 1천788만명이고 영토는 우리나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 식품 수출국 순위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정부, 학계, 기업, 농업인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농업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반드시 참고할 사례라고 본다. 지역 내 소재하는 고등학교 또는 대학과정에서도 그 지역에서 비교 우위를 갖는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학생에 대한 교육, 직업훈련 및 창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농어촌지역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몇 개의 마을 단위를 묶어 교육할 수 있는 기숙학교를 설치해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교육의 질을 높이거나 방과 후 온라인 보충 교육을 강화하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한다. 또 주거, 의료 및 도로의 정비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에도 노력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현재 운영 중인 지역특화비자 또는 2025년부터 시범 실시 예정인 광역비자 제도와 관련, 그 지역에서 비교우위를 갖는 산업에 종사하는 이민자 또는 관련 분야를 전공한 유학생에게 우선적으로 비자를 발급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벤처기업 또는 초기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전문가 양성, 벤처투자자금 조성과 지원, 세제 감면 등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 비교우위 산업 분야에서 창업하고자 하는 이민자에게도 이러한 제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제도가 신속하게 마련되기 바란다.

[천자춘추] 함께 멀리 가는 길

지난 한 달여간 진행된 사무실 리모델링 공사가 끝났다. 가끔 소음과 먼지로 불편했지만 그럴듯하게 바뀐 환경이 마음에 든다. 사무실 한편의 미활용 공간도 지역주민과 공유하는 회의실로 바꿨다. 이름도 직원 공모를 통해 ‘해아림(解我林)’이라 정했다. 자아를 이해하는 숲으로 다양한 세대, 업무와 쉼이 공존하며 일상을 돌아보는 공간이란 의미다. 회의실은 정부가 운영하는 공유누리 사이트에 등록해 회의나 스터디 모임 등이 필요한 지역주민에게 무상으로 공유 할 계획이다. “왜 회의실을 무상으로 공유하나요.”, “관리비만 나가고 손해 아닌가요.” 무상 공유 결정에 대한 주변의 반응이다. 하지만 ‘동반성장’이라는 더 큰 가치를 생각한다면 절대 손해 보는 결정은 아닌 것 같다. 고도화된 산업화는 극심한 경쟁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져왔다. 사회·경제적 불균형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이에 따라 외부 충격에 취약한 가계나 산업 등 사각지대 생태계는 점점 의지할 기반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같은 공공기관이 동반성장에 참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은 자금 지원, 기술 이전, 교육 프로그램 운영, 상생 협력 플랫폼 구축 등 동반성장에 공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한쪽으로 쏠리는 편향적 성장이 아니라 다중적·다방면적 발전을 위해서다.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의 참여는 민간 부문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닦고 지역사회 발전과 일자리 창출, 신뢰 기반의 생태계 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캠코도 2022년부터 동반성장 전담팀을 설치하고 회사의 업(業)과 연계한 동반성장 기반을 고도화했다. 또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는 채무조정을 통한 금융지원을, 중소기업에는 대출이자나 임대료 지원 및 판로 개척 지원, 건축 하도급업체에는 계약단가 조정과 안전한 대금결제 환경을 조성해 취약한 경제 주체들의 어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지성성(衆志成城)’이란 말이 있다. 많은 사람이 뜻을 합하면 견고한 성을 쌓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 미국의 대선 등으로 인한 다양한 대내외 사회·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이를 극복하려면 여러 주체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공공기관, 기업, 지역사회가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다. 이로써 불확실한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반을 마련하고 모두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 ‘함께 멀리 가는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어느덧 2024년 갑진년(甲辰年) 한 해가 저물어 간다. 모두가 올해 초 계획하고 소망했던 일들이 잘 마무리되길 바라며 밝아오는 2025년에도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기고] 소비자가 바라는 2025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선정한 ‘10대 소비자 뉴스’를 보면서 2024년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속담으로 표현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지난 7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온라인쇼핑의 대표주자인 티켓몬스터와 위메프가 소비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중소 사업자에게 1조3천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히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다. 소비자의 피해 보상을 위해 며칠 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이미 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메프가 적극적으로 보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연대책임을 사업자인 판매사와 결제대행사도 조정안을 수용할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소셜커머스 시대를 선도했던 거대한 쇼핑몰이라는 ‘믿는 도끼’에 우리 소비자는 제대로 ‘발등을 찍힌’ 셈이다. 연초 정부의 의사 인력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극한 대립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이 무너지고 있고 소위 ‘응급실 뺑뺑이’로 피해를 보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다. 의료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가 많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료 서비스라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부디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바란다. 이 밖에도 물가 불안과 겹친 초저가 전략의 C-커머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에 따른 유해물질 검출, 소비자 피해 해결 창구의 미비, 개인정보 보안 문제 등이 심각한 소비자 문제로 대두됐다. 또 전기차 화재나 급발진 사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졌지만 관련 입법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자동차 급발진 사고에 대한 입증 책임의 전환이 핵심인 제조물책임법의 개정(일명 ‘도현이법’)은 소비자의 숙원 과제다. 소비자상담건 중 가장 많은 품목인 구독서비스, 특히 헬스장과 유사투자자문서비스의 중도 해지 및 환불 문제는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제도적인 개선과 행정기관의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무료인 줄 알았는데 유료로 전환된 사례, 가입 사실이 없는데 일방적으로 가입된 사례, 가입 후 해지가 너무 어려운 사례 등 다크패턴(Dark Pattern) 상술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 소비자로서 2025년에는 이런 뉴스가 많았으면 좋겠다. 사업자는 공정하게 판매하고, 소비자는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뉴스, 정부와 의료계의 대타협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다는 뉴스 말이다. 궁극적으로 소비자와 사업자가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상생하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사설] 人災 의혹 제주항공, 또 고장 나서 회항했다니

29일 참사 직후 제주항공이 내놓는 입장이 있다. 진행되는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분명하게 선을 그은 대목이 있다. 제주항공의 자체 책임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항공기 정비 소홀 지적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신규 노선 증가로 인한 무리한 운항도 없었다고 했다. 언론이 요구한 정비 이력 공개는 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생겼다. 제주항공의 동일한 기종이 하늘에서 회항했다.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행 7C101편이다.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이 안내됐고 7시25분 출발했던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승객 21명은 불안을 호소하며 탑승을 포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현장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다. 무안공항 참사 직후 일부 시민의 증언이 소개됐다. 지난 27일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에서의 시동 꺼짐 현상이다. 탑승하는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끊어지면서 기내 전기가 꺼졌다고 했다. 엔진 시동음과 기내 전기가 꺼지는 일이 몇 차례 계속 반복됐다고 한다. 승객 여러 명이 물었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비행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항공사에서 27, 29, 30일 연거푸 일어난 일이다. 참사 당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기체 점검 계획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디에 이유가 있다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제주항공의 다른 기체에 대한 점검 계획은 밝힌 바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제주항공 비행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그제야 머리 숙여 사과했고, 국토부는 서둘러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해 감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9일 참사의 직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류 충돌이 유력하다지만 현재로서는 논란이 많다.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의가 있다. 화재 발생 원인도 활주로 마찰설과 오버런 추정이 충돌한다. 블랙박스는 많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맡기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제기되는 국민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몇은 블랙박스 없이도 밝혀질 의혹이다. 29일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투입된 경찰 인원만 264명이다. 통상 수사 착수의 형식은 압수수색이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 정비 소홀은 업무일지로 확인할 일 아닌가. 무리한 운항은 운항 기록과 여객기 보유로 확인될 일이다. 제주항공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은 이미 수치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임의 제출이다. 흔히 봐온 강도 높은 경찰 수사나 정부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엄정한 수사로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희생자 179명에게 경찰이 갖고 있는 도리다.

[경기만평] 다음엔 또 누가...

[사설] 사상 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국회는 책임지고 해결하라

세계경제 순위 10위권의 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격이 급격히 추락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탄생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초불확실성 정치 상황을 접하게 됐다. 한국 정치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문제의 원초적 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다. 일단 12·3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 의결로 해제됐으며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따라서 국회는 이후의 정국 안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에만 몰두해 오늘과 같은 정치 파국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금요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가결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3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는 기형적인 체제가 등장했다. 그 여파는 가히 공포 수준이다.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환율은 한때 1천480원 선도 넘어섰으니 이는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제2의 외환위기가 어른거리고 있다. 체감 경기는 최악으로 민생은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독촉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최 권한대행은 물론 이후 권한대행들을 줄탄핵해 국무회의 기능 자체를 스톱시킬 움직임까지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최대한 늦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여야가 모두 정치적 계산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공학만 계산하지 말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화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정국 안정의 열쇠이므로 국회는 이를 여야 간 합의해야 된다. 국회는 각 정파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국리민복을 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를 되새겨 국난 극복을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를 재삼 촉구한다.

[지지대] 우리만 비켜간 2024년 산타랠리

해마다 이맘때면 각종 보너스가 집중된다. 또박또박 월급받는 직장인들의 얘기지만 말이다. 소비도 는다.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서다. 내수도 늘고 관련 기업 매출도 증대된다. 해당 회사의 주식 매입도 늘고 증시 전체가 강세로 이어진다. 이를 산타랠리라고 부른다. 변수도 있다. 국제적인 분쟁이나 유가 상승, 장기적인 경기 침체 등이 그렇다. 여러 요인으로 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새해를 맞으면 주식 분석가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주가 상승률이 다른 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1월 효과다. 쉽게 말해 과거 경험상 연말에 그리고 1월 주가 상승률이 높다. 사실 이는 논리적으로 혹은 이론적으로 설명할 방법은 별로 없다. 증권시장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코스피는 1.49포인트(0.06%) 내린 2,440.52로 약보합 마감됐다. 직전일 1.5% 오른 뒤 2,440 선에서 숨을 고르는 모습이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6조7천407억원으로 지난해 11월24일(6조5천379억원)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외국인이 오랜만에 삼성전자 주식 순매수(1천30억원)에 나서면서 주가가 1.68% 오른 게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달러 강세에 조선, 화장품, 음식료 등의 수출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진 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뉴욕증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0.9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1.1%, 나스닥종합지수가 1.35% 오르는 등 일제히 상승했다. 테슬라(7.36%), 애플(1.15%), 아마존(1.77%), 메타(1.32%), 엔비디아(0.39%) 등 거대 기술주 기업 일곱 곳(매그니피센트7)이 모두 올랐고 브로드컴(3.15%)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대내외 불확실성과 높아진 환율 부담 등이 우리의 주식시장을 막고 있다. 2024년 산타랠리가 우리만 비켜가고 있다.

[아침을 열면서] 어둠에서 빛을 꺼내듯

“불을 들고 어둠 속을 걸을 것이다.” ‘영화 하얼빈’의 대사가 불꽃을 일으킨다. 덩달아 후끈 달아오르는 ‘까레아 우라’도 있다. 안중근이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 후 러시아식으로 세 번 외쳤다는 ‘대한독립만세’(김훈 소설에서는 ‘코레아 후라’로 나온다). 절로 뜨거워지는 이런 문장은 뒤를 잇는 울림도 크게 마련이다. 불을 들고 어둠 속을 함께 걸었던 기억들을 불끈 다시 꺼내보게 하는 것이다. 영화관을 나오면 다시 어수선한 상황. 그러잖아도 한 해 마무리에 정신없이 바쁠 때인데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들 황망한 표정이다. 지금 이전의 일상만큼이라도 얼른 되찾을 수 있기를. 그러면서 어둠 속으로 나아갈 불을 든 손이든, 코앞의 일에 붙잡힌 손이든, 평온한 삶의 회복을 바랄 뿐이다. 인류사를 보면 지옥 같은 큰 전쟁은 확실히 줄었고 삶의 질도 확연히 나아지고 있다는 연구자들의 진단이 맞을 테니 말이다. 그런 가운데 불을 들고 나서는 눈빛들을 돌아본다. 우리가 불을 들고 하는 일이란 대체로 경건한 의식이나 기도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기나긴 불의 역사를 떠나 근래의 경험치 안에서만 보더라도 불을 드는 일은 손을 모으는 행위로 이어졌다. 일상의 성냥불도 손을 모아 전했지만, 광장의 촛불들도 시대의 어둠을 밝혀나갈 손을 모으는 일이었다. 즐거운 경험으로 캠파이어의 불을 봐도 촛불 들고 고백하기나 부모님께 편지 쓰기처럼 자기 내면 들여다보는 손 모음이 대부분이었다. 초를 켜거나 연등을 달며 손 모으는 모습들은 보는 사람까지 숙연케 하는 힘을 품고 있다. 어둠의 물리침을 넘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바람을 불 앞에서 더 간절히 올렸다고 할까. 새삼 불을 들고 서는 마음가짐이 뜨겁게 닿는 때. 큰 고비마다 불끈 솟던 횃불이며 들불의 격정적인 마음의 발화를 생각한다. 그 안에는 슬픔을 다독이며 위로를 나누던 연민의 마음도 들어 있었다. 함께 어깨 겯고 어둠을 헤쳐 가려는 연대의 마음도 꿈틀거렸다. 어떤 마음으로 불을 들거나 뜨거운 마음의 분출이 모여 더 널리 번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우고 전하고 나누는 불 앞의 마음 모음은 어둠 속에서 빛을 꺼내는 행위다. 서로서로 빛을 꺼내 더 환한 세상으로 가는 길을 밝히는 빛의 행진이다. 꺼지지 않는 불의 상징으로 유독 반짝이는 응원봉 속에도 그런 빛의 행진이 어둠 속에서 더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다. 동지가 지나자 이제부터는 밤이 짧아질 일만 남았다는 말이 이마를 번쩍 쳤다. 밤이 짧아지면 어둠도 줄어들 테니 당연한 말이련만 시대적 함의에 따라 파문이 파랗게 일었던 게다. 자연의 어둠은 순리를 따라 줄었다 늘었다 계절을 조절한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어둠은 인간의 마음이 불을 피우고 모으며 물리쳐 갈 것이다. 그런 마음 모음으로 우리네 새벽을 열어 왔듯 겨울밤 거리에서 외치는 이들도 더 환한 아침을 위해 추운 어둠 속을 더불어 걷지 않겠는가. 아침을 연다는 것. 예사로 쓰던 말이 세상에 없는 날빛으로 닿았던 2024년 12월을 보낸다. 밤새 안녕을 뒤집었던 새벽을 지나 더 소중한 나날을 맞고 있으니 서성이는 마음도 다잡는다. 이제부터 밤보다 낮이 길어지듯 이 난데없는 어둠도 잘 물리치고 새로 또 나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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