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플랫폼은 인천의 새로운 명소다. 내항1,8부두를 개방하고 꾸며서 시민들에게 내놓은 노고는 두고두고 치하할 일이다. 해변 공간이 활짝 트여 있고 월미도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드는 눈맛은 시원하다. 인천이 해양도시라는 걸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드문 장소다. 시민접근성이나 이후 활용도를 감안하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현실은 안타깝다. 최근 내방객이 적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활성화를 위해 여러 생각을 나누면 좋겠다. 주변 관광지와 연계성이 부족하고 자체 콘텐츠가 빈약하다는 쓴말이 일리가 있다. 단기간에 타개할 묘책을 내놓을 수 없다면 진단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으는 게 늦었지만 빠른 길이다. 상상플랫폼을 카페플랫폼으로 만들어 버린 장기 계약은 못내 아쉽다. 경관 좋은 한 개 층을 카페가 통째로 독점하고 있어 인근 차이나타운과 신포 상권에도 타격이 크겠다. 창고였다던 장소성에 깃든 추억이 뿜어낼 이야깃거리도 찾기 어렵다. 층고와 넓이에 걸맞은 대규모 행사를 대체해 공간을 채울 소소한 사연들을 복원해 내는 게 과제다. 수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갑갑해진다. 바닷가로 가는 접근로를 높다란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 철책에 둘러싸인 상상플랫폼에서는 상상조차 막히고 갇힌다. 보안 문제나 출입국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길을 내야 그 길 따라 상상력이 뻗어 나가겠다. 해안가 철책선을 걷어 내어 인천을 바다와 연결하려는 사업이 꽤나 오래됐다. 무슨 수를 내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간을 채울 이야기가 필요하다. 커피를 대신해 감각을 자극할 매개를 찾아야겠다. 현실 가능성 여부는 차치하고 시민의 일원으로 ‘아무말’을 던져 보련다. ‘대잔치’를 통해 모여든 생각들이 의외의 물줄기를 뚫어내는 집단지성을 기대해 본다. 이야기를 체화한 매개자 중 으뜸은 책이다. 상상으로 가는 몰입에는 그림 만한 매개물이 없다. 상상플랫폼에 갤러리가 있지만 입장료가 있는 기획전 중심이라서 일반 관객들은 주머니 사정부터 살핀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들락날락 자유롭게 그림을 접할 수 있으면서 옆에는 서가가 있는 공간을 상상해 본다. 책에 손이 가도 부담 없고 그림 앞에 움츠러들지 않는 장소는 시끄러운 도서관이자 놀이터 같은 화랑이다. 최근 화제가 됐던 울산대 도서관 폐기 장서를 비롯해 갈 곳 없는 책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면 어떨까. 화가들 수장고를 열어 어둠 속에 있는 그림들이 관람객을 만나도록 상봉자리를 깔아 주는 일은 또 어떨까. 미추홀도서관 장서고에 넘쳐나는 책이나 인천중앙도서관 비좁은 서가를 확장해 바닷가에 책방을 열면 좋겠다. ‘지혜의 바다’라는 도서관 명칭처럼 바다로 열린 공간은 이미 충분하다. 서울시에서 운영했던 야외도서관은 따라 배울 사례다. 내년 봄부터라도 인천관광공사 앞 너른 마당으로 열람실을 확장해 추운 계절 빼고 상시 운영해 보길 바란다. 파라솔 아래서 졸다 깨다 하면서 책이 주는 달콤한 잠에 취한 시민들은 치맥파티나 맥강(맥주+닭강정)파티에 취한 중국 관광객보다 가슴이 더 얼큰할 수 있다. 지지부진한 뮤지엄파크를 기다리느니 인천바닷가미술관으로 특성화한 대형전시공간은 어떤가. 욕심을 부리자면 폐기 위기에 처한 장서를 산속에 불러들여 모시고 있는 통도사 종정 성파 스님과 역할을 나누면 좋겠다. 70만 권 책을 살려낸 큰스님은 영축산 전체가 도서관 되기를 꿈꾸신다는데 인천부두를 도서관으로 못 덮을 까닭이 없다. 인천역에서 출발하는 독서열차나 기차로 이동하는 갤러리를 운영할 수도 있고 부두에서 바로 탈 수 있는 바다 위 독서유람선도 띄워 보자. 인천시 반값 택배가 지하철로 고객과 이어지듯, 연구자들이 원하면 열차택배로 책을 보내주자. 싫든 좋든 근대의 물결은 인천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인천 하면 성냥이듯 부싯돌을 켜는 상상 점화로를 다시 인천앞 바다에서부터 만들어 내자.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있으며 청년실업과 일자리 부족 문제는 사회적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에 급급해 국민을 외면하고 있고 오히려 지역 간, 이념 간, 세대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선에서 재당선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이 부활하고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같은 요구로 한국에 압박을 가했고 이는 한미 동맹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외교적 부담을 가중시킨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첨단 산업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이미 ‘칩4 동맹’을 강요받고 있고 이는 여전히 무역에서 중요한 파트너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여기에 북-러의 군사적 동맹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한국 외교의 자율성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 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그 요지는 위기에 대해 다각적인 대비책과 대안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모색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첫째,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와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첨단 산업 육성과 함께 중소기업과 전통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며 복지 확대와 안전망 강화를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지원하고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 둘째, 정치권은 내부 갈등을 멈추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협력적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투명한 정책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문제 해결 능력을 증명하고 단기적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국가 발전 비전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통합과 국민적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외교적으로는 미중 간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되 국익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조율하며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자 간 외교와 중견국 외교를 통해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마련함으로써 국제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미운 짓만 골라하는 부잣집 딸이 친자 확인 유전자 검사에서 가짜로 밝혀지는 TV 드라마나 저가 민물고기를 바다물고기로 둔갑시켜 고가로 속여 팔다 적발된 뉴스는 유전자를 이용한 검사 방법이 우리 일상 생활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육안으로 진위 구별이 어렵거나, 저가 제품을 고가로 둔갑시키거나 식용으로 불가한 제품을 정상 제품으로 속여 판매하는 수입 식품의 유통과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둔갑 우려 수입 식품 기획 검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기획 검사에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스케일리 투스(Scaly tooth) 버섯을 외관이 비슷한 수입 능이버섯으로 둔갑시켜 유통한 업체와 식품에 사용이 금지된 ‘태국칡(Pueraria mirifica)’을 수입 칡 건강기능식품의 원료로 사용한 업체를 적발했다. 또 2022년에는 식품 원료로 인정되지 않은 값싼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속여 수입·유통한 업체를 적발하고 해당 제품은 모두 회수·폐기한 바 있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가짜 식품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소비자가 성상이 유사한 농림수산물을 육안으로 바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고 원래 형태를 알 수 없게 절단·분쇄해 가공식품의 원료로 사용한 경우에는 진위 구분이 더더욱 쉽지 않다. 식약처는 2010년부터 동식물 식품의 진위 판별에 다양한 유전자 분석법을 개발해 감시에 활용하고 있다. 유전자 분석법은 특정 동식물 종(種)에만 존재하는 고유 유전자(DNA)의 염기서열 정보를 이용해 검사하는 방법으로 원재료뿐만 아니라 고유의 형태를 알 수 없게 절단·분쇄한 가공식품에 대해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까지 식약처에서 개발한 유전자 분석법은 290여종이며 경인식약청은 이를 활용해 능이버섯, 산조인, 칡, 대하, 옥돔 등의 식품 원료에 대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경인식약청은 우리나라 수입 식품 신고 업무의 약 67%를 담당하고 있다. 수입 식품에 대한 정밀 검사 및 무작위 검사부터 위해 정보에 따른 수입·유통 식품 검사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검사로 일상의 식품 안전에 책임을 다하는 한편 진위 판별이 어려운 제품을 진짜로 속여 파는 소비자 기망 행위 예방을 위해 허위 표시·판매 단속을 철저히 전개해 식품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원 판결을 예상하는 것은 의미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도 그렇다. 앞서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있었다. 정치권 다수의 예상은 벌금 80만~100만원 정도였다. 실제 선고 형량은 달랐다.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다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형량이었다. 오늘 이 대표에 대해 또 다른 선고가 있다. 위증교사 1심 선고 공판이다. 예상은 많지만 역시 의미 없다. 판사의 관점은 그 해석이 일반인과 다를 수 있다. 무죄부터 법정 구속까지 다 열어 두자. 확실한 게 있다면 그건 재판의 후폭풍이다. 무죄의 경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대대적 역공에 나설 것이다. 선거법 중형 선고를 떨쳐내는 반전의 기회로 삼을 것이다. 꿈틀거리던 야권의 비명계를 강하게 압제할 것이다. 유죄, 특히 징역형이 선고될 경우 파장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앞서 선거법 중형 선고 이후 비명계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일거에 깨질 가능성이 크다. 흥미로운 것은 두 흐름의 공통된 진원지다. 두 모습 모두 경기도 정치에서 목격될 것 같다. 이 대표가 선고를 앞두고 수원을 방문했다. 판결을 나흘 앞둔 21일이었다. 김동연 지사와 이재준 시장, 지역 국회의원 등이 수행했다. 경기도는 이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다. 그가 공천한 국회의원 53명이 포진해 있다. 민주당 소속 시장 군수도 대부분 친명계다. 비명계를 향해 ‘고개 들면 내가 죽인다’는 경고가 나왔는데, 그 의원도 경기도 출신이다. 이런 경기도를 바쁜 이 대표가 찾은 것이다. 언론은 ‘친명’ 결전의 본산인 경기도를 다진 것으로 해석했다. 반면 비명 목소리의 예상 진원지도 경기도다. 주목 받는 조직에 초일회가 있다. 일부 강성 주장에 눌려 있었다. 조만간 ‘이재명 당직 사퇴’ 등의 요구가 나올 수 있다. 그 분수령이 아마 오늘 선고 형량일 것이다. 초일회 대부분이 경기도 정치인들이다. 설훈 전 의원은 ‘이 대표 사퇴’를 주장했다. 그도 경기도 출신이다. 무엇보다 변수는 ‘김동연 대망론’이다. 언제든 가시적 조직으로 현시화(顯示化)될 수 있다. 경기도는 ‘비명’ 항전에도 본산인 것이다. 오늘 선고의 중량감은 열흘 전 선거법과는 비교도 안 된다. 그 무게감을 그대로 전달받게 될 경기도 정치다. 경기도는 이재명을 지켜줄 약속의 땅일까. 아니면 이재명을 위협할 격랑의 땅일까. 무죄·벌금형이면 앞의 것이 될 것이고, 금고·징역형이면 뒤의 것이 될 것이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급속히 변화되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환경도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를 비롯한 여야 정치권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을 마련해도 해결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국회는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고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재계는 지난 21일 상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담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함께 삼성, SK, 현대차, LG 등 16대 그룹 사장단은 더불어민주당이 19일 당론으로 확정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소송 남발과 투기 자본 공격으로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 “상법 개정 등 규제 입법보다 경제 살리기 법안에 힘써 달라”고 주문했다. 국내 대표 기업 사장단이 모여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그리스의 채무 불이행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경기가 부진하던 2015년 7월 이후 9년 만이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및 공평 대우의 의무가 추가됐으며, 집중투표제의 의무화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기업이 대주주 이익을 위해 쪼개기 상장이나 비합리적 유상증자를 강행해 기업가치를 하락시키는 등 주주 권익을 등한시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이런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시장에 비해 유독 낮게 평가되고 있는 이유도 기업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 운영의 투명성은 기업 가치 평가에 있어 핵심 지표다. 기업 경쟁력 강화와 투자자 보호는 상법 개정안에서 함께 추구해야 할 가치이지 결코 제로섬 게임의 관계는 아니다. 특히 기업의 사업 재편 과정 등에서 소액주주의 피해를 막아야 하지만, 기업 경쟁력 훼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재계의 성명서 발표 이후 “방법에 이론이 있을 뿐 얼마든지 타협해 합리적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면서 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토론회가 국회 심의를 위한 형식적인 통과의례가 아닌 기업인과 투자자의 허심탄회한 목소리를 듣는 자리가 돼 상호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심의에 있어 경제 현실을 직시하기 바란다.
사춘기(思春期)는 어린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다. 이 기간 신체적 변화와 함께 심리적·정서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는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보통 기분이 쉽게 변하고, 작은 일에도 크게 반응한다. 기쁨과 슬픔이 극단적으로 교차하거나, 혼란스럽고 불안한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청소년기의 격정적인 감정 기복을 그냥 ‘사춘기’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항상 밝았던 아이들이 감정 조절을 못하고 힘들어하면 ‘청소년 우울증’을 의심해 보는 게 좋다. 입시 스트레스, 학교폭력, 스마트폰 중독,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도박, 사회성 결여 등 우울증에 걸릴 만한 요소들이 많다. 최근 10대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10대 우울증·불안장애 환자 수는 약 56.4% 증가했다. 특히 수능이 있는 11월에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경향을 보였다. 극단적인 입시 경쟁과 성적 스트레스가 심리적 압박과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청소년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의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4명은 평상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답하는 등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10년간 중고등학생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하고 있어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주간의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낀다고 답한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로 지난해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2010년(43.8%) 이후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14년 만에 최고치다. 전년 대비 증가폭으로는 20년 이래 최고 수준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학업, 진로 등 사회적 경쟁 압박에 시달리다보니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된다는 분석이다. 한창 사회 활동을 할 시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3년간이나 사회와 단절된 영향도 있다. 청소년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의 미래가 밝다. 단기적 상담 치료를 넘어 근본적인 스트레스 요인인 치열한 입시 경쟁과 사회적 압박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다. 요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챗GPT만 봐도 그 점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대화형 챗봇은 외국어의 정확한 번역,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 들어갈 이미지 제작, 대형 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전문용어에 대한 설명 등을 훌륭히 한다. 심지어 대학생들의 각종 보고서, 학자들의 논문 심사서, 심지어 신을 향한 갖가지 기도문까지 그럴듯하게 써낸다. 챗GPT의 이 놀라운 능력에 경탄하며 사람들은 타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 ‘이 작업은 사람이 한 걸까, 아니면 AI가 한 걸까.’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수준의 경탄과 의심은 기성세대나 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인공지능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더욱 다양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대담한 상상을 한다. 필자는 최근 두 건의 행사에서 이 주제에 관한 대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첫째 행사는 지난 9일 열린 단국 융합철학 워크숍이다. 단국대 연극 동아리 학생들이 돕고 철학과 학생들이 주도해 사랑에 관한 철학적 생각을 6편의 연극으로 표현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한 편에는 자기중심적이고 변덕스러운 사람과는 달리 늘 상대를 배려하고 한결같이 신실한 챗봇이 등장하고 다른 한편에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엄마가 알고 보니 AI 엄마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진짜 친구보다 신실한 챗봇 친구, 진짜 엄마보다 더 한결같이 자식을 위하는 AI 엄마를 상상하며 학생들은 아무리 신실해도 챗봇은 가짜라고 외치기도 하고 반대로 AI 엄마도 엄마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묻기도 한다. 둘째 행사는 지난 15일 ‘디지털 전환(DX) 시대의 유교적 전망’을 주제로 한국유교학회가 성균관대에서 개최한 대학생 논문 발표회다. 기존 학술대회의 틀을 깨고 학부생이 주인공으로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는 생성형 AI 기술 윤리와 인의예지(仁義禮智), 디지털 페르소나의 문제와 유학적 양심, 딥페이크 디지털 성범죄와 공감 교육 등 총 6편의 논문이 발표돼 첨단 기술이 낳은 갖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유교가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 토론했다. 위 두 행사에서 젊은이들이 펼쳐 보인 생각들에서 기성세대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첫째, 첨단 기술에 대한 윤리적 숙고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걸출한 사상가 함석헌은 현대 기술문명을 비판하면서 기술은 결코 가치 중립적이지 않음을, 기술은 인격의 발현임을 역설했다. 이 점은 AI 기술도 마찬가지다. 다른 여러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마찬가지로 그것 역시 이윤의 극대화라는 상업적 가치를 최우선적 고려 사항으로 삼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AI 기술이 전통적으로 인간이 했던 일들을 대체하면서 변화돼 가는 인간의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래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거나 적어도 AI보다 여전히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웃과 뭇 생명의 아픔에 공감, 공명하고 돌보고 섬기는 일, 적어도 엄마처럼 따뜻하게 세상을 어루만지는 일은 인간 엄마가 AI 엄마보다는 훨씬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비모란선인장의 꽃말은 ‘세계 속의 한국’ 이다. 비모란은 접목선인장을 대표하는 종이다. 한국의 접목선인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유통량의 70% 이상을 한국에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파를 차단하고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침실 등에 배치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하지만 높은 광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햇볕은 충분히 받도록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정원 잔디밭 잡초가 봄보다 먼저 온다 뽑아도 뽑아내도 좀비처럼 죽지 않고 번져나간다 보랏빛 까치꽃 좁쌀만 한 웃음 봉오리가 맺히고 꽃다지는 노란 리본을 머리에 얹었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 너희들 오늘 다 솎아내리라! 챙 넓은 햇볕가리개 모자 쓰고 한나절 뽑은 잡초가 바구니 가득하다 잠시 쉬며 하늘을 보다가 문득 번개같이 스치는 생각 창조주께서 세상이라는 정원을 내려다 보신다면 개미만 한 우리의 삶을 솎아낼 듯 꼼꼼히 살펴보신다면 얼마나 많은 잡초가 자라고 있을까 그럴 때마다 하나씩 뽑혀 나갔다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살아남아 있을까 호미를 쥔 채 가만히 잡초를 들여다본다 오늘 완전히 솎아 내려던 모진 마음을 접어두기로 했다 초대받은 자만이 손님이 아닌 까닭이다 한해경 시인 이화여대 음악대학 졸업 ‘창조문예’로 등단 경기시인협회원 시집 ‘꽃이 진 자리마다’, ‘나무 마네킹’, ‘강물처럼 흐르다’